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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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 피오리나 지음, 칼리 피오리나. 힘든 선택들, 해냄 ,2006
세상에는 구입해서 갖고싶은 책이 있고, 빌려보아도 상관없는 책이 있다. 이 책은 단연코 전자에 속한다. 또 세상에는 한 번 읽고 밀쳐두는 책이 있고, 언제고 다시 찬찬히 읽어보고 싶은 책이 있다. 이 책은 후자에 속한다. 물 흐르듯이 자연스러운 번역의 공도 있으리라. 알짜배기 체험을 박진감있게 끌고가는 칼리의 문장력도 대단하다.
비즈니스와 조직에 관심있는 사람은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다. 심지어 나처럼 비즈니스와 조직과는 아무 상관없다고 생각하며 살고있는 사람에게도 피를 꿈틀거리게 하는 책이다. 공경희가 역자후기에서 말했듯, 아무 것도 모르고 행한 조직생활을 ‘제대로’ 시작해보고 싶게 한다. 칼리의 책을 통해 엿본 비즈니스의 세계는 매혹적이다. 그것은... 피말리게 매혹적이다.
1. 칼리는 ‘배우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칼리는 모든 것에서 배우는 사람이다. AT&T에서 일하던 사회초년병 시절, 고객을 상대하던 그녀는 깨닫는다. 뭔가를 정말로 이해하고 싶으면,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해 봐야 한다는 것.
어린 시절 칼리의 어머니는 늘 파티 손님에게 질문을 던졌고 대답에 관심을 보였다. 그래서 그녀도 그렇게 했다. 그녀는 질문하고 들어주는 방식으로 친구들을 빨리 사귀었다. 나중에 이것이 훌륭한 경영수단임을 알았다. 그 사람을 알기 위해 질문함으로써 존경심을 표하고, 잘 들음으로써 단단한 결속을 얻게 된다. 그녀는 항상 많이 질문하고, 대답을 평가할 수 있도록 ‘숙제’를 충실히 했다.
구소장님도 비슷한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상대의 의견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내색을 하지 말아라. 단지 질문을 하라. 준비가 철저하지 않다면 상대방은 질문만으로도 허물어진다.
2. 칼리는 ‘전달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스스로 잘 배우는 사람이었기에, 다른 사람에게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었던 것일까. 칼 리가 다른 사람들을 효과적으로 설득하기 위해 동원한 방법들은 현란할 정도로 다채롭다. 누군가 대신 써 준 것이 아니라면, 이 자서전 곳곳의 금싸라기같은 명언들은 정말 대단하다. 모든 챕터를 간략하고 인상적인 글귀로 마무리하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277쪽에 나와있는 두 가지 인용구가 그것을 증명한다. 칼리는 HP 직원 전부가 공유할만한 슬로건으로 다윈의 말을 인용한다.
“살아남는 것은 가장 강한 종이 아니라,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종이다.”
슬로건은 쉽고 강력해야 한다. 변화는 나쁜 것이 아니고, 멈춰 서 있는 것이 위험하다는 소신을 강조하는 데 그 이상 좋은 슬로건이 있을 수 있을까.
직원들에게는 투우에 대해 말한다. 소들이 위협을 받을 때 돌아가는 특정한 자리가 있다. 그것을 ‘카렌시아’라고 한다. 투우가 계속되면 소는 몇 번이고 ‘카렌시아’로 돌아간다. 소는 안전한 곳으로 물러난다고 믿지만, 사실은 자신을 더 큰 위험에 빠뜨리는 셈이다. 소는 점 점 더 쉬운 공격 상대가 된다. 우리가 ‘카렌시아’라고 생각한 곳은 이제 없다.
보수적인 시각을 갖고있는 파트너들에게 남자양말을 사용해서 보여준 해프닝이나-200쪽, 어떤 위급한 상황에서도 뒷 일이나 전체적인 그림이 아닌, 가장 중요한 한 사람에게만 집중하는 방식... -111, 113, 118쪽- 은 그녀가 의사소통의 천재임을 보여준다.
