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香山 신종윤
- 조회 수 2599
- 댓글 수 3
- 추천 수 0

아니타 로딕(Anita Roddick)
"나를 자극하는 것은 남다른 비즈니스이다."
아니타 로딕은 1942년에 영국의 해변도시 리틀햄프턴의 이탈리아계 이민 가정에서 태어났다. 제 2차 세계대전 중에 어머니를 보면서 근검절약 정신을 배웠고 이것은 곧 지역거래, 재활용, 재사용, 지필링과 같은 '바디샵'의 환경보호운동을 탄생시켰다. 반전운동, 인권운동, 환경운동으로 지구 곳곳을 누비면서 개인적이거나 정치적인 이유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상을 수상한 아니타 로딕은 1960년대 평화를 부르짖으며 세계를 떠돌아다닌 히피족이기도 했다.
1976년에 '바디샵'을 시작했을 때, 그녀는 이렇다할 비즈니스 경험이 없는 주부였다. 그러나 영국의 해변 도시 브라이튼에서 구멍가게 '바디샵'을 운영하면서 그녀는 생존에 관한 모든 것을 배웠으며, 비즈니스를 잘 한다는 것은 단지 돈을 잘 버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도 배웠다. 그녀가 '바디샵'을 창업하고 25년이 지난 지금 '바디샵'은 전세계 1,800개 매장에서 24개국어로 운영되며, 8,400만의 고객을 가지고 있는 국제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이런 국제적인 성공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바디샵'은 윤리적인 기업으로 남아있다.
이 책은 아니타 로딕의 자서전이나 비즈니스에 관한 책 이상이다. 세계화가 가져오는 인권유린과 같은 정치적 이슈에 대해서도 폭넓게 언급하고 있는 이 책에서 아니타 로딕은 윤리적 비즈니스에 대한 자신의 비전을 제시하기도 한다. 그 가운데에는 1995년의 "쉘' 제품 소비자 불매 운동, 1999년 말 시애틀 시위에 이르기까지 기업의 변화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힘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도 있다.
김재희의 여인열전 /이프/
“화장품 사업은 과대포장에 쓰레기를 양산하며 특히 여성들에게 거짓과 사기를 일삼아 이뤄질 수 없는 꿈을 파는 악덕산업”이라고 열변을 토하는 아니타 로딕. 맨손으로 시작해 세계적인 화장품 회사, 그 이름도 유명한 바디숍을 일군 전설적인 기업인이다.
‘먹고살 길’을 찾아 이탈리아에서 영국으로 건너온 그녀의 어머니는 해변에 작은 식당을 열어 밥도 팔고 술도 팔아 딸 셋과 막내아들을 자랑스레 키워낸 억척 아줌마였다. 열 살 때 돌아가신 양아버지 헨리 아저씨가 자기와 남동생의 친부였다는 사실을 안 순간의 기쁨을 잊을 수 없다고 킥킥거리는 아니타에게 세상은 마냥 태양빛 가득한 환희였다.
세상이 너무 궁금해 시골학교 교사만 하고 있을 수 없어, 알뜰히 모은 돈 긁어모아 아시아와 아프리카 오지를 돌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들렀던 그녀는, 인종차별의 현장에 충격을 먹고 마지막 행선지인 스위스에 가서 국제 비정부기구(NGO) 활동을 하다 고향으로 돌아온다. 거지꼴로 나타난 딸을 보고, 어머니는 찍어둔 사윗감이 있는데 잘 왔다고 화들짝, 그날 밤 당장 만난 아니타의 배필 고든은 여지껏 바디숍의 공동 운영자다. 급하게 아이부터 만들고 둘째를 또 임신했을 무렵, 두 사람은 미국의 히피 마을에 가서 좀 놀다가 결혼식도 거기서 올렸다.
젖먹이 딸 둘을 데리고 어머니 식당 일을 도우며 빌어먹어야 할 무렵, ‘그녀의 고든’은 어릴 적 꿈이 생각나 아내가 선선히 보내준 여행 ‘말 타고 세계 일주’를 떠나고, 그녀 또한 ‘먹고살 길’을 찾아야 했다. 배낭여행 중 만난 원주민들에게 배운 화장법들을 활용해 순수자연 ‘동동구리무’를 만들고, “고객이 필요한 만큼” 덜어서 파는 방식은 포장 중심이 아니라 내용 중심의 ‘리필’ 전통이 되었다. 곰팡이가 자욱했던 동네 귀퉁이 가게는 아니타의 꿈의 궁전으로 진한 초록빛이 인상적인 환경 비즈니스의 모델이 되고, “생명력이 아름답다”는 그녀의 왕수다는 멋진 슬로건이 되었다. 또한 제3세계 원주민과 직접 ‘정의구현 무역’(fairtrade)을 실천하는 아니타의 방식은 1980년대 내내 유럽 전역으로 뻗어나가는 바디숍식 환경경영의 희망이기도 했다.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을 연출한 세계무역기구(WTO) 반대 시위에 열혈 투사로 모습을 드러낸 그녀, 자연 파괴적인 기술개발과 반인륜적인 기업을 향해 독설을 뿜어대는 그녀는 이윤 극대화가 최고의 미덕인 자본중심적 경영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의 절대적 가치를 가운데 놓고 세상을 좀더 살 만한 곳으로 바꾸는 행복한 일에 앞장서왔다.
