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余海 송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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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물결] 미래에 대한 아주 긴 이야기
<미래의 물결>은 프랑스의 대표적인 석학인 자크 아탈리가 예견하는 미래에 대한 이야기이다. 우리나라 제목은 ‘미래의 물결’이지만 원제목은 ‘미래에 대한 짧은 이야기(Une eve histoire de l'avenir) 이다. 제목과는 달리 분량은 400페이지에 달하고, 내용도 인류사, 경제, 정치, 사회 등을 다루고 있고, 시간상으로도 38억 년 전부터 시작하여 2050년까지를 다루고 있다. 결코 짧은 이야기는 아니다. 그래서 미래의 물결로 번역한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
그러나 긴 시간을 압축해서 설명하고 그 속에서 발견한 한 가지 법칙인 상업적 노마디즘으로 미래를 설명하고자 하였다. 또한 미래의 물결 속에 한국의 미래에 대한 저자의 생각도 담겨 있어 조금 더 관심 있게 책을 읽을 수 있다.
우리나라 번역본의 제목이 달리 붙여졌으며 ‘한국의 가까운 미래’라는 별도의 장을 추가하여 출간된 점을 미루어 짐작해볼 때 저자는 정치적인 생활을 오래한 경험이 마케팅 측면에서도 대단한 수완을 발휘하는 것 같다. 책 속에 언급된 나라들도 같은 방법으로 출간되었는지 궁금하다.
내용 면에서도 저자에게 설득당하지 않고 객관적인 시각을 끝까지 유지하면서 읽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저자가 낭만적 사회주의자라는 점을 유의하면서 읽기 바란다.
1. 저자에 대하여
자크 아탈리는 프랑스 지성인을 대표하는 석학으로 꼽힌다. 1934년 알제리의 알제에서 태어났고 알제리 독립운동이 한창이던 열네 살 무렵 가족과 함께 프랑스로 건너왔다. 파리공과 대학, 파리고등정치학교, 국립행정학교 등 프랑스 명문 교육기관을 졸업하고 소르본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공학, 정치학, 인문학, 경제학 등 다양한 분야를 섭렵하였다.
‘대학위의 대학’이라 불리는 프랑스 최고의 엘리트 교육기관인 그랑제콜을 네 군데나 거친 그를 두고, 시험성적으로 대통령을 뽑는다면 단연 자크 아탈리가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농담이 프랑스인들 사이에 회자되기도 하였다.
서른두 살 때 당시 프랑스 사회당 총재였던 미테랑의 경제고문으로 발탁되어 미테랑 대통령 취임 뒤에도 특별보좌관(1981~1989)을 거쳐, 유럽발전은행(BERD)을 설립하여 총재직(1990 ~1993)을 맡았으며, 1998년부터는 인터넷을 통해 소액대출전문가를 양성하고 소상공인들의 자립을 돕는 비영리기관 플래닛 파이낸스(PlaNet Finance)의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프랑스 정부 국정 자문역 및 컨설팅 회사인 ‘아탈리 아소시에 (A&A)' 대표로도 활동하고 있다.
40여권의 저서를 펴냈으며, <21세기 사전>, <인간적인 길>, <합리적인 미치광이>, <호모노마드: 유목하는 인간>, <마르크스 전기>, <미테랑 평전> 등이 한국에 소개되었다.
2. 내 마음에 들어온 글귀들
[6] 후손에게 아름다운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서는 미래에 대해 생각하고, 미래가 어디에서 오며 미래를 맞이해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지 고민해야 한다. 그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역사는 예측 가능하며 일정한 방향성을 지닌 법칙을 따르기 때문이다.
[7] 시장은 앞으로 세계를 지배하는 유일한 법으로 등극하여, 포착 불가능하고 전 지국적이며, 상업적 부와 새로운 소외현상들, 극도의 부와 극도의 빈곤을 만들어낼 ‘하이퍼 제국’을 형성할 것이다. 그런 세상이 오면 자연은 체계적으로 초토화된다.
[7] 인류가 이전 시대의 소외현상들로부터 채 벗어나기도 전에 미래 앞에서 주저앉거나 세계화의 흐름을 폭력으로 끊어 버린다면, 우리는 퇴행적 야만과 파괴적 전쟁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 그 때는 지금으로서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무기들이 동원된 가운데 국가나 종교단체, 테러집단, 해적들이 서로 처절한 싸움을 벌이게 될 것이다. 나는 이때의 양상을 ‘하이퍼 분쟁’이라 이름 붙이고자 한다. 이 하이퍼 분쟁으로 인해 인류 전체가 사라질 수도 있다.
[7] 마지막으로, 세계화가 완전히 거부당하지 않으면서 적당한 선에서 절제되고, 시장이 비교적 순탄하게 유지되며, 민주주의가 전 지구적으로 활성화될 뿐만 아니라 세계가 하나의 제국에 의해 통치되는 일이 멈춘다면, 그때는 자유와 책임, 존엄성, 극기, 타인 존중 등의 새로운 무한성이 펼쳐지게 될 것이다. 내가 바로 ‘하이퍼 민주주의’라고 이름 붙이고자 하는 국면이다.
[12] 모든 문제는 인구 폭발에서 시작할 것이다.
[12] 인구의 증가와 감소 이외에도 중대한 변화가 많이 일어날 것이다. 그 중 몇 가지 정도는 예측이 가능하다. 역사는 아주 오랜 기간을 두고 관찰해 보면 일정한 하나의 방향으로 고집스럽게 흘러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3] 세기를 거듭하면서 인류는 개인의 자유를 다른 어떤 가치보다도 최우선에 놓는 흐름을 만들어냈다.
[13] 인간의 역사는 권리를 지닌 개인, 즉 자신의 운명에 대해 스스로 생각할 수 있으며 타인에게도 자신과 똑같은 만큼의 자유가 주어져 있음을 인정하는 것 이외에는 아무런 구속이 없는 상태에서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지닌 개인의 출현의 역사와 다르지 않다.
[13] 기존의 권력자들과 훨씬 거대하며 기동성 있는 또 하나의 지도자 계급인 상인들이 부를 분배하는 가치 혁명적이라고 할 수 있는 두 가지 방식을 고안해냈다. 바로 ‘시장’과 ‘민주주의’의 탄생이다.
[15] 2035년 무렵이 되면, 길고 긴 전쟁과 심각한 환경위기를 맞아 곤경에 처한 미국은 시장의 세계화(특히 금융시장)와 기업(특히 보험회사)의 막강한 권력에 굴복하고 말 것이다.
[16] 자가 감시는 자유의 가장 극단적인 형태로 군림하게 될 것이며, 규범을 준수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만이 자유를 제한하는 마지막 수단이 될 것이다.
[17] 자원은 고갈될 것이며, 로봇들은 점차 증가할 것이다. 시간은 아주 내밀한 시간까지도 대부분 상품을 사용하는 데에 할애될 것이다.
[18] 환경, 윤리, 경제, 문화, 정치적으로 매우 긴박한 상황에 처한 제국에서는 보편적이고 박애의 정신을 지닌 새로운 힘이 바야흐로 전 세계적으로 힘을 얻게 될 것이다.
[26] 과거를 관통하며 변하지 않는 상수들은 반드시 있기 마련이며, 과거는 역시의 구조로 작용함으로써 다가올 몇 십 년 후가 어떤 식으로 조직될지 예측 가능하도록 도와준다.
[26] 세 가지 권력이 항상 공존했다. 기도 시간을 정하고 농사의 리듬을 결정하며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관장하는 종교 권력, 사냥과 방어, 정복을 결정하는 군사 권력, 그리고 생산과 자금을 관장하며 노동의 결과를 상화시키는 상업 권력이 바로 그것이다. 이 세 가지 권력은 천문대, 모래시계, 출근 기록을 동원해서 시간을 관리했다.
[27] 보통 인간들 아래로 또 하나의 권력이 다른 모든 권력을 관통하는데, 아마도 언젠가는 이 권력이 다른 모든 권력을 차지할지도 모른다. 바로 세대교체를 가능하게 하는 번식과 지식의 전달을 관장하는 여성적 권력이다.
[27] 이 세 가지 지배권력(종교, 군사, 금전)은 돌아가면서 차례로 부를 관리해왔다. 이렇게 볼 때 우리는 인류의 역사를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정치체제의 연속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종교가 실질적인 권위를 갖는 제례적 체제, 군대가 최우선적으로 권력을 행사하는 제국적 체제,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집단이 권력을 행사하는 상업적 체제, 이렇게 세 가지다. 첫 번째 체제는 신학적 이상을 추구하며, 두 번째 체제는 영토의 확장, 세 번째는 개인주의의 확산을 으뜸가는 이상으로 추구한다.
[35] 평균 수명이 30년을 넘어서게 되었다. 인간은 이제 자기가 아는 것을 다음 세대에게 전달해 줄 시간적 여유를 어느 정도 갖게 된 것이다. 지식을 전달하려는 욕구야말로 인간을 다른 동물과 확실하게 차별시켜 주는 중요한 특성이다.
[38] 1만 년 전, 자기보다 빠른 사냥감을 잡기 위해서 인간을 최초의 지렛대라고 할 수 있는 버팀목과 최초의 모터라고 할 수 있는 활, 이 두 가지 혁명적인 도구를 발명했다.
[39] 유목민과 정착민의 대결을 통해 인류는 힘과 자유를 얻는다.
