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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0월 20일 07시 55분 등록
니코스 카잔차키스(이윤기 옮김), 그리스인 조르바, 열린책들, 2000, 386p

1. 저자 (니코스 카잔차키스 – 1883년 크레타 이라클리온 태생~1957)

니코스 카잔차키스. 이름이 멋지다. 처음 발음할때는 어렵지만, 몇번이고 되뇌어 보면 불러볼 때마다 힘이 느껴지는 이름이다. 니코스 카잔차!키!스!

이 책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자전적 소설이다. 책을 읽는 내내 주인공(오그레)에 카잔차키스를 대입해 보고 나도 대입해 보았다. 카잔차키스를 조금 이해해 보고 싶다면 그의 몇마디를 인용해 보는 것이 좋겠다. 내가 떠드는 것 보다 그게 낫겠다.


“신을 통하여 구원을 받을 것이 아니라 우리가 신을 구원해야 한다”

“내 삶을 풍부하게 해준 것은 여행과 꿈이었다. 내 영혼에 깊은 골을 남긴 사람이 누구누구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꼽을 것이다. 호메로스, 베르그송, 니체, 조르바…”

“한번 부르면 가슴이 뛰고, 두번 부르면 코끝이 뜨거워지는 이름……기적이다, 내가 크레타 사람이라는 것은”

“3단계 투쟁 계획…… 압제자 터키로부터 해방을 쟁취하기 위한 1단계 투쟁, 우리 내부의 터키라고 할 수 있는 무지, 악의, 공포 같은 모든 형이상학적 추상으로부터 해방을 쟁취하기 위한 2단계 투쟁, 우상이라고 일컬어지는 것, 우리가 섬기는 중에 우상이 되어버린 모든 것으로부터 해방을 쟁취하기 위한 3단계 투쟁”

“ (그리스 본토 순례 후) 여행이 끝날 즈음, 내 눈을 그리스로 가득 찼다. 투쟁을 방불케 하는 그 여행에서 내가 얻은 것은, 동양과 서양 사이에 위치한 그리스의 역사적 사명에 대한 인식, 그리스의 업적은 아름다움이 아니라 자유를 찾으려는 투쟁이었다는 깨달음이었다. 나를 이끌어 성인의 세계로 안내한 것은 아름다움이 아니라 책임감이었다”



그가 생전에 적어 놓았다던 묘비명으로 마무리 한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2. 내 안에서 재창조된 생각들

*
시집 두 권을 읽고 나서 바로 이 책을 읽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처구니 없는 고민이었지만, 잠시 잠깐 이런 생각을 했었다.
‘소설이 잘 읽히지 않으면 어떡하나, 그 동안 너무 인문서와 실용서만 읽어대서 문학의 비약을 이해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들었다.
기우였다.

왠지 모르게 이 책이 너무너무 사고 싶었다.
지난 여름, 사부의 글에서 니코스 카잔차키스를 만나고 나서부터 그랬다. 그에 대해 아는 바도 없었고 그의 소설에 대해서도 생소하였지만 꼭 그를 만나보고 싶었다. 이윤기가 번역했다는 사실도 나의 생각에 부채질을 해주었다. 그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그저, 하고 싶어서 했다는 사실 만으로도 나를 칭찬해 주고 싶다. ‘왜’를 생각하지 않고 그랬다는 사실 만으로.

**
조르바는 나로 하여금 중심을 잡게 해주었다. 자꾸만 책 속으로 들어가려는 나를 잡아다가 현실 앞에 세워다 주었고, 보이는 것, 들리는 것, 만져지는 모든 것들을 새로이 보이게 해주었다. 나는 그 동안 헛살았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을 읽는 시간 동안, 내 옆에 늘 조르바가 함께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두목, 이것도 한번 해 볼만 한 겁니다. 해봐요. 아무 생각 없이 하고 싶다면 한번 해봐요” 하면서 내 생활의 울타리를 조금씩 허물어 주곤 했었다. ‘아, 나는 그 동안 너무 딱딱하게 살았구나.’
내 자유의 끈은 너무 짧고 굵었었다.

