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時田 김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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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롤로그
지금은 2박 3일 동안의 회사 교육을 받기 위해 아산으로 가는 열차 안이다. 새벽 안개 사이로 붉은 햇살이 비추이는 차창 밖, 늦가을의 들녘 풍경이 아름답다. 밤 늦게까지 1,000페이지가 넘는 책을 읽느라 빡빡해진 눈을 비비며, 아직 정리되지 않은 채 머리 속을 떠다니는 지식의 파편들을 어떻게 갈무리해야 할지 잠시 고민해본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가 겨울의 시작을 예감하게 하는 11월의 어느 날, 이제 나도 저 텅 빈 논밭들처럼 한 해의 수확을 거둬들여야 할 때임을, 관중이 그러했듯 책 속의 수많은 지식들을 자신과 연결시켜 실용(實用)의 열매를 맺어야 할 때임을 실감한다. 심호흡을 크게 한 번 하고, 마음을 가다듬어본다. 다시, 시작이다.
#2. 저자에 대하여
드디어 넘기 힘든 산, '관자'를 만났다. 두꺼운 책 두께도 읽는 이를 시종일관 압도했지만, 분야를 가리지 않고 넘나드는, 말 그래도 백과사전적인 방대한 학식에도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분야는 정치, 경제, 행정, 법, 철학, 군사 등을 넘나들고, 철학은 유가, 법가, 도가, 병가를 가리지 않는다. 이런 고대의 방대한 지식을 하나로 엮어 실용의 학문으로 집대성해낸 관중이란 과연 어떤 사람일까?
관중(管仲: BC ? ~ BC 645)은 춘추시대 제(齊)나라의 제상으로 이름은 이오(夷吾), 자는 중(仲)이며, 영상(潁上 : 지금의 안휘성 영상현) 사람이다. 공자보다 약 150년 전, 춘추시대의 난세에 태어났던 그는, 평생토록 변함 없었던 포숙아((鮑叔牙)와의 깊은 우정을 담은 고사성어인 '관포지교(管鮑之交)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일찍이 집이 가난했던 그는 어린 시절부터 알았던 포숙과 함께 장사를 했는데, 이때 관중은 포숙을 자주 속였으나 불평을 하지 않고 잘 대해 주었고, 그의 인간성과 재능을 알아주며 최후까지 우정을 버리지 않았다. 관중은 이렇게 말한다.
“내가 가난했을 때 포숙과 장사를 한 적이 있었다. 이익을 나눌 때마다 내가 더 많은 몫을 차지하곤 했으나, 포숙은 나를 욕심쟁이라고 하지 않았다. 그는 내가 가난한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언젠가 나는 포숙을 위해 어떤 일을 경영하다가 실패하여 그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그러나 포숙은 나를 어리석다고 하지 않았다. 운세에 따라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나는 일찍이 세 번 벼슬길로 나갔으나 세 번 다 군주에게 내쫓겼다. 그러나 포숙은 나를 모자라는 사람이라 여기지 않았다. 아직 때를 만나지 못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나는 세 번 싸움에 나가 세 번 다 모두 달아났지만 포숙은 나를 겁쟁이라고 하지 않았다. 내가 늙은 어머니를 모시고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내가 모시던 공자 규(糾)가 왕권을 놓고 다투다 져서 죽었다. 함께 그를 모시던 소홀(召忽)은 스스로 목숨을 끊어 따라 죽었다.
그러나 나는 붙잡혀 굴욕스러운 몸이 되었다. 그러나 포숙은 나를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이라고 하지 않았다. 그것은 내가 작은 일로 부끄러워하지 않지만, 천하에 이름을 날리지 못하는 것을 부끄러워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나를 낳아준 이는 부모지만, 나를 알아준 이는 포숙이다.”
일찍이 제나라의 왕은 이공이었는데, 이공에게는 제아, 규, 소백이라는 세 아들이 있었다. 관중은 이 중 둘째인 규의 스승으로, 포숙은 막내인 소백의 스승으로 임명되었다. '관자'의 '대광편'에는 이 일화에 대한 자세한 기록과 대화가 담겨 있다. 간략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포숙은 이 임명에 불만을 갖고 병을 핑계로 나아가지 않으려 하지만, 관중은 그를 찾아가 설득한다. 세 사람의 인물 됨을 비교하며 결국 장래의 제나라를 짊어지고 설 사람은 규와 소백, 둘 중 한 사람이므로 각자 두 사람을 모시며 미래를 기약하자고 말한다. 결국 포숙은 소백의 소승이 될 것을 승낙했다.
이후 이공이 죽고, 제아가 그 뒤를 이어 제나라의 14대 왕 양공(襄公)이 된다. 그러나 무도한 행동을 일삼던 그는 사촌인 공손무지(公孫無知)에게 피살당하고, 이 때 난을 피해 왕자 규는 관중과 함께 노(魯)나라로, 소백은 포숙과 함께 거(莒)나라로 망명한다. 이후 반 년만에 공손무지도 피살당하고, 공석이 된 왕자좌를 둘러싸고 제와 소백이 다투는데, 이 때 관중이 쏜 화살이 소백을 명중시키지만, 그의 혁대에 맞아 살아남아 제왕의 자리에 옹립해 왕이 된다. 이가 바로 제환공(齊桓公)이다.
이를 모르고 규를 데리고 제나라로 진격한 노나라 군은 제나라군에게 어이없이 패하고, 결국 제의 요구에 따라 왕자 규를 살해하게 된다. 이제 규를 모시던 관중과 소홀의 목숨도 칼 끝에 달렸으나, 포숙의 간절한 청으로 관중은 목숨을 건질 뿐만 아니라, 제나라의 재상으로 등용된다. 이 때 소홀은 앞에서 관중이 말했듯, 규를 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이를 일컬어 “소홀의 죽음은 살아남은 것보다 훌륭하고, 관중이 살아남은 일은 죽은 것보다 훌륭하다”고 한다.
이후 관중은 40년간 제나라를 다스리면서, 나라를 부유하게 하여 민생을 안정시키고, 각종 개혁 정책을 단행하여 제도를 정비하고, 군대를 튼튼히 하여 제환공을 천하를 다스리고, 제후들을 이끄는 패왕의 자리에까지 올려 놓는다. 그가 나라를 다스렸던 정신적 지주는 바로 '사유(四維)'인데, 이는 곧 '예(禮), 의(義), 염(廉), 치(恥)'를 말한다. 또한 그는 백성이 군주를 따르는 이치를 파악하여 "창고가 풍족하면 백성이 예절을 알고, 의식이 풍족하면 예의와 치욕을 안다'는 경제 정책의 기초를 확립한다.
공자는 관중을 "그릇이 작고, 검소하지 못하고, 예를 몰랐다"고 평했으나, 관중의 한 나라를 다스리는 재상이었음에 반해 공자의 정치 경험은 일천했을 뿐이고, 또 "관중은 환공을 도와 제후들의 패자(覇者)가 되게 하고, 주(周)의 왕실을 받들어 천하를 통일하여 세상을 바로 잡아서, 모든 사람들이 오늘에 이르도록 그의 혜택을 입고 있는 것이다. 만약 관중이 아니었더라면 우리들은 머리를 풀고 오랑캐 옷을 입었을 것이 아니겠느냐."라고 말해 그의 현실적인 공적을 인정하기도 했다.
'사기'를 쓴 사마천은 그를 평하며 '관중 없이 환공의 패업이 없고 중원의 평화도 유지되지 않았을 것"이라 했고, 삼국지의 주인공 제갈공명도 관자를 흠모하여 자신을 관자에 비유하기 좋아했다. 대학자 양계초는 관자를 중국 최고의 정치가로 손꼽고, 정약용의 '목민심서'의 목민은 '관자'의 첫 번째 편의 제목에서 유래한다.
중국의 실용주의 경제노선과 더불어 "공자를 중시하고 관자를 경시한 것이 중국 역사의 최대 비극이다. (中國人民網 2005년 8월 5일)"라는 주장이 나올 정도로 새롭게 재조명 받고 있는 그는 '자신의 그릇'을 알았기에 남을 이끄는 리더가 될 수 있었고, 다른 사람에게 적합한 역할과 자리가 어디인지 알 수 있었기에 나라를 다스릴 수 있었고, 인간과 현실의 이치를 놀라우리만치 명쾌하게 꿰뚫고 있었기에 천하를 경영할 수 있었다.
그는 현재의 우리에게 '지식'과 '실용'의 연결이라는 큰 화두를 던져준다. 신영복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가장 먼 여행은 머리에서 가슴까지라 합니다. 사상(cool head)이 애정(warm heart)으로 성숙하기까지의 여정입니다. 그러나 또 하나의 여정이 남아 있습니다. 가슴에서 발까지의 여행입니다. 발은 실천이며, 현장이며, 숲입니다."
관자는 이 기나긴 여정을 거쳐, 머리와 가슴을 연결하고, 가슴과 발을 연결해 낸 사람이었다. 진정으로 안다고 하는 것은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느낀 것이고, 직접 실천해 본 것이다.
이제 그의 이러한 실용적이며 방대한 사상이 집대성되어 있는 책의 원문 속으로 들어가보자. 이 책 '관자'는 관중이 직접 저술한 책은 아니며, 그의 제자들과 그를 따르는 후대 사람들에 의해 그의 언행과 사상이 기술된 책으로, 서한 말기에 유향(劉向)이 그가 수집한 564편 중 중복되는 것을 삭제하고 편집하여 86편을 남겼으나 그 중 다시 10편이 소실되어 현재는 76편만 남아 있다.
#3. 내 마음에 들어온 글귀
(해제) 관자라는 인물과 사상, 그리고 문헌
(8) 관중이 추구한 것은 이상주의자의 공허한 유토피아도 아니고, 그렇다고 한비자의 법가와 같이 무자비하고 냉혹한 현실주의도 아니다. 이상을 간직하면서도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합리적이며 실용적인 대안을 모색하였다. 관중은 이익을 추구하는 인간 본성을 도덕의 이름 아래 거스르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의 이익 추구 본성에 기초하여 정치·경제·사회를 이끌어갈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다.
(13) 공자는 관중을 평가하기를 “관중은 환공이 제후들을 제패하여 온 천하를 바로잡도록 보필하여 백성들이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 은택을 입고 있다. 관중이 없었더라면 나는 아마 머리를 풀어서 늘어뜨리고 옷자락을 왼쪽으로 여미는 오랑캐의 통치하에 살고 있었을 거야!”
(22) 『관자』는 순수한 도덕으로 모든 것을 규제하려는 낭만적 이상주의도 아니고, 약육강식의 비정한 권력투쟁으로 사회를 바라보는 차가운 현실주의만도 아니다. 법의 현실성과 예의 인간성을 함께 아우르면서 개인과 조직과 사회가 함께 번영하고 성공하는 길이 무엇인지에 대한 유용한 노하우와 깊이 있는 지혜를 보여주고 있다.
【제1권】
제1편 목민牧民 ; 정치의 근본 원리
(30) 무릇 영지를 지니고 백성을 다스리는 사람은 그 임무가 사계절(四詩)을 살펴서 농사가 잘되게 하는 데 있고, 그 직분은 곡식을 저장하는 창고가 가득 차도록 하는 데 있다. 나라에 재물이 많으면 멀리 있는 사람(遠者)도 오고, 토지가 모두 개간되면 백성이 머물러 산다. 창고가 가득 차면 예절을 알고, 입을 옷과 먹을 양식이 풍족하면 영광과 치욕을 안다. 윗사람이 법도를 준수하면 육친六親끼리 도타와지고, 예의염치(四維)를 널리 베풀면 군주의 명령을 잘 지킨다.
형벌을 줄이는 요체는 사치하고 교묘한 것을 금하는 것이고, 나라를 지키는 법도인 사유四維 곧 예의염치禮義廉恥를 닦는 데 있다. 귀신을 높이고 산천의 신을 받들며, 종묘를 공경하고 조상을 경모하면 백성이 순종한다.
계절의 변화에 맞추어 힘쓰지 않으면 재물이 생기지 않고, 땅의 이로움을 개발하는 데 힘쓰지 않으면 창고가 차지 않는다. 들판을 황무지로 놔두면 백성은 나태해진다. 윗사람이 재물을 쓰는 데 절도가 없으면 백성은 (과중한 부담을 이기지 못해) 난동을 일으킨다. 사치하고 교묘한 것을 금하지 않으면 백성은 문란해진다. 이 두 가지 어지러움의 근원을 막지 못하면 형벌이 번잡해진다. 귀신을 높이지 않으면 어리석은 백성은 깨닫지 못하고, 산천의 신을 받들지 않으면 군주의 위엄과 명령이 두루 알려지지 않는다. 종묘를 공경하지 않으면 백성은 (공경하지 않는) 윗사람을 본받고, 조상을 경모하지 않으면 효도와 우애가 갖추어지지 않는다. 예의염치가 베풀어지지 않으면 나라는 곧 멸망한다.
(32) 무엇을 네 가지 강령이라고 부르는가? 첫째는 예禮, 둘째는 의義, 셋째는 염廉, 넷째는 치恥다. ‘예’란 절도를 넘지 않음이고, ‘의’란 스스로 나아가기(自進)를 구하지 않음이고, ‘염’이란 잘못을 은폐하지 않음이고, ‘치’란 그릇된 것을 따르지 않음이다.
(32) 정치가 흥하는 것은 민심을 따르는 데 있고, 정치가 피폐해지는 것은 민심을 거스르는 데 있다. ①백성은 근심과 노고를 싫어하므로 군주는 그들을 편안하고 즐겁게 해줘야 한다. ② 백성은 가난하고 천한 것을 싫어하므로 군주는 그들을 부유하고 귀하게 해줘야 한다. ③ 백성은 위험에 빠지는 것을 싫어하므로 군주는 그들을 보호하고 안전하게 해줘야 한다. ④ 백성은 후사가 끊기는 것을 싫어하므로 군주는 그들이 잘 살도록 해줘야 한다.
(33) 백성이 원하는 네 가지 욕망을 채워주면 멀었던 사람도 저절로 가까워진다. 반대로 백성이 싫어하는 네 가지(四惡)를 행하면 가까웠던 사람도 배반한다. 그러므로 ‘(백성에게) 주는 것이 도리어 받는 것’임을 아는 것이 정치의 보배다.
(37) 천하에 신하가 없음을 걱정하지 말고, 신하를 적절히 쓰는 군주가 없는 것을 걱정해야 한다. 천하에 재물이 모자람을 걱정하지 말고, 재물을 (공평하게) 분배할 인물이 없는 것을 걱정해야 한다. 그러므로 ‘때에 따라 힘써 할 일(時務)’을 아는 사람은 관리로 세울 수 있고, 사심이 없는 사람은 장관(政)을 맡길 수 있다. 때에 따라 힘써 할 일을 깊이 알고 인물 등용에 밝으며 관리를 적재적소에 잘 기용할 수 있는 사람은 군주로 받들 수 있다.
제2편 형세形勢 ; 위정자의 자세와 통치 방법
(39) 군주가 덕이 있어 존경할 만할 때 백성이 그 명을 받드는 것이며, 군주의 말을 듣고 따르는 것도 그 덕망이나 명성이 높기 때문이다. 군주가 백성을 강압적으로 부리거나 수탈하지 않으면, 백성은 스스로 나서서 봉사하고 헌신할 것이다.
(41-42) 아침마다 경각심을 불러일으켜(曙戒) 태만해지는 일이 없어야 한다. 게을러서 우물쭈물하다가는(後稚) 결국 재앙을 자초하게 마련이다. 아침부터 자기의 할 일을 잊으면 결국 저녁에 그 공功을 잃어버린다. 사악한 기운이 몸 안에 들어오면 반듯하던 안색도 초췌해진다.
(43) 도를 버린 군주에게는 백성이 오지 않는다. 도를 지니고 실천하는 군주에게는 사람이 떠나지 않는다. 도가 베풀어지는 곳에서는 몸이 변화한다. 완전하고 충만한 상태를 유지하려면 하늘과 더불어 천도天道를 따라야 하며, 나라의 위태로움을 안정시키려면 사람과 더불어 화합해야 한다.
(43-44) 이렇듯 모든 공덕이나 행하는 바를 속에 숨기고 드러내 보이지 않는 태도가 바로 천도라 할 수 있다. 오늘의 일을 잘 모르면 옛날을 비추어 보고, 미래의 일을 알지 못하겠거든 과거를 살펴보아라. 만사가 발생은 다르지만 결국 같은 곳으로 귀결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45) 도의 운용은 신중함을 중시한다. 능력이 마땅하지 않은 사람과 일을 하지 말고, 불가능한 일을 강행하지 말고,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말하지 말라. 몹쓸 일을 하거나, 안 될 일을 강행하거나,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말하는 것은 결국 고생스럽기만 하고 보람(功)이 없다.
(45) 해나 달은 때로는 밝게 빛나지 않지만 그렇다고 하늘이 이들을 갈아치우지 못하며, 산이 높아도 때때로 (다른 산에) 가려 보이지 않지만 그렇다고 땅이 이를 바꾸지 못한다. 군주는 말을 하되 두 번 다시 못할 말을 해서는 안 된다. 군주는 두 번 다시 행하지 못할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무릇 두 번 다시 할 수 없는 말이나 행동은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에게 가장 큰 금기禁忌다.
제3편 권수權修 ; 권력을 유지하는 방법
(48) 천하를 다스리고자 하는 사람은 반드시 국력을 신중히 사용해야 한다. 나라를 다스리고자 하는 사람은 반드시 백성을 신중히 동원해야 한다. 백성을 다스리고자 하는 사람은 반드시 민력의 소진을 신중히 해야 한다. 백성을 보살펴 기르지 않으면 떠나는 것을 막을 수 없고, 백성을 보살펴 관리하지 않으면 머물러 있어도 부릴 수 없다.
(50) 개발되지 않은 영토는 나의 영토가 아니며, 다스려지지 않는 백성은 나의 백성이 아니다.
