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골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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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북리뷰 쓰는 연습을 하고 있는데 어느분께서 이곳을 소개해주셔서 이곳에다가 북리뷰를 올려볼려고 합니다. 마침 아래 남한산성 쓰신분이 계셔서 저도 남한산성 리뷰를 올려보겠습니다. 앞으로 많이 배우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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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가 갸우뚱 거렸다. ‘칼의노래’와 ‘개(내 가난한 발바닥의 기록)’ 처럼 글이 쉽게 읽히지 않았다. 김훈 작가의 글이라면 그 시대 그 상황에 그림같이 빠져들게 하는 경험을 해주는데 이 글은 일반 소설책처럼 건조하게 읽혔다.
그러나 책을 덮은 지금 이 책의 슬픈 여운이 ‘처절하게’ 와 닿았다. 나의 몸속 깊은 곳에서 열등감과 게으름과 들키고 싶지 않은 치부들을 바늘로 사정없이 찌른다. 나는 감추고자 했던 어둠을 들춰주는 이 책이 창피하면서도 고마웠고 남한산성의 무력한 우리나라와 가난한 내가 많이 닮아있었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친근했다.
남한산성은 시대의 흐름을 무시한 채 망해가는 명나라만 바라보다가 청나라의 침략을 받고 남한산성에서 무력하게 겨울을 버틴 끝에 결국 청나라 칸에게 큰절하며 항복하는, 무력하고 치욕스러웠던 우리 역사를 사정없이 우리 앞으로 밀어낸다.
“글쓴자의 무력함” 청나라가 백성들을 노예로 부려먹고, 아녀자를 욕 보이는것에 분노하는 것 보다 청나라가 임금에게 보낸 얕보는 문장 하나에 더 분노한다. 그리고 방법도 없으면서 청나라와 싸워야 한다고 말한다. 당장의 성을 지키기 위한 전술을 짜내거나, 결국 청나라와 화친하더라도 미래를 바라보는 대 전략을 세우기 보다 청나라에 보낼 문서의 글자 하나의 강약을 놓고 밤새 뱀의 혀를 날름거린다. 글로서 못할 것이 없다. 아름다운 문장은 아름다운 나라를 그리고 굳세고 강인한 문장은 굳세고 강인한 나라를 그린다. 그러나 그림은 그림일 뿐이고 현실은 고통스럽다. 조선 시대 사대부, 임금 등의 글쓴자의 무력함은 한일합방까지 반복되었고 지금도 현실에 안주하고 우유부단하고 말만 살아있는 사람들은 전쟁터의 지뢰처럼 널려있다.
“남한산성으로 안내해준 늙은 사공이 청나라까지 남한산성으로 안내해줄 까봐 결국 사공을 죽인 김상헌” 늙은 사공은 김상헌을 안내해주면서 청나라가 길 안내를 원하면 해줘서라도 먹고 살아야 겠다고 한다. 살기 위해 지극히 당연한 민초의 모습이나 김상헌은 결국 울면서 늙은 사공을 죽인다. 나는 김상헌의 결단력에 크게 놀랐다. 김상헌은 청나라와 끝까지 싸우기를 주장하는 ‘주전파’로 말과 글로만 싸우는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전쟁의 고통을 줄이는 길을 모색하는 원칙을 지키는 사대부다. 김상헌이라는 적극적이고 원칙을 지키는 사대부가 당시에 존재 했다는 것이 기뻤다.
“말 과 글로 자기 명예를 채우면서 남과 나라에는 오히려 해가 되는 뱀 같은 사대부 들과는 달리, 자기가 온갖 욕을 먹더라도 나라를 위해 치욕스럽고 고통스러운 길을 대신 걷고자 했던 최명길” 최명길은 어쩔 수 없이 청나라와 화친을 해야 한다는 ‘화친파’이다. 최명길의 실제 역사적 평가가 어떨지는 모르지만 지금의 현실과 미래를 생각하면 화친밖에 없다며 기꺼이 손가락질을 감수하는 고독한 원칙과 희생이 나는 김상헌보다 더 애틋해 보였다.
