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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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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3월 15일 01시 21분 등록
◎ 소감

여지껏 어떻게 참아 왔을까.

책을 내기 이전에도 이렇게 많은 얘기를 하고 싶었을텐데 어떻게 참아 왔을까.


책을 완독한 후 자연스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정말 하고 싶은 얘기가 많으셨구나. 오랜 IT 경력과 다양한 프로젝트 경험 그리고 그것을 통해 쌓였던 노하우, 사색 등을 한꺼번에 토해낸 책이 아닌가 싶다.

책의 분량도 만만한 편이 아니지만 저자가 책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의 범위도 읽기가 만만치 않다. 아직 역사가 짧은 탓에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IT 업계의 문제점, 소프트웨어 개발이론 및 현황과 사례, 프로젝트 수행 이론, 그리고 IT 전문가의 경력개발론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책에서 여러가지 주제를 다루고 있다.

아무래도 같은 직종에서 일하다 보니 중간중간 공감되는 내용이 많다.
예를 들면 개발자 간, 혹은 개발자와 고객간의 커뮤니케이션을 강조하는 부분은 현장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경험해 봤음직한 내용들이다. 다만 이렇게 책으로 그것을 정리함으로써 무엇이 문제가 명확해지고 그러다보면 자연히 해결책도 명확해진다. 책 한권이 얼마나 의미 있는 역할을 해내는가를 설명해주는 부분이다.

한편으로 읽는 중간중간 다양한 인용을 접하다 보면 저자의 방대한 독서량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듣도 보도 못한 소프트웨어 공학 관련 외서부터 철학, 경제서에 이르기까지 두루 인용되어 있는 것을 보면서, 이 책 한권을 위해 저자가 들인 노력이 느껴졌고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울러 '개발자'라는 이름을 붙이고 일하는 데에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열심히 일하면서 열심히 공부하는 전문가가 있는 반면, 현재 지니고 있는 기술에 안주하여 주어진 상황만 처리하는 '코더'가 모두 개발자로 불리고 있으니 말이다.

내용이 방대해서 그렇지 개발자외에 일반 직장인들이 보아도 좋은 내용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예를 하나 들자면 초과 근무에 대한 인식 전환인데 저자는 '열심히 일하기' 에서 '현명하게 일하기'로 인식이 전환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나 역시 공감한다.
그 외에 기술결정론의 허구, 개발자들간 혹은 개발자와 고객간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 리더십과 전문가에 대한 개념 정립 등은 일반 직장인들이 읽어 보아도 귀감이 될만한 부분들이다.

농담반, 진담반 섞어 한 가지 아쉬운 점을 얘기한다면,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고 나서 '희망'이 생기기 보다는 '고민'이 많이 늘었다.
물론 이 책을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전문가 그룹은 따로 존재한다. 나는 엄밀히 말해 그 그룹에 들어가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이 책에서 제시하는 '희망사항'들은 희망으로 다가오지 않고 나는 여전히 스스로 희망을 새로 만들어야 하는 과제를 새삼 확인하게 됐다.



◎ 마음에 들어온 글귀

초과근무에 몰두하는 또 다른 이유는 다소 끔찍한 생각이지만 일이 잘못 되었을 경우를 대비한 보호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일종의 면죄부인 셈이다. 현명하지 못한 관리자는 직원들이 사생활을 희생해서라도 더 오래 더 열심히 일하도록 해야 일을 잘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는 성과 위주로 직원을 평가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초과근무를 가능한 줄이면서 생산성을 높일 수 잇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은 일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수반한다. 첫째, 이제는 열심히 일하기(Work Hard)에서 현명하게 일하기(Work Smart)로 변화하고 있다. 피터 드러커는 지식 근로자의 경웅 ‘현명하게 일하는 것’이야말로 일의 생산성을 높이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과 같은 지적 노동의 경우에는 일의 질과 시간이 비례하지 않는다. 일 잘하는 사람은 먼저 일에 대해 생각하고, 스마트하게 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고, 비효율적이고 불필요한 관행을 타파하는데 주력한다.

둘째, 직원들이 일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고 일 자체를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들이 모색되어야 한다. 일에 대한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닢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동기부여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바쁘다는 것은 일의 목적이 아니다. 오히려 바쁨 속에서 우리는 일의 진정한 가치를 잃어버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커뮤니케이션 이론에 따르면 사람수에 따라 커뮤니케이션은 더 복잡해지고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고 한다.

문제는 기술적인 것이 아니라 사람에 관련된 일이다. 다들 사람이 중요하다고 말을 한다. 그러면서도 행동이 따르지 않는 이유는 사람이 도구, 기술, 프르세스보다 다루기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일은 보통 팀, 프로젝트를 통해 진행하기 때문에 사실은 커뮤니케이션을 다루는 일에 종사한다고 볼 수 있다.

건축과 IT 서비스의 차이는 건축의 경우에는 눈으로 분명하게 진행상황을 확인할 수 있지만 IT 서비스의 경우에는 쉽지 않다는 점이다.

IT 서비스 업체들의 사업 대상은 국내 모든 산업 분야에 걸쳐 있기 때문에 산업별로 고유한 업무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면 성공적인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없다. 정보기술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아키텍트와 함께 각 산업의 특징을 이해하고 시스템에 적용할 수 있는 업무 전문가의 육성이 시급하다.

