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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승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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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0월 29일 04시 42분 등록


꽃, 바람, 하늘,
빛과 생명의 노래

로버트 프로스트 저, 선영사


1. 저자에 대하여



미국 시인 중 일반 대중들에게 가장 널리 읽혀져 온 시인을 꼽으라면 단연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일 것이다. 이처럼 그가 미국의 국민시인이라는 칭호를 얻게 된 것은 그의 시 속에 녹아있는 미국 동북부라는 특수하고도 한정된 지역을 대상으로 자연과 인생을 관조한 그의 작품들 때문이다. 그는 작품 속에서 소박한고 간결하게 이 지역을 노래하여 미국의 모든 사람들에게 희열과 지혜를 선사했다. 또한 그의 시는 산문체로 되어있어 독자들이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었다.
우리가 프로스트 시의 특징을 이야기할 때 그의 시의 중요한 배경이 되는 자연을 빼놓을 수 없다. 또한 자연과 더불어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과 인생에 대한 사색 역시 그의 시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부분들이다. 따라서 프로스트를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자연’과 ‘인간’이라는 화두가 떠오르게 되는 것이다.

프로스트의 생애 (1874~1963)
로버트 프로스트는 뉴잉글랜드(New England)의 시인으로 알려져 있으나 실은 1874년 3월 26일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뉴잉글랜드 태생이었으며, 어머니는 스코틀랜드 여자로 에든버러에서 이주해 왔다. 어머니 이사벨 무디 프로스트(Isabelle Moodie Frost)는 오하이오 주 콜럼버스에서 상당한 교육을 받은 뒤 교사가 되었고, 펜실베니아 주 루이스타운에서 교편을 잡고 있을 때, 그 곳에서 같이 교편을 잡고 있는 윌리업 프레스콧 프로스트(William Prescott Frost)와 결혼했다. 이사벨은 시 쓰기를 좋아했기 때문에 아들의 이름을 시인 로버트 번즈의 이름을 따서 로버트라고 지었으나 아버지는 남부의 탁월한 장군 로버트 E. 리의 이름을 따서 아들 이름을 짓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프로스트의 아버지는 고향인 뉴잉글랜드에 강한 혐오감을 갖고 1872년 하버드 대학을 졸업하자 서부로 옮겨 루이스타운에서 1년간 교편을 잡다가, 다시 행운을 찾아 샌프란시스코로 갔다. 그의 뉴잉글랜드에 대한 혐오감은 남북전쟁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저널리즘과 정치에 관여하면서 생활을 영위한 실제적이며 거친 양키였으며, 어머니는 스웨덴보르그(Swedenborg)의 종교적 신비주의 철학에 깊이 심취했던 섬세한 감정의 소유자였다. 이런 그의 가정환경이 그에게 마음의 갈등이야말로 인간 삶과 모든 만물의 본질이란 생각을 심어 주었던 것이었다.
프로스트는 11세 때까지 샌프란시스코에서 도시 소년으로 자라다가 1885년 아버지가 그 곳에서 결핵으로 세상을 떠나자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유골을 안고 뉴잉글랜드로 돌아왔다. 그는 12살 때 매일 오후와 토요일 마다 구둣방에서 일을 하였고, 여름방학 동안에는 농장에서 어른들과 함께 건초를 만드는 등의 농사일을 하였다. 그리하여 정규학교 교육을 받는 동안에 그는 마음을 개발함과 동시에 농촌생활을 사랑하게 되고 농촌생활에 젖어 신체를 단련하게 되었다.
프로스트는 로런스(Lawrence)고등학교에 다녔으며, 그곳에서 평생의 반려인 화이트(Elinor Miriam White) 양을 만났다. 프로스트와 화이트는 모두 그 학교의 최고 우수학생이었으며, 졸업식 때에는 둘 다 고별사를 읽었다. 이 때부터 그는 자신이 시인이 되리라는 것을 예감하고 있었던 듯 많은 습작을 하였으며, [독립](Independent)이라는 잡지에 「나의 나비」(“My Butterfly”)라는 시를 발표하기도 하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대학 진학에 큰 뜻은 없었으나 그를 사랑해주는 할아버지의 비위를 맞추기 위하여 다트머쓰(Dartnmouth) 대학에 장학금을 받아 입학하였다. 그러나 그는 두 달도 채 못 되어 돌아와서는 매사추세츠 주의 메투엔(Methuen)에 있는 초등학교에서 모친 대신 교편을 잡았다.
그는 화이트 양과 결혼한 지 2년 후인 22세 때 하버드에 입학하였으나 결국 중퇴하고 말았다. 그의 할아버지는 이에 실망하였으나 뉴햄프셔의 데리(Derry)지방에 농장을 사 주며 부대조건으로 10년간 농사를 짓도록 규정했다. 그는 농부로서 그다지 유능하지 못하여 부업으로 교편을 잡기도 하며 시작(詩作)을 계속하였다. 그는 만 10년 동안 농장 일을 한 후 이를 처분하고 1912년에 영국으로 건너갔다.
그 당시 영국의 문단은 진통기에 있었고 소위 조지왕조시대의 시가 문학운동의 중심이었지만 프로스트는 이 움직임에 초연하였다. 그는 거의 일년 동안 별다른 교제 없이 시작에 몰두하다가 글루스터셔(Gloucestershire)에서 토지를 구하여 또다시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그는 그동안 써 두었던 시를 간추려 1913년에 [소년의 의지](A Boy's Will)라는 제목으로 출판했는데 이때 그의 나이 38세였다. 이 작품이 호평받자 그는 1년 후에 [보스톤의 북쪽](North of Boston)을 출판했는데 이것도 역시 절찬 받았다.
영국의 비평가들은 프로스트의 소박한 서정, 단순한 어휘와 예리한 관찰에 완전히 매혹되고, 보통사람들이 의식하지 않고 그냥 간과하는 지극히 당연한 일을 잊을 수 없는 시로 표현한 것에 탄복하였다. 깁슨(Gibson)은 “프로스트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흔히 쓰는 어휘를 시어로 승화시켰다. 다른 시인이라면 평범한 이야기로 취급하였을 단순한 사건을 의미심장한 시로 변화시켰다.” 라고 평하였으며, 다른 비평가는 그의 시가 “정확한 지식, 명석한 관찰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은) 실생활의 모든 면에서 발견해내는 무한한 즐거움”의 소산이라고 말했고, 또한 운율이 자연스럽다는 점을 높이 칭찬하였다.

