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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7월 30일 05시 57분 등록
(앞에서 계속...)

11장 _ 일
 
(294) 어느 날 악마가 속삭였다. "네가 현재 살고, 지금까지 살아온 생이 다시 한 번, 나아가 수없이 몇 번이고 반복된다. 거기에는 무엇 하나 새로운 것이 없을 것이다. 일체의 고통과 기쁨, 일체의 사념과 탄식, 너의 생애의 일일이 열거하기 힘든 크고 작은 일이 다시금 되풀이될 것이다. 모조리 그대로의 순서로 되돌아온다. 너는 다시 한 번, 수없이 계속 이 삶이 반복되기를 원하느냐?" - 니체, 즐거운 지식
 
(294~295) 하루가 내 연구의 기본 단위다. 나는 날마다 무수한 반복보다 무수한 변화를 원한다. 그러므로 내 일은 반복을 거부하는 것이다. 수없는 반복을 통한 훈련이 아니라 끝없는 변화를 통한 훈련이 내 방식이다. 나는 물결에게서 이 방식을 배웠다. 물결은 무수한 반복이 아니라 무수한 변화이다.
 
(296) "나는 내 삶을 살려고 여기에 있습니다. 나는 이 시장을 사랑합니다. 북적대는 사람들을 좋아하고, 붉은 서라피 모포를 좋아합니다. 나는 햇빛을 사랑하고 바람에 흔들거리는 종려나무를 사랑합니다. 나는 페드로와 루이스가 와서 '브에노스디아스'라고 인사하고, 담배를 태우며 아이들과 곡식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여기서 친구들을 만나면 즐겁습니다. 이게 바로 나의 삶입니다. 그 삶을 살기 위해서 여기 이렇게 하루 종일 앉아 양파를 파는 것입니다. 그러니 당신에게 이 양파를 몽땅 다 팔아버린다면 내 하루도 그걸로 끝나버리고 말 겁니다. 그렇게 되면 나는 사랑하는 것들을 다 잃게 되지요. 그러니 그런 일을 안 할 것입니다." - 인디언 노인, 포타 라모
 
(298)
먼저 나에게 적용할 것. 반드시 성공할 것.
그 다움 상이한 조건에서 다른 사람이나 조직에 활용할 수 있는지 실험할 것. 내가 가지고 있지도 않은 것을 나누어주려는 잘못을 범하지 말 것.
 
(298~299)
오늘은
오늘에만 서 있지 말고,
오늘은
내일과 또 오늘 사이를 발 굴러라.
건너뛰듯
건너뛰듯
오늘과 또 내일 사이를 뛰어라.
오늘과 내일의 리듬 사이를
발 굴러라 발 굴러라
춤추어라 춤추어라. - 김현승
 
(299)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나는 글쓰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그것부터 시작한다.
 
(299~300) 글쓰기는 우선 모방이다. 많은 글을 읽는 작업이 선행되지 않고는 좋은 글을 쓸 수가 없다. … 얼마나 많이 모방하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깊이 감동하느냐가 중요하다. … 열정과 가슴의 힘 없이는 현장의 바람에 대항할 수 없다. 설득은 논리의 문제가 아니다. 설득은 감정의 폭우를 필요로 한다. … 모방의 또 하나의 요령은 '한 작품을 모방하면 표절이고, 여러 작품을 모방하면 연구이다.'라는 노회한 충고를 기억하는 것이다.
 
(300~301) 글쓰기는 또한 혁명이다. … 내가 알아낸 바에 따르면 창의적 발상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데서 나오는 것이었다.
 
죽어있는 정신을 깨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흥미가 살아나고 열정이 살아나며 삶이 살아난다. 그리고 끊임없이 실험하게 된다. 실험이 곧 창의성이다.
 
(304) 글을 쓰기 위해서는 늘 읽고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정리해야 한다. 정리된 강력한 핵심 개념들을 연결함으로써 미래를 현실적 의미로 이해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에게 의미하는 바를 해석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일상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 일상의 이야기가 되어야 실천할 수 있다.
 