[40] 문자가 발명됨으로써 지식을 축적하고 전달하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49] 이들은 역사상 최초로 물질적인 부를 축적하는 일이 신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길이라고 믿었다. 마침내 하나의 이상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이 이상은 후에 서구의 이상, 더 나아가서는 모든 상업적 체제의 이상이 되어 오늘날까지 지속되어 왔으나, 이것이 이른바 ‘그리스-히브리적 이상’이다.
[50] 그리스-히브리적 이상은 이제 좀 더 명확해진다. 자유는 궁극적인 목표이며, 윤리적 규율을 준수하는 것은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 되었다. 부는 하늘이 내려 준 선물이며, 가난은 일종의 위협이다. 개인적 자유와 상업적 체제는 이제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를 맺는다. 이 두 가지는 오늘날까지도 함께 발전하고 있다.
[52] 아시아에서는 인간을 욕망으로부터 해방시키려고 하는 반면, 서구는 인간에게 자신이 욕망을 자유롭게 실현하라고 부추긴다. 한쪽은 세계를 일종의 환상으로 생각하도록 가르치는 반면, 다른 한쪽은 세계만이 유일한 행동의 장이며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주장한다. 한쪽은 영혼의 윤회를 말하는가하면, 다른 한쪽은 영혼의 구원을 이야기한다.
[64] 이렇게 중요한 전환점이 되는 시기에 이슬람은 동양에서 맹위를 떨쳤지만 서양에서는 그렇게 할 수 있는 적합한 수단을 찾지 못했다. 과학을 외면하면서부터 이슬람은 상업적 체제의 지도자적 위치에 설 수 있는 발판을 잃었고, 따라서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같은 무렵 중국 역시 비슷한 운명에 처하게 된다.
[67] 두 체제(종교 체제와 제국체제)가 지속되는 동안에는 지구상에서 수천의 부족과 왕국 또는 제국이 수천의 지도자를 섬기며 수천의 신을 경배하고 수천의 언어를 사용하면서 서로의 존재를 알지 못하거나 서로 싸우면서 공존했다고 한다면, 상업적 체제하에서는 이와 달리 돈이라는 단 한 가지 언어만을 사용한다. 상업적 체제는 매순간 단 한 가지 형태, 단 하나의 중심인 ‘거점’을 위주로 조직된다.
[67] 경쟁이란 언제나 전쟁을 내포한다. 따라서 시장과 민주주의, 폭력사이에는 언제나 연속체가 생기기 마련이다.
[70] 이 역사의 흐름은 과거에 유효했던 법칙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미래를 지배하게 될 법칙까지도 드러낸다.
[79] ‘거점’은 스스로 발명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간파하고 모방하며 이를 실용화시킨다.
[83] 타지의 엘리트들에게 문호를 개방하는 것이 성공을 위한 조건이다.
[84]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금융과 보험은 상업적 실세가 되기 위해서 반드시 갖추어야 할 덕목이다.
[93] 이렇듯 세상이 바뀌는 방식은 언제나 같다. 상업적 공간이 점진적으로 확대되고, 그에 따라 산업화의 장도 넓어지고, 이렇게 되면 금융과 기술이 따라오게 되는 것이다.
[105] 1. 부족함은 새로운 부를 찾아 나서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희귀함은 야심 많은 자들에게는 오히려 축복이다.
2. 누가 신기술을 발명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 기술을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문화적, 정치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이다.
[110] 권위적인 국가는 시장을 만들고 시장은 민주주의를 만든다.
[158] 기나긴 인류의 역사는 몇 가지 아주 단순한 법칙을 따르고 있다. 민주주의와 시장이 출현한 이래로 모든 진화는 한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요컨대 세기를 거듭할수록 정치적 자유가 일반화되며, 욕망이 상업화한다는 사실이다. 세기를 거듭할수록 농부들은 도시로 이주한다. 세기를 거듭할수록 시장민주주의의 총집합체는 하나의 임시 ‘거점’을 중심으로 하여 점점 더 거대해지는 하나의 시장으로 모여든다.
[160] 새로운 기술이 기존의 서비스를 새로운 제품으로 대량 생산하게 될 것이다. 자동차, 가전제품, 유목민적 상품에 뒤이어 또 다른 획기적인 물품들이 새로운 도시, 이념, 군사, 문화적으로 훨씬 더 역동적인 새 ‘거점’에 의해 만들어져서 시장에 선보일 것이다.
[164] 일본, 중국, 인도, 러시아, 인도네시아, 한국,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브라질, 멕시코, 이렇게 11개 나라가 새로운 경제적, 정치적 세력으로 부상할 것이다.
[165] 세계는 아시아가 지배할 것이다. 세계 무역의 3분의 2는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이루어질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정도만 지나면, 아시아의 생산량은 전 세계 생산량의 절반을 넘어설 것이다.
[169] 한국이 이 같은 성공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두 개의 재앙 시나리오를 슬기롭게 피해 갈 수 있어야 한다. 두 개의 재앙 시나리오란 첫째, 북한의 갑작스러운 체제 붕괴로 말미암아 예상보다 통일이 앞당겨짐으로써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비용이 발생할 경우다. 둘째, 십중팔구 북한 체제가 붕괴에 앞서 최후의 수단으로 핵무기를 통한 무력 전쟁을 도발할 경우로서, 이 경우 반세기 동안 이룩한 경제 발전의 신화는 허무하게 사라져 버릴 수도 있다.
[173] 지속적인 세계 경제성장과 더불어 세계화는 가속화될 것이며, 시간을 상품화하는 추세 또한 강화될 것이 확실하다.
[174] 이제 인간의 시간은, 이제까지는 자의에 의해서건 타의에 의해서건 무료로 제공되던 서비스를 대체하는 상품을 만드는 곳에 투입될 것이다.
[175] 노동과 소비, 이동, 오락, 교육 사이의 경계가 희미해져서 이들을 구분하기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맞춤상품’을 실시간에 공급하는 것이 대세로 자리 잡게 됨에 따라, 소비자들은 기업의 상품 기획에서 점점 더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176] 유목적 생활을 조직화시켜 줄 수 있는 새로운 직업들도 생겨나게 될 것이다.
[177] 관광은 침묵과 명상을 주제로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177] 여행은 대학 교육이나 직업교육의 중요한 일부가 될 것이다. ‘고용 가능’한 인재로 남아 있으려면 언제나 여행 경험이 풍부함을 증명해 보여야 할 것이다.
[179] 두 가지 종류의 산업이 상품화된 시간을 지배적으로 경영하게 될 것이다. 바로 보험 산업과 오락산업이다. 이 두 가지 산업은 지금 이미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180] 모든 기업, 모든 국가들은 앞으로 보호와 오락이라는 두 가지 원칙에 입각하여 재편성될 것이다. 자신을 보호하고 세계에 대한 공포로 인하여 발생하는 긴장감을 해소시키기 위하여
[185] 이처럼 누구나 공간과 시간 속에서 연결이 되어 있으므로 유비쿼터스적 유목 환경은 2030년 무렵 극단적인 감시체제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206] 두 가지 기술의 진보가 상업적 체제의 아홉 번째 형태를 지금까지 유지시켜 왔다. 한 가지는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이용해서 정보 축적 능력을 꾸준히 함양시켰으며 다른 한 가지는 배터리 용량을 키움으로써 에너지를 증가시켰다.
[208] 희귀성중에서 앞으로도 늘 희귀한 상태로만 남아 있을 뿐, 결코 극복하지 않을 희귀성이 있으니, 바로 시간이 지닌 희귀성이다.
[211] 상업적 체제의 출범 이후 줄곧 인간들이 추구해온 궁극적인 목표인 자유가 어쩌면 숙명적으로 시간이라는 감옥에 갇혀 지내야 하는 인간이 만들어낸 변덕의 허구적인 표현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사람들도 생겨나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이 깨달음이 바로 상업적 체제의 중대한 위기를 불러올지도 모른다.
[238] 시장은 공공부문이 제공하는 각종 서비스, 즉 교육이나 의료, 환경, 국가주권 등의 영역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민간 기업들은 이 같은 기능을 상업화하고, 서비스를 대량생산 가능한 소비재로 변모시킬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이 소비재는 상업적 체제가 시작할 때부터 지속되어 온 기술 발전의 역학 속에 완벽하게 동화될 것이다.
[242] 감시자라는 개념은 상업적 체제가 추구하는 경제적 필요, 즉 기존 물체들을 생산하는데 드는 시간을 줄이고 네트워크의 역량을 최대화시키며 집단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을 최소화시키고 시간의 활용을 극대화하고 욕망과 요구를 사업적 부로 환원시킨다는 긴박한 필요에 부응하는 개념인 것이다.
[243] 공공서비스가 서서히 민간으로 이전됨에 따라 국가 재정에서 지출은 점타 감소하고 희귀자원의 소비 또한 줄어들 것이다.
[246] 유목민적 상품은 단일한 하나의 기계장치로 통합되어 항상 그 물체를 소지한 자의 위치를 알려줄 것이다.
[248] 이제 감시는 유목적이며 자율적으로 변모하여 점차 확산된다.
