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時田 김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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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는 글
매력적인 책 한 권을 만났다. 노란색과 까만색의 작은 책 표지에는 '코끼리와 벼룩'이란 재미있는 제목과 함께 귀여운 코끼리와 벼룩 그림이 그려져 있다. '직장인들에게 어떤 미래가 있는가?'라는 작은 부제 또한 독자의 관심을 잡아 끈다. 책 안의 내용이 몹시 궁금해지는 깔끔한 표지이다.
이 책의 저자는 이 작은 책 만큼이나 매력이 넘치는 '찰스 핸디'란 할아버지다. 먼 나라 영국에 살고 있지만, 마치 이웃집 할아버지같이 친근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의 삶에서 사부님의 모습이 자꾸 오버랩 때문일까?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책에 담긴 내용은 그리 가볍지 않았다. 재미있게 읽혀졌지만 묵직한 울림으로 다가왔다. 이런 멋진 책을 쓴 찰스 핸디는 어떤 사람일까? 이 책을 꼭 닮은 그의 삶을 잠시 살펴보자.
#2. 저자에 대하여
찰스 핸디는 1932년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태어났다. 그는 어린 시절을 아버지가 목사로 재직하던 킬데어 샐린스의 세인트 마이클 목사관에서 보냈다. 그의 친가 쪽 선조들은 대대로 목사였고, 고모 할머니들은 모두 교사였다. 말 그대로 그는 "목사와 교사의 집안" 사람이었다. 셰익스피어의 '과거는 서막(序幕)'이란 말처럼 그의 혈통과 평화로운 시골, 목사관에서의 청빈하고 품위있는 생활은 그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찰스 핸디의 말처럼 "우리 생애의 씨앗들이 탄생의 초기부터 거기 있었"기 때문에…
그는 어린 시절 매일 교회에 다녔기 때문에 '최초 영역본 성서와 크랜머 공통 기도서'의 '아름다운 표현과 청명한 운율'을 영혼 속에 간직할 수 있었고, 고모와 고모 할머니들 틈에서 셰익스피어의 시를 읽으며 고전의 리듬을 배울 수 있었다. 그의 아버지는 조용한 분이었고, 별로 스포츠를 즐기지 않았기 때문에 그 또한 운동에는 별로 취미를 갖지 못했다고 회고한다. 이처럼 인생의 많은 것들은 우리가 미처 깨닫기도 전에 결정되곤 한다.
그는 시골의 목사관에서 평화로운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젊은 날의 그는 가난하고 조용한 아버지와는 다른 삶을 살고 싶었다. "부자가 되고 싶었고 교회에서 탈출하고 싶었다." 십대 때 그는 이렇게 결심했다. "다시는 가난하게 살지 않겠으며 교회에는 다시 가지 않겠노라고."
그의 학창 시절은 그다지 유쾌한 기억으로 남아있진 않은 듯 하다. 그는 이렇게까지 말한다. "학창 시절이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나날이었다고 말하는 사람은 피학주의자이거나 아주 기억력이 나쁜 사람임에 틀림없다." 찰스 핸디가 자신의 고등학교 때까지의 교육을 '감옥' 또는 '연옥" 등의 용어로 표현하는 걸 보면 나쁜 교육이 꼭 우리나라만의 문제만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그는 고등학교 때, 운좋게 '슬레이버(Slaver)'란 별명의 담임 선생님을 만났고, 그는 찰스 핸디에게 자신감과 '황금의 씨앗(golden seed)'을 물려주었다. 또한 그는 찰스 핸디에게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다닌 더블린의 트리니티 칼리지가 아닌 옥스퍼드에 입학하라고 권유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찰스 핸디는 옥스퍼드 대학의 오리엘 칼리지에 입학했고, 대학에 가서야 비로서 "스스로의 힘으로 사물을 분류하여 변화를 도모할 수 있는" 생각하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1956년 로열 더치 셸에 입사했다. 그러나 아폴로형 대기업이었던 '셸'은 자유로운 영혼이었던 그와는 잘 맞지 않았다. 그는 "아폴로형 세계에 갇힌 디오니소스였다." 그러나 대기업에서 근무하는 것 외엔 다른 방식의 삶을 배우지 못한 그는 10년 동안 셸에 재작한다.
그는 셸을 다니는 동안, 동남 아시아에서 마케팅 담당으로 6년을 근무하고, 본사에 돌아와서는 그룹 관리자 훈련 센터의 부책임자로 일하며 어느 정도 자신의 적성에 맞는 자리를 발견하지만, 회사에서 아프리카 리베리아 지사장으로 발령을 내자 1966년 회사를 그만두고, 런던 경영대학원으로 직장을 옮기게 된다. 드디어 그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시작한 것이다. 셸을 그만 두기 전, 그는 아내 엘리자베스 핸디와 이런 대화를 나누었다 한다.
"여보, 당신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자랑스러워요?"
어느 날 저녁 아내가 물었다.
"좋아, 그런대로."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어때요, 특별한 사람들이에요?"
"좋아, 그런대로."
"그럼 당신 회사 셸은 좋은 일을 하는 회사인가요?"
"응, 좋아. 그런대로."
아내는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나는 '좋아, 그런대로'의 태도를 가진 사람과 한평생을 보내고 싶지는 않아요." (p. 284)
당시 막 발족되었던 런던 경영대학원은 그에게 미국 MIT의 슬론 경영 대학원에서 1년 동안 유학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고, 그 곳에서 그는 경영에 정해져 있는 답이 없음을, 그리고 경영대학원에서 가르치는 내용의 대부분은 이미 자신이 경험으로 알고 있는 것임을 확인하고, 런던으로 돌아온다. 런던 경영대학원에서 1967년부터 기업 임원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1972년 전임 교수가 된다. 그리고 1977년부터 1981년까지 4년 동안 윈저성 내의 세인트 조지 하우스의 학장으로 근무했다.
1981년 7월 25일 그의 마흔 아홉 번째 생일 아침에 그는 '벼룩'으로서의 제 2의 삶, 자신이 말했던 '포트폴리오 인생'을 시작한다. 이후 지금까지 약 27년의 세월 동안, 그는 저술, 강연, 컨설팅, 방송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성공적인 포트폴리오 인생과 사회 철학자이자 경영 구루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 세계적으로 중요하고 영향력있는 비즈니스 구루를 선정하는 'The Thinker 50'에서 2001년에는 피터 드러커에 이어 2위를, 2005년에는 10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그는 남들보다 낫기보다는 남들과 다른 길을 가기를 원하는 사람이고, 경영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경영서가 아닌 톨스토이와 도스토예프스키에서 찾을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이런 믿음을 가진 그의 책을 읽는 것은 마치 "일요일 오후, 나뭇잎이 무성한 목사관에서 대화를 나누는" 듯한 편안한 느낌을 준다. 그의 저서들은 다음과 같다.
- Understanding Organisations (1976)
- The Future of Work (1984)
- Gods of Management (1985) 올림푸스 경영학
- Understanding Schools (1986)
- Understanding Voluntary Organisations (1988)
- The Age of Unreason (1989)
- Inside Organisations(1990)
- The Empty Raincoat (1994) _ 텅빈 레인코트
- Waiting for the Mountain to Move (1995) _ 산이 움직여주길 기다리는 사람들
- Beyond Certainty (1995) _ 비이성의 시대
- The Hungry Spirit (1997) _ 헝그리 정신
- New Alchemists (1999) _ 홀로 천천히 자유롭게
- Thoughts for the Day (1999) - (first published in 1991 as Waiting for the Mountain to Move)
- The Elephant and the Flea (2001) _ 코끼리와 벼룩
- A Journey through Tea - with Elizabeth Handy
- Re-invented lives (2002)
- Myself and Other More Important Matters (2006) - an autobiography and further reflections on life -
- The New Philanthropists (2006)
그러나 편안하게 읽히는 그의 저서들은 미래와 경영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제시해준다. 그는 '비이성의 시대(The Age of Unreason)에서 "핵심적인 코어(중심), 계약적인 주변부, 보조적인 노동력의 3개 잎새로 이루어진 회사"인 "클로버 회사(Shamrock Organization)"라는 앞으로의 대기업의 모습을 제시했고, '홀로 천천히 자유롭게(New Alchemists)에서는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나가는 '연금술사'의 비밀을 찾고 있으며, 이 책 '코끼리와 벼룩(The Elephant and the Flea)'에서는 포트폴리오 인생과 프리랜서의 삶에 대해 고찰한다.
이제 그가 말하는 대기업과 직장인들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 직접 벼룩의 삶으로 뛰어들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에 대한 자신의 이야기, '코끼리와 벼룩' 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참고 자료 : 위키피디아, The Thinker 50, BBC 홈페이지 등
#3. 내 마음에 들어온 인용문
들어가는 글 _ 인생의 중간에서 새로 시작하기 - 되돌아본 미래
(11) 나는 자유를 얻기 위해 안정을 내팽개치고 바로 그 새롭고 무모한 모험의 세계를 선택한 것이다.
(14) 나는 모든 진리가 3단계를 거친다는 철학자 아르투르 쇼펜하우어의 말로 자신을 위로했다. 그에 따르면 진리는 첫째 조롱을 받고, 둘째 반대를 받다가, 셋째 자명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15) 나는 예측만 가지고는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나는 내가 가르쳐온 것을 몸으로 실천해야 한다고 결심했다. 대기업의 보금자리를 떠나 나 혼자서 바람찬 들판에서 풍찬노숙하는 것이 무엇인지 느껴야 한다고 생각했다. 20세기 고용문화의 큰 기둥이었던 대기업, 그 코끼리의 세계에서 벗어나 벼룩처럼 나 혼자 힘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결심했다. 여기서 벼룩은 프리랜서를 가리키는 말이다.
(28) 코끼리에서 벼룩으로의 전환은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겪게 될 변화이다.
(30) 그들을 움직이게 만든 것은 열정이었다. 자신의 제품과 자신의 원칙이 훌륭하다는 정열을 그들은 갖고 있었다. 만약 어떤 것을 간절히 바란다면, 그것을 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하고 그런 지식과 기술을 어디서 발견할 수 있는지 알아내게 된다.
(32) 사람은 누구나 이런저런 기술을 가지고 있다. 까다로운 점은 그 기술을 사람들이 돈 주고 사가는 서비스나 제품으로 바꾸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33) 사실 인생의 교훈은 직접 살아나가면서 배우는 것이고 또 사후(事後)에는 그 삶을 반성하면서 얻어지는 것이다. … 하지만 그런 교훈들을 모두 모아놓으면 나의 신념이 되는 것이고, 내가 뒤섞여 살았던 세상에 대한 인식이 되는 것이고, 미래에 대한 나의 희망, 기대, 공포가 되는 것이고, 총체적으로 나의 인생철학이 되는 것이다.
제1부 _ 포트폴리오 인생의 시작
우리의 과거는 불가피하게 우리의 현재와 미래의 일부분이다. 생애의 후반기에 접어들어 벼룩의 생활을 영위하려면 먼저 나 자신에게 충실해져야 한다. 자기가 아닌 다른 어떤 것을 염원하거나 가장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나는 과거에 어떤 사람이었는가?
1장. 시작으로 되돌아가서
(37) 자기 자신을 알려면 먼저 자기 자신이 아닌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38) 시작은 언제나 중요하다. 우리의 과거는 불가피하게 우리의 현재와 미래의 일부분이다. 생애의 후반기에 접어들어 벼룩의 생활을 영위하려면 먼저 나 자신에게 충실해져야 한다. 자기가 아닌 다른 어떤 것을 염원하거나 가장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나는 과거에 어떤 사람이었는가?
(41) 만약 내가 그것을 바꿀 수 없다면 또 특별히 바꾸기를 원하지도 않는다면 그런 미덕이 장애가 되지 않는 생활방식을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나는 남들을 움직여야 할 책임이 없는 벼룩이 되었고, 내가 본 그대로의 진실을 말하는 작가가 되었다.
(53) 우리의 유년시절은 부모님의 책임이지만 대부분의 부모는 그 당시 인생 경험이 아직 짧아서 그들(부모) 자신의 시작(유년)이 그들의 끝(성년)을 결정한다는 것을 잘 모른다.
(54) "인생에 있어서 정말 중요한 것은 당신에게 실제로 벌어진 일이 아니라, 당신이 기억하고 있는 일과 당신이 그것을 기억하는 방식이다." - 소설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자서전 서두
(58) 인생은 무엇을 위한 것이며 우리가 이 지상에 존재하는 의미는 무엇인가? 그것은 아주 새로운 질문도 아니었다. 나는 철학을 공부했고 이런저런 이론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그것들을 나 자신에게 진지하게 적용해 본 적이 없었다.
(59) 나의 유년 시절은 드디어 나를 사로잡았다. T. S. 엘리엇은 이렇게 말했다. "네가 시작한 곳으로 되돌아가 이제 난생처음으로 그곳이 어떤 곳인지 알아보라."
(60) "어차피 인생은 리스크예요. 난 피곤에 찌든 직장인과 함께 사는 게 지겨워졌어요."
(61) 자유의 차변(借邊)에는 늘 혼자서 해내야 한다는 고독감이 기재되어 있다. … 그러나 행복이라는 저울대에서 무게를 달아본다면 거기에는 일말의 의심도 있을 수가 없다. 자유는 그 어떤 것보다도 무겁고 그래서 늘 이기는 것이다.
2장. 나는 무엇을 배웠나
(63) "출신 학교나 졸업 성적 따위는 따지지 않아요. 그들이 알고 싶어하는 것은 거기서 무엇을 했느냐는 거예요."
(67) 학교는 우리가 가정 이외의 더 넓은 사회를 경험하는 최초의 장소이다. 우리는 그곳에서 공식적, 비공식적 위계질서, 동료집단과 동아리, 친척이 아닌 사람 혹은 우리를 잘 모르고 또 원하지도 않는 사람을 상대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이런 중요한 곳이므로 학교 생활은 가능한 한 적극적인 경험의 장이 되어야 마땅하다.
물론 우리는 학교에서 읽기, 쓰기, 셈하기를 배워야 한다. 그것은 나중에 사회로 들어가는 문을 여는 데 꼭 필요한 기본적인 기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문 뒤의 인간적 시스템을 잘 다루지 못하는데 문만 열어서 무엇을 할 것인가.
(79) 아주 어린 나이에 존경하는 사람으로부터 '황금의 씨앗(golden seed)'을 물려받는 것이 인생에서는 아주 중요하다. 그것은 당신에 대한 칭찬 혹은 기대감의 표현으로서 당신의 자신감을 크게 강화시킨다. 슬레이버는 나에게 그런 씨앗을 주었다. 그것은 선생이 제자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다.
(80) 정말로 중요한 것은 생각하는 과정이었다. 내 스스로의 힘으로 사물을 분류하여 변화를 도모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한 것이었다.
(88) 바쁜 관리자들의 교육은 그들의 경험과 직접적으로 연결될 때 최대 효과를 거둔다는 것을 절감하게 된 것이다.
(90) 교실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현실을 분석하고 그것을 좀더 훌륭하게 개념화하는 것 뿐이었다.
(91) 나는 학교가 인생을 미리 실험하는 안전한 장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재능-우리 모두는 시험에서는 드러나지 않는 재능을 갖고 있다-을 발견하는 곳, 자기의 과제와 다른 사람에 대한 책임을 배우는 곳, 우리가 필요한 것이 무엇이고 그것이 언제 필요한지를 깨닫는 곳, 인생과 사회에 대한 우리의 가치와 신념을 탐구하는 곳, 이런 곳이 되어야 한다고 확신한다. 내가 볼 때 그런 것들이 지식 위주의 교과과정보다 더욱 매력적인 교과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학생들 모두에게 황금의 씨앗을 주어야 한다. 음악가, 기업가, 사회사업가인 어니스트 홀 경은 한 때 파블로 카잘스가 이런 글을 쓴 적이 있다고 말했다.
왜 우리는 학교의 학생들에게 그들의 본질을 가르치지 않는가? 우리는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해야 한다. "넌 네가 누구인지 아니? 넌 하나의 경이야. 넌 독특한 아이야. 이 세상 어디에도 너하고 똑같이 생긴 아이는 없어. 네 몸을 한번 살펴봐. 너의 다리, 팔, 귀여운 손가락, 그것들이 움직이는 모양 등은 모두 하나의 경이야. 넌 셰익스피어, 미켈란젤로, 베토벤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어. 넌 그 어떤 것도 해낼 수 있는 능력이 있어. 넌 정말로 하나의 경이야."
