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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경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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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8월 17일 06시 51분 등록

임어당 지음 (안동민 옮김), 생활의 발견, 문예출판사, 329


1.

김영희는 ‘금빛 기쁨의 기억’이라는 책에서, 故 백남준 선생이 한국적 순수성을 잘 간직하고 있었던 이유는 한국을 일찍 떠났기 때문이라고 얘기했다. 임어당이 중국인(또는 동양인)의 삶을 이렇게 적어 낼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일찌감치 중국을 떠나 유럽이나 미국에서 오랫동안 외국생활을 했기 때문에 가능했으리라 본다. 나와 다른 것을 접해 봐야 비로소 나를 알게 된다는 것과 같다. 동양인과 서양인의 차이가 느껴졌을 것이고, 또 반대로 비슷한 점도 보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중국인의 생활에 대해 써보고 싶었을 것이다.

책의 제목이 마음에 들어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생활의 발견’이라… 왠지 노선배가 들려주는 삶에 대한 넉넉한 충고가 칸칸이 들어 있을 것 같지 않은가? 사실 그러하다. 삶을 바라보는 시각부터 잡아주기 시작해서 결혼, 가정, 독서, 차, 누워있기, 잡담하기, 술, 음식, 공간, 여행, 종교 등 생활을 이루고 있는 세세한 것까지 하나하나 건드려 주며 은연 중에 ‘너는 어떻게 살고 있는가’라고 되물어 보고 있다. 삶에 대한 가감 없는 느낌의 기록, 그것이 이 책을 이루고 있다.

이 책은 영문으로 쓰여진 책이다. 영국에 있을 때 집필한 책인데, 과연 서양사람들은 이 책에 있는 내용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이런 두리뭉실한 가치관에 바탕을 둔 생활을 그들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을까? 큼직한 틀만 하나 던져주고 그 안에서 이리 놀던 저리 놀던 괘념치 않는 우리네 방식을, 이름 짓고 구분 짓기 좋아하는 그들이 얼마나 견딜 수 있었을까?


2.

임어당의 철학은 쉽다. 어쩌면 그의 사상을 철학이라고 부르면 임어당 선생이 싫어할 지도 모를 일이다. ‘철학은 삶과 동떨어져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 내가 보기엔 일단 이것이 기본이다.

“서양의 엄숙한 철학은 인생이 어떠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애초부터 전혀 이해하고 있지 않다. 이것은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철학이 지닌 유일한 기능은 세상의 일반 실업가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 보다도 인생을 더 가볍고 명랑하게 이해하도록 가르치는데 있다.”

임어당은, 계속해서 정신세계로만 침잠하려는 철학은 철학이 아니라고 얘기하고 있다. 공부하면 할수록 점점 더 모르게 되는 학문이 사람의 생활에 얼마나 쓸모 있는 것이냐 이 말이다. 종교도 마찬가지다. ‘종교가 타락한 것은 신조나 신앙 형식이나 신앙개조나 교의 및 그 해석 따위에 온갖 정성을 집중하여 결국 철학적인 정신에 빠지고 말았기 때문’ 이다. 이 역시 사람의 삶을 떠나서 존재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속세를 떠나 있는 은자는 2류’라고 한 이유도 마찬가지이다.

그의 얘기를 듣고 있노라면, 세상의 많은 일들이 느슨하게 풀어지는 느낌이다. 조바심 칠일도 없어지고 그리 긴박한 것도 없어진다.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도 없어지고 이것도 맞고 저것도 맞는 것 같다. 객관적인 것, 논리적인 것을 찾거나, 정의를 내려 분류를 하려는 시도들이 다 부질없어 보이기도 한다. 그저 시원한 평상에 누워 구름 흘러가는 것을 바라보거나 마음에 드는 책을 옆에 끼고 낄낄대며 보며 살면 되는 것을 뭘 그리 바둥바둥 거리는 지 싶다. 휴가를 여유있게 보내고 싶다면, 떠나기 전에 일독을 권한다.