하지만 1990년대 북미를 비롯해 한국은 물론 아시아 여러 나라로 진출해 현재 50개 나라 곳곳에 프랜차이즈 매장을 설치한 바디숍은 ‘동물실험 반대’ ‘삼림훼손 금지’ 등 선도적인 환경친화적 기업 이미지를 101% 활용하는데, 한국에서도 짭짤한 재미를 보는 각 매장의 분위기와 환경 마케팅의 상술이 너무도 두드러져 보이는 요즘 추세는 어느덧 이순이 넘은 아니타 로딕의 진정성마저 의심이 들 정도로 혼란스럽다.
그녀의 저서들
《The Body Shop Book》 - Macdonald, 1985
《Mamatoto: the Body Shop Celebration of Birth》 - Virago, 1991
《Troubled Water: Saints, Sinners, Truth and Lies about the Global Water Crisis》 - Anita Roddick Books, 2004 with Brooke Shelby Biggs
《Business as Unusual》 - Anita Roddick Books, 2005 (Latest edition)
(책의 본문에서 출판사에 대한 언급이 여러 차례 있었는데, 결국 출판사를 차린 모양이다. 2004년 이후의 책들이 'Anita Roddick Books'에서 출간된 것을 보면…

영화 '홀리 스모크(Holy smoke)'에서 하비 키이텔은 케이트 윈슬렛의 이마에 "인정미가 있어야 한다"고 쓴다. 내가 비즈니스 세계에서 하고 싶은 일도 바로 그것, 인정미로 혁명을 일으키는 것이다. (p. 11)
열정이 곧 안내자다. (p. 11)
사실 빅토리아 시대의 우리 선조들이 주창했던 '자유 무역'은 지역 사회가 서로 평등하고 자유롭게 교역하는 것을 의미했다. 그것은 오늘날의 자유 무역과 다르다. 오늘날의 자유 무역은 크고, 힘있고, 부유한 자들이 작고, 약하고, 가난한 자들을 마구 짓밟아도 좋다는 면허증을 주는 것 같다. - 1999년 11월, 런던에서 시애틀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작성한 시애틀 토론회에서의 연설 메모 (p. 13)
인종적 편견은 뺨 위에 흘러내리는 한 올의 머리카락과 같다. 그것은 행동에서 잘 보이지 않고, 잘 찾아낼 수도 없기 때문에 계속 빗질해서 갈무리해야 한다. (p. 18)
새로운 유목 자본은 결코 뿌리를 내리지 않으며, 결코 지역 사회를 일으켜 세우지도 않는다. 그것은 유독성 폐기물과 격분한 근로자들, 그리고 생존을 위협받는 토착 사회를 뒤로 하고 다른 곳으로 옮겨간다. (p. 21)
지역 사회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 이익을 포기하거나 멀리 떨어져 있는 노동 착취 공장의 값싼 노동력을 이용하는 대신 지역 생산 체계를 유지하는 책임 의식이 있는 기업은, 그런 책임 의식이 없는 경쟁자들에게 비즈니스를 빼앗기고 무자비한 기업 사냥꾼들에게 기업을 인수당할 위험이 있다. (p. 27)
기업이 할 일이 무엇인가? 부를 창조하는 것?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는 것? 직업을 창출하는 것? 사회의 요구에 부응하는 것? 그렇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기업이 할 일은 그것 뿐만이 아니다. 모든 인간 활동의 궁극적인 목표는 이 세상의 도덕적 질서를 - 윤리적 네트워크 - 창조해내는 것이며, 모든 기업은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지 보여줘야 한다. - 피터 코에스텐바움 (p. 33)
개인적으로 나는 콜롬비아에서 수입된 꽃을 사지 않는다. 그곳의 원예 산업에 종사하는 여성들이 살충제 때문에 어떤 병을 앓고 있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나이지리아나 미얀마에서 셸이나 토털이 무슨 짓을 하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제품을 사지 않는다. 내가 사고 싶은 제품은 내가 선택한다. 나는 투자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을 반대하며, 투자자보다는 종업원들과 납품업체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여긴다. 대중과 소비자들에게 진실을 말해야 한다. 그래야만 유익한 방법으로 비즈니스를 할 수 있다. (p. 34)
나이키나 셸이 지구촌 시민의 모델로 전환한 것이 말을 앞세우는 홍보전략일 뿐이라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셸의 사회적 책임 사업 본부를 담당하고 있는 톰 델프고우는, "우리는 우리 회사가 사회와 보조를 달리하고 있음을 발견했다"며 "선택권은 소비자가 가지고 있다. 그들은 그들의 지갑으로 의사 표시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것은 맞는 말이다. (p. 36)
인생에는 손익계산서의 기재 사항으로 간단하게 정리될 수 없는 것들이 너무도 많이 있으며, 생존은 이런 사실을 기억하는 데 달려 있다. (p. 40)
기업은 이익을 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망할 것이다. 그러나 오직 이익을 내기 위해서 비즈니스를 한다면… 그 경우에도 망할 것이다. 왜냐하면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 헨리 포드 (p. 43)