제2부 _ 인터넷 시대의 기업 문화 - 자본주의의 과거, 현재, 미래
3장. 새로운 경제와 그리 새롭지 않은 경제
(95) "회사의 소유주가 누구인가 하는 문제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 정말 중요한 것은 각 개인의 에너지, 특징, 창조정신이다. 그 나머지는 소음에 불과하다."
(101) 나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경제학을 배웠는데 그것은 현장에서 실물 경제를 통해 배우는 것이었다. 그 후 나는 내가 체험한 것이 칼 마르크스가 행한 분석의 핵심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것은 자본주의적 경쟁은 필연적으로 자본의 집중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107) 나는 아폴로형 세계에 갇힌 디오니소스였다.
(109) 네모 상자 안에 들어가 있으면 상자 바깥을 상상하기가 쉽지 않다.
(111) 마침내 나는 내가 가장 잘 하는 일에 집중하고 남들로부터는 그들이 제일 잘하는 것을 돈을 주고 사는 게 최선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설혹 그들의 일당(청구 금액)이 나의 같은 시간 수입보다 더 많다고 할지라도, 그들이 나보다 그 일을 더 빨리 더 잘해낸다면 지불해야 한다. 그게 여전히 이익인 까닭이다.
(118) 회사가 분산되면 될수록 독특한 개인들 사이의 신뢰는 더욱더 중요하게 된다. 이제 소위 R(Relationships) 경제가 된 것이다. 그래서 문제는 이것이다. 당신은 직함이 아닌 이름을 부를 수 있고, 정말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개인을 몇 명이나 알고 있는가?
(119) 만약 오늘날의 회사들이 효율적으로 일을 해내가고자 한다면 팀원들이 서로의 이름을 모두 알고 있는 소규모 운영단위를 창출해야 한다. 또 항공망도의 서로 다른 부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들 간에 대면(對面) 접촉이 있어야 한다.
(120) 당신은 하나를 이해하기 때문에 둘을 이해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둘은 하나 '그리고' 하나의 결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로 중요한 것은 여기에서 '그리고'의 역할을 이해하는 것이다.
(120) 이제 고객들도 개인적 욕구와 특성을 가진 이름있는 사람이 되었다. 이름이 곧 돈이다. 점점 더 우리는 독특한 개인으로 대접받기 위해 돈을 쓰고 있다.
(122) 이러한 상황에서 아이디어와 지식은 전보다 더 중요하게 되었다. 이제 그것은 기계 속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머리 속에 들어가 있다. 그 결과, 회사라는 형태는 개인화되었고 그 안에 독특한 개인 집단이 부상하게 되었다.
(123) 새로운 코끼리는 다음과 같은 네 가지의 중대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1. 기업의 규모를 계속 키우면서도 소기업적, 개인적 분위기를 간직하는 것.
2. 창조성과 효율성을 잘 종합하는 것.
3. 번영을 이루면서도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것.
4. 회사의 사주는 물론이고 아이디어의 소유자에게 충분한 보상을 하는 것.
첫 번째 도전 : 연방주의
(125) 연방주의(Federalism)은 인간적 규모의 공동체를 거대 규모의 복합체와 연결시키는 한 가지 검증된 방식이다. 점점 더 하나의 마을, 하나의 시장, 하나의 생태계, 하나의 정치체제를 지향하고 있는 세계를 상대로 하기 위해서는 거대 규모의 복합체가 필수적이다. 반면 우리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는 소규모의 조직 혹은 공동체의 존재도 필수적이다.
두번째 도전 : 연금술
(130) 역사가 아놀드 토인비는 21가지 경우의 실패한 문명을 검토한 끝에 그 패망의 원인을 이렇게 진단했다. " '중앙집중화된 소유권'과 '변화하는 상황에 대한 부적응'이 그 문명의 붕괴를 가져왔다."
(131) 이런 그들(연금술사)에게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그들은 열정적이다. …
둘째, 그들은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것을 뛰어넘어 자신의 꿈에 강하게 매달리는 능력을 갖고 있었다. … 이들의 이런 능력은 낭만파 시인 키츠가 말한 '부정적 능력(negative capability)'과도 통하는 것이다. …
"나는 그런 능력을 부정적 능력이라고 부르는데 그것은 사실이나 이성에 연연해하지 않으면서 불확실성, 신비, 회의 속에서 편안하게 있을 수 있는 능력을 말하지."
키츠가 볼 때, 부정적 능력은 곧 창조성과 같은 말이었다. 모든 현실이 다른 방향을 가리킬 때에도 자신의 꿈에 매달리는 끈질김 혹은 오만에 가까운 자신감. 바로 이런 것을 연금술사들은 많이 가지고 있었다. …
셋째, 연금술사는 제3의 눈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남들과는 다른 눈으로 사물을 보았다.
(133) 더욱 중요한 것은 연금술사들 대부분이 적당한 시기에 황금의 씨앗을 부여 받았다는 것이었다. 그들이 존경했던 교사, 첫 번째 상급자, 목사, 대부 등이 그들의 특별한 재능을 알아보고 그들이 그 분야의 특별한 사람이라는 것을 일깨워주었던 것이다.
(139) 영화산업은 연금술의 정수(精髓)라고 할 수 있다. 이 산업의 핵심은 무(無)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고 또 그것을 제품으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140) "회사의 소유주가 누구인가 하는 문제는 영화 제작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 정말 중요한 것은 각 개인의 에너지, 특징, 창조정신이다. 그 나머지는 소음에 불과하다." - 배리 딜러
세번째 도전 : 사회적 책임
(145) 회사들이 약간의 자선 행위로 명성을 살 수 있었던 시대가 지나갔다. 사람들은 이제 회사들이 얼마나 많은 돈을 버는가에만 관심 두지 않고 '어떻게' 그 돈을 버는가에 집중한다. 국가 예산보다 더 많은 매출을 올리면서 그 돈이 만들어지는 방식에 대해서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네 번째 도전 : 아이디어를 가진 개인
(147) 기업에서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것들 중 97퍼센트는 셀 수가 없는 것들이다. - W. 에드워즈 데밍
(148) "명성, 명성, 명성. 오, 나는 나 자신의 불멸(不滅)의 부분을 상실하였도다. 이제 내게 남은 것은 짐승 같은 것뿐." - 오셀로 中
(150) 이제 회사는 그 누구의 단독 소유도 될 수 없다.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바꾸는 사람들의 집단(회사)이 누군가가 임의로 소유할 수 있는 재산이라는 생각은 낡아빠진 생각이다.
(151) 프리랜서는 수수료를 청구한다. 프리랜서는 자신의 노하우 결과를 판매할 뿐, 노하우 자체를 판매하지는 않는다. 반면에 직원은 일의 결과가 아니라 시간을 회사에 팔아버림으로써 그 시간을 이익으로 전환시키는 노하우마저도 암묵적으로 함께 팔아버리는 것이다. 앞으로 점점 더 많은 프리랜서들이 자신의 지식을 철저히 통제하기 위하여 회사를 상대로 수수료를 청구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정의하기 애매모호한 지적 재산은 점점 더 벼룩들에게 속하게 될 것이고 점점 더 많이 코끼리들에게 임대될 것이다.
(153) "석기시대에서 경영자를 만들어내는 것은 가능하지만 경영자에게서 석기시대를 만들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러한 새로운 다위니즘적 (neo-Darwinian) 세계관 속에서 가장 이상적인 회사는 소규모 운영 단위, 유연한 위계제와 리더십, 개인의 개성을 존중하는 팀 프로젝트 방식으로 움직여야 한다. 다양성을 강조하지만 높은 신뢰감과 참여의식을 배양해야 한다. 자기비판적이지만 개인의 성취를 인정하는 보상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앞으로 회사들은 그런 회사가 되려고 노력해야 한다.
(154) 노동자가 생산의 수단을 장악해야 한다는 마르크스의 희망과 예언이 아주 기이한 방식(마르크스가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실현될지도 모른다.
4장. 달라지는 기업 문화 그리고 개인
(155) 오늘날의 충성심은 첫째가 자기 자신과 자기의 미래에 대한 것이고, 둘째가 자기 팀과 프로젝트에 대한 것이고, 마지막이 회사에 대한 것이다.
(156) "우리들이 다섯 살이 되기 이전에 발생한 테크놀로지의 변화는 하나의 규범으로 정착된다. 서른다섯 이전에 발생한 테크놀로지는 우리를 흥분시키고 새로운 가능성의 문을 열어준다. 그러나 서른다섯 이후의 테크놀로지는 우리를 당황하게 하고 난처하게 한다."
(161) Plus ca change, plus c'est la meme chose(아무리 변해봐야 결국은 그게 그거다). 아무리 새로운 세계라고 할지라도 그 자체의 새로운 기술 뿐만 아니라 과거의 낡은 기술도 필요한 것이다.
(162) e세계의 경영은 결국 상식의 문제이다. 정말로 어려운 것은 구체적인 실천인 것이다.
(165) "우리와 함께 여행하는 체험을 즐겨보세요."
이렇듯 체험 경제에서는 회사들이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라 추억을 파는 것이다.
(168) 소유는 따분한 것, 접속이야말로 중요한 것이다, 라고 제레미 리프킨은 『접속의 시대 The Age of Access』에서 말한다.
(168) 진정으로 개인적인 것이 되려면 사람과 사람의 접촉이 있어야 한다. 더욱이 모든 체험의 밑바탕에는 뭔가 견고한 것이 도사리고 있어야 한다. 좋은 연극이 없다면 극장은 공허한 체험이 될 것이고, 살 만한 물건이 없다면 쇼핑은 좌절의 체험이 되어버릴 것이다. 사람들은 켄텐츠가 핵심이라고 말한다. 지식과 아이디어가 컨텐츠의 대부분을 제공하는 정보 시대에 우리는 그런 컨텐츠를 제공해 줄 개인이 필요하다. 규모의 경제와 든든한 자금력이 필요한 테크놀로지는 코끼리 회사들이 통제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컨텐츠가 없으면 궁극에 가서는 가치가 없어진다. AOL은 인터넷에 접속하는 수단 그 이상이 되지 못하다가 타임워너를 사들여서 그 회사의 모든 컨텐츠를 이용할 수 있게 되자 비로소 전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었다. 이처럼 컨텐츠는 구체화된 아이디어이고, 아이디어는 혼자 혹은 집단으로 존재하는 개인으로부터 나온다.
그러므로 과거에도 그랬지만 재능은 귀중한 것이고 미래에는 더욱 귀중해질 것이다.
(177) 이 새로운 세상에서 아이디어, 정보, 지능은 새로운 부의 원천이다. 그러나 이 부는 종류가 다르다. 나는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당신에게 모두 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다음에도 나는 땅이나 현금과는 다르게 여전히 그 지식을 소유한다.
(178) 앞으로는 소유보다 접속이 더 중요하게 될 것이다. 또 어떻게 보면 비소유적(非所有的) 재산의 세계가 경제를 활성화시킬지도 모른다.
(179) 지식의 소나기는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가까이에 있는 사람이나 멀리에 있는 사람이나 따지지 않고 공평하게 내릴 것이다. 이렇게만 된다면 모든 사람을 위한 공평한 교육은 하나의 현실태(現實態)가 될 것이다.
(181) 우리는 불가피한 것은 무시할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야 하고 또 그것을 너무 지나치게 좋아하지도 말아야 한다. 인간이 늘 그래 왔듯이 우리는 결국 적응할 것이고 궁극적으로 생활, 사랑, 웃음은 계속될 것이다.
(181-182) 봄의 냄새는 여전히 아름다울 것이다. 정보는 거대한 쇳덩어리나 자동차보다 우리 환경에 피해를 덜 입힐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봄의 냄새가 더욱 아름다울지도 모른다. 그리고 셰익스피어의 연극은 사랑, 질투, 야망과 탐욕, 자존심과 동정심, 죽음과 인생의 의미 등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더욱 많은 감동을 줄 것이다. 사실 그런 것들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183) 혼란의 와중에서 가능성을 엿보기는 정말 어렵지만 창조성은 혼란에서 태어난다.
(183) 무엇보다도 전(全) 산업의 중간(허리 부분)이 사라지고 있다.
(188) 그 이유는 해석이 없는 정보는 자료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것을 유익한 지식으로 전환하려면 철저한 분석, 맥락의 이해, 해당 분야의 전문지식 등이 필요한 것이다. 그렇게 하자면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생의 많은 분야에서 자기 자신을 교육할 시간이나 여력이 없다. 따라서 많은 산업들의 중간은 여전히 필요할 것이지만 그 존속 형태는 아주 새로울 것이다. 물품을 배달하는 조직은 안내인, 해석가, 교사 등으로 대치될 것이다. 주로 개인이거나 소기업인 이들은 전자적으로(인터넷 이용) 움직이면서 방대한 자료를 소비자의 필요에 따라 적절히 가공할 것이다. 중간 지대의 일은 여전히 남아 있겠지만 그 형태는 다를 것이다.
(188-189) 전통적 기업들의 중간배제 현상은 그 비어버린 중간을 새로운 방식으로 채우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그러나 전통적 산업에 현재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은 앞날의 변화에 재빨리 반응할 것 같지 않기 때문에, 신규세력이 그 빈 공간을 파고들 것이다. 바로 이때문에 당신은 상자(인식의 틀) 안에서만 안주하지 말고 그 상자 밖으로 나가서 그것을 어떻게 재디자인할 것인지 살펴야 한다. 종종 빈 중간을 메울 새로운 세력은 관련 업계 바깥에서 올 것이기 때문에 이미 그들이 와버린 다음에야 관련 업계의 종사자 눈에 띄게 된다. 변화는 우회로를 따라오기 때문에 익숙한 길을 따라가는 기존의 종사자들을 완전히 제쳐버리는 것이다.
(193) 고용 가능성(employability)'은 '프리랜서처럼 생각하는 것'을 의미하게 되었고 많은 직원들이 그렇게 이해하고 있다. '유연성(flexibility)'은 아무에게도 장기간에 걸쳐 그 어떤 것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194) 이제 엄연한(어쩌면 좋은 것일지도 모르는) 진실은 이런 것이다. 우리는 정규 직장에서의 생활이 끝난 뒤에도 일을 계속해야 할 것인데 그것은 정규 직장의 연속이 아니라 이런 일, 저런 일을 그러모아 만든 '포트폴리오' 일이 될 것이다.
(195) 미래에는 인생이 좀더 구획적(區劃的)으로 될 것이다.
(197) 미래의 회사 사무실은 지금처럼 칸막이가 쳐지고 근무자 이름이 붙여진 자그마한 공간이 무수히 들어선 형태가 아니라, 골프장의 클럽하우스 비슷한 형태가 될 것이다. 클럽은 멤버와 초청객들만이 들어갈 수 있는 곳으로서 클럽 내부의 각 방은 기능(식사, 회의, 독서 등)에 따라 나누어지고 개인별로 배정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멤버에게 공개되는 것이다.
(198-199) 직업 스펙트럼의 다른 쪽 극단에는 독립적인 사업가 혹은 연금술사가 포진하고 있다. 이들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다.
(200) 나처럼 평생 직장 생활을 교육받았고 또 생각했던 사람들은 자신의 이력을 자기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것을 커다란 도전으로 느낄 것이다. 그들 중 잘 헤쳐나가는 사람들은 자유와 기회를 흠뻑 음미할 것이고 다른 사람들은 회사 이후의 생활을 힘겹고 숨막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 사람들일수록 내가 이미 겪은 것처럼 자기 자신을 판매하고 자기 자신의 값어치를 결정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자신의 학습과 능력 개발을 잘 조정하고 자신의 여러 삶들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이런 것들을 가르쳐주는 학교는 아직까지 없다. 당신보다 앞서간 선배들의 힘겨운 경험과 교훈으로부터 어렵사리 배워야 하는 것이다.
5장. 새로운 자본주의와 그 딜레마
(205) 뭔가를 배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것을 가르치는 것이다. 물론 그런 선생에게서 배워야 하는 학생들은 괴롭겠지만 나는 그때 이래 가르침이야말로 내 생각을 발전시키는 탁월한 방법이라고 생각해 오고 있다.
