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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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 라마, 나의 티베트, 시공사, 2000
달라이 라마, 하버드대 강의, 작가정신, 2006
달라이 라마에 대해 알고 싶어서 두 권의 책을 신청했는데 만족스러운 선택은 아니었다. 한 권은 사진집에 달라이 라마가 짧은 글을 덧붙인 형식이었다. 아름답기는 해도 지나치게 간략했다. 반면에 하버드대 강의는 끝없이 복잡한 구분과 상세한 개념으로 점철되어 있었다. 1981년 8월, 달라이 라마가 마흔 여섯 살에 행한 강의록이 왜 이제야 출판이 되었을까?
달라이 라마, 1935년 6월 티베트의 암도지방 작은 농가에서 태어남, 13대 달라이 라마가 입적한 후 그의 화신을 찾기 위해 티베트 전역을 뒤지고 다녔던 탐색팀에 의해 여러 가지 시험을 거쳐 13대 달라이 라마의 화신임이 밝혀짐. 40년에 라사에서 공식적으로 14대 달라이 라마 텐진 갸초로 즉위함.
1950년 티베트의 수도인 라사를 무력침공한 중국공산당은 티베트가 역사적으로 중국의 속국이었다고 주장하며, 티베트를 중국의 일부로 간주하고 현재까지도 강점하고 있음.
1959년 인도로 망명한 이래 달라이 라마는 세계 곳곳에서 찾아오는 여러 나라의 사람들에게 진정한 자비심으로 티베트 민중을 이끄는 지도자로서의 삶을 보여주며, 이 시대 최고의 위인으로 존경받음. 1089년 노벨평화상 수상.
사진으로 접한 티베트의 풍광은 달라이 라마가 말한대로, ‘평화의 성소’역할을 하기에 아주 적합해 보였다. 불교에서 말하는 비폭력-불살생은 인간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의식을 갖고 있는 모든 살아 있는 존재에게 해당되듯, 동물은 제 땅에 야생으로 살아 있어야 동물이다. 인간을 위해 단지 보여지기 위해 동물원에 끌려와 있는 동물을 상기해 보라. 동물이 살아갈 수 없는 자연은 이미 자연이 아니다. 표범과 사자와 푸른 양이 살아있는 티베트의 초원은 실로 신비로웠다.
낙관적인 미소의 소박한 얼굴들이 오체투지로 성지를 순례하고 있다. 평화로운 만족이 있는 단순한 삶, 현대인들이 한 시절 성취와 소유에 휘둘리고 난 뒤에 도달하게 되는 경지가 아닐까, 대다수의 티베트인들은 그 경지를 민족성으로 유지하고 있는 것이고.
10억의 인구를 바탕으로 한 강력한 중국과 고작 6백만 인구가 전부인 티베트의 허약한 입장에도 불구하고, 티베트의 정신적 유산은 전 세계의 많은 지역적 갈등을 해소하는 자유로운 피난처요 창조적 모델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티베트는 이 세상에서 가장 종교적인 나라로 불리어 왔다. 전체 인구의 약 10퍼센트가 출가자일 정도로 많은 사원, 세속의 권위와 종교적 권위가 통합되어 있는 달라이 라마라는 지위, 실제로 모든 행정도 이원화되어 있다. 두 명의 총리가 있어 한 사람은 세속 문제를 다른 사람은 종교 문제를 담당하고, 내각 역시 네 명의 각료인데 한 명은 승려이고, 세 사람은 속인이다. 내각의 직속기관에는 달라이 라마의 지휘를 직접 받으면서 종교적인 문제를 담당하는 네 명의 승려 비서원과, 국가의 서무를 담당하는 네 명의 속인 관리로 구성된 재무원이 있는 방식이다.
엄청난 속도와 무목적성으로 대표되는 현대의 흐름에서 의연하게 떨어져 앉은 상징적인 나라, 물량과 쾌락의 질주와 대비되는 정신적인 피폐함, 다람쥐 쳇바퀴아니면 빨간 구두라도 신은 양 멈출 수 없는 현대의 속도에 그 존재 만으로 의문과 대답이 되는 나라, 티베트의 중심에 달라이 라마가 있다.
하버드대 강의를 인내심을 가지고 읽어보려 했지만, 거의 읽을 수가 없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기 때문이다.