[253] 국가의 부재를 틈타서 기업들은 점점 더 소비자위주의 정책을 펴게 되고, 이 같은 정책의 직접적인 피해 당사자인 노동자들의 소득은 점차 감소될 것이다. 자가 감시 기술은 공공 서비스의 사용자보다는 기술의 소비자 위주의 정책을, 노동자 임금보다는 주주들의 이익을 우위에 놓음으로써 이러한 시스템을 조직화하고 가속화시킨다. 이러한 과정에서 보험회사, 오락회사, 자가 감시기 생산자들의 권력은 점점 더 강화된다.
[254] 좌파 우파 할 것 없이 그 어는 정당도 교육이나 의료, 치안, 보험 등의 점진적으로 민영화되는 흐름을 막을 수 없으며, 이러한 서비스들이 대량으로 생산되는 대세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255] 시민들의 창의력과 사회적 동화, 이동성을 인정하고 이를 장려한 국가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사회민주주의 전통을 지닌 몇몇 국가나 규모가 아주 작은 국가들은 오히려 다른 나라들에 비해서 생존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 여기에 바로 역사의 아이러니가 있다.
[258] 자본주의는 이제 막바지로 치닫는다. 자본주의는 자기와 다른 입장에 있는 생각은 가차 없이 파괴해 버린다. 자본주의는 세계를 국가와 무관하고 ‘거점’의 의무로부터도 벗어난 거대한 시장으로 바꾸어 놓는다.
[258] 자본주의는 시장이 생겨나면서부터 추구해온 것, 즉 삶의 매 순간을 상업적 가치를 지닌 무엇인가를 생산하고 교류하며 소비하는 기회로 보는 관점을 완성시킨다.
[259] 인간은 고독하면 고독할수록 허전함과 고독감을 메우기 위해 점점 더 소비를 늘리고, 점점 더 스스로를 감시하며, 점점 더 오락을 추구할 것이다.
[260] 유비쿼터스적 유목 환경 속에서 인간은 세계를 자기를 위해서 존재하는 전체, 보험회사가 자신의 개인적인 행동에 부과한 규범을 준수하는 한도 내에서는 자기 마음대로 행동해도 좋은 공간으로 인식한다. 따라서 개개인은 타인을 자신의 행복을 얻는 데 필요한 도구, 자신이 즐거움이나 돈 혹은 그 두 가지 모두를 얻기 위해 이용해도 좋은 수단으로만 간주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을 걱정해야 한다고, 남을 배려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268] 세계의 시장화, 즉 세계화가 빚어낸 모순에 대한 반작용으로 비영리 법인들(관계 위주의 기업들)이 출현해서 국가가 수행하지 못하는 몇몇 기능들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시민단체와 지구의 곳곳에 포진한 각종 재단들이 이미 이 같은 역할을 맡고 있다. 무료 봉사와 자원 봉사 형식으로 운영되는 이 가은 관계 위주의 기업들 역시 시장에 개입하게 되며, 시장은 이들 기업에 자금을 대고 이들 기업과 합작 관계를 맺게 될 것이다. 이 같은 기업들은 그 존재만으로도 벌써 미래의 세 번째 물결인 하이퍼 민주주의를 예고한다.
[277] 하이퍼 제국은 시장을 세계 차원으로 끌어올릴 것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빈민층을 사라지게 만들지는 못할 것이다.
[279] 보험산업과 오락산업은 시장의 양대 축으로서 이러한 역할을 부분적으로나마 수행하려 할 것이다. 요컨대, 보험산업은 각 개인들이 하이퍼 제국 내에서 자신의 자리를 마련할 수 있도록 필요한 규범을 만들어낼 것이며, 오락산업은 이 규범으로부터 이탈한다는 느낌을 주는 볼거리 등을 제공할 것이다.
[290] 모든 형태의 상업적 체제 말기가 그랬듯이, 국가의 해체, 하이퍼 제국의 형성과 더불어 새로운 전쟁의 조짐도 시작된다. 시장이 일반화되면서 차별성은 점차 사라지고 수준은 평등화되어 간다. 이와 동시에 각자는 자신을 제외한 모든 타인들의 경쟁자가 된다. 국가가 약화되면, 폭력을 한곳으로 모아 통제할 수 있는 가능성이 희박해지거나 아예 사라져 버린다.
[331] 현실적으로 하이퍼 분쟁에 앞서 희소성으로 인한 분쟁, 국경분쟁, 영향력 확대 분쟁, 해적과 정착민 사이의 분쟁, 이렇게 네 가지 부류의 분쟁이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347] 현재의 주변 상황을 보면, 모든 정황이 점차 인간을 상품으로 변화시켜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불의가 확산되고 생활의 불안정성이 확대되고 있으며 폭력이 증가하는 등이 그러한 변화를 알리는 징조라고 할 수 있다.
[349] 다양한 세력들이 이미 얼마 전부터 모두가 함께 어울리며 살맛나는 세계를 건설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박차를 가하고 있다.
[351] 새로운 세계란 처음에는 그저 시장과 민주주의가 범지구적으로 공존하는 상태를 일컫다가 차츰 시장과 민주주의 양자 모두가 내가 하이퍼 민주주의라고 부르는 것에 자리를 양보하게 될 것이다. 이 예측을 이해시키기 위해 나는 몇 가지 새로운 개념을 제안한다. 우선 내가 트랜스 휴먼이라고 부르는 전위적 주역들이 나서서 관계 위주의 기업을 운영하게 될 것이다. 트랜스 휴먼 각자는 이타적인 지구 시민이며, 유목민인 동시에 정착민이고, 권리와 의무에 있어서 자기 이웃과 동등하고, 세계에 대해서 호의적이며 자기 아닌 타인을 존중하는 사람이어야 할 것이다.
[355] 트랜스 휴먼들에 의해서 타인과의 경쟁을 종용하는 시장경제와 병행해서, 서로가 지닌 재능을 무료로 교환하거나 대중을 위한 공공서비스 등이 무료로 제공되는 이타적인 경제가 자리 잡게 될 것이다. 내가 관계의 경제라고 부르는 이 같은 형태의 경제는 희소성의 원칙을 따르지 않는다. 가령 지식은 나누어 준다고 해서 그 지식을 주는 사람의 지식이 줄어들거나 없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356] 트랜스 휴먼의 궁극적인 목표는 세계의 운명을 좀 더 나은 쪽으로 이끄는 것으로 그러기 위해서는 시장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민주주의를 동원해서 시장의 세계화가 지나치게 극단으로 흐르지 않도록 균형을 잡아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기업에서 이익은 기업 스스로가 존재하기 위한 방편일 뿐, 결코 그 자체가 궁극적인 목표가 되지는 않는다.
[357] 관계 위주의 기업 가운데 가장 중요한 부류는 아마도 소액대출기관들로 구성될 것이다. 이들은 날이 갈수록 시장과 민주주의, 관계의 관점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361] 유럽연합은 하이퍼 민주주의의 전위로서, 러시아와 터키까지도 포함하는 이제까지 전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나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시장과 민주주의 간의 균형이 가장 조화롭게 이루어질 수 있는 조건이다. 그러므로 하이퍼 민주주의는 유럽에서 출발할 것이다.
[365] 관계를 상업화하는 기업들은 저장된 시간보다 실제로 산 시간을 더욱 값지게 생각할 것이며, 공장에서 대량으로 생산된 상품보다 서비스를 우선으로 여길 것이다. 이 기업들은 저장된 시간을 활용한 공연은 점차 무료화하고 살아있는 생생한 공연만 유료화할 것이다. 가령, 영화는 무료화될 테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배우들을 연극무대에서 보려면 돈을 지불해야 하는 식으로 바뀐다는 말이다. 마찬가지 이치로 음악파일은 무료화될 대지만, 음악가들의 실제 연주를 들을 수 있는 음악회에 가기 위해서는 돈을 지불해야 할 것이다. 책과 신문은 무료화될 테지만 작가나 기자의 강연을 듣거나 그들과 토론을 하기 위해서는 편집자들에게 돈을 지불해야 할 것이다. 인생의 상당히 많은 분야에서 무료라는 개념이 정착될 것이다.
[367] 하이퍼 민주주의가 집단적으로 추구하는 목표인 인류 공동의 재산은 거대함이나 부, 행복이 아니라 삶을 가능하게 하며 삶에 존엄성을 부여하는 모든 요소들의 집합이라고 할 수 있다. 즉, 기후, 공기, 자유, 민주주의, 문화, 언어, 지식 등의 모든 요소가 인류 공동의 재산으로 불려 마땅하다. 인류 공동의 재산은 시장의 전유물이 되어서도 안되고, 국가의 소유물도 될 수 없으며, 다자간 합의에 의해 소유가 결정되어서도 안될 것이다. 공동의 재산은 어디까지나 초국가적이어야 한다.
[370] 나는 인간 개개인이 자신의 삶을 존귀하게 만들기 위해, 또 공동의 재산을 누리기 위해 반드시 가져야 하는 권리를 본질적 재산이라고 부른다. 이 본질적 재산에는 지식, 주거공간, 음식, 의료, 일거리, 물, 공간, 치안, 자유, 평등, 존엄성, 네트워크, 유소년기를 누릴 권리, 인간으로서 존중받을 권리, 한 장소에서 살다가 다른 장소로 옮기거나 그 장소에서 계속 살 수 있는 권리, 연민이나 고독을 느낄 권리, 여러 사람을 동시에 공개적으로 혹은 비밀리에 사랑할 권리, 말년에 홀로 죽지 않을 권리 등이 모두 포함된다.