주요 저서가 많이 있는데, 그 중 ‘이교도에서 기독교도로(동서양 사상과 종교를 찾아서)’라는 책을 읽어보고 싶다. 유가, 도가, 불교, 기독교 등을 두루 다루고 있는 책인 듯 하여 구미가 당긴다.


3. 나에게 들어온 말들

저자의 말
<5>
실제로 나는 철학에서 객관성을 주장하는 것을 오히려 경멸하는 사람이다. 객관적인 진리보다는 사물을 어떤 입장에서 보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8>
너무 지나치게 꼼꼼히 책을 읽다가는 옳은 것은 옳고 틀린 것은 틀리다는 것을 뚜렷하게 분별하지 못하게 된다

<17>
세상 사람들이 바삐 서두르는 일을 소일 삼아하는 사람들만이 세상 사람들이 소일삼아 하는 일을 바삐 서두를 수 있다.

1장 깨우침
<20>
중국인으로서 바라는 교양의 최고 이상은 현자의 각성을 지닌 채 초연하게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다.

<25>
인간이란 존재는 기묘하고도 꿈이 많고 유머러스하고 변덕스러운 동물이라고 말할 수 있다.

<26>
서양의 엄숙한 철학은 인생이 어떠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애초부터 전혀 이해하고 있지 않다. 이것은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철학이 지닌 유일한 기능은 세상의 일반 실업가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 보다도 인생을 더 가볍고 명랑하게 이해하도록 가르치는데 있다.

2장 누가 인생을 가장 즐길 수 있는가
<31>
일상에서 살아가기 위해 분주히 뛰어다니고 있는 우리네 자신이 결코 참된 자기의 모습이 아니라는 것에 우리 모두는 동감한다. 그저 목숨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만 애쓴다면 뭔가 허전하다는 것이 우리 모두의 숨길 수 없는 확신이다.

<34>
나는 정(情, passion), 슬기(智, wisdom), 용기(勇, courage)를 위대한 인물이 지녀야 할 성품이라고 생각한다.

<39>
중국의 불교도들은 갖가지 작은 망집을 두 개의 커다란 묶음으로 분류하였으니, 명성과 부귀가 그것이다……교양 있는 많은 사람들은 부의 유혹을 쉽사리 물리칠 수 있다. 그러나 명성을 얻고 싶다는 유혹을 물리치는 일은 굉장히 위대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힘든 것이다.

<44>
만물의 운행은 스스로 정해진 바 있어, 자연히 동과 반동의 법칙에 지배되고 있기에 영구히 우월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이도 없고 일생동안 구렁텅이에서 헤어날 수 없는 대우(大愚)도 있을 수 없다.

<55>
도시 생활로부터 도피하여 산 속에서 홀로 사는 이는 여전히 환경에 끌려다니는 2류급 은자에 지나지 않는다고 본다. 그러하기에 ‘대은(大隱)은 시중(市中)에 숨는다’

<55>
중용가와 중용의 모습

<58>
가장 행복한 사람은 간신히 경제적으로 독립하게 되었고, 인류를 위해서 대단한 공헌은 하지 않았지만 그런 대로 다소의 일은 했고, 사회에서 어느 정도 이름은 알려져 있지만 그다지 유명한 인물은 아닌 그런 정도의 중산층에 속하는 사람들이다.

3장 인생의 즐거움
<71>
인생의 즐거움을 물질적인 즐거움이니 정신적인 즐거움이니 하고 나누어 부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왜냐하면 우선 나는 이런 구별을 믿지 않고, 둘째는 이런 식으로 나누려고 하면 언제나 갈피를 잡을 수 없게 되게 때문이다.

<73>
누구나 이 세상에 태어난 뒤 부딪치는 문제는 이제부터 노력해서 도달해야 할 목적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이 아니라 우선 평균 5,60년간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하는 것이다……이와 반대로 인생의 목적이 무엇인가 하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덤벼든 철학자 들은 처음부터 인생에는 목적이 있지 않으면 안되다고 하는 독단 아래 출발했기 때문에 애초 논리의 전후를 잘못 잡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75>
신학의 영향을 받고 있는 사람들을 괴롭히는 큰 문제는 인간의 행복에 있는 것이 아니라 비장하게도 인류의 ‘구제’에 있다.

