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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0월 28일 19시 38분 등록
신동엽 전집
신동엽 저 / 창작과 비평사




1. 저자 소개

신동엽 (1930 ~ 1969)

시인 신동엽은 1930년 충남 부여 어느 가난한 초가에서 2대 독자로 출생하여, 1969년 간암으로 서울 자택에서 사망하기까지 39년의 짧은 생애를 끝으로 요절하였다.

그가 살아간 시간인 1930년부터 1969년의 시간은 한국사 격동의 장면이 스쳐간 시간이었다. 이 역사적 시간은 그의 운명과 생활을 결정하고 동기를 주었다. 그가 태어난 해는 만주사변 1년 전이었으며, 태평양전쟁 때 배고픈 학생 시절을 보내고, 한국전쟁 때는 군인의 신분으로 죽음의 고비를 넘겼다. 그는 길지 않은 시간 속에 식민지 시절과 해방, 두 차례의 전쟁, 그리고 1960년의 4.19 혁명을 겪었다. 그는 한국 현대사의 굴곡을 온 몸으로 안은 시인이었다.

1930년 8월 18일, 충남 부여군 동남리 초가에서 태어나 식민지 농촌 생활을 경험한다.
1938년 부여 공립 진죠 소학교에 입학한다.
1942년 ‘내지 성지 참배단’으로 뽑혀 학생 5백여명과 보름 동안 일본을 다녀온다.
1945년 3월 전주사범학교에 입학하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힘들게 공부하는 고학의 시간을 보낸다.
1948년 4학년 때, 시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동맹 휴학에 가담하여 퇴학을 당한다.
1949년 단국대학교 사학과에 입학하다.
1950년 한국전쟁 발발. 7월부터 9월까지 인민군 치하의 부여에서 민청 선전부장을 한다. 12월 말 ‘국민 방위군’에 소집된다.
1951년 국민 방위군으로 전쟁터에 끌려갔다가 죽을 고생을 하고 병든 몸으로 귀향한다. 후 대전 전시연합대학에서 계속 공부한다. 이 해 가을부터 다음 가을 까지 구상회와 사적지를 찾는다.
1953년 군간부 후보생이 된다. 대전에서 전시연합대학 중 하나인 단국대 사학과를 졸업한다. 그와 동시에 제1차 공군 학도간부 후보생으로 임명되나 발령받지 못한다. 이 해 초봄 서울로 가서, 친구가 차린 헌책방에서 숙식한다. 이 해 아내인 인병선을 만난다.
1957년 농촌경제학자의 외동딸인 인병선과 혼인한다.
1958년 부여에서 시작에 몰두한다. <이야기하는 쟁기꾼의 대지>가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입선한다.
1961년 명성여고 국어교사로 학생을 가르치기 시작한다.
1965년 한일협정 비준반대 문인 서명운동에 참여한다.
~ 1969년 국어교사 활동을 하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치다, 간암으로 세상을 떠난다.

대표 시
<껍데기는 가라>, <산에 언덕에>, <진달래 산천>, <싱싱한 동자를 위하여>, <초가을> <4월을 갈아엎은 달>, <담배 연기처럼>, <원추리>, <그 가을>, <아니오>, <보리밭>, <술을 많이 마시고 어젯밤은>, <단풍아 산천>, <권투선수>, <종로5가>,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진이의 체온> 등.

대표 서사시
<이야기하는 쟁기꾼의 대지>, <금강>

시극
<그 입술에 파인 그늘>

오페레타
<석가탑>



2. 가슴으로 들어오는 시 구절


길가엔 진달래 몇 뿌리
꽃 펴 있고,
바위 모서리엔
이름 모를 나비 하나
머물고 있었어요

잔디밭엔 長銃을 버려 던진 채
당신은
잠이 들었죠.

햇빛 맑은 그 옛날
후고구려적 장수들이
의형제를 묻던,
거가기 바로
그 바위라 하더군요.

기다림에 지친 사람들은
산으로 갔어요
뼛섬으로 썩어 꽃죽 널리도록.

남햇가,
두고 온 마을에선
언제인가, 눈먼 식구들이
굶고 있다고 담배를 맡으며
당신은 쓸쓸히 웃었지요.
지까다비 속에 든 누군가의
발목을
果樹園모래밭에선 보고 왔어요

꽃 살이 튀는 산 허리를 무너
온종일
탄환을 퍼부었지요.