[371] 인류의 본질적 재산은 점점 더 많은 수의 사람들이 본질적 재산을 누릴 수 있을 때 훨씬 증가할 것이다. 이것은 가령 하나의 연구소에서 여러 명의 연구원들이 연구할 때 근사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과 같고, 하나의 언어를 말하는 사람들은 같은 언어를 말하는 사람들이 더 많으면 많을수록 자기들에게 이익이 되고, 하나의 가정은 가정의 구성원들이 최대한 행복을 느낄 때 가장 행복한 것처럼, 다른 사람들이 가장 인간적인 존엄성을 느낄 수 있고 가장 자유스럽게 느낄 수 있으며 건강할 때 자기도 행복해지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인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개인이 삶을 행복하게 느낄 때 전체적으로 행복해진다. 이타심은 각 개인의 행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모름지기 트랜스 휴먼은 합리적으로 사고하다.
[374] 끝으로 나는 내가 여기에 기술한 끔찍한 미래에 대한 공포가, 실제로는 그 같은 미래가 절대로 도래하지 않게끔 도와주리라고 믿고 싶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거대한 무질서 너머로, 인생 여행을 떠나는 모든 여행자들을 화기애애하게 맞아주는 지구의 모습이 떠오를 것이다.
[378] 역사에 의하면, 한국은 단 한번도 세계를 지배하는 강력한 세력, 즉 상업적 체제의 ‘거점’으로 부상할 기회를 잡은 적이 없었다. 그렇게 된 데에는 최소한 세 가지 분명한 이유가 있다.
우선, 첫 번째 이유를 보자. 과거에 한국은 제조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윤, 이동성, 기술혁신, 운송 기술 등보다 농업과 식품산업, 지대와 그 지대에 밀접한 이해관계로 얽혀 있는 관료들의 이익을 우선시 해왔다. 뿐만 아니라 권력을 숭배하고 민중의 힘을 두려워했으며 , 철옹성처럼 견고한 관료계급을 떠받들며 과거를 미화하고 과거에 대한 향수 속에서 살아왔다고 말할 수 있다.
두 번째로, 한국은 오랫동안 해양산업을 소홀히 했다.
마지막으로 한국은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자력으로 ‘창조적 계급’을 키우거나 외부로부터 이들을 받아들이는데 실패했다.
[380] 북한이 점진적인 개방에 이어 중국을 모델로 하는 체제 변화를 실현한 다음에 비로소 남한과 북한이 점차적으로 하나로 수렴되는 방식을 택하는 길만이 한국이 피해를 입지 않고 통일을 이룰 수 있는 최상의 시나리오가 될 것이다.
3. 내가 저자라면
인간의 행복을 경제학적 관점으로 표현하면 인간의 행복 = 성취한 것 / 욕망 이다. 이 행복을 이루는 방법론에서 동양과 서양은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동양은 인간을 욕망으로부터 해방시키려고 하는 반면 서양은 인간의 욕망을 자유롭게 실현하라고 부추긴다. 즉 동양은 분모에 해당하는 욕망을 줄여서 행복을 높이고 서양은 분자인 성취한 것을 높여서 행복을 높인다.
역사상 최초로 물질적인 부를 축적하는 일이 인간이 행복해지는 길이며 곧 신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길이라는 ‘그리스-히브리’적 사상이 서양의 이상이 되었으며 현재 경제를 좌우하는 기준이 되었다.
현재 세상의 흐름은 경제가 좌우한다. 경제활동이 이루어지는 곳은 시장이다. 시장은 경쟁을 통해 성장한다. 물질적인 부는 자원의 희소성 때문에 시장 안에서 경쟁을 통해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시장의 요구에 따라 경제활동이 좌우된다. 이제는 다른 활동들보다 시장이 세계를 지배하는 유일한 법으로 등극하고 있다.
시장의 기본법칙인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면서 빈부의 격차, 환경악화, 폭력증가, 자원감소, 전쟁 등 부작용들이 심화되고 있다. 물질의 부를 이루는 시장에 대항하여 시장이 극단으로 흐르지 않도록 균형을 잡아야 한다. 저자는 이 필요한 부분을 물질의 반대인 정신적인 부분을 강조한 박애정신이 살아 숨쉬는 하이퍼 사회를 지향한다. 하이퍼 사회의 중심은 하이퍼 민주주의로 정의한다. 하이퍼 민주주의를 이끄는 전위부대로 저자는 새로운 개념을 정의하는데 ‘트랜스 휴먼’과 ‘관계 위주의 기업’이다. 트랜스 휴먼은 남을 돕고 이해하며 자손들에게 보다 나은 세계를 물려주려고 애쓰는 이타적인 지구시민이다. 트랜스 휴먼은 경제뿐만 아니라 사회, 예술의 변화도 이끌어 가는 창조적 계급을 형성한다. 기업도 트랜스 휴먼이 이끄는 새로운 리더십에 의해 이익에만 연연해하지 않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관계위주의 기업으로 바뀌게 된다.
저자는 미래 예측에 앞서 미래 예측의 목적과 방법을 명확하게 명시하고 시작한다.
“후손에게 아름다운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서는 미래에 대해 생각하고, 미래가 어디에서 오며 미래를 맞이해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그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역사는 예측 가능하며 일정한 방향성을 지닌 법칙을 따르기 때문이다.” (p6)
이 고민에 대한 내용이 바로 이 책의 주제인 것이다. 미래예측에 앞서 인류 문명과 역사의 흐름을 나름의 분석 틀과 잣대로 법칙성을 정립하였다. 그것이 ‘그리스-히브리적 이상’이 낳은 시장민주주의의 상업적 체제를 변화의 핵심으로 보았다.
상업적 체제의 변화를 거점이라는 지역적 위치로 분석하였고 이를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해석하였다. 첫 번째 거점은 벨기에의 ‘브루게’이고 그 후 베네치아, 앤트워프, 제노바, 암스테르담, 런던 등 유럽도시가 중심이 되었다. 19세기 후반 보스턴, 뉴욕을 거쳐 현재는 로스앤젤레스로 이동하였다. 미래의 열 번째 거점은 특정 지역을 피한 채 그동안 거쳐 왔던 거점들의 특징들을 나열만 하였다.
2035년이 되면 현재 세계 권력의 중심인 미국이 물러나고 여러 세력이 공존하는 다중심적 체제로 전환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다중심적 체제의 11개국 속에는 한국, 일본,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러시아,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멕시코 등이 있다. 그러나 2050년이 되면 이 체제도 무너지고 국가의 개념도 사라진 하이퍼 제국이 등장한다. 이 제국도 하이퍼 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결국에는 하이퍼 민주주의로 변화할 것이라는 것이 저자의 전망이다.
이 책에서도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이 근간을 이루고 있다. 세계의 흐름의 중심인 상업적 체제에 반하여 비상업적 체제의 세력이 출현하고 힘을 규합하여 대항하게 되는 점을 근간으로 미래의 물결을 설명한다. 물질적인 부에서 행복을 찾는 이기적인 인간에서 이타적이고 자신뿐 아니라 동시대인들의 운명과 그 후손들의 운명에 대해서 깊이 고민하는 트랜스 휴먼의 등장이 내용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겠다. 또한 트랜스 휴먼에 의한 비상업적 경제 또는 비화폐적 경제가 중심인 시장민주주의가 주류를 이룬다.
그러나 이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이타적인 사람들이 과연 주류를 이룰 수 있을까? 과거에는 이타주의가 중심인 사회는 왜 없었는가? 유럽연합이 하이퍼 민주주의의 모델이라고 하는데 과연 현재 유럽연합의 모습이 이상적으로 보이는가? 등 여러 가지 사항들에 대해 비판의 칼날을 세우는 이들도 많을 것 같다.
어찌 되었든 인간의 행복을 추구하는 데 있어 지난 역사의 흐름을 보았을 때 서양의 관점에서 동양의 관점으로 변화하고 있는 점은 확실하다. 인간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인간의 욕망을 줄이면서 조화롭게 어울려 나가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최종적으로 저자는 낙관적인 예측을 넘어 낭만적인 미래로 결론을 맺고자 애쓴 흔적이 보인다.
“끝으로 나는 내가 여기에 기술한 끔찍한 미래에 대한 공포가, 실제로는 그 같은 미래가 절대로 도래하지 않게끔 도와주리라고 믿고 싶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거대한 무질서 너머로, 인생 여행을 떠나는 모든 여행자들을 화기애애하게 맞아주는 지구의 모습이 떠오를 것이다.” (p374)
저자가 예견한 미래가 다소 힘들어 보이지만 우리의 미래가 올바른 방향으로 흘러가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책의 마지막 글을 다시 한번 읽어본다.