<80>
행복한 순간에의 묘사

<87>
아주 즐거웠던 한때의 기억을 기록해 본 일은 없다. 그런 순간을 맞이하게 되면 메모를 하느라고 모처럼의 행복한 기분을 잡치는 게 싫기 때문이다. –월터 휘트만

<88>
흐뭇한 한때에 관한 김성탄의 33절
“나는 성인군자가 아니기에 불선(不善)으로 향하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다. 밤중에 그 어떤 불선으로 향하고 아침에 일어나면 그 때문에 불쾌하기 이를 데 없다. 그때 문득 머리에 떠오르는 것은 불선을 감추지 않는 것은 참회함과 같다고 한 불교의 가르침이다. 그래서 나는 알지 못하는 사람이거나 옛날 친구이거나 주위의 모든 사람들에게 내가 향했던 불선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아아, 이 또한 흐뭇한 일이 아닌가?”

<104>
종교가 타락한 것은 신조나 신앙 형식이나 신앙개조나 교의 및 그 해석 따위에 온갖 정성을 집중하여 결국 철학적인 정신에 빠지고 말았기 때문이다.

<108>
자기 자신의 참다운 모습, 즉 자연이 준 인성이 무엇인가를 깨닫게 됨을 성(性)이라고 부르고, 스스로의 참다운 모습을 찾아내야 한다는 깨달음을 명(明)이라고 부른다. 이는 곧 자기의 참모습이 무엇인지 이해한다는 것은 스스로의 참모습을 찾아낼 수 있는 길을 알아냈음을 말함이니라. 이 세상에서 그 무엇에도 흔들리지 않는 절대적인 자아를 찾아낸 자만이 하늘이 그에게 준 사명을 다할 수 있느니라. 이는 곧 스스로의 품격을 완성한 자만이 남의 품격을 높일 수 있음을 말함이니라. (중용)

4장 가정의 기쁨
<113>
인생에서의 가장 원시적인 관계는 남녀와 그 아이와의 관계이며, 어떠한 인생철학이라고 하더라도 이 같은 본질적인 관계를 문제로 삼지 않는 한 만족스러운 철학은 될 수 없다. 아니 철학이라고 부를 수 조차 없다.

<115>
힌두교의 창조설에 의하면 신은 여자를 만들 적에 꽃의 아름다움, 새의 노랫소리, 무지개의 빛, 산들바람의 부드러움, 파도의 웃음, 양의 온순한 성질, 여우의 교활함, 구름의 옹고집, 소나기의 변덕스러움 들을 추려서 그것들을 여성의 몸 속에 짜 넣은 뒤 남자에게 아내로 주었다고 한다.

<118>
젊은이는 모름지기 집안에서 효도를 다하도록 가르침을 받고 사회에 나가서는 남을 존중할 줄 알아야 하며, 성실하고 정직하고 모든 사람들을 사랑하고 마음 착한 선비들과 사귀도록 해야 하느니라. 이러한 법도를 모두 지킨 뒤에 아직도 여력이 있으면 그들로 하여금 책을 읽게끔 해야 하느니라 – 공자

<119>
모성본능……이를 테면 여성이 지닌 현실주의, 판단력, 성가시고 귀찮은 일에 대한 참을성, 어리고 약한 것에 대한 사랑, 남을 돌보아주기 좋아하는 성품, 강렬한 동물적인 사랑과 증오, 굉장히 자기 본위적이고 눈물을 잘 흘리는 감상적인 기질과 일반적인 일데 대한 개인적인 견해 등이 그것이다.
……이와 반대로 부성본능은 서른다섯 살이 넘기 전에는 그의 표면에 나타나는 일이 없다. 어떤 경우건 다섯 살 먹은 아들이나 딸을 갖기 전까지 남자란 부성본능을 거의 의식하지 않는다.