(50) “능력에 따라 관직을 주고 등급에 따라 녹을 주는 것이 백성을 다스리는 관건이다.
(52) 자신도 다스리지 못하면서, 어찌 다른 사람을 다스리겠는가. 다른 사람도 다스리지 못하면서, 어찌 자기 가정을 다스리겠는가. 자기 가정도 다스리지 못하면서, 어찌 한 지역을 다스리겠는가. 한 지역도 다스리지 못하면서, 어찌 한 나라를 다스리겠는가. 한 나라도 다스리지 못하면서, 어찌 천하를 다스리겠는가. 천하는 나라의 근본이고, 나라는 지역의 근본이고, 지역은 가정의 근본이고, 가정은 사람의 근본이고, 사람은 나의 근본이고, 나는 다스림의 근본이다.
(53) 일 년의 계획은 곡식을 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없고, 십 년의 계획은 나무를 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없으며, 일생의 계획은 사람을 키우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없다. 한 번 심어서 한 번 거두는 것은 곡식이고, 한 번 심어서 열 배를 얻는 것은 나무이며, 한 번 키워서 백 배를 얻는 것은 사람이다. 내가 참으로 인재를 키우면 귀신같이 마음대로 그를 쓸 수 있을 것이니(如神用之), 나라 다스리기를 귀신같이 자유롭게 할 수 있으면 군주의 자격(門)이 있다.
(56) 법이란 백성의 노동력을 동원하는 것인데, 백성의 노동력을 동원하려면 녹봉과 상을 신중히 주어야 한다.
(56) 법이란 백성이 능력을 발휘하게 하는 것이다. 백성이 능력을 발휘하게 하려면, 관직을 신중히 주지 않을 수 없다. 관직을 신중히 주지 않으면 백성이 정치를 이반하고, 백성이 정치를 이반하면 민심의 통로(理)가 위로 통하지 않는다. 민심의 통로가 위로 통하지 않으면 백성이 군주를 원망하고, 백성이 군주를 원망하면 정령이 시행되지 않는다.
법이란 백성의 죽음과 삶을(死命)을 결정하는 것이다. 백성의 죽음과 삶을 결정하는 만큼 형벌을 신중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 형벌을 신중히 하지 않으면 회피와 억지가 생기고, 회피와 억지(辟就)가 생기면 죄 없는 사람을 죽이고 죄 있는 사람을 놓아주게 된다.
제4편 입정立政 ; 정무政務의 주요 사항
(58-59) 삼본三本 : 나라를 다스리는 세 가지 근본
군주가 살필 것은 세 가지다. 첫째 (대신의) 덕이 그 지위에 맞는지 아닌지, 둘때 공적이 그 녹봉에 맞는지 아닌지, 셋째 능력이 그 관직에 맞는지 아닌지 살피는 것이다. 이 세 가지 근본은 어지러움을 다스리는 근원이다.
(60) 사고四固 : 네 가지 힘써야 할 일
군주가 신중히 할 바는 네 가지다. 첫째, 덕만 제창하고 인仁을 시행하지 않는 사람에게 나라의 권력을 주면 안 된다. 둘째, 현명한 이를 보고도 양보하지 않는 사람에게 높은 지위를 주면 안 된다. 셋째, 형벌을 행함에서 (군주의) 종친·귀척(親貴)을 피하는 사람에게 병권兵權을 주장하게 하면 안 된다. 넷째, 농사를 좋아하지 않고 땅의 이로움을 개발하는 데 힘쓰지 않으며 부렴賦斂을 함부로 하는 사람에게 도읍都邑을 맡기면 안 된다.
(61) 오사五事 : 다섯 가지 일
군주가 힘쓸 일은 다섯 가지다. 첫째, 산야山野에 불을 막고 초목을 심어 기르지 않으면, 나라는 가난해진다. 둘째, 궁벽한 곳까지 수로(溝瀆)를 뚫고 물을 막아 저수지를 채우지 않으면, 나라는 가난해진다. 셋째, 뽕나무와 삼을 들에 심지 않고 그 땅의 성질에 맞지 않는 오곡을 심으면, 나라는 가난해진다. 넷째, 가정에서 가축을 키우지 않고 오이·박·훈채·과일을 기르지 않으면, 나라는 가난해진다. 다섯째, 장인이 (사치스러운) 아로새기기 경쟁을 하며 여인이 (길쌈과 자수에서) 문채文彩내기에 급급하면, 나라는 가난해진다.
(71) 시행하면 이루고, 구하면 얻고, 윗사람이 원하는 것은 크나 작으나 반드시 거행되는 것은 일을 하면서 추구하는 목표다. 명령하면 시행되고, 금지하면 중지되며, 법이 지켜지고 교화가 이루어지는 것이 마치 몸이 마음을 따르듯 하는 것이 정치의 목표다.
제5편 승마乘馬 ; 국가 기본 정책의 수립
(72) 대수大數 ; 정치의 큰 방책
인위적으로 하지 않아도(無爲) 잘 다스리는 사람은 제왕(帝)의 업을 이룰 수 있고, 억지로 다스리지 않는 사람은 왕도(王)를 이룰 수 있으며, 최선을 다하여 다스리되 스스로를 존귀하게 여기지 않는 사람은 패업(覇)을 이룰 수 있다. 스스로를 존귀하다고 여기지 않는 것은 군주의 도리고, 벼슬이 높아도 법도를 어기지 않는 것은 신하의 도리다.
(73) 음양陰陽 : 토지를 바르게 관리하기
토지는 정치의 근본이다. 따라서 토지로 정치를 바르게 할 수 있다. 토지가 공평하고 조화롭지 못하면 정치를 바르게 할 수 없으며, 정치가 바르지 못하면 생산 활동(事)을 제어할 수 없다.
(75) 무시사務市事 : 시장의 일에 힘씀
시장은 재화 유통의 중심지다. 따라서 모든 재화가 저렴하면 부당한 이득이 생기지 않고(百利不得), 부당한 이득이 생기지 않으면 온갖 일(百事)이 잘되며, 온갖 일이 잘되면 모든 물자의 쓰임이 절도 있게 된다. 이 때문에 시장의 일이란 사려 깊은 생각에서 생산되고, 노력을 다함에서 성취하며, 오만함에서 실패한다. 깊이 생각하지 않으면 재화를 생산하지 못하고, 노력을 다하지 않으면 성취하지 못하며, 오만하지 않으면 실패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시장은 (그 나라의) 치란治亂을 알 수 있는 곳이고, 물자의 많고 적음을 알 수 있는 곳이지만, 많고 적은 물자를 생산하는 곳은 아니다”하는 것이다.
(76) 그러므로 검소함에 치우치면 생산에 손상을 주고, 사치에 치우치면 물자를 낭비한다. 검소함에 치우치면 황금의 가치가 낮아지고, 황금의 가치가 낮아지면 생산이 잘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생산 활동에 손상이 간다. 사치함에 치우치면 황금의 가치가 높아지고, 황금의 가치가 높아지면 물가가 낮아지기 때문에 물자를 낭비한다.
(82) 그러므로 지혜로운 사람만 그것을 알게 하고, 어리석은 사람은 알지 못하게 하면 백성을 부릴 수 없다. 재능 있는 사람만 할 수 있게 하고, 재능 없는 사람은 할 수 없게 하면 백성을 부릴 수 없다. 한 번 명령하여 백성이 복종하지 않으면 위대한 정치(大善)를 할 수 없고, 모든 사람이 참여할 수 없으면 큰 업적을 이룰 수 없다.
(84) 성인聖人을 성인으로 여기는 이유는 백성에게 (재원을) 잘 나누어주기 때문이다. 성인이 백성에게 나누어줄 수 없으면 백성과 다르지 않다. 자기도 부족하면서 어떻게 성인이라 할 수 있겠는가.
(85) 농사에서 때는 농업 생산에 매우 중요하며 숨기거나 버릴 수 없다. 그래서 “오늘 힘써 일하지 않으면 내일 재화를 잃어버리니(忘), 옛날은 이미 지나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한다.
【제2권】
제6편 칠법七法 ; 군사와 용병 전략
(89) “백성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군비를 갖추어야 하고, 군사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책략이 있어야 하고, 적국을 이기기 위해서는 조건을 갖추어야 하고, 천하를 바로잡아 통일하기 위해서는 명분이 있어야 한다”
(89) 법칙, 현상, 법도, 교화, 결정, 마음씀, 계산이 이른바 칠법七法이다. 천지의 기氣, 추위와 더위의 조화, 물과 불의 성질, 인류 및 금수초목의 번식 생장을 고찰하면, 천하에 많은 사물이 있지만 거기에는 일정한 질서가 있다. 이는 결코 변한 적이 없기 때문에 법칙(則)이라 한다. 사물의 모습, 명칭, 그것이 존재하는 시간, 서로 비슷함, 종류가 같음, 그것이 발생하는 차례, 그 상태를 일러 현상(象)이라 한다. 길이의 단위와 줄긋는 먹줄과 곱자 및 그림쇠와 저울 및 저울추와 말 또는 됫박과 됫박밀대를 일러 법도法度라 한다. 조금씩 나아가고, 순리대로 일을 처리하고, 어루만져주고, 기다려주고, 적응하도록 도와주고, 습관이 되도록 해주는 것을 일러 교화(化)라고 한다. 주는 것과 빼앗는 것, 험난함과 평탄함, 이익이나 손해를 보는 것, 어려운 것과 쉬운 것, 열고 닫는 것, 죽이고 살리는 것을 일러 결정지음(決塞)이라 한다. 진실하고, 성실하고, 후하게 하고, 베풀고, 헤아리고, 용서하는 것을 일러 마음씀(心術)이라 한다. 굳고 부드러움, 무겁고 가벼움, 크고 작음, 꽉 찬 것과 빈 것, 멀고 가까움, 많고 적음을 측정하는 것을 일러 계산(計數)이라 한다.
(95) 그러므로 천하를 바로잡고자 하면, 재물이 천하를 압도해야 천하를 바로잡을 수 있다. 재물로 천하를 압도해도 장인의 능력이 천하를 압도하지 못하면 천하를 바로잡을 수 없다. 장인의 능력이 천하를 압도해도 무기가 천하를 압도하지 못하면 천하를 바로잡을 수 없다. 무기가 천하를 압도해도 병사의 능력이 천하를 압도하지 못하면 천하를 바로잡을 수 없다. 병사의 능력이 천하를 압도해도 정치 교육이 천하를 압도하지 못하면 천하를 바로 잡을 수 없다. 정치 교육이 천하를 압도해도 군사 훈련이 천하를 압도하지 못하면 천하를 바로잡을 수 없다. 군사 훈련이 천하를 압도해도 천하의 정보를 두루 알지 못하면 천하를 바로 잡을 수 없다. 천하 정보를 두루 안다 해도 시기 포착과 책략에 밝지 않으면 천하를 바로잡을 수 없다. 그러므로 시기 포착과 책략에 밝은 것은 용병의 승세를 결정한다. 큰 공은 시기에 달려 있고, 작은 공은 계책計策에 달려 있다.
(96) 천하의 정세를 두루 알고 시기 포착과 책략을 잘 살피면 홀로 수행하는 전쟁이라도 상대할 적이 없다.
(97) 군사를 일으킴은 나는 새가 솟아오르듯 경쾌하고, 그 작전 개시는 번개 같이 용맹하고, 병력 이동은 비바람 같으면 그 앞에 당할 것이 없고, 그 뒤에 해될 것이 없어 마음대로 전진 후진을 감행해도 어떤 거리낌도 없다. 일이 성공하여 성사되려면 반드시 사리와 정의에 맞아야 하기 때문에 이치가 합당치 않으면 천하를 이길 수 없고, 정의가 아니고서는 다른 사람을 이길 수가 없다. 그러므로 현명하고 슬기로운 군주는 반드시 승리하는 위치에 서기 때문에 천하를 바로잡아도 감히 가로막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98) 적국의 정치 정세에 밝지 못하면 공격할 수 없고, 적국의 군사 정보에 어두우면 선전 포고할 수 없고, 적군의 지휘관에 대한 정보가 없으면 적군과 대치할 수 없고, 적군 병사의 사기를 파악하지 못하면 진을 칠 수 없다. 이렇기 때문에 많은 병력으로 적은 병력을 공격하고, 기강이 잡힌 군사로 기강이 없는 군사를 공격하고, 군수품이 풍부한 군사로 군수품이 모자란 군사를 공격하고, 전투 능력이 뛰어난 군사로 전투 능력이 부족한 군사를 공격하고, 훈련 교육이 철저한 군사로 주워 모은 오합지졸을 공격한다. 그래서 열 번 싸우면 열 번 이기고, 백 번 싸우면 백 번 이긴다.
(100) 비바람같이 행군함은 빠름을 말하고, 나는 새같이 출동함은 일을 경쾌하게 수행함을 말하며, 번개같이 싸움은 적이 진세陣勢를 정비할 겨를도 없이 용맹하게 공격함을 말한다. 홍수와 가뭄같이 파괴력이 높음은 (적이 그들의) 논밭에서 거둘 것이 없고 경작해도 수확이 없음을 말한다. 철옹성같이 방위를 튼튼히 함은 재정을 이용해 적의 내부에서 정보를 전하는 간첩을 둠을 말한다. 한 몸같이 정치함은 자국 내의 혼란을 조장하는 엉뚱한 소문을 막고, 사치와 낭비 풍조를 억제함을 말한다. 먼 길도 갈 수 있기 때문에 벽지의 주민에게도 위력이 미치고, 험한 산하를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에 견고한 성채만 믿고 있는 적을 굴복시키며, 홀로 나아가도 적이 없기 때문에 명령이 시행되고 금지 사항이 지켜진다.
제7편 판법版法 ; 정치의 요새
(102) 좋아하는 사람을 등용할 때는 그 귀결처를 반드시 살펴야 하고, 미워하는 사람을 버릴 때는 그 궁극처를 반드시 헤아려야 한다.
(103) 대중을 두루 사랑하여 빠뜨림이 없음을 군주의 마음이라 한다.
(103) 재물을 쓸 때 인색하면 안 되고, 노동력을 쓸 때 괴롭히면 안 된다. 재물을 쓸 때 인색하면 일이 이루어지지 않고, 노동력을 쓸 때 괴롭히면 피로해진다. 백성이 풍족하지 않으면 망령이 모욕을 당하고, 백성이 재앙으로 괴로워하면 명령이 시행되지 않는다. 베푸는 보답이 적합(得)하지 않으면 화禍가 성하게 일어나기 시작한다. 화가 성하게 일어나도 깨닫지 못하면 백성은 스스로 갈 길을 도모한다.
(104) 하늘을 본받아 덕에 함께하고, 땅을 본받아 (공정하게) 편애하지 않는다. 해와 달과 더불어 짝을 이루어 셋이 되고, 춘하추동 사시와 더불어 다섯이 된다. 백성을 즐겁게 하기 위해서는 사랑과 이익을 베풀어야 하고, 백성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편애를 버려야 한다. 멀리 있는 군주를 불러 귀부하게 하려면 가까운 국내 정사부터 잘 다스려야 하고, 화란禍亂을 막기 위해서는 원한이 없도록 한다. 먼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현명한 인재를 임용하고, (군주의) 높은 자리를 안정되게 하기 위해서는 백성과 이익을 함께 해야 한다.
【제3권】
제8편 유관幼官 ; 군주의 일상생활과 정치
(106) 사욕을 버리고 자연의 도리에 순응하는(若因) 마음이 따르면, 사람이 한가해진다(皇).
(108) 도道로 (백성을) 통하게 하고, 은혜로 기르고, 인仁으로 친하게 하고, 의義로 기르고, 덕德으로 보답하게 하고, 믿음(信)으로 맺게 하고, 예禮로 사귀게 하고, 음악(樂)으로 화목하게 하고, 일(事)로 기약하게 하고, 말(言)로 (민심을) 고찰하고, 힘(力) (백성을) 분발시키고, 정성(誠)으로 감화시켜야 한다.
(118) (군주는) 반드시 글에 재능이 있고, 무武에 위엄이 있어야 한다. 자신이 맡은 직책을 익히는 것은 승리의 조건이고, 때(時)를 따르는 것은 승리의 총칙이고, 방책이 변화무상함은 승리의 징조다. 의義를 실천하는 것은 승리의 도리고, 명분과 실적은 승리하기 위해 급히 해야 할 바고, 공격의 시기를 선택하는 것은 승리하기 위해 할 일이다. 공격할 곳을 밝게 살피는 것은 승리를 이룰 수 있는 것이고, 병장기를 온전히 갖추는 것은 승리의 근원이 되고, 행동을 은폐하는 것(無象)은 승리의 근본이 된다.
(123) 가장 좋은 것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요, 그 다음은 단 한 번 싸워서 이기는 것이다. 대승大勝이란 여러 번 이긴 것을 모은 것이지만, 그 모든 것이 의로운 전쟁 아닌 것이 없어야 대승이라고 할 만하다. 대승이란 이기지 않음이 없는 것이다.
(123-124) 군대를 출병할 때는 (적에게) 단서를 보이지 않아야 하며, 군대를 철수할 때는 (적에게) 후미를 노출하지 않아야 한다. 단서를 보이지 않는 것은 도道고, 후미를 노출하지 않는 것은 덕德이다. 도를 헤아리지 못하고, 덕을 계산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124) (백성을) 기르기를 도道로하고, 양육하기를 덕德으로 해야 한다. 기르기를 도道로 하면 백성이 화합하고, 양육하기를 덕德으로 하면 백성이 단결한다. 백성이 화합하고 단결하면 하나로 모을 수 있고, 하나로 모을 수 있으면 함께 협조한다. 하나로 모아 함께 협조하여 힘을 다하면 해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제9편 유관도幼官圖 ; 군주의 일상생활과 정치에 대한 도해圖解
(138) 미세한 것을 들을 수 있기 때문에 들리지 않는 것도 들을 수 있고, 새로운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드러나지 않은 형체도 볼 수 있고, 깊이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시작하지 않은 것도 알 수 있다. 예상할 수 없이 전격적으로 나오기 때문에 헤아릴 수 없는 곳까지 이를 수 있고, 사기가 왕성할 때 출정하기 때문에 적국의 보물을 얻을 수 잇고, 계책을 세울 수 있기 때문에 튼튼하여 적이 공격할 수 없다.
