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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7월 23일 23시 29분 등록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공지영 지음
황금나침반 펴냄
p204










장맛비 같지 않게 졸졸 비가 내리는 토요일 오전.
집에 있으면 날씨마냥 늘어질것 같아 아침 일찍 챙기고 북카페로 간다.
우산속에서 도도독 떨어지는 빗소리에 센치해져버린 나는.
따로 챙겨간 두툼한 책을 뒤로하고 얇은 공지영 산문집을 골라든다.

혼자여서 외로웠고, 그래서 함께 엉겨붙어 따뜻해지고 싶었던.
그러나 늘 어긋나기만 했던.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자신을 위한.
화해와 용서의 몸부림을 담은 책이다.


언제나 혼자였던 것은 아니었고, 또 그럴 수도 없었겠지만, 나는 늘 춥고 그대에게서는 따뜻한 냄새가 났습니다. 온 존재를 유리창에 기대어 보았으나 끝내는 그 불빛 안으로 들어서지 못한 빗방울처럼 저는 혼자였던 것만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는 단지 살아온 삶으로 이야기 한다, 라는 것이지만 지나온 삶이 곧 우리는 아니라는 것. 당신의 말씀을 생각합니다.
오늘은 더 작은 한 방울의 물로 내려 깊이 스미고 싶습니다. 따뜻한 어둠 속에 웅크려 있고만 싶습니다. 언젠가 맑은 햇살 아래 샘물로 솟아오른다든가 강으로 흘러가 바다에 도달한다든가 이런 지당한 생각은 말고 그저 머물러 있고만 싶습니다.
어쩌다 이 땅에 내려온 빗방울들, 분노의 언덕과 고독한 계곡을 지나며 부딪치고 멍들어 바다는 이미 푸른빛이지만, 저는 어제 해가 저물 무렵 비 내리는 창가에 앉아 기어이 패배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 머리말 중에서


소설가라 불리우는 한 사람을.
작품으로 만나기 전에 더 깊게 알게 되는 경우가 있다.
공지영의 소설은 봉순이 언니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조차도 읽어보지 못했다.
소설이라면 의식적으로 멀리하던 탓이다.
이 글을 읽고 나서도 여전히 그녀의 소설들은 땡기지 않지만.
언젠가 우연히 내 앞에 놓여지게 된다면 열심히 감정이입이 되어 읽게 될것 같다.
그 글보다는 그 글을 쓰면서 느꼈을 그녀의 슬픔들.
온 힘을 다해 제 안의 언어를 뱉어낼 수 밖에 없었던 그녀의 아픔을 먼저 보게 될 것 같다.
어쨌튼 그녀는 작품보다는 생활로 나에게 다가왔다.

행복하다는 말까지 슬퍼보이게 하는.
이상한 어둠이 묻어있는 책이다.



* 혼자일 때 더욱 깊어지는 세가지 감정

1. 고독
고독과 외로움이라는 말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던 날들을 보냈다. 정녕 그 차이는 무엇이던가. 낭만과 청승의 차이와도 비슷해 보이는 이 말의 사이에는 자신의 '선택'이 들어 있다는 것을 오늘 알았다. 당하면 외로움이고 선택하면 고독이라고.
나는 공지영과는 다르다. 외로워서 글을 쓰고, 외로워서 좋은 책을 뒤적이는 것은 아니다. 글을 쓰고 싶어서, 좋은 책을 뒤적이고 싶어서 혼자인 것이다. 당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나의 선택에 의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외로운 것이 아니라 고독한 것이다.


되돌아보면 진정한 외로움은 언제나 최선을 다한 후에 찾아왔습니다. 그것은 자기 자신의 본질을 직시하지 않으려고 이리저리 거리를 기웃거리는 외로움과는 다른 것입니다. 자신에게 정직해지려고 애쓰다 보면 언제나 외롭다는 결론에 다다릅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그럴 때 그 외로움은 나를 따뜻하게 감싸줍니다. 친구가 말했습니다. 당하면 외로움이고 선택하면 고독이라고. 우리는 한참 웃었습니다만 외로우니까 글을 쓰고, 외로우니까 좋은 책을 뒤적입니다. 외로우니까 그리워하고 외로우니까 다른 사람의 고통을 이해합니다. 어떤 시인의 말대로 외로우니까 사람입니다. (87)


2. 집착
내가 남자를 고르는 기준은 나에 대한 애정과 충성도다. 내가 끌어안고 의지할 사람이 나에게 살짝 집착 비슷한 깊이의 사랑을 갖게 되길 바란다. 나를 향한 관심과 사랑이 지나쳐 숨막히게 할 지라도 나는 무조건 큰 사랑을 보내는 사람에 대한 믿음이 있다. 마스크처럼 답답한 사랑이 오히려 나를 행복하게 할 것이다. 
나 또한. 나의 사랑과 관심이 지나쳐 일평생 그의 초록빛 잎만 무성한 난을 보게 되더라도. 그의 화려한 꽃과 나만을 향해 뽐낼 수 있는 아름다운 자태를 못 본다 할지라도. 끊임없이 아껴주고 보살펴 주는 그런 사랑을 하고 싶다.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 일부러 상처를 내지는 말아야지. 내가 틀린걸까?


