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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0월 31일 12시 13분 등록
<그대는 백수다. 백수는 아름답다.>

그대여.
불어터진 자유
불어터진 시간을 파먹으면서
오늘 하루도
약간은 참담하고 약간은 암울한 기분으로,
뒹굴
뒹굴
하루를 잘 굴리셨는가.
그대는
먹이를 포식한 봄날의 코알라
정오의 햇빛 속에 졸고 있는 칠면조
빈둥
빈둥
오, 만고강산에 나른하고도 권태로운
그대 인생의 중심부.
그런데도 그대는 행복하지 않는 표정이다.

그대를 지금까지 공짜로
먹여 주고
재워 주고
입혀 주신
부모님들은 갈수록 주름살이 깊어가는데
사대육신이 멀쩡한 늠이
자알 헌다
자알 허는 짓이다.
그대 자존심을 생각해서
겉으로는 발설하지 못 하시지만
속으로는
한심한 시키,
라고 혀를 차실 것이다.
하지만 그대여.
야속하게 생각지 말라.
그대를 지금까지
먹여 주고
재워 주고
입혀 주신
부모님으로서는 응당 그럴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대여.
앉으면 암울하고
누우면 참혹하리라.
눈을 뜨면 초조하고.
눈을 감으면 불안하리라.
동쪽으로 가도 귀인을 만나지 못하고
서쪽으로 가도 귀인을 만나지 못하리라.
사면초가(四面楚歌).
그러나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도다.
본좌에게 허심탄회하게 물어 보시라.
도대체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본좌는
일찍이 초대 국제백수연합(國際白手聯合) 총회장을
역임하고
세계백수자활대책위원회(世界白手自活對策委員會)
위원장을 거쳐
현재는
사단법인(社團法人) 백자방협(白自防協-백수자살방지협회)이사장
인터내셔널 화이트 핸드 그룹(International White Hand Group) 총수
등의 중책을 맡아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으며
쓰면 작가 안 쓰면 백수로서의 양다리 인생을 개척하여
절망에 빠져 있는 모든 백수들에게
희망을 무료로 공급하고 있는 인물이다.

어느 기업 총수는 말했다.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고.
젠장,
세계가 넓은들 그대와 무슨 상관이며
할 일이 많은들 그대와 무슨 상관인가.
그대는 백수일 뿐,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 보아도
그대가 비집고 들어갈 자리가 없는데
한숨은 갈수록 늘어가고
지갑은 갈수록 줄어드는데
어쩌자고 햇살은 저리도 눈부시며
어쩌자고 꽃들은 저리도 화사한가.
잔인하다 세월이여.
동서남북 분주하게 이력서를 던졌건만
종무소식.
쥐구멍에도 볕들 날이 있다는 속담도
이제는 단물이 다 빠져 버린 츄잉껌이 되었다.

하지만 그대여 서두르지 말라.
멀고도 험난한 인생길
엎어진 김에 쉬어갈 수도 있지 않은가.
백수는 젊은 날 한 번쯤은 겪어야 할 황금의 터널.
백수를 경험하지 않은 젊음을
어찌 진정한 젊음이라 일컬을 수 있으랴.
차라리
나는 그대가 자랑스럽다.
그대는 아직 길들여진 사회적 동물로 전락하지 않았으며
그대는 아직 덜미 잡힌 연봉의 노예로 전락하지 않았다.
젊은 날 아무 망설임도 없이
그저 입에 풀칠이나 한다는 명분으로
취직부터 하고 보는 젊음은
싱그러울 수도 없고
아름다울 수도 없다.
성급한 결정 한 번으로 꺾어진 젊음
어쩌면 한 평생 날밤을 새우면서 서류를 정리하고
어쩌면 한 평생 허리를 굽신거리면서 아부를 떨어야 할지도 모른다.
현실적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살고 있는가.
비록 세상은 넓고
할 일이 많다고는 하지만
그대의 직업은
그대의 인생 자체이면서
그대의 행복 자체가 되어야 한다.
둥지를 자주 바꾸는 새는 깃털이 많이 빠지고
깃털이 많이 빠지는 새는 먼 하늘을 날지 못한다.
가급적이면 한 자리에서 한 가지 일에 평생을 바치면서
행복감을 느낄 수만 있으면
인생의 절반은 성공이다.
나머지 절반은 실력 연마와 마음공부가 결정하는 것이니,
그대 마음 바깥에 있는 사람이나 사물들을
모두 그대 마음 안으로 불러들이고
나보다 잘난 점들이 있다면
고개 숙여 배우기를 서슴지 말고
나보다 못난 점들이 있다면
끌어 안아 감싸기를 서슴지 말라.
그대가 남들을 얼마나 사랑하고
남들이 그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에 따라
행복의 질량이 달라지며
인생의 심도가 달라지노라.
그토록 중차대한 일을
어찌 쉽사리 결정할 수가 있겠으며
어찌 쉽사리 얻어낼 수가 있겠는가.
부디 서두르지 말라.
지금 그대는 충분히 심사숙고할 기회를 얻은 것이다.