제10편 오보五輔 ; 정치에 요구되는 다섯 가지 조목
(145) “민심을 얻는 일은 힘쓰지 않으면 안 된다”
(146) 민심을 얻는 방법은 (백성을) 이롭게 해주는 것보다 좋은 것이 없다. (백성을) 이롭게 해주는 방법은 가르치는 것보다 좋은 것이 없다. 그러므로 정치를 잘하는 사람은 밭을 개간하여 나라를 알차게 하고, 조정을 안정시켜 관청을 다스리며, 공정한 법을 실행하여 사사로운 곡절을 금지하고, 창고를 가득 채우고 감옥을 텅 비게 하며, 현명한 사람을 등용하여 간사한 사람을 물러나게 한다.
(148) 백성은 바라는 것을 얻은 뒤에야 군주를 따르고, 군주를 따른 뒤에야 정치가 잘 될 수 있다. 그러므로 말하기를 “덕을 일으키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149) 저 백성은 반드시 의를 안 뒤에야 중정中正하고, 중정한 뒤에야 조화로워진다. 조화로워야 거처가 편안해지고, 거처가 편안해야 거동이 위엄스러울 수 있고, 거동이 위엄스러워야 전쟁에 이기고 수비에 견고할 수 있다. 그러므로 말하기를 “의를 시행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150) 무릇 사람은 반드시 예를 안 뒤에야 공경하고, 공경한 뒤에야 존경·양보하고, 존경·양보한 뒤에야 젊은이와 어른, 귀한 이와 천한 이가 서로 넘나들지 않는다. 젊은이와 어른, 귀한 이와 천한 이가 서로 넘나들지 않으므로, 어지러움이 생기지 않고 환란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말하기를 예는 삼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151-152) 무릇 백성은 반드시 임무를 안 뒤에야 마음이 한결같고, 마음이 한결 같은 뒤에야 뜻이 오롯하다. 마음이 한결같고 뜻이 오롯한 뒤에야 공적이 볼만하다. 그러므로 말하기를 “능력은 힘쓰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152) 이른바 삼도란 무엇인가? ① 위로는 하늘의 상서로움을 법도로 삼고, ② 아래로는 땅의 마땅함을 법도로 삼고, ③ 중간으로는 사람의 순응함을 법도로 삼는다. 이것이 이른바 삼도다.
【제4권】
제11편 주합宙合 ; 천지 만물의 조화 법칙
(158) 군주가 명령을 내리는 것은 오음五音을 조절하는 것과 같고, 신하가 능력을 다하는 것은 오미五味를 조절하는 것과 같다.
(159) 싫어하고 미워하는 것(毒)이 있어도 성을 내서는 안 되고, 원망하는 것이 있어도 말해서는 안 되며, 하고자 하는 것이 있어도 함부로 다른 사람에게 계획을 드러내지 말아야 한다.
(164) 이른바 옳은 것은 그른 것이 아니고, 그른 것은 옳은 것이 아니라고 한다. 그런데 옳고 그름은 반드시 섞여서 동시에 나온다. 어떤 일이 옳다고 믿는 것은 어떤 그른 것이 있어서 그것이 그릇된 것임을 알고 심사숙고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에서 어떤 일은 갑자기 나타나서 미리 준비하지 못할 수가 있다. 그러므로 성인은 널리 듣고 많이 보아 사물의 원리에 대한 인식을 쌓아서 새로운 사태의 출현에 대비한다. 새로운 사태가 출현하면 사물의 원리에 비추어서 시비곡직是非曲直을 판단한다.
(165) “봄에는 새로 나온 채소를 먹고, 가을에는 잘 익은 과실을 먹으며, 여름에는 서늘한 곳에 살고, 겨울에는 따뜻한 곳에 머문다.” 이것은 성인의 움직임과 고요함, 열고 닫음, 굽힘과 폄, 차고 수축됨, 주고받는 것은 반드시 때에 따른다는 말이다. 때가 맞으면 움직이고, 때가 맞지 않으면 고요히 머문다.
(167) “분奮은 흥성이요, 영은 쇠락이다”했다. 흥성했는데 쇠락하지 않는 것은 없다. 그러므로 도가 있는 사람은 저울질할 때도 끝까지 고르게 하지 않고, 양을 측정할 때도 가득차지 않게 하고, 음악도 지나치게 즐기지 않고, 생각도 지나치게 정밀하게 하지 않는다.
(170) 사람의 일이란 오랫동안 지속되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허정虛靜의 도를 말하는 것이다. 무릇 굳고 정체된 관점에서 사물의 변혁을 방해하고 발전을 가로막으면, 반드시 때를 잃는다. 때를 잃으면 모든 일이 무너져 성공할 수 없다. 마음이 바르고 오류가 없어도 현명하다고 할 수 없다. 마음이 바르더라도 재능이 없으면 칭송받을 수 없다. 성인이 어질고 훌륭한 것은 사물의 변화에 순응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마치 깊은 샘물과 같이 마르지 않으며 가늘고 고요히 흘러 이어진다. 이 때문에 덕이 흘러 만물을 고루 윤택하게 한다. 그러므로 “성인은 천지의 화육化育에 참여한다.”고 했다.
(171) 새는 날아서 산을 돌아 반드시 골짜기에 모인다. 산을 돌지 않으면 곤란하고, 골짜기에 모이지 않으면 죽는다. 산과 골짜기에 처할 때 반드시 곧바로 오지는 않지만, 산을 돌아 골짜기에 모일 때 돌고 도는 큰 방향은 곧바르다. 새는 북쪾에서 남쪽으로 날아가려고 하면 남쪽에 도달하고, 남쪽에서 북쪽으로 날아가려고 하면 북쪽에 도달한다. 큰 방향이 올바르면 조그마한 문제에 방해받지 않는다.……
“천 리 길은 승繩으로 곧게 할 수 없고, 만호의 큰 도읍은 수준기水準器로 평평하게 할 수 없다”
(172) 중정은 다스림의 근본이다. 귀는 듣는 것인데, 들을 때는 반드시 사실대로 들어야 한다. 들음이 자세한 것을 ‘귀밝음’이라고 한다. 눈은 보는 것인데, 볼 때는 반드시 사실대로 보아야 한다. 보는 것이 자세한 것을 ‘밝음’이라고 한다. 마음은 생각하는 것인데, 생각은 반드시 언어의 법칙에 맞아야 하며, 언어가 올바름을 얻은 것을 ‘지혜’라고 한다. 총명함과 지혜로 오롯이 하고, 오롯이 하여 어둡지 않으면 잘 다스릴 수 있다.
(174) 지혜로운 사람은 사물을 밝게 살펴서 오직 하나의 사물에만 구애되지 않고, 사물의 공통된 원리인 도에 두루 통달한다. 도라는 것은 위로는 무한하고 광대함은 끝이 없어서 모든 사물에 운용된다. 그래서 겨우 하나의 언설에만 통하고, 한 가지 다스림에만 밝고, 한 가지 일만 전공하는 사람은 견해가 어느 한 부분에 치우치기 쉽고 전체를 폭넓게 바라보지 못한다.
(176-177) 진실로 어떤 사람이 노래를 부르면 반드시 다른 사람의 화답이 있고, 화답하여 어그러지지 않으면 천지의 도와 부합한다는 말이다. 그림자는 물체의 바름을 구부리지 않고, 메아리는 소리의 아름다움을 해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성인이 사물의 성질을 밝힐 때는 반드시 같은 종류끼리 모은다. 그러므로 군자는 행동하기에 앞서 경계하고 삼가며 행한다.
제12편 추언樞言 ; 정치의 관건關鍵
(179) 관자가 말했다. “도가 하늘에 있는 것이 태양이고, 도가 사람에게 있는 것이 마음이다.” 그래서 기가 모이면 살고, 기가 흩어지면 죽으니, 생명이란 기에 의존하는 것이다. 명분이 맞으면 다스려지고, 명분이 없으면 어지러워지니, 다스림이란 명분에 달려 있다 한다.
(181) 선을 꾸미는 사람은 선하지 않다. 따라서 선은 꾸밈이 없어야 한다.
(181-182) “빨리 해라, 빨리 해라’하는 것은 세상에 사물이 많기 때문이요, “노력하라, 노력하라’하는 것은 세상의 사물이 때에 따라 변하기 때문이요, “(연구를) 힘차게 하라, 힘차게 하라”하는 것은 세상 사물의 속뜻이 정미精微하기 때문이다.
(187) 경계하고 경계하여 은밀한 곳에서도 경계해야 한다. 행동은 심사숙고해야 하나 사람들이 모두 알게 할 필요는 없고, 뜻하지 않게 닥쳐올 일은 반드시 대비를 해야 한다. 남에게 믿음을 주는 것은 어짊이라 하고, 남을 속이지 못하는 것은 지혜라 한다. 이미 지혜롭고 또 어질면 이를 일러 완전한 사람이라 한다.
(187) 존귀한 사람이 존귀할 수 있는 까닭은 존귀함으로 천한 사람을 섬겼기 때문이고, 현명한 사람이 현명할 수 있는 까닭은 현명함으로 현명하지 못한 사람을 섬겼기 때문이다. 추함은 아름다움을 가능하게 해주는 바탕이고, 천함은 존귀함을 가능하게 해주는 바탕이며, 미천함은 고귀함을 가능하게 해주는 바탕이다.
(189) 무릇 나라가 망하는 것은 그 나라의 장점 때문이며, 사람이 스스로 실수하는 것은 그가 잘하는 것 때문이다.
(189) 생명은 먹을거리에 달려 있고, 다스림은 일처리에 달려 있다. 일처리를 잘하지 않고서 잘 다스리는 사람은 예부터 지금까지 아직 없었다.
(190) 무릇 사람에게는 세 가지 명분이 있는데, 잘 다스리고자 함과 (뒤지는 것에 대한) 수치심과 일하고자 함이 그것이다. 일에는 두 가지 명분이 있는데, 바르게 함과 잘 살피는 것이 그것이다. 이 다섯 가지에 능하면 천하를 다스린다.
(192) 보통 사람은 마음을 씀에 있어 아낌이 미움의 발단이 되고, 은혜가 원망의 원인이 된다.
(193) 상을 분명히 주되 쓸데없이 주지 않고, 형벌을 정확히 내리되 함부로 집행하지 않는다. 상과 벌을 명확하게 하면 덕의 지극함이 드러난다.
(193) 천도는 광대하지만 제왕 된 사람은 잘 쓴다. 아낄 것은 아끼고, 미워할 것은 미워하면 천하를 안정시킬 수 있지만 아낌과 미워함이 너무 심하면 천하가 반드시 막힌다. 곡식을 재는 그릇이 넘치면 밀대로 밀고, 사람의 행동이 지나치면 하늘이 덜어낸다. 그러므로 선왕은 일을 행할 때 가득차게 하지 않는다.
【제5권】
제13편 팔관八觀 ; 국정을 판단하는 여덟 가지 방법
(207) “좋은 밭을 전사에게 주지 않은 지 3년이면 군대가 약해지고, 상벌에 신뢰가 사라진 지 5년이면 나라가 파괴되고, 조정에서 관직을 팔아먹은 지 7년이면 나라가 망하고, 군주가 인륜을 거스르고 금수같이 행동한 지 10년이면 멸절한다.”
(209) “적국과 동맹국을 파악하고, 군주의 뜻을 헤아리고, 나라의 근본을 보고 백성의 생산이 풍부하지 부족한지 관찰하면 나라의 존망을 알 수 있다”
제14편 법금法禁 ; 법으로 금해야 할 행태
제15편 중령重令 ; 명령의 중시
(218) 나라를 통치하는 방법 가운데 명령보다 중요한 것이 없다. 명령이 중시되면 군주가 존엄하고, 군주가 존엄하면 나라가 안정된다. 그러나 명령이 경시되면 군주가 미약하고, 군주가 미약하면 나라가 위태롭다. 그러므로 나라를 안정되게 하는 것은 군주를 존엄하게 하는데 있고, 군주를 존엄하게 하는 것은 명령을 시행하는 데 잇으며, 명령을 시행하는 것은 형벌을 엄숙하게 하는 데 있다.
(225) 천도의 변화란 사물이 극에 달하면 반드시 되돌아가고, 성하면 다시 쇠퇴하는 것이다. 인심의 변화란 여유가 있으면 교만하고, 교만하면 나태해지는 것이다.
(226) 무릇 선왕이 나라를 다스리는 도구는 세 가지가 있고, 공격받아 훼손당하는 것은 여섯 가지가 있다. ……
세 가지 도구란 무엇인가? 명령과 형벌과 상이다. 여섯 가지 공격이란 무엇인가? 가까이 모시는 무리와 귀쳑貴戚과 재물과 여색과 아첨꾼과 완상玩賞하는 물건이다.
(227) 그렇다면 선왕은 어떻게 했는가? 여섯 가지 때문에 명령을 바꾸지 않고, 여섯 가지 때문에 형벌을 의심하여 멈추지 않으며, 여섯 가지 때문에 상을 더하거나 줄이지 않았다. 이렇게 하면 멀고 가까운 곳이 한마음이 되고, 멀고 가까운 것이 한마음이 되면사람이 많든 적든 모두 힘을 합하고, 사람이 많든 적든 모두 힘을 합하면 반드시 전쟁에서 승리하고 수비가 견고하다.
【제6권】
제16편 법법法法 ; 법의 제정과 시행
(232) 군주는 백성에게 세 가지 바람이 있는데, 그것을 절제하지 않으면 군주의 자리가 위태롭다. 세 가지 바람은 무엇인가? 첫째 요구하는 것, 둘째 금지하는 것, 셋째 호령하는 것이다. 요구는 반드시 얻으려하고, 금지는 반드시 그치게 하려 하고, 호령은 반드시 시행하려 한다. 요구가 많은 이는 그 얻음이 적고, 금지가 많은 이는 그 그쳐짐이 적고, 호령이 많은 이는 그 시행됨이 적다.
(236) 은혜는 사면을 많이 하는 것인데, 시작은 쉬워도 뒤에는 어려워지니, 오래되면 그 화를 감당하지 못한다. 법은 시작은 어려워도 뒤에는 쉬워지니, 오래되면 그 복록을 감당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은혜는 백성의 원수고, 법은 백성의 부모다.
(238) 백성을 나를 위해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법을 확립하고 명령을 시행하면 쓰이는 백성이 많고, 법을 확립하지 않고 명령을 시행하지 못하면 쓰이는 백성이 적다. 그러므로 법을 확립하는 것과 명령을 시행하는 것이 많고 폐기하는 것이 적으면, 백성이 (군주를) 비난하지 않는다. 백성이 비난하지 않으면 따른다.
(239) 군주가 백성을 아끼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그들을 쓰기 위해서 아끼는 것이다. 백성을 아끼기 때문에 법이 무너지고 명령이 훼손되는 것을 처벌하지 않으면, 이른바 백성을 아낀다고 하는 목적을 잃는 것이다.
(241) 무릇 군주가 군주 되는 까닭은 귄세에 있다. 그래서 군주가 권세를 잃으면 신하가 그를 제어한다. 권세가 아래에 있으면 신하가 군주를 제어하고, 권세가 위에 있으면 군주가 신하를 제어한다. 그러므로 군주와 신하의 위치가 바뀌는 것은 귄세가 아래에 있기 때문이다.
(242) (권세가 아래에 있어 정황이 통하지 않는 경우) “당상堂上이 백 리보다 멀고, 당하堂下가 천 리보다 멀고, 문간이 만 리 보다 멀다”한다.
(243) 정치는 바로잡음이다. 정은 만물의 명칭을 바로잡아 정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성인은 적을 정밀히 하고 중도를 세워 정도가 나오게 하고, 정도를 밝혀 나라를 다스리게 했다. 그러므로 정도는 지나침을 그치고, 못 미침을 따라가게 하는 것이다.
(244) 그러므로 말은 반드시 굳세게 하여 구차하게 변명하지 않고, 행실은 반드시 선량함을 생각해 구차하게 경외하지 않는다.
(244) 그러므로 명철한 지혜와 고상한 행실이 있어도 법을 등지고 다스리면, 이는 그림쇠와 곡척을 폐기하고서 사각형과 원형을 그리는 것과 같다.
(246) 무릇 백성이 군주를 따르는 것은 입이 말하는 바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심정이 좋아하는 바를 따르는 것이다. 군주가 용감한 것을 좋아하면 백성은 죽음을 경시하고, 군주가 어진 것을 좋아하면 백성은 재물을 아끼지 않는다. 그러므로 군주가 좋아하는 것은 반드시 백성이 그보다 심하게 좋아한다. 그러므로 현명한 군주는 백성에게 반드시 군주가 좋아하는 것으로 마음을 삼게 한다. 그러므로 법을 두어 저절로 다스리고, 예의를 확립하여 저절로 바로잡는다. 그러므로 군주가 시행하지 않으면 백성이 따르지 않고, 백성이 법에 복종하고 절의에 죽지 않으면 나라가 반드시 어지러워진다. 그러므로 도가 있는 군주는 법을 행하고 제도를 정비하며, 백성에 앞서서 모범을 보인다.
(250) 현명한 군주는 단독으로 처리할 바를 알고, 근심이 되는 바를 안다.
(252) 현명한 군주는 백성을 아낀다며 그 법을 훼손하지 않으니, 법이 백성보다 소중하기 때문이다.
제17편 병법兵法 ; 군대를 다스리는 방법
(254) 싸워서 반드시 승리하는 것은 법도가 세밀하기 때문이고, 승리하되 사상자가 나지 않는 것은 잘 훈련되고 병장기가 날카로워 적군이 감히 대항하지 못하기 때문이고, 땅을 얻어도 나라가 파괴되지 않는 것은 그 백성이 순응하기 때문이다.