“밟혀도 억세게 일어나는 강인한 백성의 모습 서날쇠” 서날쇠는 억세고 굵은 몸을 가졌으며 손재주 좋은 대장장이다. 소박하고 가난한 삶을 살지만 당시나 현재에도 꼭 필요한 강인한 민초의 모습이다. 서날쇠는 임금의 밀서를 받아 청나라의 포위를 뚫고 지방에 구원요청까지 간다. 말과 글로 천하를 호령하는 나약한 선비들이 이런 힘든 일을 감내할 수 있단 말인가. 서날쇠는 당시나 현재나 꼭 필요한, 우리나라를 억세게 움직여주는 소박한 백성이다.
칼같은 추위 속에 발가락, 손가락 잘리는 끊어지는 실 같은 삶을 고통스럽게 버텨가는 군사들, 청나라를 위해 부려 먹히다가 조금이라도 비틀거리면 잡초 배듯이 목이 잘려가는 포로들, 청나라 군사들의 누런 이의 웃음과 허연 침과 짐승 같은 혀를 견디며 노리개가 되었던 우리의 누이들, 임금이 청나라 칸한테 절을 하며 항복하는 중에 칸이 ‘잠깐~기다려~’ 하고 오줌을 갈기는 수치스러움, 수레에 금은보화와 미녀들을 잔뜩 채우고 청나라로 개선하는 청나라의 앞잡이 정명수, 남한산성에 '동화 속 권선징악'은 없고 '전쟁터 같은 당연한 현실'만이 존재한다.
“전하, 죽음은 견딜 수 없고 치욕은 견딜 수 있는 것이옵니다. 그러므로 치욕은 죽음보다 가벼운 것이옵니다...”
“강한 자가 약한 자에게 못할 짓이 없고, 약한 자 또한 살아남기 위하여 못할 짓이 없는 것이 옵니다…”
바늘에 아프게 찔리듯 나의 뇌리에 박힌 최명길의 절규를, 다가올 여름에도 한 겨울 남한산성을 생각하면서 쓰게 씹어봐야겠다.
출처:mckdh.net
IP *.86.19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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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가 갸우뚱 거렸다. ‘칼의노래’와 ‘개(내 가난한 발바닥의 기록)’ 처럼 글이 쉽게 읽히지 않았다. 김훈 작가의 글이라면 그 시대 그 상황에 그림같이 빠져들게 하는 경험을 해주는데 이 글은 일반 소설책처럼 건조하게 읽혔다.
그러나 책을 덮은 지금 이 책의 슬픈 여운이 ‘처절하게’ 와 닿았다. 나의 몸속 깊은 곳에서 열등감과 게으름과 들키고 싶지 않은 치부들을 바늘로 사정없이 찌른다. 나는 감추고자 했던 어둠을 들춰주는 이 책이 창피하면서도 고마웠고 남한산성의 무력한 우리나라와 가난한 내가 많이 닮아있었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친근했다.
남한산성은 시대의 흐름을 무시한 채 망해가는 명나라만 바라보다가 청나라의 침략을 받고 남한산성에서 무력하게 겨울을 버틴 끝에 결국 청나라 칸에게 큰절하며 항복하는, 무력하고 치욕스러웠던 우리 역사를 사정없이 우리 앞으로 밀어낸다.
“글쓴자의 무력함” 청나라가 백성들을 노예로 부려먹고, 아녀자를 욕 보이는것에 분노하는 것 보다 청나라가 임금에게 보낸 얕보는 문장 하나에 더 분노한다. 그리고 방법도 없으면서 청나라와 싸워야 한다고 말한다. 당장의 성을 지키기 위한 전술을 짜내거나, 결국 청나라와 화친하더라도 미래를 바라보는 대 전략을 세우기 보다 청나라에 보낼 문서의 글자 하나의 강약을 놓고 밤새 뱀의 혀를 날름거린다. 글로서 못할 것이 없다. 아름다운 문장은 아름다운 나라를 그리고 굳세고 강인한 문장은 굳세고 강인한 나라를 그린다. 그러나 그림은 그림일 뿐이고 현실은 고통스럽다. 조선 시대 사대부, 임금 등의 글쓴자의 무력함은 한일합방까지 반복되었고 지금도 현실에 안주하고 우유부단하고 말만 살아있는 사람들은 전쟁터의 지뢰처럼 널려있다.