제도는 그것이 교육적이든 정치적이든, 신기하게도 변하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 자신이 근본적으로 변할 때 변한다. 중요한 것은 제도가 아니라 개인이다. 개인이 자신의 전체적인 과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한 어떤 제도도 - 그것이 좌파든 우파든 - 이 세상에 질서와 평화를 주지 못한다. (p. 45)
어떻게 보면 세계화라는 것 자체가 일종의 사이비 종교다. '세계 시장'이란 말은 우리가 만들어낸 말 중에 가장 매력적이다. 우리는 기업들이 정부가 아닌 시장이 경제를 지배하게 만들자고 충동하는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그러나 결국에는 세계 시장이 가치 있는 모든 것들을 다 몰아낼 위험이 있다. 시장은 인간의 얼굴과 정신이나 양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것은 동정심과 수치심, 인간적인 노력을 보인 기록이 없다. 그것은 우리의 삶에 꼭 필요한 인정과 충성심을 모른다. (p. 46)
이제 성공의 이상을 봉사의 이상으로 대체해야 할 때가 되었다. -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p. 47)
나는 평범한 비즈니스에는 관심이 없다. 나를 자극하는 것은 남다른 비즈니스다. (p. 49)
토론회장에서 시애틀 시내 쪽으로 걸어가면서, 시민의 힘을 목격하고 기분이 좋아진다. WTO에 의해 대표되지 않는 수백만, 수십 억의 사람들이 - 노동자, 농민, 학생, 원주민, 경제적인 약자 - NGO를 통해 목소리를 갖게 되었다. 시위자들은 정말 용감하다. 며칠째 계속되는 경찰의 강력한 무력 진압에도 불구하고 시위자들은 계속 다시 나타난다. 그들은 다시 나타날 때마다 더 단호하고, 더 창의적이고, 더 재치 있고, 더 열정적이다. 그들은 경외심을 실천하고, 일이 우리를 충족시키고, 상호 의존과 협력에 바탕을 둔 공동체를 건설하고, 우리의 생활에 열정을 불어넣는 관계를 육성하는 세상을 창조하려고 결심한 듯하다. (p. 50)
바디샵 창업주로서 나는 가끔 하버드나 스탠퍼드 같은 뮤명 대학으로부터 기업가 정신에 대해 강연을 해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아이비 리그에서 기업가가 되는 방법을 '배우는 데' 열성적이라는 사실은 나를 미소짓게 만든다. 과연 기업가 정신이란 것이 학과목이 될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 기업가 정신을 추진하는 힘은 집념인데 어떻게 집념을 가르칠 수 있겠는가? 이미 아웃사이더가 아닌 사람이 어떻게 아수사이더가 되는 법을 배울 수 있겠는가? 본능적으로 전체의 일원에 속해 있는 사람이 어떻게 다른 북소리에 맞춰 행진할 수 있는가? (p. 61)
나는 경제 이론이나 비즈니스 이론에 관한 책을 읽어본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읽을 계획이 없다. 내가 관심과 흥미를 갖는 것은 이론이 아니라 실천이다. (p. 63)
기업가들은 모두 위대한 이야기꾼이다. 기업가를 다른 사람과 구분해주는 것은 이야기하는 재주다. (p. 64)
기업가들에게 가장 힘든 일 가운데 하나는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가만히 앉아서 사색하고 기다리는 것이다. 기업가들은 모두 조급증에 걸여 있다. 에너지와 사명감이 넘친다. 기업가들은 무에서 유를 만들어낼 수 있지만, 조직력과 실행력은 약하다. 기업가는 '다른 북소리에 맞춰 행진하는 사람들'이며, 자신을 주류의 일원으로 보지 않는다. 기업가는 본질적으로 아웃사이더이며, 그것이 내가 알고 있는 기업가를 가장 잘 정의할 수 있는 말이다. (p. 64)
영감을 고취시키고, 사람들을 지원하고, 이른바 여성적 특성을 갖추어 지도하는 것이 새로운 경영 스타일이 도리 것이다. - 윌리스 하먼 (p. 67)
나 역시도, 바디샵은 자유롭고 창의적이며 신나는 회사이기 때문에 거기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마음대로 옷을 입을 수 있다는 인상을 주고 싶지 않다. 우리 직원들은 마음대로 옷을 입을 수 없으며, 엄격한 복장 규정이 있다. 우리 직원들은 코걸이는 물론 문신을 할 수 없고, 땀으로 얼룩진 T셔츠를 입을 수 없으며, 나쁜 체취를 풍겨서는 안 되고,, 담배를 피워서도 안 된다. 나는 저녁 때 잠깐 동네에 나갈 때의 차림을 한 직원들로 우리 매장의 위신이 떨어지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p. 69)
빈스 롬바르디, 로스 페로, 리 아이아코카와 같은 사람들에게서 연상되는 리더십이 강한 남성적 이미지 대문에, 리더의 진정한 힘은 집단의 힘을 유도해내는 능력에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게 된다. - 리처드 파슨 (p. 70)
나는 바디샵을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중요한 진리를 알게 되었다. 그것은 종업원을 구한다고 광고를 내면, 찾아오는 것은 종업원이 아니라 놀랍게도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그들은 소망을 가진 사람들, 자신의 가치관을 직장 문 밖에 내버려두고 싶지 않은 사람들, 직장이라는 공동체 안에서 그들의 이념을 저버리지 않고 일할 수 있기를 바라는 사람들이다. (p. 88)