“그때가 올 때까지 많은 사건들이 일어날 것이며, 그 사건들은 내가 상상한 사건들보다 더 참혹할 수도 있고, 훨씬 나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 모든 사건들을 묵묵히 겪어내는 동안,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은 인류의 마지막 남은 불꽃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보호할 것이다. 문필가들은 훌륭한 글을 남겼을 것이고, 미술가들은 걸작품을 완성했을 것이다. 철학자나 과학자들은 새로운 개념을 발견했을 것이고, 음악가들은 아름다운 노래를 작곡했을 것이다. 그리고 특히, 우리는 서로 사랑했을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사랑할 것이다.“ (p375)
어제보다 아름다워지려는 나의 노력이 저자가 생각하는 미래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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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물결>은 프랑스의 대표적인 석학인 자크 아탈리가 예견하는 미래에 대한 이야기이다. 우리나라 제목은 ‘미래의 물결’이지만 원제목은 ‘미래에 대한 짧은 이야기(Une eve histoire de l'avenir) 이다. 제목과는 달리 분량은 400페이지에 달하고, 내용도 인류사, 경제, 정치, 사회 등을 다루고 있고, 시간상으로도 38억 년 전부터 시작하여 2050년까지를 다루고 있다. 결코 짧은 이야기는 아니다. 그래서 미래의 물결로 번역한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
그러나 긴 시간을 압축해서 설명하고 그 속에서 발견한 한 가지 법칙인 상업적 노마디즘으로 미래를 설명하고자 하였다. 또한 미래의 물결 속에 한국의 미래에 대한 저자의 생각도 담겨 있어 조금 더 관심 있게 책을 읽을 수 있다.
우리나라 번역본의 제목이 달리 붙여졌으며 ‘한국의 가까운 미래’라는 별도의 장을 추가하여 출간된 점을 미루어 짐작해볼 때 저자는 정치적인 생활을 오래한 경험이 마케팅 측면에서도 대단한 수완을 발휘하는 것 같다. 책 속에 언급된 나라들도 같은 방법으로 출간되었는지 궁금하다.
내용 면에서도 저자에게 설득당하지 않고 객관적인 시각을 끝까지 유지하면서 읽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저자가 낭만적 사회주의자라는 점을 유의하면서 읽기 바란다.
1. 저자에 대하여
자크 아탈리는 프랑스 지성인을 대표하는 석학으로 꼽힌다. 1934년 알제리의 알제에서 태어났고 알제리 독립운동이 한창이던 열네 살 무렵 가족과 함께 프랑스로 건너왔다. 파리공과 대학, 파리고등정치학교, 국립행정학교 등 프랑스 명문 교육기관을 졸업하고 소르본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공학, 정치학, 인문학, 경제학 등 다양한 분야를 섭렵하였다.
‘대학위의 대학’이라 불리는 프랑스 최고의 엘리트 교육기관인 그랑제콜을 네 군데나 거친 그를 두고, 시험성적으로 대통령을 뽑는다면 단연 자크 아탈리가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농담이 프랑스인들 사이에 회자되기도 하였다.
서른두 살 때 당시 프랑스 사회당 총재였던 미테랑의 경제고문으로 발탁되어 미테랑 대통령 취임 뒤에도 특별보좌관(1981~1989)을 거쳐, 유럽발전은행(BERD)을 설립하여 총재직(1990 ~1993)을 맡았으며, 1998년부터는 인터넷을 통해 소액대출전문가를 양성하고 소상공인들의 자립을 돕는 비영리기관 플래닛 파이낸스(PlaNet Finance)의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프랑스 정부 국정 자문역 및 컨설팅 회사인 ‘아탈리 아소시에 (A&A)' 대표로도 활동하고 있다.
40여권의 저서를 펴냈으며, <21세기 사전>, <인간적인 길>, <합리적인 미치광이>, <호모노마드: 유목하는 인간>, <마르크스 전기>, <미테랑 평전> 등이 한국에 소개되었다.
2. 내 마음에 들어온 글귀들
[6] 후손에게 아름다운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서는 미래에 대해 생각하고, 미래가 어디에서 오며 미래를 맞이해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지 고민해야 한다. 그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역사는 예측 가능하며 일정한 방향성을 지닌 법칙을 따르기 때문이다.
[7] 시장은 앞으로 세계를 지배하는 유일한 법으로 등극하여, 포착 불가능하고 전 지국적이며, 상업적 부와 새로운 소외현상들, 극도의 부와 극도의 빈곤을 만들어낼 ‘하이퍼 제국’을 형성할 것이다. 그런 세상이 오면 자연은 체계적으로 초토화된다.
[7] 인류가 이전 시대의 소외현상들로부터 채 벗어나기도 전에 미래 앞에서 주저앉거나 세계화의 흐름을 폭력으로 끊어 버린다면, 우리는 퇴행적 야만과 파괴적 전쟁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 그 때는 지금으로서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무기들이 동원된 가운데 국가나 종교단체, 테러집단, 해적들이 서로 처절한 싸움을 벌이게 될 것이다. 나는 이때의 양상을 ‘하이퍼 분쟁’이라 이름 붙이고자 한다. 이 하이퍼 분쟁으로 인해 인류 전체가 사라질 수도 있다.
[7] 마지막으로, 세계화가 완전히 거부당하지 않으면서 적당한 선에서 절제되고, 시장이 비교적 순탄하게 유지되며, 민주주의가 전 지구적으로 활성화될 뿐만 아니라 세계가 하나의 제국에 의해 통치되는 일이 멈춘다면, 그때는 자유와 책임, 존엄성, 극기, 타인 존중 등의 새로운 무한성이 펼쳐지게 될 것이다. 내가 바로 ‘하이퍼 민주주의’라고 이름 붙이고자 하는 국면이다.
[12] 모든 문제는 인구 폭발에서 시작할 것이다.
[12] 인구의 증가와 감소 이외에도 중대한 변화가 많이 일어날 것이다. 그 중 몇 가지 정도는 예측이 가능하다. 역사는 아주 오랜 기간을 두고 관찰해 보면 일정한 하나의 방향으로 고집스럽게 흘러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3] 세기를 거듭하면서 인류는 개인의 자유를 다른 어떤 가치보다도 최우선에 놓는 흐름을 만들어냈다.
[13] 인간의 역사는 권리를 지닌 개인, 즉 자신의 운명에 대해 스스로 생각할 수 있으며 타인에게도 자신과 똑같은 만큼의 자유가 주어져 있음을 인정하는 것 이외에는 아무런 구속이 없는 상태에서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지닌 개인의 출현의 역사와 다르지 않다.
[13] 기존의 권력자들과 훨씬 거대하며 기동성 있는 또 하나의 지도자 계급인 상인들이 부를 분배하는 가치 혁명적이라고 할 수 있는 두 가지 방식을 고안해냈다. 바로 ‘시장’과 ‘민주주의’의 탄생이다.
[15] 2035년 무렵이 되면, 길고 긴 전쟁과 심각한 환경위기를 맞아 곤경에 처한 미국은 시장의 세계화(특히 금융시장)와 기업(특히 보험회사)의 막강한 권력에 굴복하고 말 것이다.
[16] 자가 감시는 자유의 가장 극단적인 형태로 군림하게 될 것이며, 규범을 준수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만이 자유를 제한하는 마지막 수단이 될 것이다.
[17] 자원은 고갈될 것이며, 로봇들은 점차 증가할 것이다. 시간은 아주 내밀한 시간까지도 대부분 상품을 사용하는 데에 할애될 것이다.
[18] 환경, 윤리, 경제, 문화, 정치적으로 매우 긴박한 상황에 처한 제국에서는 보편적이고 박애의 정신을 지닌 새로운 힘이 바야흐로 전 세계적으로 힘을 얻게 될 것이다.
[26] 과거를 관통하며 변하지 않는 상수들은 반드시 있기 마련이며, 과거는 역시의 구조로 작용함으로써 다가올 몇 십 년 후가 어떤 식으로 조직될지 예측 가능하도록 도와준다.
[26] 세 가지 권력이 항상 공존했다. 기도 시간을 정하고 농사의 리듬을 결정하며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관장하는 종교 권력, 사냥과 방어, 정복을 결정하는 군사 권력, 그리고 생산과 자금을 관장하며 노동의 결과를 상화시키는 상업 권력이 바로 그것이다. 이 세 가지 권력은 천문대, 모래시계, 출근 기록을 동원해서 시간을 관리했다.
[27] 보통 인간들 아래로 또 하나의 권력이 다른 모든 권력을 관통하는데, 아마도 언젠가는 이 권력이 다른 모든 권력을 차지할지도 모른다. 바로 세대교체를 가능하게 하는 번식과 지식의 전달을 관장하는 여성적 권력이다.
[27] 이 세 가지 지배권력(종교, 군사, 금전)은 돌아가면서 차례로 부를 관리해왔다. 이렇게 볼 때 우리는 인류의 역사를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정치체제의 연속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종교가 실질적인 권위를 갖는 제례적 체제, 군대가 최우선적으로 권력을 행사하는 제국적 체제,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집단이 권력을 행사하는 상업적 체제, 이렇게 세 가지다. 첫 번째 체제는 신학적 이상을 추구하며, 두 번째 체제는 영토의 확장, 세 번째는 개인주의의 확산을 으뜸가는 이상으로 추구한다.
[35] 평균 수명이 30년을 넘어서게 되었다. 인간은 이제 자기가 아는 것을 다음 세대에게 전달해 줄 시간적 여유를 어느 정도 갖게 된 것이다. 지식을 전달하려는 욕구야말로 인간을 다른 동물과 확실하게 차별시켜 주는 중요한 특성이다.
[38] 1만 년 전, 자기보다 빠른 사냥감을 잡기 위해서 인간을 최초의 지렛대라고 할 수 있는 버팀목과 최초의 모터라고 할 수 있는 활, 이 두 가지 혁명적인 도구를 발명했다.
[39] 유목민과 정착민의 대결을 통해 인류는 힘과 자유를 얻는다.
