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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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이 엮음, 여행 좋아하세요?, 또 하나의 문화 2006
“존재의 근본을 만드는 것은 책이 아니라 여행이다.”
‘사색기행’의 저자 다치바나 다카시의 말이다.
젊은 문화평론가 정여울은 여행이, 수십 권의 고전을 읽거나 가슴 뻐근한 몇 번의 연애보다도 더욱 강렬하고 둔중한 체험이었다고 말한다. 그런가하면 10대 풍광을 그리는 작업에서 여행을 빼놓은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여행은 이제 현대인이 누릴 수 있는, 최대의 호사이자 꿈이요 일상이 되었다.
해외여행이 자유화된 지 20년, 갈수록 대중화되거나 개인화되고 있는 여행상품 중에서 ‘여성주의 여행’이 눈에 띈다. 여성만이 갖는 위험과 독자성을 모르는 사람들은, 왜 여행에도 여성주의가 따라다녀야 하는지 거부감을 느낄지도 모른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오랜 소수민으로 살아온 여성에게는 ‘여성 홀로’ 혹은 ‘여자끼리’의 여행이 큰 의미를 갖는다.
‘여자 혼자 떠나는 여행’은 경제사회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단독자’임을 선포하는 통과의례가 될 수 있으며, ‘여자끼리의 여행’은 ‘징한’ 자매애를 확인하는 축제이다. 당연히 이에 대한 특별한 노하우의 공유가 필요해진다. 이 책은 여성주의 여행에 대한 그간의 성과를 모은 책이다.
책의 내용은 대략 세 부분으로 나뉜다. 고정희나 난설헌의 자취를 찾아 여성들의 연대를 다지는 프로그램에 대한 보고, 여성이 쓴 개인적이거나 이념적인 여행기, 여행하는 여자들의 네트워크에 대한 내용이다.
98년 ‘50돌맞이 제주 4.3 역사순례’ 집회에 참여했을 뿐인데, ‘자유수호협의회’라는 단체에서 협박편지를 받은 정희진의 제주발견이 인상적이다. 비극적인 ‘4.3’의 참사는 둘째치더라도, 육지의 관점에서 규정받기를 거부하는 ‘제주’의 발견이 이채롭다. 대표적 관광코스로서의 제주가 아니라, 인간성에 대해 치떨리는 질문을 하게 만드는 ‘4.3’과, 변방과 유배의 상징이었던 제주, ‘서울과의 관계’로부터 부여받는 정체성을 부인하는 제주가 새롭다. 여행이라고 해서 다 같은 여행이 아님을 실감하게 된다. 당연히 여성주의 여행의 당위성도 인정된다.
또한 여성주의 여행을 상품화한 사례들도 단연 돋보인다. ‘하자센터’내의 ‘국경을 넘고 싶다’ 프로젝트, ‘언니네트워크’에서 독립한 시스투어, 캐나다의 저니우먼닷컴, 일본의 여행디자이너 등 네 가지 사례가 모두 생생하게 다가왔다.
마흔 둘에 난생처음 5주간 유럽여행을 한 에블린 하논, 개인적인 아픔을 잊으려 끔찍이도 울며다닌 그 여행은 2막인생의 출발점이 되어주었다. 스스로 안전을 지키고 여행의 효율을 깨우치며 다닌 여행의 종반에 그녀는 웃음을 되찾았다. 전에 없던 독립심이 생기고 좀 더 강하고 현명한 사람이 되어 고향으로 돌아온 그녀는 만학도로 다시 공부를 시작하여, 저니우먼닷컴을 운영한다. 11년만에 저니우먼닷컴은 인터넷에서 여성 중심의 여행 상품 목록을 가장 잘 갖춘 곳으로 자리매김하고, 150개 이상의 광고주들의 지원을 받고 있다. 그녀는 2001년 ‘타임’지에 의해 ‘새로운 세기의 혁신적 사고의 인물 백 명 중 한 명’으로 선정되기에 이른다.
에블린 하논은 그녀의 싸이트를 파트타임 웹마스터 한 명과 관리하고 있다. 그녀의 사례는 내게 영감을 주는 요소로 가득차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출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 작업은 혼자 하되 전 세계로 뻗어가는 영향력, 혁신적 사고... 마침내 우뚝 서기까지, 이 사례 때문에 이 책이 내게로 왔구나~~ 싶어진다.
일본의 프리랜서 여행디자이너 오소도 마사코의 라이프스타일도 멋있다. 일곱 살 짜리 딸과 둘이 50일간 유럽여행을 하며 아이를 키우는 엄마, 그녀가 두 달간 세계 일주 여행을 할 때의 정황이 재미있다. 그녀는 여행 전문가가 되고자 했기 때문에 싸구려 여행과 고급 여행을 둘 다 경험해 볼 생각으로 최고급 코스를 선택한다. 10년 전에 200만 엔을 썼다고 한다. 은행에서 대출한 은행경비였지만, 인간이 제아무리 사치스럽게 돈을 쓰고 다녀도 고작 이 정도더라는 통큰 그녀는 과연 앞날을 내다본다.
‘장벽없는 여행 방법’이라는 책에서 장애인과 고령자의 다양한 여행방법을 소개한 것이다. 맹인안내견과 함께 해외여행 떠나기 - 안내견은 항공료가 무료임, 신장투석하면서 여행하기, 고령자와 장애인에게 필요한 물품들을 정리한 그녀에게서 미래를 리드하는 혜안을 본다. 틈새를 발견한 사업수완을 본다. 살고싶은대로 살아가는 자유를 본다. 그녀는 18년 전부터 해발 1000미터의 숲 속에 일터를 마련하고 활동하고 있다. 언제나 여행감각을 유지하고 여행 기자의 감수성을 닦기 위해서라고 한다.