(257) 시작에 실마리가 없는 것은 도고, 끝남에 끝자락이 없다. 도는 헤아릴 수 없고 덕은 셀 수 없다. 그러므로 헤아릴 수 없으면 많은 강적도 (우리를) 도모하지 못하고, 셀 수 없으면 위장 전술로 감히 (우리를) 향해 오지 못한다. 두 가지가 겸하여 시행되면 출동이나 정지에 공효가 있다. 알지 못하는 사이에 지나가고 뜻밖에 출동한다. 알지 못하는 사이에 지나가므로 막을 수 있는 사람이 없고, 뜻밖에 출동하므로 대응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그러므로 완승을 거두어 해로움이 없다. 편리함을 따라 훈련하고, 이로움을 따라 행군한다. 일정한 방법으로만 훈련하지 않고, 일정한 방법으로만 행군하지 않으니, 두 가지가 겸하여 시행되어야 출동에 공효가 있다.
(258) 실로 홀로 침입하는 것이 아니므로 멈추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없고, 실로 홀로 보는 것이 아니므로 숨길 수 있는 사람이 없다. (진법이) 말로 표현하지 못할 만큼 지극하면, 극진하고 극진하여 (적이) 예측하지 못하므로, 그 위대한 작용이 신령함과 견주게 된다.
(260) 병력 모으기를 제철에 비가 내리듯이 알맞게 하며, 병력을 소개하는 것이 회오리바람이 일듯이 빠르게 하는 것이, 한 번 싸워서 대국을 만드는 최종 조건이다.
【제7권】
제18편 대광大匡 ; 군주를 보좌하는 방법(1)
(265) 사직과 종묘를 이끌어 가는 사람은 직무를 사양해서도 안 되고, 쉬려고 해서도 안 되네. 장차 나라를 맡은 사람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다네. 자네는 나아가야 해!”
(266) “신하로서 나 이오는 군명을 이어서 사직을 받들고 종묘를 지키는 데 있거늘, 어찌 한 사람인 규를 위해서 죽겠는가? 내가 죽을 상황은 사직이 무너지고, 종묘가 사라지고, 제사가 끊어지는 때니, 그 때가 오면 나 이오는 죽을 것이네. 이 세 가지가 아니라면, 나 이오는 살아야겠네. 내가 살아 있으면 제나라에 이로울 것이요, 죽으면 제나라에 이롭지 못할 것이네.”
(266-267) “신하가 군주에게 힘을 다하지 않으면 믿어주지 않을 것이고, 믿지 않으면 말을 들어주지 않을 것이며, 말을 들어주지 않으면 사직은 안정될 수 없을 것이네. 군주를 섬기는 사람은 두 가지 마음을 품어서는 안 된다네.”
(276) “소홀은 죽어서 산사람을 현명하게 만들었고, 관중은 살아서 죽은 사람을 현명하게 만들었다.”
(282) 포숙이 관중에게 말했다.
“예전에 환공은 그대에게 패업을 도모하라고 허락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나라가 더욱 어지러워졌습니다. 앞으로 어찌할 작정입니까?”
관중이 말했다.
“우리 군주는 성질이 급하므로 그 지혜를 더 많이 깨우쳐주어야 합니다. 좀 더 시간을 두고서 그가 깨우치도록 할 것입니다.”
포숙이 말했다.
“스스로 깨우칠 때까지 기다리고 나면 나라가 망하지 않겠습니까?”
관중이 말했다.
“아직은 괜찮습니다. 국내의 정치는 이오가 보이지 않게 손을 써놓았으니 이제는 기대할 만합니다. 밖에 있는 제후의 도움도 우리 두 사람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그러니 누가 감히 우리를 침범하겠습니가?”
(286-287) 환공은 돌아온 뒤로 정무에만 힘쓰고, 군대를 증강하지 않고, 다른 나라의 정무에는 간섭하지 않으며, 과격한 언행을 자제하고 군대를 쉬게 하였다.
(288) “제후국의 군주는 다른 나라의 땅을 탐내서는 안 됩니다. 땅을 탐내려면 반드시 군사에 힘써야 하는데, 군사에만 힘쓰다 보면 반드시 백성이 궁핍해지고, 백성이 궁핍해지면 백성을 자주 속여야만 합니다. 속이는 일을 그쳐야만 용병을 늦게 해도 승리할 수 있지, 속이면 백성의 믿음을 잃게 됩니다. 백성이 불신으로 가득 차면 난동이 일어나고, 안에서 난동이 일어나면 군주에게 위험이 닥치게 됩니다. 그러므로 옛날에 선왕의 도를 들은 사람은 군비 경쟁을 하지 않았습니다.”
【제8권】
제19편 중광中匡 ; 군주를 보좌하는 방법(2)
(307) “땅과 보물을 얻을 것만 계산하고 제후를 잃는 것은 생각하지 못하고, 재부와 저축만 계산하고 백성의 마음을 잃는 것은 생각하지 못하고, 친하게 여기는 것만 생각하고 버림받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위 세가지 가운데 하나만으로도 나라가 쇠약해지고, 세 가지 모두 그러하면 멸망합니다. 옛날에 나라를 무너뜨리고 사직을 무너지게 한 것은 (임금이) 고의로 그렇게 한 것이 아니라, 잠시 환락을 즐기다가 죄악에 빠지는 것을 깨닫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309) “신이 듣건대, 젊은이는 나태하지 않고 늙은이는 구차하게 안락을 탐하지 않아야 하늘의 도를 따라서 선종善終을 얻는다고 합니다. 하나라 걸왕, 은나라 주와, 주나라 유왕이 정권을 잃어버린 것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그러니 군주께서 어찌 안락함을 탐할 수 있겠습니까?”
(310) 환공이 말했다.
“좋습니다. 청하여 묻건대, 믿음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좋습니까?”
관중이 대답했다.
“자기 몸을 다스리는 데서 시작하고, 그 다음은 나라를 다스리는 것이며, 천하를 다스리는 데서 완성됩니다.”
환공이 말했다.
“몸을 다스리는 것에 대해 묻습니다.”
관중이 대답했다.
“혈기를 잘 이끌어 오래 살기를 구하고, 사려가 심원하고, 덕택을 장구하게 하는 것이 몸을 다스리는 방법입니다.”
환공이 말했다.
“나라를 다스리는 것에 대해 묻습니다.”
관중이 대답했다.
“널리 현인을 등용하고, 백성을 자애롭게 보살피고, 멸망한 나라를 보존하고, 녹이 끊어진 세가를 다시 이어주고, 나라를 위해 죽은 사람의 자식을 채용하고, 세금을 가볍게 하고, 형벌을 가볍게 하니, 이것이 나라를 다스리는 큰 원칙입니다. 법령을 시행하되 가혹하지 않고, 형벌이 관대하되 함부로 사면하지 않고, 관리들이 너그럽되 법 집행을 어기지 않고, 어떤 곤경에 처해도 천하를 다스림에 법도를 잃지 않으면, (백성이 삶의 터전에 안주하여) 이곳 저곳으로 옮겨 다니지 않고 백성이 치세를 향유하니, 이것이 천하를 다스리는 방법입니다.”
제20편 소광小匡 ; 군주를 보좌하는 방법(3)
(312) 제가 관이오만 못한 것이 다섯 가지니, 관대하고 은혜를 베풀어 백성을 사랑하는 것이 그보다 못하고, 국가를 다스리는 데 기강을 잡는 것이 그보다 못하고, 충성과 신의로 제후와 동맹을 맺는 것이 그보다 못하고, 예의를 제정하여 사방에서 본받게 하는 것이 그보다 못하고, 투구를 쓰고 북채를 잡고 군문에 서서 백성들 모두 용맹하게 하는 것이 그보다 못합니다. 관중은 백성의 부모입니다. 장차 자식을 다스리고자 하면 부모를 버릴 수 없습니다.”
(321) “사농공상士農工商 네 부류는 나라의 기둥이 되는 백성이니, 이들이 섞여서 살게 하면 안 됩니다. 섞여서 살게 하면 말이 어지러워지고, 일이 어지러워집니다. 그러므로 성왕들은 선비는 한가하고 조용한 곳에 거처하게 하고, 농민들은 밭과 들판에 거처하게 하고, 장인들은 반드시 관청에 거처하게 하고, 상인들은 반드시 시장에 거처하게 했습니다.
(325) 공이 말했다.
“무엇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관자가 대답했다.
“백성을 사랑하는 데서 시작해야 합니다.”
(349) “인군人君께서 오직 우유부단하고 힘써 근면하지 않음이 안 될 일입니다. 우유부단하명 백성을 지킬 수 없고, 힘써 근면치 않으면 일을 이룰 수 없습니다.”
(351) 이 다섯 사람의 장점은 저로서는 한 가지도 그만한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저에게 그것을 하라고 하시면 저는 결코 하지 못할 것입니다. 군주께서 만약 나라를 다스리고 군대를 강하게 하고자 하시면 다섯 사람이 있고, 만약 패왕이 되고자 하시면 제가 여기에 있습니다.”
제21편 왕언王言(亡)
【제9권】
제22편 패형覇形 ;패도 정치의 규모와 형세
(355) “제나라의 백성은 공(桓公)의 근본입니다. 그런데 백성이 기아에 허덕이고 있는데 세금이 무겁고, 백성이 죽음을 매우 두려워하고 있는데 형벌이 혹독하고, 백성이 노역에 지쳐 있는데 위에서 수시로 부역에 동원하고 있습니다. 공께서 세금을 가볍게 하면 백성이 기아를 걱정하지 않을 것이고, 형벌을 느슨하게 하면 백성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고, 형벌을 느슨하게 하면 백성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고, 때에 맞춰 부역에 동원하면 백성이 지치지 않을 것입니다.”
(358) “이는 신이 슬픔으로 여기는 바이지 즐거워하는 바가 아닙니다. 신이 듣건대, 옛날 종경 속에서 즐기던 군주는 이렇지 않았습니다. 말이 입에서 나오면 명령이 천하에 시행되고, 종경 속에서 노는데도 사방에서 전쟁의 우환이 없었습니다. 지금 대왕의 경우는 말이 입에서 나왔는데도 명령이 천하에 시행되지 않고, 종경 속에 있는데도 사방에서 전쟁의 우환이 일고 있으니, 이는 신이 슬픔으로 여기는 바이지 즐거워하는 바가 아닙니다.
(364) 환공이 제자리로 돌아와 패업을 이루고 나서 다시 종경을 매달고 연회를 열자, 관자가 말했다.
“이것이 신이 말하는 참된 즐거움입니다.”
제23편 패언覇言 ; 패업과 왕도의 형세
(367) 무릇 천하를 다투는 사람은 반드시 백성 얻는 것을 먼저 다툰다. 큰 계략에 밝은 사람은 백성을 얻고, 작은 계략을 살피는 사람은 백성을 잃는다. 천하의 대중을 얻은 사람은 왕업을 이룰 수 있고, 그 반을 얻은 사람은 패업을 이룰 수 있다.
(368) 현명한 군주가 가볍게 여기는 것은 준마와 주옥이요, 그가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정권과 군권이다. 나라를 잃는 군주는 그렇지 않으니, 다른 사람에게 정권 주기를 가볍게 여기고, 다른 사람에게 준마 주기를 중요하게 여긴다. 다른 사람에게 군권 주기를 가볍게 여기고, 다른 사람에게 주옥 주기를 중요하게 여긴다. 궁궐의 문을 수리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고, 사방의 국경을 지키는 것을 가볍게 여기니, (이러한 것들이) 나라가 쇠약해지는 원인이다.
(369) 권력은 신성神性이 의지하는 바다. 홀로 밝은 식견을 갖는 것은 천하의 이기利器다. 홀로 결단할 수 있는 것은 견고한 요새와 같다. 이 두 가지는 성인이 법칙으로 삼은 바다. 성인은 기미를 두려워하고, 어리석은 사람은 발께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하니, 성인이 증오하는 것은 안에 있고, 어리석은 사람이 증오하는 것은 밖에 있다. 성인은 장차 행동하려 할 때 반드시 미리 알고, 어리석은 사람은 위험이 닥쳐도 피하지 않는다. 성인은 때를 살펴서 때를 어기지 않는다. 지혜로운 사람은 잘 도모하나 때를 알아서 행동하는 것보다 못하다. 때를 잘 살피는 사람은 짧은 시간이라도 공이 많다.
(372) 무릇 땅이 없으면서 부유하고자 하는 사람은 우환이 있고, 덕이 없으면서 왕업을 이루고자 하는 사람은 위태롭고, 조금 베풀면서 많이 얻고자 하는 사람은 고립된다. 윗사람의 권력은 작은데 아랫사람의 권력은 크고, 나라는 작은데 도읍을 크게 하면 죽임을 당한다. 군주가 존귀하고 신하가 늦으며, 윗사람이 위엄 있고 아랫사람이 공경하며, 명령이 시행되어 백성이 복종하는 것은 다스림의 지극함이다.
(373) 패업과 왕업이 시작되는 곳은 사람을 근본으로 한다. 근본이 다스려지면 나라가 굳건하고, 근본이 어지러우면 나라가 위태롭다.
(373) 패업과 왕업의 형세는 덕과 의리가 남보다 뛰어나고, 지혜와 계책이 남보다 뛰어나고, 용병 전략이 남보다 뛰어나고, 지형 지세에 남보다 뛰어나고, 동작이 남보다 뛰어나면, 천하를 다스릴 수 있다.
(377) 견실한 곳을 피하고 허점이 있는 곳을 공격하며, 견고한 곳을 피하고 취약한 곳을 공격하며, 어려운 곳을 피하고 쉬운 곳을 공격한다.
(378) 강성함을 다투는 나라는 반드시 먼저 전략과 형세와 권력을 다툰다. 군주를 한 번 기쁘게 하고, 한 번 노여워하게 하는 것은 전략이다. 나라의 지위를 한 번 낮추고, 한 번 높이는 것은 형세다. 병사들을 한 번 나아가게 하고, 한 번 물러나게 하는 것은 권력이다. 그러므로 전략에 철저하면 군주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어서 명령을 시행할 수 있다. 형세에 철저하면 큰 나라의 땅을 뺏고 강한 나라의 군대를 막을 수 있다. 권력에 철저하면 천하의 병사를 물리칠 수 있고 각국의 제후들이 조회하게 할 수 있다.
제24편 문問 ; 궁정 자문의 원칙과 내용
제25편 모실謀失(亡)
【제10권】
제26편 계戒 ;정치에서 경계할 사항
(393) “날개가 없으나 날 수 있는 것은 말소리며, 뿌리가 없으나 확고한 것은 감정이며, 지위가 없으나 존귀한 것으 바로 덕성입니다. 공께서도 감정이 넘치지 않도록 하시고 말을 삼가 하시면, 엄격한 위엄이 유지되어 덕성이 존중될 것입니다. 이를 도가 빛난다고 하는 것입니다.”
(393) “음식을 먹고 숨을 쉬는 것은 생명을 기르는 것이고, 좋아하고 싫어하고 기뻐하고 노여워하고 슬퍼하고 즐거워하는 것은 삶의 변화며, 사물을 지혜롭게 판단하는 것은 삶의덕행입니다. 그래서 성인은음식을 적당하게 조절하고, 일하고 쉬는 것을 때에 맞추어 행하여서 육기의 변화를 조절하고 성색의 음탕함에 빠지지 않도록 스스로를 단속했습니다. 사악한 행위가 자기 몸에서 발생하지 않도록 조심하고, 어그러진 말이 입에서 나올 수 없도록 삼가며, 고요한 마음가짐으로 심성의 안정을 이루어야 드디어 성인이 될 수 있습니다.
인仁은 마음 속에서 나온 것이고, 의義는 밖에서 만들어져 온 것입니다. 인하면 천하를 이익의 대상으로 삼지 않고, 의로우면 자기의 명성을 위해 천하를 이용하지 않습니다. 인하면 자기가 천하를 대신하여 왕이 되려 하지 않고, 의로우면 70세가 되면 정치에서 물러납니다.
(400) “포숙은 군자입니다. 천승의 나라라도 도에 어긋나면 받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직접 정치를 담당할 수 없습니다. 그의 사람됨은 선을 좋아하고 악을 미워함이 심하기 때문에 한 가지 악한 일을 보면 죽을 때까지 잊지 않습니다.”
(400-401) “습붕이 좋습니다. 그의 사람됨은 많이 알면서도 아랫사람에게 묻기를 좋아합니다. 신은 사람에게 덕을 베푸는 것을 어질다 하고, 사람에게 재산을 베푸는 것을 선량하다 한다고 들었습니다. 선으로 남을 이기는 사람은 사람을 복종시킬 수 없고, 선으로 남을 기르는 사람에게는 복종하지 않는 사람이 없습니다. 나라에는 알지 못하는 정무가 있고, 가정에는 알지 못하는 가사가 있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일을 반드시 해낼 사람은 습붕입니다!
제27편 지도地圖 ; 징형과 용병술
(407) 사람의 많고 적음, 무사의 뛰어남과 모자람, 군사 장비의 좋음과 나쁨을 모두 알아야 하니, 이것이 겉모습을 파악하는 ‘지형知形’이다. 지형은 능력을 파악하는 ‘지능知能’만 못하고, 지능은 속뜻을 파악하는 ‘지의知義’만 못하다. 그러므로 군대를 관장하는 사람은 다음 세 가지를 갖추어야 한다. 군주의 영명·재상의 총명·장수의 능력을 일컬어 세 가지 갖춤이라 한다.
제28편 참환參患 ; 내우외환에 대한 경계와 군대 운용
(409) 군주가 흉포하고 잔인하면 다른 나라의 침략을 받고, 나약하면 시해를 당한다. 흉포하고 잔인함은 어떤 것인가? 사람을 주살하기를 가벼이 여기는 것을 흉포하고 잔인하다고 한다. 나약함은 어떤 것인가? 사람을 주살하기를 어렵게 처리하는 것을 나약하다고 한다. 이러한 것들은 모두 그릇됨이 있다.