“열반이 무엇일까요? 열반을 얻을 수 있는 것은 불성, 또는 본성주종성이라고 하는 기반이 있기 때문입니다. 각 종파마다 불성에 대해서 다르게 설명하기 때문에 미세함의 관점에서 보면 많은 불성들이 있습니다. 성문승에서는 최종적으로 성문승과 연각승과 보살승 등 삼승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성종성에 대해 말할 뿐, 불성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습니다. 성문이나 연각 수행자들이 아라한으로서 깨달음을 얻고 나면 무여열반을 실현해서 그들의 마음의 연속체는 단절되기 때문에, 보살승과는 달리, 그 다음에는 더 이상 수행이 있을 수 없다고 성문승에서는 말합니다. 따라서 그들은 최종적으로 성문승과 연각승과 보살승 등의 삼승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161-2쪽
달라이 라마가 아직 젊을 때 행한 강의라서 학문에 치우친 것은 아니었을까, 조심스러운 생각도 들었다. 그런가 하면, 개념이해에서 그치는 우리네 학문풍토가 생각났다. 해외토픽감이 될 정도로 과도한 우리네 교육열이 학문의 즐거움으로 연결되지 않는 주범! 이 책에 아주 상징적인 예화가 있어서 옮겨 본다. 밀라래빠 식으로 ‘복잡한 형이상학을 배울 필요없이 본질적인 의미를 말하는’ 책을 읽고 싶다.
어떤 철학자가 위대한 수행자인 밀라래빠< 15세기, 티베트의 수행자, 고행을 통해 한 생애에 성불했다고 함>와 토론을 벌인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 철학자는 밀라래빠에게 논리적 이유와 모순과 관계와 ‘나타났지만 확인하지 않은 모습’ 등을 주제로 논리학과 인식론에 대해서 답변해보라고 햇습니다. 밀라래빠는 그 학자에게, “나는 논리학이나 인식론을 잘 모르지만, 나의 논리로 보면 학자인 당신의 마음이 번뇌에 휩싸여 있다는 사실은 결론이고, 당신의 마음이 불교의 가르침에 배치된다는 사실은 모순이고, 당신이 겉으로는 수행자처럼 보이지만 마음속은 진정한 수행자가 아니라는 사실은 ‘나타났지만 확인하지 않은 모습’에 해당된다”고 대답했습니다.
-하버드대 강의 80쪽-
IP *.81.17.200
달라이 라마, 하버드대 강의, 작가정신, 2006
달라이 라마에 대해 알고 싶어서 두 권의 책을 신청했는데 만족스러운 선택은 아니었다. 한 권은 사진집에 달라이 라마가 짧은 글을 덧붙인 형식이었다. 아름답기는 해도 지나치게 간략했다. 반면에 하버드대 강의는 끝없이 복잡한 구분과 상세한 개념으로 점철되어 있었다. 1981년 8월, 달라이 라마가 마흔 여섯 살에 행한 강의록이 왜 이제야 출판이 되었을까?
달라이 라마, 1935년 6월 티베트의 암도지방 작은 농가에서 태어남, 13대 달라이 라마가 입적한 후 그의 화신을 찾기 위해 티베트 전역을 뒤지고 다녔던 탐색팀에 의해 여러 가지 시험을 거쳐 13대 달라이 라마의 화신임이 밝혀짐. 40년에 라사에서 공식적으로 14대 달라이 라마 텐진 갸초로 즉위함.
1950년 티베트의 수도인 라사를 무력침공한 중국공산당은 티베트가 역사적으로 중국의 속국이었다고 주장하며, 티베트를 중국의 일부로 간주하고 현재까지도 강점하고 있음.
1959년 인도로 망명한 이래 달라이 라마는 세계 곳곳에서 찾아오는 여러 나라의 사람들에게 진정한 자비심으로 티베트 민중을 이끄는 지도자로서의 삶을 보여주며, 이 시대 최고의 위인으로 존경받음. 1089년 노벨평화상 수상.
사진으로 접한 티베트의 풍광은 달라이 라마가 말한대로, ‘평화의 성소’역할을 하기에 아주 적합해 보였다. 불교에서 말하는 비폭력-불살생은 인간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의식을 갖고 있는 모든 살아 있는 존재에게 해당되듯, 동물은 제 땅에 야생으로 살아 있어야 동물이다. 인간을 위해 단지 보여지기 위해 동물원에 끌려와 있는 동물을 상기해 보라. 동물이 살아갈 수 없는 자연은 이미 자연이 아니다. 표범과 사자와 푸른 양이 살아있는 티베트의 초원은 실로 신비로웠다.
