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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1월 23일 11시 57분 등록
[저자에 대하여]

저서: 관자 소나무(2006)
저자: 관자, 이름은 이오(夷吾), 자(字)는 중(仲), 시호(諡號)는 경(敬)이다.

춘추전국 시대의 제나라의 재상이었고 관포지교라는 고사성어 포숙과 더불어 그 주인공이다. 춘추시대에 패자(覇者)였던 환공의 곁에서 그의 세력 확대를 지지하며 수 많은 일화를 통해 영향력 있는 사상을 남긴 인물이다. 일찍이 환공의 암살을 기도하다 실패하였지만 관중의 친구 포숙의 추천으로 제나라의 재상에 올랐다. 그는 제나라를 새롭게 개혁하여 부강한 나라로 발전시켰다는 점에서 오늘날 많은 이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농업을 진흥하고 상공업을 활성화하여 백성들을 부유하게 하는 한편 뛰어난 인재를 천거하고 군사력과 외교를 강화하였다. 나라가 부유하고 백성이 강하게 되자 강력한 국력을 바탕으로 제후들과 동맹을 주도하여 제나라가 춘추시대의 패권을 가지는 데 커다란 역할을 하였다.

관자라는 제목의 책이지만 그가 직접 저술하였다기 보다는 일부분을 제외하고 제자와 문인들이 그 스승인 관자의 언행과 사상을 기술하였다고 전해진다. 현대학자들의 해석에 의하면 춘추시대부터 서한 시대까지 거의 700년이란 시간에 걸쳐 여러 사람에 의해 이루어진 경세의 바이블이며 백과사전이라고도 보고 있다.

관자의 뼈대는 관중의 경세이념과 방법론 그리고 그 정신을 계승한 관자학파의 경제사상이 중심을 이룬다. 그의 정치사상은 법을 기본원리로 중시하면서 도덕과 예의의 중요성이 강조되어있다. 그러면서 백성들의 삶과 관련된 경제사상을 가장 중시하였다. 민심이 천심임을 꿰뚫어보고 그에 대응하는 정책을 펼쳤다는 점이 오늘날 다시 주목 받는 이유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관자의 철학 사상의 중심 관념은 “도”다. 도는 천지 사이에 없는 곳이 없지만 형상이 있는 것은 아니므로 인식하기가 쉽지 않다. 덕이란 만물을 화육(化育)k는 것이며 덕은 도가 머무는 곳이다. 그러므로 도와 덕은 별개의 것이 아니라고 인식하였다. 이것을 기본으로 하여 그의 일화들 속에는 법도라는 말이 많이 등장하며 법의 현실성과 인간성을 아우르면서 개인과 나라가 함께 번영하고 성공하는 길이 어떠해야 하는 지에 대해 이 책을 통해 그 지혜를 보여주고 있다.

그가 모시던 환공보다 먼저 죽고 극진하게 그를 대접했던 환공에게 그 사후의 벌어질 일들에 대한 대처 방안을 알려주지만 유감스럽게도 환공은 이내 죽음을 면치 못한다.

[내 마음에 들어온 글귀]

창고가 가득 차면 예절을 알고 입을 옷과 먹을 양식이 풍족하면 영광과 치욕을 안다. 30p

예의 염치가 베풀어지지 않으면 나라는 곧 멸망한다. 31p

禮란 절도를 넘지 않음이고, 義란 스스로 나아가기(自進)를 구하지 않음이고, 廉이란 잘못을 은폐하지 않음이고 恥란 그릇된 것을 따르지 않음이다. 32p

둔하면 일 처리가 뒤쳐지고 재물을 쓰는 데 인색하면 친근한 사람을 잃고 소인을 신임하면 선비를 잃는다. 37p

교룡은 물을 얻어야 신령함을 세울 수 있고 범과 표범도 심산유곡이 있어야 비로소 위엄을 떨칠 수 있다. 38p

바람에 우는 다북쑥 소리같이 뿌리 없이 떠도는 뜬 소문은 상관할 바 못되며 제비와 참새같이 떼지어 모여있는 좀스런 소인배들을 큰 도를 행하는 사람은 뒤돌아 보지 않는다. 39p

버릴 말이 없이 모두 이치에 맞고 신중하고 슬기로운 사람은 천지와 짝할 수 있다. 41p

신에 견줄 수 있는 경지도 알고 보면 그 사람의 안에 축적된 역량인 것이다. 41p

오늘의 일을 잘 모르면 옛날을 비추어 보고 미래의 일을 알지 못하겠거든 과거를 살펴보아라. 43p

해나 달은 때로는 밝게 빛나지 않지만 그렇다고 하늘이 이들을 갈아치우지 못하며 산이 높아도 때때로(다른 산에) 가려 보이지 않지만 그렇다고 땅이 이를 바꾸지는 못한다. 45p

영토의 보존은 성곽에 달려있고 성곽의 보존은 병사에 달려있다. 병사의 보존은 사람에 달려 있고 사람의 보존은 곡식에 달려 있다. 52p

한 번 심어서 한 번 거두는 것은 곡식이고 한 번 심어서 열 배를 얻는 것은 나무이며 한 번 키워서 백 배를 얻는 것은 사람이다. 54p

작은 속임수란 큰 속임수의 시작이어서 작은 속임수를 금하지 않고선 큰 속임수 때문에 나라가 손상되지 않기를 바랄 수 없다. 54p

백성이 작은 예절도 닦고, 작은 의리도 행하고, 작은 청렴도 갖추고, 작은 수치심도 지키고, 아주 작은 속임수도 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정치의 근본이다. 55p

법이란 백성의 능력을 발휘하게 하는 것이다. 56p

군자 같은 지나침에 대해서는 그 원망이 적으나 소인 같은 경솔함이 잘못되면 그 재앙이 크다. 59p

인위적으로 하지 않아도 잘 다스리는 사람은 제왕의 업을 이룰 수 있고 억지로 다스리지 않는 사람은 왕도를 이룰 수 있으며 최선을 다하여 다스리되 스스로를 존귀하게 여기지 않는 사람은 패업을 이룰 수 있다. 스스로를 존귀하다고 여기지 않는 것이 군주의 도리고 벼슬이 높아도 법도를 어기지 않는 것이 신하의 도리다. 73p

