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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1월 12일 01시 36분 등록
강의 : 나의 동양 고전 독법
신영복 저 / 돌베개



1. 저자 소개

저자 신영복.

올해 67세인 그의 약력은 범상치 않다. 그가 수감자였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진 바이다. 그의 약력을 잠시 살펴보자.

1941년 경남 밀양 출생
1963년 서울대 상과대학 경제학과 졸업
1965년 서울대 대학원 경제학과 졸업
1965년 숙명여대, 육군사관학교에서 경제학 강사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무기징역형을 받고 대전. 전주 교도소에서 20년간 복역
1988년 8.15 특별가석방으로 출소
1988년 가족에게 보낸 편지를 모아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출간
1989년~ 성공회 대학교에서 정치경제학, 한국사상사등 강의
1998년 3월 출소후 10년만에 사면복권

통일혁명당 사건은 무엇인가.

김종태(金鍾泰)는 북한공산집단의 대남사업총국장 허봉학(許鳳學)으로부터 직접 지령과 공작금(미화 7만 달러와 한화 2,250만 원)을 받고 남파된 거물간첩이었다. 그는 운수업으로 위장하여 통일혁명당(북한노동당의 在南地下黨)을 조직하고, 전(前)남로당원·혁신적 지식인·학생·청년 등을 대량 포섭하였다. 그리고 결정적 시기가 오면 무장봉기하여 수도권을 장악하고, 요인암살·정부전복을 기도하려 하다가 일망타진되었다.

이 사건에 관련되어 검거된 자는 158명이었으며, 그 중에는 문화인·종교인·학생 등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이들 중 73명이 송치(23명은 불구속)되었는데, 김종태는 1969년 7월 10일 사형이 집행되고, 이문규(李文奎) 등 4명은 9월 23일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되었다. 그리고 이들 일당을 검거하면서 무장공작선 1척, 고무보트 1척, 무전기 7대, 기관단총 12정, 수류탄 7개, 무반동총 1정과 권총 7정 및 실탄 140발, 12.7mm 고사총(高射銃) 1정, 중기관총 1정, 레이더 1대와 라디오 수신기 6대, 미화 3만여 달러와 한화 73만여 원 등을 압수하였다.
출처:네이버백과사전.

저자인 신영복이 정확하게 이 사건과 어떻게 관계되었는지는 잘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저자가 학생 신분이었던 60년대 사회를 매우 규탄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반사회적인 인물이었다.

59학번인 그는 60년대를 절망적이었다고 회고한다. 50년 한국전쟁, 53년 휴전 협정 체결, 일제 식민지 잔재에서 해방 후의 예속적 정치 권력, 부정 부패, 전쟁의 잔해로부터 재건되기 전의 진통. 이런 혼란지극의 사회에서 대학을 다녔다. 당시 소위 지식인이며 상층부였던 대학생들은 근대화를 제창하며 미국과 유럽의 문화를 다투어 받아들이려 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저자를 비롯한 다른 학생들은 분단과 군사 독재에 열렬히 저항했다.

전공도 경제학이고 현재 성공회대에서도 정치경제와 한국사상을 가르치는 저자가 동양고전을 강의한다니 어찌된 일일까. 저자는 그 배경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 자신의 정신적 영역을 간추려보는 지점에 동양고전이 위치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말하자면 나의 사고와 정서를 지배하고 있는 식민지 의식을 반성하는 것에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 저자는 현 사회를 염려한다. 속도 위주의 일회성, 효율성이 극화되는 지금의 사회에서 근본적인 반성적 담론이 필요함을 이야기한다.

“이러한 반성은 동시에 우리 시대에 대한 반성의 일환이기도 했습니다. 요즈음 대학생이나 젊은 세대들은 근본적 성찰을 하는 일이 별로 없는 것같이 느껴집니다. 매우 감각적이고 단편적인 감정에 매몰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또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의 세례를 받고 있어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그러한 반성 자체가 낡은 것으로 치부되기까지 하지요. 이러저러한 이유로 근본적 담론 자체가 실종된 환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가슴으로 들어오는 문구

서론

21 중국 고대 문헌은 마치 현대 문헌처럼 친숙하게 읽히고 있다. 전승과 해독에 있어서 세계 유일의 문헌이다.

21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관점이다. 고전에 대한 우리의 관점이 중요하다. 역사는 다시 쓰는 현대사이다. 마찬가지로 고전 독법 역시 과거의 재조명이 생명이라고 생각한다. 당대 사회의 당면 과제에 대한 문제의식이 고전 독법의 전 과정에 관철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21 사회 변혁기는 사회의 본질에 대한 근본적이 담론이 주류를 이룬다.

