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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0월 29일 11시 53분 등록
1. 작가에 대하여

프로스트는 1874년 3월 26일 아버지 윌리엄 프리스콧 프로스트(William Prescot Frost)와 어머니 이사벨 무디 프로스트(Isabelle moodie Frost)사이에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하버드 우등 졸업생으로 남북전쟁 당시 남군에 가담했으며, 남군의 Robert E. Lee 장군의 이름을 따서 그의 아들 이름을 Robert Lee Frost라고 지었다고 한다.1895년 부친이 음주와 도박, 결핵으로 인하여 돌아가시자, 어머니와 누이동생이 매사추세츠의 로렌스로 이사해서 할아버지와 함께 살았다. 1892년 로렌스 고등학교를 졸업하교 다트머스 대학에 입학을 하였고, 그해 12월말 다트머스 대학을 떠났다. 1894년 11월 그의 첫 시 「나의 나비(My Butterfly)」 『인디펜턴트』에 실렸다.

대략 프로스트의 일생을 세 단계로 나누어 보면 미국에서 정착하는 과정으로 태어나면서부터 영국으로 떠나기 전의 1911년 37세 까지의 정착단계이고, 영국으로 건너가서 전원생활을 하면서 시인으로서 명성을 얻고 왕성한 활동을 하던 1938년까지를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버드 대학에서 에머슨 특임 시교수로 재직하여 일생을 보낸 단계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고향을 떠나 1911년 영국으로 건너가지 전의 프로스트는 정착단계에서 많은 고생을 하게된다. 1895년 엘리너 화이트와 결혼하였고, 로렌스의 Daily American Sentinel의 기자로 활동한다. 1897년 하버드에 입학하여 장모와 함께 케임브리지로 이사하였으나, 2년 후에 건강문제로 하버드를 떠나게 된다. 첫 아들인 엘리엇이 죽고 어머니가 암으로 돌아가시고 난 후에 조부의 도움으로뉴 햄프셔의 데리 농장소유권을 받는 등 자립을 시도한다. 1911년에는 뉴햄스펴 플리머스의 스테이느 노멀 스풀에서 교육과 심리학 코스를 가르치기도 하였다.

1912년, 미국에서 생활을 정리하고 영국으로 건너가 런던 북쪽 20마일 지점에 시골집을 임대하여 시작(詩作)에 전념한다. 1913년 첫 시집 『소년의 의지(A boy's will)』가 출간되어 파운드지에 호평을 받고 예츠 등 많은 문인들을 만나고 친분을 쌓게 된다. 1914년에 두 번째 시집 『보스톤 북쪽(North of Boston)』이 출판되어 많은 호응을 얻고 미국의 출판사 헨리홀트(Henry Holt)에서 관심을 가지자 미국에서 출판하기로 하고 미국으로 돌아온다. 1915년 영국으로 간지 4년 만에 두 권의 시집을 내고 금의환향한다. 미국으로 돌아온 후 뉴햄프셔의 프랜코니아에서 가족과 함께 농사를 짓기 시작하였다. 1917년에는 메사츄세츠의 앰허스트대학에서 영문학 교수로 임용되어 가족과 함께 이사를 하였고, 1921년에는 미시건대학의 주재시인으로 1년간 재직하였다. 1923년에는 『시선집(Selected Poems)』, 『뉴햄프셔(New Hampshire)』를 발간한다. 이듬해에 시집 뉴 햄프셔로 첫 번째 퓨리처 상을 수상하게 된다. 1029년에 런던에서 엘리엇(T.S. Eliot)을 만나고 『서쪽으로 흐르는 강(West-running Brook)』을 출판한다. 1931년에 시선집으로 두 번째 퓨리처 상을 수상하게 된다. 1936년에 『저 너머 산맥(A Further Range)』을 출판하였고, 하버드 대학에서 교술 재직하게 된다. 1937년에 저 너머 산맥으로 세 번째 퓨리처 상을 수상한다.
1938년에는 부인 엘리너 화이트가 사망을 하고, 1940년에는 아들 캐럴이 자살을 하게 되는 슬품을 안게 된다. 그러나 계속 시를 써서 1942년에는 『표지나무(A Witness Tree)』를 출판하고 이듬해에 네 번 째 퓨리처상을 수상한다. 그 뒤에서 『이성의 가면극(A Masque of Mercy)』, 『조팝나무 숲(Steeple Bush)』를 출간한다.