(207) 그 작은 섬(싱가포르)에는 문자 그대로 아무 것도 없었다. 심지어 식수마저도 말레이시아 본토에서 끌어온 수도관에 의존해야 했다. 그는 국가의 장래를 국민들의 능력에 맡기는 모험을 걸었다. 요사이 말로 하면 국민들의 잠재적인 지적 재산이 가진 것의 전부였다.
(209) 새로운 제품과 제품 업그레이드는 우리의 구매욕을 자극하여 그리하여 수요를 계속 창출한다. 마찬가지로 남들이 가진 것을 보면 나도 갖고 싶은 욕망, 혹은 남들이 갖고 있지 않은 것을 갖고 싶은 욕망이 생겨난다. 질투심도 그렇지만, 광고에 의해서 촉발된 패션도 수요의 중요한 자극제이다.
(210) 바로 그것이 성공적인 자본주의의 또 다른 문제이다. 동일한 장소에 머무르려면 전보다 두 배나 더 빨리 헤엄쳐야 하는 것이다.
(211) 풍요의 강(江)은 우리를 그 위에 태우고 아주 빠르게 흘러간다. 하지만 우리가 둑을 쳐다보지 않고 주위의 사람들만 바라본다면 우리가 흘러가고 있다는 사실조차 의식하지 못하게 된다.
(218) 이런 여러 가지 갈등하는 목표들이 주주의 가치라는 단 하나의 숫자 아래 통합되어야 한다는 것은 너무 순진한 견해이다. 이런 여러 목표들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아야 하기 때문에 최고 경영자의 일이 어려워지는 것이다. 만약 이런 목표 중 어느 하나에만 집중하게 되면 나머지 목표는 소홀히 하게 된다.
(230) 미국인들은 정직과 신뢰의 붕괴를 보아왔다. 시민들이 보편적 네트워크를 공유하고 상부상조하는 사회적 자본주의 제도가 붕괴의 위기에 처해졌다. 이렇게 된 것은 조야한 개인주의와 '나 홀로' 사회 때문이다.
애덤 스미스는 늘 이렇게 주장했다. 시장제도는 공감에 바탕을 두고 있다. 자기 이웃을 보살피고 자기가 번 것을 불우한 사람들과 나누려는 공감이 있어야만 시장제도가 잘 굴러갈 수 있다. 이런 공감이 없다면 시장의 거래를 지탱해 주는 신뢰의 기반이 붕괴된다.
(232) 사람은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으면 더 이상 손에 들어온 그것을 원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성공의 역설이기도 하다. 역설적이게도 사회 구성원에게 그들이 얻고 싶어하는 것을 비교적 젊은 나이에 얻게 해주는 사회는, 나중에 그 사회의 활동가들 사이에 번지는 권태의 파도에 일찍 노출된 다는 것이다.
(243) 세계의 가난한 나라들은 성공적인 자본주의를 만들어낼 조건을 다 갖추고 있는데, 단 하나 자본이 없다. 가난한 나라들은 엄청난 자산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런 자산을 유동적인 가용(可用) 자본으로 전환하는 힘이 전혀 없다. - 에르난도 데 소토, 자본의 신비(The Mystery of Capital)
(252) 나는 '머무르는 곳 없음의 위험(the perils of placelessness)'에 직면한 '조급한 엘리트들'에 대해서는 별로 동정심이 생기지 않는다. 그것은 그들이 자기 자신을 향하여 사치스러운 가학(加虐) 태도를 부과한 것이기 때문이다.
(253) 자본주의는 거대한 강이다. 만약 그 강이 범람해 버리면 그 주위에 있는 모든 것들은 수장(水葬)되어버리고 만다.
(255) 자본주의가 잘 돌아가고 또 제 발등을 찍지 않으려면 우리는 전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자본주의를 운영해야 한다.
(255) 경쟁하지 말라. 일을 남들과 다르게 처리하고 승리의 개념을 재규정하라. 적어도 자본주의는 우리에게 그렇게 할 가능성을 준다. 홍수에 휩쓸려갈 때에는 선택안을 생각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홍수는 때때로 우리를 새로운 장소, 새로운 가능성으로 데려다준다.
(256) 내 여행의 마무리 지점에서 이런 생각을 해본다. 만약 좋은 사회를 만들려는 미국인의 정력과 자신감, 케랄라 사람의 매력과 다정함, 싱가포르 사람의 극기심과 결단력을 종합할 수 있다면 우리는 가장 좋은 형태의 자본주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하나의 교차문화적(cross-cultural) 기적이 될 것이다.
(257) 부의 창출을 무작정 극대화하면 왜 우리가 그런 부를 원하는지 그 이유를 잃어버리게 된다. 반면 이데올로기에만 너무 집착하면 수단을 소홀히 하게 된다. 공산주의는 원대한 목적을 갖고 있었다. ("모두를 위한 더 좋은 사회를 건설하는 데 있어서 모든 사람을 공평하게 참여시키자"). 하지만 그들은 그런 목적을 수행하는 효과적인 수단을 갖고 있지 않았다. 자본주의는 부를 창출하는 수단에 대해서는 많은 것을 알고 있지만 그 목적에 대해서는 불분명하다. 그래서 그 부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또는 무엇을 위한 것인지 잘 모르는 것이다. 만약 이런 현상이 심화된다면 바로 그때가 자본주의의 몰락 시점이 되는 것이다.
제3부 _ 독립된 생활 - 인생 스크립트 새로 쓰기
(259) '좋아, 그런대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우리의 삶은 단 한번뿐이고 그러니 그 삶을 영위하면서 그저 근근이 견뎌나가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결국 인생의 목적은 무엇인가?
6장.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 포트폴리오 생활
(261) "그런 열정은 어디서 찾죠?"
"꿈속에서."
(263) 어딘가에 소속되고 싶은 마음과 자유롭게 되고 싶은 마음 사이의 갈등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265) 나 자신의 인생을 계획하려면 직감에 따른 반응 이상의 것, 그러니까 전략이 있어야 했다. 그리고 어떤 전략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그것은 사명감 혹은 내재된 목적의식에서 흘러나와야 한다.
(266) 내가 볼 때, 인생은 우리가 가지고 놀 수 있는 유일한 것으로서 우리는 그것을 가지고 좀더 유익한 어떤 것을 만들어내지 않으면 안 된다.
(266-267) 열정은 그들의 핵심 동력(動力)이었다. 그들이 하고 있는 일에 열정적인 믿음을 갖고 있었고, 그런 열정은 어려운 시기에도 수그러들지 않고 오히려 그들의 삶의 목적을 지탱해 주었다. 열정은 사명이나 목적보다는 훨씬 강한 단어이다. … 선교사들은 오로지 설교만 하지만 열정적인 사람들은 산(山)을 움직이는 것이다.
"그런 열정은 어디서 찾죠?"
그들은 묻는다.
"꿈속에서."
내가 대답한다.'
"우리는 잠을 자면서 꿈을 꾸지.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낮에도 꿈을 꿔. 이런 사람들은 아주 위험하지. 자신의 꿈을 반드시 이뤄내고 마니까 말이야."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되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창조하고 싶은 것에 대한 꿈이 있다. 하지만 그것이 부자가 되고 싶다. 아이를 많이 낳고 싶다. 그저 행복해지고 싶다 등의 막연한 꿈이라면 그것은 꿈이라기보다는 희망에 가깝다. 열정은 막연한 희망으로부터는 생겨나지 않는다.
(268) 나는 소설이나 희곡을 써보는 것도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일에 열정이 없었기 때문에 결국 쓰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모든 일이 다 그렇지만 하나의 좋은 아이디어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269) 반면 나의 꿈처럼 반쯤 잠겨 있는 꿈은 인생의 다른 측면을 경험하게 만든다.
(270) "실험을 해보라. 마음에 드는 것은 뭐든지 해보라. 하지만 그것이 하나의 열정으로 성숙하게 될 때까지 그것을 당신 인생의 중심으로 여기지 말라. 그것은 오래가지 못할 테니까."
(270) 그것은 프리랜서로서 무슨 일을 하든 그 사람의 품질을 보장하는 것은 그의 최근 일 혹은 프로젝트 뿐이라는 것이다. 그의 과거 명성이나 경력은 아무런 보장이 되지 못한다.
(271) 작가는 과거의 아이디어를 여전히 다루지만 새로운 현실에 비추어 재해석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여 새로운 통찰, 새로운 관점, 새로운 경험을 나눠줄 수 있기를 희망하는 것이다.
(272) 나는 우선 나의 경쟁자들이 쓴 책들을 모조리 읽어치우는 것으로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얻은 결론은 이런 것이었다. 경영서는 좋은 개념들로 가득 차 있으나 읽기에 너무 따분히다.
(272) '남보다 더 잘하려고 하지 말고 남들과 다르게 하라.'
(273) 나는 톨스토이와 도스토예프스키가 그 어떤 경영서보다도 회사 속의 개인이 처한 시련과 고난에 대해서 많은 것을 말해 준다는 것을 알았다. 내 책이 그런대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것은 톨스토이 덕분이었다. 내 책은 다른 경영서보다 우수하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확실히 다르다는 것만은 분명했다.
(273-274) 남들보다 낫기보다는 다르게 되자.
이 화두를 곰곰이 생각하면서 나는 새로운 통찰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으려면 자신의 전문지식 분야에서 과감히 탈피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회사들을 상대로 종종 지적하듯이, 진정한 혁신은 해당 산업 혹은 회사 바깥에서 온다. 회사 내부에서 오는 것은 친숙한 것의 변형일 뿐, 진정으로 새로운 것이 아니다. 나는 이 통찰이 남보다 낫기보다는 다르기를 바라는 모든 사람에게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사물을 새롭게 보기 위해 혹은 새로운 것을 보기 위해 때때로 낯선 세계를 거닐어야 한다.
(274) 과학의 획기적인 돌파구(가령 상대성 이론)는 생활 속의 어떤 분야에 있는 아이디어를 빌려다가 생활의 다른 분야에 하나의 비유로 적용할 때 발생한다. 그렇게 한번 해보라. 그러면 낯선 사물을 새로운 방식으로 보게 되고 또 기존의 데이터들을 새롭게 연결시켜 새로운 경지로 들어가는 들어가는 문을 열게 된다.
(274) 나는 경쟁자들의 책을 읽는 것을 중단했다. 그 대신 개념을 찾기 위해 역사책, 전기, 소설들을 닥치는 대로 읽기 시작했다. 그런 책들은 인생의 여러 가지 문제들로 가득 들어차 있었고 또 인생이야말로 내가 환히 밝혀서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고 싶은 문제였다.
(278) 아무튼 쓰기, 강연하기, 방송하기는 내 학습의 뼈와 살이 되었고 또 그것을 지탱해주는 철골이 되었다. 나는 강연에서 새로운 개념이나 비유를 시험해 본다. 만약 좋은 반응을 얻는다면 그것을 나중에 내 책 속에다 편입시킨다.
(278) 다른 세계로 걸어 들어가서 보고 듣고 살펴라. 그런 다음 그런 견문을 당신의 세계를 새롭게 조망하는 수단으로 삼고 또 그 새로운 개념을 부지런히 사용하여 당신의 의식(意識)의 일부분으로 만들라. 만약 그 개념이 차이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재빨리 내다버리고 다른 곳에서 다시 찾도록 하라.
(280) 남의 것을 엿보는 것은 아주 강력한 학습의 방법이다. 하지만 그저 배우는 데에만 그쳐서는 안 되고 그렇게 엿본 아이디어를 실천에 옮길 수 있어야 한다.
(283) 당신은 당신 내부에 있는 검증되지 않은 가능성을 최대한 발현해야 한다. 당신은 그런 의무를 회피할 수 없다. 그럭저럭 살아가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283) 르네상스 시기의 철학자 마르실리오 피치노는 그것을 다음과 같이 잘 요약해 놓았다. "우리는 본질적으로 우리 내부에 있는 가장 위대한 '그것'이다." 피치노는 '그것'을 영혼이라고 불렀다.
(283-284)
"여보, 당신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자랑스러워요?"
어느 날 저녁 아내가 물었다.
"좋아, 그런대로."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어때요, 특별한 사람들이에요?"
"좋아, 그런대로."
"그럼 당신 회사 셸은 좋은 일을 하는 회사인가요?"
"응, 좋아. 그런대로."
아내는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나는 '좋아, 그런대로'의 태도를 가진 사람과 한평생을 보내고 싶지는 않아요."
(284) '좋아, 그런대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우리의 삶은 단 한 번뿐이고 그러니 그 삶을 영위하면서 그저 근근이 견뎌나가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결국 인생의 목적은 무엇인가? 그 질문은 여전히 나를 따라다니는 화두이다.
7장. 일 구획짓기
(285) "포트폴리오 인생은 러시아워 때의 혼잡한 지하철을 타지 않습니다. 그들이 거기 없기 때문이 아니라 당신이 그 구성원이 아니기 때문에 그들을 보지 못하는 겁니다."
(286) 우리는 주변 환경에 대하여 우리가 보고 싶어하는 것만을 본다. 우리는 우리의 견해와 편견을 지지해 주는 신문을 읽고, 우리처럼 생긴 사람과 일하고 사귀기를 좋아한다. 우리는 도시의 반대쪽으로는 가고 싶어하지 않으며 지하철 속에서 낯선 사람과 이야기를 하지도 않는다.
(288) 이제 일에 대한 나의 이론을 나 자신에게 적용할 시간이었다. 그 동안 안정된 직장에 있으면서 설교만 해왔던 그 이론을 나 자신이 직접 실천해야 했다. 나는 일이 인생의 기본적인 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 누구도 일 없이는 살 수가 없다. 포트폴리오 인생에서 새롭게 발견한 것처럼 일 없는 생활은 의미 없는 생화이었다.
(293) 독립적인 벼룩은 기댈 곳이 자기 자신밖에 없다. 돈 버는 일의 미래를 확보하려면 공부하는 일이 본질적인 것이 되어야 한다. 내 경우, 공부의 핵심은 나의 글쓰기이다.
(294) "밭에다 거름을 주기도 해야지만 때로는 변화를 줄 필요가 있어요. 그리고 밭을 놀려서 정말로 쉴 기회를 주어야 해요."
나의 생활 또한 그렇다고 나는 생각했다. 포트폴리오 일은 그것이 일종의 윤작이라는 데에 매력이 있다. 공부하는 일도 쉬는 시간이 충분해야 비로소 윤택해진다. 너무 많이 빨리 쓰면 그 다음날은 아무것도 못하는 것이다. 어느 날 저녁에 어떤 책을 너무 많이 읽으면 그 다음 날 그 책을 다시 읽어야 하는 것이다. 나는 어떤 날은 글을 읽거나 쓰고, 어떤 날은 앉아서 생각을 하고, 어떤 날은 그냥 앉아만 있다.
(295) 나는 책과 씨름하는 나의 진짜 일을 감당하기 위하여 심신을 단련시키는 운동을 해야 하는 것이다.
(296) 우리는 내가 공부하는 일에 연간 1백 일을 배당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공부하는 일은 글을 쓰고 글쓰기를 준비하고 독서하는 것을 모두 포함했다. 그것이 나의 돈 버는 일의 기반이 될 것이었다.그러니 그 일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필수적이었다.
(299) 정말로 돈을 벌려고 한다면 내가 잘하는 것, 가령 관리자들을 가르치는 일을 해야 했다. 가르치는 일은 내 가 떠나온 세계로 다시 돌아가는 것을 의미했으나 가족을 부양하는 데 필요한 돈을 벌자면 그게 가장 빠른 길이었다. 그러고 나면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인 글쓰기를 마음껏 할 수 있는 것이다. 포트폴리오 인생은 필요한 것과 바람직한 것을 잘 뒤섞을 수 있어야 한다.
(299-300) 나는 일이란 돈, 만족, 친구, 창조성, 심지어 멋진 주거지역 등을 한꺼번에 하나의 꾸러미로 해결해 주는 어떤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성장해 왔다. 그런 생각을 작고 있었으니 직장에 자꾸만 실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제 포트폴리오 생활을 하면서 나는 그런 꾸러미를 해체하게 되었다. 어떤 일은 돈 때문에 하고 어떤 일은 다른 이유로 하는 식으로 말이다.