제29편 제분制分 ; 명분과 등급의 제정
(415) 견고한 것을 공격하면 좌절당하나, 빈틈을 타서 공격하면 신묘한 공과를 얻는다. 견고한 것을 공격하면 빈틈도 견실해지고, 빈틈을 공격하면 견실한 것도 빈틈이 생긴다. 그러므로 견고한 것은 견고한 대로 두고 그 빈틈을 공략해야 한다.
제30편 군신君臣 상上 ; 군주와 신하의 도리(1)
(422) 군주에게 말보다 귀한 것이 없고, 신하에게 역량보다 중요한 것이 없다.
(422-423) 그러므로 도가 있는 군주는 그 덕행을 단정히 하여 백성에 임할 뿐 지능과 총명을 강구하지 않는다. 지능과 총명은 신하가 갖추어야 한다. 지능과 총명을 활용하는 것이 군주의 도다. 군주는 그 도를 밝히고 신하는 그 직분을 지키면, 군주와 신하의 일이 서로 같지 않지만 다시 합하여 하나가 된다.
(424) 현명한 군주란 책무를 완수할 신하를 살필 줄 아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군주의 도가 시행되면 현명하고 재능 있는 사람이 등용되고 백성이 다스려지니, 다스림과 혼란함은 군주에게 달려 있을 뿐이다”고 한다.
(424) “군주의 몸은 바른 덕의 근본이며, 관리를 다스리는 일은 이목을 제어함과 같다.”
(424) 군주가 아래의 일까지 살피는 것을 거슬림이라 하고, 아래의 신하가 군주의 일까지 관여하는 것을 넘침이라 한다. 윗사람이 거슬리는 것은 어긋남이고, 아랫사람이 넘치는 것은 거역이다.
(425) 도와 덕이 정해지면 백성에게는 법도가 있다. 도가 있는 군주란 법을 분명하게 설정하여 사사로이 가로막지 않는 군주고, 도가 없는 군주란 법을 설정하고도 법을 버려두고 사사로이 행동하는 군주다.
(428) 도란 참으로 인간의 본성이다. 도가 아닌 것은 사람에게 책임이 있다. 성스러운 왕과 현명한 군주는 이를 잘 알아서 이끄는 사람이다. 이 때문에 백성을 다스리는 데는 변함없는 도가 있고, 재물을 생산하는 데는 변함없는 법칙이 있다. 도란 만물의 요체다. 군주가 요체를 가지고 때를 기다리면 아래에 간악하고 거짓을 일삼는 마음을 지닌 사람이 있어도 감히 죽이려 들지 못한다.
도란 무형으로 설정되어 있어 적합한 사람이 있으면 통하지만 적합한 사람이 없으면 막힌다. 도가 아니면 사람을 다스릴 수 없고, 도가 아니면 재물을 생산할 수 없다. 백성을 다스리고 재물을 생산하는 그 복은 군주에게 돌아간다. 여기에서 현명한 군주는 도와 법을 중시하고 나라를 가벼이 여김을 알 수 있다.
(431) 현명한 군주라도 백 보 밖은 들으려고 해도 들을 수 없고, 담 너머는 보려고 해도 볼 수 없다. 그럼에도 현명한 군주라고 부르는 것은 그가 신하를 잘 등용하여 신하가 충성을 다 바치기 때문이다. 믿음으로 믿음을 잇고, 선함으로 선함을 전하므로 천하가 다스려진다.
【제11권】
제31편 군신君臣 하下 ; 군주와 신하의 도리(2)
(435) 천하의 모든 일은 정도를 행하면 모이고, 정도를 행하지 않으면 모이지 않는다. 물결도 이와 같아서 물결이 솟구치면 최고로 높아졌다가 다시 아래로 내려가는데, 이것이 자연현상 아니겠는가?
(439) 이 때문에 도가 있는 군주는 반드시 그 근본을 붙잡고, 재상은 그 요점을 붙잡고, 대부는 법을 붙잡아서 신하들을 다스리면 신하들은 지혜와 힘을 다하여 그 군주를 위해서 일할 것이다.
(440) "담벼락에 귀가 있다"는 것은 비밀스런 모의가 밖으로 누설된다는 말이다. "도적이 자기 곁에 숨어 있다"는 것은 은밀하게 참월하는 무리가 백성을 사로잡으려 한다는 말이다. 비밀스럽게 모의한 것이 누설된다는 것은 간사한 첩들이 군주의 동향에 관한 정보를 취하여 슬며시 사악한 무리에게 알려준다는 것이다. 참월하고자 하는 무리가 백성의 마음을 사로잡으려 한다는 것은 전에는 군주의 총애를 얻어 높은 자리에 있다가 나중에는 밀려나서 실각한 무리들이 나라에 해를 끼치고 화를 불러일으키도록 민심을 이끌어 간다는 것이다.
(441) 중앙의 좌우 대신들은 느슨한 명령인데도 아래로 하달할 때는 급한 것으로 만들어 서두르기도 하고, 급한 것을 이용하여 자기들의 권위를 세우기도 한다. 또 아주 급한 명령인데도 급하지 않은 것으로 마음대로 바꾸어 놓고, 백성에게 느슨하게 해주는 체하며 그들에게 대가를 받기도 한다. 이와 같이 권력이 아래로 이동하면 군주는 위태로워진다.
(442) 신성한 사람은 마땅히 제왕이 되고, 어질고 지혜로운 사람은 마땅히 군주가 되고, 무용이 뛰어나고 용감한 사람은 마땅히 장군이 되는 것이 하늘의 도요, 사람의 정情이다. 천도와 사람의 정을 꿰뚫는 사람은 군주가 되고, 그의 사랑을 받는 사람은 대신이 되는데, 이 모든 것이 운수에 달려 있다.
이 때문에 기획 총괄하는 사람은 그 일에 명령만 내릴 뿐 일처리에 직접 참여할 필요가 없고, 일에 참여하여 직접 노력하는 사람은 그 일이 되어가는 원리를 살필 필요가 없다. 그러므로 군주는 기획 총괄만 하고 노력하지 않아도 되고, 백성은 노력만 하고 기획에는 신경 쓸 필요가 없다.
(443) 군주가 나라의 서울에 있는 것은 심령이 신체 안에서 고심苦心하는 것과 같다.
(445) 트이면 행하고, 막히면 그친다. 모름지기 현명한 군주라야 터놓을 수 있고, 또 막을 수 있다. 트이면 군자는 예를 행하고, 막히면 소인들은 농사에 힘쓴다.
제32편 소칭小秤 ; 수신修身의 방법과 중요성
(451) "자기가 착하지 않은 것을 걱정하지, 다른 사람이 자기를 알아주지 않음을 걱정하지 말라. 丹靑단청은 산 속에 묻혀 있어도 사람이 알고서 캐내려 들고, 아름다운 구슬은 깊은 물 속에 있어도 사람이 알고서 캐내려 든다.
(452) 사람의 몸에서 가장 예민한 것은 무엇인가? 신기神氣와 눈이 가장 예민하다. 성인은 예민한 것을 얻어서 의존하기 때문에 백성이 존중하고 명성이 따른다. 나도 또한 그것에 의존한다. 성인이 의존하는 것은 좋을 수 있고, 내가 의존하는 것은 나쁠 수 있다. 내가 의존하는 것은 나쁜데 아름다운 명성을 또 얻을 수 있겠는가? 내가 의존하는 것이 나쁜데 아름다운 명성이 나를 따르게 할 수 없다.
(453) 현명한 군주는 잘못이 있으면 자신의 책임으로 돌리고, 좋은 일이 있으면 백성에게 돌린다. 자신에게 잘못을 돌리면 나를 두려워하고, 백성에게 좋은 일을 돌리면 백성이 기뻐한다. 기쁨을 백성에게 돌리고, 두려워함을 나에게 끌어옴, 이것은 현명한 군주가 백성을 다스리는 방법이다.
(456) “신이 원하건대, 역아易牙와 수조豎刁와 당무堂巫와 위衛공자 개방開方을 멀리 하십시오. 역아는 요리로 공을 모셨습니다. 공이 ‘아기(兒子) 삶은 것은 먹어 보지 못했다’고 하니, 그는 제 자식을 죽여 삶아서 공에게 바쳤습니다. 사람의 정은 자기 자식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데, 자식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어떻게 공을 진정으로 아끼겠습니까? 공께서 여색을 좋아하시고 다른 남자를 꺼리니, 수조는 스스로 환관이 되어 공을 위해 궁녀를 다스렸습니다. 사람의 정은 자기 몸을 아끼지 않음이 없는데, 자기 몸도 아끼지 않는 사람이 어떻게 공을 진정으로 아끼겠습니까? 공자 개방은 공을 섬기느라 15년이나 자기 부모를 보지 못했는데, 제나라와 위나라는 며칠밖에 걸리지 않는 거리입니다. 자기 어버이를 사랑하지 않는데, 어찌 공을 섬길 수 있겠습니까?
신은 꾸밈이 오래가지 못하고, 은폐된 거짓은 오래가지 못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들은 평생 착한 일을 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 죽음 또한 반드시 좋지 않을 것입니다.”
(459) "공께서는 거나라에 도망가 계실 때를 잊지 마시고, 관중은 노나라에 붙잡혀 있을 때를 잊지 마시며, 영척은 수레 아래에서 소 먹이던 일을 잊지 마십시오."
(462) 채색으로 채색을 꾸미면, 내가 어찌 그것의 아름다움을 알겠습니까? 흰 색으로 흰 색을 꾸미면, 내가 어찌 그것의 좋음을 알겠습니까? 중보께서 나에게 선한 것을 말하고 악한 것을 말하지 않으면, 내가 어찌 선한 것이 선한지 알겠습니까?"
제33편 사칭四稱 ; 정치 지도자의 네 가지 모습
제34편 정언正言(亡)
【제12권】
제35편 치미侈靡 ; 경기 부양의 조건
(473) 교화 같은 것은 표연히 먼 가을 구름 같아서 사람의 몸에 미치고, 그윽하게 고요한 밝은 달 같아서 사람의 뜻을 움직여서 원망하게 하고, 탕탕히 흐르는 물 같아서 사람이 생각하게 하니, 사람에게 돌아갈 마음이 생기게 합니다. 교화하기 시작할 때 스스로 반드시 준비하는데, 비유하면 가을 구름이 보이기 시작한 것 같으니, 현명한 사람이 어리석은 사람을 교화합니다. 경敬으로 그들을 대하고 사랑으로 그들을 부리는데, 마치 신산에 울타리를 치고 제사지내는 것과 같으니, 현명한 사람은 적고 어리석은 사람은 많아도 현명한 사람이 어리석은 사람을 어떻게 교화하지 못하겠습니까?
(474) "너무 부유한 사람은 부릴 수 없고, 너무 가난한 사람은 부끄러움을 알지 못합니다. 물은 평평하면 흐르지 않고, 근원이 없으면 빨리 마릅니다. 구름은 평평하면 많은 비가 내리지 않고, 짙은 구름이 없으면 비가 와도 빨리 그칩니다. 정령은 화평하되 위엄이 없으면 행해지지 않습니다. 사랑하되 친함이 없으면 아무렇게나 흐르고, 친근한 신화가 쓰여야지 쓰이지 않으면, 비유하건데 서로 피하며 원망하는 것과 같습니다. 단점이 있는 이를 윗자리에 두고 장점이 많은 이를 아래 자리에 두어서, 헤아림 없이 쓰면 근본을 위태롭게 합니다."
(476) 그러므로 해와 달의 밝음은 (때에 따라) 비바람에 응하여 나타나니, 하늘을 덮는 바와 땅이 싣는 바는 이 백성의 기쁨입니다. 업적이 있지 않는데 천지에 짝함은 천자의 일이 아닙니다. 백성은 변하는데 (천자가) 변할 수 없으면, 나무 막대기에 가죽을 싼 것이요, 백성은 변혁하는데 천자가 변혁할 수 없으면, 복종시킬 수 없습니다. 백성은 진부한 법을 믿다가 죽고, 제후는 무너지고 변한 것을 끊지 않다가 죽습니다."
(477) 마음이 상한 사람은 힘을 다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지극한 즐거움을 누리고, 알에 치장한 뒤 삶아 먹고, 땔감에 조각한 뒤 불을 때게 합니다.
(479) “성인은 음양을 다스리기 때문에 겉은 평정하고, 마음속은 고요합니다. 감정을 따르는 사람은 정신을 상하고, 바탕을 아름답게 하는 사람은 문채를 상합니다. 아름다운 것을 변화시키는 사람은 명분에 응하고, 아름다운 것을 변혁하는 사람은 때에 응합니다. 그 단서를 예견하지 못하는 사람은 재앙이 미칩니다. 그러므로 땅의 이로움을 원인으로 하여 하늘이 가리키는 것을 받들어 좇아야 합니다.
(481) “뿌리가 깊은 나무는 베지 말고, 굳어진 일에는 들어가지 말고, 깊이 관찰한 일은 가리지 말고, 착하지 않은 행실은 돕지 말고, 빛나고 밝은 일은 없애지 말고, (야심이) 생겨서 번성하는 것을 제지하려면 때를 잃지 마십시오.
(483) "군주가 정치를 하면서 사대부를 (자기보다) 우선시하면, 이는 스스로를 범하는 것이고, 백성을 뒤로 돌려서 소홀히 하는 것은 스스로를 약하게 하는 것입니다.
(486) "분묘를 크게 하는 것은 빈민을 고용하는 방법입니다. 분묘를 아름답게 꾸미는 것은 조각하는 사람을 고용하는 방법입니다. 관곽을 크게 하는 것은 목공을 고용한느 방법입니다. 옷과 이불을 많이 장만하는 것은 여공을 고용하는 방법입니다. … 이렇게 하여 서로 먹고 산 뒤에야 백성이 서로 이롭고, 전쟁을 수행하는 대비에 합당할 것입니다."
(488) “지극히 살피면 군주가 스스로 현명해집니다. 그러므로 군신이 함께 일을 관장합니다. 군신이 함께 일을 관장하면 군신의 지위가 균등하여, 이로써 군주가 스스로 현명하다고 자신하면 이익이 없어서 망하게 된다는 것을 압니다. 군주가 현명하다고 자신하면 패망하고, 현명한 신하를 등용하면 창성합니다.
(491) 힘이 비슷하면 싸우고, 지키면 공격합니다.
(494) “군자란 신민을 바로잡으려 힘쓰는 사람이지, 바로잡히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가벼운 사람은 가볍게 대하고, 무거운 사람은 무겁게 대해야 앞뒤가 어지럽지 않습니다. 무릇 가벼운 사람은 녹봉을 조종하여 가벼이 하면 부릴 수 있고, 중한 사람은 가벼이 움직이게 할 수 없으미, 경중에는 분별이 있습니다. 무거운 사람은 나라를 다스리게 하고, 가벼운 사람은 군주를 위하여 죽게 합니다. 녹봉을 너무 많이 주지 말아야 하니, (그러지 않으면) 나라가 가난해져 쓰임이 부족해집니다. 상을 지나치게 주지 말아야 하니, (그러지 않으면) 은택을 좋아하여 항상 얻는 바가 없으면 싫어하게 됩니다.”
(497) “이익을 폐지할 수 없기 때문에 백성이 유통합니다. 신을 폐지할 수 없기 때문에 그것을 섬깁니다. 천지는 머무를 수 없기 때문에 움직이고 변화하며, 그러므로 새로움을 따르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천도를 얻은 사람은 높은 자리에 있어도 무너지지 않고, 사람의 마음을 얻은 사람은 낮은 자리에 있어도 이길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성인이 이를 중시하고, 군주가 이를 중시한 것입니다.
(497) 천지는 신神의 움직임과 같으니 변화란 천지의 지극함(極)입니다. 변화에 순응하여 일어나면 왕노릇하고, 운용하면 상도常道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500) "정확하지 않은 정령으로 나라를 다스릴 수 없고, 뜻을 왜곡하여 교묘하게 꾸미는 말은 도가 될 수 없습니다. 때에 맞게 정사를 하면 때에 순응하게 될 것입니다. 억지로 하지 않음을 도로 삼고, 자연에 맡김을 행위로 삼으니, 세상을 피하는 방법을 취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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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2박 3일 동안의 회사 교육을 받기 위해 아산으로 가는 열차 안이다. 새벽 안개 사이로 붉은 햇살이 비추이는 차창 밖, 늦가을의 들녘 풍경이 아름답다. 밤 늦게까지 1,000페이지가 넘는 책을 읽느라 빡빡해진 눈을 비비며, 아직 정리되지 않은 채 머리 속을 떠다니는 지식의 파편들을 어떻게 갈무리해야 할지 잠시 고민해본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가 겨울의 시작을 예감하게 하는 11월의 어느 날, 이제 나도 저 텅 빈 논밭들처럼 한 해의 수확을 거둬들여야 할 때임을, 관중이 그러했듯 책 속의 수많은 지식들을 자신과 연결시켜 실용(實用)의 열매를 맺어야 할 때임을 실감한다. 심호흡을 크게 한 번 하고, 마음을 가다듬어본다. 다시, 시작이다.
#2. 저자에 대하여
드디어 넘기 힘든 산, '관자'를 만났다. 두꺼운 책 두께도 읽는 이를 시종일관 압도했지만, 분야를 가리지 않고 넘나드는, 말 그래도 백과사전적인 방대한 학식에도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분야는 정치, 경제, 행정, 법, 철학, 군사 등을 넘나들고, 철학은 유가, 법가, 도가, 병가를 가리지 않는다. 이런 고대의 방대한 지식을 하나로 엮어 실용의 학문으로 집대성해낸 관중이란 과연 어떤 사람일까?
