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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9월 2일 17시 39분 등록

세계의 기술 - 동방견문록


마르코 폴로 (지은이), 김호동 (옮긴이) | 사계절출판사


1.
마르코 폴로는 1254년 베니스에서 태어나 1271년부터 1295년까지의 기간동안 유럽에서 아시아까지 여행했으며, 그 가운데 17년 동안 중국에 머물렀다. 무역상이던 아버지와 숙부는 중동교역으로 인해 몽골제국 쿠빌라이 카안과 우호적인 관계에 있었다. 폴로는 교황 그레고리우스 10세의 서한을 받아 몽골제국으로 떠나는 아버지와 따라 동쪽 여행을 하게 된다. 육로로 타클라마칸 사막 남쪽 오아시스인 케르만, 발흐, 야르칸드, 호탄, 차르찬 등지를 지나 중국 하서지방에 이르러 감주(甘州)에서 1년간 머물렀다. 그 뒤 74년 상도(上都)에 도착하여 쿠빌라이 칸을 만나 성유(聖油)와 교황의 편지를 바쳤다. 이후 폴로는 상도에 그대로 머물며 원(元)왕조의 관직에 올라 17년 동안 살았다. 그 동안 중국 여러 곳을 여행하며 견문을 넓혔고, 90년 무렵 일한국의 아르곤칸에게 보내는 공주의 여행 안내자로 선발 되어 중국을 떠나 95년 콘스탄티노플을 거쳐 고향 베니스로 돌아왔다. 98년 베니스-제노바 전쟁시 포로가 되어 제노바의 감옥에서 작가 루스티켈로에게 동방에서의 견문담을 받아 적게 하여 완성된 책이 동방 견문록이다.

여기까지가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마르코 폴로의 생애이다. 하지만 동방견문록의 사실진위여부가 아직 시비에 놓여져 있고, 마르코 폴로의 출생이나 제노바의 감옥에 있게 된 연유 등이 아직 불확실 하게 밝혀져 있다. 우리는 위의 내용을 참고하여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을 읽되 성급하게 결론 내리지 않기로 한다.

2.
동방견문록의 가장 큰 특징은 우선 최초로 유럽인이 쓴 동방에 관한 본격적인 기행문이고, 유럽인이 동방을 인식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우리가 동방견문록이라고 부르는 이 책의 원 제목은 ‘Divisament dou Monde- 세계의 서술’ 이다. 이것은 마르코 폴로가 이 책을 쓸 당시 의도 하였던 것이 자신의 견문을 토대로 여러 지역에 대한 진귀하고 놀라운 것을 전하려 하였던 것이지, 그것이 동방에만 국한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결국에는 책의 대부분의 내용이 동방에 관한 것이고, 동방의 것들을 전한 것이 되었으므로 동방견문록이라 하여도 크게 어색하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앞의 ‘세계의 서술’이라는 원 제목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또 다른 특징은 이 책이 여행기의 의미를 가지고, 여행과 거기서 얻은 견문을 토대로 저술한 것은 사실 이지만, 이 책에는 개인의 감상이나 흥취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이 돌아보거나 직접 가보지 못한 세계 여러 지역에 대한 체계적 서술을 목적으로 하였기 때문에 개인적인 감정은 피력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 두 가지의 큰 특징이 논쟁을 불러오기도 하는데, 처음부터 제목을 ‘동방의 서술’이라고 했으면 참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3.
동방견문록에는 줄거리가 없다. 굳이 있다면 그의 여행순서나 그가 서술해 놓은 모든 지방을 조금 조금씩 소개하는 방법이 있지만 그렇게 해서는 동방견문록의 제대로 된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 채 수박 겉 핱기만 하는 것이다. 서편부터 시작되는 동방견문록은 서아시아로 시작하여 중앙아시아, 대카안의 수도, 중국의 북부와 서남부, 중국의 동남부, 인도양, 대초원에 대해 많은 장을 할애하여 서술하고 있다.

우선 가장 인상이 깊었던 장은 1편인 서아시아 편의 41장부터 43장에 걸쳐 서술 되어 있는 ‘산상의 노인’에 관한 장이다. 산상의 노인이 살았던 곳은 물렉테라는 지방으로 물렉테는 사라센의 말로 이단자들이 있는 곳을 의미한다. 이 이야기는 폴로가 직접 보고 체험한 것이 아닌 여러 사람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라는 것은 초반에 미리 밝히고 있다. 그들말로 알라오딘이라고 불린 이 노인은 젊은이들을 속이고 얼러서 암살자로서 노인에게 완벽히 순종하도록 만들었다. 노인은 처음에 계곡사이에 이제까지 중 가장 크고 호화로운 정원과 궁정을 지어, 아름다운 여자들이 노닐고 젖고 꿀이 흐르게 하였다. 노인은 이 곳을 자기 밑에 있는 남자들에게 천국이라고 믿게하여 암살자를 만들었는데 그 방법은 다음과 같다. 노인은 그 지방에 사는 청년들을 뽑아 그 궁전에 데려다 놓고 이곳이 마호메트가 말한 천국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몇 일을 그 곳에서 보내도록 하고 어느날 자고 있는 사이에 밖으로 옮겨 놓는다. 그리하면 그 젊은이들은 깬 후에도 그 천국을 잊지 못하고 천국으로 돌아가기를 갈망한다. 노인은 이 점을 이용하여 암살자들을 보내고 그들이 일을 잘 수행하면 나중에 그와 같은 천국에 갈 수 있다고 속인다. 혹 암살 임무를 하다가 죽더라도 천국에 가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자신의 목숨마저도 아깝지 않은 암살단이 조직됨으로 노인에게 지목되기만 하면 죽지않고 살아남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리하여 수많은 왕과 고관이 그에게 선물을 바치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노인도 파멸을 맞게 되는데 1262년쯤 되던 해에 동방의 타타르군주 울라우는 이들을 파멸시키기 위해 군사를 보낸다. 성을 3년 동안이나 포위하였지만 함락되지 않았고 3년째 되던 해 마지막에 더 이상 식량이 없어 함락되고 말았다. 그리하여 노인과 노인의 부하들은 모두 살해되고 말았다.

