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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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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9월 6일 22시 39분 등록
서드 에이지

책 1: 전경일, 남자 마흔 이 후, 21세기 북스, 2006.5
책 2: 김종헌, 남자나이 마흔에는 결심을 해야 한다, 정신세계원, 2005.10
책 3: 윌리엄 새들러, 서드에이지 마흔 이후 30년, 사이, 2006.3


남자 나이 마흔을 화두로 한 책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전후 55년에서 63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 보통 베이비붐세대라고도 하고 386세대라고도 하는 그 연령층이 40대를 점령하면서 일어난 변화라고 한다. 마침 평균수명은 80세 가까이 늘어나, 인생을 한 번 더 살아도 됨직한 시간을 얻었는데, 종전의 재테크 개념에 한정되어 있던 2막인생에 대한 논의가 성숙되어 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실제로 yes24에서 집계된 바로는 작년에 가장 높은 책 구매량을 보인 연령층은 1인당 6.6권의 40대였다고 한다.


우리 동네 서점에서 세 권의 책을 구입할 수 있었다. 책마다 뚜렷한 개성이 있어서 모든 면에서 참고가 되었다. 먼저 책1은 “브라보! 대한민국 40대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라는 부제를 단 에세이집이다. 중년의 징후, 미리 연습하는 노년, 노년을 준비하는 66가지 지혜 등 비교적 평이한 내용이다. 게다가 지나치게 차분하고 조용한 문체가 더해져, 상식을 확인하는 효과밖에는 얻을 것이 없었다. 저자의 나이가 43세에 불과한데, 이해할 수가 없었다.
부제가 민망할 정도로 낮은 에너지와 기존의 연령개념에 순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에 비하면, 책 2는 훨씬 역동적이고 실험적인 성공사례인 셈이다. 억대 연봉을 받던 남영산업의 CEO가 20년에 걸친 ‘꿈의 탐구’ 끝에 강원도 홍천에 북카페&베이커리를 운영하는 이야기이다. 매사에 부지런하고 탐구적인 부부, 오랜 준비기간, 분명한 철학으로 무장하여 성공할수밖에 없었던 전원생활의 좋은 본보기이다.


재테크보다 꿈이 먼저인 것을 알고 있다는 점에서, 아내에 대한 투자가 최고의 투자인 것을 안다는 점에서, 고서화 등을 수집하며 꾸준히 자기 영역을 준비해 온 점에서 저자는 멋쟁이이고 선구자이다. 부인 역시 제빵 부분에서 만학도로 시작해 대학 강단에 서기까지 의지의 한국인이 아닐 수 없다. 사직을 앞에 두고 망설이는 남편에게, “이제까지 가족 먹여 살리느라 수고많았어요. 이제부터 내가 당신을 책임질게요.”라고 말할 수 있는 전문성과 자신감이 돋보인다.


말하기 쉽고, 읽기야 쉽지만 이만한 성취에 도달하려면 얼마나 근면하고 얼마나 열정적이어야 할까. 허영이나 자기과시에 빠지지 않고, 묵묵히 다음 책을 준비하며 일상생활에 올인하는 저자 부부의 모습이 아름답다. 최근에는 책이나 홈페이지를 보고 찾아오는 많은 40대에게 카운슬러 노릇까지 하고 있단다. peaceofmind.co.kr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 서운한 것이 있다면, 지나치게 안전위주 상식위주의 상투성이라고 해야할까. 보기드물게 모든 것을 갖춘 책이요 사례임에도 상투성을 뛰어넘는 도전까지는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런 서운함을 말끔하게 씻어주고, 죽죽 밑줄을 긋느라 책장을 못 넘기게 만든 것은 세 번째 책, “서드 에이지, 마흔 이후 30년‘이다.


이 책은 현재 캘리포니아 호리네임스 대학 사회학 교수인 윌리엄 새들러의 임상 연구의 결과물이다. 200여 명의 4,50대 성인들을 인터뷰하여 삶의 패턴을 살펴본 후, 그 중 50명을 12년간 추적하여 2차 성장을 해 나가고 있는 사람들의 6가지 삶의 원칙에 대한 연구이다.



‘배움’을 위한 퍼스트 에이지, ‘일과 가정’을 위해 정착하는 세컨드 에이지에 이어, ‘생활’을 위한 40세 이후 노화까지를 서드 에이지라고 한다. 신체발육과 학습을 통해 이루어지는 1차 성장과는 다른 <2차 성장>을 통해 자기실현을 추구해 나가는 시기다.


2차 성장을 해나가는 사람들은 우선 문화와 매스컴이 우리에게 주입시킨 ‘나이역할놀이’를 거부한다. 그들은 원하기만 하면 올라갈 정상이 하나 더 있다는 것을 안다.
나이들어간다는 구식 패러다임에 사로잡혀 지레 삶의 속도를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라, 자기 내면의 어린아이를 일깨우고 새로운 정체성을 찾아가는 일 ~~경험에서 나오는 원숙함과 자신감, 낙관주의와 유머감각으로 무장한 중년은 20대와 비교할 수 없을만큼 만족스러운 시기라는 것이다.


