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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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박민규 장편소설, 한겨레출판, 2007 (귀자별점: ★★★☆☆)
1. 책 이야기; 프로가 뭐길래
‘프로’는 자기가 맡을 일 또는 해당분야에서 탁월한 결과를 만들어내는 사람에게 부여하는 명칭이다. 그들의 행위에 열광하며 쉽게 할 수 없는 일에 대한 대리만족을 통해 희열을 느끼거나 내면화를 통한 동일시현상을 경험한다.
프로의 조건이 좀 까다롭다.
스스로 몸값을 올리기 위해 자신을 끝없이 단련해야 하고, 늘 긴장을 풀지 않고 승부욕을 불태워야 한다. 더 노력하고 노력해서 일과 인생에서 우승하고, 다른 사람에게 이겨야 한다. 높은 몸값, 빛나는 가치.
그렇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만큼만(받은 만큼) 아름다울 수 있다. 그것이 프로의 진리다. 우리는 그런 프로의 세계에서 산다.
다음은 광고인들과 경영인들이 합작하여 만들었다는 프로복음서의 일부.
①“이젠 프로만이 살아남는다.”
가장 많이 회자되었던 프로복음 1호, 프로가 안 되면 아마, 죽을지도 모른다는 최후통첩과 같다.
②“난 프로라구요.”
과거의 삶을 회개하고 앞으로는 불꽃같은 프로의 삶을 살겠다는 의지를 공고히 한다.
당돌해 뵈면서도 목숨 부지를 위한 비장한 각오와 잔잔한 애수가 서려있는 프로 복음 2호다.
③“프로의 세계는 약육강식의 세계가 아닙니까?”
주로 비열한 방법으로 목적을 이룬 자들이 내뱉던 프로복음 3호,
동물의 왕국을 인간에 삶에 적용시킨 친 환경주의․ 친동물주의 발상.
④“하루빨리 프로가 되게”
주로 회사의 상사들이 신입사원에게 쓰던 프로 복음 4호, 쉽게 말해 할 일이 태산이란 말이다. (77쪽)
이렇게 프로가 아니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믿음이 소리 소문 없이 퍼져나가면서 프로주부, 프로야구, 프로직장인, 심지어 프로학생까지 등장했고, 어느 순간 우리는 프로의 포로가 되었다.
작가는 만년 꼴찌를 면치 못했던 야구원년 멤버 ‘삼미슈퍼스타즈’를 돌아보며, 진짜 세계는 삼천포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한다. 늘 프로답게 일을 하고, 프로답게 살아야 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살아온 사람들에게 기분좋게 한방 먹였다.
“치기 힘든 공은 절대 치지 않는다.” 전설의 야구단 ‘삼미슈퍼스타즈’
이야기는 프로야구가 시작되던 전설적인 그때, 1982년에서 시작된다.
당시 인천에는 야구를 사랑하던 두 소년이 있었다. 바로 조성훈과 나이다. 프로야구가 창설되자마자, 인천을 홈으로 한 '삼미 슈퍼스타즈 프로야구단'의 리틀 야구 팬클럽에 가입해 전심전력으로 삼미야구단을 응원한다. 그러나 프로야구 첫해, 선수들은 1할 2푼 5리라는 경이로운 승률로 그들의 응원에 보답한다.
만년 꼴찌로 당시 삼미의 라이벌은 삼미뿐이라는 찬사를 낳았던 삼미슈퍼스타즈. 국내 첫 노히트 노런을 기록, (치지도, 뛰지도 않았다는 뜻)OB와 16:0 이란 최다 점수 차로 지고,84년 수립한 16연패 기록을 이듬해 18연패로 갈아치운다.프로야구 개막이래 85년 인천 홈구장의 마지막 경기까지 그들이 보여준 발자취는 누구도 깰 수 없는 실로 거대한 것이었다. 치기힘든 곳은 절대 치지 않고, 잡기 힘든 공은 절대 잡지 않는 전설의 삼미야구단은 얼마못가 남기며 사라진 별이 되었다.
주인공 '나'는 열심히 공부해 일류대학을 갔고, 졸업 후 대기업에 취직하여 열심히 일만 한다. 신홍여행에까지 <가정을 버려야 직장에서 성공한다>책을 가지고 갔던 주인공은 얻은 것은 ‘이혼’과 '명예퇴직'이었다. 패배감으로 하루를 죽지못해 살아가던 '나'에게 당시 삼미슈퍼스타즈 팬클럽을 함께 했던 친구가 찾아온다. 직장 잃고, 가정 잃고, 인생에서 더 이상 프로가 될 수 없어 좌절에 빠져있던 '나'에게 친구가 한마디 던진다.