[40] 문자가 발명됨으로써 지식을 축적하고 전달하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49] 이들은 역사상 최초로 물질적인 부를 축적하는 일이 신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길이라고 믿었다. 마침내 하나의 이상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이 이상은 후에 서구의 이상, 더 나아가서는 모든 상업적 체제의 이상이 되어 오늘날까지 지속되어 왔으나, 이것이 이른바 ‘그리스-히브리적 이상’이다.
[50] 그리스-히브리적 이상은 이제 좀 더 명확해진다. 자유는 궁극적인 목표이며, 윤리적 규율을 준수하는 것은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 되었다. 부는 하늘이 내려 준 선물이며, 가난은 일종의 위협이다. 개인적 자유와 상업적 체제는 이제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를 맺는다. 이 두 가지는 오늘날까지도 함께 발전하고 있다.
[52] 아시아에서는 인간을 욕망으로부터 해방시키려고 하는 반면, 서구는 인간에게 자신이 욕망을 자유롭게 실현하라고 부추긴다. 한쪽은 세계를 일종의 환상으로 생각하도록 가르치는 반면, 다른 한쪽은 세계만이 유일한 행동의 장이며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주장한다. 한쪽은 영혼의 윤회를 말하는가하면, 다른 한쪽은 영혼의 구원을 이야기한다.
[64] 이렇게 중요한 전환점이 되는 시기에 이슬람은 동양에서 맹위를 떨쳤지만 서양에서는 그렇게 할 수 있는 적합한 수단을 찾지 못했다. 과학을 외면하면서부터 이슬람은 상업적 체제의 지도자적 위치에 설 수 있는 발판을 잃었고, 따라서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같은 무렵 중국 역시 비슷한 운명에 처하게 된다.
[67] 두 체제(종교 체제와 제국체제)가 지속되는 동안에는 지구상에서 수천의 부족과 왕국 또는 제국이 수천의 지도자를 섬기며 수천의 신을 경배하고 수천의 언어를 사용하면서 서로의 존재를 알지 못하거나 서로 싸우면서 공존했다고 한다면, 상업적 체제하에서는 이와 달리 돈이라는 단 한 가지 언어만을 사용한다. 상업적 체제는 매순간 단 한 가지 형태, 단 하나의 중심인 ‘거점’을 위주로 조직된다.
[67] 경쟁이란 언제나 전쟁을 내포한다. 따라서 시장과 민주주의, 폭력사이에는 언제나 연속체가 생기기 마련이다.
[70] 이 역사의 흐름은 과거에 유효했던 법칙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미래를 지배하게 될 법칙까지도 드러낸다.
[79] ‘거점’은 스스로 발명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간파하고 모방하며 이를 실용화시킨다.
[83] 타지의 엘리트들에게 문호를 개방하는 것이 성공을 위한 조건이다.
[84]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금융과 보험은 상업적 실세가 되기 위해서 반드시 갖추어야 할 덕목이다.
[93] 이렇듯 세상이 바뀌는 방식은 언제나 같다. 상업적 공간이 점진적으로 확대되고, 그에 따라 산업화의 장도 넓어지고, 이렇게 되면 금융과 기술이 따라오게 되는 것이다.
[105] 1. 부족함은 새로운 부를 찾아 나서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희귀함은 야심 많은 자들에게는 오히려 축복이다.
2. 누가 신기술을 발명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 기술을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문화적, 정치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이다.
[110] 권위적인 국가는 시장을 만들고 시장은 민주주의를 만든다.
[158] 기나긴 인류의 역사는 몇 가지 아주 단순한 법칙을 따르고 있다. 민주주의와 시장이 출현한 이래로 모든 진화는 한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요컨대 세기를 거듭할수록 정치적 자유가 일반화되며, 욕망이 상업화한다는 사실이다. 세기를 거듭할수록 농부들은 도시로 이주한다. 세기를 거듭할수록 시장민주주의의 총집합체는 하나의 임시 ‘거점’을 중심으로 하여 점점 더 거대해지는 하나의 시장으로 모여든다.
[160] 새로운 기술이 기존의 서비스를 새로운 제품으로 대량 생산하게 될 것이다. 자동차, 가전제품, 유목민적 상품에 뒤이어 또 다른 획기적인 물품들이 새로운 도시, 이념, 군사, 문화적으로 훨씬 더 역동적인 새 ‘거점’에 의해 만들어져서 시장에 선보일 것이다.
[164] 일본, 중국, 인도, 러시아, 인도네시아, 한국,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브라질, 멕시코, 이렇게 11개 나라가 새로운 경제적, 정치적 세력으로 부상할 것이다.
[165] 세계는 아시아가 지배할 것이다. 세계 무역의 3분의 2는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이루어질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정도만 지나면, 아시아의 생산량은 전 세계 생산량의 절반을 넘어설 것이다.
[169] 한국이 이 같은 성공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두 개의 재앙 시나리오를 슬기롭게 피해 갈 수 있어야 한다. 두 개의 재앙 시나리오란 첫째, 북한의 갑작스러운 체제 붕괴로 말미암아 예상보다 통일이 앞당겨짐으로써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비용이 발생할 경우다. 둘째, 십중팔구 북한 체제가 붕괴에 앞서 최후의 수단으로 핵무기를 통한 무력 전쟁을 도발할 경우로서, 이 경우 반세기 동안 이룩한 경제 발전의 신화는 허무하게 사라져 버릴 수도 있다.
[173] 지속적인 세계 경제성장과 더불어 세계화는 가속화될 것이며, 시간을 상품화하는 추세 또한 강화될 것이 확실하다.
[174] 이제 인간의 시간은, 이제까지는 자의에 의해서건 타의에 의해서건 무료로 제공되던 서비스를 대체하는 상품을 만드는 곳에 투입될 것이다.
[175] 노동과 소비, 이동, 오락, 교육 사이의 경계가 희미해져서 이들을 구분하기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맞춤상품’을 실시간에 공급하는 것이 대세로 자리 잡게 됨에 따라, 소비자들은 기업의 상품 기획에서 점점 더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176] 유목적 생활을 조직화시켜 줄 수 있는 새로운 직업들도 생겨나게 될 것이다.
[177] 관광은 침묵과 명상을 주제로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177] 여행은 대학 교육이나 직업교육의 중요한 일부가 될 것이다. ‘고용 가능’한 인재로 남아 있으려면 언제나 여행 경험이 풍부함을 증명해 보여야 할 것이다.
[179] 두 가지 종류의 산업이 상품화된 시간을 지배적으로 경영하게 될 것이다. 바로 보험 산업과 오락산업이다. 이 두 가지 산업은 지금 이미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180] 모든 기업, 모든 국가들은 앞으로 보호와 오락이라는 두 가지 원칙에 입각하여 재편성될 것이다. 자신을 보호하고 세계에 대한 공포로 인하여 발생하는 긴장감을 해소시키기 위하여
[185] 이처럼 누구나 공간과 시간 속에서 연결이 되어 있으므로 유비쿼터스적 유목 환경은 2030년 무렵 극단적인 감시체제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206] 두 가지 기술의 진보가 상업적 체제의 아홉 번째 형태를 지금까지 유지시켜 왔다. 한 가지는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이용해서 정보 축적 능력을 꾸준히 함양시켰으며 다른 한 가지는 배터리 용량을 키움으로써 에너지를 증가시켰다.
[208] 희귀성중에서 앞으로도 늘 희귀한 상태로만 남아 있을 뿐, 결코 극복하지 않을 희귀성이 있으니, 바로 시간이 지닌 희귀성이다.
[211] 상업적 체제의 출범 이후 줄곧 인간들이 추구해온 궁극적인 목표인 자유가 어쩌면 숙명적으로 시간이라는 감옥에 갇혀 지내야 하는 인간이 만들어낸 변덕의 허구적인 표현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사람들도 생겨나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이 깨달음이 바로 상업적 체제의 중대한 위기를 불러올지도 모른다.
[238] 시장은 공공부문이 제공하는 각종 서비스, 즉 교육이나 의료, 환경, 국가주권 등의 영역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민간 기업들은 이 같은 기능을 상업화하고, 서비스를 대량생산 가능한 소비재로 변모시킬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이 소비재는 상업적 체제가 시작할 때부터 지속되어 온 기술 발전의 역학 속에 완벽하게 동화될 것이다.
[242] 감시자라는 개념은 상업적 체제가 추구하는 경제적 필요, 즉 기존 물체들을 생산하는데 드는 시간을 줄이고 네트워크의 역량을 최대화시키며 집단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을 최소화시키고 시간의 활용을 극대화하고 욕망과 요구를 사업적 부로 환원시킨다는 긴박한 필요에 부응하는 개념인 것이다.
[243] 공공서비스가 서서히 민간으로 이전됨에 따라 국가 재정에서 지출은 점타 감소하고 희귀자원의 소비 또한 줄어들 것이다.
[246] 유목민적 상품은 단일한 하나의 기계장치로 통합되어 항상 그 물체를 소지한 자의 위치를 알려줄 것이다.
[248] 이제 감시는 유목적이며 자율적으로 변모하여 점차 확산된다.