관중(管仲: BC ? ~ BC 645)은 춘추시대 제(齊)나라의 제상으로 이름은 이오(夷吾), 자는 중(仲)이며, 영상(潁上 : 지금의 안휘성 영상현) 사람이다. 공자보다 약 150년 전, 춘추시대의 난세에 태어났던 그는, 평생토록 변함 없었던 포숙아((鮑叔牙)와의 깊은 우정을 담은 고사성어인 '관포지교(管鮑之交)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일찍이 집이 가난했던 그는 어린 시절부터 알았던 포숙과 함께 장사를 했는데, 이때 관중은 포숙을 자주 속였으나 불평을 하지 않고 잘 대해 주었고, 그의 인간성과 재능을 알아주며 최후까지 우정을 버리지 않았다. 관중은 이렇게 말한다.
“내가 가난했을 때 포숙과 장사를 한 적이 있었다. 이익을 나눌 때마다 내가 더 많은 몫을 차지하곤 했으나, 포숙은 나를 욕심쟁이라고 하지 않았다. 그는 내가 가난한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언젠가 나는 포숙을 위해 어떤 일을 경영하다가 실패하여 그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그러나 포숙은 나를 어리석다고 하지 않았다. 운세에 따라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나는 일찍이 세 번 벼슬길로 나갔으나 세 번 다 군주에게 내쫓겼다. 그러나 포숙은 나를 모자라는 사람이라 여기지 않았다. 아직 때를 만나지 못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나는 세 번 싸움에 나가 세 번 다 모두 달아났지만 포숙은 나를 겁쟁이라고 하지 않았다. 내가 늙은 어머니를 모시고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내가 모시던 공자 규(糾)가 왕권을 놓고 다투다 져서 죽었다. 함께 그를 모시던 소홀(召忽)은 스스로 목숨을 끊어 따라 죽었다.
그러나 나는 붙잡혀 굴욕스러운 몸이 되었다. 그러나 포숙은 나를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이라고 하지 않았다. 그것은 내가 작은 일로 부끄러워하지 않지만, 천하에 이름을 날리지 못하는 것을 부끄러워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나를 낳아준 이는 부모지만, 나를 알아준 이는 포숙이다.”
일찍이 제나라의 왕은 이공이었는데, 이공에게는 제아, 규, 소백이라는 세 아들이 있었다. 관중은 이 중 둘째인 규의 스승으로, 포숙은 막내인 소백의 스승으로 임명되었다. '관자'의 '대광편'에는 이 일화에 대한 자세한 기록과 대화가 담겨 있다. 간략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포숙은 이 임명에 불만을 갖고 병을 핑계로 나아가지 않으려 하지만, 관중은 그를 찾아가 설득한다. 세 사람의 인물 됨을 비교하며 결국 장래의 제나라를 짊어지고 설 사람은 규와 소백, 둘 중 한 사람이므로 각자 두 사람을 모시며 미래를 기약하자고 말한다. 결국 포숙은 소백의 소승이 될 것을 승낙했다.
이후 이공이 죽고, 제아가 그 뒤를 이어 제나라의 14대 왕 양공(襄公)이 된다. 그러나 무도한 행동을 일삼던 그는 사촌인 공손무지(公孫無知)에게 피살당하고, 이 때 난을 피해 왕자 규는 관중과 함께 노(魯)나라로, 소백은 포숙과 함께 거(莒)나라로 망명한다. 이후 반 년만에 공손무지도 피살당하고, 공석이 된 왕자좌를 둘러싸고 제와 소백이 다투는데, 이 때 관중이 쏜 화살이 소백을 명중시키지만, 그의 혁대에 맞아 살아남아 제왕의 자리에 옹립해 왕이 된다. 이가 바로 제환공(齊桓公)이다.
이를 모르고 규를 데리고 제나라로 진격한 노나라 군은 제나라군에게 어이없이 패하고, 결국 제의 요구에 따라 왕자 규를 살해하게 된다. 이제 규를 모시던 관중과 소홀의 목숨도 칼 끝에 달렸으나, 포숙의 간절한 청으로 관중은 목숨을 건질 뿐만 아니라, 제나라의 재상으로 등용된다. 이 때 소홀은 앞에서 관중이 말했듯, 규를 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이를 일컬어 “소홀의 죽음은 살아남은 것보다 훌륭하고, 관중이 살아남은 일은 죽은 것보다 훌륭하다”고 한다.
이후 관중은 40년간 제나라를 다스리면서, 나라를 부유하게 하여 민생을 안정시키고, 각종 개혁 정책을 단행하여 제도를 정비하고, 군대를 튼튼히 하여 제환공을 천하를 다스리고, 제후들을 이끄는 패왕의 자리에까지 올려 놓는다. 그가 나라를 다스렸던 정신적 지주는 바로 '사유(四維)'인데, 이는 곧 '예(禮), 의(義), 염(廉), 치(恥)'를 말한다. 또한 그는 백성이 군주를 따르는 이치를 파악하여 "창고가 풍족하면 백성이 예절을 알고, 의식이 풍족하면 예의와 치욕을 안다'는 경제 정책의 기초를 확립한다.
공자는 관중을 "그릇이 작고, 검소하지 못하고, 예를 몰랐다"고 평했으나, 관중의 한 나라를 다스리는 재상이었음에 반해 공자의 정치 경험은 일천했을 뿐이고, 또 "관중은 환공을 도와 제후들의 패자(覇者)가 되게 하고, 주(周)의 왕실을 받들어 천하를 통일하여 세상을 바로 잡아서, 모든 사람들이 오늘에 이르도록 그의 혜택을 입고 있는 것이다. 만약 관중이 아니었더라면 우리들은 머리를 풀고 오랑캐 옷을 입었을 것이 아니겠느냐."라고 말해 그의 현실적인 공적을 인정하기도 했다.
'사기'를 쓴 사마천은 그를 평하며 '관중 없이 환공의 패업이 없고 중원의 평화도 유지되지 않았을 것"이라 했고, 삼국지의 주인공 제갈공명도 관자를 흠모하여 자신을 관자에 비유하기 좋아했다. 대학자 양계초는 관자를 중국 최고의 정치가로 손꼽고, 정약용의 '목민심서'의 목민은 '관자'의 첫 번째 편의 제목에서 유래한다.
중국의 실용주의 경제노선과 더불어 "공자를 중시하고 관자를 경시한 것이 중국 역사의 최대 비극이다. (中國人民網 2005년 8월 5일)"라는 주장이 나올 정도로 새롭게 재조명 받고 있는 그는 '자신의 그릇'을 알았기에 남을 이끄는 리더가 될 수 있었고, 다른 사람에게 적합한 역할과 자리가 어디인지 알 수 있었기에 나라를 다스릴 수 있었고, 인간과 현실의 이치를 놀라우리만치 명쾌하게 꿰뚫고 있었기에 천하를 경영할 수 있었다.
그는 현재의 우리에게 '지식'과 '실용'의 연결이라는 큰 화두를 던져준다. 신영복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가장 먼 여행은 머리에서 가슴까지라 합니다. 사상(cool head)이 애정(warm heart)으로 성숙하기까지의 여정입니다. 그러나 또 하나의 여정이 남아 있습니다. 가슴에서 발까지의 여행입니다. 발은 실천이며, 현장이며, 숲입니다."
관자는 이 기나긴 여정을 거쳐, 머리와 가슴을 연결하고, 가슴과 발을 연결해 낸 사람이었다. 진정으로 안다고 하는 것은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느낀 것이고, 직접 실천해 본 것이다.
이제 그의 이러한 실용적이며 방대한 사상이 집대성되어 있는 책의 원문 속으로 들어가보자. 이 책 '관자'는 관중이 직접 저술한 책은 아니며, 그의 제자들과 그를 따르는 후대 사람들에 의해 그의 언행과 사상이 기술된 책으로, 서한 말기에 유향(劉向)이 그가 수집한 564편 중 중복되는 것을 삭제하고 편집하여 86편을 남겼으나 그 중 다시 10편이 소실되어 현재는 76편만 남아 있다.
#3. 내 마음에 들어온 글귀
(해제) 관자라는 인물과 사상, 그리고 문헌
(8) 관중이 추구한 것은 이상주의자의 공허한 유토피아도 아니고, 그렇다고 한비자의 법가와 같이 무자비하고 냉혹한 현실주의도 아니다. 이상을 간직하면서도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합리적이며 실용적인 대안을 모색하였다. 관중은 이익을 추구하는 인간 본성을 도덕의 이름 아래 거스르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의 이익 추구 본성에 기초하여 정치·경제·사회를 이끌어갈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다.
(13) 공자는 관중을 평가하기를 “관중은 환공이 제후들을 제패하여 온 천하를 바로잡도록 보필하여 백성들이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 은택을 입고 있다. 관중이 없었더라면 나는 아마 머리를 풀어서 늘어뜨리고 옷자락을 왼쪽으로 여미는 오랑캐의 통치하에 살고 있었을 거야!”
(22) 『관자』는 순수한 도덕으로 모든 것을 규제하려는 낭만적 이상주의도 아니고, 약육강식의 비정한 권력투쟁으로 사회를 바라보는 차가운 현실주의만도 아니다. 법의 현실성과 예의 인간성을 함께 아우르면서 개인과 조직과 사회가 함께 번영하고 성공하는 길이 무엇인지에 대한 유용한 노하우와 깊이 있는 지혜를 보여주고 있다.
【제1권】
제1편 목민牧民 ; 정치의 근본 원리
(30) 무릇 영지를 지니고 백성을 다스리는 사람은 그 임무가 사계절(四詩)을 살펴서 농사가 잘되게 하는 데 있고, 그 직분은 곡식을 저장하는 창고가 가득 차도록 하는 데 있다. 나라에 재물이 많으면 멀리 있는 사람(遠者)도 오고, 토지가 모두 개간되면 백성이 머물러 산다. 창고가 가득 차면 예절을 알고, 입을 옷과 먹을 양식이 풍족하면 영광과 치욕을 안다. 윗사람이 법도를 준수하면 육친六親끼리 도타와지고, 예의염치(四維)를 널리 베풀면 군주의 명령을 잘 지킨다.
형벌을 줄이는 요체는 사치하고 교묘한 것을 금하는 것이고, 나라를 지키는 법도인 사유四維 곧 예의염치禮義廉恥를 닦는 데 있다. 귀신을 높이고 산천의 신을 받들며, 종묘를 공경하고 조상을 경모하면 백성이 순종한다.
계절의 변화에 맞추어 힘쓰지 않으면 재물이 생기지 않고, 땅의 이로움을 개발하는 데 힘쓰지 않으면 창고가 차지 않는다. 들판을 황무지로 놔두면 백성은 나태해진다. 윗사람이 재물을 쓰는 데 절도가 없으면 백성은 (과중한 부담을 이기지 못해) 난동을 일으킨다. 사치하고 교묘한 것을 금하지 않으면 백성은 문란해진다. 이 두 가지 어지러움의 근원을 막지 못하면 형벌이 번잡해진다. 귀신을 높이지 않으면 어리석은 백성은 깨닫지 못하고, 산천의 신을 받들지 않으면 군주의 위엄과 명령이 두루 알려지지 않는다. 종묘를 공경하지 않으면 백성은 (공경하지 않는) 윗사람을 본받고, 조상을 경모하지 않으면 효도와 우애가 갖추어지지 않는다. 예의염치가 베풀어지지 않으면 나라는 곧 멸망한다.
(32) 무엇을 네 가지 강령이라고 부르는가? 첫째는 예禮, 둘째는 의義, 셋째는 염廉, 넷째는 치恥다. ‘예’란 절도를 넘지 않음이고, ‘의’란 스스로 나아가기(自進)를 구하지 않음이고, ‘염’이란 잘못을 은폐하지 않음이고, ‘치’란 그릇된 것을 따르지 않음이다.
(32) 정치가 흥하는 것은 민심을 따르는 데 있고, 정치가 피폐해지는 것은 민심을 거스르는 데 있다. ①백성은 근심과 노고를 싫어하므로 군주는 그들을 편안하고 즐겁게 해줘야 한다. ② 백성은 가난하고 천한 것을 싫어하므로 군주는 그들을 부유하고 귀하게 해줘야 한다. ③ 백성은 위험에 빠지는 것을 싫어하므로 군주는 그들을 보호하고 안전하게 해줘야 한다. ④ 백성은 후사가 끊기는 것을 싫어하므로 군주는 그들이 잘 살도록 해줘야 한다.
(33) 백성이 원하는 네 가지 욕망을 채워주면 멀었던 사람도 저절로 가까워진다. 반대로 백성이 싫어하는 네 가지(四惡)를 행하면 가까웠던 사람도 배반한다. 그러므로 ‘(백성에게) 주는 것이 도리어 받는 것’임을 아는 것이 정치의 보배다.
(37) 천하에 신하가 없음을 걱정하지 말고, 신하를 적절히 쓰는 군주가 없는 것을 걱정해야 한다. 천하에 재물이 모자람을 걱정하지 말고, 재물을 (공평하게) 분배할 인물이 없는 것을 걱정해야 한다. 그러므로 ‘때에 따라 힘써 할 일(時務)’을 아는 사람은 관리로 세울 수 있고, 사심이 없는 사람은 장관(政)을 맡길 수 있다. 때에 따라 힘써 할 일을 깊이 알고 인물 등용에 밝으며 관리를 적재적소에 잘 기용할 수 있는 사람은 군주로 받들 수 있다.
제2편 형세形勢 ; 위정자의 자세와 통치 방법
(39) 군주가 덕이 있어 존경할 만할 때 백성이 그 명을 받드는 것이며, 군주의 말을 듣고 따르는 것도 그 덕망이나 명성이 높기 때문이다. 군주가 백성을 강압적으로 부리거나 수탈하지 않으면, 백성은 스스로 나서서 봉사하고 헌신할 것이다.
(41-42) 아침마다 경각심을 불러일으켜(曙戒) 태만해지는 일이 없어야 한다. 게을러서 우물쭈물하다가는(後稚) 결국 재앙을 자초하게 마련이다. 아침부터 자기의 할 일을 잊으면 결국 저녁에 그 공功을 잃어버린다. 사악한 기운이 몸 안에 들어오면 반듯하던 안색도 초췌해진다.
(43) 도를 버린 군주에게는 백성이 오지 않는다. 도를 지니고 실천하는 군주에게는 사람이 떠나지 않는다. 도가 베풀어지는 곳에서는 몸이 변화한다. 완전하고 충만한 상태를 유지하려면 하늘과 더불어 천도天道를 따라야 하며, 나라의 위태로움을 안정시키려면 사람과 더불어 화합해야 한다.
(43-44) 이렇듯 모든 공덕이나 행하는 바를 속에 숨기고 드러내 보이지 않는 태도가 바로 천도라 할 수 있다. 오늘의 일을 잘 모르면 옛날을 비추어 보고, 미래의 일을 알지 못하겠거든 과거를 살펴보아라. 만사가 발생은 다르지만 결국 같은 곳으로 귀결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45) 도의 운용은 신중함을 중시한다. 능력이 마땅하지 않은 사람과 일을 하지 말고, 불가능한 일을 강행하지 말고,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말하지 말라. 몹쓸 일을 하거나, 안 될 일을 강행하거나,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말하는 것은 결국 고생스럽기만 하고 보람(功)이 없다.
(45) 해나 달은 때로는 밝게 빛나지 않지만 그렇다고 하늘이 이들을 갈아치우지 못하며, 산이 높아도 때때로 (다른 산에) 가려 보이지 않지만 그렇다고 땅이 이를 바꾸지 못한다. 군주는 말을 하되 두 번 다시 못할 말을 해서는 안 된다. 군주는 두 번 다시 행하지 못할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무릇 두 번 다시 할 수 없는 말이나 행동은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에게 가장 큰 금기禁忌다.
제3편 권수權修 ; 권력을 유지하는 방법
(48) 천하를 다스리고자 하는 사람은 반드시 국력을 신중히 사용해야 한다. 나라를 다스리고자 하는 사람은 반드시 백성을 신중히 동원해야 한다. 백성을 다스리고자 하는 사람은 반드시 민력의 소진을 신중히 해야 한다. 백성을 보살펴 기르지 않으면 떠나는 것을 막을 수 없고, 백성을 보살펴 관리하지 않으면 머물러 있어도 부릴 수 없다.
(50) 개발되지 않은 영토는 나의 영토가 아니며, 다스려지지 않는 백성은 나의 백성이 아니다.
(50) “능력에 따라 관직을 주고 등급에 따라 녹을 주는 것이 백성을 다스리는 관건이다.
(52) 자신도 다스리지 못하면서, 어찌 다른 사람을 다스리겠는가. 다른 사람도 다스리지 못하면서, 어찌 자기 가정을 다스리겠는가. 자기 가정도 다스리지 못하면서, 어찌 한 지역을 다스리겠는가. 한 지역도 다스리지 못하면서, 어찌 한 나라를 다스리겠는가. 한 나라도 다스리지 못하면서, 어찌 천하를 다스리겠는가. 천하는 나라의 근본이고, 나라는 지역의 근본이고, 지역은 가정의 근본이고, 가정은 사람의 근본이고, 사람은 나의 근본이고, 나는 다스림의 근본이다.
(53) 일 년의 계획은 곡식을 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없고, 십 년의 계획은 나무를 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없으며, 일생의 계획은 사람을 키우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없다. 한 번 심어서 한 번 거두는 것은 곡식이고, 한 번 심어서 열 배를 얻는 것은 나무이며, 한 번 키워서 백 배를 얻는 것은 사람이다. 내가 참으로 인재를 키우면 귀신같이 마음대로 그를 쓸 수 있을 것이니(如神用之), 나라 다스리기를 귀신같이 자유롭게 할 수 있으면 군주의 자격(門)이 있다.
(56) 법이란 백성의 노동력을 동원하는 것인데, 백성의 노동력을 동원하려면 녹봉과 상을 신중히 주어야 한다.
