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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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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1월 6일 22시 37분 등록


1.저자소개
이나리 : 1969년생.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철학전공.
세계일보사를 거쳐 2000년 동아일보사 입사, 시사월간지 ,신동아,에서 경제 및 인물탐사 전문기자로 활동. 2002년 9월부터 (이나리기자의 사람속으로) 를 신동아에 연재.
현재 주간동아 경제팀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그녀에 대해 알 수 있는 것은 책속에 저자를 소개한 간단한 약력이 고작이었다.
그녀가 심혈을 기울여 쓴 책 열정과 결핍을 읽는 내내 나는 그녀의 가독성 높은 어휘에 푹 빠졌다.

책속에서 본 그녀는 스스로 펴낸 열정과 결핍이라는 제목만큼이나 뜨거운 열정과 동시에 결핍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하는 추측을 해 본다. 인터뷰 전문기자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그녀는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헤쳐나온 그들의 에너지 원천에 대한 궁금증과 더불어 어느샌가 한두마디의 통속적인 언어로 축약되어버린 그들의 삶을 내면 깊숙히 파고들어 날 것 그대로 복원코자 하는 기자로서의 사명감으로 인터뷰를 했다고 밣힌다.
또한 그녀는 독자들이 그들의 위대함이 아니라 삶을 살게 하는 원동력이 무엇인지 발견했으면 한다는 뜻을 조심이 비췄다.


2. 마음속에 들어 온 인용문
속이 뜨거운 이들은 종종 어리석은 선택을 했다 .갈 수 없는 길, 가지 말라는 길을 골라 밟았다. 이들을 이끈 것은 불이었다. 8

“살고 싶은 대로 살겠다는 다짐이야말로 이들이 어린시절부터 목숨 걸고 지켜온 삶의 가이드라인이었다. 그리하여 이들은 돌덩이였다. 단단하고 공격적이었다. 또한 이들은 강물이었다. 유연하고 잦아들 듯 보드라웠다. 9

<겹눈의 인간 이윤기 가슴을 열다>
이윤기는 흥많은 사람이다. 눈물 많은 사나이다. 다시 태어나면 춤꾼이 되고 싶어하고 가수로도 한번 살아보고 싶다한다.

이윤기는 홍시 같은 사람이다. 군고구마 같은 사람이다. 세상에 다 드러내놓기 못내 아까운 무엇, 다락에 숨겨놓고 개 짖는 겨울밤 남몰래 꺼내 먹던 그 홍시처럼

스스로 “10년은 알고 지내야 비로소 말끝이 내려간다”할 정도다. 사람사귐의 무거움을 알고 피붙이간에도 해서는 안되는 일이 있음을 알고 이름없는 나무앞에서도 종종 숙연해지는 그는 영락없는 반가의 자손이요 갈데없는 촌사람이다.

그 형에게는 ‘참 따뜻한 버릇’이 있었다. 소나무를 자르기 전 톱 등으로 나무를 툭툭치며 “나무요 나무요 톱 들어가니더” 하고 중얼거리는 것이었다.

나의 현재는 비참하다 그러나 붙자 !하여튼 매일 밤낮을 치유 불가능과 과대망상과 치유 불가능한 열등감 사이에서 방황하던 날들이었죠

저렇게 만사가 편해서야 과연 향내나는 삶을 살 수 있을까 하는 거예요. 자기강화 프로그램은 오직 자기 안에서만 나오는 건데 그건 부모가 대신 해줄수도 없일인데…

그는 자신의 에너지가 일정 부분 콤플렉스에서 기인한 것임을 부인하지 않는다.
“미꾸라지를 산 채로 횟집까지 운반하려면 그 안에 메기 한마리 집어넣으면 된다지요 메기로부터 달아나려는 필사의 생존본능이 미꾸라지의 수명을 한참 늘려놓는다는 겁니다. …삶의 에너지는 콤플렉스와의 화해를 위한 부단한 노력으로 옵니다. 전 사람이 어디로 올라가는지 모르고 그저 꾸물꾸물 올라갈 때 가장 높은데까지 오를 수 있다고한 올리버 크롬웰의 말을 믿어요. 누구도 하루 여덟시간 꼬박꼬박 한눈팔지 않고 정진하는 사람을 당해낼 수 없지요”

“제가 인생을 험하게 살아요 할일 있으면 밥도 못먹고 시름시름 앓아요. 대신 술을 마셔요 저에게 술은 점쟁이들이 점칠 때 쓰는 동전이나 수정구, 아메리카 인디언 샤먼이 피우는 담배 같은 거예요.