또한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하고도 프로젝트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프로젝트 관리자가 드물다. 프로젝트 관리자는 소프트웨어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인문학적 감수성, 리더십, 경영마인드 역량이 요구되는 전문가다. 프로젝트 관리자의 직무는 소프트웨어에 대한 지식과 경험만으로는 잘 수행되기 어렵다. IT 전문인력의 양성에 있어서 편식은 금물이다. 분야별 전문인력이 골고루 양성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제는 인력의 질적 수준의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이 땅에서 을로 살아간다는 것은 참으로 고되고 어려운 일이다. 품삯을 위해 분을 삭히거나 갑과 전투를 벌여서 승리해야 한다.

기술이 바뀌면 시대와 사회가 변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기술 결정론'의 허구다. 새로운 기술이나 발명품이 나와도 그것을 옛 개념으로 사용하는 한 진정한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이어령의 디지로그 中)

소프트웨어 개발은 기술의 문제로만 인식되어 사람은 부차적인 존재로, 하나의 모듈로 간주되고 있다. 개발인력을 아웃소싱의 대상으로만 보려는 관행이 널리 퍼져 있다. 이제 소프트웨어 개발은 사람을 일의 중심으로 보는 휴머니즘을 회복해야 한다. 소프트웨어 산업은 그 자체가 인간활동(human activity)이며 따라서 지적 자산이라고 할수 있는 '사람'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행운은 지속적으로 반복되지 않는다. 그리고 행운은 우연보다 성실함과 더 친하다.

인터뷰를 통해 요구사항을 수렴할 때 고객이 합리적으로 행동하고 있을 것이란 가정을 하지만 실은 고객은 질문한 사항에 대해서만 대답할 뿐 그 이상은 잘 말하지 않는다. '알아서 잘해주세요.'라고 방관자적인 미소만 지을 뿐이다.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알기가 어려운 법이다.

생떽쥐베리는 '완벽한 설계는 더 추가할 게 없을 때가 아니라 더 이상 뺄 것이 없을 때 완성된다'라고 했는데 이 친구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왜 그런지 이해가 된다. 단순한 것이 아름답고 진실에 가깝다.

프로그램을 짠다는 것 고객의 비즈니스를 지원할 일을 짜는 일이요(개념), 그 과정에서 부딪히는 온갖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창조의 쥐어짜기요(과정), 자신을 녹여 음식의 부패를 막아주는 소금의 짠 맛을 만들어 내는 것(결과)이다. 나는 비로소 프로그램을 왜 짠다고 부르는 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디지털 시대에 역설적으로 아날로그 방식은 글쓰기가 중요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대 최재천 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디지털이 아무리 새로워진다고 해도 우리는 그 내용을 아날로그로 구상하고 채워야 한다."고 그 이유를 설명한다.

일하는 방식을 '열심히(work hard)'에서 '스마트하게(work smart)'로 변화시켜야 한다. 무조건 열심히 일하는 것이 미덕인 시대는 한참 지났다. 문제가 더욱 복잡해진 시대가 되어 이제 문제해결은 논리적인 접근보다 창의적인 방법에 의해 시도될 때 잘 풀린다.

프로젝트는 희마사항이 아니라 냉엄한 현실이다. 진실이 담긴 현실적 낙관주의가 절실하다.

이제 착취와 관료주의 조직을 넘어서 유연한 팀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프로젝트 팀의 모습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것은 오케스트라 조직과 닮아 있으며 영화제작 팀과도 비슷하다. 영화제작 팀은 코끼리(대기업)와 벼룩(프리랜서) 조직의 장점을 취한 미래 조직의 모습이다. 영화제작 팀은 수십, 수백 명의 인력을 계속적으로 유지할 이유가 없다.

무릇 프로젝트를 하고 나면 배우는 게 있어야 한다.

리더십의 핵심능력은 인품이다. 리더십은 테크닉이 아니라 마음이며 배려이다.

전문가는 한 분야의 고수다. 전문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먼저 인생에 대한 좋은 철학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기질과 재능, 굼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차별화된 브랜드를 만들어내야 한다. 전문가는 어제의 나와 경쟁할 수 있는 사람으로 평생학습을 지향한다.

전문가는 늘 새로움을 추구하는 초보자다.

일은 회사에서만 하는 게 아니다. 일을 더 잘하기 위해서는 여가, 운동, 취미, 학습, 자원봉사, 가족, 친구가 필요하다. 일을 인생의 관점에서 조명해 보고 일의 포트폴리오를 다채롭게 구성해야 한다.
IP *.142.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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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아
2007.03.15 23:04:21 *.75.152.27
자네의 책을 읽고 나서야 선생님께서 "마음을 나누는 편지"를 왜 그대에게 쓰게 하였는지 알겠다.
인문학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면서, 그것도 복잡하고 정확해야만하는 푸로그래머가 그의 향취를 품을 줄 아니 말이다.
어재 서울 홍대앞에서 보았을 때 독일병정같은 그대 모습에서 작가의 향기를 보았으니...

더욱 노력하여 김밥 옆구리 터지는 소리나 찌껄여대는 못난 인간을 향해 자내의 정렬을 쏘아보시게.

*축하하고 그댈 존경하는 부산의 바다 늙은이가...*

프로필 이미지
김현철
2007.03.22 22:55:42 *.1.92.134
꼭 한번 읽어보고 싶어지내요,

리뷰 잘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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