21세기에 기업의 리더들이 당면한 과제는, 인생의 대부분을 직장에서 보내는 사람들이 그들의 인생을 하찮거나 우울하게 생각하지 않도록 그들의 문화를 위해 정신적인 리더 역할을 하는 것이다. - 짐 채넌 (p. 89)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는 기업 간부들에게 만일 종업원들이 용변을 가리는 훈련을 받지 못했다면 현금으로 비용이 얼마나 들겠느냐고 즐겨 묻는다. 그는 기업이 지역 사회, 부모, 네트워크, 교사들에게 얼마나 많은 빚을 지고 있는지를 지적하고 있다. (p. 96)
우리는 지역 사회와 가족을 지원하고 환경을 보호하는 것으로 우리의 발전을 측정하고 싶다. 우리가 그렇게 하면 아동들을 교육시키고, 병든 사람들을 치료해주고, 여성들의 일을 소중히 여기고, 인권을 존중하도록 국가를 장려하는 기업 문화를 만들 수 있는 확률이 더 높아진다. 다시 말해, 예전에는 인간의 본질적인 부분이었던 것을 되찾을 수 있게 된다. 가슴으로 기업을 경영하면 좋은 일들이 생길 수 있다. "행동주의는 우리가 이 지구상에 사는 대가로 치르는 임대료다"라는 위대한 구호가 생각난다. (p. 104)
열정적인 사람만이 항상 설득을 잘하는 주창자가 될 수 있다. 가장 단순한 사람이라도 열정을 가지고 있으면 열정을 가지지 못한 가장 훌륭한 웅변가보다 더 설득력이 있다. - 르네 데카르트 (p. 111)
우리 회사의 일부 제품들은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그들이 어떻게 고안됐으며, 그들의 성분이 어디서 나왔으며, 그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가에 관해 사람들이 알고 싶어하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거짓말이라는 것이 뻔한 우스꽝스러운 광고와 자신이 구매한 크림의 성분이 아프리카의 어느 여성 협동조합이 채취한 나무 열매에서 나왔다는 사실 중에서 고객들이 어떤 것을 더 잘 기억하겠는가? 따라서 우리는 최소한의 광고와 포장으로 화장품을 팔고, 성적인 매력보다는 건강미를 장려하고, 이른바 '영원한 젊음의 약속'보다 현실성을 제시한다. (p. 113)
단 한가지 중요한 것은 사람들을 어떻게 감동시키느냐는 것이다.내가 누군가에게 통찰력을 주었던가? 나는 그렇게 했기를 바란다. 통찰력은 존속하지만, 이론은 그렇지 못하다. - 피터 드러커 (p. 123)
나는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나의 장점 중에 하나라고 자신하면서도, 만일 내가 일어나 그들의 이야기를 전하면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들이 이야기를 하도록 만들었다. 500명의 직원들 앞에서 그들은 전쟁의 경험과 그것이 그들의 인생을 어떻게 바꾸어놓았는지를 진실하게 이야기했다. 그들은 전쟁의 공포와 치사함, 전우가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던 무기력함, 전쟁 경험의 참상을 이야기했다. 그들은 나를 위해 그렇게 해주었으며, 그들이 나를 구해주었다. (p. 127)
커뮤니케이션의 열쇠는 열정에 있다. 열정과 실수를 통해 배운 교훈과 자신을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 그것이 바로 커뮤니케이션의 열쇠다. (p. 133)
주름살은 여성들이 가정 안팎에서 어떻게 일을 했고, 아이들을 키웠고, 맛있는 요리를 했고, 한두 잔의 술을 마시고, 웃고, 울고 발버둥쳐왔는지 보여주는 증거물이다. 주름살은 우리의 인생에 가치를 주는 표식이다. 그런데도 우리가 얻은 지혜의 주름살은 외모와 비교해 아무런 가치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나는 아름다움을 재정의하고 노화 과정의 정당성을 인정받게 하는 것이 내가 할 일, 우리 세대의 여성들이 할 일이라고 본다. 우리는 새로운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p. 139)
우리에게 아름다움은 일상 생활의 건전한 일부분이다. 그것은 개성, 호기심, 상상력, 유머에 관한 것이며, 달리 말하면 자기 자신에 대해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겉으로 나타내는 것이다. (p. 143)
라벨에 어떤 화학 공식이 나와 있든, 가슴을 크게 만들어주고 허벅지를 가늘게 만들어주는 크림이란 이 세상에 없다. 제조업체가 뭐라고 주장하든, 어떤 샴푸도 갈라진 모발을 치료해주지 못한다. 갈라진 모발을 없애고 싶으면 모발을 잘라야 한다. 샴푸는 모발을 깨끗하게 만들어줄 뿐이다. (p. 145)
아름다움은 결코 보편적이지 않다. 예를 들면, 마오리족은 외음부가 통통한 것을 아름답다고 생각하고, 패둥족은 늘어진 가슴을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나는 케냐에 갔을 때 스와힐리족 남자들이 예쁜 손발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곳의 여자들은 베일을 쓰고 다니기 때문에 보이는 것은 손발뿐이다. 아샨티족은 서구 문화권에서는 지나치게 뚱뚱하다고 여길 몸매를 가장 매혹적이라고 생각했다. 가슴과 엉덩이가 큰 육중한 몸매를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서아프리카 문화권에서는 이런 예를 많이 볼 수 있다. 아보리기날족의 젊은 남성들은 꽤 나이든 여성의 축적된 지혜를 매력으로 보았다. (p. 147)
우리는 경제 활동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바로 그런 식의 태도가 여성들의 일을 가치 없는 것으로 평가하게 만든다. 여성 운동의 구호가 '평등'이었다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p. 161)