(304) 강점은 꿈을 이루는 도구와 같은 것이다. 어떤 꿈이든 그것을 현실의 세계로 데려오기 위해서는 적절한 도구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것은 사나운 괴물을 퇴치해야 하는 영웅들이 신으로부터 빌린 날개 달린 신발이며, 뚫리지 않는 방패이며, 잘 드는 칼과 같은 것이다. 신화 속의 영웅들은 그것의 도움을 받아 결국 꿈을 이루고 죽은 후에 하늘의 별이 되어 빛나게 된다.
 
(304) 자신의 강점과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이 바로 기질이다. 사람은 모두 서로 다른 재능의 배합을 가지고 있듯이 기질 역시 다르다. 이것도 타고난다.
 
(306) 나와 같은 유형의 사람이 할 수 있는 최상의 길은 바로 지금의 나처럼 사는 것이다. 나는 이것을 확신한다. 나는 개인에게 있어 '변화라는 것은 본래의 자기로 되돌아가는 과정'이라고 정의했다. 본래의 자기란 무엇일까? 잘 알 수 없다. 그러나 타고난 재능과 기질을 이해하고 그 강점을 개발하여 자신에게 가장 어울리는 일을 할 수 있다면 그것이 곧 자기다움으로 돌아가는 좋은 모색이라고 할 수 있다.
 
(306~307) 남과 다르다는 차이를 이용하여 성공을 거두어낸 사람들이 많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들은 어디에나 있다. 그들은 빛이다. 반딧불이든 커다란 등불이든, 그들은 우리에게 늘 빛을 던져준다.
 
(307) 나를 키워준 것은 오히려 약한 마음이 늘 얻어오는 상처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얻은 치유력이었다. 갈등이 나를 키워주었다. 마음 속의 싸움을 통해, 비록 더듬거리기는 했지만 내 길을 걸을 수 있었다. 싸움은 생각보다 나쁜 것이 아니었다.
 
(309) 성공한 사람들에게는 비결이 있다. 사람들은 그것을 알고 싶어한다. 그 비밀은 니체가 '아곤(agon)적 행동'이라고 말한 경쟁의 행동에 있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과 경쟁하고, 선조들과 경쟁하며, 심지어 자기 자신과 경쟁한다. 그리스인들은 이 경쟁의 힘을 '덕(Virtus)'이라고 불렀다. 이것은 기독교적이거나 윤리적인 '금지의 미덕'이 아니라 '남자다움, 또는 정력적인 힘'을 상징했다.
 
(310) 우리는 이내 실망했다. 그 멋진 마술이 속임수에 불과하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라, 그 광약 파는 아저씨처럼 멋지게 해내려면 자연스러워질 때까지 연습에 연습을 거듭해야 한다는 것을 알아냈기 때문이다. 그 지겨운 연습, 그것이 내 목을 조른다. 어디에도 마술같이, 노력 없이, 눈 깜짝할 사이에 모든 것을 바꾸어주는 마법은 존재하지 않았다.
 
성공에는 비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신으로부터 받은 쪽지에 적힌 대로 끊임없이 익히는 것 뿐이다. 손에 익고 머리와 가슴 사이에 어떤 괴리도 없이 자연스러운 강줄기가 흘러갈 때 우리의 것이 된다. 그때 우리의 특징이 된다.
 
(311~312) "유일한 사람이 되어라. 이것은 최고가 된다는 뜻이다. 유일한 자만이 최고로서 칭송받을 자격이 있다. 최고가 된다는 것은 무자비한 일이다. 왜냐하면 인생을 모두 바쳐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밖에 할 수 없는 사람들만이 성공할 수 있다. 이것저것 다 잘하는 매력적인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평범한 사람들의 성공은 늘 한 길로 간 사람의 것이다. 적어도 나는 한 길을 가기에도 숨이 차다. 다른 것들을 넘볼 시간도 여유도 없다. 나는 그저 내 일만 해도 저녁에 이미 탈진한다."
 