성공은 그를 난처하게 만들었다. 워낙 수줍어하고, 극도로 감수성이 예민하며, 군중 앞에 서면 마음에 고통을 느끼는 프로스트는, 사람들의 예찬과 추종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은 나머지 뉴햄프셔의 프랜코니아에 작은 농장을 샀다. 그러나 경제적 이유와 자존심 때문에 그는 강연회나 시 낭독회에 나와 달라는 요구를 오랫동안 거절할 수 없었다. 영국서 돌아온 지 2년도 채 안되어 그는 메인 주에서 텍사스 주에 이르기까지 미국 도처에서 공중 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그가 아카데믹한 것에는 취미가 없다고 역설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수개월 혹은 수년간 학교 안에서 사는 상주 시인이 되어 줄 것을 여러 대학과 합의한 최초의 미국 시인이 되었다. 그는 주로 매사추세츠주의 애머스트 대학과 그런 계약을 맺었지만, 그 사이 사이에 미시건 대학, 하버드 대학 및 다트머스 대학에서도 몇 해씩 보냈다.
그렇게 여러 곳에 머무르면서 그는 그가 늘 좋아하고 바라던 농부 생활을 휴가 기간(봄, 여름, 가을) 동안 맛 볼 수 있었다. 1919년 그는 뉴 햄프셔를 떠나 버몬트로 가서 농장을 샀다. 아이들은 모두 자라고, 그리고 아내가 세상을 떠난 뒤 그는 버몬트 주 립튼의 고지대 농장으로 그의 법률상의 거주지를 옮겼고, 1936년부터는 의사의 지시에 따라 겨울의 몇 개월 동안 플로리다에서 보내기 시작했다. 1940년에는 플로리다 주의 코럴 게이블 시외에 2천 평의 농토를 사서 농장에 전형적인 방갈로를 세웠다. 땅과 자라나는 것들에 대한 그의 정감은 그러한 삶이 필요치 않게 된 훨씬 후에도 그에게 뜨겁게 남게 되었다.
40세 이후부터 프로스트는 미국 현대 문학의 대표적인 인물로 추앙되었다. 터프츠(Tufts) 대학의 피 베타 카파(Phi Beta Kappa) 시인, 월간지 [일곱 예술](The Seven Arts)의 고문, 미국문예원인 국립문예재단(National Institute of Arts and Letters)의 회원, 하버드 대학의 피 베타 카파(Phi Beta Kappa) 시인 등이 되었다. 그는 1938년에 매사추세츠 주의 보스톤으로 이사하였다가, 3년 후에 그 부근의 케임브리지 근처에 자리잡았다.
그는 시로 퓰리처 상을 네 번 수상하였으며, 예일 대학, 콜럼비아 대학, 다트머쓰 대학, 하버드 대학 등에서 명예학위를 받았고, 미국문예원 최고의 상인 황금패를 받았으며, 1961년 케네디 대통령 취임식장에서 시를 낭독하기도 했다. 그는 1963년 2월에 88세의 나이로 영면했다.