뭔가 이루고 싶은 욕망이 있다 해서 욕심많은 사람이라 탓하지 마세요. 자기증명이 끝나지 않는 자가 물러서는 건 비겁한 일이예요


<노회한 문청 황석영과의 질긴드잡이>
황석영은 뜨거운 사람이다. 황석영은 차가운 사람이다.
황석영은 솔직했다. 소탈하고 사내다웠다.

전 스스로를 비관적 낙관주의라 생각하거든요. 평소에는 조울증 비슷하니 낙담할때도 많고 그런데 결국에는 낙관적인 자세를 취하게 되죠 극심한 어려움에 직면할수록 힘이 생긴달까

냉소라기 보다는 관계를 절약하게 된 거죠. 떨어져서 거리를 두고 보게 됐어요.,,,떨어져 볼 줄 알게 되면서 생산력이 왕성해졌어요

자기 내면으로 많이 후퇴한거죠 뒷걸음질한 거예요 그러다 보니 자기 안의 것이 밖으로 나온 거고…

작가라면 모름지기 세 가지를 갖추어야 한다고 했다. “첫째 새로운 글에 도전하며 늘 변화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해요. 둘째, 컴퓨터건 사회과학이건 뭐건 열심히 공부해야 합니다. 셌째 미묘한 문제이긴 하지만 문학 이외의 것에도 관심을 가져야 해요”

그는 환각에서 깨어나보니 열렸던 이마에 벌건 자국이 남았더라 했다. 자국은 아직 지워지지 않았다. 그에게는 아직 치뤄야 할 문학이라는 이름의 급행료가 남아 있는까닭이다. 그의 피와 그의 자의식이 맞부딪쳐 빚어내는 매운 갈등 황석영문학의 본령은 거기에 있는 것은 아닐까. 부디 그의 속 어린아이가 자유로워지길, 예순에도 들끓어 폭발하는 소설가라니,,,


<불타는 중년 조영남. 프랙티컬 라이프>
나이보다 열살은 젊어뵌다. 삼가는 바가 없어서다. 속마은 드러내지 않기, 점잖은 말 골라하기, 어른인척, 웃분인척 무게 잡고 거리두기 등,,,,

그의 가정은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번 곱씹게 한다. 서로 자유로우면서 깊이 결속돼있고 각자 그 자신이면서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는 삶

그저 상대편의 얘기를 들어주지 아주 열심히, 정신을 집중해서 들어, 여성들은 민감해서 남자가 자신의 말과 행동과 아름다움에 얼마나 집중하고 있는지 그냥 감으로 알아버려요.

예술적 감수성이 뛰어난 사람은 촌스러운 옷을 입고 있어도 세련돼 보이게 마련이다. 잊지마라 예술은 그토록 인간을 위대하게 한다.

상대편에게 자신의 논리, 생각, 관심사를 강요하지 않는다. 주로 듣는 편이며 그 중 마음에 와 닿는 편이 있으면 지체없이 동감을 표시한다. “맞아, 바로 그거야” “대단한데” “졌다 졌어”이런 표현을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인간은 역류를 탈 줄 알아야 해요. 물살을 따라 흘러가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에 내 색깔을 낼 수 있어야지 그러려면 솔직하고 용기가 있어야 해 엄청난 에너지가 요구되니까.