…시장의 일이란 사려 깊은 생각에서 생산되고 노력을 다함에서 성취하며 오만함에서 실패한다. 75p

황금은 재정을 계산하는 척도이다. 황금의 이러한 기능을 잘 이해하면 (나라 재정의) 사치와 검소를 이해하고 사치와 검소를 알면 모든 쓰임이 적절하다. 76p

백성의 본성이 편벽하고 어리석어도 바른 도리로 이끌면 착해진다. 윗사람이 옳은 일을 한번 하면 아랫사람은 옳은 일을 두 번 한다. 84p

…”백성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군비를 갖추어야 하고 군사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책략이 있어야 하고 적국을 이기기 위해서는 조건을 갖추어야 하고 천하를 바로잡아 통일하기 위해서는 명분이 있어야 한다” 하는 것이다. 89p

그 현상을 잘 파악하지 못하고서 그곳에 쓰이는 소재를 논하고 그 쓰임을 따지면 이것이야말로 마치 긴 것을 잘라서 짧게 끊어 놓은 뒤 다시 하나하나 길게 이어서 쓰려고 하는 것과 같다. 90p

…시기 포착과 책략에 밝은 것은 용병의 승세를 결정한다. 큰 공은 시기에 달려 있고 작은 공은 계책에 달려 있다. 96p

일이 성공하여 성사되려면 반드시 사리와 정의에 맞아야 하기 때문에 이치가 합당하지 않으면 천하를 이길 수 없고 정의가 아니고서는 다른 사람을 이길 수 없다. 97p

좋아하는 사람을 등용할 때는 그 귀결처를 반드시 살펴야 하고 미워하는 사람을 버릴 때는 그 궁극처를 반드시 헤아려야 한다. 102p

하늘을 본받아 덕과 함께하고 땅을 본받아 (공정하게) 편애하지 않는다. 104p

도(道)로 (백성을) 통하게 하고 은혜로 기르고 인(仁)으로 친하게 하고 의(義)로 기르고 덕(德)으로 보답하게 하고, 믿음(信)으로 맺게 하고, 예(禮)로 사귀게 하고 음악(樂)으로 화목하게 하고 일(事)로 기약하게 하고 말(言)로 (민심을) 고찰하고 힘(力)으로 백성을 분발시키고 정성(誠)으로 감화시켜야 한다. 108p

봄에 겨울의 정사(政事)를 행하면 초목이 말라죽고 가을의 정사를 행하면 생물이 손실되어 없어지고 여름의 정사를 행하면 양기가 지나치게 번성한다. 110p

기구를 만들려면 생각이 주도면밀 해야 하고 정교(政敎)를 시행하려면 일이 세밀해야 한다. 사람의 행동에 기율이 없으면 행동거지에 절도가 없다. 그러므로 사계절을 신중히 살펴서 쉴 때를 구별하고 세출과 세입을 엄격히 하여 교역을 정비하고 섭생을 밝혀서 질병을 치료하고 거두고 내릴 것을 살펴서 부족한 것을 계산한다. 116p

미세한 것을 들을 수 있기 때문에 들리지 않는 것도 들을 수 있고 새로운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드러나지 않은 형체도 볼 수 있고 깊이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시작하지 않은 것도 알 수 있다. 119p

전쟁이 빈번하면 군사들이 피로하고 승리가 반복되면 군주는 교만해진다. 교만한 군주가 피로한 백성을 부리면 나라는 위태로워진다. 가장 좋은 것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요, 그 다음은 단 한 번 싸워서 이기는 것이다. 대승(大勝)이란 여러 번 이긴 것을 모은 것이지만 그 모든 것이 의로운 전쟁이 아닌 것이 없어야 대승이라고 할 만하다. 대승이란 이기지 않음이 없는 것이다. 123p

(백성을) 기르기를 도(道)로 하고 양육하기를 덕(德)으로 해야 한다. 기르기를 도(道)로 하면 백성이 화합하고 양육하기를 덕(德)으로 하면 백성이 단결한다. 124p

느리게 해야 할 일과 급하게 해야 할 일을 따질 수 있으면 위태로워도 어려움이 없다. 141p

백성은 바라는 것을 얻은 뒤에야 군주를 따르고 군주를 따른 뒤에야 정치가 잘 될 수 있다. 148p

무릇 사람은 반드시 예를 안 뒤에야 공경하고 공경한 뒤에야 존경, 양보하고 존경, 양보한 뒤에야 젊은이와 어른, 귀한 이와 천한 이가 서로 넘나들지 않는다. 150p

무릇 군주가 안으로 백성을 잃고 밖으로 제후를 잃고 전쟁에 지고 나라가 줄고 명성이 낮아지고 나라가 훼손되고 사직이 멸망하고 몸이 위태로운 것은 무절제한 환락 때문이 아니다 고하는 말을 아직 들은 적이 없다.
무엇으로 그러함을 아는가? “무절제한 음악은 귀에 즐겁고 무절제한 관람은 눈에 즐겁고 귀와 눈이 좋아하는 것은 마음에 즐겁고 마음이 좋아하는 것은 백성을 해친다” 고 한다. 백성에게 해로우면서 군주에게 위태롭지 않다는 것을 아직 들은 적이 없다. 153p

현명함은 바로 지혜로움이고 지혜로움은 바로 현명함이다. 흥성한 뒤에는 곧 쇠락하니 현명하고 지혜로움으로 크게 행해야 한다.

