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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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이 있는 승부-CEO 안철수
안 철수, 그는 누구인가? 동탑산업훈장, 산업포장, 윤리경영대상, 한국공학한림원 ‘젊은 공학인상’ 등을 수상하였고, 비즈니스 위크가 뽑은 ‘아시아의 별 25인’, 세계경제포럼이 뽑은 ‘차세대 아시아의 리더 한국 대표 18인’에 선정되는 등 한국 IT 기업의 대표 주자의 한 사람이다. 남들이 부러워할 정도의 실력을 갖고 있으며, 서울대 의대를 나와 장래 확고한 신분을 지닌 의사가 될 수 있음에도 이를 과감히 버리고 사업가의 길로 들어선 사람이다.
그는 배우려는 의지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대학에 머물지 않고 대학원에서 의학박사를,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에서 기술경영학석사 학위를 취득하였고, 미국 스탠포드 대학 벤처비즈니스 과정과 고려대학교 기업지배구조 최고 과정을 수료하기도 했다. 이를 바탕으로 단국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전임강사 및 의예과 학과장을 역임하는 등 교수의 길로 들어섰으나 이에 만족치 않는다. 그는 과감히 교수직을 청산하고 산업현장에 뛰어든다.
그가 벤처기업에 몸을 던진 이유는 이렇다. 1988년 서울대 의대 박사 과정 중에 '브레인 바이러스'를 만난다. 인간이 지구상에서 가장 무서워하는 생명체가 바이러스 아닌가. 현재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AIDS(후천성 면역결핍증)도 일종의 바이러스의 하나이다. 이로 인해 세상이 얼마나 벌벌 떠는가. 컴퓨터도 예외는 아닌가보다. 누군가 치료가 불가능한 악성 바이러스를 퍼뜨린다면 세상은 허무하게 무너질 것이라는 예상을 해볼 수 있다. 이를 간파한 것이다.
그는 밤을 새워 바이러스를 퇴치할 묘약을 만든다. 이 또한 이름을 백신이라 명명한다. 의학에서 쓰는 용어들을 그대로 기계에 옮겨온다. 다르다면 의학에서의 바이러스는 자연발생적인 생명체라면 컴퓨터의 바이러스는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든 인공바이러스라는 차이점이 있을 뿐이다. 그는 두뇌게임에 참여한 것이다. 역시 세상을 보는 면에서 현명한 두뇌를 가진 사람은 선택도 남다르다. 한번 싸워보겠다는 것 아닌가. 마침내 백신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그러나 이를 세상에 알리는 방법이 묘연하다. 어떻게 하면 이를 공유하고 모든 사람들에게 전해줄까를 고민한 끝에 1995년 자신의 이름을 딴 주식회사 형태의 안철수 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를 설립한다. 우리는 그 덕분에 바이러스 백신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었다. 수많은 외국 바이러스를 그의 손으로 물리친 덕분에 안전하게 자료를 보전하고 업무를 수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무료는 기업 생존과 배치된다. 어떻게든 회사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영혼이 깃든 승부수를 던진다. 그리고 기업을 세우고 멋지게 성공한다. 오늘날 적자생존이 가장 치열한 IT업계에서 보란 듯이 살아남아 세계의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그 과정을 감동 깊게 써내려간 책이 바로 『CEO 안철수, 영혼이 있는 승부』다. 그는 이 후에도 『CEO 안철수,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도 출간한다. 하지만 그의 경영철학이나 삶의 기준은 이 책이 표본이며 그가 설립부터 6년간 기업경영을 통해 현장에서 얻은 전부를 담아낸다.
이 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지켜야 할 가치가 있다면 시작이다.
“나는 우주에 절대적인 존재가 있든 없든, 사람으로서 당연히 지켜나가야 할 중요한 가치가 있다면 아무런 보상이 없더라도 그것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세에 대한 믿음만으로 현실과 치열하게 만나지 않는 것은 나에게 맞지 않는다. 또 영원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살아있는 동안에 쾌락에 탐닉하는 것도 너무나 허무한 노릇이다. 다만 언젠가는 같이 없어질 동시대 사람들과 좀더 의미 있고 건강한 가치를 지켜가면서 살아가다가 ‘별 너머의 먼지’로 돌아가는 것이 인간의 삶이라 생각한다.”