(312) 유일한 사람이 되는 길은 신의 쪽지, 즉 '자신에 대한 기록'으로 돌아가는 방법 밖에 없다. 자신만이 유일한 원천이다. 자신을 활용하지 않고는 유일함에 도달할 수 없다.
 
유일함을 수련하는 방식이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깊숙한 곳에서 잠에 취해 있는 자신을 깨워내는 것이다. 그것은 아주 깊은 산중에서 잠에 빠져있기 십상이다. 게으르고 잠을 즐기며 눈치를 보고 비겁하고 교활하지만, 아직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견하지도 못하고 발휘할 줄도 모르는 미숙한 영웅이기 때문이다. 이 내면의 영웅이 스스로 일어나 초려에서 나오도록 설득해야 한다.
 
(312~313) 스스로 인물이 되기 위해서는 내면의 구곡양장의 길을 따라 여러 번 '삼고초려'의 극진함을 보여야 한다. 인물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안에 있다. 만에 하나 '자기 스스로를 얻을 수 있다면' 천하에 자신을 표현하기가 어렵지 않다.
 
(313) 누구든 자신의 세계를 가지고 싶은 사람은 인물을 얻어야 한다. 그 첫번째 인물이 바로 자기 자신이다. 스스로 자신의 세계에 대한 강렬한 욕망을 살려내지 않고는 내면에 숨어있는 영웅을 얻을 수 없다. 자신의 욕망을 불태우는 것, 이것이 가장 처음 해야 할 일이다.
 
(314) 나는 분노를 품고 있는 사람이다. 분노는 억제된 불길이다. 나는 때때로 침울해 보이거나 무거워 보였다. 분노를 적의 없는 상태로 감출 수 있는 방식이 바로 스스로에게 물기를 뒤집어 씌우는 것이었다. 그 속에서 나는 제대로 타오를 수 없었다. 가득한 연기에 시달리다가 결국 불문을 열고 굴뚝을 달아 불길이 훨훨 타오르도록 했다. 이것이 나를 살려주었다.
 
그들의 방식이 아니라 나의 방식대로 살 수 있도록 분노를 자극했다. 나의 세계를 보호하기 위해 분노를 키웠다. 이것이 내가 내 속의 분노를 길들이는 방식이었다. 내 속의 욕망이라는 불길이 잘 타오르는 동안 나는 마음의 평화를 즐길 수 있다. 그 불길의 주위에 자리를 펴고 누워 타오름을 즐기는 것은 벽난로의 아득함이었다.
 
(316) 다른 사람의 영웅이 되기를 거부하는 영웅, 자기 자신의 영웅은 그렇게 자신의 세계를 만들고 지키며 이끌어간다. 자신의 세계를 가지고 있는 자신의 영웅, 이들이 바로 '유일한 자'들이다. 자신의 소우주를 가지고 있는 작은 왕자들이 바로 이 사람들이다. 우리는 유일함을 통해 평범한 사람으로부터 비범한 사람으로 자신을 안내할 수 있다. 그리하여 우리의 이야기는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치 않은 위대한 이야기'로 전환된다.
 
(317) 가슴이 뛰지 않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가슴이 뛰지 않으면 이미 사랑이 아니다. 일이 사랑이 되지 않으면 그 일은 내 일이 아니다. 그 일에서 벗어나고 싶어진다. 다른 여자를 향해 달아나는 애인처럼 한때 사랑했던 그 일은 이제 벗어나고 싶은 지루함이 되고 만다. 그러므로 늘 새롭게 사랑하는 방식을 찾아내야 한다.
 