아! 세상은 넓고 멋있는 인간도 참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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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근본을 만드는 것은 책이 아니라 여행이다.”
‘사색기행’의 저자 다치바나 다카시의 말이다.
젊은 문화평론가 정여울은 여행이, 수십 권의 고전을 읽거나 가슴 뻐근한 몇 번의 연애보다도 더욱 강렬하고 둔중한 체험이었다고 말한다. 그런가하면 10대 풍광을 그리는 작업에서 여행을 빼놓은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여행은 이제 현대인이 누릴 수 있는, 최대의 호사이자 꿈이요 일상이 되었다.
해외여행이 자유화된 지 20년, 갈수록 대중화되거나 개인화되고 있는 여행상품 중에서 ‘여성주의 여행’이 눈에 띈다. 여성만이 갖는 위험과 독자성을 모르는 사람들은, 왜 여행에도 여성주의가 따라다녀야 하는지 거부감을 느낄지도 모른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오랜 소수민으로 살아온 여성에게는 ‘여성 홀로’ 혹은 ‘여자끼리’의 여행이 큰 의미를 갖는다.
‘여자 혼자 떠나는 여행’은 경제사회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단독자’임을 선포하는 통과의례가 될 수 있으며, ‘여자끼리의 여행’은 ‘징한’ 자매애를 확인하는 축제이다. 당연히 이에 대한 특별한 노하우의 공유가 필요해진다. 이 책은 여성주의 여행에 대한 그간의 성과를 모은 책이다.
책의 내용은 대략 세 부분으로 나뉜다. 고정희나 난설헌의 자취를 찾아 여성들의 연대를 다지는 프로그램에 대한 보고, 여성이 쓴 개인적이거나 이념적인 여행기, 여행하는 여자들의 네트워크에 대한 내용이다.
98년 ‘50돌맞이 제주 4.3 역사순례’ 집회에 참여했을 뿐인데, ‘자유수호협의회’라는 단체에서 협박편지를 받은 정희진의 제주발견이 인상적이다. 비극적인 ‘4.3’의 참사는 둘째치더라도, 육지의 관점에서 규정받기를 거부하는 ‘제주’의 발견이 이채롭다. 대표적 관광코스로서의 제주가 아니라, 인간성에 대해 치떨리는 질문을 하게 만드는 ‘4.3’과, 변방과 유배의 상징이었던 제주, ‘서울과의 관계’로부터 부여받는 정체성을 부인하는 제주가 새롭다. 여행이라고 해서 다 같은 여행이 아님을 실감하게 된다. 당연히 여성주의 여행의 당위성도 인정된다.
또한 여성주의 여행을 상품화한 사례들도 단연 돋보인다. ‘하자센터’내의 ‘국경을 넘고 싶다’ 프로젝트, ‘언니네트워크’에서 독립한 시스투어, 캐나다의 저니우먼닷컴, 일본의 여행디자이너 등 네 가지 사례가 모두 생생하게 다가왔다.
마흔 둘에 난생처음 5주간 유럽여행을 한 에블린 하논, 개인적인 아픔을 잊으려 끔찍이도 울며다닌 그 여행은 2막인생의 출발점이 되어주었다. 스스로 안전을 지키고 여행의 효율을 깨우치며 다닌 여행의 종반에 그녀는 웃음을 되찾았다. 전에 없던 독립심이 생기고 좀 더 강하고 현명한 사람이 되어 고향으로 돌아온 그녀는 만학도로 다시 공부를 시작하여, 저니우먼닷컴을 운영한다. 11년만에 저니우먼닷컴은 인터넷에서 여성 중심의 여행 상품 목록을 가장 잘 갖춘 곳으로 자리매김하고, 150개 이상의 광고주들의 지원을 받고 있다. 그녀는 2001년 ‘타임’지에 의해 ‘새로운 세기의 혁신적 사고의 인물 백 명 중 한 명’으로 선정되기에 이른다.
에블린 하논은 그녀의 싸이트를 파트타임 웹마스터 한 명과 관리하고 있다. 그녀의 사례는 내게 영감을 주는 요소로 가득차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출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 작업은 혼자 하되 전 세계로 뻗어가는 영향력, 혁신적 사고... 마침내 우뚝 서기까지, 이 사례 때문에 이 책이 내게로 왔구나~~ 싶어진다.
일본의 프리랜서 여행디자이너 오소도 마사코의 라이프스타일도 멋있다. 일곱 살 짜리 딸과 둘이 50일간 유럽여행을 하며 아이를 키우는 엄마, 그녀가 두 달간 세계 일주 여행을 할 때의 정황이 재미있다. 그녀는 여행 전문가가 되고자 했기 때문에 싸구려 여행과 고급 여행을 둘 다 경험해 볼 생각으로 최고급 코스를 선택한다. 10년 전에 200만 엔을 썼다고 한다. 은행에서 대출한 은행경비였지만, 인간이 제아무리 사치스럽게 돈을 쓰고 다녀도 고작 이 정도더라는 통큰 그녀는 과연 앞날을 내다본다.
‘장벽없는 여행 방법’이라는 책에서 장애인과 고령자의 다양한 여행방법을 소개한 것이다. 맹인안내견과 함께 해외여행 떠나기 - 안내견은 항공료가 무료임, 신장투석하면서 여행하기, 고령자와 장애인에게 필요한 물품들을 정리한 그녀에게서 미래를 리드하는 혜안을 본다. 틈새를 발견한 사업수완을 본다. 살고싶은대로 살아가는 자유를 본다. 그녀는 18년 전부터 해발 1000미터의 숲 속에 일터를 마련하고 활동하고 있다. 언제나 여행감각을 유지하고 여행 기자의 감수성을 닦기 위해서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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