(302) 돈을 버느라고 많은 시간을 투입하게 되면 우리가 정말로 원하는 일을 할 시간이 그만큼 적어진다는 거야.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은 내 경우엔 글쓰기이고 아내의 경우에는 사진을 찍는 것이지. 우린 돈의 노예가 되고 싶지 않아. 우리가 충분한 돈의 액수를 낮추면 낮출수록 다른 일을 할 자유는 그만큼 더 많아지는 것야. 돈을 너무 강조하면 돈은 너를 해방시키는 것이 아니라 돈 버는 일에 꽁꽁 묶어둘 수 있어."
(303-304) 나는 프리랜서 노동자의 진정한 딜레마에 봉착했다. 나의 노동력과 재능을 어떻게 광고할 것이며, 어느 정도의 수수료를 부과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그것이었다.
(305) "당신은 브랜드가 필요해요."
(305) 사람들이 당신에게 강연이나 강의를 요구할 때, 당신이 무엇을 표상하는지 또 당신의 값이 어느 정도가 되는지 알아야 해요. 당신이 하는 일이 자랑스럽고 또 당신이 어느 의미에서 특별하다는 확신이 있어야만 당신을 팔아먹을 수 있어요. 좋아요. 브랜드라는 말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걸 명성이라고 해요. 아무튼 이 일을 계속하려면 명성을 확립해 그것을 계속 지켜나가야 해요."
나 자신을 하나의 브랜드로 보다니 좀 기이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아내의 말이 맞았다.
(305) 프리랜서의 생명은 명성, 명성, 명성인 것이다.
(307) 결국 중요한 것은 입소문, 만족해하는 고객, 성공적인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미래를 위해 씨앗을 뿌리고 기다리는 것과 같다.
(307) 나는 그것을 행운이라고 불렀지만 사실 우리는 모두 우리 행운의 제작자인 것이다. 나는 학생들엑 이런 말을 하곤 했다.
"사과는 예측하지 못한 순간에 우리 무릎 위로 떨어진다. 하지만 당신이 직접 과수원에 가서 나무를 약간 흔들어줄 때 사과가 떨어질 가능성은 더욱 많아지는 것이다."
(309-310) "포트폴리오 생활자는 자기 자신만을 위해 고용된 사람이다. 이것은 아주 자랑스러운 상황이기는 하지만 동시에 당신의 대타(代打)를 내세우지 못한다는 뜻도 된다. 어떤 게임을 하든 당신이 직접 뛰어야 한다. 늘 준비하면서 곧장 게임에 뛰어들 태세가 되어 있어야 한다…… 회사 생활에 비해본다면 조금 외로운 생활이다. 포트폴리오 생활은 늘 여기저기를 뛰어다녀야 하는 생활이다…… 회의 시간이나 날짜에 대하여 거의 통제권이 없다…… 포트폴리오 생활자는 사무실이나 비서를 두지 않는다. 요즈음은 노트북, e메일, 팩스의 시대이므로 당신은 이런 상황이 별로 문제되지 않는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문제가 된다." - 윈스턴 플레처
(311) 권력을 내주고 영향력을 받아온 사람이 가장 기쁘게 생각하는 순간은, 자신이 세상에 유포시킨 아이디어가 생전 만나본 적도 없는 사람에 의해서 채택되고 또 사용된다는 것을 발견했을 때이다.
(313) 자신의 칼로 밥 벌어 먹고 사는 사람은 칭찬과 함께 부상의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이다. 프리랜서(프리랜스 freelance는 원래 용병을 뜻하는 전쟁 용어이다) 생활은 노출된 생활이다. 그것은 자기 신념을 필요로 한다. 비평 혹은 혹평의 형태로 다가오는 피드백으로부터도 배우려는 의욕이 있어야 한다. 고객의 필요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능력은 동시에 혹평에 상처받기 쉽다. 그리고 그런 상처는 좀처럼 잘 아물지 않는 것이다. 인생의 모든 것에는 대가가 따라붙는다. 하지만 내 경험에 비추어 볼 때, 포트폴리오 일에서 오는 자유는 그런 대가를 지불하고도 남는 바가 있다.
(313-314) 포트폴리오 일은 대부분 외로운 작업이다. 내가 하는 포트폴리오 일은 대부분 단기간의 밀접한 인간관계로서 선상(船上)의 우정 같은 것이다. 배가 바다 위를 항해할 때에만 우정이 지속되고 배가 항구에 들어오면 그 우정은 곧 잊혀지는 것이다.
(314) 회사는 이제 많은 사람들이 거쳐가는 첫 번째 이력, 혹은 벼룩 생활로 가는 전주곡이 될 것이다.
(315) 벼룩들의 충성심은 첫째, 자기 자신과 자기의 미래를 위한 것이고 둘째, 자기의 현재 프로젝트, 팀, 그룹을 위한 것이고 셋째, 회사, 공동체, 혹은 가족을 위한 것이다. 하지만 이타적 관여(關與)의 정신이 없다면 다른 사람들에 대한 책임도 느끼지 못하고 책임이 없다면 남들에게 아무런 배려도 해주지 못한다. 벼룩 왕국의 진정한 위협은 이기적 사회의 점증하는 위협이다.
(316)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런 생활에 뛰어들어 인내하면서 나름대로의 공식과 포트폴리오를 찾아보기를 권한다. 그리하여 자기가 아닌 어떤 것으로부터 벗어나서 자기만이 할 수 있는 진정한 능력을 발견하고 또 자신의 영향력과 그 특별한 즐거움에 만족을 느껴보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삶을 꾸려나가는 진정한 자유를 얻기 바란다.
8장. 생활 구획짓기
(318-319) 아무리 자부심이 강하고 또 예민한 사람일지라도 남의 조언을 잘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내편인 사람들로부터 나오는 비판의 목소리도 경청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해놓은 일의 정당한 재판관이 되지 못한다. 저자들은 행복한 사람들이다. 그들을 도와주는 편집자는 경쟁자가 아니라 동지이면서 공모자인 것이다.
(319) 당신의 희망과 야망을 함께 나누는 다정한 비판가이자 친구가 있다는 것은 정말로 엄청난 혜택인 것이다.
(327) 성공적인 결혼 생활의 비결은 인생의 사이클이 바뀜에 따라 결혼 패턴을 적절히 바꾸어주는 것이다.
(330) 우리는 사정하는 고객에게 "노"라고 말하자면 강인한 마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335) 사실 구획짓기는 자신의 생활을 통제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핵심적인 요소가 되었다.
(338) 기업들이 일의 순서를 느슨히 하여 융통성 있게 함에 따라 우리들도 자유롭게 우리 생활의 구획짓기를 할 수가 있게 되었다. 우리는 설혹 수입이 좀 줄어들더라도 그런 자유를 적극 활용하여 일의 포트폴리오를 재편성해야 한다. 지금과는 반대되는 입장에 서보고 또 지금과는 다르게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되면, 생활의 우선 순위는 아주 다르게 보인다. 그리고 그런 때가 오기에 앞서 우리는 좀더 현명해져야겠다. 노벨상을 수상한 경제학자인 아미아르타 센(Amyarta Sen)은, 부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으로 측정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센의 정의를 적용해 본다면 구획짓기는 우리가 더 부자가 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맺는 글 _ 마지막 생각들 - 자유로운 개인들의 공동체
(343) "자네는 자네라는 존재가 지겹지도 않나?"
(345) 나는 나의 시간을 남에게 저당 잡히는 것이 싫다.
(350) 우리는 남들보다 뛰어나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남들과는 다르게 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그것은 승자독식의 형태가 아니라 모든 사람이 승자가 되는 그런 방식이다. 우리는 스스로 승자의 개념을 재정립할 수 있다. 그러려면 다양성은 인종의 다양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바람직한 생활 스타일의 다양성이 되어야 한다.
(351) 경쟁적 개인주의는 젊고 야심만만한 사람들에게 알맞다. 그것은 혁신과 창조를 추진하는 연료이고 기업을 육성하는 힘이면서 동시에 제도가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어 변화하도록 밀어붙이는 기관차이다. 이런 에너지가 없는 국가나 기업은 시들게 되어 있다.
(351-352) 나는 인생의 우선 순위를 바꾸고 싶어졌다. 그래서 사색, 우정, 반성 등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마감일과 요구사항에 쫓기지 않는 느릿느릿하고 한가한 삶을 선택하게 되었다.
(361) 나는 인격화된 신을 믿지 않는다. 어쩌면 나의 유년 시절에 대한 반작용인지 모르지만 우주의 모든 일에 간섭하는 지고한 존재의 개념도 나에게는 역겹게 들린다. 하지만 기독교적 이야기와 기타 유대교, 불교, 이슬람, 힌두교의 이야기들이 인간조건과 인생의 의미에 대해서 많은 것을 말해 준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이것들은 이야기이지 역사가 아니다. 다시 말하면 하나의 신화로서, 사람들이 추상보다는 구상, 의미 있는 이야기, 메시지가 있는 그림 등을 믿었던 시대의 이야기인 것이다. 그것은 당시의 개인과 사회에 대하여 중요한 진실을 말해 주고 있다.
(362) 부활은 지금 여기 이 세상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지, 저 별들 너머의 어딘가에 있는 나중의 세계가 되어서는 안 된다.
(362) 나는 인생이 내 안에 있는 진리를 찾아가는 지속적인 추구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하면 나의 양심을 지키면서 살아가는 가운데 나 자신이 실현할 수 있는 어떤 존재를 실현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내가 아닌 어떤 것을 가지고 용케도 상황을 빠져나가는 그런 일은 하지 않는 것이다. 나는 거짓말을 할 때, 사람들의 환심을 사려고 할 때, 내가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억압해야 할 때, 나 자신이 먼저 그것을 느낀다. 그리하여 나는 이탈리아의 르네상스기 인물인 마르실리오 피치노의 사상으로 되돌아간다. 우리의 영혼은 우리 내부에 있는 가장 위대한 것, 우리의 가능성인 것이다.
(363) 나의 잠재된 캐퍼빌러티(capability)를 찾아야겠다는 오래된 추구가 나를 지탱해온 힘이었다.
(364) 이 말을 하면서 문득 하이게이트 공동묘지에 있는 칼 마르크스의 저 유명한 묘비명이 생각난다. 그는 이 말로써 자신의 인생을 변명하고자 했다고 한다.
"철학자들은 오직 세상을 해석하기만 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우리가 진정으로 변화시키겠다는 의욕만 갖고 있다면 세상은 변화하는 것이다.
우리 개개인이 해야 할 일은 자기 판단에 올바르다고 생각되는 인생관에 입각하여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나가는 것이다.
(365) 중국 속담에는 이런 말이 있다. "행복은 할 일이 있는 것, 바라볼 희망이 있는 것, 사랑할 사람이 있는 것, 이 세 가지이다."
나는 그 행복을 계획하고 있다.
#4. 내가 저자라면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있다. 제1부는 자신이 포트폴리오 인생을 시작하기 전, 어린 시절의 삶과 교육 등을 통해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 본다. 그는 말한다. "우리의 과거는 불가피하게 우리의 현재와 미래의 일부분이다. 생애의 후반기에 접어들어 벼룩의 생활을 영위하려면 먼저 나 자신에게 충실해져야 한다. 자기가 아닌 다른 어떤 것을 염원하거나 가장하는 것은 부질 없는 일이다."
제2부에서는 자본주의의 과거, 현재, 미래를 통해 우리 사회의 변화와 미래에 대해 짚어본다. 그리고 앞으로는 'R 경제' 등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경제 방식이 대두될 것임을, 코끼리 같은 대기업과 함께 더 많은 프리랜서들인 '벼룩'들이 등장하게 될 것임을 말하고, 자신이 소망하는 자본주의의 미래를 그려본다.
"만약 좋은 사회를 만들려는 미국인의 정력과 자신감, 케랄라 사람의 매력과 다정함, 싱가포르 사람의 극기심과 결단력을 종합할 수 있다면 우리는 가장 좋은 형태의 자본주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하나의 교차문화적(cross-cultural) 기적이 될 것이다." (p. 256)
그리고 제3부에서 자신이 어떻게 포트폴리오 생활을 시작했는지, 또 벼룩으로서의 삶을 꾸려나갔는지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혼자만의 삶을 사는 것은 결국 다른 사람이 아닌 온전한 자기 자신으로서 살아나가는 것임을, 인생의 목적을 찾는 여정임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일과 생활을 구획짓는 자신의 방법에 대해 설명한다.
이 책은 날카로운 통찰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읽는 사람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다. 분명 자본주의 사회의 미래와 자기 경영에 대해 논하는 경영서임에도 불구하고, 딱딱하지 않고, 읽는 이에게 무언가를 억지로 강요하지 않는다. 그러나 편안하게 읽어 내려가다 보면 어느새 그의 주장에 젖어 든다. 설득당하는 것이 아니라, 인도되는 느낌이다. 이는 '남들보다 낫기보다는 다르게 되자'는 자신의 저술 방향과 어린 시절, 아일랜드 시골 목사관에서의 경험, 그리고 셰익스피어,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에서 받은 영향 등이 한데 결합되어 일어나는 일종의 연금술인 듯 하다.
단지 말과 이론이 아닌, 직접 몸으로 실천한 현실과 실행의 언어이기 때문에 그의 글에는 사람을 움직이는 힘이 담겨 있고, 단지 기업의 이익을 추구하는 경영 컨설턴트의 시각 뿐 아닌, 사회적인 책임과 자본주의의 미래를 고민하는 사회 철학자로서의 균형 잡힌 시각을 갖추고 있기에 그의 책은 우리에게 신뢰를 준다.
다만 포트폴리오 생활자로의 삶과 변화가 더욱 궁금했던 나로서는 전체 분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제2부. 인터넷 시대의 기업문화'가 조금 아쉬웠다. 분명 미래의 변화에 대해서 말하고, 자본주의의 올바른 모습을 논의하는 것은 코끼리와 벼룩의 미래를 말하면서 꼭 필요한 부분이지만, 그 미래상에 공감하고, 변화를 준비하고 싶은 독자의 입장에서는 찰스 핸디가 가진 포트폴리오 인생의 노하우가 좀 더 궁금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의 말처럼 이 책은 하나의 지침일 뿐이다. 자신의 삶의 방식은 결국 직접 실행하고 부딪히면서 스스로 찾는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 길의 시작은 '산을 움직이는' 열정에서 시작된다. 그 열정은 어디에서 찾는가? 찰스 핸디는 말한다. "꿈 속에서." 그리고 덧붙인다.
"우리는 잠을 자면서 꿈을 꾸지.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낮에도 꿈을 꿔. 이런 사람들은 아주 위험하지. 지신의 꿈을 반드시 이뤄내고 마니까 말이야."
그가 충고하듯이 '열정은 막연한 희망으로부터는 생겨나지 않는다.' '하나의 좋은 아이디어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어떻게 자신의 인생을 통해 좀더 유익한 어떤 것을 만들어 낼 것인가? 그것이 바로 이 책의 화두이다. 책을 접는 내 마음 속에 르네상스의 철학자 마르실리오 피치노의 말이 오롯이 남았다.
"우리는 본질적으로 우리 내부에 있는 가장 위대한 '그것'이다."
#5. 맺는 글
이 책을 읽으면서 앞으로 내가 쓰고 싶은 책에 대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또 그가 이미 쓴 책 '홀로 천천히 자유롭게(New Alchemists)'가 내가 쓰고 싶은 책과 많이 닮아있음을 약간의 충격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안다는 것은 좋은 것이다. 변화의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나는 또 다른 길을 찾을 것이다. 그와는 다른 제 3의 길을 찾을 것이다.
이 책 '코끼리와 벼룩'은 벼룩의 삶을 살고 싶은 사람이 아닌, 단지 남들과 다른 삶을 살고 싶은 사람, 무언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고 싶은 사람에게도 좋은 통찰을 던져 준다. "우리는 사물을 새롭게 보기 위해 혹은 새로운 것을 보기 위해 때때로 낯선 세계를 거닐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우리 자신에게 그것을 강요해야 한다." 그리고 그의 차이를 만들어 내는 방법론을 명심하자.