<박현주 미래에셋회장의 증권인생 24년.>

세가지 투자원칙이 있다. 소수의 입장에서 따져 볼 것. 균형감각을 갖고 시장을 냉정하게 바라볼 것, 항상 기본에 충실할 것. ,,,다수를 따라가면 편하지만 큰 수익은 기대할 수 없죠.

제게 어떤 예측력이 있다면 그 상당부분은 독서에 힘입은 것입니다. 잘 보면 시기마다 시장을 끌고가는 트렌드가 있어요. 그걸 얼마나 빨리 정확하게 포착하느냐가 성공의 관건이죠 시류를 읽는 눈은 독서에서 나옵니다.

진실은 늘 현상 저너머에 있어요 그걸 감지할 수 있는 직관력이야말로 1급투자자가 갖춰야 할 최고 자질입니다

전 일이 풀리지 않을때면 자유로에 갑니다.늘 같은 들과 강물인데 내 마음 상태에 따라 그렇게 달라보일수가 없어요. 거침없이 뻗은 길을 달리며 현상 깊숙이 숨은 사건의 본질을 포착하고자 정신을 집중하죠

금융산업은 비행기를 타고 내리는 것과 비슷합니다. 비행은 이륙5분과 착륙 5분이 가장 위험하다지요. 그런데 사람들은 이륙할때의 위험만 생각할 뿐 내릴때를 대비하지 않아요. 그저 무사히 이륙해 창공을 유유히 헤쳐나가는 재미에 탐닉하죠. 중요한것은 내려오는 기술 입니다. ,,,사람이건 회사건 좋을 때 어려운 시기를 생각해야 합니다. 모든 비행기는 언젠가 내려가니까요

CEO는 기업문화와 비전을 수립하는데 더 많은 비중을 둬야한다.



<이상한 정치인 섬 같은 국회의원 조순형>
노인냄새 나지 않게 노인이 된 드문 사람이다.

외로울때가 있죠. 하지만 외롭지 않겠다고 무리 속에 들어가면 제 의지를 펼 수 없어요



<레토릭으로 현실을 산 지적 돈 후안 이어령>
잔디를 멀리서 보면 흠없이 파랗잖아요? 다가가 보면 여기저기 성금성금하고 반대로 거울을 너무 가까이서 보면 아무것도 안보이거든 사람이란 그렇게 양파 껍질 벗기듯 벗길수록 새로운게 나오거든 ,,,,한 발만 잘못 움직이면 떨어지고 마는 그런 긴장이 나와 우리 삶에 숨어있는데 ,,,누군가를 ‘안다’ ‘이해한다’는 것은 얼마나 치기어린 오만인가

전쟁에 정의가 어디 있고 불의가 어디 있어.,,,전쟁은 똑같다는거다. 전쟁은 해선 안되고 나를 압도하는 것이다. …그렇게 이념보다 휴머니즘이 앞서는 것이 숨어 나의 보수주의라면 보수주의요

내 욕망은 내 권리이다. 그저 지적 호기심, 지적욕망, 내장이 없는 욕망

내 관심은 계층, 정치, 사회 같은 소유의 언어에 있지 않아요. 관계, 소통, 존재의 문제가 내 본령이지.

10년에 한번씩은 물 밖으로 나가지 않으면 견딜수가 없어 정체된 삶은 지옥이거든. 나는 늘 우물을 파지만 물이 보이기 시작하면 그 구덩이를 포기해버려요 내게 필요한건 목마름이지 물이 아니니까. 그래서 한분야를 진득하게 붙들지 못하는 거요.

생명이 허락하는 한 지적 모험을 계속하고 싶으니까. 난 여행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낯선 곳에만 가면 괜한 슬픔이 밀려와요. 고개 한번만 돌리면, 언덕 하나만 넘으면 내 평생 보지 못했던 어떤 거리, 어떤 사람들이 있을텐데 그걸 다 못보고 지나쳐가는구나. 그런 아쉬움이 나를 끊임없이 방황하고 지치게 해요.