연보

1874- San Francisco에서 3월 26일, Isabelle Moodie와 William Prescott 프로스트의 첫번째 아들로 출생.
1892- 뉴 햄프셔 로렌스 고등학교 졸업. 다트머스 대학에 입학했으나 중퇴.
1894- 유명한 문학지 에 처음으로 시 『나의 나비』발표
1895- 엘리너 화이트와 결혼.
1913- 런던에서 첫 시집 『A Boy's Will(소년의 의지)』 출판.
1914- 시집 『North of Boston(보스톤의 북쪽)』 출판.
1916- 시집 『Mountain Interval(산간 저지대)』 출판. 같은 해에 미국 예술원 회원에 피선.
1917~20- 애머스트 대학 영어 교수(1923~38년까지 계속 재직).
1921~23- 미시간 대학 상주 시인.
1922- 미시건 대에서 석사 학위.
1923- 시집 『New Hampshire(뉴 햄프셔)』 출판. 퓰리처 상 수상.
1928- 시집 『West-running Brook(서로 흐르는 시내)』 출판.
1930- American Academy 회원.
1931- 『Collected Poems(시선집)』 출판. 퓰리처 상 수상.
1936- 시집 『A Further Range(더 넓은 곳)』 출판. 퓰리처 상 수상. 같은 해에 하버드 대학 Charles Eliot Norton Professor of Poetry로 초청받았고, 다음해 같은 대학에서 문학 박사 학위 받음.
1942- 시집 『A Witness Tree(나무 위에서 보기)』 출판.
1942~43- 하버드 대학 Ralph Waldo Emerson Fellow in Poetry가 되어 주로 케임브리지(매사추세츠)에서 살았음.
1943~49- 다트머스 대학의 Tick Fellow in the Humanities로서 강의했고 1955년에는 동 대학에서 법학 박사 학위 받음.
1945- 시집 『A Masqus Reason(거짓 이성)』 출판.
1947- 시집 『Steeples Bush(스티플부시)』 출판. 시집 『A Masque of Mercy(자비의 가장 무도회)』출판.
1957- 영국 옥스퍼드,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명예학위 받음.
1962- 시집 『In a Clearing(청소중)』 출판.
1963- 1월 29일에 죽음.


주요 시집과 시 목록

Ⅰ. 『소년의 의지』(A Boy's Will, 1913)
: Mowing (풀 베기)
Love And A Question (사랑과 의문)
Revelation (드러냄)

Ⅱ. 『보스턴의 북쪽』(North Of Boston, 1914)
:Mending Wall (담장 수리)
Home Burial (가족의 매장)

Ⅲ. 『산간 저지대』(Mountain Interval, 1916)
:Birches (자작나무)
The Hill Wife (산골 아낙네)
The Road Not Taken (가지 않은 길)
The Telephone (전화)

Ⅳ. 『뉴 햄프셔』(New Hampshire, 1923)
:Dust Of Snow (눈가루)
Fire And Ice (불과 얼음)
Nothing Gold Can Stay (어떤 찬란한 것도 오래가지 못하리)
Stopping By Woods On A Snowy Evening (눈 내리는 밤 숲가에 멈춰서서)
Two Look At Two (둘이 둘을 본다)