"지면 어때? "
그래...지면 어떠냐.. 나는 문득 지나온 인생을 돌아보면서 평범한 자신의 인생과 평범한 야구를 했던 삼미 슈퍼스타즈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한다. 돌아보면 삼미 슈퍼스타즈는 아주 평범한 야구를 했을 뿐이다. 그들의 최대 실수라면 프로의 세계에 아마추어로 뛰어들었다는 것이다.
프로의 세계는 냉혹하다. 1위부터 6위. 야구에서 3,4위는 그럭저럭 평범한 삶처럼 보이고, 6위는 변명의 여지가 없는 최하위의 삶처럼 보인다. 평범하게 살면 치욕이고, 꽤 노력해도 부끄럽긴 마찬가지고, 눈코 뜰 새 없이 노력해봐야 할 만큼 한 거고, 지랄에 가까운노력을 해야 '좀 하는데' 소리 듣고, 결국 허리가 부러져 못 일어날만큼 노력을 해야 '잘하는데' 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127쪽
무엇이 문제인가? 문제는 평범함의 기준에서 오는 것이다.프로의 세계에 편입된 이상, 평범함은 용서가 되지 않았다. '나'는 명퇴, 이혼으로 인생에서 삼진 당했다고 생각했지만, 실상 그것은 세상에 놀아나지 말고, 부디 삶을 즐기라고 던져준 '투스트라이크 포볼'임을 알게 된다.
인생의 모든 날이 휴일이다.
"요는 말야, 우리가 어쩌다 프로가 되었냐 하는 거야. 우리는 원래 프로가 아니었어. 그런데 갑자기 모두 프로가 된거지. 프로의 세계는 언제나 우리를 유혹해.'어이, 잘하는데, 좀만 더 하면 될거 같은데?''넌 연봉이 얼마지? 아냐, 넌 할 수 있어.''넌 주 무기가 뭐야?''좋아 잘하고 있어. 더 열심히 해, 지면 죽는다는 생각으로 뛰어."
"시간에 쫓긴다는 것은- 돈을 대가로 누군가에게 자신의 시간을 팔고 있기 때문이다. 돌이켜 보니 지난 5년간 내가 팔았던 것은 나의 능력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의 시간, 나의 삶이었던 것이다. 알고 보면, 인생의 모든 날은 휴일이다.“ -264쪽
나는 친구와 의기투합해 '삼미슈퍼스타즈' 팬클럽을 다시 결성하기로 한다. 곧 주위에서 놀고 있는 10대, 20대, 50대까지 시간 많은, 10명의 외인구단을 만들어졌다. '삼미 슈퍼스타즈'의 정신을 본받기로 하고, 야구를 시작한다. 공을 던지다가 주위 풀밭에 꽃을 보면 풀밭에 누워버리고, 바닷가로 간 전지훈련에선 '달리기'를 하다 그저 달리기엔 바다가 너무 아름다워 바다로 뛰어들어 버린다.
우승에 집착하지 않고 너무 열심히 하지 않고, 순간을 즐길 것. 그것이 삼미슈퍼스타즈 마지막 팬클럽의 룰이다.
2. 나의 이야기; 프로의 세계에 산다는 것
"프로 세계는 냉정하다, 프로는 끝까지 책임을 진다, 프로의 세계는 약육강식이다, 프로의 세계에선 변명이 통하지 않는다, 프로는 쉬지 않는다, 자기 관리는 프로의 기본이다, 프로는 끝없이 자신을 개발한다, 프로는 능력으로 말한다, 프로는 잠들지 않는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프로만이 살아남는다." (247쪽 )
책을 읽으며 불면증으로 고생했던 인턴기간이 자꾸만 아른거렸다.
지난 7월부터 6주간 오마이뉴스 기자 인턴을 했었다. 인턴을 마치고 나니 온몸의 기가 다 소진된 듯 무척이나 피곤했다.
인턴의 경험이 나에게 무엇을 남겼을까. 지도했던 한 선배기자는 내게 ‘기자로서 역량이 가득해보였는데, 막상 실전에 투입되고 보니 기대이하의 성과를 내어서 아쉽다’고 말했다.