참으로 멋진 말이다. 지켜야할 중요한 가치가 있다면 대가없이 따라야 한다고 말한다. 그것이 인간적인 길임을 암시한다. 세상에 태어나 가치 있는 삶을 살다 간다면 그보다 좋을 수는 없다. 그는 혼탁한 세상 속에서, 약육강식이 횡행하고, 권모술수가 판치는 기업환경에서 구도자의 심정으로 기업을 이끌었다. 그리고 보란 듯이 성공했다. 장래가 보장된다 하여 현실의 혼탁을 회피하는 것도 그는 단호히 거부했다. 도전에 응전한 것이다. 현실 안주와 인간의 쾌락도 버린다. 그리고 나와 더불어 살고 함께 손잡는 자들의 편에 서서 가치 있는 삶을 공유하기를 바란다. 이 구절에 그의 삶에 대한 철학과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실천만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동시대 사람들에게 자신이 갖고 있는 능력을 나눠주기 위해 기업을 차린다. 그래서 가치기준이 유사한 2인과 손잡고 기업을 세상에 드러낸다. 기업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가 ‘변화’다. 그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하지만 수많은 변화를 받아들이면서도 변하지 않는 그 무엇인가가 그에게 있다는 사실을 직시한다. 그것을 그는 ‘정직’과 ‘성실’이라고 믿었다. 너무나 식상한 듯한 이 두 단어가 그를 오늘의 그로 남겨두었다. 초심을 지켜가며 냉정하게 자신의 기업을 꾸린다는 것은 험난한 한국풍토에서 지난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그는 이것을 지켜낸다. 그리고 이를 내재화하기 위해 끊임없이 배우고 읽힌다. 책을 읽고 쓴다. 기업가가 하기 어려운 일을 그는 손수 키우며 자신의 기업을 수많은 기업이 명멸하는 벤처산업에서 우뚝 세운다.
그는 기업을 어떻게 세웠는가? 훌륭한 경영자로부터 전수받은 일도 없다. 그렇다고 선대의 가업을 물려받은 일도 없으며, 대기업에서 경영수업을 받은 바도 없다. 스스로 경영을 터득하기 위해 홀몸으로 미국으로 건너갔으며 펜실베니아 대학에서 테크노 MBA과정을 밟으면서 기업경영 노하우를 터득한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유명한 경영자의 강의는 빠지지 않으려는 모습도 보인다. 이 과정에서 성공한 기업, 아니 영속하는 기업에는 핵심가치라는 공통분모가 있음을 알게 된다.
‘핵심가치는 기업구성원의 공통된 가치관이자 신념이며 존재이유이다. 핵심가치가 분명하게 정립되고 신념화된 기업은 조직의 발전뿐만 아니라 개개인에게 유무형의 성취감을 줄 수 있으며 지치지 않는 발전을 가능하게 한다. 또 이상적인 핵심가치는 생계수단 이상의 가치를 개개인에게 줄 수 있으며, 기업이 위기에 처할지라도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영원한 힘이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는 이 핵심가치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기업은 영혼이 있는 기업과 영혼이 없는 기업으로 나누어진다고 말하면서 ‘영혼이 없는 기업은 그 회사 사람들에게 단지 개개인의 목적을 달성하는 도구일 뿐이다. 영혼이 있는 기업은 전사원이 스스로 주체의식을 가지고 기업을 자신의 것으로 내재화해서 공동의 발전을 이뤄나간다. 그런 가운데 기업은 영속하는 우량기업으로 자라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영혼이 있는 기업을 위한 핵심가치는 다음과 같은 조건을 갖추어야 잘 유지될 수 있다. ‘1. 구성원들이 진심으로 믿어야 한다. 2. 일관성 있게 유지되어야 한다. 3. 제도 속에 스며들어 있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당장에 명확한 핵심가치가 없다 하더라도 나름대로의 가치관․목표의식을 늘 자각하고 진지하게 성찰하는 회사가 많으면, 그만큼 우리나라 산업발전과 국가경쟁력은 희망을 걸 만하다.’는 것이다.