너희들은 날 닮지 말고 너희들의 인생을 살아라….그래도 글을 쓰는건 그들도 20-30년 후에는 나처럼 화석이 되리라는 것, 그런 화석들이 모여 긴 물결을 이루리라는 믿음때문이지요

해뜨려면 먼 시간인데도 가로수에 잠들어 있던 새들은 용케 아침햇살을 느끼고 짹짹 노래를 불러요. 처음에는 한마리가 자신 없는 소리로 삑삑거리는데 곧 여러마리가 그 뒤를 따르고 그러면 어느새 동쪽에서 해가 떠오르지요

그렇게 날 참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결정적이었다.

하늘을 맹세코 어린애처럼 순수한 사람이었다. 재주 피우는 사람 아니었다. 그리고 창의적인 사람이었다. 그렇게 기억되고 싶어요 비록 모든 꿈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열정만큼은 남 못지 않았다. 그렇게 말이예요.


<대한민국을 불편하게 하는 남자 진중권>
회색이었던 친구들이 지구전에는 오히려 강하잖아요 아주 열심이었던 사람은 확 피었다 가라앉고 일종의 역할분담이라 생각해요

소크라테스가 결코 글을 쓰지 않은 것은 그의 진리는 오직 장바닥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 속에서만 드러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누군가의 논리, 실천을 공격하는 것과 그의 스타일 인격을 공격하는 것은 층위가 전혀 달라요.

우린 그냥 친구 같아요. 전 인생에 큰 기대가 없어요. 행복해질거란 환상도 없구요.

지식인이라면 모름지기 비판적 거리를 둘 줄 알아야 해요

그의 글을 문제삼는 것이 아니라 영혼, 인격을 공격하는 거, 많은 사람들은 논쟁의 방법을 몰라요 .화내고 때리는 건 논쟁이 아닙니다.흥분하면 곧 지는 거예요

제게 명예란 욕을 먹지만 나는 지킬것을 지켰다는거예요. 당장이 아니라 시간이 흐르고 나면 밝혀지는 신뢰, 그런 것들을 쌓아가는게 저의 명예지요.

미친짓도 10년 하면 인정받는다구요



<우리시대의 페르소나 설경구>
그는 싫은 건 분명하게 그냥 싫다고 말하는 사람이다. 그런 인간은 무섭다. 강하고 독종이다.
전 싫으면 티가 나거든요 냉정해져요. 좋은 척, 착한 척, 이런 척, 저런 척, 그런거 못해요.

한편으론 남들 다 우는 일도 자기 감정선에 닿지 않으면 표정하나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냉정하다. 심지어는 냉혹하다는 평을 듣기도 한다. 냉정이면서 열정이고, 눈물이면서 강철이고, 흰 눈이면서 뼁끼통이고 미풍이면서 식칼인 그 사이 어딘가에 설경구가 있다.

확신없는 열정이란 재앙이었다. 이유를 말하고 사람살이의 치열함에 눈뜰 시간이 필요했다.

상처받지 않는 어린시절이란 없다고.

전혀 다른 삶들 속에서 길 잃음 없이, 본연의 자아를 완전히 녹여낼 줄 아는 저 진기한 능력, 설경구가 무서운 배우인 건 그에게 연기란 ‘연기’가 아니라 본능이기 때문일게다.



<통기타 세대의 영원한 카리스마 이장희>
인생은 일회뿐이라는 사실에 전율하며 결심했지요. 나는 나 살고 싶은대로 살리라. 내게 주어진 시간을 낭비하지 않으리라. 좋은 일이건 나쁜 일이건 내 결정대로만 하리라.

서른다설 때 나는 누구인가라는 노래를 만들었는데 그 작업을 하며 저 자신에게 수도없이 메스를 가했어요. 사람이란게 그렇게 한 번 잔혹스레 휘젖고 보니 끝없이 깊고 기막히게 혼란스러운 존재더군요. 자꾸 물었지요. 니가 정말 좋아하는게 뭐냐. 돈이냐 명예냐 노래냐 여자냐 섹스냐 마약이냐…그때 깨달았지요. 자연이란 걸

사업 원칙은 단순해요 바르게 운영한다. 재기 넘치는 사람보다 성실한 사람을 쓴다. 단점보다 장점을 본다. 많은 토론을 한다.