"멋지게 잘했습니다. 그러나 전체 기사량이 많이 부족합니다. 무려 열흘 동안 기사를 쓰지 않은 적도 있었네요. 자신에게 냉철하고 계획력 있는 귀자씨랑은 잘 어울리지 않는 결과입니다. 개인적으로는...내가 김귀자에 대해 '우수종'이라고 엄지손가락 쳐들며 회사에 떠들어 댄 것이 있었는데....솔직히 좀 머쓱해졌어요. "
왜 그랬을까? 취재하고 글 쓰는 것은 힘들긴 해도 흥분되고, 보람 있는 일이었고, 개인적으로 무척 재밌었기에 생각만큼 성과가 나지 않은 것은 나도 아쉬운 부분이었다.. 나는 프로가 되지 못했던 걸까? 아니다. 사람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고 싶고, 무엇보다 자신에게 철저한 '프로'가 되고 싶어서 잠자는 시간까지 줄여가며 일했다. 그런데 결과는 별로였다. 잠을 자지 못하니 머리가 멍하고, 의욕이 떨어지고, 만사 귀찮아지는 부작용이 생겼다. 너무 잘하려고 하는 바람에, 오히려 즐기지 못했던 거다. 나는 비우고 채우는 것을 하지 못했다.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달리세요, 욕심내세요, 인생을 빛나게 만드세요." 이런 말들이 끊임없이 나를 부추기고 뛰게 만들었다. 그때 삼미슈퍼스타즈를 만났더라면. 누군가 ‘너무 열심히 해서는 안 된다"라고 한마디 해줬더라면 ...
진짜 세상은 삼천포에 있다.
오늘 인사동을 지나면서 흥겹게 놀고있는 풍물패를 보았다.
한명은 북을 잡고, 또 한명은 장구를 잡고, 다른 한명은 탈을 쓰고 놀고 있었다. 몹시 더운데도 신나게 놀고 있는 그들의 신명에 지나가던 사람들이 하나둘 발길을 멈추더니, 나중에는 한겹, 두겹 그들을 겹겹이 둘러싼 인파가 인사동 한 거리를 통째 막아버렸다.
거리를 지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서 보지 못하는 표정들이 그들에겐 있었다. 그들은 살아있었고, 몸짓 하나 표정 하나가 ' 나 신나 죽겄어요' 라고 말하는 듯 했다. 그들을 보면서 마음속으로 한 가지 다짐했다.
'앞으로 내가 무엇을 하든, 저런 표정을 가질 수 있는 일을 하자.'
프로는 확실히 아름답다. 부상에도 투혼을 발휘해 멋지게 공연해내고, 아파도 참고, 모든 것을 일을 위해 희생한다. 그러나 모든 프로가 아름답진 않다. 프로가 아름다울 땐 받은 만큼 값을 할 때다. 프로의 세계는 환상처럼 달콤하게 우리를 유혹하지만, 팽개칠때는 냉정하므로 늘 주의해야 한다.
'무얼 하든 프로가 되어야 한다'
뿌리가 어딘지도 모르는 근거 없는 그런 믿음이 수많은 책에서, CF에서, 온 세상에 판치고 있다. 다양하게도 값어치가 매겨지는 여러 종류의 '프로'들을 보면서 나도 기왕이면 높은 몸값으로 팔려야지, 저렇게 되어야지‘ 동경할 수 있다.
그런데 박민규의 말처럼 작가의 말처럼 그저 달리기만 하기엔 우리의 인생이 너무 아름다워서, '뭘 그렇게 열심히 하는지' 가끔 내게 물어봐야 한다.그리고 삼천포로 빠져도 괜찮다는 것도 가끔 말해줘야 한다.
[작기 돋보기, 박민규]
이 사람, 생김도 이력도 범상치 않다. 좀 웃긴다. 가슴까지 오는 머리를 치렁치렁 내리고서 선그라스를 끼고 작가사진을 찍었다. 어려서부터 학교 가기 싫었는데, 커서도 가기가 싫었단다. 중앙대 문예창작과를 나와서 먹고살기가 문학보다 백배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회사를 다니기 시작했다. 그런데 회사가 좋을 리 없었다. 그래서 8년간 여러 직장을 전전하다 문득 소설이 쓰고 싶어졌단다.그래서 직장을 접고 쓴 첫 소설이 이 책이다. 첫 책답게 격의 없는 문체가 사람을 놀라게 한다. 그러나 것도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익숙해진다.