그런데도 오늘날의 젊은이들을 보라.
그토록 중차대한 직업을
너무나 쉽사리 결정하고
너무나 쉽사리 얻고자 한다.
그리고 그것을 현명한 처사라고 생각한다.
재력있는 회사에 끗발 좋은 직책을 가진 사람일수록
자만심은 비대해진다.
그러나 갈수록 타성에 젖어들어 젊은 날의 포부는
순식간에 퇴락하고
오로지 진급만이 희망이요
오로지 출세만이 행복이 된다.
양심 같은 건 얼마든지 팔다리를 분질러 버릴 수 있고
도덕 같은 건 얼마든지 모가지를 비틀어 버릴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은 현실에 철저하게 포섭되어
자신의 영혼이 죽고
자신의 인생이 부패하고 있음을
자각하지 못한다.
자알 먹고 자알 살아라.
양심과 도덕을 폭행하고
영혼과 인생을 살해한 장본인들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축복의 말이다.
그들이 그것을 원했으므로.

그대여.
우리는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러나 현실 속에서는
엄연히 직업에 귀천이 있는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돈을 많이 벌면 무조건 귀한 직업이고
돈을 적게 벌면 무조건 천한 직업으로 취급 받는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남에게 해를 끼치면서 돈을 많이 버는 직업도
귀한 직업일까.
남이야 어떤 고통을 당하더라도 전혀 개의치 않고
오로지 자신의 이익만을 도모하는 직업.
사리사욕
탐관오리
부정축재
세금포탈
직권남용
온갖 비리의 구더기들이 득시글거리는 직업.
그런 직업도 돈만 많이 벌 수 있다면
귀한 직업일까.
그렇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인간 실격이다.
당장 동물농장으로 달려가
동물들하고 가족 사진 한 판 찍어도 무방하다.

그대여.
나는 그대가 아무 생각없이
동물가족들의 하수인이 되어
자신도 모르게 세상을 망치는 일에 일조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기도한다.
그대는 지금까지 가슴에 양심을 촛불처럼 밝히고
때가 오기만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다.
예언하노니
머지 않은 장래에 반드시 그대의 역량에 걸맞는
존귀하고도 보람있는 직업을 만나게 될 것이다.
존귀하고 보람있는 직업에 평생을 바치는 인생은
또한 얼마나 눈물겹고 아름다운가.

십 대는 무한히 꿈꾸는 시기이므로 다몽기(多夢期)라 한다.
남을 해롭게 하는 꿈이 아니라면 무슨 꿈을 꾸더라도 탓하지 말라.

이십 대는 꿈을 하나만 선택하는 시기이므로 선몽기(選夢期)라 한다.
산을 보면 알피니스트가 되고 싶고
하늘을 보면 파일럿이 되고 싶고
바다를 보면 마도로스가 되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
축구 경기를 보면 축구 선수가 되고 싶고
골프 경기를 보면 골프 선수가 되고 싶고
야구 경기를 보면 야구선수가 되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
자신의 재능에 비추어 실현이 불가능한 꿈은
분명히 개꿈이다.
갈피를 못잡고 허구헌 날 개꿈과 개꿈 사이를 오가는 사람들은
비교적 오래 백수로 살아야 할 확률이 높다.
거듭 말하거니와
이십 대에에는 가급적이면 잡다한 꿈들을 모두 버리고
오로지 한 가지 꿈에 순정을 바칠 결심을 하라.
평생을 바쳐도 아깝지 않은 꿈
그대와 연관된 모든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꿈
그러한 꿈 하나를 찾을 수만 있다면
그대의 이십 대는
그것으로 크나큰 가치를 인정 받을 수 있다.
삼십 대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 분골쇄신 정진하는 시기이므로
연마기(鍊磨期)라 한다.
뼈를 깎는 아픔으로 실력을 연마하는 시기이니
어떤 시련과 고통이 닥치더라도 중단하거나 포기하지 말라.
신은 모든 인간에게 스물 네 시간을 공평하게 나누어 주셨지만
어리석은 사람은 열 여덟 시간으로 쓰고
현명한 사람은 스물 여덟 시간으로 쓴다.
이러한 시간의 차이는 잠에서 비롯된다.
연마기에는 잠을 줄여야 한다.
그대가 하루 두 시간 잠을 줄이면
그대의 하루는 스물 여섯 시간이 되고
그대가 하루 네 시간 잠을 줄이면
그대의 하루는 스물 여덟 시간이 된다.
남보다 두 세 시간 잠을 줄이고 실력을 연마한 성과가
단시일에 나타나기를 기다리지 말라.
서두름은 포기와 실패를 부르기 십상이다.
적어도 연마 기간이 십 년은 지나야
자기 분야에서 촉망받는 인재로 부각될 수 있는 법이다.
십 년이 길다고 시작도 하기 전에 무릎을 꿇지 말라.
시간은 나이가 들어 갈수록 흐르는 속도가 빨라진다.
그대가 고작 십 년을 투자하고
다가올 한 평생을 아름답고 풍족하고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만 있다면
아무리 계산이 어두운 사람이라도
절대 밑지는 장사가 아님을 알 것이다.
그대가 비록 나이가 많은 백수라 하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정진하라.
지금부터라도 단 하나의 꿈을 선택하고
잠을 줄이면서 의지력과 집중력을 고양시켜
꾸준히 실력을 연마하라.
현대 사회는 실력이 절대적인 성공의 조건이다.

