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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9월 19일 17시 49분 등록
[1. 저자에 대하여]

김 용석. 철학자. 로마 그레고리안 대학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고, 철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그의 주된 관심은 문화 담론과 인간론을 접목해 미래 세계를 구상하는 것으로, 이를 위해 문화의 다양한 분야에 대한 학제적 접근과 일상적 분석을 시도해오고 있다. 문화 이론에 철학적 깊이를 부여한 학자라는 평을 받는 그는 최근 몇 년 동안의 국내 활동에서 지식사회와 예술계가 주목할 만한 책들을 펴냈다.

현대문화의 세밀한 조감도를 제시하며 인간의 초상을 다양하게 읽어낸『문화적인 것과 인간적인 것』에서는 광범위하면서도 심도 있는 문화학(文化學)의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대중문화의 중요 장르인 영화와 인문학의 관계를 다룬『미녀와 야수 그리고 인간』에서는 애니메이션 작품의 스토리텔링에 내장된 철학 컨텐츠를 발굴하여 ‘서사(敍事) 철학’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또한 판타지 작품에서 전문 과학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텍스트를 소재로 삼아 문명사의 흐름을 살핀『깊이와 넓이 4막 16장』에서는 21세기 초반을‘혼합의 시대’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정의하며 실용적 미래 전망을 하였다.

우리가 일상에서 아무런 의심 없이 받아들이는 언어습관, 관습, 상식, 고착된 의식 등을 뒤집어 감추어진 진실을 보여준『일상의 발견』에서는 일상이야말로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가장 먼저 들여다보아야 할 대상이라고 일깨워주었다.
현재 영산대학교 학부대학 교수로 있다.

[2. 책을 읽고 나서]

글자 여행을 즐기고 싶은 나에게 두 번째로 손에 잡힌 책이 바로 〈두 글자의 철학〉이다. 이 세상에 소중한 것은 모두 한 글자로 되어있다고 외친 오 동환 선생님의 책을 읽으면서 한 글자에 대한 소중함을 느꼈지만 이 책은 저자가 우리나라 사람들의 대부분이 두 글자의 이름을 갖고 있고 철학용어들도 대부분 두 글자라는 점에 착안하여 책을 짓게 되었다 한다.

사실 나도 이 점의 중요성을 감지하고 두 글자에 대한 여행을 떠나려고 하던 참이었고 이에 관한 저술이나 논문을 찾던 중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우선 저자는 많은 두 글자 중에서 26개의 단어를 선정하였으며 이를 세 개로 대분류하여 첫 장을 인간의 조건, 두 번째를 감정의 발견, 세 번째를 관계의 현실로 나누고 이와 관련된 단어들을 선정하여 배치하였다. 소제목도 두 글자로 잡았으며 인간의 조건에는 생명, 자유, 유혹, 고통, 희망, 행운, 안전으로 감정의 발견에는 낭만, 향수, 시기, 질투, 모욕, 복수, 후회, 행복, 순수를 그리고 마지막 장인 관계의 현실에는 관계, 이해, 비판, 존경, 책임, 아부, 용기, 겸허, 체념을 이야기 하고 있다.

인간의 조건에 배치된 생명, 자유, 유혹, 고통, 희망, 행운, 안전이란 단어들은 어떤 의미로 다가 오는가. 저자는 철학자답게 생명을 제일 먼저 배치하고 있다. 생명은 아름답기도 하지만 무섭기도 하다고 한다. 살아있음은 무서움으로 다가온다는 저자의 이분법적인 생명관은 현실적이고 형이하학적인 모습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나는 생명은 소중함으로 명명하고자 한다. 저자도 이를 직시하고 모든 타인의 죽음은 나의 손실이라고 강조한다. 살아있음은 고귀하며 소중하기에 살아있음에 경건함을 표시할 필요가 있다. 우리 모두는 어떤 단어에서 오는 풍부한 상상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상상력은 글을 쓰는데 있어 초석이요 밑거름이 된다. 저자는 수많은 저술과 사람들을 만나면서 특히 자연속에 에워싸여 있으면서 단어에서 오는 풍부한 상상력의 나래를 펴고 있다. 다만 아쉬움은 저자의 주장이 무엇인지를 모른다는 점이다. 그저 풍귀는 향내만을 펼치고 있을 뿐이다.