내 삶이 너무 평탄했었다. 추락도 없었고 상승도 없었다. 늘 편안했었고 그래서 꾸준할 수 있었다. 이것은 분명 내 복이고 행운이었다. 부모님께 감사할 일이고 조물주에게 고마워할 일이다. 하지만 내 삶에서는 피 냄새가 나지 않았다. 내 글에서도 그러하며 내 몸에서도 그러하다. 내가 더 이상 깊어질 수 없다면 그것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이 시점에서 조르바를 만난 것은 다행이다. 나는 그에게서 ‘구역질이 날 정도로 해보는 것’, ‘매 순간 처음인 듯 몰두하는 것’, ‘인생의 줄을 잘라 보는 것’을 배웠다. 이것이 배우겠다고 해서 배워질 일은 아니지만 이 세 가지는 항상 내 머리를 돌며 나를 보챌 것이다.

‘구역질 나도록 해보는 것’. 지쳐 쓰러져 다시는 그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미친 듯이 해보는 것. 이 정도는 해야 깨우치는 것이 있을 것이다. 적당히 몇번 해보는 척 하는 것으로는 절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푹 담궈 봐야 그것을 깨치고 나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매 순간 처음인 듯 몰두하는 것’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온 몸이 바로 ‘그것’이 되는 것이다. 오카리나를 불 때는 오카리나가 되고, 등산을 가면 산이 되는 것이다. 매일 보던 하늘에도, 나무에도, 거리에도 분명 내가 보지 못하는 것들이 있을 것이다.

나는 ‘인생의 줄을 잘라 볼 수 있을까?’ 모든 것을 훌훌 버리고 세계일주를 떠나 볼 수 있을까? 서울을 떠나 다른 곳에서 살아볼 생각이 들까? 밤새 게워내며 술을 마실 수 있을까? 직장에서 마음껏 대들어 볼 수 있을까? 내가 이 줄들을 모두 잘라내지는 못하더라도 그 길이를 늘려 갈 수는 있을 것이다. 내 자유의 범위를 차츰차츰 넓힐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잘라낼 수 있을 것이다.

주변에 ‘조르바’스러운 사람들이 있으면 부럽기도 하고 같이 시간을 보내고 싶기도 하다. 나는 겨우 책을 보고 깨우칠 수 있었는데, 그들은 이미 살면서 깨우쳐가고 있었다. 나는 책에 너무 ‘타락해 있었다’. 내 주변의 조르바들을 스승으로 삼겠다. 그렇게 내 타락을 정화시켜 보리라.


3. 내 안 들어온 글들
=> 아마 이 구절들은 수시로 찾아보게 되지 않을까 싶다.

<9>
자신을 구하는 유일한 길은 남을 구하려고 애쓰는 것이다.

<12>
인간의 영혼은 육체라는 뻘 속에 갇혀 있어서 무디고 둔한 것이다. 영혼의 지각 능력이란 조잡하고 불확실한 법이다. 그래서 영혼은 아무것도 분명하고 확실하게는 예견할 수 없다.

<13>
2년간 내 존재의 심연에서는 하나의 욕망, 한 알의 씨앗이 태동해 왔다. 나는 내 피부를 파먹으며 익어가고 있는 그 씨앗을 내 장부로 느껴왔다. 씨앗은 자라면서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밖으로 나오려고 내 몸의 벽에 발길질을 시작했다. 내게 그것을 파괴할 용기는 더 이상 없었다. 정신적인 낙태는 시기를 놓친 것이었다.

<15>
<왜요>가 없으면 아무 짓도 못하는 건가요? 가령 하고 싶어서 한다면 안됩니까?...
당신 역시 저울 한 벌 가지고 다니는 거 아니오? 매사를 정밀하게 달아보는 버릇 말이오. 자, 젊은 양반, 결정해 버리쇼. 눈 꽉 감고 해버리는 거요.