식물이 자신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보이는 것은 적당히 결핍되어 있는 환경에서라고 합니다. 너무 결핍되면 말라버리지만 적당히 결핍되면 아름다운 꽃도 피우고 열매도 잘 맺는다는 것입니다. 결핍이 하나도 없는 식물은 이파리만 무성해질 뿐 어떤 꽃도 잘 피우려 하지 않는다, 이것이 그가 체험한 진실이라는 것이지요. 심지어 토마토 열매를 맛있게 하려면 아주 어린 토마토가 열렸을 때 바늘로 작은 상처를 내준다고 합니다. 그러면 그 토마토는 그 상처를 회복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뿌리 쪽에서 양분을 끌어올려 병충해에도 잘 견디고 맛도 있는 토마토를 만들어 낸다는 것입니다. (194)


3. 충동
언젠가 그런 여행을 한 적이 있다. 섬진강 도보를 목표로 출발 했는데, 가고 보니 흑산도가 좋다하여 목포를 거쳐 흑산도 여행을 떠났다. 흑산도에서 만난 여행자의 말이 강진이 좋다하길래 강진으로 갔고, 강진 민박집 아주머니의 말이 보길도가 좋다하길래 다시 보길도로 갔다. 그렇게 내 맘대로 다니고, 마음을 잡아끄는 곳에서 머물렀다. 가끔씩은 이렇게 막무가내로 충동적이기만 했던 내가 그립다.


지난번에는 취재차 유럽에 갔다가 유럽의 역 간판 앞에 서 있었습니다. 출발이라는 표시가 된 간판 앞에 부다페스트, 프라하, 빈, 나폴리 같은 아스라한 도시의 이름등리 쭉 써 있는데 그 순간 내 앞에 제일 먼저 도착하는 열차를 타고 준비도 되어 있지 않고 가본 적도 없는 그 도시를 향해 떠나고 싶은 충동이 참을 수 없이 일었답니다. 말하자면 프랑크푸르트 역에서 제일 먼저 도착하는 프라하 행 열차를 타고 가서 정처없이 머문 다음, 프라하 역에서 제일 먼저 도착하는 열차를 타고 이를 테면 나폴리로 간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마치 바람에 흩날리는 보헤미안들처럼 그렇게 정처없이 떠돌고 싶은 그런 충동. (54)


 

IP *.6.39.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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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석
2007.07.24 16:56:18 *.209.98.137
막 방송인 허수경이 싱글맘의 길을 가기로 하고, 임신 5개월의 상황임을 공개했다는 기사를 읽었어요. 두 번의 이혼을 겪었고, 지금 임신은 '체외수정'을 택했다고 하네요.

한 가지 길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매도해버리는 우리 사회 특유의 모노모드에서 벗어나, 용감하게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격려를 보내요. 공지영도 포함해서.

미영씨, 우리도 3기처럼 일주일에 리뷰 한 편, 컬럼 한 편 올리기로 약속할까요? 어기면 벌금내기. 우선 우리가 시작하면, 바쁜 직장일 정리되는대로 다른 사람들도 합류하게.
훈련을 위해서는 약간의 구속력이 필요할 것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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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뎀뵤
2007.07.25 10:10:41 *.151.244.28
네~ 조아요 ^-^
하지만 벌금은 좀 줄여요. ㅋㅋㅋ
이번주부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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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린조교
2007.07.25 13:14:48 *.183.177.20
어라라..이 분들 좀 보시게???
지켜보겠으....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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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 얼짱
2007.07.25 23:55:37 *.72.153.12
선배님들의 리뷰 칼럼 기대합니다.
선배님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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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공주
2007.09.05 11:02:50 *.248.142.207
그녀의 개인사는 차치하고 이 책만 놓고 말하자면 한 마디로 함량미달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장도 엉망이고 세상과 사물에 대한 사고의 깊이와 폭은 소설가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유치하고 일천합니다. 단지 자신의 넋두리와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그렇게 많은 독자가 필요하단 건지... 일종의 공주병이죠. 징징거리며 나 좀 봐달라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물론 이는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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