단어의 선택이 주는 의미도 알 수 없다. 좋은 말을 찾아 떠나는 나로서는 생명, 자유, 유혹, 고통, 희망, 안전에서 생명과 자유, 희망, 행운 그리고 안전은 좋은 말이요, 유혹과 고통은 좋은 말이 아니다는 생각이다. 이렇듯 저자는 용어의 선정에서 자신만이 들어낼 수 있는 단어를 선정하였기에 나로서는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감정의 발견편에서 나열되어 있는 단어 낭만, 향수, 시기, 질투, 모욕, 복수, 후회, 행복, 순수는 다분히 철학적 용어의 냄새가 물씬하다. 이러한 용어는 인간의 이성적 논리보다는 감성을 자극하는 데 그만이다. 낭만은 젊은이들에게 삶의 여유와 뒤돌아봄을 주면서도 지나친 낭만이 게으름을 자극하는 용어로 돌변할 수 있음을 경계한다. 나는 이 단어가 지극히 감성적인 단어일 수 있고 삶의 생기보다는 처짐을 가져올 수 있어 선뜻 좋은 말에 채용키 어렵다.

어쨌든 현대인의 고단한 삶을 달래주는 데 이 단어만큼 위력적인 것은 없으리라. 오히려 이 단어가 있기에 우리는 고단한 삶의 의미를 인식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 향수는 또 어떤가? 귀소본능을 자극하는 이 용어는 나이 들어 갈수록 품에 안고 싶은 단어의 하나일 것이다. 수구초심도 이 단어의 다른 용어일 것이다. 그러나 시기, 질투, 모욕, 복수, 후회라는 용어는 별로 달갑지 않다. 이것이 현실세계에서 너무나 빈번하게 쓰는 단어이지만 이들을 피해가는 용기 없이는 삶의 아름다움은 상당히 상실 될 것이다.

진정 내가 논하고 싶고 자주 쓰고 싶은 단어가 행복이다. 행복만큼 좋은 단어를 찾아보았는가. 왜 우리는 이런 단어가 있음에도 그토록 불행을 이야기 하는가. 사람이 살아가는 데 행복을 찾기가 무던히도 어렵다는 증거일 것이다. 그러나 행복은 지극히 주관적이고 비물질적이기에 내가 행복을 찾는 여행을 지속적으로 구가한다면 나는 이 단어가 내 곁에 둘 수 있는 용어라는 것을 굳게 믿는다. 순수라는 단어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우리 모두는 순수하지 못하다고 한다. 마치 순수하면 순진하고 세상물정 모르는 사람으로 치부될 수도 있다. 그러나 순수하지 못하면 가치 있는 인간으로의 성숙은 포기해야 될지도 모른다. 인간의 성숙미에 순수함은 기초가 된다.

마지막 장인 관계의 현실에 관계, 이해, 비판, 존경, 책임, 아부, 용기, 겸허, 체념을 배치하고 있다. 사람은 관계속에서 살다 관계속에서 멀어지면서 삶을 마감한다. 그만큼 인간의 삶에 있어 관계만큼 소중한 것도 없으리라. 저자도 이를 잘 갈파하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돈독한 관계의 현실을 더욱 구체화하기 위해 이해라는 단어를 첨언한다. 상대방 이해 없는 관계는 진정한 관계가 되지 못할 때니까 말이다. 존경 또한 이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타인에 대한 존경이 없다면 올바른 관계란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존경에서 중요한 것은 타인의 존경에 앞서 자신을 존경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모든 것의 출발점은 자신으로부터 나온다. 존경심도 자신을 존경하지 않고는 나올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자신을 학대하고 자신을 비하하고서야 진정 타인을 존경할 수는 없다. 저자는 관계에 있어 비판을 이야기 하는데 나는 이 용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다만 여기서 배울 점은 건전한 비판이라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건전한 비판은 개인에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공동체에 속한 공인(公人)에게 하는 말이라는 점이다. 이는 일응 수긍이 가지만 우리는 얼마나 많은 비판문화속에 뒤덮여 있는지를 보라. 비판을 넘어 비평, 비난 등이 난무하다. 이는 지극히 소모적이다. 생산적인 문화로 바뀌려면 비판 보다는 칭찬, 옹호 등 적극적인 용어를 사용해야 할 것이다. 아부와 체념에 점수를 주고 싶지 않다. 그러나 책임과 용기는 삶을 살아가면서 우리 내에게 진정 필요한 용어들이다. 그 중 용기라는 단어는 자신을 드러내고 가치를 발현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단어임이 자명하다. 나는 이 단어를 무척 좋아한다.