(317) "내가 쓰는 글은 짧고 감동적이어야 한다. 감동이라는 껍질에 싸여 있는 씨앗이다. 그것은 적대감이라는 위액과 소화액에 녹아 없어지지 않고, 사람들의 마음 속으로, 발아할 수 있는 장소까지 이동해야 한다. 피와 영혼과 정신의 어느 부분을 건드려 그들 역시 알 수 없는 환상과 내면의 열정 속에 빠져들게 해야 한다. 열정이란 심장과 감정과 창자로부터 생겨난다. 참다운 자신이 되는 자유는 '자유로운 공기를 들이켠 허파의 외침'이다. 그것은 자신의 내면에서 울려나오는 감동이며 환성인 것이다. 그리하여 자신 속에서 위대한 힘을 감지하게 만들어야 한다. … "
 
(331) "모든 사람을 감동시킬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그러나 그것이 유일한 목표여서는 안 된다. 내 목표는 그 이상이다. 모든 사람을 감동시키는 것보다 더 중요한 목표, 그것은 반드시 청중 속의 누군가를 움직여 스스로 자신의 고뇌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낼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도와줄 수 있는 사람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그러나 욕심을 내서는 안 된다. 적더라도 문제될 것은 없다. 강연장을 떠나 그들이 일상 속에서 변화를 실천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 하루 속에서 실천되지 않은 변화는 변화가 아니다. 실천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다면 강연은 실패한 것이다. 그런 사람이 많으면 좋다. 그러나 한 사람이라도 있으면 그것으로 좋은 것이다."
 
(333) 그들의 불행은 행복이라는 초콜릿으로 살짝 덮여 있었다. 그들은 그 초콜릿 덮개가 벗겨지는 것에 분개한다. 그리고 적대적이 된다. 솔직한 것이 위험한 이유이다.
 
(334) 적절한 적대감은 결국 본인이 자신을 공격하는 것으로 사용하게 된다. 스스로 자신의 과거를 공격하지 않고는 과거를 떠날 수 없다. 자기의 창조와 생성은 어쨌던 스스로를 공격해야 한다. 씨앗을 쪼개야 싹이 나올 수 있다.
 
(334) 불행한 사람만이 변화에 관심이 있다. 행복한 사람들은 지금을 바꾸려 하지 않는다. 행복을 가장한 사람들 역시 변화를 원하지 않는다. 그들도 때때로 변화를 바란다고 말하지만, 그들은 뼛속 깊이 변화를 두려워하고 있다. 지금이 지루하고 반복적이며 별 의미와 보람도 없는 불안과 무력감에 시달리는 일상이라고 엄살을 떠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그들은 그렇게 말하지만 이미 마음 속으로 인생은 그런 것이려니 하는 사람들이다. … 변화를 꿈꾸지만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는 대부분의 사람들, 나는 그들 속에서 불행을 감지한 치열한 사람들을 찾아내야 한다.
 
(335) 나는 먼저 그들이 그럭저럭 봉합시켜 놓은 일상에 대한 만족을 헤집어놓는다. 마음 속에 숨어 있는 불안한 불길에 기름을 뿌리고 불을 지펴 놓는다. 불길이 타오르면 그들의 욕망은 여기저기 묶여 있는 봉합선을 뜯고 분출된다. 그들은 더 불행해지고 불편해진다. 유감스럽게도 그것이 바로 내가 내 역할을 제대로 한 것이다. 나는 그들의 시시한 삶, 평범한 일상에 대한 분노의 불길을 부추기고 타오르게 하는 묘한 입김으로 속삭이는 자여야 한다.
 
(338) 강연은 오히려 그 반대여야 한다. 그들이 내가 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들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들이 그들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강연이 끝나더라도 그들 자신으로 머무를 수 있는 것이다. 내 강연의 목적은 그들이 자기 자신이 되어 스스로의 길을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어야 한다. 나는 그들이 되어 그들의 마음으로 그들이 자신을 돌아보고 스스로의 속에서 그들만의 길을 발견할 수 있도록 촉구하는 것이다.
 
그들이 시작하도록 돕는 것. 이것이 내 비즈니스의 또 다른 목적이다. 이 때 내 비즈니스는 나를 변화시키는 최초의 목적에서 다른 사람의 변화를 돕는 비즈니스로 확대된다.
 