싫어하고 미워하는 것이 있어도 성을 내서는 안되고 원망하는 것이 있어도 말해서는 안도며 하고자 하는 것이 있어도 함부로 다른 사람에게 계획을 드러내지 말아야 한다. 159p

현명한 사람은 난세에 처하여 도가 행해질 수 없음을 잘 알아서 숨고 겸손히 낮추는 방법으로 형벌을 피하고 고요히 침묵하는 방식으로 화를 면한다. 165p

흥성했는데 쇠락하지 않는 것은 없다. 그러므로 도가 있는 사람은 저울질 할 때도 끝까지 고르게 하지 않고 양을 측정할 때도 가득차지 않게 하고 음악도 지나치게 즐기지 않고 생각도 지나치게 정밀하게 하지 않는다………………지혜로운 사람은 명(名)과 실(實) 양쪽을 지킬 수 없음을 알아 이에 하나만 취하기 때문에 편안하고 근심이 없다. 167p

성인이 어질고 훌륭한 것은 사물의 변화에 순응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마치 깊은 샘물과 같이 마르지 않으며 가늘고 고요히 흘러 이어진다. 170p

하늘은 한때에만 머물지 않고 땅은 한 가지 이로움에만 그치지 않으며 인간은 한 가지 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174p

사물의 변화는 끝이 없으나 그 변화의 도리에 마땅하지 않음이 없으므로 누구도 감히 원망할 수 없다. 178p

무릇 나라 사이에는 세 가지 통제 방식이 있다. 다른 나라를 통제하는 나라가 있고, 다른 나라에게 통제를 당하는 나라가 있으며, 다른 나라를 통제하지 못하지만 다른 나라 또한 (그 나라를) 통제하지 못하는 나라가 있다. 182p

존귀한 사람이 존귀할 수 있는 까닭은 존귀함으로 천한 사람을 섬겼기 때문이고, 현명한 사람이 현명할 수 있는 까닭은 현명함으로 현명하지 못한 사람을 섬겼기 때문이다. 추함은 아름다움을 가능하게 해 주는 바탕이고, 천함은 존귀함을 가능하게 해 주는 바탕이며, 미천함은 고귀함을 가능하게 해 주는 바탕이다. 187p

무릇 나라가 망하는 것은 그 나라의 장점 때문이며 사람이 스스로 실수 하는 것은 그가 잘 하는 것 때문이다. 그러므로 헤엄을 잘 치는 사람은 못에 빠져 죽고, 활을 잘 쏘는 사람은 황야에서 사냥하거나 싸우다가 죽는다. 189p

생명은 먹을 거리에 달려 있고, 다스림은 일 처리에 달려 있다. 일 처리를 잘하지 않고서 잘 다스리는 사람은 예부터 지금까지 아직 없었다. 189p

명분이 바르면 다스리고, 명분이 바르지 않으면 어지럽고, 명분이 없으면 망한다. 191p

현명한 군주는 범죄가 일어날 만한 문을 닫아 버리고, 범죄가 일어날 만한 길을 봉쇄하여 범죄의 자취를 원천에서 차단하기에 백성이 난을 일으키거나 비행을 저지를 환경을 접하지 못한다. 197p

“계절에 따라 나오는 재물(時貨)이 유통되지 않으면 금과 옥이 아무리 많아도 가난한 나라다” 199p

…간사함이 생기는 것은 결핍에서 나오고, 결핍이 생기는 것은 사치에서 나오고, 사치가 생기는 것은 절제가 없는 데서 나온다. 200p

“서경(書經)” 태서(泰誓) 편에 “ 은나라 주왕은 신하가 10만인데 또한 10만의 마음이 있었고 주나라 무왕은 신하가 3천이지만 모두 한 마음이었다” 고 했다. 그래서 주왕은 10만의 마음으로 망했고 무왕은 한 마음으로 나라를 보존했다. 212p

군주가 주밀(周密)하지 않으면 바르게 말하고 곧게 행동하는 선비가 위태롭고, 바르게 말하고 곧게 행동하는 선비가 위태로우면 군주는 고립되어 친밀한 사람이 없다. 군주가 고립되어 친밀한 사람이 없으면 신하들이 편당하여 패거리를 이룬다. 군주가 고립되어 친밀한 사람이 없고 신하들이 편당하여 패거리를 이루는 것은 신하의 죄가 아니라 군주의 과실이다. 231p

…사면은 도망가는 말의 고삐를 버려두는 것과 같고 사면하지 않음은 종기에 돌침을 맞는 것과 같다………………..군자는 도(道)로 먹고 살게 하고 소인은 노동력으로 먹고 살게 한다. 군자가 도로 먹고 살면 군주가 존엄해져서 백성이 따른다. 소인이 노동력으로 먹고 살면 재물이 풍부해져서 봉양이 넉넉하다. 군주가 존엄해져서 백성이 따르고 재물이 풍부해져서 봉양이 넉넉하니, 네 가지가 체제를 갖추면 때를 기다려서 왕 노릇함이 어렵지 않다. 235p

…”법률과 제도는 반드시 도로 본받고 명령은 반드시 명백하고 상벌은 반드시 확실하고 주밀해야 한다”. 이는 백성을 바로 잡는 원칙이다. 237p

(권세가) 신하에게 넘어간 지 일 년이면 신하가 충성하지 않아도 군주가 (권세를) 빼앗을 수 없고, 아들에게 넘어간 지 일 년이면 아들이 효도를 하지 않아도 아버지가 바로 잡을 수 없다. 242p

지나침과 못 미침은 모두 정도(正道)가 아니다. 243p

교만한 사람은 소인의 무리다. 247p

하늘의 이치를 밝히는 이는 황(皇)이고, 도(道)를 살피는 이는 제(帝)고, 덕(德)을 통하는 이는 왕(王)이고, 전략을 세워 출병하여 군대로 승리하는 이는 패(覇)다. 253p

시작에 실마리가 없는 것은 도(道)고, 끝남에 끝자락이 없는 것은 덕(德)이다 도는 헤아릴 수 없고 덕은 셀 수 없다. 257p

이렇게 관중과 소홀이 제나라로 들어가다 홀은 자결하고 , 관중은 제나라에 들어갔다.
군자가 그것을 듣고 말했다.
“소홀은 죽어서 산사람을 현명하게 만들었고 관중은 살아서 죽은 사람을 현명하게 만들었다.” 276p

