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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7월 30일 11시 58분 등록
명로진, 인디라이터, 해피니언 2007


명로진, TV에서 얼굴을 본듯한 탤런트가 이만큼 복합적인 인물일지는 몰랐다. 연세대 불문과 졸업, ‘스포츠 조선’에서 3년간 기자생활, 연예활동 시작, 코오롱 등산학교 졸업 후 안데스 산맥 6,000m급 원정에 참여, 살사댄스에 미쳐 국제살사대회 주최, 6대륙을 여행한 여행광. 13권의 저서를 냈으며 ‘심산스쿨’에서 인디라이터 과정의 담임강사로 강의 중.


그의 말마따나 Rolling Stone! 다채로운 인생경험을 바탕으로 전방위적인 저술활동을 펼치고 있는 끼 많은 인디라이터임에 틀림없다.


아! 인디라이터가 뭐냐구? Independent Writer의 준말로서, ‘한 권의 책을 기획하고 취재하여 저술해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을 말한다. 천재적인 문필 능력보다는 꾸준한 노력이, 번뜩이는 영감보다는 발로 뛰는 끈기가, 동서고금의 고전을 줄줄 외는 학식보다는 움직이는 현장성이 더 필요하다. 기자보다 자유롭고 학자보다 유연하며 작가보다 현실적이되, 먹고살기 위해 글을 쓰는 사람, 그가 바로 인디라이터이다.


그렇다면 내가 되고싶어하는 것도 인디라이터임에 틀림없다. 별것도 아닌 이야기를 어렵고 고루하게 써놓은 하품나는 글 말고, 쉽고 생생하게 내 삶으로 들어오는 숨결이 살아있는 글을 쓰고싶다. 아무리 조건이 좋더라도 구속되어서는 살아갈 수없는 체질이며 굳어지고 고착되는 것은 질색이다. 아는 것이 많지는 않지만, 나를 감동시키는 것을 따라갈 신명이 있다.


기질은 타고났으되 어영부영 출발이 너무 늦어버린 내게, 이 책은 타이밍이 아주 좋다고 말해준다. 명로진은 누구나 책을 쓸 수 있다고 말한다. 작가라는 직함에서 아직도 ‘시인’이나 ‘소설가’같은 유형을 떠올린다면 동시대로부터 멀리 떨어져있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누구나 쓸 수 있되, 아무나 쓸 수는 없는 책에 대한 경쾌한 접근법이 여기 있다.


이 책은 내 막연한 바램에 구체적인 단계를 주었다. 글쓰고 책을 쓰는 일에 대한 지나친 의미부과를 내려놓고, 지극히 실용적인 프로세스를 주었다. 내게 취약한 실용적 사고에 대폭 다가간 느낌이다. 너무 진지하기만 한 시도에서 기름기를 쫙 빼주어 5키로쯤 가벼워진 기분이다.


이 책의 목차는 너무 간단하다. 인디라이터의 정의와 작업순서가 전부이다. 바로 이것이 인디라이터가 책쓰는 방법이다. 백과전서 식으로 모든 것을 싸안고 가기에는 시간도 없고, 세상만물이 너무 빨리 변하며, 재미도 없다. 인디라이터는 내용을 ‘특화’해야 한다.


책을 쓰는 작업이 더 이상 고상한 영역이 아니라는 것, 독자에게 재미와 유익함을 주는 글쓰기, 아이템을 잡는 방법부터 인디라이터의 생활수칙, 출판사 상대하기... 등 인디라이터가 되고자 하는 사람에게 일관된 정보를 준다. 시종일관 쉽고 경쾌하기 때문에 한달음에 쭈욱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 독자가 책 한 권에서 기대하는 것은 대단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저자의 라이프스타일 훔쳐보기, 경쾌하되 결코 가볍지 않은 문체, 책쓰기에 대한 실용적인 프로세스... 그것이면 충분하다. 그간의 밀리언셀러에 대한 자료들은 덤이다.



