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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재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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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2월 28일 21시 33분 등록

대중의 광기와 관련된 사례를 찾는 것은 우리네 삶과 그리 멀리 있지 않다. 얼마 전 국가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황우석 박사’ 사건이 그랬고, 최근에 줄을 잇는 연예인 자살 사건, 그리고 전국적으로 들썩이는 부동산 투기 과열에 이르기까지 대중의 광기와 관련된 일은 연일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이 책, ‘시장의 유혹, 광기의 덫’은 대중이 잘못된 방향으로 몰아갈 때 어떻게 개인이 평정심을 유지하고, 냉철한 판단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노력한다. 책의 내용이 이렇다는 것을 알게 되면, 저자가 사회학자나 아니면 군중심리를 전공한 심리학자가 아닐까 생각해 보지만, 저자인 로버트 멘셜은 월스트리트의 투자자로서 골드만삭스 그룹의 상무이사로 알려져 있다.

책 날개에 의하면, 저자는 40년이 넘게 연평균 수익률을 20% 가까이 상회한 투자실적을 낸 인물이라고 그를 평가하는데, 그 이유가 주위의 ‘과도한 열기’에 휩쓸리거나 ‘두려움’에 전염되지 않은 채 ‘소신’을 지키며 투자를 했기 때문이라고 소개한다. 그럼, 이 책에서 소개하는 바는 바로 그의 이러한 투자 기법, 즉 어떻게 연평균 수익률을 20%이상 상회할 수 있도록 했는지를 알려주기 위한 것일까? 정답은 아니오, 다. 그는 단지 군중의 광기가 과열 된 여러가지 사례를 역사 속에서 제시함으로써 군중의 우매함을 기술한다.

앞서 말한 황우석 박사의 사건은 모두들 기억할 것 이다. 또한 그의 논문 조작 사건과 관련된 우리 모두의 광기를. 그러나 문제는 그가 불치의 병으로 앓고 있는 이들에게 ‘헛된 희망’을 주었던 것이다. 그러한 헛된 희망을 가슴에 품은 그들은 마치 세상의 유일신을 섬기듯이 그에게 매달렸다. 그는 환자들에게 ‘줄기세포’라는 종교의 교주로서 다가섰고, ‘논문 조작’ 이라는 경전을 가지고 한 국민을 상대로한 위험한 줄타기를 감행 한 것이었다.

이러한 그의 사기극은 이 책에서 소개된 1700년대 초, 영국의 사우스 시와 프랑스의 미시시피 컴퍼니 사건은 황우석 박사의 사건과 여러모로 많은 공통점을 지닌다. 먼저 그들은 국가와 국민을 상대로 ‘애국심’에 호소해 대중에게 다가간 케이스이다. 그리고 정치세력을 적절히 활용하여, 다른 나라와의 경쟁심을 은근히 유발하였다.

황박사의 경우에는 줄기세포 연구가 미국와 일본에 비해 앞서나가고 있음을, 그리하여 지금 투자하지 않으면 우위를 차지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 반면, 사우스 시 컴퍼니의 로버트 할리의 경우에는 영국 정부의 채권을 자사의 주식과 교환해 주겠다는 ‘애국적인 행위’를 영국 의회에 제시했던 것이다. 프랑스의 존 로 라는 인물은 당시 심각한 부채에 허덕이고 있는 프랑스 정부를 등에 엎고 금과 은으로 교환 할 수 있는 태환지폐의 발행을 시작한 것이다. 그러한 태환지폐의 남발은 일시적인 경기 호황을 가져왔으나, 결국 지폐의 구매력이 떨어지자 다시 금으로 전환하기 위한 대중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면서 정부는 최후의 수단으로 일반 시민의 금과 은의 소유를 제한하는 헤프닝을 정책으로 내세워야 했다.

이 책은 앞서 말한 한 인물이 주도로인한 대중의 광기 뿐 아니라, 어떤 국민이 가지고 있는 여러가지 속성에 대해서도 생각할 여지를 제공해 준다. 한국인들은 일본인들을 보고 개개인들은 소심하고, 착하며, 거짓말도 못하지만, 일본이라는 나라가 저지르는 만행은 참을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한다. 즉, 개인적인 일본인과 집단적인 일본인은 몹시 다르다는 것이다. 어찌보면, 이런 이야기들은 어느 정도 수긍이 갈 만 하다. 이러한 개인과 대중과의 이면성에 대해서 해답의 일면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군중은 누군가 이끌어주기를 바라지만, 어디로 향하는지에 대해선 그다지 개의치 않을 때가 많다. ……문제는 개인이 집단의 뜻과 의지를 위해 자신의 뜻과 의지를 희생할 때, 각자의 이런 작은 희생이 한데 모여 군중에게 힘을 실어줄 때 발생한다. 군중의 규모가 클수록, 군중을 이끄는 힘이 강할수록, 개인의 의사를 저버리기 쉽고, 각각의 타협이 한데 모여 발휘하는 힘은 더욱 커진다. (p.24, 25)

즉, 이는 ‘남이 하면 나도 한다’는 집단 무의식에 최면이 걸리는 것이다. 그리하여 오히려 튀는 존재, 집단의 규격에 맞이 않으면 가차없이 ‘이지메’ 시키는 성향을 암시하는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생각 해 볼 만한 주제를 제법 설득력 있게 제시함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에 읽어나가기 힘든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그것은 지나치게 사례 중심으로 저술해 나갔기 때문이다. 물론 사례를 적용하여 주제를 부각시키려고 한 저자의 노력은 높이 평가 할 만하나, 사례가 주는 배경지식이 없는 독자들의 경우, 전체 주제와 어떻게 연관되는지 이해하지 못할 여지를 제공한다. 그리고 제시된 사례의 경우, 각 사례의 소개가 저자가 완전히 흡수하여 재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책이나 잡지, 신문에서 그대로 인용함으로써 읽는 이의 흐름을 방해하는 경우도 있으며, 다루어진 사례의 불균형으로 경중을 비교할 여지까지 남겨준다.

또한 이 책의 핵심이자 주제인 '대중이 정신을 잃을때 제정신을 유지하는 법'에 제시된 내용들이 지나치게 '도덕적' 이고 '상식'선에 머문다는 것은 이 책의 참신함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 되었다.

오히려 이 책의 모체가 된 1841년에 발간된 찰스 매케이의 ‘대중의 미망과 광기’와 비교할 때 왜 160년이나 된 책이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에 의해 읽히는지 다시한번 생각하게 해준다.

이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최근에 줄을 잇고 있는 연예인들의 자살 사건이라던지, 몇 년전911 테러 당시, 미국의 중동 정책에 대한 원초적인 적대감을 드러낸 이상반응 등을 반추에 내는데에는 더 없이 명쾌한 입문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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