(341) "우연한 쏘시개 불꽃" "an unexpectected sparkle toward the destiny"
 
내가 하는 일은,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누군가가 어둠 속에서 아직 방향을 잡을 수 없을 때 잠시 '우연한 쏘시개 불꽃'이 되는 일이다.
 
(342) 누구든 자신의 길을 갈 때는 내면의 등불을 밝히고 가야 한다. 누구도 다른 사람의 등불이나 등대가 될 수는 없다. 우리가 가는 여행은 우리 속으로의 여행이기 때문에 안으로 들어갈수록 오직 자신을 태우는 등불로 길을 밝혀야 한다.
 
(343) 꽃씨와 불씨가 되는 것… 이것이 내가 이 세상에서 하는 비즈니스이다. 내가 자연으로부터 배운 방식이다.
 
세 개의 에필로그
 
(347) 네 자신의 등불이 되고 피난처가 되라. 다른 피할 곳을 찾지 말라. 내면의 빛에 최대한 다가서라.
 
(347) 바다는 참으로 많은 물결로 만들어졌다. 물결은 바다의 생존을 알리는 표상이다. 문득 내가 저 많은 물결의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결은 만들어지고 그것으로 존재하는 듯이 보이다가 이내 사라지듯 다른 물결로 바뀌곤 했다. 저 한 순간의 존재, 그것이 나였다. 나는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이내 다른 파도로 살아났다.
 
(348) 그날 잠에서 깨어나자 아름다운 충동이 거부할 수 없이 나를 덮쳤다. 내 삶의 가장 소중한 임무는 '나를 탄생시키는 일'이었다. 그것이 물결처럼 아무것도 아닌 일이라고 하더라도 내가 이 세상에서 해야 할 가장 위대한 창조는 바로 그 물결처럼 내 발로 일어서는 것이었다. 나의 하루, 나의 역사, 이것이 바로 그 물결이었다. 이제 누구도 내게 명령하지 못하게 하리라. 다시는 다른 사람이 시키는 일을 하며 살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 것이다. 이것이 내 첫번째 계획이었다. 그리고 유일한 계획이었다.
 
(348) 내 일을 찾을 것이고 매일 그 일을 하며 산다는 것은 햇빛같이 눈부신 생각이었다.
 
(349~350) 당장 하루를 구성하는 시간을 재편했다. 나는 계획적인 사람이 아니다. 시간표를 만들고 시간표대로 사는 것을 숨막혀 하는 사람이다. 내 방법은 삶의 모든 전선에 퍼져 있는 실핏줄 같은 시간을 불러모아 커다란 주류를 가진 시간의 강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나는 세가지 종류의 시간의 강줄기를 만들어냈다.
 
하나는 나를 위해 흐르는 시간의 강이다. 이 시간의 강물 위에서 나는 읽고 생각하며 자연과 만나고 쓴다. … 또 하나의 시간의 강줄기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었다. … 세번째 시간의 강중기는 세상과 내가 만나는 시간이다.
 
(352) 변화는 마흔세 살이 되던 해 하루 동안에 일어났다. 나를 이루고 있던 '어떤 특성의 한 조각'이 우연히 밖으로 나타났고, 자연스럽게 내 운명이 되고 말았다. 그것이 표면으로 떠오르는 순간 내가 오래도록 바라왔던 일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그것은 거대한 해일처럼 내 영혼을 덮쳐왔다. 그 파도 속에서 나의 과거는 죽었고, 그 거품 속에서 다시 태어났다. 나로부터 아무것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나는 삶을 방기한 것이다. 그 책임은 나에게 있다. 나 자신이야말로 내가 활용할 수 있는 유일한 유산이며 유일한 미래였다.
 
나는 내 삶에 대하여 직접 극본을 쓰고 감독을 맡았다. 직접 연출하고 직접 출연했다. 내 인생에서 가장 큰 프로젝트는 바로 나였다. 나는 나를 재료로 가장 그럴듯한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어쩌면 나만을 위한 작품인지도 모른다.
 