…선(善)이 불선(不善)을 벌하는 것은 옛날부터 지금까지 바뀐 적이 없습니다. 306p

환공이 또 물었다.
“옛날에 나라를 망하게 한 것은 어떤 잘못 때문입니까?”
관중이 대답했다.
“땅과 보물을 얻을 것만 계산하고 제후를 잃는 것은 생각하지 못하고, 재부와 저축(委)만 계산하고 백성의 마음을 잃는 것은 생각하지 못하고 친하게 여기는 것만 생각하고 버림받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위 세가지 가운데 하나만으로도 나락 쇠약해지고, 세 가지 모두 그러하면 멸망합니다. 옛날에 나라를 무너뜨리고 사직을 무너지게 한 것은 (임금이) 고의로 그렇게 한 것이 아니라 잠시 환락을 즐기다가 죄악에 빠지는 것을 깨닫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307p

“신이 듣건대, 젊은이는 나태하지 않고 늙은이는 구차하게 안락을 탐하지 말아야 하늘의 도를 따라서 선종(善終)을 얻는다고 합니다…” 309p

…같은 졸오(卒伍)의 사람은 서로가 서로를 보호하고, 가정과 가정이 친애하며, 어려서 서로 같이 자라고, 자라서 함께 놀고, 제사 때 서로 축복하고, 초상 때는 서로 도와주고, 재앙이 발생하면 서로 걱정하며, 평소에는 서로 즐기고, 일을 할 때는 함께 화합하고, 슬플 때는 함께 아파했다. 이렇게 때문에 야간 전투에서는 소리만 들어도 서로 알아서 혼란하지 않고 주간 전투에서는 눈빛만 보아도 서로 알아차릴 수 있었고 기뻐하며 함께 죽을 수 있었다. 329p

사랑으로 감싸주고, 이익으로 오게 하고, 신의로 결속하고, 무력으로 위엄을 보였다. 343p

사람을 다스리는 데는 도(道)가 있고, 패업과 왕업을 이루는 데는 때가 있다. 366p

권력은 신성(神聖)이 의지하는 바다. 홀로 밝은 식견을 갖는 것은 천하의 이기(利器)다. 홀로 결단할 수 있는 것은 견고한 요새와 같다. 이 두 가지는 성인이 법칙으로 삼은 바다. 성인은 기미(畏微)를 두려워하고, 어리석은 사람은 밝게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하니, 성인이 증오하는 것은 안(內)에 있고 어리석은 사람이 증오하는 것은 밖에 있다. 성인은 장차 행동하려 할 때 반드시 미리 알고, 어리석은 사람은 위험이 닥쳐도 피하지 않는다. 성인은 때를 살펴서 때를 어기지 않는다. 지혜로운 사람은 잘 도모하나 때를 알아서 행동하는 것보다 못하다. 때를 잘 살피는 사람은 짧은 시간이라도 공(功)이 많다. 369p

땅이 넓지만 농사짓지 않는 것을 “토만(土滿)” 이라 하고, 백성이 많지만 다스리지 않는 것을 “인만(人滿)” 이라 하고, 군대가 강하지만 올바르지 않은 것을 “무만(武滿)”이라 한다. 이 세 가지 “滿(土滿, 人滿, 武滿)” 이 그치지 않으면 나라는 반드시 망한다. 371p

무릇 땅이 없으면서 부유하고자 하는 사람은 우환이 있고 , 덕이 없으면서 왕업을 이루고자 하는 사람은 위태롭고, 조금 베풀면서 많이 얻고자 하는 사람은 고립된다. 372p

반역하는 제후를 정벌하는 것은 무(武)고, 복종하는 제후를 너그럽게 용서하는 것은 문(文)이며 문무를 모두 갖춘 것이 덕(德)이다. 375p

날개가 없으나 날 수 있는 것은 말소리(聲)며, 뿌리가 없으나 확고한 것은 감정(情)이며, 지위가 없으나 존귀한 것은 바로 덕성(生)입니다. 393p

인(仁)은 마음 속에서 나온 것이고, 의(義)는 밖에서 만들어져 온 것입니다. 인하면 천하를 이익의 대상으로 삼지 않고, 의로우면 자기의 명성을 위해 천하를 이용하지 않습니다. 인하면 자기가 천하를 대신하여 왕이 되려 하지 않고, 의로우면 70세가 되면 정치에서 물러납니다. 394p

…군대를 동원하는 데는 큰 조리(論)가 있다. 반드시 먼저 그 병장기를 점검하고, 그 병졸들을 점검하고, 그 장군들을 점검하고, 그 군주를 점검해야 한다. 그러므로 병장기가 조악하여 날카롭지 않으면 그 병졸들을 남에게 주는 것이고, 병졸들을 쓸 수 없으면 그 장수를 남에게 주는 것이고, 장수가 군대를 장악하지 못하면 그 군주를 남에게 주는 것이고, 군주가 군대에 힘을 쏟지 않으면 그 나라를 남에게 주는 것이라고 한다. 412p

백정인 탄(坦)은 하루에 아홉 마리의 소를 잡아도 칼이 무뎌지지 않았으니 그것은 칼날이 빈 공간을 헤집었기 때문이다. 415p

…나라를 다스리는 데는 군대가 있어야 하고, 나라를 부유하게 하는 데는 적절한 조치가 있어야 하고, 나라를 강하게 하는 데는 계책이 있어야 하고, 적국을 이기는 데는 방법이 있어야 하고 천하를 제어하는 데는 명분이 있어야 한다. 416p

하늘에는 변함없는 기상이 있고, 땅에는 변함없는 형태가 있고, 사람에게는 변함없는 예의가 있다. 한 번 설정되어 바뀌지 않는 이것을 삼상(三常)이라고 한다. 통괄하여 하나로 만드는 것은 군주의 도고, 나누어서 직책을 맡는 것은 신하의 일이다. 군주가 그 도를 잃으면 나라를 소유할 수 없고, 신하가 그 일을 잃으면 지위를 가질 수 없다. 420p