한때는 '너무 감정적'이기 때문에 리더로서 열등하게 생각되었던 여성들이 지금은 '특별한' 감정적인 특성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우수한 리더라는 것이 입증되었다. -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p. 171)
이 모든 실험 뒤에 여성들의 전정한 과제가 놓여있다. 그것은 여성들이 남성들이 정한 조건에 따라 평등함을 갖는 것이 아니라, 남성과 여성이 서로 가장 뛰어난 가치를 중심으로 새로운 동반자 관계를 창조하는 것이다. (p. 172)
일하는 어머니는 자녀에게 행동 장애를 가져오고, 중요한 것은 질적인 시간이 아니라 양적인 시간이라는 학설이 있다. 그런데 일할 필요가 없는 어머니가 도대체 어디에 있단 말인가? 그러므로 일하는 어머니는 일을 해도 욕을 먹고, 일을 하지 않아도 욕을 먹는다. 여성들에게 익숙한 좌절감을 안겨주는 상황이다. 어머니를 비난하는 것은 대개 남성의 손에서 자라기를 거부한다는 표시다. 그러므로 나는 남성 지배적인 우리 사회가 아직도 그 어머니가 편모이든 배우자가 있는 사람이든 어머니를 비난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남성은 여성에 비해 자녀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7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따라서 가정과 직장에서 여성이 평등한 권리를 누리고 있다는 말은 근거 없는 이야기일 뿐이다. (p. 174)
교육비가 비싸다고 생각되면 무식하게 남아 있어라. -바디샵 수성 차량에 적혀있는 문구 (p. 176)
여성들의 변화 요구를 받아들이는 것은 정치인과 사회 운동가들의 임무다. 그 수혜자는 지난 몇 년 동안 특별히 힘든 시간을 보냈던 영국의 여성들만이 아닐 것이다. 영국이 이 세상에서 여성의 권익을 가장 잘 옹호하는 나라라고 상상할 수 있겠는가? 나는 영국이 어느 한부분에서라도 두드러지고 남보다 한 발 앞서서 군중을 선도해가길 소원한다. 영국은 여성의 권리 부분에서 이류 국가로 분류되어서는 안 된다. (p. 180)
"물고기에게 자전거가 필요 없듯이 여성에게 남성이 필요 없다" - 글로리아 스타이넘 (p. 201)
"그 어떤 것도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변화는 당신과 내가 매일 무엇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 (p. 202)
변화에 대한 글을 읽으면 흔히 변화가 무척 간단한 것처럼 생각됩니다. 비전을 세우고, 변화 계획서를 만들고, 숫자로 덧칠하기만 하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분명히 알아두셔야겠지만, 변화란 그런 식으로 일어나지 않습니다. 변화의 실제 세계에서는 비전이 흐려집니다. 특히 새로운 리더가 나타날 때는 더욱 그렇습니다. 가장 믿었던 친구들이 황급히 달아나고, 희망과 두려움을 함께 할 동지가 사라집니다. 그 대신 경쟁자와 반대자가 나타나고, 여러분에게 가장 중요한 지지자가 가장 거센 반대자가 됩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요? 변화란 사람에 관한 것이며 사람은 항상 우리를 놀라게 하니까요. 잠자고 있는 비즈니스 환경에 큰 변화를 일이키려 할 때, 달콤한 꿈과 함께 약간의 악몽도 꾸게 될 것입니다. (p. 204)
우리는 상황을 개선하고, 사람들을 보다 행복하고 건강하게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인간은 의사 소통을 할 수 있는 동물이다. 지역 사회를 위해 좋은 일을 하면, 그 혜택이 결국 자신에게로 돌아온다. (p. 226)
나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대개 사회 운동가로서의 열망을 가지고 있다. 그들에게 일은 일용할 양식뿐만 아니라 일상의 의미를 찾는 것이고, 돈뿐만이 아니라 인정을 찾는 것이며, 무감각이 아니라 놀라움을 찾는 것이다. 바디샵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대개 사회 변화 운동의 일원이 되고 싶은 사람들이다. 바디샵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일과 일상 현실을 분리시킬 필요가 없다. (p. 226)
내가 1976년에 바디샵의 첫 매장을 열었을 때 우리가 무슨 일을 할 것이라고 어렴풋이나마 짐작하고 있었다면 그것은 사실이 아닐 것이다. 그 당시만해도 나는 생계를 꾸려나가기 위해 돈 보는데 관심이 더 많았던 게 사실이다. 고든과 나는 1984년에 기업공개를 하고 나서야 비로소 바디샵이 사회적으로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잠재력과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p. 229)
나는 얼마나 많은 이익을 남기느냐가 아니라 내가 거래하는 나약한 지역 주민들을 어떻게 대하느냐로 성공을 평가 받고 싶다. 기업을 하는 사람들이 모드 그렇게 한다면 정말 굉장한 일이 생길 수 있다. 다른 것은 몰라도 그런 의미에서는 작은 것이 아름답다. (p. 259)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임무 성명서는 바디샵에 다음과 같은 것들을 요구한다.