22 오늘날... 변화와 개혁에 대한 열망과 이런한 열망을 사회화하기 위한 거대 담론이 절실하게 요청되고 있다. 현대자본주의 특히 그것이 관철하고자 하는 세계 체제와 신자유주의적 질서는 춘추전국시대 상황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부국강병이 최고의 목표가 되고 있는 무한 경쟁 체제라는 점에서 다르지 않다.

23 우리가 걸어두는 화두는 關係론이다. 존재론적 구성 원리는 개별적 존재를 세계의 기본 단위로 인식하고 그 개별적 존재에 실체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그것은 자기 증식을 운동원리로 하는 자본 운동의 표현이다. 관계론적 구성 원리는 개별적 존재가 존재의 궁극적 형식이 아니라는 세계관을 승인한다. 배타적 독립성이나 개별적 정체성에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의 관계성을 존재의 본질로 규정하는 것이 관계론적 구성 원리이다.

33 모든 관점은 일정하게 당파성을 띤다. 그래서 객관성과 중립성을 주장하는 반론이 끊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것은 실천적 관점이다. 동양학에 댛나 관점을 바로 이 지점에 세우는 작업이야말로 실천적으로 대단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37 진리가 서양에서는 형이상학적 차원의 신학적 문제임에 반하여 동양의 도는 글자 그대로 ‘길’이다. 우리 삶의 한 복판에 있는 것이다.

37 동양적 사고는 삶의 결과를 간추리고 정리한 경험 과학적 체계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 점에서 동양 사상이 윤리적 수준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한다고 할 수 있지만 반면에 비종교적이며 과학과의 모순이 없다.

38 장은 그것을 구성하는 모든 것이 서로 조화 통일되어 있다. 관계들의 총화이다. 중요한 것은 장을 구성하는 개개의 부분은 부분이면서 동시에 총체성을 갖는다는 사실이다. 이 점이 집합과 장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장은 ‘부분적 총체들의 복합체’이며 개개의 부분이 곧 총체인 구조이다.

38 더욱 중요한 것은 장의 개념이 3차원의 공간적 개념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생멸 유전이 이루어지는 4차원의 질서라는 사실이다. 동양학에서 자연이란 무궁한 시공으로 열려있는 질서이다.

39 자연이란 공간과 시간의 통일, 유한과 무한의 통일체로서 최고 최대의 개념을 구성한다. 그런 의미에서 자연을 생기의 장이라고 하는 것이다. 생성과 소멸이 통일되어 있는 질서이다.

41 인성의 고양을 궁극적 가치로 상정하고 있는 것, 그리고 인성이란 개별 인간의 내부에 쌓아가는 어떤 배타적인 가치가 아니라 개인이 맺고 있는 관계망의 의미라는 것이 동양 사상의 가장 큰 특징이다. 인성이란 개념은 여러 개인이 더불어 만들어내는 장의 개념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43 동양적 구성 원리에서는 모순이 균형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점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중용이 그것이다. 대립과 모순이 존재한다는 것과, 그것의 조화와 균형을 중시한다는 것은 차이가 있다.

47 현대 자본주의가 쌓아가고 있는 모순과 위기 구조는 근본 담론을 더욱 절실하게 요구하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오래된 시와 언

61 사실과 전설 가운데 어느 것이 더 진실할까. 어쩌면 사실보다 전설 쪽이 더 진실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문학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실의 내면을 파고 들어갈 수 있는 어떤 혼(魂)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64 시적 관점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자유로운 관점은 사물과 사물의 연관성을 깨닫게 해준다. 한마디로 사물이 맺고 있는 광범한 관계망을 드러낸다.

75 무일(無逸), 효율성과 소비문화를 반성하는 화두로 읽히기를 바란다. 능력 있고 편안한 것을 선호하는 젊은 세대들의 가치관을 반성하는 경구로 읽히기를 바란다.

75 노르웨이의 어부들은 바다에서 잡은 정어리를 저장하는 탱크 속에 반드시 천적인 메기를 넣는 관습이 있다고 한다. 천적을 만난 불편함이 정어리를 살아 있게 한다는 것이다.

77 인류의 정신사는 어느 시대에나 과거의 연장선상에서 미래를 모색해가게 마련이다.