도란 군주가 백성을 이끄는 것이다. 그러므로 도와 덕은 군주에게서 나오고, 법령은 재상에게 전해지고, 사업은 관리가 짜고, 백성의 힘은 명령에 따라서 움직이는 것이다. 그러므로 군주에게 말보다 귀한 것이 없고, 신하에게 역량보다 중요한 것이 없다. 422p

현명한 군주란 책무를 완수할 신하를 살필 줄 아는 사람이다. 424p

백성의 의견을 일부분만 들어주면 어리석고, 종합하여 들으면 슬기롭다. 430p

현명한 군주라도 백 보 밖은 들을 수 없고, 담 너머는 보려고 해도 볼 수 없다. 그럼에도 현명한 군주하고 부르는 것은 그가 신하를 잘 등용하여 신하가 충성을 다 바치기 때문이다. 믿음으로 믿음을 잇고, 선함으로 선함을 전하므로 천하가 다스려진다. 431p

군주가 혼란하면 포학하고, 신하가 윗사람에게 기어오르면 배반한다. 이러한 혼란, 기어오름, 포학함, 배반 네 가지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발생하면 나라의 체제가 무너지고, 외적이 침략을 도모한다. 437p

군주가 인재를 발탁할 때 덕망 있는 사람을 조정에 세우되 덕이 없는 사람과 동렬에 두지 않는다. 재능을 평가하여 관직에 앉히되 재능이 모자란 사람과 동렬에 두지 않는다. 447p

자기가 착하지 않은 것을 걱정하지, 다른 사람이 자기를 알아주지 않음을 걱정하지 말라. 단청(丹靑)은 산 속에 묻혀 있어도 사람이 알고서 캐내려 들고, 아름다운 구슬은 깊은 물 속에 있어도 사람이 알고서 캐내려 든다. 451p

자신에게 죄를 돌리는 사람은 백성에게 죄를 얻지 않고, 자신에게 죄를 돌리지 않는 사람은 백성이 죄를 준다. 그러므로 자신의 잘못을 말하는 사람은 강하고, 자신의 절도를 다스리는 사람은 지혜로우며, 다른 사람에게 불선(不善)하지 않는 사람은 어질다. 453p

현명한 군주는 분노한 목소리가 귀에 들리고, 분노한 낯빛이 눈에 보이는 것을 가장 두려워 한다. 이 두 가지가 천하를 소유하는 원인인데, 어찌 삼가지 않을 수 있겠는가? 453p

능력 없는 사람이 자리에 있으면 어지럽고 능력 있는 사람이 자리에 있으면 다스려진다. 온전한 능력이 있을 때 그에 감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454p

길한 일은 제사 지내러 가는 마음가짐으로 하고, 흉한 일은 거상(居喪)할 때 근심하는 마음가짐으로 한다. 454p

너무 부유한 사람은 부릴 수 없고, 너무 가난한 사람은 부끄러움을 알지 못합니다. 474p

백성은 변하는 데 천자가 변할 수 없으면, 나무 막대기에 가죽을 싼 것이요, 백성은 변혁하는 데 천자가 변혁할 수 없으면 복종시킬 수 없습니다. 백성은 진부한 법을 믿다가 죽고, 제후는 무너지고 변한 것을 끊지 않다가 죽습니다. 476p

뿌리가 깊은 나무는 베지 말고, 굳어진 일에는 들어가지 말고, 깊이 관찰한 일은 가리지 말고, 야심이 생겨서 번성하는 것을 제지하려면 때를 잃지 마십시오. 481p

재지(才智)가 비슷하면 다투고, 배 정도 차이 나면 진심으로 복종합니다. 10배쯤 차이 나면 복종하여 따르고, 만 배쯤 차이 나면 동화됩니다. 492p

낚시 밥을 먹지 않는 어별(魚鼈)은 그 못에서 나오게 하지 못하고, 서리와 눈을 이기는 수목은 날씨를 따르게 할 수 없으며, 스스로 다스릴 수 있는 선비는 군주를 좇지 않습니다. 499p

죽임으로 사람을 위협할 수 있는 것은 사람이 죽음을 싫어하기 때문이며, 불이익으로 사람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사람이 이익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508p

군주란 음에 서 있는데, 음이란 고요함이기 때문에 “움직이면 지위를 잃는다”고 말한 것이다. 음은 양을 제어할 수 있고, 고요함은 움직임을 제어할 수 있기 때문에 “고요하면 저절로 얻는다”고 하는 것이다. 509p

고요하고 정밀하면 홀로 선다. 홀로 서면 밝고, 밝으면 신묘하다……………..주관을 닦는 데는 비움(虛)보다 중요한 것이 없다. 비움이란 감춤이 없는 것이다…………….구함도 없고 설정함도 없으면 사려함이 없고, 사려함이 없으면 비움으로 돌아간다. 510p

새가 스스로 날아오는 것처럼 신령이 어디서 오는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516p

다스림도 마음으로 말미암고, 편안함도 마음으로 말미암는다. 518p

성인의 도는 있는 듯 없는 듯하며, 끌어다 써도 영원히 없어지지 않는다. 시대의 변화를 돕지만 자신은 변하지 않고, 사물의 변화에 응하지만 자신은 움직이지 않고 나날이 쓰지만 과실(化)이 없다. 519p

재화는 사랑을 표현하는 수단의 말단이고, 형벌은 미움을 표현하는 수단의 말단이다. 519p

성취함이 없을 때에는 그 성취를 귀히 여기지만, 성취함이 있을 때는 성취함이 없는 상태가 귀하다. 526p

사람은 모두 높은 곳으로 달려가지만 물은 홀로 낮은 곳에 거하니, 겸손하다. 겸손함이란 도가 머무는 집이요, 군주 노릇 하는 사람이 쓰는 도구이니, 물은 모든 것이 모이는 곳이다. 535p