한가지, 원나라의 쿠빌라이 카안에 대해 서술해 놓은 대카안의 수도편의 84장에서부터 보도록 한다. 폴로는 궁전의 화려한 생활에 대해 자세하게 서술해 놓았다. 대카안의 생신에 는 누가 모여드는지, 어떤 식으로 행사가 진행되는지, 자리배치는 어떻게 되는지, 의복은 어떠한 것을 입는지 등과 몽골제국에서 쓰였던 화폐, 형제들의 관계, 케시탄, 관습, 사냥, 연회, 신하, 역참 등 몽원제국의 여러가지 특징과 자랑거리에 대하여 쓰고 있다. 이것들은 아주 자세하게 서술되어 있으며 화폐는 그 단위의 정확성 까지도 보이고 있다. 서편부터 시작되는 동방견문록은 서아시아로 시작하여 중앙아시아, 대카안의 수도, 중국의 북부와 서남부, 중국의 동남부, 인도양, 대초원에 대해 많은 장을 할애하여 서술하고 있다.

4.
동방견문록의 작자인 마르코 폴로에게는 ‘백만’ 이라는 별명이 있었다고 한다. 그가 하도 과장을 많이 해서 지어졌다고 하는데, 나 역시 동방견문록의 서술에 있어 과장이 많다고 느꼈다. 그의 여행길에 대해서는 어느길로 통하여 갔는지 알 수 없지만, 그가 소개하는 수치 -쿠빌라이 대카안이 그의 1만2000 신하들에게 일년에 값비싼 옷을 13벌 씩 줬다- 나 전설- 기독교의 신앙이 산을 움직였다- 에 대해서는 잘 믿기가 힘들다. 하지만 그의 생생한 묘사나 같은 동방의 나 조차도 접해 보지 못한 많은 내용에 대해서는 놀라워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긴 내용을, 이렇게 많은 지방의 이야기를, 이토록 다양하게 전해주는 이 책에 빠져 들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읽는 틈틈이 앞에서 말했듯이 다른 수업과 연관 되는 내용이 나올 때는 더욱 주의 깊게 보며 다른 사료들과 비교해 보기도 하였다. 나에게 있어 동방견문록은 그저 기행문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듣고 있는 세 과목의 수업 자료면서, 특히 사료의 신뢰성과 관점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 책이다. 그래서 더욱 이 책을 읽는 시간이 값지고 지루하지 않게 느껴졌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생각하였던 것은 사료의 신뢰성과 관점이다. 우선 동방견문록의 신뢰도를 측정할 수 있는 사실성에 대해 알아보고, 동방견문록이 가지고 있는 사료로서의 가치는 얼마나 되는지 알아본다. 동방견문록은 무수히 많은 사본들이 있다. 원본 자체가 지금은 없고, 사본이 무수히 많아 무수히 많은 다른 내용들을 서술하고 있어, 몇몇 믿을만한 사본에서 공통 된 부분을 추려 만든 결정판을 원본에 가장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동방견문록의 사실성의 여부에 관한 의문을 하나하나 집어 가 본다. 우선 ‘17년 간의 장기체류 기록을 감옥에 갇힌 짧은 시간 동안 이토록 상세하게 남길 수 있었을까?’ 라는 의문을 살펴 보자. 폴로의 기록 속에는 도시간의 거리와 방향, 길이나 무게의 정확한 수치, 도시 구조의 상세한 설명이 있는데, 아무리 기억력이 좋아도 이렇게 까지는 다 기억할 수 없지 않을까 하는 것이 사람들의 의아심을 불러일으킨다. 이로서 마르코 폴로나 동방견문록의 진실성을 의심하는 주장들이 제기된다. 사실 곳곳에서 사람이나 연도를 언급할 때 모순이 되는 부분들이 발견된다. 실제로 책에 주석이 매우 많은데 대부분이 기록에 대한 사실 여부에 관한 내용이었다. 이미 폴로의 동시대인들도 그의 이야기가 허구라고 의심했지만, 이러한 논쟁은 오늘날 까지도 계속 되고 있다. 그러나 마르코 폴로의 실재성은 그의 유언장으로 증명이 가능 하고, 그외 다른 자료에도 마르코 폴로라는 인물은 실존 했고, 부친 니콜로와 숙부 마페오와 함께 세계 여러 지역을 여행한 뒤 베니스로 돌아왔으며, 자신의 여행을 기초로 책을 저술 했음을 분명히 확인시켜주고 있다.