저자의 의도는 이렇듯 두 글자에 대해 자신의 주관적 생각을 밝히기 보다는 많은 사람들을 유도하여 담론을 하자는 의도로 풀이된다. 단어가 주는 상상력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이것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면서도 저자의 용어에 대한 탁월한 지식들은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충분히 가르쳐주고 남았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학문의 깊이는 끝이 없음을 다시 한번 절감한다.


[3. 책 속에서]

제1부 인간의 조건

조건은 삶을 제한하지만, 조건이 있어서 삶은 가능하다. 문학과 철학은 인간의 조건을 이야기하는 작업이다. 수많은 인간의 조건들이 드러났어도, 오늘 또 하나의 조건을 발견할 수 있다. 인간의 조건은 비극적이기도 하고, 실존적이기도 하며, 형이상학적이기도 하다. 나는 여기서 우리 삶에 고뇌를 가져오는 조건들도 찾아보겠지만, ‘재미있는’ 조건들도 함께 생각하려 한다. p19

생명1: 폭력, 공포 그리고 생존의 자유

생명을 순수하고 아름다우며 사랑스러운 것으로 보기보다는, 무섭고 잔인하며 억센 것으로 본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런 것이다. 생명이 있는 것은 다 무섭다. p24

생명의 탄생에서 소멸에 이르기까지 그와 연관한 행위는 폭력적일 수 있기 때문에, 생명에 관한 모든 행위에서 세심한 주의와 배려가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p28

우리는 생명 앞에서 무엇보다도 조심해야 한다. p29

생존을 위한 자유의 발현이라는 생명체의 성격은, 그것이 내포하는 폭력성과 함께 누구든 생명 앞에서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일러준다. 생명은 두려운 존재인 것이다. p35

우리는 이제 생명 앞에서 무서움을 느낄 뿐만 아니라, 무서워할 줄 아는 지혜를 가져야 이 험난한 생태계에서 의연하게 살아남을 수 있을지 모른다. p35



생명2: 사랑, 우정 그리고 공존의 신비

어떤 사람의 죽음도 나의 손실이다. 나는 인간사에 연루되어 있기 때문이다. p45

인간이란 생명체는 자신의 자유 의지와 능력으로 자연에 영향을 주고 문명을 창조한다. p46

자유: 모순적인, 너무도 모순적인

생명을 움직이는 동인과 원리가 자유라는 것이다. p49

속박과 억압의 현실은 자유를 더욱 갈구하게 한다. p51

자유인은 죽음으로써 삶의 쾌락을 잃지만, 노예는 죽음과 함께 삶의 고통을 잃는다. p52

사람들이 일상에서 하는 판단과 결정, 선택 등의 행위뿐 아니라 무엇인가를 바라고 갈구하는 것 등 인간의 어떠한 의지 표출도 자유롭게 한다는 믿음이 없으면 이 세상 삶은 무의미하다. p55

자유는 우리 삶에서 ‘모순적인, 너무도 모순적인’ 것이다. p56

‘맘대로 하는 것’, 그것이 자유의 본질이다. p57

자유로우면 행복은 따라온다. 하지만 행복하다고 해서 반드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p57

자유는 ‘모순적인, 너무도 모순적인 것’이기도 하지만, 바로 그 모순의 힘으로 이 세상 기만의 베일들을 들추어내는 힘을 갖고 있기도 하다. 그러니 어찌 자유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겠는가. p58