야구로 그가 짚어낸 사회적 병폐는 정말로 박수쳐 줄만큼 예리하고 재밌고 유익한 것이었다. 나는 조정래씨 등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몇몇 소설가의 작품 외에는 잘 읽지 않았는데, 이 정도 급의 소설이라면 찾아서 읽어볼 만하고, 나아가 나도 한번 써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는 현재는 밴드연습도 하고, 밥 먹고 글 쓰며 나무늘보처럼 지내고 있다는 데, 잘먹고 잘살고 있다는 소리다. 누가 물으면, 창작에 전념한다고 얘기한다. "말로는 뭘 못해!" 라고 모두를 방심시킨 후, 정말 창작에 전념하고 있다.
"관건은 그것이다. 따라 뛰지 않는 것, 속지 않는 것, 찬찬히 들여다보고, 행동하는 것, 피곤하게 살기는, 놈들도 마찬가지다. 속지 않고 즐겁게 사는 일만이, 우리의 관건이다. 어차피 지구도 멸망한다."
그의 다음 소설이 참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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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책 이야기; 프로가 뭐길래
‘프로’는 자기가 맡을 일 또는 해당분야에서 탁월한 결과를 만들어내는 사람에게 부여하는 명칭이다. 그들의 행위에 열광하며 쉽게 할 수 없는 일에 대한 대리만족을 통해 희열을 느끼거나 내면화를 통한 동일시현상을 경험한다.
프로의 조건이 좀 까다롭다.
스스로 몸값을 올리기 위해 자신을 끝없이 단련해야 하고, 늘 긴장을 풀지 않고 승부욕을 불태워야 한다. 더 노력하고 노력해서 일과 인생에서 우승하고, 다른 사람에게 이겨야 한다. 높은 몸값, 빛나는 가치.
그렇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만큼만(받은 만큼) 아름다울 수 있다. 그것이 프로의 진리다. 우리는 그런 프로의 세계에서 산다.
다음은 광고인들과 경영인들이 합작하여 만들었다는 프로복음서의 일부.
①“이젠 프로만이 살아남는다.”
가장 많이 회자되었던 프로복음 1호, 프로가 안 되면 아마, 죽을지도 모른다는 최후통첩과 같다.
②“난 프로라구요.”
과거의 삶을 회개하고 앞으로는 불꽃같은 프로의 삶을 살겠다는 의지를 공고히 한다.
당돌해 뵈면서도 목숨 부지를 위한 비장한 각오와 잔잔한 애수가 서려있는 프로 복음 2호다.
③“프로의 세계는 약육강식의 세계가 아닙니까?”
주로 비열한 방법으로 목적을 이룬 자들이 내뱉던 프로복음 3호,
동물의 왕국을 인간에 삶에 적용시킨 친 환경주의․ 친동물주의 발상.
④“하루빨리 프로가 되게”
주로 회사의 상사들이 신입사원에게 쓰던 프로 복음 4호, 쉽게 말해 할 일이 태산이란 말이다. (77쪽)
이렇게 프로가 아니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믿음이 소리 소문 없이 퍼져나가면서 프로주부, 프로야구, 프로직장인, 심지어 프로학생까지 등장했고, 어느 순간 우리는 프로의 포로가 되었다.
작가는 만년 꼴찌를 면치 못했던 야구원년 멤버 ‘삼미슈퍼스타즈’를 돌아보며, 진짜 세계는 삼천포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한다. 늘 프로답게 일을 하고, 프로답게 살아야 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살아온 사람들에게 기분좋게 한방 먹였다.
“치기 힘든 공은 절대 치지 않는다.” 전설의 야구단 ‘삼미슈퍼스타즈’
이야기는 프로야구가 시작되던 전설적인 그때, 1982년에서 시작된다.
당시 인천에는 야구를 사랑하던 두 소년이 있었다. 바로 조성훈과 나이다. 프로야구가 창설되자마자, 인천을 홈으로 한 '삼미 슈퍼스타즈 프로야구단'의 리틀 야구 팬클럽에 가입해 전심전력으로 삼미야구단을 응원한다. 그러나 프로야구 첫해, 선수들은 1할 2푼 5리라는 경이로운 승률로 그들의 응원에 보답한다.
만년 꼴찌로 당시 삼미의 라이벌은 삼미뿐이라는 찬사를 낳았던 삼미슈퍼스타즈. 국내 첫 노히트 노런을 기록, (치지도, 뛰지도 않았다는 뜻)OB와 16:0 이란 최다 점수 차로 지고,84년 수립한 16연패 기록을 이듬해 18연패로 갈아치운다.프로야구 개막이래 85년 인천 홈구장의 마지막 경기까지 그들이 보여준 발자취는 누구도 깰 수 없는 실로 거대한 것이었다. 치기힘든 곳은 절대 치지 않고, 잡기 힘든 공은 절대 잡지 않는 전설의 삼미야구단은 얼마못가 남기며 사라진 별이 되었다.
