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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0월 31일 12시 12분 등록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는 그대에게>

그대여.
희망이 없다고 말하지 말라.
무릇 희망이 없는 이가 어디 있으랴.
지금은 새로운 세기의 눈부신 아침
비록 인정머리 한 푼 없는 주인에게
아무 잘못도 없이 쫓겨난 잡종개라 할지라도
희망을 간직하고
희망을 기대하고
희망을 노래할 자격이 있나니,
살아있는 모든 것들에게도 희망은 있고
죽어가는 모든 것들에게도 희망은 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모든 존재에게는 희망이 있다.
숯덩어리에게는 불덩어리가 될 희망이 있고
흙덩어리에게는 돌덩어리가 될 희망이 있다.

부처님은 한 마디로
인생을 고(苦)라고 일축하셨다.
판쓸이를 한 놈이나 광피박을 쓴 놈이나
인생은 고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인생은 누구에게나 비포장도로다.
때로는 자갈밭이고 때로는 가시밭이다.
인생길을 그대처럼 혼자서
맨발로 피 흘리면서 걸어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우쒸,
최고급 승용차에 아름답고 관능적인 여자를 끼고
킬킬거리면서 내달리는 사람도 있다.
그대는 지금 어떤 인생을 꿈꾸고 있는가.
맨발로 피 흘리면서 자갈밭 가시밭을 걸어가고 있는
그대 곁으로
최고급 승용차가 킬킬거리면서 지나갈 때,
열받은 그대 머리는 부글부글 끓어 오르겠지.
지척이 안 보일 지경으로 뭉게뭉게 먼지도 치솟아 오르겠지.
그러나 일순, 그 먼지의 미세한 입자들이,
어마나 깜짝이야,
모조리 지폐로 돌변해서
펄럭펄럭 그대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린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니면 귀족 가문, 절세미인에
최고 학벌, 재산만땅에,
성품마저 비단결 같은 여자를 만나
백년해로한다면 얼만 좋을까.
얼씨구나, 날마다 허송세월로 빈둥거리고
일류대학에 수석으로 합격해서 출세하고 싶은 희망,
절씨구나, 날마다 주색잡기에 골몰하고
천년만년 부귀영화를 누리면서 장수하고 싶은 희망.
만약 그대가 그런 것들을 희망이라고 생각한다면
아무래도 그대가 생각하는 희망은
절망의 또 다른 이름에 불과하다.

그대여 명심하라.
불로소득을 꿈꾸는 사람들이
흔히 희망이라고 굳게 믿는 기대치들은
절대로 희망이 아니다.
그것들의 명백한 실체는 욕망이다.
지나간 세기들을 돌이켜 보라.
전쟁과 기아
모략과 음모
폭력과 질병
협잡과 증오
이것들은 욕망을 희망으로 착각하는 인간들의 전유물이다.
그대여.
명심하고 또 명심하라.
인간으로서 간직할 수 있는 최상의 희망은 바로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희망이다.

하지만 욕망은 최상의 희망을 최악의 절망으로 인도하는
사탄이다.
그대가 진실로 인간답게 살고 싶다면
먼저 꿈틀거리는 그대의 욕망부터
과감히 살해하라.
욕망은 가만히 내버려 두어도 한정없이 부풀어 올라
그대를 과대망상의 세계로 인도하는 허풍선이
그러나 언젠가는 처참하게 파열해 버리거나
바람이 빠져서 쭈글쭈글한 몰골로
거추장스럽게 그대 발목에 감겨드는
애물단지로 변모된다.
욕망의 끝에는 언제나 희망을 가장한 절망이 기다리고 있다.

그대여.
희망에도 순리와 법칙이 있다.
그러나 욕망은 언제나 순리와 법칙을 위반한다.
숯덩어리가 불덩어리가 되기를 꿈꾸는 것은 희망이지만
숯덩어리가 금덩어리가 되기를 꿈꾸는 것은 욕망이다.
자연을 보라.
자연은 아무리 하찮은 미물이라도
절대로 순리와 법칙을 어기지 않는다.
그대는 결코 씨앗을 뿌리지 않은 논밭에
적절한 시기와 적절한 장소를 선택해서
씨앗을 뿌렸다면,
수시로 욕망의 잡초들을 뽑아내고
순리와 법칙에 따라 수확을 거둘 수 있기를 희망하라.
봄이 오지 않았는데 새싹이 돋아나기를 바라지 말고
여름이 되지 않았는데 가지가 무성해지기를 바라지 말라.
가을이 오지 않았는데 수확을 서두르는 소치를 범하지 말고
겨울이 되지 않았는데 갈무리를 서두르는 소치를 범하지 말라.
매사를 자연에 따라 결정하라.