유혹: 생생한 인간관계를 위한 멋진 놀이

유혹의 밀도는 생명이 얼마나 건강한지를 반영한다. p65

유혹의 본질은 상호 욕망의 실현에 있다. p67

유혹은 본질적으로 유희이다. 모든 사람에게는 그에 맞는 유혹자가 있다. 행복이란 바로 그를 만나는 것이다. p68



고통: 진실의 조건, 희망의 동기

사실 고통에 대한 반응은 인간뿐만 아니라 생명을 지닌 모든 동물의 특징이다. p71

그 어느 것보다도 고통은 생명체가 살아 있다는 증거이다. p72

고통의 경험과 함께 사람은 인격적으로 성장한다. p73

아픔과 괴로움이 있는 곳에 진실을 찾아볼 수 있는 통로가 있다. p76

고통은 역설적으로 희망의 동기다. p76

고통의 이해와 극복이 곧 생명의 도(道)인 것이다. p78


희망: 깨어 있는 자들의 건강한 꿈

판도라는 제우스와 올림포스의 신들이 여러 가지 자질을 부여해 만든 인류 최초의 여자이다. p79

스피노자는 “두려움 없는 희망은 없고, 희망 없는 두려움도 없다.”고 했다. p83

희망을 현실을 극복하는 에너지로 내세울 때마다 우리는 그 진지함을 저울질해야 한다. p86

희망을 잘 쓰려면 ‘마지막’처럼 써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희망이 쉽게 실망이 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이다. p86


행운: 산들바람처럼 즐기기

아리스토텔레스는 어떤 목적이 순전히 우연하게 이루어지는 것을 행운이라고 정의한 것이다. p88

능력 있는 자에게 행운도 따라온다. p89

어떤 작가는 “인생살이에서 가벼움은 구명대와 같다.”고 했다. p94

행운은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조건이다. 그것도 우연의 조건이다. p95

행운과 놀 줄 아는 것 또한 인간의 능력일 것이다. p96


안전: 일상의 덫, 일상의 요구

안전의 문제는 인류의 삶과 함께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p97

일상의 덫은 예견되는 재앙 앞에서도 우리의 발목을 잡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일상적 안전 대책을 항상 수립하고 실천해야 함을 일러준다. p101

현대인은 ‘불안전한 삶을 관리하는 데’ 있어서 원시인들보다 훨씬 못한 삶을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p106

어쩌면 현대인들은 깊은 실존적 고뇌에 빠져 있으면서, 정작 안전이라는 생존적 일상 현실을 잊고 있는지도 모른다. p107


제2부 감정의 발견

인간의 감정에 대해 논리를 전개하기란 어렵다. 그래서 철학이 의도적으로 무관심하거나 소홀히 다루어 온 영역이다. 그러나 관심을 두는 사람에게는 소외된 영역이 더욱 매력적이다. 논리에 가두어 둘 수 없는 것들은 무수하다. 뛰어난 과학적 성과에도 논리의 작은 구멍들이 있어서 과학은 발전하려고 노력한다. 논리로부터 빠져나가는 것들이 사고를 자극할 때, 오히려 ‘감정의 철학’이 가능하다는 것을 발견하리라. p109

낭만: 치기(稚氣)라서 더욱 소중한

사람들은 낭만주의가 무엇인지 몰라도 ‘낭만적’ 기분을 직감한다. p112

인간은 옛것을 보존함으로써 새로움을 얻는다. p114

고독한 영혼은 “더 자유롭게” 상상의 지평을 확장한다. p117

낭만은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인간의 내적 상태이기 때문에 삶의 공통분모를 이루는 것이다. p119

낭만은 흐르는 물처럼 우리의 영혼을 젖게 하는 것이 아닐지.... 그리고 그 영혼은 지혜롭지 않지만 더 인간적인 것은 아닐지.... p120


향수: 노스탤지어의 손수건과 '문화적 인권'

귀소성을 감정의 차원에서 표현한 것, 그것이 바로 향수(鄕愁)이다. p122

향수는 ‘해원(海原)을 향하여 흔드는 노스텔지어의 손수건’처럼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감을 뜻하며, 그곳은 미래가 아니라 과거의 세계를 의미한다. p124

느스텔지어의 차원에서 보아도 ‘보존의 삶’이 ‘파괴의 삶’에 우선해야 하는 것이다. p127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명언도 향수와 무관하지 않다. p127

인간 고유의 감정을 적극적으로 향유하는 생활 조건을 충족시킨다는 의미에서 ‘문화적 인권’에 관한 의식은 없었던 것 같다. p128

본격적인 우주시대가 와도 인간은 영원한 향수의 동물이지 않는가.