주인공 '나'는 열심히 공부해 일류대학을 갔고, 졸업 후 대기업에 취직하여 열심히 일만 한다. 신홍여행에까지 <가정을 버려야 직장에서 성공한다>책을 가지고 갔던 주인공은 얻은 것은 ‘이혼’과 '명예퇴직'이었다. 패배감으로 하루를 죽지못해 살아가던 '나'에게 당시 삼미슈퍼스타즈 팬클럽을 함께 했던 친구가 찾아온다. 직장 잃고, 가정 잃고, 인생에서 더 이상 프로가 될 수 없어 좌절에 빠져있던 '나'에게 친구가 한마디 던진다.
"지면 어때? "
그래...지면 어떠냐.. 나는 문득 지나온 인생을 돌아보면서 평범한 자신의 인생과 평범한 야구를 했던 삼미 슈퍼스타즈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한다. 돌아보면 삼미 슈퍼스타즈는 아주 평범한 야구를 했을 뿐이다. 그들의 최대 실수라면 프로의 세계에 아마추어로 뛰어들었다는 것이다.
프로의 세계는 냉혹하다. 1위부터 6위. 야구에서 3,4위는 그럭저럭 평범한 삶처럼 보이고, 6위는 변명의 여지가 없는 최하위의 삶처럼 보인다. 평범하게 살면 치욕이고, 꽤 노력해도 부끄럽긴 마찬가지고, 눈코 뜰 새 없이 노력해봐야 할 만큼 한 거고, 지랄에 가까운노력을 해야 '좀 하는데' 소리 듣고, 결국 허리가 부러져 못 일어날만큼 노력을 해야 '잘하는데' 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127쪽
무엇이 문제인가? 문제는 평범함의 기준에서 오는 것이다.프로의 세계에 편입된 이상, 평범함은 용서가 되지 않았다. '나'는 명퇴, 이혼으로 인생에서 삼진 당했다고 생각했지만, 실상 그것은 세상에 놀아나지 말고, 부디 삶을 즐기라고 던져준 '투스트라이크 포볼'임을 알게 된다.
인생의 모든 날이 휴일이다.
"요는 말야, 우리가 어쩌다 프로가 되었냐 하는 거야. 우리는 원래 프로가 아니었어. 그런데 갑자기 모두 프로가 된거지. 프로의 세계는 언제나 우리를 유혹해.'어이, 잘하는데, 좀만 더 하면 될거 같은데?''넌 연봉이 얼마지? 아냐, 넌 할 수 있어.''넌 주 무기가 뭐야?''좋아 잘하고 있어. 더 열심히 해, 지면 죽는다는 생각으로 뛰어."
"시간에 쫓긴다는 것은- 돈을 대가로 누군가에게 자신의 시간을 팔고 있기 때문이다. 돌이켜 보니 지난 5년간 내가 팔았던 것은 나의 능력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의 시간, 나의 삶이었던 것이다. 알고 보면, 인생의 모든 날은 휴일이다.“ -264쪽
나는 친구와 의기투합해 '삼미슈퍼스타즈' 팬클럽을 다시 결성하기로 한다. 곧 주위에서 놀고 있는 10대, 20대, 50대까지 시간 많은, 10명의 외인구단을 만들어졌다. '삼미 슈퍼스타즈'의 정신을 본받기로 하고, 야구를 시작한다. 공을 던지다가 주위 풀밭에 꽃을 보면 풀밭에 누워버리고, 바닷가로 간 전지훈련에선 '달리기'를 하다 그저 달리기엔 바다가 너무 아름다워 바다로 뛰어들어 버린다.
우승에 집착하지 않고 너무 열심히 하지 않고, 순간을 즐길 것. 그것이 삼미슈퍼스타즈 마지막 팬클럽의 룰이다.
2. 나의 이야기; 프로의 세계에 산다는 것
"프로 세계는 냉정하다, 프로는 끝까지 책임을 진다, 프로의 세계는 약육강식이다, 프로의 세계에선 변명이 통하지 않는다, 프로는 쉬지 않는다, 자기 관리는 프로의 기본이다, 프로는 끝없이 자신을 개발한다, 프로는 능력으로 말한다, 프로는 잠들지 않는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프로만이 살아남는다." (247쪽 )
책을 읽으며 불면증으로 고생했던 인턴기간이 자꾸만 아른거렸다.