<18>
“내가 산투리를 칠 때는 당신이 말을 걸어도 좋습니다만, 내게 들리지는 않아요. 들린다고 해도 대답을 못해요. 해봐야 소용없어요. 안되니까.”
“그 이유가 무엇이죠, 조르바?”
“이런, 모르시는군. 정열이라는 것이지요. 바로 그게 정열이라는 것이지요”

<20>
산투리는 짐승이오. 짐승에겐 자유가 있어야 해요.

<28>
사물을 제대로 보고 생각하려면 나남없이 나이 처먹어 분별이 좀 생기고 이빨도 좀 빠져야 합니다.

<29>
“내가 보기에는, 두목은 배고파 본 적도, 죽여 본적도, 훔쳐 본 적도, 간음한 적도 없는 것 같은데? 그래 가지고서야 어떻게 세상 돌아가는 꼴을 알 수 있겠어요? 당신 머리는 순진하고 살갗은 햇빛에 타보지 않았어요”
나는 내 섬약한 손과 창백한 얼굴, 피투성이가 되어 진창을 굴러 보지 못한 내 인생이 부끄러웠다.

<32>
다른 정열, 보다 고상한 정열에 사로잡히기 위해 쏟아 왔던 정열을 버리는 것, 그러나 그것 역시 일종의 노예 근성이 아닐까? 이상이나 종족이나 하나님을 위해 자기를 희생시키는 것은? 따르는 전형이 고상하면 고상할수록 우리가 묶이는 노예의 사슬이 길어지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우리는 좀 더 넓은 경기장에서 찧고 까불다가 그 사슬을 벗어나 보지도 못하고 죽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가 자유라고 부르는 것은 무엇일까?

<42>
육체란 짐을 진 짐승과 같아요. 육체를 먹이지 않으면 언젠가는 길바닥에다 영혼을 팽개치고 말거라고요

<43>
죽음이 존재하지 않는 듯이 사는 거나, 금방 죽을 것 같은 기분으로 사는 것은 어쩌면 똑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고 나는 생각해 왔다.

<62>
조르바는 모든 사물을 매일 처음 보는 듯이 대하는 것이다.

<65>
나는 아무도, 아무것도 믿지 않아요. 내가 스스로를 믿는 건, 내가 아는 것 중에서 아직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조르바 뿐이기 때문이오.

<66>
모든 형이상학적인 근심인 언어에서 나 자신을 끌어내고 헛된 염려에서 내 마음을 해방시킬 것. 지금 이 순간부터 인간과 직접적이고도 확실한 접촉을 가질 것

<73>
나는 알지 못했다. 나는 타파해야 할 것이 무엇인가는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폐허에 무엇을 세워야 하는지, 그것을 나는 알지 못했다.

<79>
먹는다는 것은 숭고한 의식이며, 고기,빵,포도주는 정신을 만드는 원료임을 깨달았다.

<84>
갱도를 팔 때는, 오냐, 내가 바라는 건 탄이다, 하고 나 자신이게 다짐했지요. 그래서 대가리에서 발 뒤꿈치까지 몽땅 갈탄이 되는 거지요.

<90>
두목, 나는 벌써 대가리 꼭대기가 하얗게 세어 있고 이빨도 흔들거리기 시작해요. 그래서 미적거릴 시간이 없어요. 당신은 젋으니까 참고 기다릴 수 있겠지요. 하지만 감히 선언합니다만 나이 먹을수록 나는 더 거칠어 질겁니다. 어느 놈도 사람이란 나이를 먹으면 침착해진다는 소릴 못하게 할 겁니다. 죽음이 오는 걸 보고는 목을 쑥 내밀고 ‘날 잡아 잡수, 그래야 천당가지’ 이 따위 소리는 못하게 하고 말고요. 오래 살면 오래 살수록 나는 반항합니다. 나는 절대로 포기하지 않습니다. 세계를 정복해야 하니까요.

