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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재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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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2월 27일 00시 34분 등록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떠올린 것은 구본형 선생님의 책 ‘코리아니티 경영’ 이었다. '코리아니티 경영'이 한국인과 한국이라는 나라가 가지고 있는 DNA를 파헤친 것이라면, 이 책 '컬처코드'는 프랑스인이 미국의 문화 깊은 곳을 ‘코드’를 통해서 분석한 작업의 결실이라고 볼 수 있다.

저자인 클로테르 라파이유 박사는 문화인류학을 전공한 정신분석학자라고 책에 소개 되었지만, 책을 읽으면서 문화를 어떻게 마케팅에 활용을 할 수 있는지를 연구하는 실천적 연구자에 좀 더 가깝다는 느낌을 받았다.

먼저 한 나라의 문화적 코드가 무엇인지를 밝혀내기 위한 그의 방법론이 아주 독특하다. 책을 읽어보면 그가 제시한 코드 작업은 거의가 대면기법을 통해 이루어 지고 있으며 – 실제 설문지 내용이 각 챕터마다 적혀있다 – 그 설문과 대면 질문을 통해 숨겨져 있는, 혹은 본인들도 알지 못하는 문화적 코드를 밝혀낸다.

그가 제시한 첫 번째 원칙은 ‘사람의 말을 믿지 말라’ 이다. 이 얼마나 아이러니 한 일인가? 설문과 질문을 통해 의견을 들어 놓고선 그 말을 믿지 말라니-. 그러나 좀 더 그 의미를 살펴보면 ‘답변을 답변 곧이곧대로 듣지 말라’는 의미에 더 가깝다. 즉, 사람마다 각자 처해진 상황이나, 자라온 환경 등이 다 다르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본인의 의사를 정확하게 반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몇 번에 걸쳐 유사한 질문들을 던져주고, 유사하거나 공통된 답변을 유추해 내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두 번째 원칙은 ‘감정은 학습에 필요한 에너지다’ 라는 것이다. 얼핏 들어서 이해가 가지 않을 수 있는 원칙인데, 요는 이렇다. 문화적 코드가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각 사람들이 어떻게 ‘학습’되었는지를 알아야 하는 것이고, 이 학습이라는 것은 바로 ‘감정’이 강할수록 학습의 경험도 명확하게 습득된다는 말이다. 그렇기에 문화적 코드를 이해하기 위해서 그 구성원이 느끼고 있는 감정의 폭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 원칙은 ‘내용이 아닌 구조가 메시지’ 이다. 잉? 이는 또 무슨 말인가? 내용이 곧 메시지, 라는 우리의 상식을 뒤집는 내용? 그렇다. 이는 설문에 응하는 사람마다 다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 시작한다. 즉, 사람마다 학력, 배경, 나이, 성별 들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그들이 설문에 답하는 것들, 즉 내용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제시하는 이야기의 구조, 즉 다양한 요소들 간의 관계를 더 중점적으로 주목한다는 것이다. 이는 얼핏보면 첫번째 원칙인 사람의 말을 믿지 말라, 와 일맥 상통하는 원칙이다. 다만, 다른 점은 사람의 말을 믿지 말라는 단순한 차원을 벗어나, 그들이 제시하는 구조를 파악하라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원칙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가 제시한 네 번째 원칙은 ‘각인의 시기다 다르면 의미도 다르다’는 것이다. 작가는 7세까지를 각인의 중요한 시기로 보았는데, 7세를 중심으로 미만의 어린이에게는 감정이 가장 중요한 힘이고, 7세 이후의 어린이는 논리에 따라 움직이며, 그 이전과 이후를 사이에 두고 같은 사물이더라도 경험의 크기가 다르다고 이야기한다. 즉, 반드시 7세일 필요는 없지만, 같은 문화적 산물이더라도 얼마나 일찍 노출되느냐에 따라 상대적 의미 또한 달라진다고 설명한다.