이런 전제하에서 그는 회사의 핵심가치 세 가지를 정한다. ‘1. 우리 모두는 자신의 발전을 위하여 끊임없이 노력한다. 2. 우리는 존중과 신뢰로 서로와 회사의 발전을 위하여 노력한다. 3. 우리는 고객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고객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 가 그것이다. 이처럼 평범하게 보이는 핵심가치는 실천만이 진가를 발휘할 수 있다. 그는 오늘날까지도 이를 철저하게 지킨다.
이 책은 자신의 기업을 창업하여 성공하는 기업으로 가기 위한 남다른 노력을 일반기업인이 수행키 어려운 기준을 통해 이루었다는 점에서 감동적이다. 그가 사용하는 가치기준은 오늘의 한국기업이 채용하기 힘든 요소들로 가득하다. 진정한 기업이란 무엇인가에서부터 고객에게 정직하는 법 그리고 리더의 조건, 신뢰란 어떤 것인가 또한 약속은 왜 지켜야하는 가 등 개인내면의 통찰을 바탕으로 기업을 이끈다. 그저 주어진 권위와 외양에서 오는 권력으로 조직을 끌어가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물론 이 책이 오늘의 한국사회에서 기업을 이끌어가는 데 표준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내일의 한국과 미래기업에서 반드시 표준이 되어야 한다는 데는 이의를 달고 싶지 않다. 오늘날 글로벌 기업의 기준은 한국에서 자생한 기업으로는 넘어야할 과제가 산적하다. 이를 몸소 실천하고 솔선수범한 기업이 바로 (주) 안철수연구소이다.
그도 오늘의 험난한 기업환경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어려움에 직면했음에도 한국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한다. ‘나는 지금도 돈만을 벌기 위해 벤처기업을 시작한 사람은 많지 않다고 보며, 대부분 자기실현을 위해 일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벤처정신에 백년대계를 생각하는 정부정책, 사회 인식변화가 어우러진다면 우리나라 벤처기업은 큰 도약을 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미래의 한국기업에 대한 얘기다.
그는 늘 발전하는 CEO이다. 자신을 오늘에 머물게 한 적이 없다. 진정한 비교의 대상은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 사이에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말로 우리가 비중을 두어야 할 것은 양적인 비교가 아닌 질적인 비교이다. 개인의 성공도 마찬가지요, 기업의 성공도 마찬가지이다. 신뢰를 주고받는 관계, 훌륭한 가치를 위해 헌신하는 것, 마음에서 진정으로 우러나는 존중, 그리고 늘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 등 이런 것이 더 소중한 성공의 조건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책의 말미에서 이 말을 하면서 끝을 맺는다. ‘물론 내 능력에 비해 벅찬 일도 많다. 내 수준에서 어려운 주제를 이해하고 쉽게 풀어쓰기 위해서는 당대의 천재들보다 두세 곱절 시간을 더 들여야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깨어 있는 한순간이라도 헛되이 보내지 않겠다는 것은 앞으로도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지도 모른다. 이것은 공연한 겸손이 아니라 분명한 사실이다.’
‘CEO 안철수’ 오늘날 벤처신화를 창조한 보기 드문 경영인이자 기업가이다. 나는 국내기업 중에 이처럼 원칙과 소신을 갖고 모든 고객이 존경하는 기업을 이끈 기업인이 있음을 잘 알고 있다. 미래산업의 정문술 회장이 그랬고, 유한킴벌리의 문국현 사장이 그랬다. 그들은 수많은 기업이 생성되어 소멸되는 와중에서도 아름다운 기업이 무엇인지를 세상에 밝혔던 기업인들이다.
‘기본원칙에 충실하라’는 이 말은 개인뿐만 아니라 조직이나 기업에게도 금과옥조와 같다. 핵심가치를 발견하고 미션과 비전을 수립하며 이를 수행할 전략적 과제설정은 한 개인의 자기실현은 물론 영속하는 기업과 영혼이 깃든 기업을 만드는 데 필요충분조건이 되었다. 또한 이에 머물지 않고 지속적이고 끈기 있는 실천만이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탄생하는 밑거름임을 우리는 잘 알게 되었다.