인간처럼 복잡한 건 없죠 매일 상처받아요. 그러니 누군가를 단칼에 좋다. 나쁘다 평가하는 것은 죄악이죠. 사랑이란 것도 따지고 보면 고통 그자체, 아픔 그 자체일 수 있지요.

도대체 상처없이 크는 아이가 있나요 부모의 이혼이 좋은 일은 아니지만 아내나 저나 그 이상의 것을 채워주려 애를 많이 썼어요,,,전 아이들이 환경에 구애받기 보다는 용기와 비전을 가진 사람으로 크길 바래요

그에게 은퇴란 정말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사는 삶을 의미한다.



<몸으로 정신을 살고픈 1급 딴따라 박진영>
나는 수없이 많은 사람들로 대체될수 있는 존재였다.

순수하고 일관성있고 어설픈 양심이 아니라 확실하게 양심적인거 그 앞에서 저는 그냥 무너져요.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만화가 박재동>
제가 누굴 제일 존경하느냐, 책 보다가도 손님 오면 탁 덮어버리는 사람이요. 사람중심으로 산다는게 그런거거든

가죽냄새를 맡으면 국민학교 입학때 받은 멜빵가방이 생각나고 밭에서 막 딴 고추 냄새를 맡으면 여름 들녘이 생각나. 어머니가 끓인 된장찌개 첫 술을 뜨면 고향 산천이 확 지나가고 …학창시절엔 고향 가사가 들어간 노래만 불러도 목이 메었어요.

박재동의 8할을 만든건 아무래도 그의 어머니였나보다.

사람사는 이유가 결국 이야기하기 위해서 아닌가요. 나는 이렇게 산다. 나는 이렇게 살았다. 소통이야 말로 삶이죠.

뭔가를 발견하고 전하기를 좋아하는 것 그런사람이 바로 예술가죠

덕중에 음덕이 최고거든요 뭐든 뒤로 숨어 하는 것이 좋은건데, 그래서 교사란 직업이 좋은거고 드러나는 사람이 되면 본질을 잃을 위험이 크잖아요.

질투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사람은 극복할 가능성도 있는 사람이다. 아 나 삐질래 이렇게 말함으로써 감정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거지요.

박재동은 바다처럼 아주 깊은 사람은 아닌지 모른다. 지식과 신념으로 가득 찬, 바위 같은 사람도 아닐게다. 하지만 그는 또 바다처럼 비어 있어 넉넉한 사람이다. 그 한덩이로 진실인, 바위처럼 담백한 사람이다.



<장아찌 같고 성난 파도 같은 소리꾼 장사익>
서로의 호흡을 넘나들며 등도 두드리고 춤도 추었다. 장사익은 그의 말대로 참 잘 까불었다. 장아찌 같은 설움도 묻여있던 신명도 칼칼한듯 차진 목청에 한껏 실려 바다로도 달려가고 하늘로도 날아올랐다.

그는 스스로 자지 무대에서 특별함을 지워버리고 있었다. 나중엔 그가 아이로 뵈고 아마추어처럼 느껴졌다. 나이를 쉰다섯이나 먹고 소름돋도록 노래 잘하는 그가, 알고보니 그의 모래는 알몸이었다. 무방비, 상처투성이, 오래 짐 져 어깨 무너진 이 땅의 아버지, 아들, 뭐 대단한일이라고 소리 한 자락에 인생을 죄 걸었는가.

네 장의 음반을 냈지만 아무래도 그는 현장가수다. 돈이 되건 되지않건, 가고 싶은 자리에 가서 부르고 싶은 노래를 한다. 술, 담배를 하지 않는 그는 그래도 맘 맞는 이들과의 뒤풀이 자리를 가장 좋아하며 그 마저 갈 일이 없을 때는 세검정 집에 앉아 산을 본다. 곁에는 늘 아내가 있고 창밖에는 봄비 맞아 토끼풀 꽃망울이 몽글 맺혔다.