• 우리의 비즈니스를 사회 및 환경 변화를 추구하는 데 바치도록 할 것
• 직원, 고객, 프랜차이즈점, 납품업체, 주주 등 이해 당사자들의 금전적 필요와 인간적 필요 사이에 창의적인 균형을 맞출 것
• 우리의 비즈니스가 생태학적으로 지속적일 수 잇도록 - 미래를 희생시키지 않고 현재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것 - 용기 있게 보장 할 것
• 관심, 정직, 공평함, 존중을 보장하는 행동 규범을 적용함으로써 우리와 거래하는 국내외 지역 사회에 의미 있게 기여할 것
• 환경과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캠페인과 화장품 회사의 동물 실험을 반대하는 캠페인을 열심히 할 것
• 재미와 열정, 사회적 관심을 일상 생활의 일부로 삼는 한편, 이론과 실천 사이의 간격을 좁히도록 꾸준히 노력할 것 (p. 320)
우리는 마케팅과 제품에서 덜 과학적일 필요가 있었으며, 보다 도전적이고 보다 창의적일 필요가 있었다. 우리는 보다 기회를 잘 포착하고 보다 발 빠른 회사일 필요가 있었다. 그런데 우리는 너무 비대해져서 움직이기 힘든 거인이 되고 말았다. (p. 326)
당신이 애써 만든 것을 사람들이 만지작거리며 장난하게 허용해서는 안 된다! 누군가가 당신 회사의 DNA를 건드리거나 바꾸도록 허용해서는 안 된다! 내가 이런 경고를 하는 것은 오랜 세월에 걸쳐 쌓은 명성이 지나가는 사람들의 간섭으로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것을 몸소 경험했기 때문이다. (p. 339)
전통적인 비즈니스 사고는 대부분 경쟁자가 무엇을 하는지 알아내어 그것을 모방하는 것이었다. 바디샵은 그런 사고와는 정반대되는 방향을 지향하면서 정반대로 행동해왔다. 그것은 지도상에도 나와 있지 않은 미지의 길만을 끊임없이 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적어도 자신이 발전해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아마 우리와 전통적인 기업 간의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영감이 없는 단기적인 야망과 '발전'의 편협한 해석으로부터 벗어나 우리의 시야를 넓혔다는 데 있을 것이다. (p. 351)
리더는 꿈을 판다. 열정은 설득력이 있다. (p. 352)
이것이 그대가 할 일이다. 지구와 태양과 동물을 사랑하고, 부자를 경멸하고, 도움을 청하는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어리석은 자와 미친 자를 옹호하고, 남을 위해 소득과 수고를 바치고, 독재자를 증오하고, 신과 관련되지 않은 일에 논쟁하고, 사람들에 대해 인내심과 관대함을 가지고, 알려지거나 알려지지 않은 아무것도 아닌 사물이나 사람에게 경의를 표하고, 교육받지 못한 사람들과 젊은이들, 가정의 어머니들과 자유롭게 어울리고, 학교에서나 교회에서나 책에서 배운 것을 재검토하고, 자신의 영혼을 모욕하는 것을 모두 잊어버려야 한다. 그러면 그대의 육체는 위대한 시가 될 것이며, 그 어휘에서뿐만 아니라 입술과 얼굴의 말없는 주름에서, 속눈썹 사이에서, 육체의 모든 관절과 움직임에서 가장 풍요로운 유창성을 가지게 될 것이다. (p. 358)

그러니까 대략 2년쯤 전, 우연히 맞닥뜨린 '바디샵'은 공룡의 모습을 연상시켰다. 멸종되어 화석으로 기억되는 공룡이 아니라, 도시의 곳곳에 살아 숨쉬며 거대하게 군림하는 육식 공룡과도 같았다. 직장을 그만둔 아내는 천연 화장품과 아로마테라피의 매력에 빠져들었고 그런 관심을 생업과 연결하려 노력하고 있었다. 그러한 모색의 끝에서 우리는 항상 '바디샵'이라는 이름과 만나곤 했다. 그만큼 '바디샵'은 절대적인 강자의 자리에 있었고, 넘어설 수 없는 벽처럼 느껴졌다. 매장의 차분하고 따스한 디스플레이와 다양한 제품군은 보는 것만으로도 기가 질렸고 깔끔한 유니폼을 차려입은 직원들의 밝은 미소는 아내와 나를 주눅들게 했다.