(56) 법이란 백성이 능력을 발휘하게 하는 것이다. 백성이 능력을 발휘하게 하려면, 관직을 신중히 주지 않을 수 없다. 관직을 신중히 주지 않으면 백성이 정치를 이반하고, 백성이 정치를 이반하면 민심의 통로(理)가 위로 통하지 않는다. 민심의 통로가 위로 통하지 않으면 백성이 군주를 원망하고, 백성이 군주를 원망하면 정령이 시행되지 않는다.
법이란 백성의 죽음과 삶을(死命)을 결정하는 것이다. 백성의 죽음과 삶을 결정하는 만큼 형벌을 신중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 형벌을 신중히 하지 않으면 회피와 억지가 생기고, 회피와 억지(辟就)가 생기면 죄 없는 사람을 죽이고 죄 있는 사람을 놓아주게 된다.
제4편 입정立政 ; 정무政務의 주요 사항
(58-59) 삼본三本 : 나라를 다스리는 세 가지 근본
군주가 살필 것은 세 가지다. 첫째 (대신의) 덕이 그 지위에 맞는지 아닌지, 둘때 공적이 그 녹봉에 맞는지 아닌지, 셋째 능력이 그 관직에 맞는지 아닌지 살피는 것이다. 이 세 가지 근본은 어지러움을 다스리는 근원이다.
(60) 사고四固 : 네 가지 힘써야 할 일
군주가 신중히 할 바는 네 가지다. 첫째, 덕만 제창하고 인仁을 시행하지 않는 사람에게 나라의 권력을 주면 안 된다. 둘째, 현명한 이를 보고도 양보하지 않는 사람에게 높은 지위를 주면 안 된다. 셋째, 형벌을 행함에서 (군주의) 종친·귀척(親貴)을 피하는 사람에게 병권兵權을 주장하게 하면 안 된다. 넷째, 농사를 좋아하지 않고 땅의 이로움을 개발하는 데 힘쓰지 않으며 부렴賦斂을 함부로 하는 사람에게 도읍都邑을 맡기면 안 된다.
(61) 오사五事 : 다섯 가지 일
군주가 힘쓸 일은 다섯 가지다. 첫째, 산야山野에 불을 막고 초목을 심어 기르지 않으면, 나라는 가난해진다. 둘째, 궁벽한 곳까지 수로(溝瀆)를 뚫고 물을 막아 저수지를 채우지 않으면, 나라는 가난해진다. 셋째, 뽕나무와 삼을 들에 심지 않고 그 땅의 성질에 맞지 않는 오곡을 심으면, 나라는 가난해진다. 넷째, 가정에서 가축을 키우지 않고 오이·박·훈채·과일을 기르지 않으면, 나라는 가난해진다. 다섯째, 장인이 (사치스러운) 아로새기기 경쟁을 하며 여인이 (길쌈과 자수에서) 문채文彩내기에 급급하면, 나라는 가난해진다.
(71) 시행하면 이루고, 구하면 얻고, 윗사람이 원하는 것은 크나 작으나 반드시 거행되는 것은 일을 하면서 추구하는 목표다. 명령하면 시행되고, 금지하면 중지되며, 법이 지켜지고 교화가 이루어지는 것이 마치 몸이 마음을 따르듯 하는 것이 정치의 목표다.
제5편 승마乘馬 ; 국가 기본 정책의 수립
(72) 대수大數 ; 정치의 큰 방책
인위적으로 하지 않아도(無爲) 잘 다스리는 사람은 제왕(帝)의 업을 이룰 수 있고, 억지로 다스리지 않는 사람은 왕도(王)를 이룰 수 있으며, 최선을 다하여 다스리되 스스로를 존귀하게 여기지 않는 사람은 패업(覇)을 이룰 수 있다. 스스로를 존귀하다고 여기지 않는 것은 군주의 도리고, 벼슬이 높아도 법도를 어기지 않는 것은 신하의 도리다.
(73) 음양陰陽 : 토지를 바르게 관리하기
토지는 정치의 근본이다. 따라서 토지로 정치를 바르게 할 수 있다. 토지가 공평하고 조화롭지 못하면 정치를 바르게 할 수 없으며, 정치가 바르지 못하면 생산 활동(事)을 제어할 수 없다.
(75) 무시사務市事 : 시장의 일에 힘씀
시장은 재화 유통의 중심지다. 따라서 모든 재화가 저렴하면 부당한 이득이 생기지 않고(百利不得), 부당한 이득이 생기지 않으면 온갖 일(百事)이 잘되며, 온갖 일이 잘되면 모든 물자의 쓰임이 절도 있게 된다. 이 때문에 시장의 일이란 사려 깊은 생각에서 생산되고, 노력을 다함에서 성취하며, 오만함에서 실패한다. 깊이 생각하지 않으면 재화를 생산하지 못하고, 노력을 다하지 않으면 성취하지 못하며, 오만하지 않으면 실패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시장은 (그 나라의) 치란治亂을 알 수 있는 곳이고, 물자의 많고 적음을 알 수 있는 곳이지만, 많고 적은 물자를 생산하는 곳은 아니다”하는 것이다.
(76) 그러므로 검소함에 치우치면 생산에 손상을 주고, 사치에 치우치면 물자를 낭비한다. 검소함에 치우치면 황금의 가치가 낮아지고, 황금의 가치가 낮아지면 생산이 잘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생산 활동에 손상이 간다. 사치함에 치우치면 황금의 가치가 높아지고, 황금의 가치가 높아지면 물가가 낮아지기 때문에 물자를 낭비한다.
(82) 그러므로 지혜로운 사람만 그것을 알게 하고, 어리석은 사람은 알지 못하게 하면 백성을 부릴 수 없다. 재능 있는 사람만 할 수 있게 하고, 재능 없는 사람은 할 수 없게 하면 백성을 부릴 수 없다. 한 번 명령하여 백성이 복종하지 않으면 위대한 정치(大善)를 할 수 없고, 모든 사람이 참여할 수 없으면 큰 업적을 이룰 수 없다.
(84) 성인聖人을 성인으로 여기는 이유는 백성에게 (재원을) 잘 나누어주기 때문이다. 성인이 백성에게 나누어줄 수 없으면 백성과 다르지 않다. 자기도 부족하면서 어떻게 성인이라 할 수 있겠는가.
(85) 농사에서 때는 농업 생산에 매우 중요하며 숨기거나 버릴 수 없다. 그래서 “오늘 힘써 일하지 않으면 내일 재화를 잃어버리니(忘), 옛날은 이미 지나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한다.
【제2권】
제6편 칠법七法 ; 군사와 용병 전략
(89) “백성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군비를 갖추어야 하고, 군사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책략이 있어야 하고, 적국을 이기기 위해서는 조건을 갖추어야 하고, 천하를 바로잡아 통일하기 위해서는 명분이 있어야 한다”
(89) 법칙, 현상, 법도, 교화, 결정, 마음씀, 계산이 이른바 칠법七法이다. 천지의 기氣, 추위와 더위의 조화, 물과 불의 성질, 인류 및 금수초목의 번식 생장을 고찰하면, 천하에 많은 사물이 있지만 거기에는 일정한 질서가 있다. 이는 결코 변한 적이 없기 때문에 법칙(則)이라 한다. 사물의 모습, 명칭, 그것이 존재하는 시간, 서로 비슷함, 종류가 같음, 그것이 발생하는 차례, 그 상태를 일러 현상(象)이라 한다. 길이의 단위와 줄긋는 먹줄과 곱자 및 그림쇠와 저울 및 저울추와 말 또는 됫박과 됫박밀대를 일러 법도法度라 한다. 조금씩 나아가고, 순리대로 일을 처리하고, 어루만져주고, 기다려주고, 적응하도록 도와주고, 습관이 되도록 해주는 것을 일러 교화(化)라고 한다. 주는 것과 빼앗는 것, 험난함과 평탄함, 이익이나 손해를 보는 것, 어려운 것과 쉬운 것, 열고 닫는 것, 죽이고 살리는 것을 일러 결정지음(決塞)이라 한다. 진실하고, 성실하고, 후하게 하고, 베풀고, 헤아리고, 용서하는 것을 일러 마음씀(心術)이라 한다. 굳고 부드러움, 무겁고 가벼움, 크고 작음, 꽉 찬 것과 빈 것, 멀고 가까움, 많고 적음을 측정하는 것을 일러 계산(計數)이라 한다.
(95) 그러므로 천하를 바로잡고자 하면, 재물이 천하를 압도해야 천하를 바로잡을 수 있다. 재물로 천하를 압도해도 장인의 능력이 천하를 압도하지 못하면 천하를 바로잡을 수 없다. 장인의 능력이 천하를 압도해도 무기가 천하를 압도하지 못하면 천하를 바로잡을 수 없다. 무기가 천하를 압도해도 병사의 능력이 천하를 압도하지 못하면 천하를 바로잡을 수 없다. 병사의 능력이 천하를 압도해도 정치 교육이 천하를 압도하지 못하면 천하를 바로 잡을 수 없다. 정치 교육이 천하를 압도해도 군사 훈련이 천하를 압도하지 못하면 천하를 바로잡을 수 없다. 군사 훈련이 천하를 압도해도 천하의 정보를 두루 알지 못하면 천하를 바로 잡을 수 없다. 천하 정보를 두루 안다 해도 시기 포착과 책략에 밝지 않으면 천하를 바로잡을 수 없다. 그러므로 시기 포착과 책략에 밝은 것은 용병의 승세를 결정한다. 큰 공은 시기에 달려 있고, 작은 공은 계책計策에 달려 있다.
(96) 천하의 정세를 두루 알고 시기 포착과 책략을 잘 살피면 홀로 수행하는 전쟁이라도 상대할 적이 없다.
(97) 군사를 일으킴은 나는 새가 솟아오르듯 경쾌하고, 그 작전 개시는 번개 같이 용맹하고, 병력 이동은 비바람 같으면 그 앞에 당할 것이 없고, 그 뒤에 해될 것이 없어 마음대로 전진 후진을 감행해도 어떤 거리낌도 없다. 일이 성공하여 성사되려면 반드시 사리와 정의에 맞아야 하기 때문에 이치가 합당치 않으면 천하를 이길 수 없고, 정의가 아니고서는 다른 사람을 이길 수가 없다. 그러므로 현명하고 슬기로운 군주는 반드시 승리하는 위치에 서기 때문에 천하를 바로잡아도 감히 가로막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98) 적국의 정치 정세에 밝지 못하면 공격할 수 없고, 적국의 군사 정보에 어두우면 선전 포고할 수 없고, 적군의 지휘관에 대한 정보가 없으면 적군과 대치할 수 없고, 적군 병사의 사기를 파악하지 못하면 진을 칠 수 없다. 이렇기 때문에 많은 병력으로 적은 병력을 공격하고, 기강이 잡힌 군사로 기강이 없는 군사를 공격하고, 군수품이 풍부한 군사로 군수품이 모자란 군사를 공격하고, 전투 능력이 뛰어난 군사로 전투 능력이 부족한 군사를 공격하고, 훈련 교육이 철저한 군사로 주워 모은 오합지졸을 공격한다. 그래서 열 번 싸우면 열 번 이기고, 백 번 싸우면 백 번 이긴다.
(100) 비바람같이 행군함은 빠름을 말하고, 나는 새같이 출동함은 일을 경쾌하게 수행함을 말하며, 번개같이 싸움은 적이 진세陣勢를 정비할 겨를도 없이 용맹하게 공격함을 말한다. 홍수와 가뭄같이 파괴력이 높음은 (적이 그들의) 논밭에서 거둘 것이 없고 경작해도 수확이 없음을 말한다. 철옹성같이 방위를 튼튼히 함은 재정을 이용해 적의 내부에서 정보를 전하는 간첩을 둠을 말한다. 한 몸같이 정치함은 자국 내의 혼란을 조장하는 엉뚱한 소문을 막고, 사치와 낭비 풍조를 억제함을 말한다. 먼 길도 갈 수 있기 때문에 벽지의 주민에게도 위력이 미치고, 험한 산하를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에 견고한 성채만 믿고 있는 적을 굴복시키며, 홀로 나아가도 적이 없기 때문에 명령이 시행되고 금지 사항이 지켜진다.
제7편 판법版法 ; 정치의 요새
(102) 좋아하는 사람을 등용할 때는 그 귀결처를 반드시 살펴야 하고, 미워하는 사람을 버릴 때는 그 궁극처를 반드시 헤아려야 한다.
(103) 대중을 두루 사랑하여 빠뜨림이 없음을 군주의 마음이라 한다.
(103) 재물을 쓸 때 인색하면 안 되고, 노동력을 쓸 때 괴롭히면 안 된다. 재물을 쓸 때 인색하면 일이 이루어지지 않고, 노동력을 쓸 때 괴롭히면 피로해진다. 백성이 풍족하지 않으면 망령이 모욕을 당하고, 백성이 재앙으로 괴로워하면 명령이 시행되지 않는다. 베푸는 보답이 적합(得)하지 않으면 화禍가 성하게 일어나기 시작한다. 화가 성하게 일어나도 깨닫지 못하면 백성은 스스로 갈 길을 도모한다.
(104) 하늘을 본받아 덕에 함께하고, 땅을 본받아 (공정하게) 편애하지 않는다. 해와 달과 더불어 짝을 이루어 셋이 되고, 춘하추동 사시와 더불어 다섯이 된다. 백성을 즐겁게 하기 위해서는 사랑과 이익을 베풀어야 하고, 백성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편애를 버려야 한다. 멀리 있는 군주를 불러 귀부하게 하려면 가까운 국내 정사부터 잘 다스려야 하고, 화란禍亂을 막기 위해서는 원한이 없도록 한다. 먼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현명한 인재를 임용하고, (군주의) 높은 자리를 안정되게 하기 위해서는 백성과 이익을 함께 해야 한다.
【제3권】
제8편 유관幼官 ; 군주의 일상생활과 정치
(106) 사욕을 버리고 자연의 도리에 순응하는(若因) 마음이 따르면, 사람이 한가해진다(皇).
(108) 도道로 (백성을) 통하게 하고, 은혜로 기르고, 인仁으로 친하게 하고, 의義로 기르고, 덕德으로 보답하게 하고, 믿음(信)으로 맺게 하고, 예禮로 사귀게 하고, 음악(樂)으로 화목하게 하고, 일(事)로 기약하게 하고, 말(言)로 (민심을) 고찰하고, 힘(力) (백성을) 분발시키고, 정성(誠)으로 감화시켜야 한다.
(118) (군주는) 반드시 글에 재능이 있고, 무武에 위엄이 있어야 한다. 자신이 맡은 직책을 익히는 것은 승리의 조건이고, 때(時)를 따르는 것은 승리의 총칙이고, 방책이 변화무상함은 승리의 징조다. 의義를 실천하는 것은 승리의 도리고, 명분과 실적은 승리하기 위해 급히 해야 할 바고, 공격의 시기를 선택하는 것은 승리하기 위해 할 일이다. 공격할 곳을 밝게 살피는 것은 승리를 이룰 수 있는 것이고, 병장기를 온전히 갖추는 것은 승리의 근원이 되고, 행동을 은폐하는 것(無象)은 승리의 근본이 된다.
(123) 가장 좋은 것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요, 그 다음은 단 한 번 싸워서 이기는 것이다. 대승大勝이란 여러 번 이긴 것을 모은 것이지만, 그 모든 것이 의로운 전쟁 아닌 것이 없어야 대승이라고 할 만하다. 대승이란 이기지 않음이 없는 것이다.
(123-124) 군대를 출병할 때는 (적에게) 단서를 보이지 않아야 하며, 군대를 철수할 때는 (적에게) 후미를 노출하지 않아야 한다. 단서를 보이지 않는 것은 도道고, 후미를 노출하지 않는 것은 덕德이다. 도를 헤아리지 못하고, 덕을 계산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124) (백성을) 기르기를 도道로하고, 양육하기를 덕德으로 해야 한다. 기르기를 도道로 하면 백성이 화합하고, 양육하기를 덕德으로 하면 백성이 단결한다. 백성이 화합하고 단결하면 하나로 모을 수 있고, 하나로 모을 수 있으면 함께 협조한다. 하나로 모아 함께 협조하여 힘을 다하면 해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제9편 유관도幼官圖 ; 군주의 일상생활과 정치에 대한 도해圖解
(138) 미세한 것을 들을 수 있기 때문에 들리지 않는 것도 들을 수 있고, 새로운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드러나지 않은 형체도 볼 수 있고, 깊이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시작하지 않은 것도 알 수 있다. 예상할 수 없이 전격적으로 나오기 때문에 헤아릴 수 없는 곳까지 이를 수 있고, 사기가 왕성할 때 출정하기 때문에 적국의 보물을 얻을 수 잇고, 계책을 세울 수 있기 때문에 튼튼하여 적이 공격할 수 없다.
제10편 오보五輔 ; 정치에 요구되는 다섯 가지 조목
(145) “민심을 얻는 일은 힘쓰지 않으면 안 된다”
(146) 민심을 얻는 방법은 (백성을) 이롭게 해주는 것보다 좋은 것이 없다. (백성을) 이롭게 해주는 방법은 가르치는 것보다 좋은 것이 없다. 그러므로 정치를 잘하는 사람은 밭을 개간하여 나라를 알차게 하고, 조정을 안정시켜 관청을 다스리며, 공정한 법을 실행하여 사사로운 곡절을 금지하고, 창고를 가득 채우고 감옥을 텅 비게 하며, 현명한 사람을 등용하여 간사한 사람을 물러나게 한다.