(353) 모든 위대한 것이 다 나를 사로잡았기 때문에 나에게 고정된 우상은 없다. 나는 더 이상 선택하지 않는다. 이것이냐 저것이냐의 문제는 이미 죽어버린 고민이다. 나는 배치하고 연결한다.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해본다. 또는 이것과 저것을 함께 접속하여 활용하는 방법을 찾아본다. 모든 것은 실험이다. 나를 실험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모험이고 탐험이다.
 
(354) 실패도 성공도 없다. 어쩌면 그런 단어들은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끝없는 새로움으로 아침마다 다시 시작하는 것이 내 목적이기 때문이다. 내 하루는 한 개의 꽃이다. 새벽에 망울을 달고 이내 만개하여 밤이 되면 떨어지는 하루 꽃, 아주 새로운 유혹.
 
(357) 나는 내 해가 지는 세계에서 오후에 나왔다. 그리고 비행기를 타고 내 해가 지금 막 떠오르는 세계로 떠나왔다. 나는 두 개의 하루, 두 개의 태양을 갖게 되었다. 한 곳에서 살던 짐을 꾸리고, 다른 곳에서의 삶을 위해 다시 짐을 푸는 시기가 내겐 바로 마흔이었다. 하나의 세계가 닫히면서 또 다른 세계가 열리는 위대한 시기였다.
 
(357~358) 해가 지는 오후에 아침이 시작되는 새로운 세계로 떠나기 위해 서둘러 짐을 싸고 은빛으로 빛나는 비행기가 기다리는 공항으로 택시기사를 재촉하는 나. 올라선 봉우리에서 땀을 식히며 저 멀리 펼쳐지는 아스라한 또 다른 산들에 대한 동경과 의욕을 마시는 오후, 이윽고 햇빛 속으로, 또 다른 산으로 오르고 있는 나. 지구로 떠나 달로 가는 여행자. 천 길 깊은 낭떠러지를 수직으로 꽂혀 떨어지는 폭포, 하루 속의 두 개의 아침, 이런 것들이 변화의 상징이었다.
 
(358) 나는 피폐한 시선을 미워한다. 우리의 세대가 끝난 것처럼 조로한 시선을 미워한다.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 준 세계 속에서 그 세계의 끝을 예견하는 참담한 현실주의를 증오한다. 현실이란 결국 '주어진 상황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불과한 것이다. 나의 의견을 말하라. 나의 의견, 그것은 어디에 있는가? 그것이 무엇인지 말하라.
 
(360)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묻지도 않은 채, 든든한 밥그릇 하나 챙겨두는 일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그 쩨쩨함의 끝을 묻고 싶었다. 새로운 인생을 건설해야 하는 시점에서 여전히 망설이기만 하는 나에게 무엇을 더 기다리고 있는지 물어보고 싶었다.
 
(361) 대신 오늘을 새로 받은 또 한 번의 아름다운 선물로 여기며 하루를 보낼 것이다. 햇빛이 쏟아지는 또 하나의 아름다운 하루. 이 아름다운 날 무엇을 할 것인가! 비가 시원히 쏟아지거나 눈빛을 반짝이는 이 특별한 날이 어떻게 어제와 같을 수 있겠는가!
 
(363) 하루를 즐기지 못하는 것은 생활고나 가난 때문이 아니다. 즐길 수 있는 자신의 세계가 없기 때문이다.
 
(364) 언젠가 한번은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스스로 설계한 인생을 살아야 했다. 깨끗하고 빛나는 옷을 입고, 햇빛 가득한 산을 넘고 들을 건너서 아름다운 인생 하나를 건설해야 했다. 아름다운 그날 하루를 내 삶의 국경일로 정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안내자'의 도움을 받아 아름다운 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해야 했다. 나는 이것이야말로 인생의 경영이라고 생각한다. 인생은 결국 자신의 주인을 닮게 되어 있다.
 