이처럼 새로운 정체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엄격하게 규정된 사회적 역할이나 대중매체의 메시지의 경계 너머로 밀고 나갈 필요가 있다고 한다. 나이듦의 신화를 깨뜨리고, 성공을 재정의하여 그것을 측정하기 위한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이 부분을 읽으며 나는 거의 통쾌할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내가 막연하게 생각하던 것들을 임상적으로 실험한 학자가 있었던 것이다. 20대의 젊음만을 추앙하는 대중매체의 실상을 보라. 젊다못해 유치하기까지 한 10대가 점령한 TV라니! 하지만 20대의 젊음은 뿌리내리지 못한 모색과 방황의 시기였다. 30대에 생활에 정착하기 위해 분주했던 시기를 돌이켜 보라. 지금 서드에이지야 말로 온유한 자신감을 가지고 다시 한 번 도전해볼만한 최적의 시기인 것이다. 나는 기꺼이 나이듦의 신화를 깨뜨리고 성공을 재정의하는 일에 앞장 설 생각이다. 서드 에이지의 기수가 될 것이다. 그 작업에 이 책은 실로 든든한 지원병이 아닐 수 없다.


마흔 이후 인생의 새로운 성장을 위한 6가지 원칙은 다음과 같다.
1. 중년의 정체성 확립하기
2. 일과 여가활동의 조화
3. 자신에 대한 배려와 타인에 대한 배려의 조화
4. 용감한 현실주의와 낙관주의의 조화
5. 진지한 성찰과 과감한 실행의 조화
6. 개인의 자유와 타인과의 친밀한 관계의 조화


어찌 보면 당연하고 상식적인 좋은 말로 점철되어 있는 것같기도 하다. 그러나 이 연구에 임한 저자의 태도 , 그의 연구에 응한 사람들이 보여주는 생동감은 상식을 뛰어넘는다.
아주 짧은 기간 동안만 온전한 삶을 살 뿐, 그 나머지 기간은 죽어가는 과정을 지나치게 길게 늘려 잡는 세태에 대한 통렬한 반박이다. 2차 성장의 창조적인 과정에서 자신의 삶은 물론, 그들이 자양분을 공급한 사람들의 삶까지 비옥하게 만드는, 나이가 들수록 쓸만해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기분좋다.

“앞으로의 시대는 꿈을 꾸는 행위와 자기 극복을 조화시키는 법을 터득한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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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자식
2006.09.06 22:03:41 *.145.125.146
한선생님은 내공이 이갑자 되실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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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옥균
2006.09.06 23:49:05 *.62.201.231
늘 한선생님의 글을 애독하는 오옥균 입니다. 저도 '서드 에이지'에 대하여 'TV,책을 말하다'라는 KBS프로그램에서 구소장님과 다른분이 함께 출연 하셔서 토론 하는 것을 보고 그 책을 읽어 보았습니다. 책의 내용이 그렇게 충실하다기 보다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지만 그러한 발상의 전환을 통하여 앞으로 나이들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긍정적 신호를 주고, 수많은 사람들의 임상실험을 통해 구체적인 증거를 보여 주는 것에서 더욱 힘을 얻을 수 있는 책이지요. 그래서 저 역시 몇권을 사서 지인들에게 나눠 주기도 하였습니다. 나아가 그 분의 홈페이지를 찾아서 직접 이메일을 보내 그 분들이 실시 하고 있다는 10주 프로그램에 대하여 문의를 하였지만 속 시원한 대답은 얻지를 못했지요. 하지만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책인것만은 틀림이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아마도 한선생님이 몇 갑자 높은 내공으로 그 분들을 오히려 압도할 것 같은 예감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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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탄
2006.09.07 10:24:24 *.81.16.22
귀자씨, 쌩유~~

오선생님, 과분한 추임새 고맙습니다. 저는 그 프로그램을 못 봤네요. 오선생님의 덧글이 제 리뷰보다 한 수 위네요. 그렇게 꾸준한 관심을 가지고 계시는데 생활단상이라도 "오옥균의 글"을 보여주시면 어떨지요? 굉장히 반가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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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선장
2006.09.07 21:15:32 *.177.160.239
잘 봤습니다. 한 번 읽어봐야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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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탄
2006.09.08 20:01:35 *.81.93.254
꿈의 선장님, 관심있게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주로 어떤 바다에 배를 띄우시는지 저도 궁금해지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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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선장
2006.09.09 09:45:16 *.177.160.239
음... 갑판에 오르면 저 멀리 수평선이 보여요.

왼쪽을 봐도 오른쪽을 봐도 온통 바다 뿐이지만 가만히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를 때가 많답니다.

푸른하늘의 흰구름, 밤하늘의 별, 머리를 흩날리는 바람, 무리지어 나는 갈매기 모두 제 마음을 설레게 하죠.

바람 한 점 없거나 폭풍우가 치는 날에는 지치고 힘들기도 하지만 다행히 지나가는 배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이겨내곤 한답니다.

그 배들의 선장님 중에는 오랜동안 알고 지낸 분도 있고 처음 보는 분도 있어요. 선장님들 모두 나이도 성격도 그리고 목적지도 다르지만 모두가 자기만의 항해를 위해 물살을 가르고 계시죠.

저 또한 그렇구요. 솔직히 항로가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은 손에 잡은 키를 놓지 않고 단단히 움켜쥐는 거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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