뜰에 가득 깔린 풀들을 잡초라 부르지 않았다. 풀들도 다 생명인데 ‘잡스럽다’하면 얼마나 섭섭하겠느냐는 것이다. ‘쟤들도 하나하나 이름이 있다. 이름대로 불러줘야 마땅하다고 했다.

초등학교 5학년때 웅변을 시작했다. 발성이 좋아야 한다기에 중학교 3학년 때까지 비오는 날만 빼고 매일 뒷산 중턱에 올라 소리를 가다듬었다. ,,,그때 목청 틔운게 여적 오는거다.

어떤 노래든 그가 부르면 이 노래가 그 노래였던가 고개를 갸우뚱거려질 만큼 새로운 의미, 새로운 감성으로 가슴을 친다. 장사익은 이에 대해 “ 정말 그 노래는 내 노래. 새 노래이기 때문”이라한다.

진짜 내가 3년만 아주 죽을 힘을 다해 살아보리라. 그때 생각난게 태평소였시유 …”많이 힘들었시유. 마음적으루 근디 어린시절 태평소 소리가 막 몸속에서 나는 거예유

질곡의 시간을 보내면서도 끝내 놓지 않았던 음악의 끈이 그를 마침내 새 삶의 지평으로 인도한 것이다.

그는 마흔 넘어 자신이 내린 결단에 대해 아무것도 없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그는 노래 부를 때 악보를 적지 않는다. 그냥 속에서 나오는 대로 흥얼거리다 이만하면 됐다 싶을때 함께 공연하는 연주자 앞에서 몇 번이고 불러본다. 그는 화성이니 음정이니 하는 것들을 믿지 않는다. 따지고 보면 그 모두 서양식 규칙 아닌가 “ 누구나 똑같이 누구나 똑 같은 방식으로 부를 수 밖에 없도록 만든, 우리 몸에 맞지 않는 옷” 이라는 것이 그의 말이다.

지 노래는 박자없이 호흡으로 가유 그렇게 해야 노래에 담긴 메시지가 고대로 전달돼요. 가사랑 감정이랑 호흡이랑 표현이 꼭 마치 일심동체로 움직이니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봐유. 그게 어디 딱딱 끊어져 찾아오든감유 사람맥박은 또 워뗘유. 기분따라 달라지잖여유.

장사익의 노래에서 참자유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것은 그의 노래가 맘과 더불어 이렇듯 몸마저 옥신 옥신 풀어주기 때문일게다.

가장 순정한 공감을 위해 그는 한번 노래할때마다 발끝부터 머리끝까지를 쥐어 짠다. 그래서 오랜만에 그를 만난 이들은 볼 때마다 주름이 깊어지고 몸피가 줄어든다며 걱정이 대단하다.

너무 슬픈 노래만 부르는 것 아니냐고 하자 “ 내가 할 몫이 바로 그것”이라고 했다.”대한민국 사람 열에 아홉은 헷갈리며살어유. 사는게 참 퍽퍽허잖여유. 그런 사람들 맺힌 속을 풀어주고 싶은 거에유

대나무는 100년에 한 번 꽃을 피우고 죽는다 했다. 그려 뭔 말이 더 필요하겄능가. 장사익은 매일 기차를 탄다. 핏줄 선 목청으로 대꽃 피우며 간난신난 100년 길 춤추며 간다.



<내가 저자라면 ,,,>
열망하는 인생, 거칠 것 없이 자기길을 간 남자 12명의 이야기를 저자는 기가막히게 풀어헤친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그들이 가지고 있는 불, 얼음을 알량한 문장에 실는다라고 말하며, 훌륭한 재료이건만 상차림이 형편없다라는 말로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지만 저자는 아주 훌륭한 문체로 자칫 잘못하면 자기자랑거리 비슷할지도 모를 그들의 이야기를 읽는 독자의 마음을 뜨겁게 이끌어준다.