이제 그런 기업을 이 책을 통해 보게 되었음은 우리에게 또 하나의 기쁨을 선사한다. 그런 의미에서 ‘CEO 안철수의 영혼이 있는 승부’에 힘찬 박수를 보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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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철수, 그는 누구인가? 동탑산업훈장, 산업포장, 윤리경영대상, 한국공학한림원 ‘젊은 공학인상’ 등을 수상하였고, 비즈니스 위크가 뽑은 ‘아시아의 별 25인’, 세계경제포럼이 뽑은 ‘차세대 아시아의 리더 한국 대표 18인’에 선정되는 등 한국 IT 기업의 대표 주자의 한 사람이다. 남들이 부러워할 정도의 실력을 갖고 있으며, 서울대 의대를 나와 장래 확고한 신분을 지닌 의사가 될 수 있음에도 이를 과감히 버리고 사업가의 길로 들어선 사람이다.
그는 배우려는 의지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대학에 머물지 않고 대학원에서 의학박사를,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에서 기술경영학석사 학위를 취득하였고, 미국 스탠포드 대학 벤처비즈니스 과정과 고려대학교 기업지배구조 최고 과정을 수료하기도 했다. 이를 바탕으로 단국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전임강사 및 의예과 학과장을 역임하는 등 교수의 길로 들어섰으나 이에 만족치 않는다. 그는 과감히 교수직을 청산하고 산업현장에 뛰어든다.
그가 벤처기업에 몸을 던진 이유는 이렇다. 1988년 서울대 의대 박사 과정 중에 '브레인 바이러스'를 만난다. 인간이 지구상에서 가장 무서워하는 생명체가 바이러스 아닌가. 현재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AIDS(후천성 면역결핍증)도 일종의 바이러스의 하나이다. 이로 인해 세상이 얼마나 벌벌 떠는가. 컴퓨터도 예외는 아닌가보다. 누군가 치료가 불가능한 악성 바이러스를 퍼뜨린다면 세상은 허무하게 무너질 것이라는 예상을 해볼 수 있다. 이를 간파한 것이다.
그는 밤을 새워 바이러스를 퇴치할 묘약을 만든다. 이 또한 이름을 백신이라 명명한다. 의학에서 쓰는 용어들을 그대로 기계에 옮겨온다. 다르다면 의학에서의 바이러스는 자연발생적인 생명체라면 컴퓨터의 바이러스는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든 인공바이러스라는 차이점이 있을 뿐이다. 그는 두뇌게임에 참여한 것이다. 역시 세상을 보는 면에서 현명한 두뇌를 가진 사람은 선택도 남다르다. 한번 싸워보겠다는 것 아닌가. 마침내 백신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그러나 이를 세상에 알리는 방법이 묘연하다. 어떻게 하면 이를 공유하고 모든 사람들에게 전해줄까를 고민한 끝에 1995년 자신의 이름을 딴 주식회사 형태의 안철수 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를 설립한다. 우리는 그 덕분에 바이러스 백신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었다. 수많은 외국 바이러스를 그의 손으로 물리친 덕분에 안전하게 자료를 보전하고 업무를 수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무료는 기업 생존과 배치된다. 어떻게든 회사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영혼이 깃든 승부수를 던진다. 그리고 기업을 세우고 멋지게 성공한다. 오늘날 적자생존이 가장 치열한 IT업계에서 보란 듯이 살아남아 세계의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그 과정을 감동 깊게 써내려간 책이 바로 『CEO 안철수, 영혼이 있는 승부』다. 그는 이 후에도 『CEO 안철수,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도 출간한다. 하지만 그의 경영철학이나 삶의 기준은 이 책이 표본이며 그가 설립부터 6년간 기업경영을 통해 현장에서 얻은 전부를 담아낸다.
이 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지켜야 할 가치가 있다면 시작이다.
“나는 우주에 절대적인 존재가 있든 없든, 사람으로서 당연히 지켜나가야 할 중요한 가치가 있다면 아무런 보상이 없더라도 그것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세에 대한 믿음만으로 현실과 치열하게 만나지 않는 것은 나에게 맞지 않는다. 또 영원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살아있는 동안에 쾌락에 탐닉하는 것도 너무나 허무한 노릇이다. 다만 언젠가는 같이 없어질 동시대 사람들과 좀더 의미 있고 건강한 가치를 지켜가면서 살아가다가 ‘별 너머의 먼지’로 돌아가는 것이 인간의 삶이라 생각한다.”