77 미래는 외부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내부로부터 오는 것이다.

81 滄浪之水淸兮 可以濯吾纓, 滄浪之水濁兮, 可以濯吾足
획일적 대응을 피하고 현실적 조건에 따라 지혜롭게 대응해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주역의 관계론

89 나는 인간에게 두려운 것, 즉 경외의 대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꼭 신이나 귀신이 아니더라도 상관없다. 인간의 오만을 질타하는 것이면 어떤 것이든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점을 치는 마음이 그런 겸손함으로 통하는 것이기를 바라는 것이다.

89 점은 선택과 판단에 관한 것이다.

90 주역은 경험의 누적으로부터 법칙을 끌어내고 법칙으로써 다시 사안을 판단하는 판단 형식이다. 이 판단 형식은 관계론적이다.

101 자리가 사람도다 크면 사람이 상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의 능력이 100이라면 70정도의 능력을 요구하는 자리에 앉아야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30정도의 여백은 창조적 공간도 되고 예술적 공간도 된다.

102 개체의 능력은 개체 그 속에 있지 않고 개체가 발 딛고 있는 처지와의 관계 속에서 생성된다고 하는 생각이 바로 주역의 사상이다.

132 주역의 독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절제와 겸손이란 것이 곧 관계론의 대단히 높은 차원을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논어, 인간관계론의 보고

138 첫째, 춘추전국시대는 철기 발명으로 특징지워지는 농업혁명기에 해당된다. 모든 사회적 가치가 붕괴되고 부국강병이란 하나의 가치로 획일화되는 시기이다. 둘째, 舊사회질서가 붕괴되는 사회 변동기이다. 셋째, 춘추전국시대는 諸子百家, 백화제방의 시기이다.

141 고전과 역사의 독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時制이다.

142 學而時習之 는 실천의 의미로 읽는 것이 좋다. 時의 의미도 ‘때때로’가 아니라 여러 조건이 성숙한 ‘적절한 시기’의 의미로 읽혀야 한다.

145 논어에서 읽어야 하는 것은 사회 변동기에 광범위하게 제기되는 인간관계에 대한 담론이다.

145 사회는 인간관계의 지속적 질서라 할 수 있으며, 이 인간관계의 사회적 존재 형태가 사회 구성체의 본질을 규정한다고 할 수 있다.

159 ‘아름다움’이란 ‘알 만하다’는 熟知性을 의미한다는 사실이다. 오래되고, 잘 아는 것이 아름답다는 뜻이다. 그러나 오늘날은 새로운 것, 잘 모르는 것이 아름다움이 되고 있다. 상품미학. 광고 카피가 약속하는 그 상품의 유용성이 소비 단계에서 허구로 드러난다. 바로 이 허구가 드러나는 지점에서 디자인이 바뀐다. 결국 그 자체에 탐닉하는 것이 상품미학의 핵심이 되는 것이다. 아름다움이 미의 본령이 아니라 모름다움이 미의 본령이 되어버리는 거꾸로 된 의식이 자리 잡는 것이다.

163 화의 논리는 다양성을 인정하는 관용의 논리이면서 나아가 공존과 평화의 원리이다. 그에 비하여 동의 논리는 지배 흡수 합병의 논리이다.

168 心이 개인으로서의 인간성과 품성의 의미라면 덕은 사람과 사람이 맺는 관계에 무게를 두는 것이라 할 수 있다.

175 知와 愛는 함께 이야기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사랑하지 않는 것도 알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애정 없는 타자와 관계없는 대상에 대하여 알 수 있다는 환상을 버려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인간에 대한 이해가 진정한 의미의 知라는 사실이다.

179 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
學이 보편적인 것(generalism)인 것에 비하여 思는 특수한 것(specialism)
학이불사즉망 현실적 조건이 사상된 보편적 이론은 현실에 어둡다는 의미
사이불학즉태 특수한 경험적 지식을 보편화하는 위험하다는 뜻.

188 모든 사람들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192 사회란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는 구조도 아니며 동시에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상태가 아님은 물론이다. 대립과 모순이 있으며 사랑과 증오가 함께 존재하는 세계일 수 밖에 없다.

199 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
지란 진리의 존재를 파악한 상태, 호는 그 진리를 아직 자기 것으로 삼지 못한 상태, 낙은 그것을 완전 터득하고 자기 것을 삼아 생활화하는 경지.
지가 자기 분석적인것이라면 호는 주관적인 것. 낙은 주체와 대상, 전체와 부분이 혼연한 일체를 이룬 어떤 장을 의미.