- 진달래 山川 (1959) 中.


香아 허물어질까봐 두렵노라 얼굴 생김새 맞지 않는 발돋움의 흉낼랑 그만 내자.
들菊花처럼 소박한 목숨을 가꾸기 위하여 맨발을 벗고 콩바심하던 차라리 그 未開地에로 가자, 달이 뜨는 명절밤 비단치마를 나부끼며 떼지어 춤추던 전설같은 풍속으로 돌아가자, 냇물 구비치는 싱싱한 마음밭으로 돌아가자

- 香아 (1959) 中.


사양들 마시고
지나 오가시라
없은 듯 비워 둔 나의 자리.

와, 춤 노래 니겨
싶으신 대로 디뎌 사시라.

한물 웃음 떼 돌아가면
나 죽은 채로 눈망울 열어
갈겨진 이마 가슴과 허리
황량한 겨울 벌판 돌아보련다.

해와 눈보라와 사랑과 呪文,
이 자리 못 물고
굴러떨어져 갔음은
아직도 내 峰우리 치솟은 탓이었노니

글면 또 허물으련다.
세상보다,
백짓장 하나 만큼 낮은 자리에

나의 나
없는 듯 누워.

고이 천만년 내어 주련마.
사랑과 미움 어울려 물 익도록.
바람에 바람이 섞여 살도록.

- 나의 나 (1962) 全篇.


아니오
미워한 적 없어요,
산 마루
투명한 햇빛 쏟아지는데
차마 어둔 생각 했을 리야.

아니오
괴뤄한 적 없어요.
陵線 위
바람 같은 음악 흘러가는데
뉘라, 색동 눈물 밖으로 쏟았을 리야.

아니오 사랑한 적 없어요,
세계의
지붕 혼자 바람 마시며
차마, 옷 입은 都市계집 사랑했을 리야.

- 아니오 (1963) 全篇.


세상에 抗拒함이 없이,
오히려 세상이
너의 威嚴앞에 항거하려 하도록
빛나는 눈동자.
너의 세상을 밟아 디디며
포도알 씹듯 세상을 씹으며
뚜벅뚜벅 혼자서
걸어가고 있었다.

그 아름다운 눈.
너의 그 눈을 볼 수 있은 건
세상의 나온 나의, 오직 하나
至上의 보람이었다.

그 눈은
나의 生과 함께
내 열매 속에 살아남았다.

그런 빛을 가지기 위하여
人類는 헤매인 것이다.

精神은
빛나고 있었다.
몸은 야위었어도
다만 정신은
빛나고 있었다.

- 빛나는 눈동자 (1963), 錦江 제3장 中.


그리운 그의 얼굴 다시 찾을 수 없어도
화사한 그의 꽃
山에 언덕에 피어날 지어이

그리운 그의 노래 다시 들을 수 없어도
맑은 그 숨결
들에 숲 속에 살아갈지어이.

쓸쓸한 마음으로 들길 더듬는 行人아.

눈길 비었거든 바람 담을지네
바람 비었거든 人情 담을지네.

그리운 그의 모습 다시 찾을 수 없어도
울고 간 그의 영혼
들에 언덕에 피어날지어이.

- 山에 언덕에 (1963) 全篇.


일어서야지,
양말 신은 발톱 흉물 떨고 와
논밭 위 세워 논, 억지 있으면
비벼 꺼야지,
열 번 부러져도 그 사랑
발은 다시 일으켜세우기 위하여 있는 것,
발은 人類에의 길
멎고 멎음을 증명하기 위하여 있는 것,
다리는, 절름거리며 보리수 언덕 그 微笑를 찾아가려 나왔다.

다시 戰火는 가고
쓰러진 廢墟
함박눈도 쏟아지는데
어데서 나왔을까, 너는 또
뚜벅뚜벅 걸어오고 있었다.

- 발 (1966) 中.


껍데기는 가라.
四月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東學年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中立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漢拏에서 白頭까지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 껍데기는 가라 (1967) 全篇.


水雲이 말하기를
강아지를 하눌님으로 섬기는 자는
개에 의해
銀行을 하눌님으로 섬기는 자는
은행에 의해
미움을 하눌님으로 섬기는 자는
미움에 의해 멸망하리니,
총 쥔 자를 불쌍히 여기는 자는
그, 사랑에 의해 구원받으리라.