하늘은 사람의 행위를 따르고, 성인은 하늘의 징조를 따른다. 565p

짐승은 앞만 보고 달려 덫에 걸린다. 567p

형(刑)으로 재단하고, 정(政)으로 명령하고, 법(法)으로 막고, 덕(德)으로 기르고, 도(道)로 밝힌다. 570p

무릇 모든 백성이 화목하지 않고 나라가 안정되지 않았을 때, 그 잘못이 군주에게 있지 않으면 허물이 백성에게 있다. 590p

곡식이 생산되지 않는 나라는 망하고, 곡식의 생산이 소비를 충당하는 나라는 패업을 이루고, 곡식의 생산이 소비를 충당하고도 남는 것이 있는 나라는 왕업을 이룬다. 곡식이란 백성을 돌아오게 하는 것이다. 601p

분노하여 절도를 잃으면 생명을 보존하는 법을 잃는다. 613p

무릇 창고는 까닭 없이 텅 비지 않고, 상인과 관리는 까닭 없이 무너지지 않고, 법령은 까닭 없이 어지러워지지 않고, 나라는 까닭 없이 망하지 않는다. 647p

명예는 헛되이 나오지 않고, 우환은 까닭 없이 홀로 생기지 않고, 복은 집을 가리지 않고, 재앙은 특정한 사람만 찾아 다니지 않는다. 659p

이로움과 해로움을 통제할 수 있는 군주는 재물은 많고 과실은 적을 것이다. 660p

이른바 ‘합독(合獨)’이란, 무릇 성읍과 국도에 모두 장매(掌媒)라는 관원을 파견한다. 아내가 없는 남자를 홀아비라 하고, 남편이 없는 여자를 과부라 한다. 홀아비와 과부를 서로 연결시켜 만나게 한 뒤, 농토와 주택을 주어 집안을 이루게 하고, 3년이 지난 뒤에 나라의 부역을 부과 한다. 이를 ‘합독’이라 한다. 672p

장수하거나 단명 하는 것, 가난하거나 부유한 것은 아무런 이유 없이 그렇게 되지 않는다. 733p

성인은 할 말을 고른 뒤 말하고, 행할 일을 고른 뒤 시행한다. 구차하게 이익을 얻은 뒤에 해가 따르고, 구차하게 즐거움을 얻고 나서 걱정할 일을 성인은 하지 않는다. 743p

하늘의 도량은 크기 때문에 만물을 덮는다. 땅의 도량은 크기 때문에 만물을 싣는다. 군주의 도량은 크기 때문에 많은 사물을 받아들이고 뭇 사람이 귀부한다. 744p

바다는 어떤 물도 사양하지 않기 때문에 광대해 질 수 있다. 산은 흙과 돌을 사양하지 않기 때문에 높아질 수 있다. 746p

도란 자기를 변화시켜 바른 이치로 가게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도가 몸에 있으면 말이 저절로 순조롭고, 행동이 저절로 바르며, 군주를 섬김에 충성하고, 부모를 섬김에 효도하며, 사람의 만남에 이치에 맞다. 그러므로 “도가 베풀어지는 곳에서는 몸이 변화한다” 고 한다. 755p

사람과 교류할 때 거짓이 많고 진실이 없으며 구차하게 모든 것을 취하려는 것을 까마귀 떼의 사귐이라 한다. 까마귀 떼의 사귐은, 처음에는 서로 좋아해도 나중에는 반드시 서로 질타한다. 그러므로 말하기를 “까마귀들은 잘 모이기는 하나 서로 아낄 줄은 모른다” 고 한다. 761p

광폭하고 현혹되어 있는 사람은 군신 사이의 준칙과 부자 사이의 윤리와 귀천 사이의 한계를 일러주더라도 성인의 말을 믿지 않고 도리어 그를 비난한다. 그러므로 성인은 일러주지 않는다. 그러므로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말하지 말라” 고 한다. 763p

현명한 군주가 천하를 다스릴 때, 반드시 성인을 등용한 뒤에야 천하가 다스려진다. 신부가 신랑을 구할 때, 반드시 중매를 통한 뒤에야 집안을 이룰 수 있다. 그러므로 천하를 다스리면서 성인을 등용하지 않으면 천하는 어지럽고 백성은 친하지 않다. 신랑을 구하면서 중매를 통하지 않으면 추악하고 수치스러워 사람이 믿지 않는다. 그러므로 “ 스스로 중매하고 나서는 여자가 추하고 믿을 수 없는 것과 같다” 고 한다. 765p

군주께서 좁은 것으로 넓은 것에 미치는 방책을 통달하면, 땅이 좁다고 땅이 넓은 나라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입니다. 가격을 조절하는 방책에 통달하면 재물이 적다고 재물이 많은 나라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것이 나라를 경영하는 방책의 원칙입니다. 873p

왕업을 이루는 군주는 백성에게 부를 비축하고, 패업을 이루는 군주는 대부에게 비축하며, 나라를 해치고 가정을 망치는 군주는 자기에게 비축합니다. 892p

나라의 재정 정책이 양식 가격의 통계에서 나오고 나라의 물자 운용 정책은 이 화폐 정책의 작용입니다. 899p

표면에 붉은 흙이 있는 곳은 땅 속에 철이 있습니다. 표면에 납이 있는 곳은 땅 속에 은이 있습니다. 일설에 “표면에 납이 있는 곳은 땅 속에 쇳돌과 은이 있다. 표면에 붉은 모래가 있는 곳은 땅 속에 쇳돌과 금이 있다. 표면에 자석이 있는 곳은 땅 속에 구리가 있다” 고 합니다. 이것은 산이 묻혀 있는 자원을 드러내 보이는 것입니다. 907p

…천하를 잘 다스리는 군주는 백성을 부린다고 말하지 않고, 그들이 부려지지 않을 수 없게 한다고 합니다. 백성을 쓴다고 말하지 않고, 그들이 쓰이지 않을 수 없게 한다고 합니다. 923p

