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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0월 30일 06시 20분 등록
앨빈 토플러, 부의 미래, 청림출판 2006


우리나라에서 피터 드러커나 잭 웰치 같은 스타급 저술가의 책은 불티나게 팔린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 역시 그 중의 하나로, 내가 산 ‘부의 미래’는 출간된지 3주일만에 57쇄로 발행된 책이었다. 얼마나 한국시장이 고마우면, 앨빈 토플러가 한국독자를 위한 사인을 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 책을 구매한 사람의 몇 프로가 과연 이 두꺼운 책을 제대로 읽었을까. 내 생각에는 그렇게 많은 숫자는 아닐것같다. 한국독자는 봉인가.



나는 이 책을 비교적 재미있게 읽었다. ‘제3의 물결’로 유명한 토플러가 아직도 현역인줄은 몰랐다. 이 책의 원제는 Revolutionary Wealth - 혁명적 富이다. 앨빈 토플러가 말하는 부는 단순히 돈이나 자산을 의미하는 것을 넘어, 유무형의 소유로 욕망을 충족시키는 것, 즉 효용을 가진 모든 것을 일컫는다. 인류는 농업혁명, 산업혁명, 지식혁명이라는 세 번의 혁명적인 패러다임 변화를 통하여 부를 창출하는 시스템을 발전시켜 왔다. 세 번 째 지식혁명은 현재 진행 중이다. 토플러는 이 책 ‘부의 미래’에서 이제 막 우리가 들어선 지식혁명의 대 소용돌이를 분석한다.



시간, 공간, 지식이라는 심층기반에 대한 앞부분은 조금 지루했다. 우리도 상식적으로 알고있는 사실을 장황하게 늘어놓은 느낌이었다. 이 세 가지가 미래의 급격한 변화를 분석하는데 아주 유용한 포인트라는 것은 인정한다. 예를 들어 중국은 제2물결과 제3물결의 전략을 동시에 받아들임으로써, 시간이라는 심층 기반과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있다고 한다. 동시에 태평양 지역 전반 - 공간이라는 심층 기반 -에 걸친 세계 경제권의 축을 동시에 바꿔놓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중국은 데이터, 정보, 지식의 창조와 판매 그리고 도둑질에 있어서 세계 일류의 반열에 올랐다는 것이다. 광대무변한 세계의 변화현상을 단순화시켜 분석할 수 있는 중요한 개념인 것은 인정하지만 너무 장황하다.



나의 책읽기는 제 6부 프로슈밍부터 탄력이 붙었다. 프로슈밍은 토플러가 ‘제3물결’에서 만든 신조어로, 개인 또는 집단들이 스스로 생산하면서 동시에 소비하는 행위를 뜻한다. 토플러는 프로슈머 경제가 어마어마하며, 화폐경제 안의 50조 달러는 프로슈머 경제 없이는 단 10분도 존재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이 흐름을 인지할 수 있다. 고객을 위한 신속한 서비스확대로 위장하고 은행의 인건비를 단축시킨 인터넷 뱅킹을 생각해보라. 소비자들이 서적과 음반리뷰를 무료로 제공하는 아마존닷컴을 생각해보라. 디지털 카메라의 등장으로 사진현상도 프로슈머의 손으로 넘어갔다.



‘뉴욕 타임즈 매거진’이 말했듯 “자신의 집에서 컴퓨터 단층촬영을 하고, 변기 물을 내리면 자동으로 소변 검사가 되고, 매끼 식사 후 컴퓨터로 수명 분석이 나온다고 상상해 보라”, 프로슈밍은 가히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선진경제체제의 평범한 개인들이 만들어 내는 강력하고 다양한 도구에 기반을 둔, 하이테크형 프로슈밍을 이해하지 못하면, 혁명적인 부의 창출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한다. 미래를 보는데 아주 실용적이고 즉각적인 관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뒷부분의 ‘자본주의의 미래’와 ‘지각변동’도 꽤 흥미로웠다. 공급이 유한하다는 자본주의 경제학의 근간을 허물어뜨리는 정보데이터라는 지식, 계속 진화되어가는 화폐, 중국과 일본의 역학관계, 달의 에너지원인 헬륨-3... 같은 것들이 재미있었다.



방대한 저술내내 토플러는 고도의 낙관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절대빈곤층이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는 점을 강조하며, 심지어 유전자조작 농산물에조차 지극히 단순화한 논리를 적용하고 있다. 모든 역효과에도 불구하고, 수십억의 인류는 더 부유하고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무수한 기회를 가질 것이라는, 그의 견해는 맞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의 과학만능주의는, 환경운동에 대한 적대적 태도를 가져왔다. 이 책에서 토플러는 환경운동이 거의 종교적 수준의 파워를 지니고, 종말론적 메시지를 홍수처럼 쏟아붓고 있다고 여러번 비난한다. 환경문제와 미래의 급물결을 마치 제로섬 게임으로 파악하는 이런 태도는 이해할 수가 없다. 환경은 그 어떤 가치와 변화보다 앞서서 전제되어야 하는, 그야말로 심층기반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거대한 시야를 가진 미래학자의 도서를 읽는 것은, 독자에게 어떤 효과를 미칠까. 토플러가 그려준 거대한 미래지도에서, 한반도의 한 촌락에 위치한 비경쟁주의자인 내 모습이 보인다. 미래학을 실용적으로 활용할 의도와 능력은 없지만, 내가 몸담고 있는 급류의 방향을 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IP *.81.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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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정
2006.10.30 08:16:07 *.244.218.8
잘 읽었습니다..역시 부지런하세요^^
저도 앞부분 마구 지루하게 읽다가. 프로슈며 읽으면서 정신 차리는 중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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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석
2006.10.31 08:58:20 *.81.62.153
실용적인 감각을 가진 사람이 프로슈머 부분을 집중해서 뒤지면, 무언가 나올 것같더라구요. 약간의 영감을 받긴 했지만, 내 수준에서는 어려울 것같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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