3. 칼리는 ‘승부하는 방식’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타고난 승부사이다. 오만하고 천박한 상대에게는 즉각 상대방의 언어로 받아치는 기술-136쪽, 한국의 접대문화까지 감싸안는 포용력, 보드룸도 불사하며 남성들이 자신을 묵살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 근성, 그녀는 결코 말로서도 행동으로서도 지지 않았다. 일을 제대로 하는 것으로 자신의 자리를 만들고 지켜왔다.
ACMC에서 과다청구된 접속료를 발견해내는 과정도 그렇지만, HP에 처음 부임해서 그 회사를 진단해내는 모습은 감동적이다. 87개 부문에서 150개의 브랜드를 출시하며, 87개 부문 각자가 유통 채널과 인사팀, 재무팀을 거느리고 있는 방만한 체계, 오죽하면 직원 교육용 내부 웹사이트가 1,500개에 달했으랴. -266쪽
HP는 고객보다는 제품에, 상호의존보다는 독립에, 미래의 성장보다는 당장의 이익에 매달렸다. 결정보다는 리스크에 대한 반감에, 속도보다는 조심성에만 신경썼다. 그만한 대기업에서 그 정도로 기업을 방치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칼리는 어느 현장에서나 분석을 통해 목표를 제시했다. 그 목표에서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았다. 리더가 물러서면, 믿고 따르는 사람이 기운이 빠진다고 했다.
4. 결국 칼리는 ‘리더가 되는 방법’의 전범이 되었다.
이 부분에서는 주옥같은 칼리의 말을 인용하는 것으로 대신한다.
“인간에게는 동기 부여를 해 줄 목표와 앞으로 나아가게 해줄 자신감이 필요하다. 그 두 가지는 자존감을 얻고 타인에게 존중받는 데 꼭 필요한 요소이다. -147쪽”
“리더의 임무는 기술과 능력을 키워서 큰 성과를 이루어낼 역량으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한편 가치있는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수행할 자신감을 키워주는 것도 리더의 임무이다. -148쪽”
“좋은 리더는 직원들의 존경을 받는 사람이다. 나쁜 리더는 직원들의 경멸을 받는 사람이다. 훌륭한 리더는 사람들이 ‘우리 힘으로 이 일을 해냈다’라고 말하게 하는 사람이다. -283쪽”
IP *.81.24.26
세상에는 구입해서 갖고싶은 책이 있고, 빌려보아도 상관없는 책이 있다. 이 책은 단연코 전자에 속한다. 또 세상에는 한 번 읽고 밀쳐두는 책이 있고, 언제고 다시 찬찬히 읽어보고 싶은 책이 있다. 이 책은 후자에 속한다. 물 흐르듯이 자연스러운 번역의 공도 있으리라. 알짜배기 체험을 박진감있게 끌고가는 칼리의 문장력도 대단하다.
비즈니스와 조직에 관심있는 사람은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다. 심지어 나처럼 비즈니스와 조직과는 아무 상관없다고 생각하며 살고있는 사람에게도 피를 꿈틀거리게 하는 책이다. 공경희가 역자후기에서 말했듯, 아무 것도 모르고 행한 조직생활을 ‘제대로’ 시작해보고 싶게 한다. 칼리의 책을 통해 엿본 비즈니스의 세계는 매혹적이다. 그것은... 피말리게 매혹적이다.
1. 칼리는 ‘배우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칼리는 모든 것에서 배우는 사람이다. AT&T에서 일하던 사회초년병 시절, 고객을 상대하던 그녀는 깨닫는다. 뭔가를 정말로 이해하고 싶으면,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해 봐야 한다는 것.
어린 시절 칼리의 어머니는 늘 파티 손님에게 질문을 던졌고 대답에 관심을 보였다. 그래서 그녀도 그렇게 했다. 그녀는 질문하고 들어주는 방식으로 친구들을 빨리 사귀었다. 나중에 이것이 훌륭한 경영수단임을 알았다. 그 사람을 알기 위해 질문함으로써 존경심을 표하고, 잘 들음으로써 단단한 결속을 얻게 된다. 그녀는 항상 많이 질문하고, 대답을 평가할 수 있도록 ‘숙제’를 충실히 했다.
구소장님도 비슷한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상대의 의견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내색을 하지 말아라. 단지 질문을 하라. 준비가 철저하지 않다면 상대방은 질문만으로도 허물어진다.