1950년에는 미국 상원이 프로스트의 75회 생일을 찬양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키는 등 미국을 대표하는 시인으로 명성을 갖게 되었으며, 1961년에는 케네디 대통령의 취임식에서 축시낭독을 하는 등 명성을 널리 알리게 된다. 1963년 88세의 나이로 영면하였다.

2. 나에게 다가온 시

가. 가지 않은 길

프로스트의 많은 시중에서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역시 「가지 않는 길」이다. 이 시는 내가 선택의 순간에 늘 다시 한번 읽어보는 시이다.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 끊임없는 선택을 해야 하고 그 선택에 따라 가는 길이 달라지고 인생이 바뀐다. 아직까지 내 인생에 커다란 획을 긋는 선택을 하지는 않았지만, 이 시는 늘 나의 가슴속에 남아 있다가, 선택의 순간이 다가오는 때가 되면 어김없이 다시 부활한다. 결과적으로 나의 선택은 늘 사람들이 많이 다닌 길이 아닌 사람들의 자취가
적은 길이었다. 지금 서울에 파견나온 이유도 스스로 사람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보고 싶은 이유인지도 모른다. 시의 내용처럼 다음 날을 위하여 한길을 남겨 놓지만 끝내 그 길은 다시 오지 못한 다는 이유, 하나를 선택하면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것이 바로 선택의 묘미가 아닌가 한다.

단풍 든 숲속에 두 갈래 길이 있더군요,
몸이 하나니 두 길을 다 가 볼 수는 없어
나는 서운한 마음으로 한참 서서
잣나무 숲속으로 접어든 한쪽 길을
끝간데까지 바라보았습니다.

그러다가 또 하나의 길을 택했습니다.
먼저 길과 똑같이 아름답고
아마 더 나은 듯도 했지요,
풀이 더 무성하고 사람을 부르는 듯했으니까요;
사람이 밟은 흔적은
먼저 길과 비슷하기는 했지만,

서리 내린 낙엽 위에는 아무 발자국도 없고,
두 길은 그 날 아침 똑같이 놓여 있었습니다,
아, 먼저 길은 다른 날 걸어보리라! 생각했지요,
인생길이 한 번 가면 어떤지 알고 있으니
다시 보기 어려우리라 여기면서도.

오랜 세월이 흐른 다음
나는 한숨지으며 이야기하겠지요,
<두 갈래 길이 숲속으로 나 있었다, 그래서 나는 ─
사람이 덜 밟은 길을 택했고,
그것이 내 운명을 바꾸어 놓았다>라고,


Two roads diverged in a yellow wood,
And sorry I could not travel both
And be one traveler, long I stood
And looked down one as far as I could
To where it bent in the undergrowth;

Then took the other, as just as fair,
And having perhaps the better claim,
Because it was grassy and wanted wear;
Though as for that the passing there
Had worn them really about the same,

And both that morning equally lay
In leaves no step had trodden black.
Oh, I kept the first for another day!
Yet knowing how way leads on to way,
I doubted if I should ever come back.

I shall be telling this with a sigh
Somewhere ages and ages hence:
Two roads diverged in a wood, and I-
I took the one less traveled by,
And that has made all the difference.

1957년 Literary Criticism in America, New York, The Liberal Arts Press에서 프로스트가 말한 것을 보면 이 시를 읽은 느낌에 대하여 좀더 명확한 의미를 알 수 있었다.