그리고 ‘마르코 폴로가 제노아의 감목에서 루스티켈로 에게 구술해 책을 완성하였을까?’하는 의문 역시, 이 책에서 구어체 용어가 많이 사용 된다는 점과 같은 구절들이 계속 반복되고, 용어의 통일이 이루어지지 않은 점으로 보아 이것은 구술한 것을 귀에 들리는 대로 받아 적었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라고 보고, 굳이 제노아의 감옥이 아니더라도 마르코 폴로가 구술하는 것은 받아쓴 책이다. 위의 내용을 토대로 마르코 폴로의 실존과 구술로써 이루어 진 책이 었다는 것, 그리고 사본이 많이 여러 차례 가감이 이루어 졌을 것이라는 점에서 약간의 오차는 있지만 사실성을 많이 내포하고 있고, 사료로서의 가치가 있는 책으로 본다.

5.
13~14세기 몽골제국의 시대에도 몽골이나 중국을 다녀간 유럽인들이 있었지만, 그들이 남긴 글들과 마르코 폴로의 기록을 비교해 보면 많은 차이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전에 몽골을 다녀간 유럽인들의 목적은 이 야만적인 타타르인들의 목적이 무엇이고 기독교로 개종시켜 무슬림과의 싸움에서 지원세력으로 끌어들이려는 것이었다. 따라서 그들의 기록은 그들의 군사적 편제, 전쟁의 방법과 무기의 종류, 종교적 관념등에 집중하였으나, 이에 비해 폴로의 관심은 다방면에 걸쳐 있었고 그의 기록은 실로 지리지이고, 박물지라고 볼 수 있다. 또한 그는 각 지반에서 발견되는 특이한 동식물과 광물에 대한 소개도 빼놓지 않는다. 주민들의 생화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특히 그의 항주에 대한 기록은 아주 세세하며 생생한 묘사를 곁들이고 있다. 무엇보다도 폴로의 기록이 그 이전 사람들과 다른 것은 바로 시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바로 관점의 문제이다. 이전에 그들이 적인지 아닌지 경계하면서 찾아와서 이들을 탐색하고 가는 이들이 쓴 기록과, 쿠빌라이카안에 대해 우호 적이고 주민들에게도 많은 관심을 보였던 폴로의 기록은 같을 수 가 없는 것이다. 폴로의 글 안에는 다른 문화와 관습에 대한 경멸심 이나 서구 문명에 대한 자부심, 우월감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그의 글은 자기 문화의 잣대로 다른 문화를 재보려는 태도가 아닌, 새롭고 신기한 이질적인 것에 대한 놀라움과 호기심을 더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폴로도 기독교 였기 때문에 이슬람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마르코 폴로나 그외 몽골의 다녀간 다른 사람들의 차이에서, 그리고 기독교인 폴로가 이슬람을 부정시 하는 것에서 관점의 차이가 기록의 큰 차이를 불러 온다는 것을 확연히 느낄 수 있다.

6.
동방견문록의 의의라 함은 마르코 폴로의 여행의 의의라고도 볼 수 있다. 마르코 폴로가 여행을 함으로써 동방이 서방을 알게 되고 서방이 동방을 알게 되어 좀더 큰 시야로 세계를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서방이 동방을 알게 된 데에는 ‘세계의 서술(동방견문록)’ 이라는 책이 출판 되었기 때문이지만 그 이전에 폴로의 여행이 없었더라면 서방과 동방이 서로 알게 되는데에는 시간이 더 걸렸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콜롬버스 역시 그가 신대륙 발견을 위해 항해 중에 항상 동방견문록을 지참하였다고 한다. 처음에는 허구라고 많은 비판도 받았지만 점점 더 서방이 동방을 알게됨으로서 그 이전에는 도저히 믿을 수 없었던 – 폴로 역시 도저히 보지 않고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다 라고 말함 – 일들이 사실로 확인이 되면서 동방견문록의 신뢰도는 올라갔을 것이다.

동방견문록은 앞으로도 더욱 연구되어야 할 중요한 사료이다. 책을 편찬하는 과정에서의 실수 들을 그 당시 폴로가 몰랐던 사실을 알고 있는 현대의 학자들이 바로 잡아 주고, 동방견문록 내에서의 중요한 사료들은 좀더 정식적인 학설로 인정 받을 수 있도록 더욱 연구가 필요하다. 과거를 연구하는 것은 과거의 사료들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어떠한 획기적인 사료가 등장하지 않는 한은 새로운 학설이 제기되기가 힘든 것이다.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 역시 어떤 획기적인 새로운 사료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누구도 그것을 부정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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