201 하늘을 망라하는 그물은 성글기 그지 없지만 하나도 놓치는 법이 없다.

맹자의 의

212 의는 인의 사회화.

215 맹자에는 농가 병가 종횡가 등 당시의 다른 많은 사상이 소개되고, 또 비판되고 있기 때문에 제자백가의 사상을 가장 폭넓게 접할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219 與民樂. 오늘날 일반적 정서 가장 결정적인 것은 개인의 정서의 만족을 낙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과의 공감이 얼마나 한 개인을 행복하게 하는가에 대해서는 무지하다.

230 본성으로의 성선의 문제도 처지와 입장이라는 사회적 관점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의미로 읽는 것이 필요.

232 反求諸己
우리를, 나를, 내부를 먼저 보아야 한다는 것 의미.

244 큰 깨달음을 얻은 사람은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함부로 이야기하지 어렵다.

250 하늘이 내린 재앙은 피할 수 있지만, 스스로 불러들인 재앙은 피할 길이 없다.

장자의 소요

311 장자의 逍遙遊는 궁극적인 자유, 또는 자유의 절대적 경지를 보여주기 위한 개념이다. 인간의 삶 위에 군림할 수 있는 어떠한 가치도 존재할 수 없다는 거이 소요유의 의미이고 나아가 장자 사상의 핵심이다.

317 장자는 그 전편에 흐르는 유유자적하고 광활한 관점을 높이 사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이론과 사상뿐 아니라 모든 현실적 존재도 그것은 드높은 차원에서 조감되어야 할 대상이다.

319 어떤 대안이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장자가 우리들에게 펼쳐 보이는 드넓은 스케일과 드높은 관점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324 庖丁解牛
술에 관한 것이 아니라 도에 관한 이야기. 자연의 이치를 이해하는 단계가 아니라 그것을 체득하고 있는 경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326 인위로 자연을 멸하지 말되, 고의로써 천성을 멸하지 말며, 명리로서 천성의 덕을 잃지 말라.

335 자기의 문화, 자기의 생산물, 자기의 언어, 자기의 신을 강요하는 제국과 패권의 논리가 반성되지 않는 한 참다운 문명의 발전은 요원할 수 밖에 없다.

346 우리의 인식이란 분별상에 매달리고 있는 분별지라는 사실을 깨닫고, 모든 사물은 서로가 서로에게 스며들어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사물은 서로가 서로의 존재 조건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349 날마다 구멍 한 개씩 뚫어주었는데 칠 일 만에 혼돈은 죽어버렸다.

352 오늘알의 지식이 하는 일이 대체로 이널 역할에 지나지 않는다. 정권을 유지하게 하거나, 돈을 벌게 하거나, 나쁜 짓을 하고도 그것을 그럴듯하게 꾸미는 일을 대행하는 일이다.

356 고기는 하나의 현상. 반면 그물은 모든 현상의 저변에 있는 구조. 고기가 하나의 사물이라면 그물은 세상의 모든 사물을 망라하고 있는 천망이다. 고기는 잊어버리든 잃어버리든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그물이다. 거대한 관계망을 잊지 않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남는 것은 그물이다.

강의를 마치며

475 불교에서 깨닫는다는 것, 즉 覺이란 연기의 網을 깨닫는 것이다. 우리들이 갇혀 있는 좁은 사고의 함정을 깨닫는 것이다. 개인이 갇혀 있는 분별지를 깨달아야 함은 물론이며 한 시대가 갇혀 있는 집합표상, 즉 업을 깨닫는 일이다.

475 우리의 관계론에 의하면 삼라만상은 존재가 아니라 생성이다.

476 참다운 도는 어렵지 않으며 오로지 揀擇을 경계할 따름이다.

477 깨달음의 의미를 명상적인 것으로 해석하는 것 자체가 이데올로기이다.

488 격물-치지-성의-정심-수신-제가-치국-평천하, 대학이 선언하고 있는 것은 개인, 가, 국, 천하는 서로 통일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508 창의적 사고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유로움이다. 갇히지 않고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이다. 따라서 창신의 장에서는 개념과 논리가 아닌 ‘가슴’의 이야기와, 이성이 아닌 감성의 이야기가 절실하게 요구 된다.