[253] 국가의 부재를 틈타서 기업들은 점점 더 소비자위주의 정책을 펴게 되고, 이 같은 정책의 직접적인 피해 당사자인 노동자들의 소득은 점차 감소될 것이다. 자가 감시 기술은 공공 서비스의 사용자보다는 기술의 소비자 위주의 정책을, 노동자 임금보다는 주주들의 이익을 우위에 놓음으로써 이러한 시스템을 조직화하고 가속화시킨다. 이러한 과정에서 보험회사, 오락회사, 자가 감시기 생산자들의 권력은 점점 더 강화된다.
[254] 좌파 우파 할 것 없이 그 어는 정당도 교육이나 의료, 치안, 보험 등의 점진적으로 민영화되는 흐름을 막을 수 없으며, 이러한 서비스들이 대량으로 생산되는 대세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255] 시민들의 창의력과 사회적 동화, 이동성을 인정하고 이를 장려한 국가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사회민주주의 전통을 지닌 몇몇 국가나 규모가 아주 작은 국가들은 오히려 다른 나라들에 비해서 생존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 여기에 바로 역사의 아이러니가 있다.
[258] 자본주의는 이제 막바지로 치닫는다. 자본주의는 자기와 다른 입장에 있는 생각은 가차 없이 파괴해 버린다. 자본주의는 세계를 국가와 무관하고 ‘거점’의 의무로부터도 벗어난 거대한 시장으로 바꾸어 놓는다.
[258] 자본주의는 시장이 생겨나면서부터 추구해온 것, 즉 삶의 매 순간을 상업적 가치를 지닌 무엇인가를 생산하고 교류하며 소비하는 기회로 보는 관점을 완성시킨다.
[259] 인간은 고독하면 고독할수록 허전함과 고독감을 메우기 위해 점점 더 소비를 늘리고, 점점 더 스스로를 감시하며, 점점 더 오락을 추구할 것이다.
[260] 유비쿼터스적 유목 환경 속에서 인간은 세계를 자기를 위해서 존재하는 전체, 보험회사가 자신의 개인적인 행동에 부과한 규범을 준수하는 한도 내에서는 자기 마음대로 행동해도 좋은 공간으로 인식한다. 따라서 개개인은 타인을 자신의 행복을 얻는 데 필요한 도구, 자신이 즐거움이나 돈 혹은 그 두 가지 모두를 얻기 위해 이용해도 좋은 수단으로만 간주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을 걱정해야 한다고, 남을 배려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268] 세계의 시장화, 즉 세계화가 빚어낸 모순에 대한 반작용으로 비영리 법인들(관계 위주의 기업들)이 출현해서 국가가 수행하지 못하는 몇몇 기능들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시민단체와 지구의 곳곳에 포진한 각종 재단들이 이미 이 같은 역할을 맡고 있다. 무료 봉사와 자원 봉사 형식으로 운영되는 이 가은 관계 위주의 기업들 역시 시장에 개입하게 되며, 시장은 이들 기업에 자금을 대고 이들 기업과 합작 관계를 맺게 될 것이다. 이 같은 기업들은 그 존재만으로도 벌써 미래의 세 번째 물결인 하이퍼 민주주의를 예고한다.
[277] 하이퍼 제국은 시장을 세계 차원으로 끌어올릴 것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빈민층을 사라지게 만들지는 못할 것이다.
[279] 보험산업과 오락산업은 시장의 양대 축으로서 이러한 역할을 부분적으로나마 수행하려 할 것이다. 요컨대, 보험산업은 각 개인들이 하이퍼 제국 내에서 자신의 자리를 마련할 수 있도록 필요한 규범을 만들어낼 것이며, 오락산업은 이 규범으로부터 이탈한다는 느낌을 주는 볼거리 등을 제공할 것이다.
[290] 모든 형태의 상업적 체제 말기가 그랬듯이, 국가의 해체, 하이퍼 제국의 형성과 더불어 새로운 전쟁의 조짐도 시작된다. 시장이 일반화되면서 차별성은 점차 사라지고 수준은 평등화되어 간다. 이와 동시에 각자는 자신을 제외한 모든 타인들의 경쟁자가 된다. 국가가 약화되면, 폭력을 한곳으로 모아 통제할 수 있는 가능성이 희박해지거나 아예 사라져 버린다.
[331] 현실적으로 하이퍼 분쟁에 앞서 희소성으로 인한 분쟁, 국경분쟁, 영향력 확대 분쟁, 해적과 정착민 사이의 분쟁, 이렇게 네 가지 부류의 분쟁이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347] 현재의 주변 상황을 보면, 모든 정황이 점차 인간을 상품으로 변화시켜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불의가 확산되고 생활의 불안정성이 확대되고 있으며 폭력이 증가하는 등이 그러한 변화를 알리는 징조라고 할 수 있다.
[349] 다양한 세력들이 이미 얼마 전부터 모두가 함께 어울리며 살맛나는 세계를 건설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박차를 가하고 있다.
[351] 새로운 세계란 처음에는 그저 시장과 민주주의가 범지구적으로 공존하는 상태를 일컫다가 차츰 시장과 민주주의 양자 모두가 내가 하이퍼 민주주의라고 부르는 것에 자리를 양보하게 될 것이다. 이 예측을 이해시키기 위해 나는 몇 가지 새로운 개념을 제안한다. 우선 내가 트랜스 휴먼이라고 부르는 전위적 주역들이 나서서 관계 위주의 기업을 운영하게 될 것이다. 트랜스 휴먼 각자는 이타적인 지구 시민이며, 유목민인 동시에 정착민이고, 권리와 의무에 있어서 자기 이웃과 동등하고, 세계에 대해서 호의적이며 자기 아닌 타인을 존중하는 사람이어야 할 것이다.
[355] 트랜스 휴먼들에 의해서 타인과의 경쟁을 종용하는 시장경제와 병행해서, 서로가 지닌 재능을 무료로 교환하거나 대중을 위한 공공서비스 등이 무료로 제공되는 이타적인 경제가 자리 잡게 될 것이다. 내가 관계의 경제라고 부르는 이 같은 형태의 경제는 희소성의 원칙을 따르지 않는다. 가령 지식은 나누어 준다고 해서 그 지식을 주는 사람의 지식이 줄어들거나 없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356] 트랜스 휴먼의 궁극적인 목표는 세계의 운명을 좀 더 나은 쪽으로 이끄는 것으로 그러기 위해서는 시장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민주주의를 동원해서 시장의 세계화가 지나치게 극단으로 흐르지 않도록 균형을 잡아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기업에서 이익은 기업 스스로가 존재하기 위한 방편일 뿐, 결코 그 자체가 궁극적인 목표가 되지는 않는다.
[357] 관계 위주의 기업 가운데 가장 중요한 부류는 아마도 소액대출기관들로 구성될 것이다. 이들은 날이 갈수록 시장과 민주주의, 관계의 관점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361] 유럽연합은 하이퍼 민주주의의 전위로서, 러시아와 터키까지도 포함하는 이제까지 전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나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시장과 민주주의 간의 균형이 가장 조화롭게 이루어질 수 있는 조건이다. 그러므로 하이퍼 민주주의는 유럽에서 출발할 것이다.
[365] 관계를 상업화하는 기업들은 저장된 시간보다 실제로 산 시간을 더욱 값지게 생각할 것이며, 공장에서 대량으로 생산된 상품보다 서비스를 우선으로 여길 것이다. 이 기업들은 저장된 시간을 활용한 공연은 점차 무료화하고 살아있는 생생한 공연만 유료화할 것이다. 가령, 영화는 무료화될 테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배우들을 연극무대에서 보려면 돈을 지불해야 하는 식으로 바뀐다는 말이다. 마찬가지 이치로 음악파일은 무료화될 대지만, 음악가들의 실제 연주를 들을 수 있는 음악회에 가기 위해서는 돈을 지불해야 할 것이다. 책과 신문은 무료화될 테지만 작가나 기자의 강연을 듣거나 그들과 토론을 하기 위해서는 편집자들에게 돈을 지불해야 할 것이다. 인생의 상당히 많은 분야에서 무료라는 개념이 정착될 것이다.
[367] 하이퍼 민주주의가 집단적으로 추구하는 목표인 인류 공동의 재산은 거대함이나 부, 행복이 아니라 삶을 가능하게 하며 삶에 존엄성을 부여하는 모든 요소들의 집합이라고 할 수 있다. 즉, 기후, 공기, 자유, 민주주의, 문화, 언어, 지식 등의 모든 요소가 인류 공동의 재산으로 불려 마땅하다. 인류 공동의 재산은 시장의 전유물이 되어서도 안되고, 국가의 소유물도 될 수 없으며, 다자간 합의에 의해 소유가 결정되어서도 안될 것이다. 공동의 재산은 어디까지나 초국가적이어야 한다.
[370] 나는 인간 개개인이 자신의 삶을 존귀하게 만들기 위해, 또 공동의 재산을 누리기 위해 반드시 가져야 하는 권리를 본질적 재산이라고 부른다. 이 본질적 재산에는 지식, 주거공간, 음식, 의료, 일거리, 물, 공간, 치안, 자유, 평등, 존엄성, 네트워크, 유소년기를 누릴 권리, 인간으로서 존중받을 권리, 한 장소에서 살다가 다른 장소로 옮기거나 그 장소에서 계속 살 수 있는 권리, 연민이나 고독을 느낄 권리, 여러 사람을 동시에 공개적으로 혹은 비밀리에 사랑할 권리, 말년에 홀로 죽지 않을 권리 등이 모두 포함된다.