#4. 내가 저자라면

마치 오프라인 모임에서, 술자리에서 사부님의 말씀을 듣는 듯 해서 이 책이 좋았다. 혹, 이 책을 읽고 마음이 조금 불안해졌다면 그것도 좋은 일이다. 마음이 조금 홀가분해졌다면 그도 좋은 일이다. 이 책은 그런 책이다. 참 솔직하고 깊은 책이라서, 읽을 때마다 다른 책이다. 무릇 좋은 책이란 그렇게 다양한 얼굴들을 자신 안에 감추고 있어, 할머니의 비밀 찬장처럼 읽을 때마다 다른 맛의 사탕을 우리에게 건네 주곤 한다.

4개월 전에 읽었을 때와 밑줄 친 부분을 비교해보았다. 물론 그때는 급하게 읽긴 했으나, 조금 겹쳐지는 부분도 있고, 전혀 다른 부분도 있어서 흥미로웠다. 그 때는 '11장 _ 일'이 마음에 들었으나, 이번에는 '8장 _ 길에서'가 나의 마음을 다독여 주었다. 그러고 보면 지난 가을, 사부님의 강연에서 나는 그의 꿈 이야기에 흔들렸었다. 그 때 문득 그가 그 자리에 서 있는 비밀의 일부를 엿본 것 같았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 이 길 위에 서있다. 그 분을 가까이에서 뵙게 되었고, 많은 소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이런 책을 쓰기 위해서는 우선 좋은 하루를 보내야 한다.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자신의 삶을 살아야 한다. 그렇게 떳떳하고 아름다운 일상들로 삶이 가득 채워질 때, 그렇게 자신의 삶이 향기로 가득 찰 때, 맑은 약수가 샘에서 넘쳐 나오듯 이런 글들이 나오고, 이런 책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서전은 자신의 삶을 가장 닮은 창작물인 듯 하다.

내가 만일 나의 지난 10년을 돌이켜본다면 어떤 글을 쓸게 될까? 사부님이 쓰지 못한 20대의 자서전을 쓴다면 어떤 책이 될까?

아마 방황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많이 고민하고, 많이 아파했던, 여기 저기 부딪히고 다니느라 상처투성이인 스무 살, 빌어먹을 청춘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많은 꿈을 꾸었지만 그 어디에도 가 닿지 못한 실패의 기록이 될 것이다. 엇갈림과 스쳐 지나감, 아쉬움 들로 가득한 기록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사랑에 대한 글이 될 것이다.

나는 그 책의 이름을 '하루, 하나 _ A day, One'이라고 할 것이다. '하루, 하나'는 제목 그대로 하루 동안의 이야기이다. 소설과 자서전의 중간 쯤에 위치할 듯한 이 책은 그리 두껍지 않다. 나는 여행을 할 것이다. 그 곳에 시간과 공간의 풍경을 담을 것이다. 나에게 의미를 주었던 공간들을 다시 방문할 것이다.

그 곳은 골목길이 될지도 모르고, 강가가 될지도 모른다. 숲도 있을 테고, 바다도 있을 것이다. 그곳에서 나는 추억을 만날 것이다. 지나가버린 헛된 것들. 지나가버린 소중한 것들로 글을 쓸 것이다. 그 과거는 현재와 뒤섞여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낼 것이다. 현재의 것으로 지난 것을 이야기 할 것이다. 사진을 찍을 것이다. 낙서를 할 것이다. 그것들을 재료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 것이다.
  