시기: 자기 파괴에서 자기 성숙으로

심리학자들은 부러워하고 시기하는 것이 파괴적이든 건설적이든 인간의 삶에 편재하는 것이라는 데 동의한다. p130

초서는 《성서》에 나오는 일곱 가지 대죄 가운데서도 가장 나쁜 것이 시기심이라고 했다. p139

그것은 타인의 불행을 보며 즐거움을 느끼는 악마와 같고,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며 느끼는 기쁨인 것이다. p139

“확실히 시기심의 가장 나쁜 측면은 그것이 모든 장점과 모든 훌륭함을 공격한다는 사실이다. p144


질투: 도도한 생명력의 표현

시기는 시기하는 사람과 시기의 대상이 되는 사람을 전제하는 반면, 질투는 최소한 삼각관계를 내포한다. p146

시기는 ‘능력’에 대한 것이고, 질투는 ‘관계’에 대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p147

질투는 남녀의 사랑을 따라다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p152

사랑하는 사이일수록 질투의 가능성은 상존한다. p152


모욕: 사회적 배제의 전략

사람들에게 가장 모욕적인 순간이 언제냐고 물으면, 아마도 ‘웃음거리가 될 때’라는 대답이 가장 많을 것이다. p155

당한 사람이 심하게 모욕감을 느끼는 것은 바로 이 ‘배제의 효과’ 때문이다. p156

희극적 웃음은 사회의 중심에서 이탈하는 징표를 보이는 개인에 대한 사회적 교정의 전략이다. 그런데 모욕은 이것을 역으로 사용한다. p164

모욕의 행위도 다른 사람에 대한 진정한 관심과 배려 없이 감수성이 메마른 상태에서 빈번하게 발생한다. p165


복수: 누가 용서를 강요하는가

사랑과 증오는 동전의 양면이라고 하던가. 그래서 사랑하는 일에는 크고 작은 복수의 가능성들이 항상 잠재하는지도 모른다. p170

복수의 반대는 용서이다. 영적 지도자들은 용서만이 이 세상에서 평화롭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길이라고 가르친다. p171

복수의 조건을 줄이면 복수의 욕구는 약해진다. p174


후회: 인간적 부활을 위한 계기

후회 없는 삶은 없다. 누군가 “나는 결코 후회하지 않아!”라고 강한 어조로 말한다면, 그것은 오히려 후회의 통증을 심하게 앓고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p176

후회는 이렇듯 자연스레 우러나오는 감정이다. p178

진정한 후회는 양심의 가책을 무시하고 자신의 잘못을 합리화하는 게 아니라, 양심에 거리끼는 자신의 행위를 스스로 책망하는 ‘자책’의 순간을 갖는 것을 의미한다. p182

후회 없는 삶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p184


행복: 삶의 느낌표와 말없음표

행복의 나무는 한 그루일지 모르지만, 이를 지탱하는 뿌리는 수많은 갈래들을 갖고 있다. p186

행복은 쾌락과 밀접하다. 일단 충족되면 지속성을 잃는다. p191

행복은 삶의 느낌표(!)와 말없음표(......)의 성격을 모두 갖고 있다. p194


순수: 감성적 경험의 순간

사실 상대방의 순수성을 의심하는 데 정치인들을 따라갈 사람은 없으리라. P198

이 세상에 완벽한 순수는 없지만 순수의 완전한 상실도 없다. P200

순수는 순간으로 존재하지만, 그것은 우리 삶에 영원히 남는 감성적 경험이 된다. P201

완벽하게 순수한 세상, 순수한 삶, 순수한 사람은 없다. P203


제3부 관계의 현실

이 세상은 관계로 이루어져 있다.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는 어떤 방식으로든 ‘사이’와 ‘틈’이 있기 때문이다. 물질을 구성하는 최소 단위인 소립자들도 그들 사이에서 관계를 이루고 있다. 인간을 논하면서도 ‘인간관계’의 현실을 보지 않을 수 없다. 모든 관계는 분명하기보다 미묘하다. 사람 사이의 이치가 윤리라면, 관계를 성찰하는 데도 ‘분명함의 윤리학’보다 ‘미묘함의 윤리학’이 더욱 소용될 것이다. p205