[371] 인류의 본질적 재산은 점점 더 많은 수의 사람들이 본질적 재산을 누릴 수 있을 때 훨씬 증가할 것이다. 이것은 가령 하나의 연구소에서 여러 명의 연구원들이 연구할 때 근사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과 같고, 하나의 언어를 말하는 사람들은 같은 언어를 말하는 사람들이 더 많으면 많을수록 자기들에게 이익이 되고, 하나의 가정은 가정의 구성원들이 최대한 행복을 느낄 때 가장 행복한 것처럼, 다른 사람들이 가장 인간적인 존엄성을 느낄 수 있고 가장 자유스럽게 느낄 수 있으며 건강할 때 자기도 행복해지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인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개인이 삶을 행복하게 느낄 때 전체적으로 행복해진다. 이타심은 각 개인의 행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모름지기 트랜스 휴먼은 합리적으로 사고하다.
[374] 끝으로 나는 내가 여기에 기술한 끔찍한 미래에 대한 공포가, 실제로는 그 같은 미래가 절대로 도래하지 않게끔 도와주리라고 믿고 싶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거대한 무질서 너머로, 인생 여행을 떠나는 모든 여행자들을 화기애애하게 맞아주는 지구의 모습이 떠오를 것이다.
[378] 역사에 의하면, 한국은 단 한번도 세계를 지배하는 강력한 세력, 즉 상업적 체제의 ‘거점’으로 부상할 기회를 잡은 적이 없었다. 그렇게 된 데에는 최소한 세 가지 분명한 이유가 있다.
우선, 첫 번째 이유를 보자. 과거에 한국은 제조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윤, 이동성, 기술혁신, 운송 기술 등보다 농업과 식품산업, 지대와 그 지대에 밀접한 이해관계로 얽혀 있는 관료들의 이익을 우선시 해왔다. 뿐만 아니라 권력을 숭배하고 민중의 힘을 두려워했으며 , 철옹성처럼 견고한 관료계급을 떠받들며 과거를 미화하고 과거에 대한 향수 속에서 살아왔다고 말할 수 있다.
두 번째로, 한국은 오랫동안 해양산업을 소홀히 했다.
마지막으로 한국은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자력으로 ‘창조적 계급’을 키우거나 외부로부터 이들을 받아들이는데 실패했다.
[380] 북한이 점진적인 개방에 이어 중국을 모델로 하는 체제 변화를 실현한 다음에 비로소 남한과 북한이 점차적으로 하나로 수렴되는 방식을 택하는 길만이 한국이 피해를 입지 않고 통일을 이룰 수 있는 최상의 시나리오가 될 것이다.
3. 내가 저자라면
인간의 행복을 경제학적 관점으로 표현하면 인간의 행복 = 성취한 것 / 욕망 이다. 이 행복을 이루는 방법론에서 동양과 서양은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동양은 인간을 욕망으로부터 해방시키려고 하는 반면 서양은 인간의 욕망을 자유롭게 실현하라고 부추긴다. 즉 동양은 분모에 해당하는 욕망을 줄여서 행복을 높이고 서양은 분자인 성취한 것을 높여서 행복을 높인다.
역사상 최초로 물질적인 부를 축적하는 일이 인간이 행복해지는 길이며 곧 신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길이라는 ‘그리스-히브리’적 사상이 서양의 이상이 되었으며 현재 경제를 좌우하는 기준이 되었다.
현재 세상의 흐름은 경제가 좌우한다. 경제활동이 이루어지는 곳은 시장이다. 시장은 경쟁을 통해 성장한다. 물질적인 부는 자원의 희소성 때문에 시장 안에서 경쟁을 통해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시장의 요구에 따라 경제활동이 좌우된다. 이제는 다른 활동들보다 시장이 세계를 지배하는 유일한 법으로 등극하고 있다.
시장의 기본법칙인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면서 빈부의 격차, 환경악화, 폭력증가, 자원감소, 전쟁 등 부작용들이 심화되고 있다. 물질의 부를 이루는 시장에 대항하여 시장이 극단으로 흐르지 않도록 균형을 잡아야 한다. 저자는 이 필요한 부분을 물질의 반대인 정신적인 부분을 강조한 박애정신이 살아 숨쉬는 하이퍼 사회를 지향한다. 하이퍼 사회의 중심은 하이퍼 민주주의로 정의한다. 하이퍼 민주주의를 이끄는 전위부대로 저자는 새로운 개념을 정의하는데 ‘트랜스 휴먼’과 ‘관계 위주의 기업’이다. 트랜스 휴먼은 남을 돕고 이해하며 자손들에게 보다 나은 세계를 물려주려고 애쓰는 이타적인 지구시민이다. 트랜스 휴먼은 경제뿐만 아니라 사회, 예술의 변화도 이끌어 가는 창조적 계급을 형성한다. 기업도 트랜스 휴먼이 이끄는 새로운 리더십에 의해 이익에만 연연해하지 않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관계위주의 기업으로 바뀌게 된다.
저자는 미래 예측에 앞서 미래 예측의 목적과 방법을 명확하게 명시하고 시작한다.
“후손에게 아름다운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서는 미래에 대해 생각하고, 미래가 어디에서 오며 미래를 맞이해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그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역사는 예측 가능하며 일정한 방향성을 지닌 법칙을 따르기 때문이다.” (p6)
이 고민에 대한 내용이 바로 이 책의 주제인 것이다. 미래예측에 앞서 인류 문명과 역사의 흐름을 나름의 분석 틀과 잣대로 법칙성을 정립하였다. 그것이 ‘그리스-히브리적 이상’이 낳은 시장민주주의의 상업적 체제를 변화의 핵심으로 보았다.
상업적 체제의 변화를 거점이라는 지역적 위치로 분석하였고 이를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해석하였다. 첫 번째 거점은 벨기에의 ‘브루게’이고 그 후 베네치아, 앤트워프, 제노바, 암스테르담, 런던 등 유럽도시가 중심이 되었다. 19세기 후반 보스턴, 뉴욕을 거쳐 현재는 로스앤젤레스로 이동하였다. 미래의 열 번째 거점은 특정 지역을 피한 채 그동안 거쳐 왔던 거점들의 특징들을 나열만 하였다.
2035년이 되면 현재 세계 권력의 중심인 미국이 물러나고 여러 세력이 공존하는 다중심적 체제로 전환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다중심적 체제의 11개국 속에는 한국, 일본,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러시아,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멕시코 등이 있다. 그러나 2050년이 되면 이 체제도 무너지고 국가의 개념도 사라진 하이퍼 제국이 등장한다. 이 제국도 하이퍼 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결국에는 하이퍼 민주주의로 변화할 것이라는 것이 저자의 전망이다.
이 책에서도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이 근간을 이루고 있다. 세계의 흐름의 중심인 상업적 체제에 반하여 비상업적 체제의 세력이 출현하고 힘을 규합하여 대항하게 되는 점을 근간으로 미래의 물결을 설명한다. 물질적인 부에서 행복을 찾는 이기적인 인간에서 이타적이고 자신뿐 아니라 동시대인들의 운명과 그 후손들의 운명에 대해서 깊이 고민하는 트랜스 휴먼의 등장이 내용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겠다. 또한 트랜스 휴먼에 의한 비상업적 경제 또는 비화폐적 경제가 중심인 시장민주주의가 주류를 이룬다.
그러나 이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이타적인 사람들이 과연 주류를 이룰 수 있을까? 과거에는 이타주의가 중심인 사회는 왜 없었는가? 유럽연합이 하이퍼 민주주의의 모델이라고 하는데 과연 현재 유럽연합의 모습이 이상적으로 보이는가? 등 여러 가지 사항들에 대해 비판의 칼날을 세우는 이들도 많을 것 같다.
어찌 되었든 인간의 행복을 추구하는 데 있어 지난 역사의 흐름을 보았을 때 서양의 관점에서 동양의 관점으로 변화하고 있는 점은 확실하다. 인간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인간의 욕망을 줄이면서 조화롭게 어울려 나가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최종적으로 저자는 낙관적인 예측을 넘어 낭만적인 미래로 결론을 맺고자 애쓴 흔적이 보인다.
“끝으로 나는 내가 여기에 기술한 끔찍한 미래에 대한 공포가, 실제로는 그 같은 미래가 절대로 도래하지 않게끔 도와주리라고 믿고 싶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거대한 무질서 너머로, 인생 여행을 떠나는 모든 여행자들을 화기애애하게 맞아주는 지구의 모습이 떠오를 것이다.” (p374)
저자가 예견한 미래가 다소 힘들어 보이지만 우리의 미래가 올바른 방향으로 흘러가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책의 마지막 글을 다시 한번 읽어본다.
“그때가 올 때까지 많은 사건들이 일어날 것이며, 그 사건들은 내가 상상한 사건들보다 더 참혹할 수도 있고, 훨씬 나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 모든 사건들을 묵묵히 겪어내는 동안,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은 인류의 마지막 남은 불꽃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보호할 것이다. 문필가들은 훌륭한 글을 남겼을 것이고, 미술가들은 걸작품을 완성했을 것이다. 철학자나 과학자들은 새로운 개념을 발견했을 것이고, 음악가들은 아름다운 노래를 작곡했을 것이다. 그리고 특히, 우리는 서로 사랑했을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사랑할 것이다.“ (p375)
어제보다 아름다워지려는 나의 노력이 저자가 생각하는 미래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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