“남한산성으로 안내해준 늙은 사공이 청나라까지 남한산성으로 안내해줄 까봐 결국 사공을 죽인 김상헌” 늙은 사공은 김상헌을 안내해주면서 청나라가 길 안내를 원하면 해줘서라도 먹고 살아야 겠다고 한다. 살기 위해 지극히 당연한 민초의 모습이나 김상헌은 결국 울면서 늙은 사공을 죽인다. 나는 김상헌의 결단력에 크게 놀랐다. 김상헌은 청나라와 끝까지 싸우기를 주장하는 ‘주전파’로 말과 글로만 싸우는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전쟁의 고통을 줄이는 길을 모색하는 원칙을 지키는 사대부다. 김상헌이라는 적극적이고 원칙을 지키는 사대부가 당시에 존재 했다는 것이 기뻤다.
“말 과 글로 자기 명예를 채우면서 남과 나라에는 오히려 해가 되는 뱀 같은 사대부 들과는 달리, 자기가 온갖 욕을 먹더라도 나라를 위해 치욕스럽고 고통스러운 길을 대신 걷고자 했던 최명길” 최명길은 어쩔 수 없이 청나라와 화친을 해야 한다는 ‘화친파’이다. 최명길의 실제 역사적 평가가 어떨지는 모르지만 지금의 현실과 미래를 생각하면 화친밖에 없다며 기꺼이 손가락질을 감수하는 고독한 원칙과 희생이 나는 김상헌보다 더 애틋해 보였다.
“밟혀도 억세게 일어나는 강인한 백성의 모습 서날쇠” 서날쇠는 억세고 굵은 몸을 가졌으며 손재주 좋은 대장장이다. 소박하고 가난한 삶을 살지만 당시나 현재에도 꼭 필요한 강인한 민초의 모습이다. 서날쇠는 임금의 밀서를 받아 청나라의 포위를 뚫고 지방에 구원요청까지 간다. 말과 글로 천하를 호령하는 나약한 선비들이 이런 힘든 일을 감내할 수 있단 말인가. 서날쇠는 당시나 현재나 꼭 필요한, 우리나라를 억세게 움직여주는 소박한 백성이다.
칼같은 추위 속에 발가락, 손가락 잘리는 끊어지는 실 같은 삶을 고통스럽게 버텨가는 군사들, 청나라를 위해 부려 먹히다가 조금이라도 비틀거리면 잡초 배듯이 목이 잘려가는 포로들, 청나라 군사들의 누런 이의 웃음과 허연 침과 짐승 같은 혀를 견디며 노리개가 되었던 우리의 누이들, 임금이 청나라 칸한테 절을 하며 항복하는 중에 칸이 ‘잠깐~기다려~’ 하고 오줌을 갈기는 수치스러움, 수레에 금은보화와 미녀들을 잔뜩 채우고 청나라로 개선하는 청나라의 앞잡이 정명수, 남한산성에 '동화 속 권선징악'은 없고 '전쟁터 같은 당연한 현실'만이 존재한다.
“전하, 죽음은 견딜 수 없고 치욕은 견딜 수 있는 것이옵니다. 그러므로 치욕은 죽음보다 가벼운 것이옵니다...”
“강한 자가 약한 자에게 못할 짓이 없고, 약한 자 또한 살아남기 위하여 못할 짓이 없는 것이 옵니다…”
바늘에 아프게 찔리듯 나의 뇌리에 박힌 최명길의 절규를, 다가올 여름에도 한 겨울 남한산성을 생각하면서 쓰게 씹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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