@ 내 마음에 들어온 글귀들

29 쉽다는 뜻은 대화의 쌍방이 공감한다는 뜻이다. 우리는 공감이 가지 않을 때 ‘어렵다’고 이야기한다. 궁극적으로 공감이 되지 않는다면 말짱 헛것이라는 이야기다.
39 인디라이터는 산에 오르고, 영화를 보고, 춤을 추고, 미술관가 박물관을 찾아가야 한다. 영감은 끊임없이 구르는 돌 위에서 꽃피는 것이지 죽은 자의 책상 위에서 생기는 게 아니다.
40 100권의 책을 읽는 것보다 한 달의 배낭여행이 우릴 더 성숙하게 만든다. 1,000장의 원고를 쓰는 것보다 훌쩍 떠나는 남태평양 여행이 우릴 더 행복하게 한다.
여행은 나에게 풍부하고 다양한 쓸거리를 제공해준다. 역으로 그 쓸거리는 나에게 다시 여행할 자유와 여유를 마련해준다. 그러므로 나는 쓰기 위해 여행하고, 여행하기 위해 쓴다.
43 인디라이터도 책으로 낼 ‘거리’앞에서는 부르르 떨려야 한다. 나는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하다 보면, 가끔 부르르 떨리곤 한다. 예지 기능이 생긴 것이다. 기실 그 최초의 떨림에서 한 권의 책은 시작된다.
44 인디라이터로 책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잘 놀아 한다. 잘 논다는 것은 삶을 재미로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그 받아들임의 미학 속에서 호기심이 생기고 호기심의 충족 과정이 반복된다. 자발적인 지식욕과 정보 취합의 프로세스가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한 아이템에 대해 준전문가 수준이 된다. 한 권의 책을 쓸 기초체력이 자연스럽게 길러지는 셈이다. 그것도 놀면서.
46 글쓰기의 첫 번째 규칙은 ‘읽는 사람을 지루하게 하지 마라’다. 두 번째 규칙은 ‘독자를 지루하게 하지 마라’, 세 번째 규칙은 ‘읽는 사람을 지겹게 하지 마라’다. 이제 넷째 규칙도 짐작할 수 있겠지? --데릭 젠슨 ‘네 멋대로 써라’에서

56 그러므로 고상함 따위는 잊어라. 우리에게는 베스트셀러와 스테디셀러를 위한 헝그리 정신만이 있을 뿐이다. 그 헝그리 정신만이 우리에게 대지와 저택을 가져다줄 것이다.
63 아이템을 찾는다.
언제나, 뜻밖에, 느닷없이, 골똘이 찾는다.
69 작가는 그런거다. 몇 해 전 어떤 작가는 “이혼하고 나니까 제일 처음 드는 생각이 ‘이젠 이혼에 대해 책으로 쓸 수 있겠구나’하는 것이었다”라고 말했다.
93 첫째, 제목이 전부다
둘째, 제목은 컨셉트다
셋째, 제목으로 죽여라
넷째, 제목은 양보하지 않는다
누구나 승복할 수 있는 제목을 뽑아내라
108 편집자에게 외면당하면 독자에게도 외면당할 확률이 높다.
125 아이들은 묻는다.
‘지금 나를 재미있게 해줄 수 있나요?’

136 인디라이터로서 나는 일상을 시즌-출판사와 책 계약을 하고 본격적으로 집필을 하는 시기-와 오프 시즌 - 취재기 혹은 휴식기로 나눈다. 이런 구분은 보디빌더의 일상에서 얻은 힌트다.
139 다치바나 다카시는 책을 쌓아올려서 1m 정도 되는 높이가 되어야 대가의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고 했다. 이 정도가 되려면 3-40권은 족히 되어야 한다.
152 이미지란, 일러스트 혹은 사진 자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현대 독자들이 원하는 정보의 수용 형태를 말하는 것이다.
153 “자전거 여행”에 나오는 김훈의 봄나물론을 보라. 달래와 냉이, 쑥 따위의 하잘것없는 나물을 대하는 김훈의 스타일은, 마치 전우주를 상대로 투쟁하는 생명의 포효와도 같다. 조사와 어미에 맺힌 김훈의 연민은 그것 글대로 그가 세상과 자연을 보는 진정이다.
154 자신의 모델 작가를 정해라. 대가와 달인을 한 사람 정해서 그 작품을 수십 번 읽고, 필사하고, 암기해라. 나는 모델 작가의 대표 저서를 모델 북이라고 부른다.
개인적으로 나의 모델 북은 김훈의 “자전거 여행”과 심산의 “마운틴 오딧세이”이다.
165 백과사전식으로 쓸 것이 나라, ‘특화된 내용’에 대해 써야 한다.
188 다음 반세기의 최고 소득자는 바로 스토리텔러가 될 것이다.
197 Do not dance with your muscle!
그럼 사람은 무엇으로 춤추는가? 밸런스로 춤춘다. 댄서의 유연함은 힘이 아니라 균형과 조화, 안정감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234 릴케- 아침에 일어나서 글쓰는 것밖에 생각나지 않는다면 넌 이미 작가다.
237 인디라이터 역시 여행과 사진과 자판 두드리기와 책 만들기의 전 과정을 노가다처럼 소화해내야 한다. 더불어 그 모든 과정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