<103>
여자는 불가사의한 거에요. 법률과 종교가 들고 나서봐야 여자에겐 해당사항이 없어요. 여자에게 대해서는 그런 걸 쓰면 안됩니다. 두목, 그건 너무 가혹한 짓이에요. 공정하지 못해요. 내가 법을 만든다면 남자와 여자에게 같은 법을 만들어 적용하지 않겠어요.

<104>
별안간 울고 싶어졌다. 내 것이 아닌, 보다 깊고 막연한 슬픔이 축축한 대지 속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106>
공자 가라사대, ‘많은 사람은 자기보다 높은 곳에서, 혹은 낮은 곳에서 복을 구한다. 그러나 복은 사람과 같은 높이에 있다.’…나는 내 키높이를 열심히 재고 있다네

<106>
인간의 영혼이란 기후, 침묵, 고독, 함께 있는 사람에 따라 눈부시게 달라질 수 있는 것이네

<109>
두목, 돌과 비와 꽃이 하는 말을 들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어요. 부르고 있는지도, 우리를 부르고 있는지도 모르는데 우리가 듣지 못하는 것일 거에요. 두목, 언제면 우리 귀가 뚫릴까요? 언제면 우리가 팔을 벌리고 만물을 안을 수 있을까요? 두목, 어떻게 생각해요? 당신이 읽은 책에는 뭐라고 쓰여 있습디까?

<118>
산다는 게 곧 말썽이지. 죽으면 말썽이 없지.

<118>
나는 아무래도 인생의 길을 잘못 든 것 같았다. 나는 타락해 있었다. 여자와의 사랑과 책에 대한 사랑을 선택하라면 책을 선택할 정도로 타락해 있었다.

<128>
일할때는 말 걸지 마슈. 뚝 부러질 것 같으니까…나는 일에 몸을 빼앗기면, 머리꼭지부터 발끝까지가 잔뜩 긴장하여 이게 돌이 되고 석탄이 되고 산투리가 되어버린단 말입니다. 두목이 갑자기 내몸을 건드리거나 말을 걸면 돌아봐야죠? 그러면 꼭 부러져 버릴 것 같다는 말입니다.

<135>
이 땅의 만물은 어쩌면 이다지도 서로 오묘한 조화를 이루는 것일까. 대지는 어저면 인간의 심장과 이렇게 잘 어울릴 수 있는 것일까?
이같이 사소한 육신의 즐거움이 어쩌면 이다지도 빨리, 그리고 간단하게 엄청난 정신의 즐거움으로 변하는 것일까

<137>
진정한 행복이란 이런 것인가. 야망이 없으면서도 세상의 야망은 다 품은 듯이 말처럼 뼈가 휘도록 일하는 것. 사람들에게서 멀리 떠나 사람을 필요로 하지 않되 사람을 사랑하며 사는 것. 성탄절 잔치에 들러 진탕 먹고 마신 다음, 잠든 사람들에게서 홀로 떨어져 별은 머리에 이고 뭍을 왼쪽, 바다를 오른쪽에 끼고 해변을 걷는 것… 그러다 문득, 기적이 일어나 이 모든 것이 하나로 동화되었다는 것을 깨닫는 것…

<139>
나는 내 인생을 돌아보았다. 미적지근하고 모순과 주저로 점철된 몽롱한 반생이었다.

<140>
오늘날에야 나는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는 행위가 얼마나 무서운 죄악인가를 깨닫는다. 서둘지 말고, 안달을 부리지도 말고, 이 영원한 리듬에 충실하게 따라야 한다는 것을 안다.

<154>
박테리아 한 마리 없는 완벽한 증류수였지만 영양분 역시 하나 없는 물 같은 것, 요컨대 생명이 없는 것으로 느껴졌다.