Ⅴ. 『서쪽으로 흐르는 시내』(West-Running Brook, 1928)
: A Minor Bird (슬픈 새)
Acquainted With The Night(밤에 익숙해지며)
Lodged (쓰러져있다)
Tree At My Window (창가의 나무)

Ⅵ. 그 외의 시집들
Collected Poems(1931)
A Further Range(1936)
A Witness Tree(1942)
A Masque Reason(1945)
Steeples Bush(1947)
A Masque Of Mercy(1947)
In A Clearing(1962)

프로스트 시의 경향

◎자연시인 프로스트
프로스트의 작품들의 특징을 요약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그의 시에 등장하는 자연들이다. 프로스트가 ‘진정한 미국적 재능’이라 평가될 때 의레 따라붙는 이미지는 ‘자연 시인’이라는 것이다. 특히 그는 미국 동북부 뉴잉글랜드라는 한정된 지역을 대상으로 자연과 인생을 관조했는데 그의 가장 우수한 시집 중 하나로 평가받는 North of Boston에서 마지막 작품집 In the Cleaning 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대다수의 시가 뉴잉글랜드, 특히 뉴햄프셔와 버몬트 지방을 배경으로 삼고 있다. 또한 배경 뿐 아니라 취급되는 소재 대부분이 ‘자연’에서 빌려온 점을 감안하면 자연시인 이라는 정의는 시인 프로스트에 대한 기존 통념들과 맞아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T. S. 엘리엇(T. S. Eliot), 월러스 스티븐스(Wallace Stevens), 에즈라 파운드(Ezra Pound)등 모더니즘이 꽃피우던 시기에 전통적 형식을 고수하면서 자연과 인간을 노래한 그는 소박하고 섬세한 감수성으로 뉴잉글랜드의 자연의 모습을 평이한 구어체와 억양으로 표현했다. 도발적인 도시서정, 화려하고도 이지적인 감수성, 현란한 기법 등이 발휘된 유럽의 대도시를 근거로 둔 모더니즘과 달리 그의 순수한 자연의 묘사는 충분히 대립적인 입장이라 할 수 있겠다. 그의 시가 주로 산문체로 되어 있다는 것은 독자로 하여금 읽는 즐거움 주는 동시에 보다 빠르고 직접적인 감동으로 그의 시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했다. 이러한 평이성은 소박한 전원적 생활 속에서 드러나는 일상과 자연의 묘사에 연유된 것이라 할 수 있으며 그러한 묘사와 사실적 표현들은 그가 미국의 국민시인으로서 독자와의 간격을 좁히는 데 큰 작용을 한다. 이와 같이 뉴잉글랜드의 자연과 일상을 그들의 언어로 표현했기에 비평가들은 그의 시를 다분히 뉴잉글랜드적 이라고 한다. 그리고 특히 토박이 백인 ‘양키정신’의 본고장인 뉴잉글랜드에 깊이 뿌리박은 시를 써냈다는 점에서 그를 전형적인 미국시인이라고 한다.