아이가 태어나면서 우리 가족의 우선순위에 변화가 생겼고, 아내의 사업 계획은 실행 시기가 조금 미루어지고 말았다. 그러면서 '바디샵'이라는 거대 공룡에 대한 묵직한 기억도 슬슬 잊혀져 버렸다. 그렇게 시간은 주눅들었던 내 마음을 풀어주었고, 덕분에 비다샵의 창업주 아니타 로딕의 '영적인 비즈니스(Business As Unusual)'를 조금은 편안하고 친숙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름대로 주의 깊게 바디샵을 살피면서도 나는 아니타 로딕이라는 이름을 알지 못했다.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그녀가 어떤 환경에서 무슨 생각으로 바디샵을 시작했는지 나는 전혀 알지 못했다.
기업은 이익을 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망할 것이다. 그러나 오직 이익을 내기 위해서 비즈니스를 한다면… 그 경우에도 망할 것이다. 왜냐하면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 헨리 포드 (p. 43)
'기업의 목표는 이윤추구다'라는 간단한 명제는 너무도 선명하고 강렬하게 나를 사로잡아왔다. 이 짧은 한 마디는 자본주의의 상징처럼 강렬하게 각인되었다. 돈을 벌고자 하는 사람은 기업을 통해 그들의 목표를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야 말로 정당하고 필연적인 것으로 생각해왔다. 기업은 이윤추구를 통해 사회와 그 구성원의 욕구를 충족시킨다는 논리는 재테크로 부자가 되려는 요즘의 세태와 비교할 때 오히려 치열하고 아름답게까지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 나의 생각에 아니타 로딕이 돌을 던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여성의 권리를 이야기하고, 세계 각지의 문명으로 소외된 채 박해 받고 있는 소수의 편에서 목소리를 높인다. 세계화와 자유 무역의 거짓됨을 맹렬히 비판하고 자신이 몸담고 있는 미용 산업의 허상에 맞서서 싸운다. 그녀는 이 모든 것을 위해 전 세계의 바디샵 매장을 전초기지 삼아 투쟁을 벌인다. 그녀의 투쟁은 때로는 무모해 보이고, 때로는 어리석어 보인다. 그러나 이 무모하고 어리석어 보이는 투쟁은 한결같이 아름답다. 최근 들어 바디샵이 환경운동과 인권운동을 마케팅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재기되는 의혹들은 그녀의 솔직한 고백 앞에서 고개를 숙인다.
이번에 다녀온 몽고의 기억이 너무 생생히 남아 있기 때문일까. 아니타가 들려주는 오고니족과 카야포족의 이야기는 그녀가 주장하는 '커뮤니티 트레이드'와 어울려 가슴속으로 파고 들었다. 넓은 벌판위로 말을 타고 질주하는 유목민의 눈빛이 자꾸만 떠올랐다. 그들을 바라보며 '동정'을 품었던 오만한 내 모습이 계속 떠올랐다. 뼈가 드러날 정도로 칼에 손을 베이고도 병원은 생각도 하지 못하는 그들에게 자연은 무엇이고 문명은 또 무엇인가. 그들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고 또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까. 아니타가 행동으로 보여준 교훈에 나는 다시 머리를 들이밀고 이런저런 고민에 빠져들었다.
비즈니스에 대해 정식으로 어떤 공부도 하지 않은 이 평범한 여성이 펼쳐놓는 비즈니스에 대한 이야기는 놀랍고 흥미진진하다. '나는 바디샵을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중요한 진리를 알게 되었다. 그것은 종업원을 구한다고 광고를 내면, 찾아오는 것은 종업원이 아니라 놀랍게도 사람이라는 사실이다'라는 아니타 로딕의 이야기는 생계의 수단으로 전략해버린 오늘날의 일터에서는 잊혀져 버린 아름다운 동화와도 같다. 조직의 구성원이 하나의 부품으로 취급되고 징계와 해고가 당연시 되어버린 세상에 300명의 직원을 해고해야 했던 과거를 가장 아픈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는 기업가의 눈물은 어쩐지 감동적이다.