2. 칼리는 ‘전달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스스로 잘 배우는 사람이었기에, 다른 사람에게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었던 것일까. 칼 리가 다른 사람들을 효과적으로 설득하기 위해 동원한 방법들은 현란할 정도로 다채롭다. 누군가 대신 써 준 것이 아니라면, 이 자서전 곳곳의 금싸라기같은 명언들은 정말 대단하다. 모든 챕터를 간략하고 인상적인 글귀로 마무리하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277쪽에 나와있는 두 가지 인용구가 그것을 증명한다. 칼리는 HP 직원 전부가 공유할만한 슬로건으로 다윈의 말을 인용한다.
“살아남는 것은 가장 강한 종이 아니라,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종이다.”
슬로건은 쉽고 강력해야 한다. 변화는 나쁜 것이 아니고, 멈춰 서 있는 것이 위험하다는 소신을 강조하는 데 그 이상 좋은 슬로건이 있을 수 있을까.
직원들에게는 투우에 대해 말한다. 소들이 위협을 받을 때 돌아가는 특정한 자리가 있다. 그것을 ‘카렌시아’라고 한다. 투우가 계속되면 소는 몇 번이고 ‘카렌시아’로 돌아간다. 소는 안전한 곳으로 물러난다고 믿지만, 사실은 자신을 더 큰 위험에 빠뜨리는 셈이다. 소는 점 점 더 쉬운 공격 상대가 된다. 우리가 ‘카렌시아’라고 생각한 곳은 이제 없다.
보수적인 시각을 갖고있는 파트너들에게 남자양말을 사용해서 보여준 해프닝이나-200쪽, 어떤 위급한 상황에서도 뒷 일이나 전체적인 그림이 아닌, 가장 중요한 한 사람에게만 집중하는 방식... -111, 113, 118쪽- 은 그녀가 의사소통의 천재임을 보여준다.
3. 칼리는 ‘승부하는 방식’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타고난 승부사이다. 오만하고 천박한 상대에게는 즉각 상대방의 언어로 받아치는 기술-136쪽, 한국의 접대문화까지 감싸안는 포용력, 보드룸도 불사하며 남성들이 자신을 묵살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 근성, 그녀는 결코 말로서도 행동으로서도 지지 않았다. 일을 제대로 하는 것으로 자신의 자리를 만들고 지켜왔다.
ACMC에서 과다청구된 접속료를 발견해내는 과정도 그렇지만, HP에 처음 부임해서 그 회사를 진단해내는 모습은 감동적이다. 87개 부문에서 150개의 브랜드를 출시하며, 87개 부문 각자가 유통 채널과 인사팀, 재무팀을 거느리고 있는 방만한 체계, 오죽하면 직원 교육용 내부 웹사이트가 1,500개에 달했으랴. -266쪽
HP는 고객보다는 제품에, 상호의존보다는 독립에, 미래의 성장보다는 당장의 이익에 매달렸다. 결정보다는 리스크에 대한 반감에, 속도보다는 조심성에만 신경썼다. 그만한 대기업에서 그 정도로 기업을 방치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칼리는 어느 현장에서나 분석을 통해 목표를 제시했다. 그 목표에서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았다. 리더가 물러서면, 믿고 따르는 사람이 기운이 빠진다고 했다.
4. 결국 칼리는 ‘리더가 되는 방법’의 전범이 되었다.
이 부분에서는 주옥같은 칼리의 말을 인용하는 것으로 대신한다.
“인간에게는 동기 부여를 해 줄 목표와 앞으로 나아가게 해줄 자신감이 필요하다. 그 두 가지는 자존감을 얻고 타인에게 존중받는 데 꼭 필요한 요소이다. -147쪽”
“리더의 임무는 기술과 능력을 키워서 큰 성과를 이루어낼 역량으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한편 가치있는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수행할 자신감을 키워주는 것도 리더의 임무이다. -148쪽”
“좋은 리더는 직원들의 존경을 받는 사람이다. 나쁜 리더는 직원들의 경멸을 받는 사람이다. 훌륭한 리더는 사람들이 ‘우리 힘으로 이 일을 해냈다’라고 말하게 하는 사람이다. -2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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