지난 7월부터 6주간 오마이뉴스 기자 인턴을 했었다. 인턴을 마치고 나니 온몸의 기가 다 소진된 듯 무척이나 피곤했다.
인턴의 경험이 나에게 무엇을 남겼을까. 지도했던 한 선배기자는 내게 ‘기자로서 역량이 가득해보였는데, 막상 실전에 투입되고 보니 기대이하의 성과를 내어서 아쉽다’고 말했다.
"멋지게 잘했습니다. 그러나 전체 기사량이 많이 부족합니다. 무려 열흘 동안 기사를 쓰지 않은 적도 있었네요. 자신에게 냉철하고 계획력 있는 귀자씨랑은 잘 어울리지 않는 결과입니다. 개인적으로는...내가 김귀자에 대해 '우수종'이라고 엄지손가락 쳐들며 회사에 떠들어 댄 것이 있었는데....솔직히 좀 머쓱해졌어요. "
왜 그랬을까? 취재하고 글 쓰는 것은 힘들긴 해도 흥분되고, 보람 있는 일이었고, 개인적으로 무척 재밌었기에 생각만큼 성과가 나지 않은 것은 나도 아쉬운 부분이었다.. 나는 프로가 되지 못했던 걸까? 아니다. 사람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고 싶고, 무엇보다 자신에게 철저한 '프로'가 되고 싶어서 잠자는 시간까지 줄여가며 일했다. 그런데 결과는 별로였다. 잠을 자지 못하니 머리가 멍하고, 의욕이 떨어지고, 만사 귀찮아지는 부작용이 생겼다. 너무 잘하려고 하는 바람에, 오히려 즐기지 못했던 거다. 나는 비우고 채우는 것을 하지 못했다.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달리세요, 욕심내세요, 인생을 빛나게 만드세요." 이런 말들이 끊임없이 나를 부추기고 뛰게 만들었다. 그때 삼미슈퍼스타즈를 만났더라면. 누군가 ‘너무 열심히 해서는 안 된다"라고 한마디 해줬더라면 ...
진짜 세상은 삼천포에 있다.
오늘 인사동을 지나면서 흥겹게 놀고있는 풍물패를 보았다.
한명은 북을 잡고, 또 한명은 장구를 잡고, 다른 한명은 탈을 쓰고 놀고 있었다. 몹시 더운데도 신나게 놀고 있는 그들의 신명에 지나가던 사람들이 하나둘 발길을 멈추더니, 나중에는 한겹, 두겹 그들을 겹겹이 둘러싼 인파가 인사동 한 거리를 통째 막아버렸다.
거리를 지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서 보지 못하는 표정들이 그들에겐 있었다. 그들은 살아있었고, 몸짓 하나 표정 하나가 ' 나 신나 죽겄어요' 라고 말하는 듯 했다. 그들을 보면서 마음속으로 한 가지 다짐했다.
'앞으로 내가 무엇을 하든, 저런 표정을 가질 수 있는 일을 하자.'
프로는 확실히 아름답다. 부상에도 투혼을 발휘해 멋지게 공연해내고, 아파도 참고, 모든 것을 일을 위해 희생한다. 그러나 모든 프로가 아름답진 않다. 프로가 아름다울 땐 받은 만큼 값을 할 때다. 프로의 세계는 환상처럼 달콤하게 우리를 유혹하지만, 팽개칠때는 냉정하므로 늘 주의해야 한다.
'무얼 하든 프로가 되어야 한다'
뿌리가 어딘지도 모르는 근거 없는 그런 믿음이 수많은 책에서, CF에서, 온 세상에 판치고 있다. 다양하게도 값어치가 매겨지는 여러 종류의 '프로'들을 보면서 나도 기왕이면 높은 몸값으로 팔려야지, 저렇게 되어야지‘ 동경할 수 있다.
그런데 박민규의 말처럼 작가의 말처럼 그저 달리기만 하기엔 우리의 인생이 너무 아름다워서, '뭘 그렇게 열심히 하는지' 가끔 내게 물어봐야 한다.그리고 삼천포로 빠져도 괜찮다는 것도 가끔 말해줘야 한다.