하루 동안의 그 이야기는 '말해질 수 없는 것'에 대해 말할 것이다. '여기와 저기 사이의 아득한 틈새'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그 모든 부서진 조각들이 마침내 '어느 하나에로 합쳐짐'에 대해서 말할 것이다. 이 글과 낙서와 실험을 통해 나는 '나의 시작은 어디인지?'에 대해 물을 것이다. '내가 어디로 나아갈 것인지?'에 대해 물을 것이다. 이 책은 무엇보다 여행의 책이다. 하루가 지나면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된다. 여행의 끝은 또 다른 여행의 시작이다. 이 책은 바로 그 가슴 벅찬 새로운 시작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IP *.60.237.51

프로필 이미지
도윤
2007.07.29 23:05:34 *.60.237.51
정말 인용문이 길면 하나에 다 들어가지가 않는구나.. 써니 누님이 두 개로 나눠 올릴때 마다, 조금 신기했는데..^^

이상하게 생각은 잘 안 떠오르고, 덕분에 인용문으로 명상 좀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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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윤
2007.07.29 23:19:51 *.109.96.181
생각이 잘(?) 안 떠온다고 하면서도, 잘(!) 썼구나. ㅎㅎ '하루, 하나 _ A day, One'이라... 어떤 책이 될 지 궁금하네. 난 사부님 책 다시 읽으면서 인용문만 정리해두었다. '저자에 대하여'나 '내가 저자라면'은 좀처럼 손을 댈 수가 없어서 조금 미뤄두고, 대신 아이와 목욕하고, 놀고, 다독여 재웠다. ㅎㅎ 항상 나를 부끄럽게 만드는 도윤아~ 고맙다. 며칠 후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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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7.07.30 00:05:28 *.70.72.121
여보세요? 위대한 강점 혁명 인용문 다시 첨가하다가 3. 내가 저자라면 부분이 사라졌는데 어떻게 복구하나요? 바로 대고 썼던 거라서 어찌해야 할지 난감하답니다.^^ 도윤이는 별걸 다 따라하네 그려. 그대의 못 말리는 탐구심, 근면성이란.

아우님, 내가 나처럼 늘어지지 말라고 했더니만... ^-^ 이제 갖 서른 조금 넘었으면서... 자네는 분노 안 하남? ㅋㅋㅋ

뱅곤을 닮았나, 성실한 독종덜 덜 덜. 향산은 또 밤새우겠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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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07.07.30 00:35:12 *.72.153.12
드디어 몇몇이 공부하는 데 미쳤구나.

도윤, 하루 잘 보내고 이야기 잘 쓰고.... 그리고 마음에 내키면 그것도 좀 보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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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윤
2007.07.30 09:01:46 *.249.167.156
종윤이 형, 저도 조금 궁금합니다^^ 수요일 날, 뵐께요!

써니 누님, 큰 일이네요. 재동이 형한테 여쭤보는 수 밖에 없을 듯.. 다음에는 최종 수정 후에 문서로 하나씩 저장해놓으세요!

정화누나, 저 안 미쳤어요^^ 어제도 글이 손에 안 잡혀 영화 보고 있는데, 종윤이형한테 전화와서 뜨끔했네요.. Me-story는 틈틈이 해야 할까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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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동
2007.07.31 01:29:34 *.142.170.82
후~~ 요즘 낮시간에는 들어오기 힘들어 이제 봤습니다.
예전에는 글이 잘리는 경우가 거의 없었는데 요즘에는 종종 발생하나봐요. 경고문이라도 띄워야 하나. 글의 일부가 잘립니다. 계속 하시겠습니까? 어째야 하나.. 이번 경우는 방법이 없네요.

요즘엔 왜 이리 해결 못하는 문제가 종종 생길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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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훈
2007.07.31 07:26:04 *.99.242.60
아마 너한테 가장 잘 어울리는 책이었다고 생각했어.
사고의 폭과 사색하고 고민하였던 많은 문제가 섞여서 다시 해결되었을 줄 알았다.
책을 덮고 난후에 느낌이..
나도 사부님 처럼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아주 간절하게 들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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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윤
2007.07.31 08:52:57 *.249.167.156
재동이형,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홈페이지가 너무 완벽하면 인간적인 맛이 떨어지잖아요.. ^^

영훈 형님, 말씀처럼 책은 재미있게 읽었는데, 책을 덮고 난 후의 느낌이... 오만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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