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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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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0월 28일 10시 53분 등록
“88만원 세대”
- 절망의 시대에 쓰는 희망의 경제학-
20대여, 토플책을 덮고 바리케이트를 치고 짱돌을 들어라


화창한 주말이다.
딸아이는 친구네집 나들이에 끼여 놀러가고 나는 혼자 남았다.
이런 하루를 가을 하늘과 바람을 흠뻑 젖어보지도 못하고 방안에서 책만 보고 있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그렇게 시작해서 세권의 책을 내리 읽었다.
그 가운데 바로 이 책 “88만원 세대”는 내가 문밖에 나가지 않고 집안에 머문것에 대해 너무나 충분한 보상을 주었다.

“수유너머”에서 시민독서프로젝트“동일한 주제로 모두 함께 책을 읽어봅시다”라고 제안했다. 그래서 근 한달동안 전국의 크고 작은 독서모임들이 몇권의 책을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축제를 펼친다고 한다. 그들이 정한 독서의 주제는 “불안한 우리의 삶 - 비정규직” 오늘 오후에 서울 수유너머에서 함께 모인다고 한다.
우리의 이름도 없는 작은 독서모임은 그저 뒤늦게 따라 읽기로 했다.
“책을 읽는 것이 세상을 바꾸는 것이다”라는 선언은 나를 뜨겁게 한다.
이 책 “88만원세대” 역시 나를 뜨겁게 한다.

솔직히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나는 이미 20대가 아니지 않은가 그들의 문제보다 현실속의 내 문제가 더 절박한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건 20대의 문제가 아니었다. 승자독식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소수의 승자를 제외한 모두에 대한 책이었다. 내 동생들과 내 자식의 문제이기도 하다. 부디 이 땅의 많은 이들이 함께 이 책을 읽기를!

저자 서문 중에서
p. 17
이 책은 성실하게 살기를 강요받으면서 꼼짝할 수 없이 공부라는 틀에 묶여 있는 지금의 10대 20대와 젊은 시절에 낭만을 한껏 누렸던 사람들이 같은 사회 혹은 같은 국민경제속에 살며 발생하게 되는 “불균형”에 관한 책이다. 이런한 불균형은 때로는 간접적이고, 때로는 직접적이다. 최근 새롭게 등장한 “승자독식”이라는 룰로 보자면 전형적인 “죄수의 딜레마”에 해당한다.

88만원 세대란?
지금의 20대는 상위 5% 정도만이 한전과 삼성전자 그리고 5급 사무관 같은 “단단한 직장”을 가질 수 있고, 나머지는 이미 인구의 800만을 넘어선 비정규직의 삶을 살게 될 것이다. 비정규직 평균 임금 119만원에 20대 급여의 평균비율 74%를 곱하면 88만원 정도가 된다. 세전 소득이다. 88만원에서 119만원 사이를 평생 받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 “88만원세대”는 우리나라 여러세대 중 처음으로 승자독식게임을 받아들인 세대들이다. 탈출구는 없다. 이 20대가 조승희처럼 권총을 들 것인가 아니면 전 세대인 386이 그랬던 것처럼 바리케이트와 짱돌을 들 것인가, 역사의 갈림길에 서 있다.

p 274
40대와 50대 남자가 주축이 된 한국경제의 주도세력이 10대를 인질로 잡고 20대를 착취하는 형국이다. 경제적 활동의 맨 밑바닥에서 생산과 유통의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 20대가 그에 적합한 대우를 받고 있지 못한 것은 차치하더라도, 뒤늦은 세대 독립경험 부족, 강요된 승자독식 게임으로 인한 획일성으로 인하여 앞으로의 미래도 암울하기 짝이 없다
-홍세화의 추천사에서 책속의 내용 인용한 부분

p.21
20대가 부딪히는 근본적인 문제른 동기들끼리의 경쟁이 아니다. 그들 스스로는 이 싸움을 자신들끼리의 경쟁, 즉 세대니 경쟁이라고 인식하지만 사실 그들의 싸움은 경쟁의 범위와 규칙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 무한대의 경쟁, 즉 세대간 경쟁에 편입되어 있다.
2007년판 승자 독식게임의 특징이다.
각 가정으로 돌아 가서 보면 무한 경쟁에 내몰리고 있는 유신세대와 88만원세대는 부모자식 사이고 386세대와는 형제 남매 혹은 조카와 삼촌사이다.