[작기 돋보기, 박민규]
이 사람, 생김도 이력도 범상치 않다. 좀 웃긴다. 가슴까지 오는 머리를 치렁치렁 내리고서 선그라스를 끼고 작가사진을 찍었다. 어려서부터 학교 가기 싫었는데, 커서도 가기가 싫었단다. 중앙대 문예창작과를 나와서 먹고살기가 문학보다 백배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회사를 다니기 시작했다. 그런데 회사가 좋을 리 없었다. 그래서 8년간 여러 직장을 전전하다 문득 소설이 쓰고 싶어졌단다.그래서 직장을 접고 쓴 첫 소설이 이 책이다. 첫 책답게 격의 없는 문체가 사람을 놀라게 한다. 그러나 것도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익숙해진다.
야구로 그가 짚어낸 사회적 병폐는 정말로 박수쳐 줄만큼 예리하고 재밌고 유익한 것이었다. 나는 조정래씨 등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몇몇 소설가의 작품 외에는 잘 읽지 않았는데, 이 정도 급의 소설이라면 찾아서 읽어볼 만하고, 나아가 나도 한번 써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는 현재는 밴드연습도 하고, 밥 먹고 글 쓰며 나무늘보처럼 지내고 있다는 데, 잘먹고 잘살고 있다는 소리다. 누가 물으면, 창작에 전념한다고 얘기한다. "말로는 뭘 못해!" 라고 모두를 방심시킨 후, 정말 창작에 전념하고 있다.
"관건은 그것이다. 따라 뛰지 않는 것, 속지 않는 것, 찬찬히 들여다보고, 행동하는 것, 피곤하게 살기는, 놈들도 마찬가지다. 속지 않고 즐겁게 사는 일만이, 우리의 관건이다. 어차피 지구도 멸망한다."
그의 다음 소설이 참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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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열심히 썼네. 박민규의 등장은 '괴물등장'이었지. 야구를 모르니까 흥취를 반밖에 못느껴도 범상치 않은 기운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지. 요즘은 박민규를 능가하는 괴물이 즐비한 것 같던데, 내가 소설을 안 읽으니까 잘 모르겠고.
안정효같은 대가들이 하는 말 중에, 글쓰기가 영감의 영역이 아니라 노가다의 영역이라는 것이 있던데, 무슨 뜻인지 알 것같아. 삘만 갖고 써서는 작업양도 적고, 순발력도 떨어진다는 뜻이 아닐까. 그러니까 쓰고 또 쓰라, 무조건 쓰라는 말이 절실하게 오는거지.
인턴과정 하느라 수고많았네, 결과를 떠나서, 그렇게 귀한 경험과 교훈을 얻었으면 된거야. 그 교훈을 사장시키지 않으면 더 좋고!
안정효같은 대가들이 하는 말 중에, 글쓰기가 영감의 영역이 아니라 노가다의 영역이라는 것이 있던데, 무슨 뜻인지 알 것같아. 삘만 갖고 써서는 작업양도 적고, 순발력도 떨어진다는 뜻이 아닐까. 그러니까 쓰고 또 쓰라, 무조건 쓰라는 말이 절실하게 오는거지.
인턴과정 하느라 수고많았네, 결과를 떠나서, 그렇게 귀한 경험과 교훈을 얻었으면 된거야. 그 교훈을 사장시키지 않으면 더 좋고!

백산
다인! ^^
마음 고생이 많았겠구나...
그러나, 아무리 열심히 준비하고 노력해도 시간이 걸린다.
소이 '짠밥'이라는 거 말이다.
한국이라는 땅에서는 말이다. 능력은 당연하고 관계의 망에
함께 손을 담그지 못하면 어느 날, 그렇게 된다.
아니 어쩌면 이 땅에서 살다간 진짜 프로들이 그랬다.
근데 ... 그것도 능력이다. 이 땅에서는...
세상이 보는 자신의 능력과 자신이 알고 있는 세상 속의
자신의 능력하고 차이가 많이 나면 ... 좀 아프다.^^
하나 알아둘게 있는데,,
이 땅에는 그렇게 아픈, 그런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중의 일부는 절대로 포기하지 않고 산다는 거...
스승님은 그런사람을
창조적 부적응자라고 부르셨다.
한 방 맞고 넘어지고 나면 디게 아프고
일어서는게 겁나기도 하지만 ,,,
그 때 정신차려야 된다.
맷집을 좀 키우고 ... 한 때 때릴 준비하면 되는 데
그 한 대는 말이다.
이제까지 맞은 거 다 보태서 갈겨야 돼...