인간은 결코 만물의 영장이 아니다.
인간은 자연의 막내에 불과하다.
쐐기풀, 쇠비름, 엉겅퀴도 인간의 선배님이고
날파리, 풀모기, 굼벵이도 인간의 선배님이라니,
그대가 만약 소인배라면
내 말을 대단히 불쾌한 망언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하지만 어쩌랴,
성경에 준한 창조론으로 고찰해 보아도
제일 나중에 만들어진 생명체가 인간이고
자연에 준한 진화론으로 고찰해 보아도
제일 나중에 만들어진 생명체가 인간인 것을.

세속을 떠도는 군기복음(軍紀福音) 23장 12절에 의하면
선배는 군.사.부(君師父)에 우선하나니,
즉 임금과 스승과 부모보다 서열이 높은 존재로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선배를 존경하라.
선배를 존경하는 자에게는
자다가도 떡이 생기는 행운이 따른다.
그대여.
나는 가끔 나의 대선배인 누에를 통해
거듭되는 희망을 배운다.
희망의 성장을 배우고 희망의 진화를 배우고
희망의 부활을 배운다.

누에의 한살이는 알에서 출발한다.
알은 일차원적인 생명체다.
하나의 점으로 붙박혀 무기력한 모습으로 살아간다.
자신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때가 되면 알은
순리와 법칙에 따라 부화된다.
부화된 알을 우리는 누에라고 부른다.
누에는 이차원적인 생명체다.
자신의 몸을 움직여 면이동(面移動)을 한다.
한 자리에 붙박혀 있을 때의 알에 비하명
엄청난 발전이다.
누에는 뽕잎을 갉아먹으면서 성장한다.
성장하는 동안 탈피를 위해 네 번의 잠을 잔다.
그리고 잠자기가 끝나면 고치를 만든다.
고치를 만들어 번데기로 변한다.
절대 고독,
번데기는 캄캄한 고치 속에서
도대체 무엇을 꿈꾸고 있는 것일까.
그대도 알고 있을 것이다.
누에가 만든 고치로 비단을 만든다는 사실을.
동서의 문명을 연결하는 저 장렬한 실크로드도
누에가 없었다면 절대로 존재할 수 없었다는 사실을.
그러나 누에의 희망은 비단이 아니다.
그대여.
번데기가 캄캄한 고치 속에서 절대 고독을 견디고
밖으로 나오면
날개를 가진 나방이 된다는 사실에 유념하라.
비로소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음에 유념하라.

날개가 있는 곤충들은 하늘을 날아다니고
날개가 없는 곤충들은 바닥을 기어다닌다.
무슨 차이가 있을까.
날개를 가진 곤충들은 먹이를 축적하지 않는다.
달리 말하면 욕망을 탈피한 상태로 살아가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공짜를 바라지 않는다.
식물들의 꽃가루를 날라다 주거나
씨앗을 퍼뜨려 주는 공생행위로
먹이에 대한 고마움을 보상한다.
하지만 날개가 없는 곤충들을 보라.
날개가 없는 곤충들은 바닥을 비루하게 기어 다니면서
얻어 먹거나
뺏아 먹거나
훔쳐 먹는다.
그래서 우리는 날개가 없는 곤충들을
싸잡아 벌레라고 부른다.
비유컨대,
인간도 날개가 있는 인간과 날개가 없는 인간이 있다.
나는 앞에서 누에의 한살이를 보여 주었다.
그대여 숙고해 보라.
그대가 알에서 희망을 멈추어 버린다면
그대가 애벌레에서 희망을 멈추어 버린다면
그대가 넉잠자기에서 희망을 멈추어 버린다면
그대가 번데기에서 희망을 멈추어 버린다면
어찌 날개를 가질 수 있으랴.
희망을 멈추지 않는 자에게만 희망은 성취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대여.
그대가 만약 날개를 가지고 싶다면
누에의 한살이 중에서 특히 고치의 부분을 소중히 생각하라.
비록 그대에게 절대 고독이 찾아온다고 하더라도
결코 도망치거나 주저앉지 말아야 한다.

그대여.
희망이 없다고 말하지 말라.
무릇 희망이 없는 이가 어디 있으랴.
지금은 새로운 세기의 눈부신 아침
인간으로서 간직할 수 있는 최상의 희망은 바로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희망이다.
희망을 간직하자
날개를 꿈꾸자.
IP *.152.178.30

프로필 이미지
써니
2007.10.31 13:26:21 *.75.15.205
전 편 칸나이야기에서는 이 외수 그가 언젠가 남겼던 글이 떠올랐었다.

"칸나... 저 미친년 화냥기 좀 봐" 하던

이제 미친년의 화냥기로 날개를 달아야 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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