"다른 세계로 걸어 들어가서 보고 듣고 살펴라. 그런 다음 그런 견문을 당신의 세계를 새롭게 조망하는 수단으로 삼고 또 그 새로운 개념을 부지런히 사용하여 당신의 의식(意識)의 일부분으로 만들라. 만약 그 개념이 차이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재빨리 내다버리고 다른 곳에서 다시 찾도록 하라." (p.278)
IP *.4.156.251
매력적인 책 한 권을 만났다. 노란색과 까만색의 작은 책 표지에는 '코끼리와 벼룩'이란 재미있는 제목과 함께 귀여운 코끼리와 벼룩 그림이 그려져 있다. '직장인들에게 어떤 미래가 있는가?'라는 작은 부제 또한 독자의 관심을 잡아 끈다. 책 안의 내용이 몹시 궁금해지는 깔끔한 표지이다.
이 책의 저자는 이 작은 책 만큼이나 매력이 넘치는 '찰스 핸디'란 할아버지다. 먼 나라 영국에 살고 있지만, 마치 이웃집 할아버지같이 친근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의 삶에서 사부님의 모습이 자꾸 오버랩 때문일까?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책에 담긴 내용은 그리 가볍지 않았다. 재미있게 읽혀졌지만 묵직한 울림으로 다가왔다. 이런 멋진 책을 쓴 찰스 핸디는 어떤 사람일까? 이 책을 꼭 닮은 그의 삶을 잠시 살펴보자.
#2. 저자에 대하여
찰스 핸디는 1932년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태어났다. 그는 어린 시절을 아버지가 목사로 재직하던 킬데어 샐린스의 세인트 마이클 목사관에서 보냈다. 그의 친가 쪽 선조들은 대대로 목사였고, 고모 할머니들은 모두 교사였다. 말 그대로 그는 "목사와 교사의 집안" 사람이었다. 셰익스피어의 '과거는 서막(序幕)'이란 말처럼 그의 혈통과 평화로운 시골, 목사관에서의 청빈하고 품위있는 생활은 그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찰스 핸디의 말처럼 "우리 생애의 씨앗들이 탄생의 초기부터 거기 있었"기 때문에…
그는 어린 시절 매일 교회에 다녔기 때문에 '최초 영역본 성서와 크랜머 공통 기도서'의 '아름다운 표현과 청명한 운율'을 영혼 속에 간직할 수 있었고, 고모와 고모 할머니들 틈에서 셰익스피어의 시를 읽으며 고전의 리듬을 배울 수 있었다. 그의 아버지는 조용한 분이었고, 별로 스포츠를 즐기지 않았기 때문에 그 또한 운동에는 별로 취미를 갖지 못했다고 회고한다. 이처럼 인생의 많은 것들은 우리가 미처 깨닫기도 전에 결정되곤 한다.
그는 시골의 목사관에서 평화로운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젊은 날의 그는 가난하고 조용한 아버지와는 다른 삶을 살고 싶었다. "부자가 되고 싶었고 교회에서 탈출하고 싶었다." 십대 때 그는 이렇게 결심했다. "다시는 가난하게 살지 않겠으며 교회에는 다시 가지 않겠노라고."
그의 학창 시절은 그다지 유쾌한 기억으로 남아있진 않은 듯 하다. 그는 이렇게까지 말한다. "학창 시절이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나날이었다고 말하는 사람은 피학주의자이거나 아주 기억력이 나쁜 사람임에 틀림없다." 찰스 핸디가 자신의 고등학교 때까지의 교육을 '감옥' 또는 '연옥" 등의 용어로 표현하는 걸 보면 나쁜 교육이 꼭 우리나라만의 문제만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그는 고등학교 때, 운좋게 '슬레이버(Slaver)'란 별명의 담임 선생님을 만났고, 그는 찰스 핸디에게 자신감과 '황금의 씨앗(golden seed)'을 물려주었다. 또한 그는 찰스 핸디에게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다닌 더블린의 트리니티 칼리지가 아닌 옥스퍼드에 입학하라고 권유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찰스 핸디는 옥스퍼드 대학의 오리엘 칼리지에 입학했고, 대학에 가서야 비로서 "스스로의 힘으로 사물을 분류하여 변화를 도모할 수 있는" 생각하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1956년 로열 더치 셸에 입사했다. 그러나 아폴로형 대기업이었던 '셸'은 자유로운 영혼이었던 그와는 잘 맞지 않았다. 그는 "아폴로형 세계에 갇힌 디오니소스였다." 그러나 대기업에서 근무하는 것 외엔 다른 방식의 삶을 배우지 못한 그는 10년 동안 셸에 재작한다.
그는 셸을 다니는 동안, 동남 아시아에서 마케팅 담당으로 6년을 근무하고, 본사에 돌아와서는 그룹 관리자 훈련 센터의 부책임자로 일하며 어느 정도 자신의 적성에 맞는 자리를 발견하지만, 회사에서 아프리카 리베리아 지사장으로 발령을 내자 1966년 회사를 그만두고, 런던 경영대학원으로 직장을 옮기게 된다. 드디어 그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시작한 것이다. 셸을 그만 두기 전, 그는 아내 엘리자베스 핸디와 이런 대화를 나누었다 한다.
"여보, 당신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자랑스러워요?"
어느 날 저녁 아내가 물었다.
"좋아, 그런대로."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어때요, 특별한 사람들이에요?"
"좋아, 그런대로."
"그럼 당신 회사 셸은 좋은 일을 하는 회사인가요?"
"응, 좋아. 그런대로."
아내는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나는 '좋아, 그런대로'의 태도를 가진 사람과 한평생을 보내고 싶지는 않아요." (p. 284)
당시 막 발족되었던 런던 경영대학원은 그에게 미국 MIT의 슬론 경영 대학원에서 1년 동안 유학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고, 그 곳에서 그는 경영에 정해져 있는 답이 없음을, 그리고 경영대학원에서 가르치는 내용의 대부분은 이미 자신이 경험으로 알고 있는 것임을 확인하고, 런던으로 돌아온다. 런던 경영대학원에서 1967년부터 기업 임원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1972년 전임 교수가 된다. 그리고 1977년부터 1981년까지 4년 동안 윈저성 내의 세인트 조지 하우스의 학장으로 근무했다.
1981년 7월 25일 그의 마흔 아홉 번째 생일 아침에 그는 '벼룩'으로서의 제 2의 삶, 자신이 말했던 '포트폴리오 인생'을 시작한다. 이후 지금까지 약 27년의 세월 동안, 그는 저술, 강연, 컨설팅, 방송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성공적인 포트폴리오 인생과 사회 철학자이자 경영 구루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 세계적으로 중요하고 영향력있는 비즈니스 구루를 선정하는 'The Thinker 50'에서 2001년에는 피터 드러커에 이어 2위를, 2005년에는 10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그는 남들보다 낫기보다는 남들과 다른 길을 가기를 원하는 사람이고, 경영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경영서가 아닌 톨스토이와 도스토예프스키에서 찾을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이런 믿음을 가진 그의 책을 읽는 것은 마치 "일요일 오후, 나뭇잎이 무성한 목사관에서 대화를 나누는" 듯한 편안한 느낌을 준다. 그의 저서들은 다음과 같다.
- Understanding Organisations (1976)
- The Future of Work (1984)
- Gods of Management (1985) 올림푸스 경영학
- Understanding Schools (1986)
- Understanding Voluntary Organisations (1988)
- The Age of Unreason (1989)
- Inside Organisations(1990)
- The Empty Raincoat (1994) _ 텅빈 레인코트
- Waiting for the Mountain to Move (1995) _ 산이 움직여주길 기다리는 사람들
- Beyond Certainty (1995) _ 비이성의 시대
- The Hungry Spirit (1997) _ 헝그리 정신
- New Alchemists (1999) _ 홀로 천천히 자유롭게
- Thoughts for the Day (1999) - (first published in 1991 as Waiting for the Mountain to Move)
- The Elephant and the Flea (2001) _ 코끼리와 벼룩
- A Journey through Tea - with Elizabeth Handy
- Re-invented lives (2002)
- Myself and Other More Important Matters (2006) - an autobiography and further reflections on life -
- The New Philanthropists (2006)
그러나 편안하게 읽히는 그의 저서들은 미래와 경영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제시해준다. 그는 '비이성의 시대(The Age of Unreason)에서 "핵심적인 코어(중심), 계약적인 주변부, 보조적인 노동력의 3개 잎새로 이루어진 회사"인 "클로버 회사(Shamrock Organization)"라는 앞으로의 대기업의 모습을 제시했고, '홀로 천천히 자유롭게(New Alchemists)에서는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나가는 '연금술사'의 비밀을 찾고 있으며, 이 책 '코끼리와 벼룩(The Elephant and the Flea)'에서는 포트폴리오 인생과 프리랜서의 삶에 대해 고찰한다.
이제 그가 말하는 대기업과 직장인들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 직접 벼룩의 삶으로 뛰어들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에 대한 자신의 이야기, '코끼리와 벼룩' 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참고 자료 : 위키피디아, The Thinker 50, BBC 홈페이지 등
#3. 내 마음에 들어온 인용문
들어가는 글 _ 인생의 중간에서 새로 시작하기 - 되돌아본 미래
(11) 나는 자유를 얻기 위해 안정을 내팽개치고 바로 그 새롭고 무모한 모험의 세계를 선택한 것이다.
(14) 나는 모든 진리가 3단계를 거친다는 철학자 아르투르 쇼펜하우어의 말로 자신을 위로했다. 그에 따르면 진리는 첫째 조롱을 받고, 둘째 반대를 받다가, 셋째 자명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15) 나는 예측만 가지고는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나는 내가 가르쳐온 것을 몸으로 실천해야 한다고 결심했다. 대기업의 보금자리를 떠나 나 혼자서 바람찬 들판에서 풍찬노숙하는 것이 무엇인지 느껴야 한다고 생각했다. 20세기 고용문화의 큰 기둥이었던 대기업, 그 코끼리의 세계에서 벗어나 벼룩처럼 나 혼자 힘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결심했다. 여기서 벼룩은 프리랜서를 가리키는 말이다.
(28) 코끼리에서 벼룩으로의 전환은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겪게 될 변화이다.
(30) 그들을 움직이게 만든 것은 열정이었다. 자신의 제품과 자신의 원칙이 훌륭하다는 정열을 그들은 갖고 있었다. 만약 어떤 것을 간절히 바란다면, 그것을 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하고 그런 지식과 기술을 어디서 발견할 수 있는지 알아내게 된다.
(32) 사람은 누구나 이런저런 기술을 가지고 있다. 까다로운 점은 그 기술을 사람들이 돈 주고 사가는 서비스나 제품으로 바꾸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33) 사실 인생의 교훈은 직접 살아나가면서 배우는 것이고 또 사후(事後)에는 그 삶을 반성하면서 얻어지는 것이다. … 하지만 그런 교훈들을 모두 모아놓으면 나의 신념이 되는 것이고, 내가 뒤섞여 살았던 세상에 대한 인식이 되는 것이고, 미래에 대한 나의 희망, 기대, 공포가 되는 것이고, 총체적으로 나의 인생철학이 되는 것이다.
제1부 _ 포트폴리오 인생의 시작
우리의 과거는 불가피하게 우리의 현재와 미래의 일부분이다. 생애의 후반기에 접어들어 벼룩의 생활을 영위하려면 먼저 나 자신에게 충실해져야 한다. 자기가 아닌 다른 어떤 것을 염원하거나 가장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나는 과거에 어떤 사람이었는가?
1장. 시작으로 되돌아가서
(37) 자기 자신을 알려면 먼저 자기 자신이 아닌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38) 시작은 언제나 중요하다. 우리의 과거는 불가피하게 우리의 현재와 미래의 일부분이다. 생애의 후반기에 접어들어 벼룩의 생활을 영위하려면 먼저 나 자신에게 충실해져야 한다. 자기가 아닌 다른 어떤 것을 염원하거나 가장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나는 과거에 어떤 사람이었는가?
(41) 만약 내가 그것을 바꿀 수 없다면 또 특별히 바꾸기를 원하지도 않는다면 그런 미덕이 장애가 되지 않는 생활방식을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나는 남들을 움직여야 할 책임이 없는 벼룩이 되었고, 내가 본 그대로의 진실을 말하는 작가가 되었다.
(53) 우리의 유년시절은 부모님의 책임이지만 대부분의 부모는 그 당시 인생 경험이 아직 짧아서 그들(부모) 자신의 시작(유년)이 그들의 끝(성년)을 결정한다는 것을 잘 모른다.
(54) "인생에 있어서 정말 중요한 것은 당신에게 실제로 벌어진 일이 아니라, 당신이 기억하고 있는 일과 당신이 그것을 기억하는 방식이다." - 소설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자서전 서두
(58) 인생은 무엇을 위한 것이며 우리가 이 지상에 존재하는 의미는 무엇인가? 그것은 아주 새로운 질문도 아니었다. 나는 철학을 공부했고 이런저런 이론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그것들을 나 자신에게 진지하게 적용해 본 적이 없었다.
(59) 나의 유년 시절은 드디어 나를 사로잡았다. T. S. 엘리엇은 이렇게 말했다. "네가 시작한 곳으로 되돌아가 이제 난생처음으로 그곳이 어떤 곳인지 알아보라."
(60) "어차피 인생은 리스크예요. 난 피곤에 찌든 직장인과 함께 사는 게 지겨워졌어요."
(61) 자유의 차변(借邊)에는 늘 혼자서 해내야 한다는 고독감이 기재되어 있다. … 그러나 행복이라는 저울대에서 무게를 달아본다면 거기에는 일말의 의심도 있을 수가 없다. 자유는 그 어떤 것보다도 무겁고 그래서 늘 이기는 것이다.
2장. 나는 무엇을 배웠나
(63) "출신 학교나 졸업 성적 따위는 따지지 않아요. 그들이 알고 싶어하는 것은 거기서 무엇을 했느냐는 거예요."
(67) 학교는 우리가 가정 이외의 더 넓은 사회를 경험하는 최초의 장소이다. 우리는 그곳에서 공식적, 비공식적 위계질서, 동료집단과 동아리, 친척이 아닌 사람 혹은 우리를 잘 모르고 또 원하지도 않는 사람을 상대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이런 중요한 곳이므로 학교 생활은 가능한 한 적극적인 경험의 장이 되어야 마땅하다.
물론 우리는 학교에서 읽기, 쓰기, 셈하기를 배워야 한다. 그것은 나중에 사회로 들어가는 문을 여는 데 꼭 필요한 기본적인 기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문 뒤의 인간적 시스템을 잘 다루지 못하는데 문만 열어서 무엇을 할 것인가.
(79) 아주 어린 나이에 존경하는 사람으로부터 '황금의 씨앗(golden seed)'을 물려받는 것이 인생에서는 아주 중요하다. 그것은 당신에 대한 칭찬 혹은 기대감의 표현으로서 당신의 자신감을 크게 강화시킨다. 슬레이버는 나에게 그런 씨앗을 주었다. 그것은 선생이 제자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다.
(80) 정말로 중요한 것은 생각하는 과정이었다. 내 스스로의 힘으로 사물을 분류하여 변화를 도모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한 것이었다.
(88) 바쁜 관리자들의 교육은 그들의 경험과 직접적으로 연결될 때 최대 효과를 거둔다는 것을 절감하게 된 것이다.
(90) 교실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현실을 분석하고 그것을 좀더 훌륭하게 개념화하는 것 뿐이었다.
(91) 나는 학교가 인생을 미리 실험하는 안전한 장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재능-우리 모두는 시험에서는 드러나지 않는 재능을 갖고 있다-을 발견하는 곳, 자기의 과제와 다른 사람에 대한 책임을 배우는 곳, 우리가 필요한 것이 무엇이고 그것이 언제 필요한지를 깨닫는 곳, 인생과 사회에 대한 우리의 가치와 신념을 탐구하는 곳, 이런 곳이 되어야 한다고 확신한다. 내가 볼 때 그런 것들이 지식 위주의 교과과정보다 더욱 매력적인 교과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학생들 모두에게 황금의 씨앗을 주어야 한다. 음악가, 기업가, 사회사업가인 어니스트 홀 경은 한 때 파블로 카잘스가 이런 글을 쓴 적이 있다고 말했다.
왜 우리는 학교의 학생들에게 그들의 본질을 가르치지 않는가? 우리는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해야 한다. "넌 네가 누구인지 아니? 넌 하나의 경이야. 넌 독특한 아이야. 이 세상 어디에도 너하고 똑같이 생긴 아이는 없어. 네 몸을 한번 살펴봐. 너의 다리, 팔, 귀여운 손가락, 그것들이 움직이는 모양 등은 모두 하나의 경이야. 넌 셰익스피어, 미켈란젤로, 베토벤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어. 넌 그 어떤 것도 해낼 수 있는 능력이 있어. 넌 정말로 하나의 경이야."