◎프로스트시의 이중성
우리가 프로스트의 시를 자연시로써 자연에 대한 적절한 묘사에 의미를 둘 때 그의 자연에 대한 묘사 방법은 너무나 다양하기 때문에 그를 순수한 자연시인으로만 해석한다는 것은 그의 시의 본질을 흐리게 할 위험성이 있다. 그는 그의 시에서 단순히 순수한 자연의 묘사를 통해 자아에 대한 삶의 즐거움을 나타냄과 동시에 자연을 복잡한 인생살이와 연결시키는 등 시적 상상력을 발휘한다. 즉 프로스트는 자연을 잇는 그대로 묘사하는 시인이 아니라 이원론을 가진 복잡한 시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가 자신의 작품에서 자연과 일상에서 채용한 다양한 소재를 사용할 때 그의 관심은 항상 외적 세계의 현상에만 안주하지 않고 내적 세계에 얽힌 사건들을 적용해 풀어나간다. 따라서 그의 시는 뉴잉글랜드 지역의 제한된 자연묘사에서 탈피하여 보편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 여러 요소들을 포함하게 된다.
특히 존 J. 린넨(John F. Lynen)은 「현대시인으로서의 프로스트」라는 논문에서 이중성(duality)이 그의 사상의 주요한 특징이라고 하면서, 프로스트 시에 나타난 자연은 인간이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전 세계의 환경에 대한 이미저리, 즉 인간 상황(‘the human situation')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한 제임스 L. 포터(James L. Potter)도 그의 비평에 동조하여 프로스트는 단순한 정신의 소유자가 아니며, 항상 가치의 양면성을 인식하고 인간과 우주적인 문제의 복잡성과 다중성을 강하게 느낀 시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즐겨 읽는 그의 시는 즐거움을 주기는 하지만 그러한 즐거움만이 그의 시를 돋보이게 하는 시상의 전부는 아니다. 이와 관련하여 그의 시에는 이분화 된 독자 집단이 나타난다. 바로 자연의 묘사에 매혹된 자연시의 애독자와 외부적인 자연 경관의 예찬자가 아닌 지성인의 집단이다. 전자는 주로 낭만주의의 시인 군에 매혹된 자들이고 후자는 자연 속에 깊이 파묻혀 대한 상징과 은유적 표현으로 인생 문제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다. 이는 그가 자신의 시론에서 “시는 환희에서 시작하여 지혜로 끝난다”(A poem begins with delight and ends with wisdom.)라고 언급한 것처럼 시를 통해 ‘환희’에 몰두하는 층과 ‘지혜’에 매혹된 부류로 나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그의 대부분의 이분성 즉, 자연과 인간, 자연의 외부세계와 내면의 세계, ‘환희’와 ‘지혜’ 등은 상호 배타적이 아니라 보완적이라 할 수 있다.

◎상징과 은유
프로스트의 작품 경향에 있어 가장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상징과 은유기법이다. 이 사실은 그가 “The Constant Symbol"에서 은유야말로 시를 표현하는 요체이며, 은유를 모르고는 자신의 시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 그의 시론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프로스트는 그 자신이 깊은 관심을 두었던 인생의 의미를 조명하기 위하여 시골의 자연환경을 중심으로 고독한 젊은 여인, 젊은 부부, 외로운 늙은이, 농사짓는 시인과 같은 주인공들을 등장시켰음을 알 수 있다. 그들을 계기로 프로스트는 현대인의 비극과 현대인의 보편적인 문제들을 극복하려는 인간의 의지와 노력을 표출하려는 시도를 보여준다.
또한 그는 골목길, 황야, 숲, 오솔길, 숲, 담장 등 인간의 삶의 자연 배경이 되는 소재들을 상징들로 인용하고 있다. 이러한 요소들은 인간의 삶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는 않지만 인간의 생활양식과 강한 관련을 맺고 있다. 자연 속에는 인간행동의 제약이 스며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징들은 흔히 접하고 있으면서 알고 있는지 조차 모르고 있던 독자에게 무엇인가를 기억해내고 느끼는 놀람을 제공한다. 그리고 그때의 감동은 인근 사물들에 대해 주의 하지 못하고 있다가 어느 순간 문득 이들을 유심히 보고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환희를 느끼게 한다. 한편 이 발견의 환희를 자아의 삶과 주의 세계에 대한 성찰의 계기를 삼음으로서 지혜를 얻도록 해준다.