p.22
이러한 세대간 불균형은 20대들의 힘만으로는 절대 균형을 회복하지 못한다. 유일한 가능성은 “더이상 승자독식 게임을 하지 않겠다”고 윗세대에 대항해 집단 반란을 일으키는 경b이지만 죄수의 딜레마라는 게임법칙에 걸려 있기 때문에 그들 스스로는 불균행에서 헤어나올 수 없다.

책 서문을 쓴 저자 우석훈은 “한미 FTA폭주를 멈춰라”는 자신의 책에서 언급했던
“어떻게 하면 20대의 청년들이 슈퍼마켙에서 인사나 하는 직업이 아닌 다른 삶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 수 있을 것인가”라는 고민에서 이 책이 출발되었다고 밝혔다.

몇가지 어려운 경제용어들과 낯선 어휘들이 책속에 나오기는 하지만 대체로 책은 아주 잘 읽힌다.
다단계판매를 조직폭력배보다 더 악질적이라고 설명한 부분에서 나는 크게 웃었지만 곧 정신을 차렸다.
대형 프렌차이즈에서 어떻게 젊은이들을 착취하는지 새롭게 알게 된 부분도 많다.

20대들이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지 않고 같은 20대 주인이 직접 내려주는 가게에서 커피를 마신다면 그만큼의 일자리가 생긴다고 했다. 과연 현실성이 있는 일인가 싶긴 하다.
하지만 스웨덴에서는 진짜 그렇게 한단다.
유학생을 받기전에 친절하게도 스웨덴에는 스타벅스 커피점이 없으니 오기전에 실컷 마시고 오라고 안내문에 쓰여있단다. 믿기힘들지만 믿는다.

대선의 시절이다. 20대들이 어떤 정치적 선택을 한 것인지를 미리 예측하는 글에 머리를 끄덕인다.
왜 전국 수능 1등부터 3000등까지 일렬로 줄을 서서 의대 한의대 치대 를 가야하는지
공무원 시험이 아니면 길이 없는지 나는 그런 것들을 늘 비난하는 입장에 서 있었지만
그건 단순히 자신들의 선택이 아니라 현실의 경제적 토대위에서 이루어진 경제적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으면 참 우울한 시대구나
책의 부제처럼 절망의시대구나 싶긴 하다.
그런데 그렇게 절망적으로 읽히진 않는다.
이 책이 그 증거다.
절망의 시대에 쓰는 희망의 경제학이란 부제가 잘 어울린다.
책은 이 시대와 세대에 대해 분석하고 있긴 하지만 그 대안을 선명하게 말하진 않았다.
그리고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시민독서프로젝트에서 말한것에 덧붙여 “이 책을 읽는 것은 세상을 바꾸는 것이다”

IP *.175.1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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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2007.10.28 11:39:52 *.67.52.201
이 책은 제가 읽고 있는 책들을 다 읽고 나면 읽으려고 마음먹은 책 입니다. 먼저 읽으시고 리뷰를 올려주셨네요.
저도 얼핏 읽어봤습니다. 참 답답했습니다. 힘이 없는 개인은 이런 구조 속에서 헤어날 길이 없어 보입니다.
개인도 노력을 해서 살아야겠지만 사람에겐 한계도 분명 있습니다.
사회적인 관점에서 해결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이러면 보수세력에게 한 소리 듣겠지만 ^^
아마 답이 없는 게 현실인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는 각 개인이 혼자 힘으로 싸워나가는 각계전투라고 합니다. 알아서 살아남어.......
답답하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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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7.10.28 12:40:03 *.70.72.121
나경님, "혼자서도 잘해요"라는 아이들의 외침처럼 혼자서도 씩씩하게 리뷰 잘 올리고 계시네요. 보기 좋아요. 나는 조금 재미없어 지려던 참인데... 이렇게 혼자서도 잘 싸워 이겨가는 사람들을 보면 가책을 느끼지요. ㅎㅎ