제2부 _ 인터넷 시대의 기업 문화 - 자본주의의 과거, 현재, 미래
3장. 새로운 경제와 그리 새롭지 않은 경제
(95) "회사의 소유주가 누구인가 하는 문제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 정말 중요한 것은 각 개인의 에너지, 특징, 창조정신이다. 그 나머지는 소음에 불과하다."
(101) 나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경제학을 배웠는데 그것은 현장에서 실물 경제를 통해 배우는 것이었다. 그 후 나는 내가 체험한 것이 칼 마르크스가 행한 분석의 핵심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것은 자본주의적 경쟁은 필연적으로 자본의 집중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107) 나는 아폴로형 세계에 갇힌 디오니소스였다.
(109) 네모 상자 안에 들어가 있으면 상자 바깥을 상상하기가 쉽지 않다.
(111) 마침내 나는 내가 가장 잘 하는 일에 집중하고 남들로부터는 그들이 제일 잘하는 것을 돈을 주고 사는 게 최선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설혹 그들의 일당(청구 금액)이 나의 같은 시간 수입보다 더 많다고 할지라도, 그들이 나보다 그 일을 더 빨리 더 잘해낸다면 지불해야 한다. 그게 여전히 이익인 까닭이다.
(118) 회사가 분산되면 될수록 독특한 개인들 사이의 신뢰는 더욱더 중요하게 된다. 이제 소위 R(Relationships) 경제가 된 것이다. 그래서 문제는 이것이다. 당신은 직함이 아닌 이름을 부를 수 있고, 정말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개인을 몇 명이나 알고 있는가?
(119) 만약 오늘날의 회사들이 효율적으로 일을 해내가고자 한다면 팀원들이 서로의 이름을 모두 알고 있는 소규모 운영단위를 창출해야 한다. 또 항공망도의 서로 다른 부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들 간에 대면(對面) 접촉이 있어야 한다.
(120) 당신은 하나를 이해하기 때문에 둘을 이해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둘은 하나 '그리고' 하나의 결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로 중요한 것은 여기에서 '그리고'의 역할을 이해하는 것이다.
(120) 이제 고객들도 개인적 욕구와 특성을 가진 이름있는 사람이 되었다. 이름이 곧 돈이다. 점점 더 우리는 독특한 개인으로 대접받기 위해 돈을 쓰고 있다.
(122) 이러한 상황에서 아이디어와 지식은 전보다 더 중요하게 되었다. 이제 그것은 기계 속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머리 속에 들어가 있다. 그 결과, 회사라는 형태는 개인화되었고 그 안에 독특한 개인 집단이 부상하게 되었다.
(123) 새로운 코끼리는 다음과 같은 네 가지의 중대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1. 기업의 규모를 계속 키우면서도 소기업적, 개인적 분위기를 간직하는 것.
2. 창조성과 효율성을 잘 종합하는 것.
3. 번영을 이루면서도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것.
4. 회사의 사주는 물론이고 아이디어의 소유자에게 충분한 보상을 하는 것.
첫 번째 도전 : 연방주의
(125) 연방주의(Federalism)은 인간적 규모의 공동체를 거대 규모의 복합체와 연결시키는 한 가지 검증된 방식이다. 점점 더 하나의 마을, 하나의 시장, 하나의 생태계, 하나의 정치체제를 지향하고 있는 세계를 상대로 하기 위해서는 거대 규모의 복합체가 필수적이다. 반면 우리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는 소규모의 조직 혹은 공동체의 존재도 필수적이다.
두번째 도전 : 연금술
(130) 역사가 아놀드 토인비는 21가지 경우의 실패한 문명을 검토한 끝에 그 패망의 원인을 이렇게 진단했다. " '중앙집중화된 소유권'과 '변화하는 상황에 대한 부적응'이 그 문명의 붕괴를 가져왔다."
(131) 이런 그들(연금술사)에게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그들은 열정적이다. …
둘째, 그들은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것을 뛰어넘어 자신의 꿈에 강하게 매달리는 능력을 갖고 있었다. … 이들의 이런 능력은 낭만파 시인 키츠가 말한 '부정적 능력(negative capability)'과도 통하는 것이다. …
"나는 그런 능력을 부정적 능력이라고 부르는데 그것은 사실이나 이성에 연연해하지 않으면서 불확실성, 신비, 회의 속에서 편안하게 있을 수 있는 능력을 말하지."
키츠가 볼 때, 부정적 능력은 곧 창조성과 같은 말이었다. 모든 현실이 다른 방향을 가리킬 때에도 자신의 꿈에 매달리는 끈질김 혹은 오만에 가까운 자신감. 바로 이런 것을 연금술사들은 많이 가지고 있었다. …
셋째, 연금술사는 제3의 눈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남들과는 다른 눈으로 사물을 보았다.
(133) 더욱 중요한 것은 연금술사들 대부분이 적당한 시기에 황금의 씨앗을 부여 받았다는 것이었다. 그들이 존경했던 교사, 첫 번째 상급자, 목사, 대부 등이 그들의 특별한 재능을 알아보고 그들이 그 분야의 특별한 사람이라는 것을 일깨워주었던 것이다.
(139) 영화산업은 연금술의 정수(精髓)라고 할 수 있다. 이 산업의 핵심은 무(無)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고 또 그것을 제품으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140) "회사의 소유주가 누구인가 하는 문제는 영화 제작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 정말 중요한 것은 각 개인의 에너지, 특징, 창조정신이다. 그 나머지는 소음에 불과하다." - 배리 딜러
세번째 도전 : 사회적 책임
(145) 회사들이 약간의 자선 행위로 명성을 살 수 있었던 시대가 지나갔다. 사람들은 이제 회사들이 얼마나 많은 돈을 버는가에만 관심 두지 않고 '어떻게' 그 돈을 버는가에 집중한다. 국가 예산보다 더 많은 매출을 올리면서 그 돈이 만들어지는 방식에 대해서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네 번째 도전 : 아이디어를 가진 개인
(147) 기업에서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것들 중 97퍼센트는 셀 수가 없는 것들이다. - W. 에드워즈 데밍
(148) "명성, 명성, 명성. 오, 나는 나 자신의 불멸(不滅)의 부분을 상실하였도다. 이제 내게 남은 것은 짐승 같은 것뿐." - 오셀로 中
(150) 이제 회사는 그 누구의 단독 소유도 될 수 없다.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바꾸는 사람들의 집단(회사)이 누군가가 임의로 소유할 수 있는 재산이라는 생각은 낡아빠진 생각이다.
(151) 프리랜서는 수수료를 청구한다. 프리랜서는 자신의 노하우 결과를 판매할 뿐, 노하우 자체를 판매하지는 않는다. 반면에 직원은 일의 결과가 아니라 시간을 회사에 팔아버림으로써 그 시간을 이익으로 전환시키는 노하우마저도 암묵적으로 함께 팔아버리는 것이다. 앞으로 점점 더 많은 프리랜서들이 자신의 지식을 철저히 통제하기 위하여 회사를 상대로 수수료를 청구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정의하기 애매모호한 지적 재산은 점점 더 벼룩들에게 속하게 될 것이고 점점 더 많이 코끼리들에게 임대될 것이다.
(153) "석기시대에서 경영자를 만들어내는 것은 가능하지만 경영자에게서 석기시대를 만들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러한 새로운 다위니즘적 (neo-Darwinian) 세계관 속에서 가장 이상적인 회사는 소규모 운영 단위, 유연한 위계제와 리더십, 개인의 개성을 존중하는 팀 프로젝트 방식으로 움직여야 한다. 다양성을 강조하지만 높은 신뢰감과 참여의식을 배양해야 한다. 자기비판적이지만 개인의 성취를 인정하는 보상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앞으로 회사들은 그런 회사가 되려고 노력해야 한다.
(154) 노동자가 생산의 수단을 장악해야 한다는 마르크스의 희망과 예언이 아주 기이한 방식(마르크스가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실현될지도 모른다.
4장. 달라지는 기업 문화 그리고 개인
(155) 오늘날의 충성심은 첫째가 자기 자신과 자기의 미래에 대한 것이고, 둘째가 자기 팀과 프로젝트에 대한 것이고, 마지막이 회사에 대한 것이다.
(156) "우리들이 다섯 살이 되기 이전에 발생한 테크놀로지의 변화는 하나의 규범으로 정착된다. 서른다섯 이전에 발생한 테크놀로지는 우리를 흥분시키고 새로운 가능성의 문을 열어준다. 그러나 서른다섯 이후의 테크놀로지는 우리를 당황하게 하고 난처하게 한다."
(161) Plus ca change, plus c'est la meme chose(아무리 변해봐야 결국은 그게 그거다). 아무리 새로운 세계라고 할지라도 그 자체의 새로운 기술 뿐만 아니라 과거의 낡은 기술도 필요한 것이다.
(162) e세계의 경영은 결국 상식의 문제이다. 정말로 어려운 것은 구체적인 실천인 것이다.
(165) "우리와 함께 여행하는 체험을 즐겨보세요."
이렇듯 체험 경제에서는 회사들이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라 추억을 파는 것이다.
(168) 소유는 따분한 것, 접속이야말로 중요한 것이다, 라고 제레미 리프킨은 『접속의 시대 The Age of Access』에서 말한다.
(168) 진정으로 개인적인 것이 되려면 사람과 사람의 접촉이 있어야 한다. 더욱이 모든 체험의 밑바탕에는 뭔가 견고한 것이 도사리고 있어야 한다. 좋은 연극이 없다면 극장은 공허한 체험이 될 것이고, 살 만한 물건이 없다면 쇼핑은 좌절의 체험이 되어버릴 것이다. 사람들은 켄텐츠가 핵심이라고 말한다. 지식과 아이디어가 컨텐츠의 대부분을 제공하는 정보 시대에 우리는 그런 컨텐츠를 제공해 줄 개인이 필요하다. 규모의 경제와 든든한 자금력이 필요한 테크놀로지는 코끼리 회사들이 통제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컨텐츠가 없으면 궁극에 가서는 가치가 없어진다. AOL은 인터넷에 접속하는 수단 그 이상이 되지 못하다가 타임워너를 사들여서 그 회사의 모든 컨텐츠를 이용할 수 있게 되자 비로소 전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었다. 이처럼 컨텐츠는 구체화된 아이디어이고, 아이디어는 혼자 혹은 집단으로 존재하는 개인으로부터 나온다.
그러므로 과거에도 그랬지만 재능은 귀중한 것이고 미래에는 더욱 귀중해질 것이다.
(177) 이 새로운 세상에서 아이디어, 정보, 지능은 새로운 부의 원천이다. 그러나 이 부는 종류가 다르다. 나는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당신에게 모두 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다음에도 나는 땅이나 현금과는 다르게 여전히 그 지식을 소유한다.
(178) 앞으로는 소유보다 접속이 더 중요하게 될 것이다. 또 어떻게 보면 비소유적(非所有的) 재산의 세계가 경제를 활성화시킬지도 모른다.
(179) 지식의 소나기는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가까이에 있는 사람이나 멀리에 있는 사람이나 따지지 않고 공평하게 내릴 것이다. 이렇게만 된다면 모든 사람을 위한 공평한 교육은 하나의 현실태(現實態)가 될 것이다.
(181) 우리는 불가피한 것은 무시할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야 하고 또 그것을 너무 지나치게 좋아하지도 말아야 한다. 인간이 늘 그래 왔듯이 우리는 결국 적응할 것이고 궁극적으로 생활, 사랑, 웃음은 계속될 것이다.
(181-182) 봄의 냄새는 여전히 아름다울 것이다. 정보는 거대한 쇳덩어리나 자동차보다 우리 환경에 피해를 덜 입힐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봄의 냄새가 더욱 아름다울지도 모른다. 그리고 셰익스피어의 연극은 사랑, 질투, 야망과 탐욕, 자존심과 동정심, 죽음과 인생의 의미 등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더욱 많은 감동을 줄 것이다. 사실 그런 것들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183) 혼란의 와중에서 가능성을 엿보기는 정말 어렵지만 창조성은 혼란에서 태어난다.
(183) 무엇보다도 전(全) 산업의 중간(허리 부분)이 사라지고 있다.
(188) 그 이유는 해석이 없는 정보는 자료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것을 유익한 지식으로 전환하려면 철저한 분석, 맥락의 이해, 해당 분야의 전문지식 등이 필요한 것이다. 그렇게 하자면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생의 많은 분야에서 자기 자신을 교육할 시간이나 여력이 없다. 따라서 많은 산업들의 중간은 여전히 필요할 것이지만 그 존속 형태는 아주 새로울 것이다. 물품을 배달하는 조직은 안내인, 해석가, 교사 등으로 대치될 것이다. 주로 개인이거나 소기업인 이들은 전자적으로(인터넷 이용) 움직이면서 방대한 자료를 소비자의 필요에 따라 적절히 가공할 것이다. 중간 지대의 일은 여전히 남아 있겠지만 그 형태는 다를 것이다.
(188-189) 전통적 기업들의 중간배제 현상은 그 비어버린 중간을 새로운 방식으로 채우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그러나 전통적 산업에 현재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은 앞날의 변화에 재빨리 반응할 것 같지 않기 때문에, 신규세력이 그 빈 공간을 파고들 것이다. 바로 이때문에 당신은 상자(인식의 틀) 안에서만 안주하지 말고 그 상자 밖으로 나가서 그것을 어떻게 재디자인할 것인지 살펴야 한다. 종종 빈 중간을 메울 새로운 세력은 관련 업계 바깥에서 올 것이기 때문에 이미 그들이 와버린 다음에야 관련 업계의 종사자 눈에 띄게 된다. 변화는 우회로를 따라오기 때문에 익숙한 길을 따라가는 기존의 종사자들을 완전히 제쳐버리는 것이다.
(193) 고용 가능성(employability)'은 '프리랜서처럼 생각하는 것'을 의미하게 되었고 많은 직원들이 그렇게 이해하고 있다. '유연성(flexibility)'은 아무에게도 장기간에 걸쳐 그 어떤 것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194) 이제 엄연한(어쩌면 좋은 것일지도 모르는) 진실은 이런 것이다. 우리는 정규 직장에서의 생활이 끝난 뒤에도 일을 계속해야 할 것인데 그것은 정규 직장의 연속이 아니라 이런 일, 저런 일을 그러모아 만든 '포트폴리오' 일이 될 것이다.
(195) 미래에는 인생이 좀더 구획적(區劃的)으로 될 것이다.
(197) 미래의 회사 사무실은 지금처럼 칸막이가 쳐지고 근무자 이름이 붙여진 자그마한 공간이 무수히 들어선 형태가 아니라, 골프장의 클럽하우스 비슷한 형태가 될 것이다. 클럽은 멤버와 초청객들만이 들어갈 수 있는 곳으로서 클럽 내부의 각 방은 기능(식사, 회의, 독서 등)에 따라 나누어지고 개인별로 배정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멤버에게 공개되는 것이다.
(198-199) 직업 스펙트럼의 다른 쪽 극단에는 독립적인 사업가 혹은 연금술사가 포진하고 있다. 이들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다.
(200) 나처럼 평생 직장 생활을 교육받았고 또 생각했던 사람들은 자신의 이력을 자기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것을 커다란 도전으로 느낄 것이다. 그들 중 잘 헤쳐나가는 사람들은 자유와 기회를 흠뻑 음미할 것이고 다른 사람들은 회사 이후의 생활을 힘겹고 숨막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 사람들일수록 내가 이미 겪은 것처럼 자기 자신을 판매하고 자기 자신의 값어치를 결정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자신의 학습과 능력 개발을 잘 조정하고 자신의 여러 삶들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이런 것들을 가르쳐주는 학교는 아직까지 없다. 당신보다 앞서간 선배들의 힘겨운 경험과 교훈으로부터 어렵사리 배워야 하는 것이다.
5장. 새로운 자본주의와 그 딜레마
(205) 뭔가를 배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것을 가르치는 것이다. 물론 그런 선생에게서 배워야 하는 학생들은 괴롭겠지만 나는 그때 이래 가르침이야말로 내 생각을 발전시키는 탁월한 방법이라고 생각해 오고 있다.
