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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2월 8일 10시 54분 등록

클로테르 라파이유, 컬처코드, 리더스북 2007



1. 저자 소개


프랑스 태생. 정치학, 심리학 석사. 소르본느 대학에서 문화인류학 박사 취득.
자폐아를 대상으로 ‘각인’에 대한 연구와 강연을 하던 70년대 초, 네슬레의 의뢰로 일본인의 커피에 대한 ‘각인’ 조사를 의뢰받다.
이때 문화의 요소들을 해독할 수 있다면, 인간의 행동과 차이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될 것이라는 데 착안하여, 일생을 컬처코드를 발견하는 일에 몰두하다.


오랜 연구를 통해 각인 발견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고안해냈고, 이를 입증하고 검증해서 특허까지 얻었다. 30여 년간 300회 이상 ‘각인 발견 작업’ 을 수행하다. ‘포춘 100대 기업’ 중 50개 이상의 기업이 그의 고객이다. 이 책에는 보잉사, 크라이슬러, AT&T같은 고객이 언급되어 있다. 저자는 학문적인 전문성을 가지고 성공적으로 시장과 결합함으로써, 부와 명예와 영향력을 모두 거머쥔 것으로 보인다.




2. 컬처코드


프랑스에서는 자녀에게, 샴페인에 과자를 담가 먹게 함으로써 어릴 때부터 술을 경험시킨다. 각설탕이나 과자를 샴페인에 담가 먹으며, 프랑스의 아이들은 그 향기와 특성을 알게 된다. 그들은 오랜 세월을 통해 포도주가 음식의 맛을 돋운다는 사실과, 알코올 도수가 낮은 오래 숙성된 포도주가 가장 좋다는 사실을 배우게 된다. 무언가 축하할 일이 있으면 샴페인을 마시는 습관을 갖게 된다.


미국인들은 자녀들이 10대에 이를 때까지 술을 철저하게 금한다. 그리고 자녀들에게 술은 무책임한 행동을 유발시킬 수 있는 마취제라고 가르친다. 결국 미국의 10대는 반항기에 술을 각인하게 된다. 미국의 10대들이 맥주를 마시며 그 맛을 음미하는 일은 거의 없다. 그들은 술을 마시면 자신이 엉망으로 된다는 사실만 인식했을 뿐 그 이상은 배우지 못했다.


이처럼 문화는 모두 다르다. 모든 문화에는 독자적인 정체성이 있다. 프랑스인에게는 프랑스인의 정신이, 미국인에게는 미국의 정신이 있다. 동일한 문화권에 속한 구성원의 ‘문화적 무의식’을 컬처코드라고 할 수 있다. 이 컬처코드를 발견할 수 있다면, 처세와 사업에 도움이 되고, 정치와 외교에도 상당히 유용할 것이다. 그러나 문화는 너무 친숙해서 무의식 속에 꽁꽁 숨어있다. 또 대부분의 사람은 동일한 정보를 전혀 다른 방법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컬처코드를 발견하는 일이 쉽지는 않다. 저자는 컬처코드를 발견하기 위해 다섯 가지 원칙을 따르고 있다.


그 중에서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이런 것이다. 사람들은 자기성찰을 할 때에도 대개 잠재의식에까지 도달하지는 못한다. 우리의 감정을 조정하는 무의식적인 힘과 상호작용하는 일은 좀처럼 없다. 따라서 어떤 질문을 받으면 논리적으로 보임직한, 혹은 질문자가 기대함직한 답변을 하게 된다. 자신의 생각이 아니라 질문자가 원하는 답변을 하는 경향이 있다는 뜻이다. 이것이 여론조사와 시장조사가 자주 판단을 그르치게 하는 이유이다.


가령 소비자에게 자동차에서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물어본다면, 안전성이나 연비같은 학습된 답변밖에 얻지 못한다. 그러나 저자는 심층적인 대화와 분석을 통해, 미국인이 자동차에서 원하는 것은 자유와 관능적인 경험이라는 것을 도출해낸다. 그렇게 해서 독특하고 도전적이며 섹시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피티 크루저가 탄생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3. 미국의 컬처코드


저자의 미국문화에 대한 분석은 너무 재미있었다. 저자에 의하면 미국문화에는 청년기와 일치하는 특징들이 많이 나타난다. ‘지금’에 대한 철저한 집중, 극적인 감정의 동요, 극단적인 것에 대한 매혹, 변화와 재창조에 대한 개방성, 실수를 해도 반드시 다시 기회가 오리라는 확신 등이 그 예다.