지현님, 성실한 모습 착한 인상 숲공부하던 날 잠깐 뵈었지요? 모쪼록 뜻하신 바 꼭 이루시길 바래요. 이 땅에 발붙이고 살자면 한번쯤은 늘씬하게 죽었다 깨어나는 맛도 즐겨볼 만한 것 같아요. 너무 가혹한가요? 그래도 열심히 해서 꼭 인정 받기를 바래요. 물론 그런 후에는 크고 넓고 깊고 넉넉하게 쓰셔야 하겠지요. 잘 지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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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근
2007.10.28 19:16:32 *.85.46.190
몸도 마음도 최하위급으로 떨어져 오후예배땐 아예 차안에서 자버렸지요. 그런 순간에도 누군 책을 읽고 서평도 올리고....
확실히 삶에 임하는 자세가 틀린다는 생각과 함께, 운제선생님 말씀처럼 뭘 해 볼려고 해도 체력이 안 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지 않느냐는 내용을 새기며 분발을 다짐해 봅니다.
저임금 구조속에서 일하는 제가 보면 이해가 되기도 하지만 철딱서니없이 월급타령만 하고, 일을 잘 하지도, 할 줄도 모르는 젊은 아그들이 너무 많다는 것도 서글픈 일 아닐까요? 좀 나아져서 성숙된 사회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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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경
2007.10.29 09:47:54 *.100.66.29
이만하면 서울 강남 못지 않겠다 싶은 곳이 부산 해운대 수영만입니다.
어제 오후에는 언니덕분에 바다가 바로 눈앞에 펼쳐진 곳에서 멋진 식당의 야외테라스에 앉아 점심을 즐겼습니다. 사람들이 참 많더군요. 가벼운 발걸음으로 걸어나와 이런 호사를 누리며 사는 사람들이 말입니다. 어린 아들딸을 데려나온 젊은 엄마아빠도 나이지긋한 노부부도 있었습니다.
수영만 매립지에 들어선 호화스런 타워팰리스 닮은 것들과 그 그늘 아래에서 솔직히 부러운 마음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바로 바다가 , 오륙도가 눈 앞에 펼쳐져 있고 따뜻한 햇살과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잘 차려입은 사람들이 앉아있는 야외테라스의 풍경은 마치 먼 이국의 휴양지 같았습니다.
멀리서 일부러 찾아 오는 곳이 아니라 언니네처럼 그 언저리 어딘가에 그들의 집이 있겠지요. 초등학생이나 그보다 어린 듯해 보이는 아이들의 젊은 부모들의 경제력은 어디서 오는 걸까 궁금했습니다.

토요일에 책을 읽고 이틀 동안은 계속 이 책속의 이야기들이 생각났습니다.
그래서 나는 어쩔 것인가 하고 다시 돌아봅니다.
나는 사실 그 “88만원 세대”의 다음 세대에만 관심이 있구나 싶기도 했습니다.
한동안 “호모쿵푸스”를 들고 다니며 읽으라고 했는데 이제 이 책 들고 다니면서 그럴 것 같은 예감이 드는군요.
그리고나서 이제 어쩔 것인가 그런데 뭐 어쩌라구
주방 행주 삶아야 하는 것도 보이지 않고 밑반찬 떨어진 것도 보이지 않고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에 골몰하고 있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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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28 14:15:24 *.34.150.12

It is not enough if you buy the most expensive Davinci wedding dresses, and you need to carry it off well too. Demetrios wedding dresses may be used for various occasions, and if not used the right way may end up looking a complete was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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