(207) 그 작은 섬(싱가포르)에는 문자 그대로 아무 것도 없었다. 심지어 식수마저도 말레이시아 본토에서 끌어온 수도관에 의존해야 했다. 그는 국가의 장래를 국민들의 능력에 맡기는 모험을 걸었다. 요사이 말로 하면 국민들의 잠재적인 지적 재산이 가진 것의 전부였다.
(209) 새로운 제품과 제품 업그레이드는 우리의 구매욕을 자극하여 그리하여 수요를 계속 창출한다. 마찬가지로 남들이 가진 것을 보면 나도 갖고 싶은 욕망, 혹은 남들이 갖고 있지 않은 것을 갖고 싶은 욕망이 생겨난다. 질투심도 그렇지만, 광고에 의해서 촉발된 패션도 수요의 중요한 자극제이다.
(210) 바로 그것이 성공적인 자본주의의 또 다른 문제이다. 동일한 장소에 머무르려면 전보다 두 배나 더 빨리 헤엄쳐야 하는 것이다.
(211) 풍요의 강(江)은 우리를 그 위에 태우고 아주 빠르게 흘러간다. 하지만 우리가 둑을 쳐다보지 않고 주위의 사람들만 바라본다면 우리가 흘러가고 있다는 사실조차 의식하지 못하게 된다.
(218) 이런 여러 가지 갈등하는 목표들이 주주의 가치라는 단 하나의 숫자 아래 통합되어야 한다는 것은 너무 순진한 견해이다. 이런 여러 목표들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아야 하기 때문에 최고 경영자의 일이 어려워지는 것이다. 만약 이런 목표 중 어느 하나에만 집중하게 되면 나머지 목표는 소홀히 하게 된다.
(230) 미국인들은 정직과 신뢰의 붕괴를 보아왔다. 시민들이 보편적 네트워크를 공유하고 상부상조하는 사회적 자본주의 제도가 붕괴의 위기에 처해졌다. 이렇게 된 것은 조야한 개인주의와 '나 홀로' 사회 때문이다.
애덤 스미스는 늘 이렇게 주장했다. 시장제도는 공감에 바탕을 두고 있다. 자기 이웃을 보살피고 자기가 번 것을 불우한 사람들과 나누려는 공감이 있어야만 시장제도가 잘 굴러갈 수 있다. 이런 공감이 없다면 시장의 거래를 지탱해 주는 신뢰의 기반이 붕괴된다.
(232) 사람은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으면 더 이상 손에 들어온 그것을 원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성공의 역설이기도 하다. 역설적이게도 사회 구성원에게 그들이 얻고 싶어하는 것을 비교적 젊은 나이에 얻게 해주는 사회는, 나중에 그 사회의 활동가들 사이에 번지는 권태의 파도에 일찍 노출된 다는 것이다.
(243) 세계의 가난한 나라들은 성공적인 자본주의를 만들어낼 조건을 다 갖추고 있는데, 단 하나 자본이 없다. 가난한 나라들은 엄청난 자산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런 자산을 유동적인 가용(可用) 자본으로 전환하는 힘이 전혀 없다. - 에르난도 데 소토, 자본의 신비(The Mystery of Capital)
(252) 나는 '머무르는 곳 없음의 위험(the perils of placelessness)'에 직면한 '조급한 엘리트들'에 대해서는 별로 동정심이 생기지 않는다. 그것은 그들이 자기 자신을 향하여 사치스러운 가학(加虐) 태도를 부과한 것이기 때문이다.
(253) 자본주의는 거대한 강이다. 만약 그 강이 범람해 버리면 그 주위에 있는 모든 것들은 수장(水葬)되어버리고 만다.
(255) 자본주의가 잘 돌아가고 또 제 발등을 찍지 않으려면 우리는 전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자본주의를 운영해야 한다.
(255) 경쟁하지 말라. 일을 남들과 다르게 처리하고 승리의 개념을 재규정하라. 적어도 자본주의는 우리에게 그렇게 할 가능성을 준다. 홍수에 휩쓸려갈 때에는 선택안을 생각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홍수는 때때로 우리를 새로운 장소, 새로운 가능성으로 데려다준다.
(256) 내 여행의 마무리 지점에서 이런 생각을 해본다. 만약 좋은 사회를 만들려는 미국인의 정력과 자신감, 케랄라 사람의 매력과 다정함, 싱가포르 사람의 극기심과 결단력을 종합할 수 있다면 우리는 가장 좋은 형태의 자본주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하나의 교차문화적(cross-cultural) 기적이 될 것이다.
(257) 부의 창출을 무작정 극대화하면 왜 우리가 그런 부를 원하는지 그 이유를 잃어버리게 된다. 반면 이데올로기에만 너무 집착하면 수단을 소홀히 하게 된다. 공산주의는 원대한 목적을 갖고 있었다. ("모두를 위한 더 좋은 사회를 건설하는 데 있어서 모든 사람을 공평하게 참여시키자"). 하지만 그들은 그런 목적을 수행하는 효과적인 수단을 갖고 있지 않았다. 자본주의는 부를 창출하는 수단에 대해서는 많은 것을 알고 있지만 그 목적에 대해서는 불분명하다. 그래서 그 부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또는 무엇을 위한 것인지 잘 모르는 것이다. 만약 이런 현상이 심화된다면 바로 그때가 자본주의의 몰락 시점이 되는 것이다.
제3부 _ 독립된 생활 - 인생 스크립트 새로 쓰기
(259) '좋아, 그런대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우리의 삶은 단 한번뿐이고 그러니 그 삶을 영위하면서 그저 근근이 견뎌나가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결국 인생의 목적은 무엇인가?
6장.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 포트폴리오 생활
(261) "그런 열정은 어디서 찾죠?"
"꿈속에서."
(263) 어딘가에 소속되고 싶은 마음과 자유롭게 되고 싶은 마음 사이의 갈등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265) 나 자신의 인생을 계획하려면 직감에 따른 반응 이상의 것, 그러니까 전략이 있어야 했다. 그리고 어떤 전략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그것은 사명감 혹은 내재된 목적의식에서 흘러나와야 한다.
(266) 내가 볼 때, 인생은 우리가 가지고 놀 수 있는 유일한 것으로서 우리는 그것을 가지고 좀더 유익한 어떤 것을 만들어내지 않으면 안 된다.
(266-267) 열정은 그들의 핵심 동력(動力)이었다. 그들이 하고 있는 일에 열정적인 믿음을 갖고 있었고, 그런 열정은 어려운 시기에도 수그러들지 않고 오히려 그들의 삶의 목적을 지탱해 주었다. 열정은 사명이나 목적보다는 훨씬 강한 단어이다. … 선교사들은 오로지 설교만 하지만 열정적인 사람들은 산(山)을 움직이는 것이다.
"그런 열정은 어디서 찾죠?"
그들은 묻는다.
"꿈속에서."
내가 대답한다.'
"우리는 잠을 자면서 꿈을 꾸지.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낮에도 꿈을 꿔. 이런 사람들은 아주 위험하지. 자신의 꿈을 반드시 이뤄내고 마니까 말이야."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되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창조하고 싶은 것에 대한 꿈이 있다. 하지만 그것이 부자가 되고 싶다. 아이를 많이 낳고 싶다. 그저 행복해지고 싶다 등의 막연한 꿈이라면 그것은 꿈이라기보다는 희망에 가깝다. 열정은 막연한 희망으로부터는 생겨나지 않는다.
(268) 나는 소설이나 희곡을 써보는 것도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일에 열정이 없었기 때문에 결국 쓰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모든 일이 다 그렇지만 하나의 좋은 아이디어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269) 반면 나의 꿈처럼 반쯤 잠겨 있는 꿈은 인생의 다른 측면을 경험하게 만든다.
(270) "실험을 해보라. 마음에 드는 것은 뭐든지 해보라. 하지만 그것이 하나의 열정으로 성숙하게 될 때까지 그것을 당신 인생의 중심으로 여기지 말라. 그것은 오래가지 못할 테니까."
(270) 그것은 프리랜서로서 무슨 일을 하든 그 사람의 품질을 보장하는 것은 그의 최근 일 혹은 프로젝트 뿐이라는 것이다. 그의 과거 명성이나 경력은 아무런 보장이 되지 못한다.
(271) 작가는 과거의 아이디어를 여전히 다루지만 새로운 현실에 비추어 재해석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여 새로운 통찰, 새로운 관점, 새로운 경험을 나눠줄 수 있기를 희망하는 것이다.
(272) 나는 우선 나의 경쟁자들이 쓴 책들을 모조리 읽어치우는 것으로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얻은 결론은 이런 것이었다. 경영서는 좋은 개념들로 가득 차 있으나 읽기에 너무 따분히다.
(272) '남보다 더 잘하려고 하지 말고 남들과 다르게 하라.'
(273) 나는 톨스토이와 도스토예프스키가 그 어떤 경영서보다도 회사 속의 개인이 처한 시련과 고난에 대해서 많은 것을 말해 준다는 것을 알았다. 내 책이 그런대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것은 톨스토이 덕분이었다. 내 책은 다른 경영서보다 우수하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확실히 다르다는 것만은 분명했다.
(273-274) 남들보다 낫기보다는 다르게 되자.
이 화두를 곰곰이 생각하면서 나는 새로운 통찰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으려면 자신의 전문지식 분야에서 과감히 탈피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회사들을 상대로 종종 지적하듯이, 진정한 혁신은 해당 산업 혹은 회사 바깥에서 온다. 회사 내부에서 오는 것은 친숙한 것의 변형일 뿐, 진정으로 새로운 것이 아니다. 나는 이 통찰이 남보다 낫기보다는 다르기를 바라는 모든 사람에게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사물을 새롭게 보기 위해 혹은 새로운 것을 보기 위해 때때로 낯선 세계를 거닐어야 한다.
(274) 과학의 획기적인 돌파구(가령 상대성 이론)는 생활 속의 어떤 분야에 있는 아이디어를 빌려다가 생활의 다른 분야에 하나의 비유로 적용할 때 발생한다. 그렇게 한번 해보라. 그러면 낯선 사물을 새로운 방식으로 보게 되고 또 기존의 데이터들을 새롭게 연결시켜 새로운 경지로 들어가는 들어가는 문을 열게 된다.
(274) 나는 경쟁자들의 책을 읽는 것을 중단했다. 그 대신 개념을 찾기 위해 역사책, 전기, 소설들을 닥치는 대로 읽기 시작했다. 그런 책들은 인생의 여러 가지 문제들로 가득 들어차 있었고 또 인생이야말로 내가 환히 밝혀서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고 싶은 문제였다.
(278) 아무튼 쓰기, 강연하기, 방송하기는 내 학습의 뼈와 살이 되었고 또 그것을 지탱해주는 철골이 되었다. 나는 강연에서 새로운 개념이나 비유를 시험해 본다. 만약 좋은 반응을 얻는다면 그것을 나중에 내 책 속에다 편입시킨다.
(278) 다른 세계로 걸어 들어가서 보고 듣고 살펴라. 그런 다음 그런 견문을 당신의 세계를 새롭게 조망하는 수단으로 삼고 또 그 새로운 개념을 부지런히 사용하여 당신의 의식(意識)의 일부분으로 만들라. 만약 그 개념이 차이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재빨리 내다버리고 다른 곳에서 다시 찾도록 하라.
(280) 남의 것을 엿보는 것은 아주 강력한 학습의 방법이다. 하지만 그저 배우는 데에만 그쳐서는 안 되고 그렇게 엿본 아이디어를 실천에 옮길 수 있어야 한다.
(283) 당신은 당신 내부에 있는 검증되지 않은 가능성을 최대한 발현해야 한다. 당신은 그런 의무를 회피할 수 없다. 그럭저럭 살아가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283) 르네상스 시기의 철학자 마르실리오 피치노는 그것을 다음과 같이 잘 요약해 놓았다. "우리는 본질적으로 우리 내부에 있는 가장 위대한 '그것'이다." 피치노는 '그것'을 영혼이라고 불렀다.
(283-284)
"여보, 당신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자랑스러워요?"
어느 날 저녁 아내가 물었다.
"좋아, 그런대로."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어때요, 특별한 사람들이에요?"
"좋아, 그런대로."
"그럼 당신 회사 셸은 좋은 일을 하는 회사인가요?"
"응, 좋아. 그런대로."
아내는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나는 '좋아, 그런대로'의 태도를 가진 사람과 한평생을 보내고 싶지는 않아요."
(284) '좋아, 그런대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우리의 삶은 단 한 번뿐이고 그러니 그 삶을 영위하면서 그저 근근이 견뎌나가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결국 인생의 목적은 무엇인가? 그 질문은 여전히 나를 따라다니는 화두이다.
7장. 일 구획짓기
(285) "포트폴리오 인생은 러시아워 때의 혼잡한 지하철을 타지 않습니다. 그들이 거기 없기 때문이 아니라 당신이 그 구성원이 아니기 때문에 그들을 보지 못하는 겁니다."
(286) 우리는 주변 환경에 대하여 우리가 보고 싶어하는 것만을 본다. 우리는 우리의 견해와 편견을 지지해 주는 신문을 읽고, 우리처럼 생긴 사람과 일하고 사귀기를 좋아한다. 우리는 도시의 반대쪽으로는 가고 싶어하지 않으며 지하철 속에서 낯선 사람과 이야기를 하지도 않는다.
(288) 이제 일에 대한 나의 이론을 나 자신에게 적용할 시간이었다. 그 동안 안정된 직장에 있으면서 설교만 해왔던 그 이론을 나 자신이 직접 실천해야 했다. 나는 일이 인생의 기본적인 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 누구도 일 없이는 살 수가 없다. 포트폴리오 인생에서 새롭게 발견한 것처럼 일 없는 생활은 의미 없는 생화이었다.
(293) 독립적인 벼룩은 기댈 곳이 자기 자신밖에 없다. 돈 버는 일의 미래를 확보하려면 공부하는 일이 본질적인 것이 되어야 한다. 내 경우, 공부의 핵심은 나의 글쓰기이다.
(294) "밭에다 거름을 주기도 해야지만 때로는 변화를 줄 필요가 있어요. 그리고 밭을 놀려서 정말로 쉴 기회를 주어야 해요."
나의 생활 또한 그렇다고 나는 생각했다. 포트폴리오 일은 그것이 일종의 윤작이라는 데에 매력이 있다. 공부하는 일도 쉬는 시간이 충분해야 비로소 윤택해진다. 너무 많이 빨리 쓰면 그 다음날은 아무것도 못하는 것이다. 어느 날 저녁에 어떤 책을 너무 많이 읽으면 그 다음 날 그 책을 다시 읽어야 하는 것이다. 나는 어떤 날은 글을 읽거나 쓰고, 어떤 날은 앉아서 생각을 하고, 어떤 날은 그냥 앉아만 있다.
(295) 나는 책과 씨름하는 나의 진짜 일을 감당하기 위하여 심신을 단련시키는 운동을 해야 하는 것이다.
(296) 우리는 내가 공부하는 일에 연간 1백 일을 배당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공부하는 일은 글을 쓰고 글쓰기를 준비하고 독서하는 것을 모두 포함했다. 그것이 나의 돈 버는 일의 기반이 될 것이었다.그러니 그 일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필수적이었다.
(299) 정말로 돈을 벌려고 한다면 내가 잘하는 것, 가령 관리자들을 가르치는 일을 해야 했다. 가르치는 일은 내 가 떠나온 세계로 다시 돌아가는 것을 의미했으나 가족을 부양하는 데 필요한 돈을 벌자면 그게 가장 빠른 길이었다. 그러고 나면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인 글쓰기를 마음껏 할 수 있는 것이다. 포트폴리오 인생은 필요한 것과 바람직한 것을 잘 뒤섞을 수 있어야 한다.
(299-300) 나는 일이란 돈, 만족, 친구, 창조성, 심지어 멋진 주거지역 등을 한꺼번에 하나의 꾸러미로 해결해 주는 어떤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성장해 왔다. 그런 생각을 작고 있었으니 직장에 자꾸만 실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제 포트폴리오 생활을 하면서 나는 그런 꾸러미를 해체하게 되었다. 어떤 일은 돈 때문에 하고 어떤 일은 다른 이유로 하는 식으로 말이다.