이런저런 그녀의 이야기의 끝에서 나는 엉뚱한 느낌을 받았다. 아무리 뒤적여도 비슷한 구석 하나 찾을 수 없을 것 같은 두 사람, 바로 잭 웰치와 아니타 로딕에게서 무언가 공통점 같은 것이 느껴졌다. 성과주의와 조직의 슬림화를 부르짖는 냉혈한 같은 남성 기업가와 영적인 비즈니스를 꿈꾸고 실천하는 여성 기업가의 극한 대립 속에서 내가 느낀 묘한 동질감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아마도 타인에게는 무모하게 보일 수도 있는 그들만의 이상을 현실로 끌어들여 실현해내는 강렬한 움직임이 아니었을까.
내가 1976년에 바디샵의 첫 매장을 열었을 때 우리가 무슨 일을 할 것이라고 어렴풋이나마 짐작하고 있었다면 그것은 사실이 아닐 것이다. 그 당시만해도 나는 생계를 꾸려나가기 위해 돈 보는데 관심이 더 많았던 게 사실이다. 고든과 나는 1984년에 기업공개를 하고 나서야 비로소 바디샵이 사회적으로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잠재력과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p. 229)
우리가 완벽한 계획을 세우는 꿈을 꾸는 동안 누군가는 일단 행동에 옮기고 불완전한 결과를 다듬어 완벽에 성큼성큼 다가서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아폴로 우주선은 달에 가기 위해 세웠던 최초 궤도 계획의 90%를 발사 후에 수정해서 달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고 한다. 완벽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시작조차 못하고 있는 나 자신을 또 한 번 돌아보게 된다. 시작하라. 항상 초안은 불완전한 법이다. 아니타가 내게 속삭이는 듯 하다.
넘치는 이야기들, 떨어지는 집중력
이 책은 매력적인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오고니족을 위한 바디샵의 노력도 그렇고, 자유 무역에 대한 아니타의 노력이 또 그렇다. 바디샵의 성장과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도 흥미진진하고, 기업가 정신에 대한 교훈도 마음을 잡아 당긴다. 그런데, 어딘가 어수선하다. 너무 많은 이야기를 버무렸기 때문일까? 바디샵의 탄생과 성장에 대한 궁금증도, 인권운동과 여권신장에 대한 허기도 완전히 채워지지 않는다. 이 재미있고 가슴 뛰는 이야기들이 자꾸만 끊기고 잘 읽히지 않았던 것도 역시 그 어수선함 때문은 아니었을까. 바디샵을 이야기하면서 이윤을 추구하는 비즈니스와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이상을 구분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어쩐지 그 둘 사이에서 길을 잃어버린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것은 모순이나 불일치일까? 아니면 이대로 자연스러운 것일까?
넘치는 격언들, 끊어지는 흐름
넘치도록 쏟아지는 격언들은 아주 제대로 책의 흐름을 끊는다. 강렬한 임팩트의 격언을 읽고 잠시 그 여운을 즐기다 보면 아니타가 들려주던 이야기에서 저만치 멀어진 나를 발견하곤 했다. 전에 다른 책에서도 이와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적이 있는데 단락의 중간을 끊어서 한 페이지 가득 임팩트가 강한 격언을 끼워 넣는 편집 방식은 도무지 이해하기 힘들다. 번역본이 아닌 원서에서도 이런 식으로 편집을 했을지 궁금하다. 제목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고상하게 멋지게 붙여진 '영적인 비즈니스'라는 제목보다 'Business As Unusual'이라는 제목이 아니타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훨씬 함축적으로 담고 있는 것 같은데 말이다. 나만 그렇게 느끼는 걸까?
댓글
3 건
댓글 닫기
댓글 보기

최영훈
나하고 같은 책을 보았구만.
나는 잭웰치와 아니타로딕이 결과는 커다란 기업을 일궜지만
과정은 전혀 다른 점이 눈에 들어오더군.
잭웰치는 있는 자원을 가지고 최적의 상태로 이익을 올리는
관리의 달인이라는 생각이 들고
아니타로딕은 틈새와 상식을 초월하여 사업이라는 영역을 만든
상상의 달인인것 같아.
중간중간 나오는 인용의 글이 나도 거슬렸지만
그것이 아니타만의 장점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봤어.
상상을 하려면 많은 것을 연결하고 복잡함속에서 단순함을
끌어내는것. 그래서 많은 글을 인용했을것이라고 생각했음
매장에 한번 가볼까 하다가 끝내 못 가 보았다.
잘 읽고 간다.
나는 잭웰치와 아니타로딕이 결과는 커다란 기업을 일궜지만
과정은 전혀 다른 점이 눈에 들어오더군.
잭웰치는 있는 자원을 가지고 최적의 상태로 이익을 올리는
관리의 달인이라는 생각이 들고
아니타로딕은 틈새와 상식을 초월하여 사업이라는 영역을 만든
상상의 달인인것 같아.
중간중간 나오는 인용의 글이 나도 거슬렸지만
그것이 아니타만의 장점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봤어.
상상을 하려면 많은 것을 연결하고 복잡함속에서 단순함을
끌어내는것. 그래서 많은 글을 인용했을것이라고 생각했음
매장에 한번 가볼까 하다가 끝내 못 가 보았다.
잘 읽고 간다.
VR Lef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