책을 읽는 동안 그녀가 아주 다른 각자의 세계에서 살고 있을 법한 이 12명의 이야기를 엮은 것이 내내 궁금했다.
나름 각자의 영역에서 성공 (?) 한 삶을 살았노라 할 수 있을 테지만 내겐 전혀 관심조차 없는 삶도 담겨 있었기에 가벼이 읽어 버리려 했던 마음은 그들의 순수성에 놀라고 말았다.
그들은 하나같이 어린아이처럼 순수했으며,,자신의 삶에 대해 너무나 뜨거웠다.

열정을 넘어 결핍마저도 사랑한 이들을 인터뷰하기 위해 저자는 철저한 조사를 한다.
그들이 남긴 글과, 관련기사들을 꼼꼼히 찾아 읽고 주변인들의 평가, 인식, 찬탄과 비난의 시선까지고 빠뜨리지 않고 조사한다. 그리곤 사전에 파악한 정보들을 바탕으로 상대의 눈빛, 말투, 표정, 까지 놓치지 않으며 예리하게 그들의 폐부 깊숙히 허를 찌르는 날카로운 질문들로 상대가 자신을 여과없이 드러내게 하므로 그녀의 바램대로 읽는이가 그들의 위대함이 아니라 그들의 삶을 살게 하는,,,그들을 그토록 뜨겁게 만들었던 원동력에 대해 생생히 잘 전달하고 있다.


나는 내가 속이 뜨거운 사람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종종 주변인들을 힘들게 할 때가 많고 어리석은 선택을 할 때가 있다.
그리고 몸살을 앓으며 끓어 넘칠 때가 있다.
이러한 나의 특성은 나를 벼랑 끝으로 밀어 세우기도 하지만 이 뜨거움이 있기에 현재 살고 있으며 앞으로도 꽤 근사한 삶을 살게 되리라는 것을 안다.

이름만 대면 다 아는 누구누구의 삶이 아닌 평범하기 짝이 없는 우리네 삶,
하지만 그 평범함 속에서 열정이라는 것이 얼마나 그들을 특별하게 만드는지를 깊이 있게 다루어 주는 또 다른 열정과 결핍이란 후속 책을 기대해 본다 .

또 아는가? 그 책의 저자는 바로 우리 자신이며 주인공 역시 우리 스스로일는지…

12명의주인공들도 하나같이 말하지 않는가.
어디로 올라가는지 모르고 그저 꾸물꾸물 올라갈 때 가장 높은데까지 오를 수 있다고
누구도 하루 여덟시간 꼬박꼬박 한눈팔지 않고 정진하는 사람을 당해낼 수는 없다고..
미친짓도 10년 하면 인정받는다고…
IP *.93.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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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석
2007.11.07 17:54:23 *.209.96.34
각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들을 '열정과 결핍'이라는 키워드로 묶어낸 것이 신기하고, 은미씨 말처럼 술술 읽히는 문체가 인상적이었던 책이네요.

ㅎㅎ 나도 한 열정, 한 결핍 하는데, 아직 요 모양 요 꼴이네요. ^^
그저 결론을 믿고 따를 수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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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1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 조셉 캠벨 [2] 香仁 이은남 2007.11.05 1979
1140 금빛 기쁨의 기억 : 강영희 [3] 素賢소현 2007.11.05 2197
1139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 Joseph Campbell [5] 우제 2007.11.04 2118
1138 이외수 &lt;날다타조&gt;5 [2] gina 2007.10.31 2204
1137 이외수 &lt;날다타조&gt;4 [1] gina 2007.10.31 2201
1136 이외수 &lt;날다타조&gt;3 [1] gina 2007.10.31 2284
1135 Leading Change-James O file [1] 海瀞 오윤 2007.10.30 2105
1134 벼룩이 본 코끼리와 벼룩 -찰스핸디 [3] 이은미 2007.10.30 2081
1133 [독서30]로버트프로스트의 자연시 그 일탈의 미학 [2] [1] 素田 최영훈 2007.10.29 3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