IP *.209.106.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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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자
2007.07.30 21:27:40 *.252.84.4
한 작가의 프로정신을 엿보게 되는 군요.
특히 공감되는 것은 <잘 놀아야 한다>라는 글입니다.

경직되지 않고 무게 잡지 않는 사람, 삶을 즐길 줄 아는 사람만이 남이 보지 못하는 걸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제대로 놀지 못해서 스스로에 경각심을 줄려고 또 하나의 이름을 아예 <놀자>로 지었지요.

한명석님의 좋은 책 리뷰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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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
2007.07.31 00:50:59 *.131.127.120
저두요~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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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보이
2007.08.01 13:52:40 *.100.159.37
그리 짧지않은 글인데, 끝까지 읽게 하는 맛...

저 같은 보통 사람들이 대략 독자가 될터인데,
그러고보면 한명석님은 성공 가능성 입빠이~~!!

(참고로, 긴 글은 왠만해선 끝까지 못읽는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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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석
2007.08.01 22:33:30 *.209.97.152
성렬님의 한결같은 이미지에 비해, 놀자님과 할리보이님은 닉네임을 여러가지를 쓰시나봐요?

Objection!
저는 반대입니다. ^^
온라인에서의 소통도 소중한 것인데,
계속해서 카멜레온처럼 변한다든지,
이미지가 누적될 수 없도록 모호한 것은 반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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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라
2007.08.03 10:40:28 *.131.195.176
명석님의 리뷰를 보면 늘 그렇듯 해당책을 읽고 싶은 충동이 마구 일어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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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석
2007.08.03 18:08:26 *.209.104.234
오래 전에 덧글 자주 달아주시던 소라님이 맞으시는지요? ^^
리뷰를 할 때도 제 기질이 나타나지요.
책내용을 요약해서 정보를 준다기보다,
내 안에 들어온 느낌을 더 소중하게 쓰는 거지요.
아무튼 실용성이라고는 찾아볼 길이 없는 내 기질이 가끔 민망한데
도움이 되셨다니, 기분이 좋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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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07.08.04 02:20:40 *.72.153.12
'인디라이터'라는 책에서 말하는 것은 글쓰는 사람 뿐 아니라, 창작활동을 하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비슷한 방식으로 적용해 볼 수 있는 건가요? 명석님의 리뷰를 읽다보니 그럴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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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보이
2007.08.06 08:16:26 *.100.159.37
방황끝에(?) 최종 할리보이로...
휴가 끝나고 오랜만에 와보네요.
명석님 좋은 글, 늘 잘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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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석
2007.08.06 09:34:11 *.209.115.82
아니에요 정화씨, '독립적인 저술가'의 요건과 방법론, 출판사 접촉방안 등 아주 실용적인 tip 이랍니다.

하하, 반갑습니다. 할리보이님.
그렇다면 이제 그 뜻이 궁금해지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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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보이
2007.08.06 18:03:47 *.100.159.37
호호, 반갑습네다. 명석님...

별 뜻은 없고, 걍 할리 타고 댕기는 남자라는 말인데요...^^;;;

아님, "보이"의 뜻이 궁금하셨나요????
허긴, 낫살이나 먹어가지고 뜬금없이 "보이"를 자칭하였으니,
사뭇 궁금하기도 하셨을 터... ㅋㅋㅋㅋ

그것도 별 뜻 없구요... 그저 소시적부터 불리던 익숙한 닉넴이라서...
일종의 피터팬 컴플렉스랄까~~ ㅋㅋㅋ

이 참에 "할리맨"으로 바꿀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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