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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9월 3일 10시 41분 등록
윤후명, 꽃, 문학동네 2003



인터넷으로 책을 사면 가끔 이런 일이 생긴다. 기대했던 것보다 너무 가볍거나 너무 무겁거나. 식물학자가 되고 싶었던 작가 윤후명이 ‘꽃’에 대해 쓴 에세이 모음집이다. 매사에 싫증을 잘 느끼는 자신이 평생동안 싫증을 내지 않은 것은 문학과 식물뿐이었노라고 윤후명은 말한다.


필독서 깜은 아니지만 재미있게 읽었다. 꽃 백가지에 대한 식물학적인 지식과 체험에 대해 쓴 단상을 읽으며, 뜻하지 않은 수확도 얻었다. 그 첫째는 단연코 개인 윤후명의 인생경로이다. 문학을 할 수 있는 최소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자신이 좋아하는 식물과 생업을 연결시키느라 화훼작업에 뛰어들었던 일, 소설을 쓰겠다고 서해안의 한 신도시에 칩거했을 때, 평소 지식을 활용해서 소리쟁이 잎으로 국을 끓이고 잎도 제대로 피지 않은 나물을 뜯으러 다닌 일, 나이들어도 변하지 않는 문학청년 기질... 언제고 다시 출발할 수 있는 그 맹목적인 순수함!


“잠시 도취되어 의탁했던 현실이여, 안녕! 행복이라는 미명 아래 붙쫓았던 진저리나는 상투성이여, 안녕!” 274쪽



꽃에 대한 상식도 조금 생겼다.


퀴즈! 우리나라에서 봄에 가장 먼저 피는 꽃은?
답은 2월에 한라산에서 피는 복수초이다.


진달래와 철쭉의 다른 점은?
진달래는 꽃이 먼저 피고 꽃이 진 후 잎이 올라오는데, 철쭉은 꽃과 잎이 같이 핀다.
또 진달래는 화전 등으로 먹을 수 있지만, 철쭉은 먹지 않는다.


젊어서는 다 늙은 것처럼 구부리고 있다가 씨앗을 퍼뜨릴 때가 되면 빳빳하게 줄기를 펴는 꽃은?
할미꽃이다! 놀랍게도 할미꽃은 꽃받침이 떨어질 즈음부터 하늘을 향해 발딱 꽃대를 세워 민들레처럼 씨앗을 날려보낸다고 한다. 여기서 할미꽃은 백두옹白頭翁이라는 이름을 갖는다고. 설총의 <화왕계>에 모란과 장미의 화려한 미색에 빠진 왕에게 겉모습을 좇는 어리석음을 경계하라는 충언을 올리는 것이 백두옹이라고. 앞으로 시니어시티즌에 관한 글을 쓸 때, 자주 써 먹어야겠다. 아주 신난다.


이 책에 나오는 꽃 중 내가 이름을 아는 것은 절반밖에 되지 않았다. 식물도감과 달리, 꽃에 대한 작가의 사유를 보여준다는 뜻에서 사진도 싣지 않았기 때문에, 모르는 꽃에 대한 에세이를 읽고 감동을 받을수는 없었다. 잠시 ‘이름’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아는 만큼 사랑한다?”


작가가 보는 식물학적인 서술은 그대로 두되, 인문적이거나 체험에 의한 부분을 조금 늘렸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일률적으로 모두 호흡이 짧았다. 자세한 것과 간략한 것의 변화를 주었으면 읽기에 다양해서 좋았을텐데, 연재물이었기 때문에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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