관계: '사이'의 조성, 무관심의 극복

관계 만들기에서 중요한 것이 바로 ‘사이’를 최적의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다. P210

관계 맺기는 너와 나가 만나서 ‘우리’라는 공동체를 구성하는 것이다. P210

인간은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간다고 할 수 있지만, 관계를 맺기 위해서 산다고도 볼 수 있다. P211

대화는 관계의 조건이다. P215

인간관계에서 ‘사랑한다면 대화하라’는 격언은 항상 유효하다. P216


이해: 합리적 이성과 소중한 감성사이

인간에게 진짜 감동을 주는 것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나온다. P218

이해심은 사랑에 구체성과 지속성을 부여한다. 결국 감동의 이야기는 이해와 사랑이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P219

사랑-이해-용서의 관계에서 사랑과 용서라는 엄청난 세력 사이에 끼여 있는 이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그것은 참으로 미미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강하고 커다란 뼈 사이의 물렁뼈와 같은 작용을 한다. P224

이해는 ‘합리적 생각’이라는 이성의 영역에 뿌리내리고 있으면서도 사랑과 용서 같은 인간 삶에서 매우 소중한 감성적 영역에 걸쳐 있다. P224


비판: '비판을 위한 비판'은 정말 소용 없는가

비판은 공동체 안에서 인간이 올바르게 살아가기 위한 생활 방식 가운데 하나이다. p225

개인적이고 사적인 차원에서는 사실 비판보다는 칭찬이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데 훨씬 더 효과적이다. p226

결론적으로 사적인 관계에서는 ‘비판 최소 적용의 원칙’이 요긴하고, 공적인 관계에서는 ‘비판 최대 적용의 원칙’이 필요하다. p227

비판은 비판받는 대상을 ‘담금질’하는 기능을 한다. p229

우리가 어떤 대상을 비판하는 것은 이런 위기의 상황을 의도적으로 조성해서 그 고비를 넘기는지 시험해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p230

올바른 비판 문화는 시민들에게 사적 관계와 공적 관계의 적절한 구분을 제대로 의식하게 할 것이다. p232


존경: 공공의 이익을 위한 기대치의 표상

존경의 첫 번째 특징은 그것이 즉각적 감성의 결과가 아니라, 지속성을 가진 이성적 판단의 결과라는 것이다. p235

두 번째, 존경은 자연적인 것이 아니다. 존경은 사회관계의 결과이다. p235

존경 역시 인간관계를 맺는 소중한 방식 가운데 하나이다. p239


책임: '구조적 방어'와 '알리바이의 역설'을 경계한다

책임의 소재는 단수로 표시되어야 한다. p246

책임은 ‘꾸짖을 책’과 ‘맡길 임’으로 구성된 말이다. 일을 맡기고 결과에 따라서 벌을 준다는 뜻을 담고 있는 것이다. p247


아부: 자기 살 깎아먹기

아부는 사실 능력과는 배치되는 말이다. p248

인간의 이기심을 배제할 수 없는 한, 아부가 없는 세상은 없다. p254

아부는 결국 사람을 ‘자기 살 깎아먹기’의 위험으로 몰고 간다. p255


용기: 조용한 실행의 덕(德)

용기는 ‘조용한 실행의 덕’이라고 할 수 있다. p259

“행복은 용기의 한 형태이다.” p260

용기는 또한 자유와 밀접하다. 용기가 없으면 자유는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p261

자기를 지키고 대세나 외압에 견디는 힘으로서 용기는 ‘소신(所信)’과도 밀접하다. p261

용기의 힘으로 소신을 지키는 일은 사회․정치적으로 정의의 문제와도 밀접하다. p263

공동체 생활에서 용기는 다른 사람들을 먼저 배려하는 것이다. p265


겸허: 자기조절의 지혜

겸허의 자세는 자신의 심성을 적절하게 유지하는 것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의 평화를 위해서도 필요한 덕목이다. p269