水雲이 말하기를
한반도에 와 있는 쇠붙이는
한반도의 쇠붙이가 아니어라
한반도에 와 있는 미움은
한반도의 미움이 아니어라
한반도에 와 있는 가시줄은
한반도의 가시줄이 아니어라.

水雲이 말하기를,
한반도에서는
세계의 밀알이 썩었느니라.

- 水雲이 말하기를 (1968) 中.


그 사람에게

아름다운
하늘 밑
너도야 왔다 가는구나
쓸쓸한 세상세월
너도야 왔다 가는구나

다시는
못 만날지라도 먼 훗날
무덤 속 누워 追憶하자.
호젓한 산골길서 마주친
그날, 우리 왜
인사도 없이
지나쳤던가, 하고.

- 그 사람에게 (1968) 全篇.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송이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네가 본 건, 먹구름
그걸 하늘로 알고
一生을 살아갔다.

네가 본 건, 지붕 덮은
쇠 항아리,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닦아라, 사람들아
네 마음속 구름
찢어라, 사람들아,
네 머리 덮은 쇠 항아리.

아침 저녁
네 마음속 구름을 닦고
티 없이 맑은 永遠의 하늘
볼 수 없는 사람은,

畏敬을
알리라

-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1969), 錦江 제9장 中.


나는 나를 죽였다.
비 오는 날 새벽 솜바지 저고리를 입힌 채 나는
나의 학대받는 육신을 江가에로 내몰았다.
솜옷이 궂은 비에 배어
가랑이 사이로 물이 흐르도록 육신은
비겁하게 항복을 하지 않았다.
물팡개치는 홍수 속으로 물귀신 같은
몸뚱어리를 몰아쳐 넣었다.
한 발짝 한 발짝 거대한 산맥 같은
휩쓸려 그제사 그대로 물넝울처럼 물결에
쓰러져 버리더라 둥둥 떠내려 가는 시체 물 속에서
주먹 같은 빗발이 학살처럼
등허리를 까뭉갠다. 이제 통쾌하게
뉘우침은 사람을 죽였다.
그러나 너무 얌전하게 나는 나를 죽였다.
가느다란 모가지를 심줄만 남은 두 손으로
꽉 졸라맸더니 개구리처럼 삐걱! 소리를 내며
혀를 물어 내놓더라.
江물은 통쾌하게 사람을 죽였다.

- 江 (1970) 全篇.


우리들은 하늘을 봤다
1960년 4월
歷史를 짓눌던, 검은 구름장을 찢고
永遠의 얼굴을 보았다.

잠깐 빛났던,
당신의 얼굴은
우리들의 깊은
가슴이었다.

하늘 물 한아름 떠다,
1919년 우리는
우리 얼굴 닦아놓았다.

1894년쯤엔,
돌에도 나무등걸에도
당신의 얼굴은 전체가 하늘이었다.

하늘,
잠깐 빛났던 당신은 금새 가리워졌지만
꽃들은 해마다
江山을 채웠다.
太陽과 秋收와 戀愛와 勞動.

- 錦江, 敍話 3 中.


李朝 5백년의
王族
그건 中央에 도사리고 있는
큰 마리낙지.
그 큰 마리낙지 주위에
수십 수백의 새끼낙지들이 꾸물거리고 있었다
정승배, 大監마님, 兩班나리, 또 무엇

지방에 오면 말거머리들이
요소 요소에 웅거하고 있었다
관찰사, 縣監, 병사, 牧使,

마을로, 장으로
꾸물거리고 다니는 건 빈대,

- 錦江, 제6장 中.


갈라진 조국
강요된 分斷線.
우리끼리 익고 싶은 밥에
누군가 쇳가루를 뿌려놓은 것 같구나.
너와 나를 반목케 하고
개별적으로 뜯어가기 위해
누군가가 우리의 세상에
쇠가루 뿌려놓은 것 같구나.

4월달, 우리들, 밥은
익었었는데
누군가가 쇠가루 뿌려놓은 것 같구나.

- 錦江, 제6장 中.


考試 공부 한다는 건
출세하기 위한 것,

출세한다는 건,
피 빨아먹은 자리,
놀고 먹는 자리,
백성의 피기름 솟는
吸口 자리 하나
차지한다는 것,

피라밋처럼
頂上을 향해
벼슬길로
기어오른다.