<134>
청춘의 샘이란 한 조각의 허망이며, 여태까지 그 누구이건 태양을 사람의 힘으로 움직이게 하거나 지나가는 청춘을 되불러 올 수는 없었노라고.

<158>
미국인들은 그들의 헌법속에서 많은 인권에 대해서 규정했으나 이상스럽게도 자식에게 봉양받을 권리는 잊고 있다. 그것은 효양(孝養)에서 오는 권리이며 의무이다.

5장 생활의 기쁨
<163>
와상론(臥床論)

<164>
철학은 공부하면 할수록 더욱 더 인간 자신의 일을 알기 어렵게 만드는 학문이 되어 버렸다. 철학자가 철학에 대해 이야기 하면 할수록 우리들은 더욱 무슨 이야기인지 영문을 알 수가 없게 된다. 이것이 바로 철학자들이 이룩한 업적이다.

<167>
규칙대로 9시 정각이나 또는 9시 15분 전에 사무실에 나가 노예의 주인처럼 사원들을 감시의 눈초리로 흘겨보며……너절한 일에 심신을 소모하느니보다는 자기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이라는 것을 분명히 파악한 뒤, 10시쯤 사무실에 나타나는 편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176>
문화 자체의 진보는 한가한 시간을 현명하게 이용하는 데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하루종일 바쁘기 그지없고, 저녁 식사 후에는 곧 잠이 들어 버려 소처럼 쿨쿨 코를 고는 실업가 따위는 아마도 문화의 발달에 대해 아무런 보탬도 주지 못하리라고 생각한다.

<185>
혼자서 차를 마시면 이속(離俗)이라는 말을 듣게 되고, 둘이서 차를 마시면 한적(閑適)이라고 일컬어지며, 세 명이나 네 명이 함께 마시면 유쾌하다고 말해지고, 대여섯 명이 마시면 저속(低俗)이라는 소리를 듣게 되고, 일곱 명이나 여덟 명이 어울려 마시면 경멸하는 뜻에서 박애(博愛)라고 불리어지게 마련이다.

<187>
다도의 기술

<189>
차를 마시기에 적당한 시간

<209>
원나라에서 저술한 음식에 관한 책의 내용

<218>
아무리 크고 여봐란 듯이 꾸민 집이라고 하더라도 주인이 기분좋게 거처할 수 있는 특별실이 반드시 하나는 있어야 되기 때문이다.

<227>
엉터리 여행에 대한 견해
첫째, 정신향상을 위한 여행이다……사람의 정신이 그렇게 쉽사리 향상될 수 있는 것인지 아닌지 나는 적이 의문이 간다……이것은 곧 여행 안내원이라는 성가신 제도를 만들었다.
둘째, 화제를 얻기 위해, 그러니까 후일에 이야기할 재료를 얻기 위해 여행하는 일이다….(이러다보면) 박식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혀 하루 동안에 단 한 곳이라도 더 찾아보지 않으면 안되게 된다. 모처럼 휴가를 얻어 노는 날에도 능률만 올리려고 바둥거리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231>
참된 여행자에게는 항상 방랑하는 즐거움, 모험심과 모험에 대한 유혹이 있다. 여행한다는 것은 방랑한다는 뜻이고, 방랑이 아닌 것은 여행이라고 할 수 없다. 여행의 본질은 의무도 없고 일정한 시간도 없고 소식도 전하지 않고 호기심 많은 이웃도 없고 환영회도 없고 이렇다 할 목적도 없는 나그네길이다.

6장 교양이 주는 기쁨
<243>
교양이 있는 사람이라든가 이상적으로 교육을 받은 사람이란, 반드시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이나 박식한 사람을 말하는 게 아니라, 사물을 옳게 받아들여 사랑하고, 옳게 미워하는 사람을 뜻함이다.

