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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기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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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2월 8일 16시 42분 등록
우연히 블로그 여행을 하다가 북리뷰계에서는 꽤 지명도가 있어 보이는 박요철님의 서평을 읽게 되어서 이곳에 옮겨봅니다. 조만간 나올 병곤이의 책까지 세권을 읽어볼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기분이 좋아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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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형씨의 책을 읽고 있노라면 알 수 없는 편안함에 빠져들게 되요. 익숙함 때문일까요? 아니면 그 특유의 나른한 문체때문일까요? 아무튼 거의 1년만에 한권씩 책을 내시는 저자의 타이밍에 맞춰 저도 새로운 책을 대할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 준비란 다름 아닌 기다림입니다. 굳이 비교하자면 인스턴트 식품처럼 새로운 포장과 포맷으로 항상 갑작스럽게 등장하는 것이 공병호씨의 신간이라면 구본형씨의 신간은 '이제 나올 때가 되었는데...'하고 생각하고 있으면 그제서야 느즈막히 음식상을 내오는 시골집을 닮았습니다. 지루하지만 그만큼의 반가움이 있어서 좋습니다.

많은 분들이 구본형씨 하면 '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떠올리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책은 '일상의 황홀'입니다. 평범한 일상에서 삶의 의미와 가치들을 발견하는 장면들은 이 책이 아니면 다른 곳에서는 쉽게 구경할 수 없으니까요. 비슷한 내용과 구성들로 '팔기'에만 열중하는 자기계발서 사이에서 '구본형'만의 브랜드를 지킬 수 있는 힘은 바로 여기에서 나옵니다. 그야말로 익숙한 것들 사이에서 익숙하지 않은 글읽기의 힘을 선사합니다. 나는 그것이 자신만의 세계를 어느 정도 완성한 이들에게서 나오는 완숙미 내지는 개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이번 책은 이 분의 홈페이지를 자주 방문하는 분이라면 익히 예견했을 내용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도 그럴 것이 중국의 고사에 관련된 이야기를 지난 1년간 자주 올리셨거든요. 책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면 그 새벽 글쓰기들이 모여 이 책 한권을 또 만들어낸 것입니다. 그 작업이 벌써 10년여에 이르렀으니 자신만의 글쓰기 방법과 생각의 울타리가 생겨났을 법도 합니다. 문체에 묻어나는 개성은 오래된 장맛과도 같아 누군가가 쉬이 베끼거나 따르기는 힘들 것입니다.

그러나 내용만으로 보자면 일전에 읽었던 '코리아니티 경영'의 재미나 속도감에 미치지 못하는 느낌이 드는군요. 중국 고서의 좋은 이야기들을 소개한 뒤에 현대의 경영에 응용할 만한 지혜들을 소개하는 데서는 어떤 긴장감 같은게 느껴지질 않습니다. 춘추전국시대의 혼란스러움과 현대의 삶의 모습이 닮아 있다는 데에는 공감하지만 그 지혜를 현대에 응용한다는 것이 그렇게 쉬이 다가오질 않네요. 중국 고사에 대한 제 이해의 폭이 아무래도 저자의 그것에는 많이 못 미친 탓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초점을 '사람'에 두고 그것에서 방법을 찾으려 한 데에는 깊이 공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설픈 우화형식으로 익숙한 지식과 지혜들을 가볍게 전달하는 트렌드와는 정확하게 선을 긋고 계시네요. 그러나 한편으로는 '나 구본형의 변화 이야기' 같은 소설형식의 글쓰기에 대한 미련은 버리시지 말았으면 하는 기대는 있습니다. 책의 끝으로 가면 다소 이야기기 지루해지는 면이 없지 않습니다. '변화 이야기'에서는 나름 끝까지 책읽기가 재미있다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삶의 무게나 그 저변을 흐르는 진리는 어제나 오늘이나 묵직한 느낌입니다. 수학공식과 같이 딱 떨어지는 인생의 공식같은건 아무데도 없는 듯 합니다. 지나침과 모자람, 빠름과 느림, 선함과 악함의 역설이 주는 인생의 진리는 언제나 그렇듯이 살아보고 느껴보지 않으면 모르는 인생의 무게를 설명해줍니다. 어쩌면 그래서 내일을 기대하며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으니까요.

더욱 조심스럽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광활한 대지에서 벌어졌을 수많은 인재들의 명멸을 바라보면서 이 한가지 사실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좀 더 진지하게 살아야겠습니다. 불꽃 튀는 열정을 몸에 옮겨 심는 서양의 자기계발서들과 이 책이 다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듯 합니다.

선생님, 새 책 잘 읽었습니다^^
내년도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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