미국은 세계 수준의 클래식 작곡가를 배출하지는 못했지만, 전세계에 젊은이들의 음악인 록과 힙합, 리듬앤블루스를 수출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의 농구선수들은 책을 거의 읽지 않아도 과학자들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번다. 미국인들은 유명인사들과 그들이 저지르는 젊은이다운 실수에 끊임없이 매혹당한다.


먼저 마이클 잭슨, 그는 성인이 되고싶어하지 않는다. 50세가 가까워오는데도 아직까지 어린아이들과 자고 싶어한다. ^^ 빌 클린턴은 정치의 천재였다. 세계의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는데 천재가 아니라 미국의 문화적 무의식에 발맞추는 능력으로 볼 때 천재였다. 실수투성이의 재임기간에도 불구하고, 두 번째 임기말에 클린턴의 지지율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어떤 대통령보다 높았다. 대통령이 탄핵 청문회 이후에도 높은 지지율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인들이 완벽을 추구하지는 않는 게 분명해 보인다.


미국은 문화적으로 청년기에 있으며 따라서 대통령도 청년답기를 바란다. 이는 처음부터 일을 올바로 처리해야 한다는 뜻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실수를 범하더라도 그 실수에서 교훈을 얻고 발전해가기를 원한다. 도전하고, 실패하고, 실수를 통해 배우고, 그리고 더욱 강해져서 돌아오는 것이 미국인의 본질이다.


미국에 대한 미국인의 문화코드는 ‘꿈 Dream'이다. 꿈은 처음부터 미국 문화를 움직여온 동력이었다. 신세계를 발견한 탐험가의 꿈, 서부개척자의 꿈, 산업혁명과 우주탐험의 꿈. 미국은 할리우드와 디즈니랜드, 인터넷을 만들어 미국인의 꿈을 세계에 전파했다. 미국문화가 청년기적인 것도 하나의 꿈이다. 미국인들은 자신이 영원한 젊은이이며 전혀 성장할 필요가 없다고 믿고 싶어한다.




4. 컬처코드와 비즈니스


1980년대 말에서 1990년대 초에 미국의 대기업들은 일본기업의 품질 수준을 따라가려고 막대한 자금을 소비했다. 그러나 결국 이 운동은 실패했다. 무결점이나 지속적인 개선을 강조하는 것은 미국 기업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인에게는 생존 도구의 필수적인 요소라 할 수 있는 사고방식이 미국의 코드와는 전혀 맞지 않는 것이다.


일본은 미국 영토의 4퍼센트에 지나지 않는 공간에서 미국의 43퍼센트에 이르는 인구가 산다. 일본에서는 효율성이 가장 중요하다. 품질은 필수이고 완벽함은 덤이다. 한편 미국인은 완벽함에 싫증을 낸다. 미국인에게는 ‘완벽한’ 자동차가 쓸모없을 것이다. 5년마다 새 차를 구입하는 미국인에게, 새 차로 바꿀 구실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미국인들은 완벽함보다는 훌륭한 서비스에 훨씬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처럼 어떤 문화에 새로운 제품을 도입하려면, 아이디어가 그 문화에 맞아야 한다. 무엇을 하든 컬처코드와 근본적으로 대립하는 변화를 시도하는 것은 실패하기 마련이다. 나이키의 캐치프레이즈인 “일단 해보라 Just do it."는 행동지향적인 미국문화를 제대로 읽은 경우이다.



그러나 덴마크의 장난감회사인 레고Lego는 미국에서 고전을 겪었다. 레고에는 정교한 조형물을 만들 수 있는 휼륭한 설명서가 들어있었다. 독일의 아이들은 레고 상자를 열고, 설명서를 찾아 자세하게 읽은 다음 명쾌하게 복제품을 만들어냈다. 어머니는 박수를 치며 칭찬을 해 주고, 아이들은 또 다른 조립물이 필요했다. 하지만 미국 어린이들은 설명서 따위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들은 설명서를 힐끗 보는 등 마는 등 하고는, 즉시 자기 마음대로 블록을 조립하기 시작했다. 설명서에는 자동차를 만들도록 되어있지만, 그들은 요새 따위를 만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다시 요새를 부수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곤 했다. 결과적으로 미국 어린이들은 레고 한 상자로 여러 해를 놀 수 있었다. 레고는 미처 의식하지 못한 채 독일에 대한 독일인의 코드, 즉 ‘질서’를 이용했던 것이다.



