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북

연구원들이

  • 한명석
  • 조회 수 2468
  • 댓글 수 2
  • 추천 수 0
2006년 9월 1일 19시 41분 등록
현 경, 결국은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할꺼야, 열림원 2001


밀라래빠에 대한 언급이 있었던 것같아서 현 경의 묵은 책을 들추다가 고스란히 다시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을 처음 보고 흥분했던 때가 벌써 오년 전이라니, 세월은 어디로 가 버린 것일까.


밀라래빠의 이름이 두 어 번 나오기는 해도 기대처럼 자세한 소개는 없었다. 그 대신 하루종일 현 경의 세계에 다시 한 번 빠졌다 나온 셈이다. 같은 여자인데다 같은 세대로서, 게다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나름대로 가식을 싫어하며 생의 본질에 가 닿고자 하는 기질을 가진 사람으로서, 앞서가는 선구자의 순례기를 보는 기분이었다.


현 경의 일생은 참으로 드라마틱하다. 부모님께서 모두 돌아가신 후에야 생모가 따로 있는 것을 알게 된 그녀, 그것도 꿈의 계시에 의해서였다니 현 경은 여러 면에서 영성이 풍부한 사람이다. 현 경이 어려울 때마다 마치 환상처럼 나타나서 위로해주고 갈 길을 알려주는 그녀... 에 이르면 현 경의 감성과 상상력이 뛰어난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나는 현 경의 상식을 믿지만, ‘영성’에 이르러서는 할 말이 없다.


공방수를 타고 났다고 하지만, 현 경은 실로 ‘사람부자’요 ‘관계맺기’의 고수이다. 형용하기조차 어려운 은사 장 원선생님의 배려와 사랑은 물론이요, 전 세계를 다니며 만나는 知己들은 현 경이 열린 사람이요 조직자로서의 면모를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8년 간의 유학생활, 7년 간의 이대 교수 생활을 거쳐, 유니온 신학대학교의 종신교수, 165년 역사상 최초의 아시아 출신 여성 교수, 전 세계를 종횡무진하며 여성과 평화운동에 매진, 이제는 신학을 ‘설명’이 아닌 ‘표현’하고 싶어 아티스트의 길로 접어들겠다는 여자...


두 번 째 읽는 현 경의 자서전적 순례기는 ‘성장기록’으로 읽혀졌다. 우리가 암묵적으로 용인하듯, 스무 살까지만 성장기로 치부한다면 그 이후의 삶은 무엇으로 버텨야 할까.


어린 아이들은 5세와 6세와 7세의 차이가 너무도 확연해서 경이로울 지경이다. 저 속도로 변화와 성장을 계속해 왔다면 스무 살, 서른 살에는 우리 모두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루었어야 마땅하다. 일가를 이루기는 커녕 적지않은 나이에 여전히 남루한 무지랭이의 삶이지만, 알게 모르게 성년도 장년도 변화와 성장을 하고 있다. 현 경처럼 정열적이고 생에 대한 질문으로 가득찬 사람들은 쉬지 않고 해답을 찾아 히말라야로 동안거로 신학과 불교, 예술을 넘나들며 극단적인 모델을 보여주는 것이고, 우리네 범부들은 훨씬 작은 보폭이나마 멈추지 않고 나름대로 해답을 찾아 걷고 있는 것이다.


‘무당의 딸’이라는 루머가 나돌 정도의 정열의 화신, 현실이라는 이름에 절대로 굴복하지 않는 여전사, 끊임없이 경계를 허물어 나가는 진보주의자, 생의 끝까지 가 보아야만 하는 벼랑중독자, 사랑 앞에 한없이 솔직한 로맨티스트 현 경... 우리가 이보다 더 솔직한 기록을 가진 적이 또 있던가.


그녀의 책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루미의 시를 음미해본다. 언제고 내가 단순하고 평화로운 마음상태에 도달했을 때, 이런 초대장으로 지인들을 초대하여 파티를 즐기고 싶다.


봄의 과수원으로 오세요.
꽃과 촛불과 술이 있어요.
당신이 안 오신다면,
이런 것들이 다 무슨 소용이겠어요.
당신이 오신다면,
또한 이런 것들이 다 무슨 소용이겠어요.

IP *.81.17.200

프로필 이미지
정재엽
2006.09.01 23:16:46 *.148.138.230
현 경 교수를 뉴욕에서 뵌 적이 있습니다. Warner Bros.의 행사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한 번 뵈어도 기억에 퍽 남는 인상이었답니다. 그 후로 이 책을 읽게 되었는데- 그 후 '미래에서 온 편지'라는 책을 읽고 아 그녀답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답니다. 기운 펄펄나는 그런 에코페이니스트랍니다.
프로필 이미지
추효점
2006.09.14 01:16:30 *.164.134.112
현 경님이 그렇게 유명하신 분인줄 몰랐습니다. 몇년전에 도서관에서'미래에서온 편지' 를 읽었던 기억이납니다. 그 책을 읽고, 저도 끼와 깡으로 똘똘 뭉치고 싶어서,,, 메모하고 그랬는데,,
다시 한번 현경님의 글을 읽고, 힘내고 싶습니다.
글 올려주셔서,,, 감사...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452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모두 한글자도 되어있다 [1] 도명수 2006.08.28 4116
4451 워렌 베니스의 리더와 리더십 [1] [1] 꿈꾸는간디 2006.08.29 3329
4450 잭 웰치, 위대한 승리 [1] 정경빈 2006.08.30 2229
4449 용병술과 열정의 대가, 잭 웰치 [4] 한명석 2006.08.30 2264
» 다시 읽는 현 경 [2] 한명석 2006.09.01 2468
4447 달라이 라마, 나의 티베트 한명석 2006.09.01 2370
4446 위대한 경영자 잭웰치-위대한 승리 꿈꾸는간디 2006.09.02 2236
4445 마음으로 떠나는 탐험 - 스키너의 심리상자열기 [4] 정재엽 2006.09.02 2623
4444 토끼사냥이 끝나면 사냥개를 잡아 먹는다- 史記 1. 정재엽 2006.09.02 3148
4443 세계의 기술 - 동방견문록 정재엽 2006.09.02 5790
4442 아름답게 보는 법도 배워야 한다. -미학 오디세이 [2] 정재엽 2006.09.02 3010
4441 잔인함도 때론 아름답다 - 잭웰치, 끝없는 도전과 용기 [1] [1] 정재엽 2006.09.02 9227
4440 리더쉽, 그 흔해 빠진 보석 -워렌 베니스의 리더와 리더십 [2] 정재엽 2006.09.02 3475
4439 우리시대의 씰크로드 - 씰크로드학 정재엽 2006.09.02 2275
4438 윤후명의 "꽃" 한명석 2006.09.03 2291
4437 24: 잭웰치의 끝없는 도전과 용기 김귀자 2006.09.03 2499
4436 신영복의 "더불어숲" 한명석 2006.09.05 2343
4435 프랑스 영화의 어떤 경향- 프랑소와 트뤼포 정재엽 2006.09.06 6496
4434 서드 에이지 [6] 한명석 2006.09.06 2886
4433 리더와 리더십 [3] 박소정 2006.09.08 3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