형제의 등을 밟고
친구의 목을 부러뜨리고
제 자신의 낯짝도
쥐어뜯어 가며

벼슬 높은
頂上으로
정상으로,

여기 저기
나 있는
달 표면의
噴火口 자죽 같은
흡구 곁으로
기어올랐다.

오늘,
얼마나 달라졌는가.

.......

반도의 등을 덮은 철조망
논밭 위 심어놓은 타국의 기지.

그걸 보고도
우리들은, 꿀먹은 벙어리
눈은 반쯤 감고, 月給의
행복에 젖어
하루를
산다.

- 錦江, 제13장 中.


生의 馬車를,
불성실하게 끌어온 사람들은
죽음 앞에서
발바닥 붙이지 못하고
당황한다,

임종 앞에서
당황하는 사람은

아닌 줄 알면서

안될 줄 알면서도
무엇인가,

아무꺼구
손에 잡히는대로
이 약
저 약, 목에 주워넣는다.

- 錦江, 제20장 中.


錦江의
부드러운 물굽이가
멀리서
희게 빛난다,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평화로이 흘러가는 江물.

등성이 두어 개만 내려가면
哀話 얽힌 오누이塔,
그리고 東鶴寺,
진아와 앉아 쉬던
돌방석 아직도
나무 그늘 반쯤
비껴 있을까?

시뻘겋게 젖어 있는 바위,
봉황산에서 부상한 손바닥
찍어붙인 쑥이 비에 씻겨 없어지고
피가 맘껏 흐르다가 제풀에
멎어 있엇다.

들여다보았다.
손. 맞창이 난
손바닥.

벼 베러 다니던 손,
진달래 꺾어 이웃 소꿉동무
나누어 주던 손,

진아의 보드라운 볼 어루만질 때
그리고 그녀의 가슴
허리 아래 어루만질 때
이 손은 내 전부였다,
생명,
天才,

麻谷寺에서
梵鐘 함께
쳐 볼 때도 이 손이었다.

엄마는 비 오는 날,
비.
어떻게 생겼었을까.
내 손 만들어 놓고 간
엄마는,
그 피는 어떤 피였을까.

- 錦江, 제21장 中.


百濟,
예부터 이곳은 모여
썩는 곳,
망하고, 대신
거름을 남기는 곳,

錦江
예부터 이곳은 모여
썩는 곳,
망하고, 대신
정신을 남기는 곳

바람버섯도
찢기우면, 사방팔방으로
날아가 새 씨가 된다.

그러나
찢기우지 않은 바람버섯은
하늘도 못보고,
번식도 없다.

- 錦江, 제23장 中.


죄 없이 크고 맑기만 한
少年의 눈동자가
내 콧등 아래서 비에
젖고 있었다,

국민학교를
갓 나왔을까, 새로 사 신은
운동환 벗어 들고
바삐바삐 지나가는 인파에
밀리면서 東大門을
물었다.

등에 짊어진
푸대자루 속에선
먼길 여행한 고구마가
고구마끼리 얼굴을 맞부비며
비에 젖고,

노동으로 지친
내 감스에선 도시락 보자기가
비에 젖고 있었다,

나는 가로수 하나를 걷다
되돌아섰다.

그러나
노동자의 홍수 속에 묻혀
그 少年은 보이지 않았다.

- 錦江, 後話 1 中.


1894년3월
우리는
우리의, 가슴 처음
만져보고, 그 힘에
놀라,
몸뚱이, 알맹이채 발라,
내던졌느니라.
많은 피 흘렸느니라.

1919년3월
우리는
우리 가슴 성장하고 있음 증명하기위하여
팔을 걷고, 얼굴
닦아보았느니라.
덜 많은 피 흘렸느니라.

1960년4월
우리는
우리 넘치는 가슴덩이 흔들며
우리의 歷史밭
쟁취했느니라.
적은 피 보았느니라.

왜였을까, 그리고 놓쳤느니라.

그러나
이제 오리라,
갈고 다듬은 우리들의
푸담한 슬기와 慈悲가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우리 세상 쟁취해서
半島 하늘높이 나부낄 평화,
낙지발에 빼앗김 없이,

우리 사랑밭에
우리 두렛마을 심을, 아
찬란한 혁명의 날은
오리라,

겨울 속에서
봄이 싹트듯
우리 마음 속에서
연정이 잉태되듯
조국의 가슴마다에서,
혁명, 噴水 뿜을 날은
오리라.