515 나는 나무를 오래 살게 하거나 열매가 많이 열게 할 능력이 없다. 나무의 천성을 따라서 그 본성이 잘 발휘되게 할 뿐이다. 무릇 나무의 본성이란 그 뿌리는 퍼지기를 원하며, 평평하게 흙을 북돋아주기를 원하며, 원래의 흙을 원하며, 단단하게 다져주기를 원하는 것이다. 일단 그렇게 심고 난 후에는 움직이지도 말고 염려하지도 말 일이다. 가고 난 다음 다시 돌아보지 않아야 한다. 심기는 자식처럼 하고 두기는 버린 듯이 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나무의 천성이 온전하게 되고 그 본성을 얻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그 성장을 방해하지 않을 뿐이며 감히 자라게 하거나 무성하게 할 수가 없다. 그 결실을 방해하지 않을 뿐이며 감히 일찍 열매 맺고 많이 열리게 할 수가 없다.......나는 그렇게 하지 않을 뿐이다. 달리 내가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3. 내가 저자라면

저자는 그가 강의하는 고전을 ‘관계론’에 입각하여 보고 있다. 서양의 존재론은 존재가 기본 단위이고 개별적 존재에 실체성을 부여한다. 자기 증식을 운동원리로 하는 자본 운동의 표현이다. 관계론의 구성 원리는 개별적 존재가 존재의 형식이 아니라, 최대한의 관계성을 존재의 본질로 규정한다.

동양사상이 ‘관계’에 중점을 둔다는 사실은 알려진 바다. 저자는 關係를 화두로 걸어두며 전 편을 관통한다. 그런데 어떤 곳에서는 ‘관계’라는 것에 지나치게 맞춘다는 느낌도 없지 않다.

이 책의 문체는 ‘~합니다’체로 되어 있다. 강의한 것을 모아 정리한 것이라 그 강의의 맛을 살리려는 것일 수 있고, 딱딱하기 쉬운 고전에 부드러운 분위기를 더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구어체로 그냥 둠으로써, 말꼬리가 길어진다든가 한 말의 내용이 반복되는 일이 발생하였다. 5을 말하기 위해 5이 곁가지로 있는 셈이다. 이러면 전달하려는 바가 숨어들어갈 수 있다. 굳이 이럴 필요가 있었는가는 의문이다.

일반인이 고전을 대할 기회도 많지 않을뿐더러 접하더라도 수많은 한자와 해석의 난해함에 선뜻 다가가기 어려울 수 있다. 그리고 역사나 사회적인 배경 없이 문장 자체에 파묻힐 수 있다.

저자는 시경 초사 주역 논어 맹자 노자 장자 묵자 순자 법가를 망라하였다. 그리고 당시의 시대상이나 사상가의 위치 등도 같이 제시하여 이해를 도왔다. 무엇보다 설명이 어렵지 않다. 설명의 수준은 일반인 대상으로 하기에는 무난하다고 본다.

그러나 주의할 점이 있으니, <강의>의 해석과 풀이는 저자의 관점이 투영되어 있다는 것이다. 관계론으로 귀결시킨다거나, 사회적 의미에 천착하는 것도 그의 관점이다. 정말 고전을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은 다른 책을 보고 여러 해석과 다른 구절들도 익힐 필요가 있겠다.

저자는 옥중에서 고전에 대해 커다란 뛰어넘기를 한 것으로 보인다. 독학으로 이 정도의 해석과 견해를 낼 수 있다는 것은 학습의 양과 깊이가 만만치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자신과 사회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되었고, 지금의 사회와 젊은이들에 대한 염려로 이어진다.

개인적으로 학교 때 고전을 배울 때 이것이 어디 출처인지 무엇을 역설하는지 배경은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 없이, 그저 해석하고 외우고 했던 기억이 난다. <강의>를 보면서, 아 이게 논어에서 나왔구나 맹자의 말이구나 장자의 생각이구나 여러 번 놀란다. 당시의 배움은 무언가가 단단히 빠진 것이었다.

기회가 되면 다시 들춰보고 싶다.
IP *.120.66.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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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깽이
2007.11.12 07:43:02 *.128.229.81
기회가 되면...... 그것이 무슨 뜻이냐 ? 호정아.
기회에게 가슴을 내주도록 해라. 너무 몸을 움추리지 마라. 안을 때 어깨 뼈에 힘을 주면 기회가 너를 안을 수 없단다. 기회가 오면 그것을 덥썩 안아야 한다. 그것이 왔다고 느껴지면 말이다. 달려가 덥썩 안아야 네게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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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정
2007.11.12 08:21:11 *.244.218.10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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