겸허는 원래 위치로 돌아옴을 의미한다. p271

겸허는 일반적 정의에 따르면 다른 사람 앞에서 뻐기지 않는다는 점에서 대인 관계의 덕목이지만, 각 개인의 차원에서는 결국 자기 조절 기능을 한다는 점에서 무엇보다도 자아 찾기의 덕목인 것이다. p272

체념: 삶의 미스터리만큼이나 신비한

체념의 사전적 정의는 “운명에 따르기로 딱 잘라 마음먹는 일.”이다. p273

포기는 상대의 힘을 아는 것인 반면, 체념은 무엇보다도 ‘나 자신을 아는’ 것이다. p274

체념은 매우 성숙한 인간 행위이다. p275

포기는 아무 때나 그만두는 일이다. 하지만 체념을 위해서는 깊은 깨달음이 있든지, 아니면 전환의 진통을 스스로 경험해야 한다. p283

일상에서 체념은 삶의 조건에 대한 ‘어느 정도의 항복’과 ‘약간의 슬픔’과 ‘많은 깨달음’을 동반하는 마음가짐이다. p284


[4. 내가 저자라면]

두 글자가 주는 매력은 탁월하다. 한 글자가 주는 매력은 대부분이 핵심적 내용을 담고 있는 함축된 단어인 반면에 두 글자는 우리 내 삶의 전반에 흐르는 코드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 저자도 이를 갈파하고 이 책의 집필을 결심했던 것 같다. 또한 저자가 이미 밝혔듯이 이 세상에 나열된 단어가 좋은 뜻의 단어만이 있는 것이 아니며 나쁜 뜻을 담은 단어도 비일비재하므로 우리 인간은 이 모두를 아우르는 ‘혼합의 시대’를 즐겨야 함을 호소한다. 그래서 그가 선택한 단어들도 혼합에 걸맞는 단어들로 채워져 있다.

나는 이점이 매우 아쉽다. 우리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데 몹시 버거움을 느낀다. 그래서 이를 해소하는 방법론으로 타인의 부정적인 면과 사물의 그릇된 면을 방편으로 삼으려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 나는 언젠가 부터 이 점에 커다란 반기를 들었다.

좋은 말로 인해 인간의 심성을 치유할 수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저자가 선택한 단어는 좋은 말로 정렬되었으면 더욱 좋지 않았을 까 생각해 본다. 사전에 함축된 좋은 말들은 무수하다. 그 중에서 자신이 특히 좋아하는 말을 항상 품에 안고 다녀보라. 그러면 그 말이 의미하는 대로 사람이 행동하게 되고 이를 통해 좋은 결과가 돌아옴을 경험할 것이다. 이 점에서 이 책이 주는 의미는 많이 반감된 듯하다. 두 글자의 철학은 좋은 말부터 시작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단어가 주는 의미가 마음속 깊이 들어오지 못함이 또한 아쉽다. 그것은 지극히 이분법적 설명 때문이다. 이 단어가 인간에게 주는 효과가 이렇다는 점을 분명히 이야기해야 됨에도 사람마다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는 사유의 다양성에서 출발한 책이기에 저자가 용어에서 오는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의 미약함이 여실하다. 나는 이 점이 이 책의 가치를 낮추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즉 단어가 주는 힘이 약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어쨌든 저자의 두 글자에 대한 철학적 사유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 아니 책을 써야하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한 노하우를 알려준 양서였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깊다고 할 수 있다.
IP *.57.3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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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탄
2006.09.21 11:07:14 *.81.17.3
"계속해서 햇살이 내리쬐는 날만 있었다면, 이 세상은 아마 사막으로 변했을 것이다."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이 세상에 선악과 애증, 빈부와 모순이 있는 한, 좋은 말만 가지고는 이 세상을 제대로 표현할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마 예술의 95%가 존재할 수 없을거구요. ^^
물론 명수님의 선한 의도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저는 저자의 의도가 이해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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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명수
2006.09.21 11:42:02 *.57.36.18
좋은 지적 감사합니다.

그러나 저는 한쪽에 투자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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