…물가가 높으면 물자가 모이고, 물가가 낮으면 물자가 흩어집니다. 923p

저 성곽이 무너지고 사직에 제사를 받들지 못하면 살아 있는 신하들도 없습니다. 부모가 죽은 뒤에는 따라 죽을 자식도 없습니다. 이는 사직이 부모보다 중요한 예입니다. 그러므로 성 안에 사람이 없으면 폐허를 지킨다고 할 뿐입니다. 사람은 있어도 무기와 양식이 없으면 재화와 함께 산다고 할 뿐입니다. 924p

성인은 자기 소유가 아닌 재부를 잘 이용하고 자기 백성이 아닌 백성에게 행동과 말을 적절히 베풀어서 모든 사람이 친근히 돌아 옵니다. 937p

물자의 수요와 공급의 균형 문제, 물가 조절의 문제, 물가 유통의 문제, 때에 따른 변통의 문제, 형세를 이용하는 문제를 해결하여야 합니다. 이것이 이른바 다섯 가지 문제를 해결하고서 군사를 일으킨다는 뜻입니다. 940p

환공이 말했다.
“과인은 가옥에 대한 세금을 거두려고 합니다.”
관자가 대답했다.
“안 됩니다. 이것은 백성이 가옥을 부수게 하는 일입니다.”
“인구세 거두려고 합니다.”
관자가 말했다.
“안 됩니다. 이것은 백성의 정욕을 막는 일입니다.”
“가축에 대한 세금을 거두려고 합니다.”
관자가 대답했다.
“안 됩니다. 이것은 어린 가축을 죽이는 일입니다.”
“나무에 대한 세금을 거두려고 합니다.”
관자가 대답했다.
“안 됩니다. 이것은 묘목을 베도록 하는 일입니다.” 945p

어떤 나라는 다른 가난한 나라보다 생산량이 열 배나 되지만 재력이 부족하기도 하고 어떤 나라는 다른 나라보다 생산량이 반도 안되지만 재력에 여유가 있는 것은 물가 조절 정책 때문입니다. 971

백성은 빼앗기면 분노하고 주면 기뻐하니 사람의 마음이 본래 그러합니다. 선왕은 그것을 알았기 때문에 주는 모습을 보이고 빼앗는 흔적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972p

지혜로운 사람은 귀신을 부리고 어리석은 사람은 그것을 믿는다. 998p

“말로 움직이고 말로 호령하여 강한 나라의 기초로 삼을 수 있습니다. 군주께서 만약 세금을 돈으로 내게 하면, 상인들이 나라의 경제를 농간합니다. 군주께서 만약 세금을 곡물로 내게 하면, 지주가 나라의 근본을 농간합니다. 군주께서는 호령과 시령을 내어 좌우 사방의 재물을 유통시키고 나가 통제하면, 재화의 생산과 소비 상황을 파악하고 물가 변동 상황도 파악할 수 있을 것입니다. 1008p

나라를 잘 다스리는 군주는 나라의 재정을 장악하고, 물가를 높이고 낮춰 생산을 추동하고, 호령의 완급으로 유통시켜 하나로 백의 이윤을 이룹니다. 일찍이 백성에게 세금을 걷지 않고 재용이 강과 바다의 물과 같아 끝나도 다시 시작하여 끊이지 않습니다. 이것이 물자를 통제하여 천하를 제어한다는 것입니다. 1010p

훌륭한 군주는 백성에게 직접 세금을 거두지 않고 물자 생산의 가장 빠른 단계를 장악하여 사계절 물가의 높낮이를 통제하고 명령의 완급을 활용할 뿐입니다. 샘은 마를 수 있고 귀신의 활동은 멈출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물자 생산의 가장 이른 단계를 장악하면 몸이 다하도록 이익이 고갈 되지 않을 것입니다. 이것을 재원의 근본과 끝이라고 합니다. 1011p

정신(淸)은 생산을 생성하고, 생각은 법규를 생성하고, 법규는 곱자를 생성하고, 곱자는 네모를 생성하고, 네모는 바름을 생성하고, 바름은 역법을 생성하고, 역법은 사계절을 생성하고, 사계절은 만물을 생성한다. 성인은 이러한 원칙에 의거하여 사물을 다스리니 세상을 다스리는 도가 두루 갖추어진다. 1028p

[내가 저자라면]

내용은 불문하고 일단 두께로만 보자면 여태 내가 읽은 책 중에서 가장 페이지 수가 많은 책이었다. 들고 다니기도 힘들고 책장을 아무리 넘겨도 끝이 안 나타나 몇 번이나 얼만큼 남았는지 확인하며 읽어댄 책이다. 일단은 이런 책을 다 읽어제꼈으니 머리 속에 얼만큼 남았느냐는 불문하고 마치 꼴찌로라도 마라톤을 완주한 느낌처럼 해냈다는 뿌듯함을 가져다 주는 책이다. 물론 그 후유증으로 며칠은 고생하겠지만 그래도 상처와 더불어 그 영광을 두고두고 기억하는 책이 되리라.

관자에는 세상을 살아가는 너무나도 지당하신 말씀들이 아주 세밀하고 꼼꼼하게 적혀있었다. 이런 것을 이토록 자세히 기술할 수 있다는 것은 그 바탕이 전부 경험에 의한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리라. 기원전 700년의 사람, 그리고 그의 사후 700년 가까이 편집되고 추가되고 읽혀져 내려온 책이다. 그 세월의 장구함을 어찌 말할 수 있겠냐만은 결국 사람이 사는 것은 그 시대나 오늘이나 그다지 큰 차이가 없음에 다시 한번 우리들의 삶의 속성을 뒤돌아보게 한다.