(302) 돈을 버느라고 많은 시간을 투입하게 되면 우리가 정말로 원하는 일을 할 시간이 그만큼 적어진다는 거야.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은 내 경우엔 글쓰기이고 아내의 경우에는 사진을 찍는 것이지. 우린 돈의 노예가 되고 싶지 않아. 우리가 충분한 돈의 액수를 낮추면 낮출수록 다른 일을 할 자유는 그만큼 더 많아지는 것야. 돈을 너무 강조하면 돈은 너를 해방시키는 것이 아니라 돈 버는 일에 꽁꽁 묶어둘 수 있어."
(303-304) 나는 프리랜서 노동자의 진정한 딜레마에 봉착했다. 나의 노동력과 재능을 어떻게 광고할 것이며, 어느 정도의 수수료를 부과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그것이었다.
(305) "당신은 브랜드가 필요해요."
(305) 사람들이 당신에게 강연이나 강의를 요구할 때, 당신이 무엇을 표상하는지 또 당신의 값이 어느 정도가 되는지 알아야 해요. 당신이 하는 일이 자랑스럽고 또 당신이 어느 의미에서 특별하다는 확신이 있어야만 당신을 팔아먹을 수 있어요. 좋아요. 브랜드라는 말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걸 명성이라고 해요. 아무튼 이 일을 계속하려면 명성을 확립해 그것을 계속 지켜나가야 해요."
나 자신을 하나의 브랜드로 보다니 좀 기이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아내의 말이 맞았다.
(305) 프리랜서의 생명은 명성, 명성, 명성인 것이다.
(307) 결국 중요한 것은 입소문, 만족해하는 고객, 성공적인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미래를 위해 씨앗을 뿌리고 기다리는 것과 같다.
(307) 나는 그것을 행운이라고 불렀지만 사실 우리는 모두 우리 행운의 제작자인 것이다. 나는 학생들엑 이런 말을 하곤 했다.
"사과는 예측하지 못한 순간에 우리 무릎 위로 떨어진다. 하지만 당신이 직접 과수원에 가서 나무를 약간 흔들어줄 때 사과가 떨어질 가능성은 더욱 많아지는 것이다."
(309-310) "포트폴리오 생활자는 자기 자신만을 위해 고용된 사람이다. 이것은 아주 자랑스러운 상황이기는 하지만 동시에 당신의 대타(代打)를 내세우지 못한다는 뜻도 된다. 어떤 게임을 하든 당신이 직접 뛰어야 한다. 늘 준비하면서 곧장 게임에 뛰어들 태세가 되어 있어야 한다…… 회사 생활에 비해본다면 조금 외로운 생활이다. 포트폴리오 생활은 늘 여기저기를 뛰어다녀야 하는 생활이다…… 회의 시간이나 날짜에 대하여 거의 통제권이 없다…… 포트폴리오 생활자는 사무실이나 비서를 두지 않는다. 요즈음은 노트북, e메일, 팩스의 시대이므로 당신은 이런 상황이 별로 문제되지 않는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문제가 된다." - 윈스턴 플레처
(311) 권력을 내주고 영향력을 받아온 사람이 가장 기쁘게 생각하는 순간은, 자신이 세상에 유포시킨 아이디어가 생전 만나본 적도 없는 사람에 의해서 채택되고 또 사용된다는 것을 발견했을 때이다.
(313) 자신의 칼로 밥 벌어 먹고 사는 사람은 칭찬과 함께 부상의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이다. 프리랜서(프리랜스 freelance는 원래 용병을 뜻하는 전쟁 용어이다) 생활은 노출된 생활이다. 그것은 자기 신념을 필요로 한다. 비평 혹은 혹평의 형태로 다가오는 피드백으로부터도 배우려는 의욕이 있어야 한다. 고객의 필요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능력은 동시에 혹평에 상처받기 쉽다. 그리고 그런 상처는 좀처럼 잘 아물지 않는 것이다. 인생의 모든 것에는 대가가 따라붙는다. 하지만 내 경험에 비추어 볼 때, 포트폴리오 일에서 오는 자유는 그런 대가를 지불하고도 남는 바가 있다.
(313-314) 포트폴리오 일은 대부분 외로운 작업이다. 내가 하는 포트폴리오 일은 대부분 단기간의 밀접한 인간관계로서 선상(船上)의 우정 같은 것이다. 배가 바다 위를 항해할 때에만 우정이 지속되고 배가 항구에 들어오면 그 우정은 곧 잊혀지는 것이다.
(314) 회사는 이제 많은 사람들이 거쳐가는 첫 번째 이력, 혹은 벼룩 생활로 가는 전주곡이 될 것이다.
(315) 벼룩들의 충성심은 첫째, 자기 자신과 자기의 미래를 위한 것이고 둘째, 자기의 현재 프로젝트, 팀, 그룹을 위한 것이고 셋째, 회사, 공동체, 혹은 가족을 위한 것이다. 하지만 이타적 관여(關與)의 정신이 없다면 다른 사람들에 대한 책임도 느끼지 못하고 책임이 없다면 남들에게 아무런 배려도 해주지 못한다. 벼룩 왕국의 진정한 위협은 이기적 사회의 점증하는 위협이다.
(316)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런 생활에 뛰어들어 인내하면서 나름대로의 공식과 포트폴리오를 찾아보기를 권한다. 그리하여 자기가 아닌 어떤 것으로부터 벗어나서 자기만이 할 수 있는 진정한 능력을 발견하고 또 자신의 영향력과 그 특별한 즐거움에 만족을 느껴보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삶을 꾸려나가는 진정한 자유를 얻기 바란다.
8장. 생활 구획짓기
(318-319) 아무리 자부심이 강하고 또 예민한 사람일지라도 남의 조언을 잘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내편인 사람들로부터 나오는 비판의 목소리도 경청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해놓은 일의 정당한 재판관이 되지 못한다. 저자들은 행복한 사람들이다. 그들을 도와주는 편집자는 경쟁자가 아니라 동지이면서 공모자인 것이다.
(319) 당신의 희망과 야망을 함께 나누는 다정한 비판가이자 친구가 있다는 것은 정말로 엄청난 혜택인 것이다.
(327) 성공적인 결혼 생활의 비결은 인생의 사이클이 바뀜에 따라 결혼 패턴을 적절히 바꾸어주는 것이다.
(330) 우리는 사정하는 고객에게 "노"라고 말하자면 강인한 마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335) 사실 구획짓기는 자신의 생활을 통제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핵심적인 요소가 되었다.
(338) 기업들이 일의 순서를 느슨히 하여 융통성 있게 함에 따라 우리들도 자유롭게 우리 생활의 구획짓기를 할 수가 있게 되었다. 우리는 설혹 수입이 좀 줄어들더라도 그런 자유를 적극 활용하여 일의 포트폴리오를 재편성해야 한다. 지금과는 반대되는 입장에 서보고 또 지금과는 다르게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되면, 생활의 우선 순위는 아주 다르게 보인다. 그리고 그런 때가 오기에 앞서 우리는 좀더 현명해져야겠다. 노벨상을 수상한 경제학자인 아미아르타 센(Amyarta Sen)은, 부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으로 측정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센의 정의를 적용해 본다면 구획짓기는 우리가 더 부자가 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맺는 글 _ 마지막 생각들 - 자유로운 개인들의 공동체
(343) "자네는 자네라는 존재가 지겹지도 않나?"
(345) 나는 나의 시간을 남에게 저당 잡히는 것이 싫다.
(350) 우리는 남들보다 뛰어나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남들과는 다르게 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그것은 승자독식의 형태가 아니라 모든 사람이 승자가 되는 그런 방식이다. 우리는 스스로 승자의 개념을 재정립할 수 있다. 그러려면 다양성은 인종의 다양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바람직한 생활 스타일의 다양성이 되어야 한다.
(351) 경쟁적 개인주의는 젊고 야심만만한 사람들에게 알맞다. 그것은 혁신과 창조를 추진하는 연료이고 기업을 육성하는 힘이면서 동시에 제도가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어 변화하도록 밀어붙이는 기관차이다. 이런 에너지가 없는 국가나 기업은 시들게 되어 있다.
(351-352) 나는 인생의 우선 순위를 바꾸고 싶어졌다. 그래서 사색, 우정, 반성 등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마감일과 요구사항에 쫓기지 않는 느릿느릿하고 한가한 삶을 선택하게 되었다.
(361) 나는 인격화된 신을 믿지 않는다. 어쩌면 나의 유년 시절에 대한 반작용인지 모르지만 우주의 모든 일에 간섭하는 지고한 존재의 개념도 나에게는 역겹게 들린다. 하지만 기독교적 이야기와 기타 유대교, 불교, 이슬람, 힌두교의 이야기들이 인간조건과 인생의 의미에 대해서 많은 것을 말해 준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이것들은 이야기이지 역사가 아니다. 다시 말하면 하나의 신화로서, 사람들이 추상보다는 구상, 의미 있는 이야기, 메시지가 있는 그림 등을 믿었던 시대의 이야기인 것이다. 그것은 당시의 개인과 사회에 대하여 중요한 진실을 말해 주고 있다.
(362) 부활은 지금 여기 이 세상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지, 저 별들 너머의 어딘가에 있는 나중의 세계가 되어서는 안 된다.
(362) 나는 인생이 내 안에 있는 진리를 찾아가는 지속적인 추구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하면 나의 양심을 지키면서 살아가는 가운데 나 자신이 실현할 수 있는 어떤 존재를 실현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내가 아닌 어떤 것을 가지고 용케도 상황을 빠져나가는 그런 일은 하지 않는 것이다. 나는 거짓말을 할 때, 사람들의 환심을 사려고 할 때, 내가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억압해야 할 때, 나 자신이 먼저 그것을 느낀다. 그리하여 나는 이탈리아의 르네상스기 인물인 마르실리오 피치노의 사상으로 되돌아간다. 우리의 영혼은 우리 내부에 있는 가장 위대한 것, 우리의 가능성인 것이다.
(363) 나의 잠재된 캐퍼빌러티(capability)를 찾아야겠다는 오래된 추구가 나를 지탱해온 힘이었다.
(364) 이 말을 하면서 문득 하이게이트 공동묘지에 있는 칼 마르크스의 저 유명한 묘비명이 생각난다. 그는 이 말로써 자신의 인생을 변명하고자 했다고 한다.
"철학자들은 오직 세상을 해석하기만 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우리가 진정으로 변화시키겠다는 의욕만 갖고 있다면 세상은 변화하는 것이다.
우리 개개인이 해야 할 일은 자기 판단에 올바르다고 생각되는 인생관에 입각하여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나가는 것이다.
(365) 중국 속담에는 이런 말이 있다. "행복은 할 일이 있는 것, 바라볼 희망이 있는 것, 사랑할 사람이 있는 것, 이 세 가지이다."
나는 그 행복을 계획하고 있다.
#4. 내가 저자라면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있다. 제1부는 자신이 포트폴리오 인생을 시작하기 전, 어린 시절의 삶과 교육 등을 통해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 본다. 그는 말한다. "우리의 과거는 불가피하게 우리의 현재와 미래의 일부분이다. 생애의 후반기에 접어들어 벼룩의 생활을 영위하려면 먼저 나 자신에게 충실해져야 한다. 자기가 아닌 다른 어떤 것을 염원하거나 가장하는 것은 부질 없는 일이다."
제2부에서는 자본주의의 과거, 현재, 미래를 통해 우리 사회의 변화와 미래에 대해 짚어본다. 그리고 앞으로는 'R 경제' 등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경제 방식이 대두될 것임을, 코끼리 같은 대기업과 함께 더 많은 프리랜서들인 '벼룩'들이 등장하게 될 것임을 말하고, 자신이 소망하는 자본주의의 미래를 그려본다.
"만약 좋은 사회를 만들려는 미국인의 정력과 자신감, 케랄라 사람의 매력과 다정함, 싱가포르 사람의 극기심과 결단력을 종합할 수 있다면 우리는 가장 좋은 형태의 자본주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하나의 교차문화적(cross-cultural) 기적이 될 것이다." (p. 256)
그리고 제3부에서 자신이 어떻게 포트폴리오 생활을 시작했는지, 또 벼룩으로서의 삶을 꾸려나갔는지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혼자만의 삶을 사는 것은 결국 다른 사람이 아닌 온전한 자기 자신으로서 살아나가는 것임을, 인생의 목적을 찾는 여정임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일과 생활을 구획짓는 자신의 방법에 대해 설명한다.
이 책은 날카로운 통찰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읽는 사람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다. 분명 자본주의 사회의 미래와 자기 경영에 대해 논하는 경영서임에도 불구하고, 딱딱하지 않고, 읽는 이에게 무언가를 억지로 강요하지 않는다. 그러나 편안하게 읽어 내려가다 보면 어느새 그의 주장에 젖어 든다. 설득당하는 것이 아니라, 인도되는 느낌이다. 이는 '남들보다 낫기보다는 다르게 되자'는 자신의 저술 방향과 어린 시절, 아일랜드 시골 목사관에서의 경험, 그리고 셰익스피어,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에서 받은 영향 등이 한데 결합되어 일어나는 일종의 연금술인 듯 하다.
단지 말과 이론이 아닌, 직접 몸으로 실천한 현실과 실행의 언어이기 때문에 그의 글에는 사람을 움직이는 힘이 담겨 있고, 단지 기업의 이익을 추구하는 경영 컨설턴트의 시각 뿐 아닌, 사회적인 책임과 자본주의의 미래를 고민하는 사회 철학자로서의 균형 잡힌 시각을 갖추고 있기에 그의 책은 우리에게 신뢰를 준다.
다만 포트폴리오 생활자로의 삶과 변화가 더욱 궁금했던 나로서는 전체 분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제2부. 인터넷 시대의 기업문화'가 조금 아쉬웠다. 분명 미래의 변화에 대해서 말하고, 자본주의의 올바른 모습을 논의하는 것은 코끼리와 벼룩의 미래를 말하면서 꼭 필요한 부분이지만, 그 미래상에 공감하고, 변화를 준비하고 싶은 독자의 입장에서는 찰스 핸디가 가진 포트폴리오 인생의 노하우가 좀 더 궁금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의 말처럼 이 책은 하나의 지침일 뿐이다. 자신의 삶의 방식은 결국 직접 실행하고 부딪히면서 스스로 찾는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 길의 시작은 '산을 움직이는' 열정에서 시작된다. 그 열정은 어디에서 찾는가? 찰스 핸디는 말한다. "꿈 속에서." 그리고 덧붙인다.
"우리는 잠을 자면서 꿈을 꾸지.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낮에도 꿈을 꿔. 이런 사람들은 아주 위험하지. 지신의 꿈을 반드시 이뤄내고 마니까 말이야."
그가 충고하듯이 '열정은 막연한 희망으로부터는 생겨나지 않는다.' '하나의 좋은 아이디어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어떻게 자신의 인생을 통해 좀더 유익한 어떤 것을 만들어 낼 것인가? 그것이 바로 이 책의 화두이다. 책을 접는 내 마음 속에 르네상스의 철학자 마르실리오 피치노의 말이 오롯이 남았다.
"우리는 본질적으로 우리 내부에 있는 가장 위대한 '그것'이다."
#5. 맺는 글
이 책을 읽으면서 앞으로 내가 쓰고 싶은 책에 대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또 그가 이미 쓴 책 '홀로 천천히 자유롭게(New Alchemists)'가 내가 쓰고 싶은 책과 많이 닮아있음을 약간의 충격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안다는 것은 좋은 것이다. 변화의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나는 또 다른 길을 찾을 것이다. 그와는 다른 제 3의 길을 찾을 것이다.
이 책 '코끼리와 벼룩'은 벼룩의 삶을 살고 싶은 사람이 아닌, 단지 남들과 다른 삶을 살고 싶은 사람, 무언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고 싶은 사람에게도 좋은 통찰을 던져 준다. "우리는 사물을 새롭게 보기 위해 혹은 새로운 것을 보기 위해 때때로 낯선 세계를 거닐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우리 자신에게 그것을 강요해야 한다." 그리고 그의 차이를 만들어 내는 방법론을 명심하자.
"다른 세계로 걸어 들어가서 보고 듣고 살펴라. 그런 다음 그런 견문을 당신의 세계를 새롭게 조망하는 수단으로 삼고 또 그 새로운 개념을 부지런히 사용하여 당신의 의식(意識)의 일부분으로 만들라. 만약 그 개념이 차이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재빨리 내다버리고 다른 곳에서 다시 찾도록 하라." (p.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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