<170>
당신은 아직 젊습니다. 하지만 지혜가 듬뿍 담긴 옛날 책을 많이 읽어, 이런 표현이 실례가 될지 모르겠지만, 약간 구식이 되어 있어요

<176>
어린 아이처럼 그는 모든 사물과 생소하게 만난다. 그는 영원히 놀라고, 왜, 어째서 하고 캐묻는다. 만사가 그에게는 기적으로 온다. 아침마다 눈을 뜨면서 나무와 바다와 돌과 새를 보고도 그는 놀란다.

<223>
내가 뭘 먹고 싶고 갖고 싶으면 어떻게 하는 줄 아십니까? 목 구멍이 미어지도록 처넣어 다시는 그놈의 생각이 안나도록 해버려요. 그러면 말만 들어도 구역질이 아는 겁니다.
이게 사람이 자유를 얻는 도리올시다. 터질만큼 처넣는 것 이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금욕주의 같은 걸로는 안돼요. 반쯤 악마가 되지 않고 어떻게 악마를 다룰 수 있겠어요?

<234>
나는 진리 너머 진리보다 훨씬 인간에게 소중한 인간적인 의무가 존재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243>
두목! 이 세상에서 악마의 발명품이 얼마나 근사한지, 혹 생각해 본 적 있어요? 예쁜 여자, 봄, 애저구이, 술…… 이런 건 모두 악마의 발명품이라구요. 하느님은 수도승, 금식, 캐모마일 차 ,이런 걸 만들었고요.

<248>
인생의 신비를 사는 사람들에겐 시간이 없고, 시간이 있는 사람들은 살 줄을 몰라요.

<259>
나는 조르바라는 사내가 부러왔다. 그는 살과 피로 싸우고 죽이고 입을 맞추면서, 내가 펜과 잉크로 배우려던 것을 고스란히 살아온 것이었다. 내가 고독 속에서 의자에 눌어붙어 풀어보려고 하던 문제를 이 사나이는 칼 한자루로 산속의 맑은 대기를 마시며 풀어 버린 것이었다.

<263>
일을 어정쩡하게 하면 끝장나는 겁니다. 말도 어정쩡하게 하고 선행도 어정쩡하게 하는 것. 세상이 이 모양 이 꼴이 된 건 다 그 어정쩡한 것 때문입니다. 할 때는 화끈하게 하는 겁니다. 못 하나 박을 때마다 우리는 승리해 나가는 것입니다. 하느님은 악마 대장보다 반거충이 악마를 더 미워하십니다

<263>
‘그대도 별의 움직임을 관찰하라, 함께 따라 도는 것 처럼…’

<267>
오, 내가 당신만큼 젊었더라면! 어디든 한번 이 대가리를 처넣어 볼 겁니다. 일, 포도주, 사랑, 뭐든 말이오. 나 같으면 하느님도 악마도 두렵지 않을 겁니다. 젊음이라는 건 그런 겁니다.

<271>
나는 생전 처음으로 영혼이 곧 육체, 다소 변화무쌍하고 투명하고 더 자유롭긴 하지만 역시 육체라는 것을 깨달았다

<289>
인간이란 참 묘한 기계지요. 속에다 빵, 포도주, 물고기, 홍당무 같은 걸 채워 주면 그게 한숨이니 웃음이니 꿈이 되어 나오거든요. 무슨 공장 같지 않소?