<244>
배움이 없이 생각하면 사람을 경망하게 만들고, 이렇다 할 생각이 없이 배우기만 하면 몸을 망치느니라 – 공자

<246>
용기, 다시 말해서 판단의 독자성이란 우리가 알고 있듯이 실로 드물게 보는 미덕이다.

<246>
자기 마음으로부터 납득되지 않는 일이라면 어떠한 저자에게도 쾌히 심취하려고 들지 않는다. 저자가 그를 심취시켰다면 저자가 옳은 것이다. 만약 저자가 그를 심취시킬 수 없었다면 그가 옳고 저자가 잘못 된 것이다. 이것은 지식에 있어서의 견식이다.

<247>
기계적인 시험이나 고사의 결과는 우리들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치명적이다. 그것은 견식이나 판단력을 기르는 것보다는 오히려 사실을 기억하는 힘을 기르는 데 역점을 두기 때문이다.
‘사실을 암기만 해서 얻은 지식만 가지고 있는 사람은 남의 스승이 될 자격이 없느니라’ – 공자

<248>
학문의 탐구는 신대륙의 모험 또는 아나톨 프랑스가 말한 이른바 ‘영혼의 모험’ 같은 것에 지나지 않으며, 그 탐구하는 정신이 해명적이고 호기적이고 모험적인 기분으로 유지된다면 괴로움이 되지 않고 즐거움으로 계속 되는 것이다.

<250>
한 나라가 한 사람의 로댕을 낳게 하는 것보다 모든 어린이들이 저마다 독자적인 창작을 즐거움으로 삼게 되는 편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즉, 온갖 분야에서의 아마추어리즘을 주장하는 셈이다.

<261>
그림이건 문학이건 연극이건 초심자 모두에게 가장 힘겨운 것은 자기를 나타내는데 있다.

<265>
하루에 두시간 만이라도 (독서를 통해) 다른 세계에 살면서 그날그날의 번뇌를 잊을 수가 있다면 더 말할 것도 없이 육체적인 감옥에 갇혀 있는 사람들로부터 부러움을 받을 특권을 얻은 것이 된다. ……심리적인 효과를 놓고 본다면 진정 여행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책을 읽는 사람은 항상 사색과 반성의 세계에 출입할 수가 있다.

<265>
선비가 사흘 동안 책을 읽지 않으면 스스로 이야기하는 말이 무미건조하게 느껴지고 거울에 비친 자기 얼굴을 보기가 역겨워 진다. – 황산곡

<267>
음식에 대한 기호와 마찬가지로 무엇을 좋아하느냐는 아무래도 사람에 따라 다르게 마련이다. 가장 위생적인 식사법은 결국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먹는 것이다. 그래야만 자기의 소화력에 확신이 서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것도 이와 마찬가지여서, 어떤 이에게는 살이 되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독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선생은 자기가 즐겨 읽는 책을 학생들이 꼭 읽도록 강요할 수 없는 것이고, 부모라 하더라도 자식들이 자기와 똑 같은 취미를 갖기를 기대해서는 안된다. 읽고 있는 것에 흥미를 느낄 수 없다면 그 책을 읽는 다는 것은 완전한 시간 낭비일 따름이다.

<269>
‘나이 쉰 살이 되면 <역경>을 읽어도 좋으리라’ 이 말은 곧 마흔 다섯 살 때까지는 아직 역경을 읽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이다.

<270>
자기 마음에 드는 작가를 찾아낸다는 것은 지성의 발전을 이루는 데 있어서 가장 중대한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경우에는 영혼의 친화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그러니까 고금의 작가들 가운데 그 영혼이 자기의 영혼과 비슷한 사람을 우리들은 찾아내지 않으면 안 된다. 오직 그렇게 함으로써만 사람들은 독서에 의해 참으로 좋은 것을 얻을 수가 있다.