사십 대는 실력을 펼치는 시기이므로 용비기(龍飛期)라 한다.
그대가 꾸준히 실력을 연마했다면
이무기가 용으로 화해 하늘에 오르는 기상을 얻을 것이다.
그러나 탐욕을 멀리 하라.
불로소득은 언제나 비리를 불러 들이나니
종국에는 그대를 불행의 구렁텅이로 몰아갈 것이다.
그대가 삼십 대에 잠을 줄이면서 실력을 연마한 결과는
용비기에 비로소 눈부신 빛을 발할 것이다.

오십 대부터 남은 인생 전부를 노니는 시기라 하여
풍류기(風流期)라 이른다.
꿈을 실현한 사람은
노년기를 풍족하고 행복한 마음으로 보낼 수 있으되,
어쩌다 그대의 부모님이 아직도
노닐지 못하는 노년기를 보내고 계신다면,
그대의 책임 또한 적지 않으니
아직 젊음이 남아 있을 때 쾌락과 허영을 멀리 하고
기꺼이 인내와 고통을 감내하라.
백수는 직업을 잃어 버린 사람이 아니라
직업을 선별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대여.
두 손을 모아 간절하고도 간절한 마음으로 그대를 위해 기도하나니
백수,
그 무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이름 위에
부디 하나님의 찬란하고 아름다운 축복이 있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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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이미지
써니
2007.10.31 13:59:28 *.75.15.205
20여 년 전 고국을 떠나던 큰 오라버니 생각이 나요. 장남의 처지에 무거운 발걸음으로 그저 여행삼아 다녀오겠다고 하다가 시민권이 바뀌었지요. 나는 어렸지만 돌아오지 말거나 꼭 한 가지 생각만은 찾아 오시길 바랐어요. 염원은 이루어졌고 건강히 살고 계세요. 좋은 꿈을 꾸었더랬는데 큰 올캐에게 주었더랬어요. 부모님께서는 연세가 드시는 관계로 이제는 가끔씩 그리고 많이 그리워하세요. 그러나 그렇더라도 그때 떠나 자신들의 길을 간 것이 잘 했다고들 모두 생각하고 있어요. 필요하다면 그렇게라도 해서 자신들의 변혁을 이끌어 내어야만 하는 것이 그 다운 삶인 것 같아요.

gina님도 긴 터널 숙고하며 간절히 지나서 황금터널로 빠져나오시길 바래요. 꼭 한 가지 만은 정념하여 지리산자락을 나오시길 바래요.
그리고 무슨 일이 있더라도 그 한 가지 만은 절대 포기하는 일 없이 꼭 지켜나가시면 우리 삶이 그렇게 힘들지만은 않을 거에요. 까짓거 힘들어 봤자 뭐... 안 그래요? 건강만 주시면 못할 게 없잖아요. 그것 하나만 가지고도 우리가 이까짓 세상 사는 게 뭐가 문제겠어요.

어제보다 나아지면서 더 밝고 힘차게 살아보고 싶어서 우리 이야기 하는 거 맞잖아요. 잘 지내세요. 탈리다 쿰! 달리자 꿈!! 달리자 변.경.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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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2007.11.01 21:09:19 *.180.46.11
날다 타조는 저도 좋게 읽은 책 입니다. gina님이 이렇게 올져주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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