2. 가슴을 치고 들어오는 문구들

담장 쌓기(

무엇인가 담장을 싫어하는 것이 있어
담장 아래 언 땅을 부풀게 하고
위에 얹힌 돌멩이를 햇빛 속으로 넘어뜨립니다.
그리고 두 사람이 지나갈 만한 공간을 만들지요…(중략)..
언덕 너머 이웃에게 알리고
어느 날을 정해 경계선을 걸으며 함께 만나
우리 사이에 다시 한 번 담장을 쌓아 올리죠.
우리는 담장을 사이에 두고 서로 걸으며
자기편에 떨어진 돌들을 올려 쌓지요…(중략)…
저쪽은 온통 소나무고 이쪽은 사과밭입니다.
“이쪽 사과나무가 담을 너머 당신의 솔방울을
따먹지는 않겠지요?”라고 그에게 말하면
“좋은 담이 좋은 이웃을 만들지요”라고 할 뿐입니다.
봄은 나를 난처하게 합니다.
그래서 난 그의 생각을 바꿔볼 수 있을까 싶어 말합니다.
“어떻게 좋은 담이 좋은 이웃을 만들죠?
소 있는 곳에서나
그러는 것이 아닌가요? 여긴 소가 없잖아요.”
담을 쌓기 전에 알고 싶어요.
누가 손해를 보는가에 대해 말이죠.
도데체 담을 쌓아 무엇을 감추려 하는지.
그 무언가 담장을 싫어하는 것이 있어
담이 무너지길 바라죠. 그게 요정이 아닐까
라고 말하고 싶지만 꼭 그런 것도 아니어서
그가 스스로 깨닫도록 내버려둡니다.
그는 구석기 시대의 무장한 야만인처럼
양손에 돌멩이를 꼭 쥐고 다가옵니다.
나에겐 그가 어둠 속에서 움직이는 것처럼 보입니다.
숲과 나무 그늘의 어둠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는 아버지가 하신 말씀의 진의를 알려 하지 않고
단지 그 말을 생각해 낸 것에 흐뭇해하며 말합니다.
“좋은 담장이 좋은 이웃을 만들죠”

눈 오는 밤 숲 가에서

숲의 주인이 누군지 알 듯하다.
하지만 그의 집이 마을에 있으니
숲에 눈이 쌓이는 광경을 내가
지켜봄을 그는 모르리.

주변에 농가라고는 하나 없고
일 년 중 가장 어두운 밤에
숲과 얼어붙은 호수 사이에 멈춰 선 나를
내 조랑말은 이상히 여기리라.

뭔가 잘못된 것이 아니냐
조랑말이 방울을 흔든다.
방울 소리, 바람 스치는 소리,
사뿐이 쌓이는 눈소리뿐.

숲은 아름답고 어두우며 깊지만
나에겐 지켜야 할 약속이 있기에
잠들기 전 수십 마일을 더 가야한다.
잠들기 전 수십 마일을 더 가야한다.


홀로 남기

예전에 어디에서 들은 적이 있었던가?
바람이 이토록 사납게 바뀌는 것을
닫히지 않으려는 문 열린 채 쥐어잡고
저 언덕 너머 해안의 물거품을 바라보는 내 모습을
바람은 도대체 무어라 여길까?
여름이 지나고 오늘 하루도 지나 이제
어둔 구름이 서쪽 하늘에 모인다.
저기 쳐진 현관 마루
회오리바람에 요란하게 올라온 나뭇잎들이
내 무릎을 부딪히려다가 스쳐갔다.
그 소리 속의 불길한 무엇이
내게 비밀을 밝히라고 알려준다.
내가 집에 혼자 있다는 소문이
밖에서 나돌았나 보다.
내 일생 동안 외로웠다는 소문이.
이제 내게 남은 것은 신(神)밖에 없다는 소문이.


신중

젊었을 때 나는 감히 급진적이질 못했다. 그것이
늙었을 때 나를 보수적으로 만들까 두려워서였다.


멀리도 가까이도 아닌

사람들이 백사장에 모여 앉아
모두 한 곳을 응시하고 있다.
육지를 뒤로 한 채
온종일 바다만을 바라보았다.

선체(船體)를 곧추세우고
한 척의 배가 지나간다.
물 젖은 백사장이 유리처럼
서 있는 갈매기를 되비추고 있다.

육지에는 보다 많은 변화가 일어난다.
하지만 진실이 어디에 있건 ---
파도는 해변을 찾고
사람들은 바다를 응시한다.

그들은 멀리 보지도 못하며
깊이 보지도 못한다.
하지만 그것에 신경 쓰지 않고
오늘도 여전히 바다를 응시할 뿐.



이야기를 나눌 시간

친구가 길에서 나를 부르며
말의 발걸음을 서서히 늦출 때,
아직 갈지 못한 둔덕을 보며
그 자리에 멈추어 선 채로
“왠일인가?” 소리쳐 묻지는 않는다.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있으니까.
부드러운 땅에 날을 위로 하여
오 척 길이의 괭이를 세워두고
치눅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려고
돌담을 향해 터벅터벅 온다.