<272>
저자가 그의 마음에 꼭 들 경우, 문체건 견해건 생각하는 태도건 하나같이 마음에 꼭 든다. 이렇게 되면 독자는 한줄 한 구절을 탐독하기 시작한다. 본래 정신적인 친화력으로 맺어진 것이니까 모든 내용을 흡수하고 쉽사리 소화해버리고 만다. 작가가 주문을 외면 독자는 기꺼이 주문에 걸려 때에 따라서는 목소리도 하는 짓도 웃는 모양도 이야기하는 태도까지도 작자와 똑같아지는 수가 있다. 그리하여 문학적인 애인에 홀딱 반해 그 책에서 자기의 영혼을 살지게 하는 자양분을 아낌없이 흡수해 버리게 된다.
몇 년이 지나 주박(呪縛)이 풀려 다소 싫증을 느끼게 되면 또 새로운 애인을 구하게 된다. 서너너덧 번 애인을 바꾸고 남김없이 자양분을 흡수해 버리면 이번에는 자기 자신이 저자로서 나타난다.

<273>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생기면 아무데서나 읽어도 좋다.

<275>
참된 독서법은 무엇일까? 대답은 간단하다. 기분이 내키면 책을 손에 들고 읽는 것이다. 책읽기를 진심으로 즐기려면 어디까지나 마음이 내킬 때 읽는 수 밖에 없다고 본다.

7장 신에 가까운 자는 누구냐
<285>
종교란 항상 자기만의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자신을 위한 종교관을 갖지 않으면 안된다. 진지하기만 하다면 결말이야 어떻게 되었건 신의(神意)를 어기는 게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

8장 사고 방법론
<304>
겉은 유교로써 그 몸을 닦고, 안은 불교로써 그 마음을 다스린다.



4. 책 속의 작은 발견

-불수(祓袖) : 소매를 털고 떠난다. 몹시 기분이 상했을 때는 오른쪽 팔이나 양쪽 팔을 동시에 탁 소리나게 아래로 내려뜨려서 마제수(馬蹄袖,비단으로 안감을 댄 소리나는 웃옷)의 걷어올린 소매를 소리나게 아래로 내려뜨리고 아주 우아하게 어슬렁어슬렁 방에서 나가는 것. 이런 것들이 이제는 사라지고 볼 수 없다. (프러시아 신사나 독일 처녀의 격식있는 인사 처럼) 258


* books

-플라톤 ‘대화편’, 향연
-홍루몽
-장자


* 이 책은 원래의 13장 중 8개 장만 실려 있었다. 전체 장을 보려 한다면 다른 책을 찾아야 함.

IP *.148.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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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탄
2006.08.18 21:50:10 *.81.21.58

아주 오래 전에 읽었을텐데, 아주 새롭네요. 115쪽의 '여자에 대한 오해'를 빼고는 고즈넉한 고전의 향기를 느낄 수 있어서 좋구요.

그나저나, 이 더위에 임어당의 '생활의 발견'을 읽고 있는 젊은이란, 대단한 희소가치가 있는 인물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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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빈
2006.08.19 23:03:12 *.29.236.27
아니면 더위를 먹은 젊은이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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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형
2006.08.20 10:37:53 *.116.34.125
그러고 보니 이 책을 잊고 있었구나. 6년전 내가 남도를 헤매고 다닐 때 내 배낭 속에 있었던 책이었지. 이제 쉰 살이 넘어 주역을 보며 무릎을 치는 일이 많아 졌으니 그의 말이 틀리지 않다.

홍성 한선생이 여기 자취를 남겨 놓은 것을 보니 죽은 것은 아니구나. 선비는 3일을 보지 않으면 그 학문의 진도가 두려워 괄목상대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했는데, 한선생이 그동안 무엇을 이루었는 지 궁금하구나.

무엇을 하던 쉬면 안된다. 쉬더라도 길 위에서 쉬어야 한다. 이것이 길을 나선 자들의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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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탄
2006.08.20 15:55:33 *.81.20.49

소장님, 잘 다녀오셨지요?

하던 일을 정리하고 이사를 하느라 조금 주춤합니다. 게다가 서점엘 못 가서 책도 못 골랐습니다만, 9월부터 본격적으로 백수이므로 곧바로 만회할 수 있을 것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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