그럼,
안녕.

언젠가
또다시 만나지리라.

- 錦江, 後話 2 中.


詩란 바로 生命의 發現이다.

오늘의 詩人들은 오늘의 江山을 헤매면서 오늘의 內面을 直觀해야 한다.

民衆 속에서 흙탕물을 마시고 민중 속에서 서러움을 숨쉬고 민중의 정열과 지성을 織造 救濟할 수 있는 민족의 豫言者, 백성의 시인이 祖國心性의 본질적 前例에 나서서 차근차근한 發言을 행 할 시기가 이미 오래 전에 우리 앞에 익어 있었던 것이다.

- 斷想抄 중.



3. 내가 저자라면

<신동엽 전집>.
그의 작품을 모아 1975년 출간한 책이다. 곧 박정희 정권에 의해 이 책을 긴급 조치 9호 위반이라는 이유로 판매가 금지되었다가 1980년 다시 출간되었다.

이 책을 비평하거나 문제 삼을 것을 찾아내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단지 이렇게 말하고 싶을 뿐이다.

신동엽의 작품을 직접 접하고 직접 느껴라. 대신 전해주어서는 제대로 알 수 없다. 개인마다 오는 느낌도 다를 테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그의 작품 세계를 조금 알려주는 것일 뿐이다.

그가 활동을 펼쳤던 1950년대 시단은 모더니즘과 전통 지향 보수주의로 양분되어 있었다. 그러나 역사와 현실을 정면으로 회피하고 있었다는 점에서는 공통되었다. 신동엽은 당시 양대 시단을 거부하고 처음부터 민중적 지식인으로 시를 발표하며 현실을 정면으로 부딪혔다. 김수영과 함께 그를 참여시인이라 불리운 점, 민족시인으로 칭해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는 당시 시사에 현실 대응의 한 문학적 전범을 보여 주었으며, 그의 문학적 가치의 한 측면은 현대의 문명과 사회 현실의 모순과 부조리를 비판하는 데에 있다.

신동엽은 그의 생애에 식민지 시절과 전쟁, 혁명을 겪는다. 격변의 시기에 민족적 정신이 일생의 과제와 같았던 그는 그 실체를 찾는 도중 동학 농민 운동에 관심이 집중되었다. 그는 동학 운동과 3.1운동. 4.19혁명을 하나로 연결하며, 나아가 미래상을 그리고 희구하였다.

1894년3월
우리는
우리의, 가슴 처음
만져보고, 그 힘에
놀라,
몸뚱이, 알맹이채 발라,
내던졌느니라.
많은 피 흘렸느니라.

1919년3월
우리는
우리 가슴 성장하고 있음 증명하기위하여
팔을 걷고, 얼굴
닦아보았느니라.
덜 많은 피 흘렸느니라.

1960년4월
우리는
우리 넘치는 가슴덩이 흔들며
우리의 歷史밭
쟁취했느니라.
적은 피 보았느니라.

왜였을까, 그리고 놓쳤느니라.

그러나
이제 오리라,
갈고 다듬은 우리들의
푸담한 슬기와 慈悲가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우리 세상 쟁취해서
半島 하늘높이 나부낄 평화,
낙지발에 빼앗김 없이,

우리 사랑밭에
우리 두렛마을 심을, 아
찬란한 혁명의 날은
오리라,

겨울 속에서
봄이 싹트듯
우리 마음 속에서
연정이 잉태되듯
조국의 가슴마다에서,
혁명, 噴水 뿜을 날은
오리라.

- 錦江, 後話 2 中.


그의 많은 시는 반민족적 세력을 비판하고 거부하였으며, 민중을 긍정하며 희망에 찬 앞날을 염원하였다.

신동엽에게 시는 개인적 유희가 아닌 ‘민족의 노래’였다. 그러나 그의 시는 딱딱하고 경직되지 않았다. 이념의 도구가 아니었다. 그는 ‘하늘, 눈동자, 알맹이, 아사달과 아사녀, 흙가슴, 사찰 등’ 의 시어와 이미지를 사용하여 원시적이고 상고적인 동양적 유토피아를 연상하였다. 그럼으로써 이념을 순수하게 승화시키며 부드럽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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