이처럼 컬처코드는 세계를 새로운 방식으로 볼 수 있는 새로운 안경을 제공해준다. 우리는 모두 저마다 개인적 코드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하나의 문화로서’ 생각하는 법을 알고, 하나의 집단으로서 예측 가능한 양식에 따라 행동하는 법을 알면 새로운 비전으로 세상을 헤쳐나갈 수 있다. 컬처코드를 읽을 수 있다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가진 것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5. 좋은 책


이렇게 쉽고, 이렇게 재미있고, 이렇게 유익한 책은 드물다. 보통 고리타분하다고 생각되는 ‘학문’의 실용성도 매혹적이다. 자신의 무기인 ‘컬처코드’ 하나로 세계시장을 주름잡는 저자의 라이프스타일도 매력있다. 주도면밀한 연구조사와 성공사례의 누적에서 나온 자신감이겠지만, 저자는 마치 神처럼 단호하게 컬처코드를 진단한다. 전문성을 가지고 대중에게 어필한다! 하고싶은 일을 하며, 시장에 공헌하니 부와 명예는 부수적으로 따라올 것이다. 다 이룬 셈이다. 부러운 마음으로 저자의 사진을 오래 들여다본다. 마치 중세의 귀족처럼 고급스럽고 온화하면서도 이지적인 얼굴이다. 성공한 사람의 초상이다.



문화인류학에 대한 소개를 받은 것도 유익했다. 위에서 말했듯이 미국문화는 청년기문화이다. 다른 문화들은 미국 문화처럼 젊음에 매혹되지 않는다. 영국인들은 젊음을 따분하게 여긴다. 영국인은 젊은이를 인내심을 가지고 대해야 하는 어린아이쯤으로 여긴다. 인도의 힌두교도들은 인생에는 네 단계가 있다고 믿는다. 젊음은 가장 재미없는 첫 번째 단계로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수단을 얻는대로 빨리 지나가야 하는 어떤 것이다. 두 번째 단계는 성숙인데, 아이를 낳고 돈을 벌며 성공을 이룬다. 세 번째 단계는 초연함이다. 이 단계에서는 세상과 생존 경쟁으로부터 물러나 진리를 탐구하고 철학을 공부한다. 네 번째 단계에서는 도인과 비슷한 존재가 된다. 속세의 인연을 떠나 구걸하며 떠돌아다닌다. 그들이 보기에 늙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는 모습은 우스꽝스러운 짓이다.



프랑스에서는 직업은 열정과 몰두와는 별로 상관이 없다. 프랑스 문화에서 인생은 조국이나 신에게 봉사할 때만 가치가 있다. 다른 직업은 모두 비천하며 농부가 되는 것이 그중 낫다는 태도가 널리 퍼져있다. 그들은 여생을 편안하게 지낼 돈을 번 다음에는 은퇴하여 여가를 즐기고 쾌락을 추구한다.



그러나 미국인은 일을 찬양하고 성공한 사업가를 유명인사로 떠받든다. 직업에 대한 미국인의 코드는 ‘정체성’이다. 할 일이 없으면 자신의 존재 역시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해서 프랑스의 베스트셀러는 ‘게으름아 안녕?’이고, 미국의 베스트셀러는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과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같은 것이다.


쉽고 재미있어서 흡입력이 강하면서도, 읽고나면 다른 분야와 연결을 시켜주고 지적 탐구열에 불을 붙여주는 책이 나는 좋다. 2기 연구원 마지막! 필독서로 이렇게 좋은 책을 접하게 되어 행복하다. 아, ‘관자’가 남았구나. 딱 베고 자면 좋을만한 두께이다. 책을 펼칠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일단 베고 자면서, 꿈 속에서라도 동기유발이 되도록 시도해봐야겠다. ^^



IP *.81.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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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정
2007.02.08 16:19:32 *.244.218.8
오. 역시 ^^
전 주문해서 오늘 받았는데. 그래서 한선생님 글 일부러 안 읽었어요.
요즘 책 읽고 오 좋다- 그러면서도 과제는 안해요..
칼리 피오리나도 하다 말았고. 구소장님 신간은 한 번 더 읽어야겠고.
근데 새책은 또 도착했고 --;

부지런한 한 선생님...2기 장학생다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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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탄
2007.02.08 16:37:11 *.81.12.222
그래도 정말 좋은 책을 읽으면 리뷰 하잖아요? 서 현교수 책같은...
나도 그 책 구입해서 읽기 시작했답니다.

컬처코드 본격적으로 읽기 전에 내 리뷰 부터 읽어도 괜찮아요. ^^
동기유발을 촉진시켜주지 않을까요?

이 곳은 비가 차분하게 내리고, 안개가 피어올라서
옥상만가에 분위기를 한층 더해주네요.
행복한 주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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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경
2007.02.11 23:19:38 *.109.118.245
집단무의식을 찾아내어 마케팅 사례에 이용한 부분들이 참 새롭게 다가온 책이었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한국의 각 주제에 대한 집단무의식코드는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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