주로 환공의 곁에서 그를 보좌하며 그와 더불어 춘추시대에 제나라의 패권을 장악했던 관중이란 인물의 능력은 그 시대의 사람들을 뛰어 넘어 엄청난 안목과 지식, 그리고 달변과 더불어 그 혜안에 고개를 끄덕이며 우러러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패왕에게 들려주는 군자로써의 도리나 치국을 위한 명석한 해석에 한 우수한 인간이 나라를 바꾸고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음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한다. 그릇의 크기를 알고 그에 맞추어 그만큼의 에센스만 적당하게 취하게 하는 것처럼 그의 충고는 상대에게 온전히 그 영양가가 흡수되게끔 무수한 비유와 겸손을 가지고 지혜로운 화법으로 납득시킨다. 상대 스스로 움직이게 만드는 화술이다.

처음엔 익숙하지 않은 표현에 낯설었지만 200페이지 넘어가며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대광이라는 부분에서 인데 군주를 보좌하는 방법이 적혀있는 부분이다. 바로 그 유명한 관포지교의 고사가 자세하게 기록이 되어있으면서 재미를 더해갔다. 그러면서 그의 인물됨이 생생하게 들어나고 있으며 소광에서도 역시 포숙아가 환궁에게 관중을 천거하여 패업을 이룬 일들이 꼼꼼하게 대화체로 씌여져 있다. 원문을 대하니 그 역사와 장면들이 눈에 선한 게 흥미롭다.

관중이 환공에게 간하는 말들의 요점을 말하자면 먼저 백성을 이롭게 하라, 그리고 밖에서 구하라는 요지로 그것을 간하는 신하와 그 뜻을 받아들이는 왕의 자세가 가히 이 책의 하이라이트라고나 할까, 왕과 신하의 최고의 궁합이다. 그런 면에서 관자는 제왕학을 가르치는 책이다.

그러나 관중이 죽고 제나라는 이내 망한다. 환공은 관중의 유언을 듣지 않고 결국 파직시킨 이들을 복직 시키곤 환공은 그들에 의해 죽임을 당하고 마는 것이다.
결국 사람은 타고나는 것인가. 몇 십년간 관중이 그에게 제왕학을 가르쳤음에도 그는 배우지 못한 것인가, 그의 운이 다 했던 것인가. 결국 죽은 신하는 살아있는 왕을 보좌하지 못한다. 그것이 환공이란 인간의 한계였을까. 어쩌면 반쪽자리 인간을 여럿이서 완성된 인간으로 만들었던 것일까.
관중의 사후 환공의 비참한 최후는 어떤 면에서 씁쓸하면서 부아가 치민다. 똑똑한 이의 지혜는 이렇듯 나라를 흥하게 하지만 어리석은 이의 판단은 저 하나뿐만 아니라 나라를 말아먹는다. 세상에서 경계해야 할 것이 있다면 이런 어리석은 이들의 활갯짓일 것이다.

현명한 이와 어리석은 이의 경계는 무엇인가. 관자에는 도와 덕, 특히 천도(天道)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다. 딱히 하늘에 의해 선택되었다기 보다는 그렇게 믿고자 또는 백성에게 믿게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것은 어떤 면에서 보자면 세상의 위계 질서를 세우는 일이고 그것을 통해서 인간의 심층 속에 있는 사악하고 본능적인 충동들을 제어한다. 또한 진정 그것을 믿는 사람들을 살리기도 한다.

자연이나 군주나 백성이나 각자의 본분에 대해서 너무나도 많은 기술이 이루어져 있다. 자연의 본분과 각 사람의 위치에 있어서의 그 마땅히 해야 할 것들이다. 오늘을 사는 사람들에 비추어 무어 하나 그다지 거슬리지 않는 것은 결국 사람이 모여 사는 곳에서의 상식과 예법은 그다지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점일 것이다. 이 책이 기원전부터 시작된 기술이라는 점에서 보더라도 몇 천년이라는 세월은 정말 그저 숫자에 지나지 않는다. 사람이 살기 시작한 이래 그 역사의 기본 골격은 시공을 초월하는 동일한 인자를 갖고 있음이다.

치우치지 않는 것, 늘 중심에 서서 공평하게 일 처리를 하는 것. 이것이 그리도 중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는 것은 관자뿐이 아니다. 중용에서도 그런 말이고 저 멀리 돌아볼 것도 없이 오늘날에도 이런 것들이 얼마나 중요한가. 가깝게는 자신을 다스리는 것에서 시작해 천하를 돌아보는 일에도 전부 해당이 되는 말이다. 관자에서는 이것에 가까이 가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자세한 방법이 천 페이지 이상에 걸쳐 빽빽하게 적혀 있는 것이다.

때를 인식하는 것. 요샛말로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것.
경제, 정치, 사람, 정벌 등등에서 바로 그 때를 인식하여 다스린다는 것을 으뜸으로 삼고있다. 풍년과 흉년의 대비, 치수, 적에 대한 방어. 천기를 놓치지 않는 농사법이 결국 백성을 부강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리고야 비로소 백성은 예절을 알고 스스로 충성한다는 진리이다. 백성을 부유하게 만드는 것, 그래서 그곳에 정을 붙이고 대대손손 살게끔 하는 것 결국 그것이 나라에 대한 소속감을 갖게 하고 국민으로써의 자질을 만든다는 것을 강조한다. 고약한 위정자들은 어쩜 이 속성을 알아채고 그것을 이용하여 세상을 어지럽혀 왔는지도 모르겠다.

편집된 책이니 뒤에 가서는 비슷한 문장들이 많이 나온다. 그러나 만물을 끝없이 물처럼 흐르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경제라고 관중은 말하고 있다.
돌고 도는 게 돈이라는 말, 혹 이래서 나온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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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제
2007.11.21 14:10:02 *.114.56.245
열심히 읽으셨네요. 저도 색스폰연주는 포기했습니다. 그리고 은남님 글을 읽으니 제가 관중을 너무 기회주의자로 몰아붙이지는 않았는지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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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인
2007.11.23 12:00:45 *.48.43.19
그러셨군요. 관점에 따라 사실 여러가지 모습으로 비쳐질 수 있겠지요. 색스폰 연주, 매력적이었는데 어쩔 수 없이..눈물을 머금었지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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