낙관적인 미소의 소박한 얼굴들이 오체투지로 성지를 순례하고 있다. 평화로운 만족이 있는 단순한 삶, 현대인들이 한 시절 성취와 소유에 휘둘리고 난 뒤에 도달하게 되는 경지가 아닐까, 대다수의 티베트인들은 그 경지를 민족성으로 유지하고 있는 것이고.
10억의 인구를 바탕으로 한 강력한 중국과 고작 6백만 인구가 전부인 티베트의 허약한 입장에도 불구하고, 티베트의 정신적 유산은 전 세계의 많은 지역적 갈등을 해소하는 자유로운 피난처요 창조적 모델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티베트는 이 세상에서 가장 종교적인 나라로 불리어 왔다. 전체 인구의 약 10퍼센트가 출가자일 정도로 많은 사원, 세속의 권위와 종교적 권위가 통합되어 있는 달라이 라마라는 지위, 실제로 모든 행정도 이원화되어 있다. 두 명의 총리가 있어 한 사람은 세속 문제를 다른 사람은 종교 문제를 담당하고, 내각 역시 네 명의 각료인데 한 명은 승려이고, 세 사람은 속인이다. 내각의 직속기관에는 달라이 라마의 지휘를 직접 받으면서 종교적인 문제를 담당하는 네 명의 승려 비서원과, 국가의 서무를 담당하는 네 명의 속인 관리로 구성된 재무원이 있는 방식이다.
엄청난 속도와 무목적성으로 대표되는 현대의 흐름에서 의연하게 떨어져 앉은 상징적인 나라, 물량과 쾌락의 질주와 대비되는 정신적인 피폐함, 다람쥐 쳇바퀴아니면 빨간 구두라도 신은 양 멈출 수 없는 현대의 속도에 그 존재 만으로 의문과 대답이 되는 나라, 티베트의 중심에 달라이 라마가 있다.
하버드대 강의를 인내심을 가지고 읽어보려 했지만, 거의 읽을 수가 없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기 때문이다.
“열반이 무엇일까요? 열반을 얻을 수 있는 것은 불성, 또는 본성주종성이라고 하는 기반이 있기 때문입니다. 각 종파마다 불성에 대해서 다르게 설명하기 때문에 미세함의 관점에서 보면 많은 불성들이 있습니다. 성문승에서는 최종적으로 성문승과 연각승과 보살승 등 삼승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성종성에 대해 말할 뿐, 불성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습니다. 성문이나 연각 수행자들이 아라한으로서 깨달음을 얻고 나면 무여열반을 실현해서 그들의 마음의 연속체는 단절되기 때문에, 보살승과는 달리, 그 다음에는 더 이상 수행이 있을 수 없다고 성문승에서는 말합니다. 따라서 그들은 최종적으로 성문승과 연각승과 보살승 등의 삼승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161-2쪽
달라이 라마가 아직 젊을 때 행한 강의라서 학문에 치우친 것은 아니었을까, 조심스러운 생각도 들었다. 그런가 하면, 개념이해에서 그치는 우리네 학문풍토가 생각났다. 해외토픽감이 될 정도로 과도한 우리네 교육열이 학문의 즐거움으로 연결되지 않는 주범! 이 책에 아주 상징적인 예화가 있어서 옮겨 본다. 밀라래빠 식으로 ‘복잡한 형이상학을 배울 필요없이 본질적인 의미를 말하는’ 책을 읽고 싶다.
어떤 철학자가 위대한 수행자인 밀라래빠< 15세기, 티베트의 수행자, 고행을 통해 한 생애에 성불했다고 함>와 토론을 벌인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 철학자는 밀라래빠에게 논리적 이유와 모순과 관계와 ‘나타났지만 확인하지 않은 모습’ 등을 주제로 논리학과 인식론에 대해서 답변해보라고 햇습니다. 밀라래빠는 그 학자에게, “나는 논리학이나 인식론을 잘 모르지만, 나의 논리로 보면 학자인 당신의 마음이 번뇌에 휩싸여 있다는 사실은 결론이고, 당신의 마음이 불교의 가르침에 배치된다는 사실은 모순이고, 당신이 겉으로는 수행자처럼 보이지만 마음속은 진정한 수행자가 아니라는 사실은 ‘나타났지만 확인하지 않은 모습’에 해당된다”고 대답했습니다.
-하버드대 강의 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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