시는 기쁨에서 시작해서 지혜로 끝난다. 사랑이 그런 것과 마찬가지이다. 아무도 희열은 정적이어야 하며 한자리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없다. 시는 기쁨에서 시작하고, 충동에 쏠리고, 첫 시행을 씀으로서 방향을 잡고, 다행한 성과나 결과를 내면서 진행되다가 생의 해명(clarification)으로 끝난다. -그렇다고 반드시 대단한 해명이 아니라 혼란과 맞선 잠정적 머무름에서 끝나는 것이다. 시는 대단원 혹은 결말을 가지고 있다. 비록 미리 알 수는 없지만 원초적 기분의 첫 이미지로부터 이미 예정된 - 그리고 바로 그 기분 자체로부터 예정된 결말을 갖고 있는 것이다. 처음의 발상이 나중까지 그대로 남아 있는 시는 속임수에 불과하며 따라서 전혀 시라고 할 수 없다. 시는 진행되면서 그것 자신의 이름을 발견하며 마지막 시구에서 최선의 것을 발견하는데, 그것은 지혜로운 동시에 슬픈 어떤 것 - 술자리에서 하는 노래의 행복과 슬픔의 혼합(happy-sad blend)과 같은 것이다.


프로스트는 자연시를 쓰면서 낭만시를 쓰지 않는 법을 알고 있었다. 프로스트는 낭만시의 “옛방법”을 상속하고 있으나, 낭만시가 아닌 ‘새로운’ 자연시를 쓴다. 프로스트의 자연시는 사회와의 대화의 필요성과 자연과의 대화 욕망간에 균형을 잡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9p)

시라는 형태가 다양한 메타포를 가지고 있지만 마음속에 떠오른 것이 아닌 뭔가 인식하고 행동으로 옮길만한 그 무엇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프로스트가 자연시인이라고는 하지만, 자연을 관조하고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은유적인 시가 아니라, 자연 속에서 사람이 살아가야 할 하나의 교훈을 내포하고 있다. 과연 길을 선택했다고 그 인생이 달라질까? 그것은 아닐 것이다.

길을 선택한 사람에게 나타날 수 있는 많은 방황도 있을 것이다. 처음에는 사람들의 자취가 적은 길을 가지만, 가는 길은 힘이 들 것이다. 사람들이 많이 가는 길을 동경도 할 것이다. 나의 경우에도 막상 서울 파견생활을 시작하게 되니, 무성한 길, 내가 헤쳐 나가야 하는 길이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나와 다른 길을 가는 사람들이 서서히 부럽기 시작했다. 가족과 떨어져 있고, 같은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경제적인 문제도 쉽지가 않았다. 하지만 그 길을 선택했다고 하는 것은 바로 이와 같은 고난을 다 같이 떠안고 가겠다는 의연한 결심히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이러한 때에 류시화 시인의 「길 위에서의 생각」에 잠시 마음도 빼앗겨 보기도 했다.


집이 없는 자는 집을 그리워하고
집이 있는 자는 빈 들녘의 바람을 그리워한다.

나 집을 떠나 길 위에 서서 생각하니
삶에서 잃은 것도 없고 얻은 것도 없다

모든 것들이 빈 들녘의 바람처럼 세월을 몰고 다만 멀어져갔다.
어떤 자는 울면서 웃을 날을 그리워하고
웃는 자는 또 웃음 끝에 다가올 울음을 두려워한다.

나 길가에 피어난 풀에게 묻는다.
나는 무엇을 위해서 살았으며 또 무엇을 위해 살지 않았는가를

살아 있는 자는 죽을 것을 염려하고
죽어가는 자는 더 살지 못했음을 아쉬워한다.

자유가 없는 자는 자유를 그리워하고
어떤 나그네는 자유에 지쳐 길에서 쓰러진다.


늘 살아가고 선택을 하는 것이 항상 그 반대의 무엇을 동경하게 되었다. 시간이 없는 사람은 자유를 좋아하다가 막상 시간이 많아도 할 것이 허송세월하는 사람들, 어쩌면 인생은 편하게 살면 흔적 없이 지나가는 강물이 되고, 어렵게 살다보면 폭포를 이루어 커다란 웅덩이를 만드는 것인지도 모른다. 길을 간다는 것은 매 또 다른 선택과 맞닿고, 길은 또 다시 새로운 길을 만들어 낸다.


나. 눈내리는 저녁숲가에 서서

두 번째로 읽은 시는 「눈내리는 저녁 숲가에 서서」 이다.

