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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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을 가진 대부분의 사람들은 동일한 시간에 동일한 장소에서 타인을 위해 일정 시간을 일 한다. 자의든 타의든 하루 8시간 이상은 일해야 한다. 개인별, 팀 별, 사업부별 목표는 평가되고 고과에 반영되어 보상으로 이어진다. 어제보다 다른 업무, 지난 해보다 성장한 실적을 위해 우리는 매일 매일 직장이 주는 ‘일’을 마주한다.
조직의 자원은 끊임없이 효율적으로 재편되고, 효과는 계속 검증 받는다. 하지만 효율과 효과는 나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움직인다. 내가 아무리 효율적이고 나의 일이 효과적이라 해도 그것을 인정 하는 것은 내가 아니다. 일에 절박하게 매달리고, 과잉 노동시간으로 증명하려 드는 이유이다. ‘일을 지향하는 사회’에서 일은 더 이상 나의 삶 밖에 놓여 있지 않다. 오히려 나의 삶을 지배하고 있다.
이러한 풍경은 요즈음을 사는 우리들 특히나 직장에서 유급노동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너무도 익숙한 모습이다. 이 책 <일의 발견(The Working life)>’은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고 쉴새 없이 말하는 우리들에게 ‘당신이 하고 있는 그 일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 본 적은 있소?’라며 짐짓 무거운 화두를 던지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쉽지 않다. 꽉 짜인 논리의 틀에, 저자의 생각을 뒷받침하는 방대한 자료를 동원하여 주제를 엮어내고, 역사를 꿰뚫는 흐름이 있나 싶으면 무릎을 탁 치게 하는 섬세한 표현이 모두 한데 어우러져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저자는 자신이 생각하는 해법을 흔쾌히 내비치지 않으며, 요즘 눈에 띄는 자기계발서처럼 잘 요약된 결론을 떼어내 버려 답답함이나 어지러움은 더 크게 다가온다.
이 책은 일에 둘러 쌓인 현실을 직시하게 하는 힘이 있다.
“일이 커다란 땅, 집에 대한 소유권, 그리고 더 높은 수준의 교육을 약속할 때 사람들은 일터에서의 권력과 자유보다는 시장에서의 권력과 자유에 더 큰 관심을 기울였다.” (116 page)
‘시장에서의 자유’를 위해 고용인의 삶에 머무르는 유급 노동자들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저자의 해답도 간단하다.
“우리가 실제로 일터에서의 자유를 시장에서의 자유와 교환했다면 통제권을 되찾는 한 가지 방법은 시장에서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다.” (293 page)
그러나 사회 전체가 소비를 조장하고 부추기는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시장에서의 자유를 제한’하여 ‘소비 욕구를 억누르는 일’이 일터에서의 자유를 가져다 준다는 것은 일견 현실적이지만 너무 일방적인 판단은 아닐까? 사회의 시스템 전체와 싸우는 한 사람의 고독한 투쟁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몇 천 년에 걸쳐 의도적으로 만들어진(저자의 주장대로 라면) 문화, 사회적 인식에 처연히 대항하라는 것은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행복은 욕망 분의 소유’라는 방정식이 있다. <일의 발견>에서는 삶의 행복은 분자를 키우는 쪽이 아니라 분모를 낮추는 쪽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경쟁의 논리라는 또 다른 삶의 한 축을 축소시킨 측면도 있다.
윤석철 교수는 경영학을 ‘삶과 일의 학문’이라 말했다. 인생과 기업의 밑바탕에 대한 진지한 이해로부터 출발하는 것이 경영이어야 하는데, 삶의 숙명은 바로 생존 경쟁이라는 것이다. 이 또한 곰곰 생각해 볼 내용이다.
어째든 이 책 <일의 발견>은 기업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경영 이론’에 대한 나의 기준을 분명히 세워줬다. 직장에서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도 다시금 생각하게 한 좋은 자극제 임에는 틀림없다. 아울러, “이 책은 오랫동안 내 삶의 일부였다. 이것은 내가 사랑하는 일이자 나를 괴롭혀온 문제였다”라는 저자의 솔직한 심정처럼 한 권의 책을 쓰기 위한 작가 정신의 치열함을 보여준 아주 좋은 사례라는 점이 또한 큰 수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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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처럼
이크~~~
신종윤님...뒤늦은 소감이라는 표현에 착오를 일으켰나보군요.
전 3기 연구원에 지원한 사람이 아니랍니다.
꿈벗 8기 이효정 이라고 하지요.
<일의 발견>이라는 책에 대한 3기 연구원님들의 글을 보며
꼭 읽고 싶다는 생각에 리뷰까지 올린것이지요.
신종윤님의 재치있는 리뷰와 칼럼을 잘 읽고 있습니다.
모쪼록 2007년 한해동안 많은 성장 있으시길 바랍니다.
최영훈님...지난해 봄 꿈벗 모임에서 잠깐 뵌 듯 합니다.
붉은 악마 티를 입고 오신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3기 연구원에서도 열심히 좋은 활약하고 계시는군요.
건필하시고, 이번 봄 꿈벗 모임에서 뵙지요.
신종윤님...뒤늦은 소감이라는 표현에 착오를 일으켰나보군요.
전 3기 연구원에 지원한 사람이 아니랍니다.
꿈벗 8기 이효정 이라고 하지요.
<일의 발견>이라는 책에 대한 3기 연구원님들의 글을 보며
꼭 읽고 싶다는 생각에 리뷰까지 올린것이지요.
신종윤님의 재치있는 리뷰와 칼럼을 잘 읽고 있습니다.
모쪼록 2007년 한해동안 많은 성장 있으시길 바랍니다.
최영훈님...지난해 봄 꿈벗 모임에서 잠깐 뵌 듯 합니다.
붉은 악마 티를 입고 오신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3기 연구원에서도 열심히 좋은 활약하고 계시는군요.
건필하시고, 이번 봄 꿈벗 모임에서 뵙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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