참으로 멋진 말이다. 지켜야할 중요한 가치가 있다면 대가없이 따라야 한다고 말한다. 그것이 인간적인 길임을 암시한다. 세상에 태어나 가치 있는 삶을 살다 간다면 그보다 좋을 수는 없다. 그는 혼탁한 세상 속에서, 약육강식이 횡행하고, 권모술수가 판치는 기업환경에서 구도자의 심정으로 기업을 이끌었다. 그리고 보란 듯이 성공했다. 장래가 보장된다 하여 현실의 혼탁을 회피하는 것도 그는 단호히 거부했다. 도전에 응전한 것이다. 현실 안주와 인간의 쾌락도 버린다. 그리고 나와 더불어 살고 함께 손잡는 자들의 편에 서서 가치 있는 삶을 공유하기를 바란다. 이 구절에 그의 삶에 대한 철학과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실천만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동시대 사람들에게 자신이 갖고 있는 능력을 나눠주기 위해 기업을 차린다. 그래서 가치기준이 유사한 2인과 손잡고 기업을 세상에 드러낸다. 기업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가 ‘변화’다. 그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하지만 수많은 변화를 받아들이면서도 변하지 않는 그 무엇인가가 그에게 있다는 사실을 직시한다. 그것을 그는 ‘정직’과 ‘성실’이라고 믿었다. 너무나 식상한 듯한 이 두 단어가 그를 오늘의 그로 남겨두었다. 초심을 지켜가며 냉정하게 자신의 기업을 꾸린다는 것은 험난한 한국풍토에서 지난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그는 이것을 지켜낸다. 그리고 이를 내재화하기 위해 끊임없이 배우고 읽힌다. 책을 읽고 쓴다. 기업가가 하기 어려운 일을 그는 손수 키우며 자신의 기업을 수많은 기업이 명멸하는 벤처산업에서 우뚝 세운다.
그는 기업을 어떻게 세웠는가? 훌륭한 경영자로부터 전수받은 일도 없다. 그렇다고 선대의 가업을 물려받은 일도 없으며, 대기업에서 경영수업을 받은 바도 없다. 스스로 경영을 터득하기 위해 홀몸으로 미국으로 건너갔으며 펜실베니아 대학에서 테크노 MBA과정을 밟으면서 기업경영 노하우를 터득한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유명한 경영자의 강의는 빠지지 않으려는 모습도 보인다. 이 과정에서 성공한 기업, 아니 영속하는 기업에는 핵심가치라는 공통분모가 있음을 알게 된다.
‘핵심가치는 기업구성원의 공통된 가치관이자 신념이며 존재이유이다. 핵심가치가 분명하게 정립되고 신념화된 기업은 조직의 발전뿐만 아니라 개개인에게 유무형의 성취감을 줄 수 있으며 지치지 않는 발전을 가능하게 한다. 또 이상적인 핵심가치는 생계수단 이상의 가치를 개개인에게 줄 수 있으며, 기업이 위기에 처할지라도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영원한 힘이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는 이 핵심가치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기업은 영혼이 있는 기업과 영혼이 없는 기업으로 나누어진다고 말하면서 ‘영혼이 없는 기업은 그 회사 사람들에게 단지 개개인의 목적을 달성하는 도구일 뿐이다. 영혼이 있는 기업은 전사원이 스스로 주체의식을 가지고 기업을 자신의 것으로 내재화해서 공동의 발전을 이뤄나간다. 그런 가운데 기업은 영속하는 우량기업으로 자라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영혼이 있는 기업을 위한 핵심가치는 다음과 같은 조건을 갖추어야 잘 유지될 수 있다. ‘1. 구성원들이 진심으로 믿어야 한다. 2. 일관성 있게 유지되어야 한다. 3. 제도 속에 스며들어 있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당장에 명확한 핵심가치가 없다 하더라도 나름대로의 가치관․목표의식을 늘 자각하고 진지하게 성찰하는 회사가 많으면, 그만큼 우리나라 산업발전과 국가경쟁력은 희망을 걸 만하다.’는 것이다.