3. 내가 저자라면

아, 좋다. 시란 이런 것인가. 이해하지 못해도 가슴이 찡하다. 누구나 같은 마음이구나. 호젓하게 영웅처럼 사는 듯 하지만 가슴에 한 가지씩의 아픔을 안고 사는구나. 누구나 각자의 스토리를 안고 살아가는 듯 하지만 결국 우리는 같은 끈으로 엮여 있는 존재들이구나. 짧은 글 하나로 이런 감정을 갖게 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시인은 위대하다.

프로스트는 주로 자연의 양면적인 주제로 시를 썼다. 그러나 프로스트의 주된 관심은 언제나 인간에게 치우쳐있었다. 어느 대담에서 그는 “나는 자연시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그 속에 인간이 등ㄷ장하지 않는 시는 단 두편밖에 쓰지 않았습니다. 단 두편”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는 자연 속에서 늘 인간의 체취나 흔적을 찾는다. 그는 자연을 인간의 다양한 삶의 모습들을 규명하고 인생을 해명하기 위한 배경이자 수단으로 생각했다.

프로스트는 시의 배경으로 자연을 택한 것이 아니라, 시에 서 인간의 생활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기 위해서 자연을 이용했다. 그는 숲과 여행이라는 소재로 된 작품을 많이 남겼다. 숲은 인간에게 있어서 혼탁해진 삶을 정화시켜주는 존재이며 인생에 대한 깊은 사색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존재이기까지 하다. 또한 여행은 인간이 살아가고 있는 혹은 앞으로 살아가야할 인생의 여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시를 접해본 기회가 없어 시인의 입장에서 책을 바라보는 것은 어렵다. 다만 번역서에 대한 아쉬움들은 조금 있었다. 프로스트의 시선집은 의외로 구하기 쉽지 않았다. 구했다 하더라도 번역이 엉망인 것이 많았다. 개인적으로 프로스트와 관련된 책 세권을 샀는데, 그중 선영사의 ‘꽃, 바람, 하늘,, 빛과 생명의 노래(선영사)’가 가장 괜찮았다. 민음사에서 나온 ‘불과 얼음’은 거의 비슷한 시들을 모아 놓았지만 번역이 엉망이었다.(기막히게도, 뜻을 반대로 해석해 놓은 것도 있었다.) 허나, 시의 원문을 영문으로 함께 기록해 놓은 것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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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30] 신동엽전집/ 창작과 비평사 써니 2007.10.29 2423
1128 [신동엽전집] 진정 껍데기는 가라 여해 송창용 2007.10.29 2224
1127 [30] 자연 속에서 [걷지 않은 길] - 로버트 프로스트 [4] 校瀞 한정화 2007.10.31 3921
1126 (29) '신동엽 전집'을 읽다. [4] 時田 김도윤 2007.10.29 2573
» (30) 프로스트의 자연시 : 일탈의 미학 [2] 박승오 2007.10.29 5783
1124 詩人 신동엽 香仁 이은남 2007.10.29 2724
1123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 신동엽 素賢소현 2007.10.28 2808
1122 신동엽 전집 / 신동엽 호정 2007.10.28 2337
1121 "88만원세대" 승자독식게임의 시대 [5] 김나경 2007.10.28 3782
1120 (29) 호모 루덴스 : 호이징하 [3] 박승오 2007.10.22 2857
1119 [29] [호모 루덴스]- J.호이징하 校瀞 한정화 2007.10.22 2426
1118 『호모 루덴스』를 읽고 [6] [1] 현운 이희석 2007.10.22 2631
1117 [리뷰026] 호모 루덴스, 요한 호이징하 [1] 香山 신종윤 2007.10.22 2290
1116 이외수 <날다타조>2 [1] gina 2007.10.22 2282
1115 이외수 <날다타조> [1] gina 2007.10.22 2335
1114 [독서29]호모 루덴스/호이징하 素田 최영훈 2007.10.22 2247
1113 [29] 호모 루덴스/ 요한 호이징하 [8] [3] 써니 2007.10.22 33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