숫자 열 개 세기 전에 다시는 못 일어나게...
내게 변,경.연은 그 한 방을 위해서 맷집을 키우는 곳이다.^^
스승님의 공정한 심판 아래서...
내게 변경연은 삼천포거든,...
마음 고생이 많았겠구나...
그러나, 아무리 열심히 준비하고 노력해도 시간이 걸린다.
소이 '짠밥'이라는 거 말이다.
한국이라는 땅에서는 말이다. 능력은 당연하고 관계의 망에
함께 손을 담그지 못하면 어느 날, 그렇게 된다.
아니 어쩌면 이 땅에서 살다간 진짜 프로들이 그랬다.
근데 ... 그것도 능력이다. 이 땅에서는...
세상이 보는 자신의 능력과 자신이 알고 있는 세상 속의
자신의 능력하고 차이가 많이 나면 ... 좀 아프다.^^
하나 알아둘게 있는데,,
이 땅에는 그렇게 아픈, 그런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중의 일부는 절대로 포기하지 않고 산다는 거...
스승님은 그런사람을
창조적 부적응자라고 부르셨다.
한 방 맞고 넘어지고 나면 디게 아프고
일어서는게 겁나기도 하지만 ,,,
그 때 정신차려야 된다.
맷집을 좀 키우고 ... 한 때 때릴 준비하면 되는 데
그 한 대는 말이다.
이제까지 맞은 거 다 보태서 갈겨야 돼...
숫자 열 개 세기 전에 다시는 못 일어나게...
내게 변,경.연은 그 한 방을 위해서 맷집을 키우는 곳이다.^^
스승님의 공정한 심판 아래서...
내게 변경연은 삼천포거든,...

다인
좋은 말씀들, 시원한 밤바람과 함께 잘 담았습니다.
저는 뭔가를 시작하는걸 참 잘하는데, 대신 뜻대로 잘 되지 않을때
실망도 잘 해요.
'난 왜이럴까, 난 왜 요모양일까.'하고 즐겨 자학하죠.
진정한 배움이 뭘까, 오늘 조카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났습니다.
조카가 이제 한돌 반이 지났는데 얼마전부터
혼자 숟가락을 잡기 시작했답니다.
잘 안되니까 밥도 막 흘리고, 국물도 쏟고..
그렇다고 아기가 스스로 자학하느냐면 절대 안그러죠.
잘 걷지 못해서 넘어진다고,
숟가락질 잘 못한다고
'난 왜 요모양일까,
옆집 똘이는 한돌에 이미 숟가락을 쥐었다던데, 난 왜이럴까'
라고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는 거죠.
그러다 잘 되면 주위 어른들이 박수까지 쳐주면서 막 칭찬해주고,
아가는 신나서 하고 또 하고.
그렇게 하나씩 배워가더라구요.
그저 자기 속도에 맞게 배워가더라구요.
혼자 밥숟가락을 잡는 데도
주위의 격려와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한데,
하물며 글쓰기야 말할게 있을까요.
이젠 자학모드는 좀 줄이고,
조카가 알려준 '몸으로배우기'.그걸 올해 제 화두가 삼아야 할거 같네요.^^
저는 뭔가를 시작하는걸 참 잘하는데, 대신 뜻대로 잘 되지 않을때
실망도 잘 해요.
'난 왜이럴까, 난 왜 요모양일까.'하고 즐겨 자학하죠.
진정한 배움이 뭘까, 오늘 조카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났습니다.
조카가 이제 한돌 반이 지났는데 얼마전부터
혼자 숟가락을 잡기 시작했답니다.
잘 안되니까 밥도 막 흘리고, 국물도 쏟고..
그렇다고 아기가 스스로 자학하느냐면 절대 안그러죠.
잘 걷지 못해서 넘어진다고,
숟가락질 잘 못한다고
'난 왜 요모양일까,
옆집 똘이는 한돌에 이미 숟가락을 쥐었다던데, 난 왜이럴까'
라고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는 거죠.
그러다 잘 되면 주위 어른들이 박수까지 쳐주면서 막 칭찬해주고,
아가는 신나서 하고 또 하고.
그렇게 하나씩 배워가더라구요.
그저 자기 속도에 맞게 배워가더라구요.
혼자 밥숟가락을 잡는 데도
주위의 격려와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한데,
하물며 글쓰기야 말할게 있을까요.
이젠 자학모드는 좀 줄이고,
조카가 알려준 '몸으로배우기'.그걸 올해 제 화두가 삼아야 할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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