<309>
나는 어제 일어난 일은 생각 안합니다. 내일 일어날 일을 자문하지도 않아요. 내게 중요한 것은 오늘, 이 순간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나는 자신에게 묻지요. <조르바 지금 이 순간에 자네 뭐 하는가><일하고 있네><잘해 보게><조르바, 자네 지금 이순간에 뭐 하는가><잠자고 있네><그럼 잘 자게><조르바 자네 지금 이 순간에 뭘하고 있나><여자에게 키스하고 있네><조르바, 잘해보게, 키스할 동안 딴 일일랑은 잊어버리게. 이 세상에는 아무것도 없네. 자네와 그 여자 밖에는. 키스나 실컷 하게>

<316>
내 말은 종이로 만들어진 것들에 지나지 않았다. 내 말들은 머리에서 나오는 것이어서 피 한방울 묻지 않은 것이었다. 말에 어떤 가치가 있다면 그것은 그 말이 품고 있는 핏방울로 가늠될 수 있으리.

<330>
내가 뜻밖의 해방감을 맛본 것은 정확하게 모든 것이 끝난 순간이었다. 엄청나게 복잡한 필연의 미궁에 들어 있다가 자유가 구석에서 놀고 있는 걸 발견한 것이었다.
모든 것이 어긋났을 때, 자신의 영혼을 시험대 위에 올려 놓고 그 인내와 용기를 시험해 보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외부적으로 참패했으면서도 속으로는 정복자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우리 인간은 더할 나위 없는 긍지와 환희를 느끼는 법이다. 외부적인 파멸은 지고의 행복으로 바뀌는 것이다.

<337>
나는 책으로 책을 정복할 참이에요. 종이를 잔뜩 먹으면 언젠가는 구역질이 날 테지요. 구역질이 나면 확 토해 버리고 영원히 손 끊는 거지요.

<338>
우리의 인생은 얼마나 신비로운 것인가. 바람에 날리는 나뭇잎처럼 만났다가는 헤어지면서도 우리의 눈은 하릴없이 사랑하던 사람의 얼굴 모습, 몸매와 눈짓을 기억하려고 하니… 부질 없어라. 몇 년 만 흘러도 그 눈이 검었던지 푸르렀던지 기억도 하지 못하는 것을.

<339>
두목, 당신은 긴 줄 끝에 있어요. 당신은 오고 가고, 그리고 그걸 자유라고 생각하겠지요. 그러나 당신은 그 줄을 잘라 버리지 못해요…
머리란 좀상스러운 가게 주인 이지요. 가진 걸 다 걸어 볼 생각도 않고 꼭 예비금을 남겨 두니까. 이러니 줄을 자를 수가 없지요… 잘라야 인생을 제대로 보게 되는데.

<342>
우리의 이별은 칼로 벤듯이 깨끗했다.


4. 책속의 작은 발견

- 산투리
- 반인반수 캘리밴
- 고르디오스의 매듭 (Gordian knot)
- 아토스 산
- 니코스 카잔차키스 공항 – 미르티아 마을
- 메토이소노, 성화, 거룩하게 되기.

* books
- 단테의 시편
- 미할리스 대장
- 최후의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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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간디
2006.10.20 11:36:31 *.200.97.235
이번 연구원 모임에서 하도 많이 언급된 책이라 저도 주문해 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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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탄
2006.10.20 12:05:26 *.81.22.52
경빈씨는 이미 충분히 문학적인데요 ~~

뽑아놓은 귀절들을 보니, 조르바가 마치 경빈씨에게 해 주는 말처럼 무릎을 치며, 감탄하며 읽었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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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빈
2006.10.20 13:22:12 *.217.147.199
네 맞아요.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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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smictree
2006.10.21 18:50:45 *.7.166.169
thank you, kbin!
멋진 책 소개입니다.
그리스인 조르바, 읽어야겠다는 욕망이 생기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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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박
2006.10.24 08:53:31 *.55.55.76
저도 꼭 한달 전에 읽었던 책인데.. 희안하네요! ^^
명확히 이해할 순 없었지만, 속에서 용트림하며 꿈틀대는 무언가가 느껴지는 책이었어요. 개인적으로 신앙을 가진지 얼마 되지 않아 가치관의 혼란도 (아주 약간) 있었지만, '자유'에 대한 막연함을 깨주는 책이었던 것 같아요. 좋은 리뷰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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