이런 전제하에서 그는 회사의 핵심가치 세 가지를 정한다. ‘1. 우리 모두는 자신의 발전을 위하여 끊임없이 노력한다. 2. 우리는 존중과 신뢰로 서로와 회사의 발전을 위하여 노력한다. 3. 우리는 고객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고객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 가 그것이다. 이처럼 평범하게 보이는 핵심가치는 실천만이 진가를 발휘할 수 있다. 그는 오늘날까지도 이를 철저하게 지킨다.
이 책은 자신의 기업을 창업하여 성공하는 기업으로 가기 위한 남다른 노력을 일반기업인이 수행키 어려운 기준을 통해 이루었다는 점에서 감동적이다. 그가 사용하는 가치기준은 오늘의 한국기업이 채용하기 힘든 요소들로 가득하다. 진정한 기업이란 무엇인가에서부터 고객에게 정직하는 법 그리고 리더의 조건, 신뢰란 어떤 것인가 또한 약속은 왜 지켜야하는 가 등 개인내면의 통찰을 바탕으로 기업을 이끈다. 그저 주어진 권위와 외양에서 오는 권력으로 조직을 끌어가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물론 이 책이 오늘의 한국사회에서 기업을 이끌어가는 데 표준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내일의 한국과 미래기업에서 반드시 표준이 되어야 한다는 데는 이의를 달고 싶지 않다. 오늘날 글로벌 기업의 기준은 한국에서 자생한 기업으로는 넘어야할 과제가 산적하다. 이를 몸소 실천하고 솔선수범한 기업이 바로 (주) 안철수연구소이다.
그도 오늘의 험난한 기업환경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어려움에 직면했음에도 한국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한다. ‘나는 지금도 돈만을 벌기 위해 벤처기업을 시작한 사람은 많지 않다고 보며, 대부분 자기실현을 위해 일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벤처정신에 백년대계를 생각하는 정부정책, 사회 인식변화가 어우러진다면 우리나라 벤처기업은 큰 도약을 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미래의 한국기업에 대한 얘기다.
그는 늘 발전하는 CEO이다. 자신을 오늘에 머물게 한 적이 없다. 진정한 비교의 대상은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 사이에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말로 우리가 비중을 두어야 할 것은 양적인 비교가 아닌 질적인 비교이다. 개인의 성공도 마찬가지요, 기업의 성공도 마찬가지이다. 신뢰를 주고받는 관계, 훌륭한 가치를 위해 헌신하는 것, 마음에서 진정으로 우러나는 존중, 그리고 늘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 등 이런 것이 더 소중한 성공의 조건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책의 말미에서 이 말을 하면서 끝을 맺는다. ‘물론 내 능력에 비해 벅찬 일도 많다. 내 수준에서 어려운 주제를 이해하고 쉽게 풀어쓰기 위해서는 당대의 천재들보다 두세 곱절 시간을 더 들여야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깨어 있는 한순간이라도 헛되이 보내지 않겠다는 것은 앞으로도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지도 모른다. 이것은 공연한 겸손이 아니라 분명한 사실이다.’
‘CEO 안철수’ 오늘날 벤처신화를 창조한 보기 드문 경영인이자 기업가이다. 나는 국내기업 중에 이처럼 원칙과 소신을 갖고 모든 고객이 존경하는 기업을 이끈 기업인이 있음을 잘 알고 있다. 미래산업의 정문술 회장이 그랬고, 유한킴벌리의 문국현 사장이 그랬다. 그들은 수많은 기업이 생성되어 소멸되는 와중에서도 아름다운 기업이 무엇인지를 세상에 밝혔던 기업인들이다.
‘기본원칙에 충실하라’는 이 말은 개인뿐만 아니라 조직이나 기업에게도 금과옥조와 같다. 핵심가치를 발견하고 미션과 비전을 수립하며 이를 수행할 전략적 과제설정은 한 개인의 자기실현은 물론 영속하는 기업과 영혼이 깃든 기업을 만드는 데 필요충분조건이 되었다. 또한 이에 머물지 않고 지속적이고 끈기 있는 실천만이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탄생하는 밑거름임을 우리는 잘 알게 되었다.
이제 그런 기업을 이 책을 통해 보게 되었음은 우리에게 또 하나의 기쁨을 선사한다. 그런 의미에서 ‘CEO 안철수의 영혼이 있는 승부’에 힘찬 박수를 보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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