마지막 원칙은 그가 제시한 원칙의 가장 핵심이라고 볼 수 있는 ‘문화가 다르면 코드도 다르다’는 것이다. 즉, 광고를 예로 들면, 미국에서 방영하는 특정 제품의 광고가 우리나라에 그대로 번역되어 들어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바로 문화마다 대중이 받아들이는 코드가 다르기 때문이다. 특정 광고가 전달하는 메시지가 문화에 따라 크게 다르며, 이를 통해 해석하는 코드 또한 다르다는 것이다. 자동차에 대한 미국인의 코드는 ‘개성’ (identity) 이고 독일인은 ‘엔진’ (engine) 이기 때문에 같은 모형의 자동차라 하더라도 대중에게 다가가는 방법이 서로 상이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의 이러한 원칙들 이전 단계에서 제시된 개념이 있으니 바로 ‘문화적 무의식’ 이라는 것이다. 문화적 무의식이란, 모든 문화에는 독자적인 정신적 경향이 있다는 개념이다. 즉, 프랑스인에게는 프랑스의 정신이, 미국인에게는 고유한 미국의 정신이 있다는 점이다. 대중은 이러한 정신적 경향에 따라서 자신의 정체성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사실 그가 이 책 전체를 통해서 제시하는 미국문화의 20가지 코드는 앞서 제시된 원칙에 의해서 열거되었고, 나름의 신선한 관점을 제시한다. 그러나 이 책에는 아주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어쩌면 이 약점을 약삭빠른 독자들은 이용 할 지도 모른다. 제일 처음에 번역자인 김상철의 글이 바로 이 책 전체를 다 요약해 버린 것이다. ‘옮긴이의 글’ 의 일부를 인용해보면 다음과 같다.

‘컬처코드란 자신이 속한 문화를 통해 일정한 대상에 부여하는 무의식적인 의미다. 문화가 다르면 코드도 다르다. 코드는 쇼핑, 건강, 음식, 사랑, 직업, 정치 등 삶의 곳곳에서 우리가 사고하고 행동하는 데에 영향을 미친다.

코드는 왜 미국은 축구가 아닌 야구에 열광하는지, 일본의 이혼율이 낮은 이유는 무엇인지, 어떻게 해서 이탈리아 남자들은 여자들을 쉽게 유혹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는 단서이다.

코드는 또한 왜 미국에선 인기를 끈 스포츠카가 프랑스에선 외면당하는지, 전통차를 마시던 일본인에게 커피를 팔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는 열쇠이기도 하다. 코드는 전세계 모든 인류의 행동과 삶의 방식을 이해하는 열쇠와 더불어, 고객과 시장을 근본적으로 이해함으로써 비즈니스를 성공으로 이끌기 위한 결정적인 단초를 제공한다.’ P.7

분명 이 책은 한 권으로 그의 리서치가 마무리 되는 것이 아닌, 저자가 제공하는 이 툴을 이용해서 우리의 문화적 코드를 찾아내야 비로소 마무리 되는 것이다. 즉, '컬처코드 in Korea' 를 찾아 낼 때야 비로소 이 책이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단순한 번역으로서는 책이 의미가 없다. 바로 컬처, 즉 문화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또 하나의 숙제를 제공해 주는 귀중한 열쇠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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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07.03.02 06:11:28 *.72.153.164
저는 <컬처코드>의 첫번째 경험과 감정과 학습이란 부분을 보면서 <제1의성>과 겹쳐지더군요. 거기서도 7세정도에서 자신의 성 정체성을 확립한다고 해서.

다른이의 리뷰를 읽는 것은 책 읽을 때, 조금 조심스럽습니다. 저자의 시각만으도 벅찰 때가 많은데... 독자의 생각도 겹쳐져서 자극해 오기 때문에... 가이드가 되기도 하고, 문제를 푸는 열쇠가 되어주기도 하니까요.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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