이숲이 누구 것인지 나는 알고 있어
그의 집은 마을에 있지만서도
그는 그의 숲이 눈으로 물드는걸 보는
여기 서 있는 날 보지 못할꺼야

내 작은 말은 이상하게 생각하겠지
농장도 없는 자리에 멈춰있는걸,
숲과 얼은 호수 사이에
제일 어두운 밤

그는 방울을 딸랑 흔들었어
무슨 문제가 있느냐고 물었지
아무소리도 없고
바람과 눈꽃이 내리는 소리만 들을 수 있었어

숲은 사랑스러워, 어둡고 깊지
하지만 나는 지켜야 할 약속이 있어
자기전에 한마일을 더 가야한다네,
자기전에 한마일을 더 가야한다네

Stopping By Woods On A Snowy Evening

Whose woods these are I think I know
His house is in the village though
He will not see me stopping here
To watch his woods fill up with snow

My little horse must think it queer
To stop without a farmhouse near
Between the woods and frozen lake
The darkest evening of the year

He gives his harness bells a shake
To ask if there is some mistake
The only other sound's the sweep
Of easy wind and downy flack

The woods are lovely, dark and deep
But I have promisses to keep
And miles to go before I sleep
And miles to go before I sleep


프로스트의 시에서 어두운 숲은 일상과 대립되는 일탈의 공간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프로스트가 죽음을 두 달도 남기지 않ㄴ은 1962년 12월 다트머스 대학에서 일탈(extravagance)에 대한 강연을 하였다고 한다. 그는 여기서 “시는 여러 가지 점에서 일종의 일탈입니다. 그것은 사람들이 수상쩍게 생각하는 어떤 것입니다. 시의 필요성은 무엇인가?- 알다시피 그 답은 필요없다- 특별히 필요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래요, 그게 첫째 답입니다.” 미국의 국민시인으로 일생을 지낸 노 시인 프로스트는 시는 삶의 일상, 즉 실용세서의 일탈이라고 정의한다. (94p)

숲에서의 일탈이 있지만 끝내 숲으로 가지 않고 현실로 돌아나 할일이 있음을 강조한다. 살아가면서 선택다음으로 어려운 것이 바로 경계에 서있는 것이었다. 사상으로부터의 경계, 나와 외부사람들과의 경계, 내 업무와 가족의 경계, 무수히 많은 경계에서 나의 역할과 자리를 찾는 일이었다. 본래의 목적이 아닌 한 순간의 아름다움에 이끌려 쉽게 경계를 넘어가는 일이 자주 있었다. 스포츠가 좋아서 내 몸 상태를 확인하지 않고 무리한 일이라든지, 가족을 팽개쳐 둔 채 승진을 위하여 업무에 매달린 것이라든지, 늘 긴장된 삶을 살았고, 나 자신이 누구인지 돌아다볼 여유도 없이 지나간 세월을 돌이켜 보고 경계에서의 자유가 느껴졌다. 숲속의 아름다움과 내가 해야할 일로 돌아오는 경계에서의 자유가 생각이 났다.

“시적 자아의 확립을 위해서는 일상에서 일탈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일탈의 위치이다. 프로스트 시에서 자주 등장하는 이상적 위치는 숲과 들, 숲과 마을의 경계선 등 사회와 자연을 동시에 바라볼 수 있는 요지이다. (105p)


다. 사랑에 대하여

1938년 3월 아내 엘리너와의 사별 후 64세의 시인 프로스트는 깊은 슬픔에 젖어있었다. 같은 해 5월 앰허스트에서 운터마이어에게 보낸 편지에서 “나는 어떤 일어난 일로 큰 충격을 받아서 어떤 추억으로도 나의 마음을 어루만질 수가 없었습니다. 나의 손가락으로 나의 살갗 어느 곳을 만지거나 그것은 나에게 슬픈 영감처럼 아픕니다.” 라고 자신의 아픔을 토로한다. 많은 자녀들의 문제, 머조리의 산욕열 사망, 캐럴의 자살, 어마의 정신병원 입원 등, 빈번한 이사와 삶의 부침, 그리고 특히 그의 예술가적 이기주의가 엘리너에게 많은 고통을 주었다. 아내를 잃은 슬픔이 또 하나의 의미있는 만남의 계기가 딘 것은 인생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같은 해 7월 방문한 케이모리슨과 프로스트의 만남은 그 후 단순한 비서와 시인 이상의 관계로 발전하였다. 기혼녀이었던 케이에게 프로스트는 구혼까지 했지만, 그녀의 거절로 좌저뢰었다. 그러나 20년 후 프로스트가 사망할 때까지 케이는 시인 프로스트의 가장 가까운 친구로서, 그리고 그의 또 다른 시적 ‘영감’으로 남게 되었다.

다시는 새들의 노래가 똑같지 않을 것이다.

그가 선언하고프고 그 자신 믿을 수 있는 것은
그 곳 정원의 사방팔방에 있는 새들이
왼 종일 이브의 목소리를 들었기 때문에
그들 자신의 목소리에 하나의 배음을 첨가했으니,
말은 아니지만 그녀의 의미 어조다.
(중략_
더욱이 그녀의 목소리가 그들의 목소리와 교배되어
지금 숲속에 그토록 오래 지속되고 있으니
아마도 그것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다시는 새들의 노래 소리가 똑같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새들에게 그렇게 함은 그녀가 온 이유였다.


3. 내가 작가라면
시인은 위대하다. 복잡하고 길게 느껴지는 일상의 흐름이 한 장의 사진처럼 간명하게 나타나고 긴 여운을 남긴다. 무수히 많은 갈래의 길을 늘여 놓기도 하고 줄여 놓기도 한다. 그 가운데 한가지 섬뜩하게 다가오고 느껴지는 것이 있다. 특히 프로스트의 시에서는 자연에서의 평안함과 그 속에 있는 수많은 언어와 할 일이 느껴져서 좋았다. 그것이 일탈이든 아무 의미가 없는 메타포 이것 또한 시의 소재가 대부분 저자가 오랫동안 농촌에 살면서 직접 농사를 지어온 시인의 성실한 생활 태도와 그 주변의 따뜻한 시선으로 관조하는 형태여서 편안함을 준다. 실제 농사일을 하는 것이 현대인에게는 맞지 않은 일임에도 시를 통하여 새롭게 볼 수 있는 점이 놀랍기만 하다. 올 봄에 거창하게 시작한 주말농장은 여름 감자 수확을 마지막으로 끝을 맺었다. 얼마 되지도 않는 조그만 텃밭을 잡초투성이 밭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 가슴에 걸린다. 내년에 다시 도전한다는 것으로 한해 농사를 마치기가 영 쑥스럽지만 풀베기의 한 구절을 남겨놓으면서 다시 주말농장 주인을 꿈꿔본다.

풀 베기

숲 옆에서는 한 가지 소리밖에 아무 소리도 없었는데,
그것은 내 긴 낫이 땅에 속삭이는 소리였다.
무얼 속삭였냐고? 나는 잘 모르겠다.
아마 햇빛이 뜨겁다거나
고요하다는 얘기였는지 모른다.
그러기에 소리 내어 말하지 않고 속삭였겠지
한가해서 꿈을 꾸고 있었던 것도
요정한테 홀려 있었던 것도 아니다.
실은 어쩔 수 없는 애착에 못 이겨
잎 끝이 연한 꽃들(파란 난초)도 없지 않은
풀 무성한 습지를 손질하면서
빛나는 초록뱀을 놀라게 하는 것이다.
실은 노동이 알고 있는 가장 제일 기분 좋은 꿈을
내 긴 낫은 속삭이면서 풀을 베어 놓고 있었다.
IP *.99.24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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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제
2007.10.31 17:58:37 *.114.56.245
프로스트 는 나 생활의 일부였습니다. 이 가을날, 한 편의 시를 읽을 수 있는 여유를 가진 것은 행복한 일이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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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정명윤
2007.11.02 12:00:59 *.199.250.121
제 수첩 맨 앞장에 사무엘 울만(청춘)이란 시를 코팅해서 붙이고 다니며 매일 매시간 마다 보고 있습니다. 위에 소개한 시도 너무 맛깔스럽네요^^ 조은글과 시 잘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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