(148) 백성은 바라는 것을 얻은 뒤에야 군주를 따르고, 군주를 따른 뒤에야 정치가 잘 될 수 있다. 그러므로 말하기를 “덕을 일으키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149) 저 백성은 반드시 의를 안 뒤에야 중정中正하고, 중정한 뒤에야 조화로워진다. 조화로워야 거처가 편안해지고, 거처가 편안해야 거동이 위엄스러울 수 있고, 거동이 위엄스러워야 전쟁에 이기고 수비에 견고할 수 있다. 그러므로 말하기를 “의를 시행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150) 무릇 사람은 반드시 예를 안 뒤에야 공경하고, 공경한 뒤에야 존경·양보하고, 존경·양보한 뒤에야 젊은이와 어른, 귀한 이와 천한 이가 서로 넘나들지 않는다. 젊은이와 어른, 귀한 이와 천한 이가 서로 넘나들지 않으므로, 어지러움이 생기지 않고 환란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말하기를 예는 삼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151-152) 무릇 백성은 반드시 임무를 안 뒤에야 마음이 한결같고, 마음이 한결 같은 뒤에야 뜻이 오롯하다. 마음이 한결같고 뜻이 오롯한 뒤에야 공적이 볼만하다. 그러므로 말하기를 “능력은 힘쓰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152) 이른바 삼도란 무엇인가? ① 위로는 하늘의 상서로움을 법도로 삼고, ② 아래로는 땅의 마땅함을 법도로 삼고, ③ 중간으로는 사람의 순응함을 법도로 삼는다. 이것이 이른바 삼도다.
【제4권】
제11편 주합宙合 ; 천지 만물의 조화 법칙
(158) 군주가 명령을 내리는 것은 오음五音을 조절하는 것과 같고, 신하가 능력을 다하는 것은 오미五味를 조절하는 것과 같다.
(159) 싫어하고 미워하는 것(毒)이 있어도 성을 내서는 안 되고, 원망하는 것이 있어도 말해서는 안 되며, 하고자 하는 것이 있어도 함부로 다른 사람에게 계획을 드러내지 말아야 한다.
(164) 이른바 옳은 것은 그른 것이 아니고, 그른 것은 옳은 것이 아니라고 한다. 그런데 옳고 그름은 반드시 섞여서 동시에 나온다. 어떤 일이 옳다고 믿는 것은 어떤 그른 것이 있어서 그것이 그릇된 것임을 알고 심사숙고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에서 어떤 일은 갑자기 나타나서 미리 준비하지 못할 수가 있다. 그러므로 성인은 널리 듣고 많이 보아 사물의 원리에 대한 인식을 쌓아서 새로운 사태의 출현에 대비한다. 새로운 사태가 출현하면 사물의 원리에 비추어서 시비곡직是非曲直을 판단한다.
(165) “봄에는 새로 나온 채소를 먹고, 가을에는 잘 익은 과실을 먹으며, 여름에는 서늘한 곳에 살고, 겨울에는 따뜻한 곳에 머문다.” 이것은 성인의 움직임과 고요함, 열고 닫음, 굽힘과 폄, 차고 수축됨, 주고받는 것은 반드시 때에 따른다는 말이다. 때가 맞으면 움직이고, 때가 맞지 않으면 고요히 머문다.
(167) “분奮은 흥성이요, 영은 쇠락이다”했다. 흥성했는데 쇠락하지 않는 것은 없다. 그러므로 도가 있는 사람은 저울질할 때도 끝까지 고르게 하지 않고, 양을 측정할 때도 가득차지 않게 하고, 음악도 지나치게 즐기지 않고, 생각도 지나치게 정밀하게 하지 않는다.
(170) 사람의 일이란 오랫동안 지속되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허정虛靜의 도를 말하는 것이다. 무릇 굳고 정체된 관점에서 사물의 변혁을 방해하고 발전을 가로막으면, 반드시 때를 잃는다. 때를 잃으면 모든 일이 무너져 성공할 수 없다. 마음이 바르고 오류가 없어도 현명하다고 할 수 없다. 마음이 바르더라도 재능이 없으면 칭송받을 수 없다. 성인이 어질고 훌륭한 것은 사물의 변화에 순응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마치 깊은 샘물과 같이 마르지 않으며 가늘고 고요히 흘러 이어진다. 이 때문에 덕이 흘러 만물을 고루 윤택하게 한다. 그러므로 “성인은 천지의 화육化育에 참여한다.”고 했다.
(171) 새는 날아서 산을 돌아 반드시 골짜기에 모인다. 산을 돌지 않으면 곤란하고, 골짜기에 모이지 않으면 죽는다. 산과 골짜기에 처할 때 반드시 곧바로 오지는 않지만, 산을 돌아 골짜기에 모일 때 돌고 도는 큰 방향은 곧바르다. 새는 북쪾에서 남쪽으로 날아가려고 하면 남쪽에 도달하고, 남쪽에서 북쪽으로 날아가려고 하면 북쪽에 도달한다. 큰 방향이 올바르면 조그마한 문제에 방해받지 않는다.……
“천 리 길은 승繩으로 곧게 할 수 없고, 만호의 큰 도읍은 수준기水準器로 평평하게 할 수 없다”
(172) 중정은 다스림의 근본이다. 귀는 듣는 것인데, 들을 때는 반드시 사실대로 들어야 한다. 들음이 자세한 것을 ‘귀밝음’이라고 한다. 눈은 보는 것인데, 볼 때는 반드시 사실대로 보아야 한다. 보는 것이 자세한 것을 ‘밝음’이라고 한다. 마음은 생각하는 것인데, 생각은 반드시 언어의 법칙에 맞아야 하며, 언어가 올바름을 얻은 것을 ‘지혜’라고 한다. 총명함과 지혜로 오롯이 하고, 오롯이 하여 어둡지 않으면 잘 다스릴 수 있다.
(174) 지혜로운 사람은 사물을 밝게 살펴서 오직 하나의 사물에만 구애되지 않고, 사물의 공통된 원리인 도에 두루 통달한다. 도라는 것은 위로는 무한하고 광대함은 끝이 없어서 모든 사물에 운용된다. 그래서 겨우 하나의 언설에만 통하고, 한 가지 다스림에만 밝고, 한 가지 일만 전공하는 사람은 견해가 어느 한 부분에 치우치기 쉽고 전체를 폭넓게 바라보지 못한다.
(176-177) 진실로 어떤 사람이 노래를 부르면 반드시 다른 사람의 화답이 있고, 화답하여 어그러지지 않으면 천지의 도와 부합한다는 말이다. 그림자는 물체의 바름을 구부리지 않고, 메아리는 소리의 아름다움을 해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성인이 사물의 성질을 밝힐 때는 반드시 같은 종류끼리 모은다. 그러므로 군자는 행동하기에 앞서 경계하고 삼가며 행한다.
제12편 추언樞言 ; 정치의 관건關鍵
(179) 관자가 말했다. “도가 하늘에 있는 것이 태양이고, 도가 사람에게 있는 것이 마음이다.” 그래서 기가 모이면 살고, 기가 흩어지면 죽으니, 생명이란 기에 의존하는 것이다. 명분이 맞으면 다스려지고, 명분이 없으면 어지러워지니, 다스림이란 명분에 달려 있다 한다.
(181) 선을 꾸미는 사람은 선하지 않다. 따라서 선은 꾸밈이 없어야 한다.
(181-182) “빨리 해라, 빨리 해라’하는 것은 세상에 사물이 많기 때문이요, “노력하라, 노력하라’하는 것은 세상의 사물이 때에 따라 변하기 때문이요, “(연구를) 힘차게 하라, 힘차게 하라”하는 것은 세상 사물의 속뜻이 정미精微하기 때문이다.
(187) 경계하고 경계하여 은밀한 곳에서도 경계해야 한다. 행동은 심사숙고해야 하나 사람들이 모두 알게 할 필요는 없고, 뜻하지 않게 닥쳐올 일은 반드시 대비를 해야 한다. 남에게 믿음을 주는 것은 어짊이라 하고, 남을 속이지 못하는 것은 지혜라 한다. 이미 지혜롭고 또 어질면 이를 일러 완전한 사람이라 한다.
(187) 존귀한 사람이 존귀할 수 있는 까닭은 존귀함으로 천한 사람을 섬겼기 때문이고, 현명한 사람이 현명할 수 있는 까닭은 현명함으로 현명하지 못한 사람을 섬겼기 때문이다. 추함은 아름다움을 가능하게 해주는 바탕이고, 천함은 존귀함을 가능하게 해주는 바탕이며, 미천함은 고귀함을 가능하게 해주는 바탕이다.
(189) 무릇 나라가 망하는 것은 그 나라의 장점 때문이며, 사람이 스스로 실수하는 것은 그가 잘하는 것 때문이다.
(189) 생명은 먹을거리에 달려 있고, 다스림은 일처리에 달려 있다. 일처리를 잘하지 않고서 잘 다스리는 사람은 예부터 지금까지 아직 없었다.
(190) 무릇 사람에게는 세 가지 명분이 있는데, 잘 다스리고자 함과 (뒤지는 것에 대한) 수치심과 일하고자 함이 그것이다. 일에는 두 가지 명분이 있는데, 바르게 함과 잘 살피는 것이 그것이다. 이 다섯 가지에 능하면 천하를 다스린다.
(192) 보통 사람은 마음을 씀에 있어 아낌이 미움의 발단이 되고, 은혜가 원망의 원인이 된다.
(193) 상을 분명히 주되 쓸데없이 주지 않고, 형벌을 정확히 내리되 함부로 집행하지 않는다. 상과 벌을 명확하게 하면 덕의 지극함이 드러난다.
(193) 천도는 광대하지만 제왕 된 사람은 잘 쓴다. 아낄 것은 아끼고, 미워할 것은 미워하면 천하를 안정시킬 수 있지만 아낌과 미워함이 너무 심하면 천하가 반드시 막힌다. 곡식을 재는 그릇이 넘치면 밀대로 밀고, 사람의 행동이 지나치면 하늘이 덜어낸다. 그러므로 선왕은 일을 행할 때 가득차게 하지 않는다.
【제5권】
제13편 팔관八觀 ; 국정을 판단하는 여덟 가지 방법
(207) “좋은 밭을 전사에게 주지 않은 지 3년이면 군대가 약해지고, 상벌에 신뢰가 사라진 지 5년이면 나라가 파괴되고, 조정에서 관직을 팔아먹은 지 7년이면 나라가 망하고, 군주가 인륜을 거스르고 금수같이 행동한 지 10년이면 멸절한다.”
(209) “적국과 동맹국을 파악하고, 군주의 뜻을 헤아리고, 나라의 근본을 보고 백성의 생산이 풍부하지 부족한지 관찰하면 나라의 존망을 알 수 있다”
제14편 법금法禁 ; 법으로 금해야 할 행태
제15편 중령重令 ; 명령의 중시
(218) 나라를 통치하는 방법 가운데 명령보다 중요한 것이 없다. 명령이 중시되면 군주가 존엄하고, 군주가 존엄하면 나라가 안정된다. 그러나 명령이 경시되면 군주가 미약하고, 군주가 미약하면 나라가 위태롭다. 그러므로 나라를 안정되게 하는 것은 군주를 존엄하게 하는데 있고, 군주를 존엄하게 하는 것은 명령을 시행하는 데 잇으며, 명령을 시행하는 것은 형벌을 엄숙하게 하는 데 있다.
(225) 천도의 변화란 사물이 극에 달하면 반드시 되돌아가고, 성하면 다시 쇠퇴하는 것이다. 인심의 변화란 여유가 있으면 교만하고, 교만하면 나태해지는 것이다.
(226) 무릇 선왕이 나라를 다스리는 도구는 세 가지가 있고, 공격받아 훼손당하는 것은 여섯 가지가 있다. ……
세 가지 도구란 무엇인가? 명령과 형벌과 상이다. 여섯 가지 공격이란 무엇인가? 가까이 모시는 무리와 귀쳑貴戚과 재물과 여색과 아첨꾼과 완상玩賞하는 물건이다.
(227) 그렇다면 선왕은 어떻게 했는가? 여섯 가지 때문에 명령을 바꾸지 않고, 여섯 가지 때문에 형벌을 의심하여 멈추지 않으며, 여섯 가지 때문에 상을 더하거나 줄이지 않았다. 이렇게 하면 멀고 가까운 곳이 한마음이 되고, 멀고 가까운 것이 한마음이 되면사람이 많든 적든 모두 힘을 합하고, 사람이 많든 적든 모두 힘을 합하면 반드시 전쟁에서 승리하고 수비가 견고하다.
【제6권】
제16편 법법法法 ; 법의 제정과 시행
(232) 군주는 백성에게 세 가지 바람이 있는데, 그것을 절제하지 않으면 군주의 자리가 위태롭다. 세 가지 바람은 무엇인가? 첫째 요구하는 것, 둘째 금지하는 것, 셋째 호령하는 것이다. 요구는 반드시 얻으려하고, 금지는 반드시 그치게 하려 하고, 호령은 반드시 시행하려 한다. 요구가 많은 이는 그 얻음이 적고, 금지가 많은 이는 그 그쳐짐이 적고, 호령이 많은 이는 그 시행됨이 적다.
(236) 은혜는 사면을 많이 하는 것인데, 시작은 쉬워도 뒤에는 어려워지니, 오래되면 그 화를 감당하지 못한다. 법은 시작은 어려워도 뒤에는 쉬워지니, 오래되면 그 복록을 감당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은혜는 백성의 원수고, 법은 백성의 부모다.
(238) 백성을 나를 위해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법을 확립하고 명령을 시행하면 쓰이는 백성이 많고, 법을 확립하지 않고 명령을 시행하지 못하면 쓰이는 백성이 적다. 그러므로 법을 확립하는 것과 명령을 시행하는 것이 많고 폐기하는 것이 적으면, 백성이 (군주를) 비난하지 않는다. 백성이 비난하지 않으면 따른다.
(239) 군주가 백성을 아끼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그들을 쓰기 위해서 아끼는 것이다. 백성을 아끼기 때문에 법이 무너지고 명령이 훼손되는 것을 처벌하지 않으면, 이른바 백성을 아낀다고 하는 목적을 잃는 것이다.
(241) 무릇 군주가 군주 되는 까닭은 귄세에 있다. 그래서 군주가 권세를 잃으면 신하가 그를 제어한다. 권세가 아래에 있으면 신하가 군주를 제어하고, 권세가 위에 있으면 군주가 신하를 제어한다. 그러므로 군주와 신하의 위치가 바뀌는 것은 귄세가 아래에 있기 때문이다.
(242) (권세가 아래에 있어 정황이 통하지 않는 경우) “당상堂上이 백 리보다 멀고, 당하堂下가 천 리보다 멀고, 문간이 만 리 보다 멀다”한다.
(243) 정치는 바로잡음이다. 정은 만물의 명칭을 바로잡아 정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성인은 적을 정밀히 하고 중도를 세워 정도가 나오게 하고, 정도를 밝혀 나라를 다스리게 했다. 그러므로 정도는 지나침을 그치고, 못 미침을 따라가게 하는 것이다.
(244) 그러므로 말은 반드시 굳세게 하여 구차하게 변명하지 않고, 행실은 반드시 선량함을 생각해 구차하게 경외하지 않는다.
(244) 그러므로 명철한 지혜와 고상한 행실이 있어도 법을 등지고 다스리면, 이는 그림쇠와 곡척을 폐기하고서 사각형과 원형을 그리는 것과 같다.
(246) 무릇 백성이 군주를 따르는 것은 입이 말하는 바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심정이 좋아하는 바를 따르는 것이다. 군주가 용감한 것을 좋아하면 백성은 죽음을 경시하고, 군주가 어진 것을 좋아하면 백성은 재물을 아끼지 않는다. 그러므로 군주가 좋아하는 것은 반드시 백성이 그보다 심하게 좋아한다. 그러므로 현명한 군주는 백성에게 반드시 군주가 좋아하는 것으로 마음을 삼게 한다. 그러므로 법을 두어 저절로 다스리고, 예의를 확립하여 저절로 바로잡는다. 그러므로 군주가 시행하지 않으면 백성이 따르지 않고, 백성이 법에 복종하고 절의에 죽지 않으면 나라가 반드시 어지러워진다. 그러므로 도가 있는 군주는 법을 행하고 제도를 정비하며, 백성에 앞서서 모범을 보인다.
(250) 현명한 군주는 단독으로 처리할 바를 알고, 근심이 되는 바를 안다.
(252) 현명한 군주는 백성을 아낀다며 그 법을 훼손하지 않으니, 법이 백성보다 소중하기 때문이다.
제17편 병법兵法 ; 군대를 다스리는 방법
(254) 싸워서 반드시 승리하는 것은 법도가 세밀하기 때문이고, 승리하되 사상자가 나지 않는 것은 잘 훈련되고 병장기가 날카로워 적군이 감히 대항하지 못하기 때문이고, 땅을 얻어도 나라가 파괴되지 않는 것은 그 백성이 순응하기 때문이다.
(257) 시작에 실마리가 없는 것은 도고, 끝남에 끝자락이 없다. 도는 헤아릴 수 없고 덕은 셀 수 없다. 그러므로 헤아릴 수 없으면 많은 강적도 (우리를) 도모하지 못하고, 셀 수 없으면 위장 전술로 감히 (우리를) 향해 오지 못한다. 두 가지가 겸하여 시행되면 출동이나 정지에 공효가 있다. 알지 못하는 사이에 지나가고 뜻밖에 출동한다. 알지 못하는 사이에 지나가므로 막을 수 있는 사람이 없고, 뜻밖에 출동하므로 대응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그러므로 완승을 거두어 해로움이 없다. 편리함을 따라 훈련하고, 이로움을 따라 행군한다. 일정한 방법으로만 훈련하지 않고, 일정한 방법으로만 행군하지 않으니, 두 가지가 겸하여 시행되어야 출동에 공효가 있다.
(258) 실로 홀로 침입하는 것이 아니므로 멈추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없고, 실로 홀로 보는 것이 아니므로 숨길 수 있는 사람이 없다. (진법이) 말로 표현하지 못할 만큼 지극하면, 극진하고 극진하여 (적이) 예측하지 못하므로, 그 위대한 작용이 신령함과 견주게 된다.
(260) 병력 모으기를 제철에 비가 내리듯이 알맞게 하며, 병력을 소개하는 것이 회오리바람이 일듯이 빠르게 하는 것이, 한 번 싸워서 대국을 만드는 최종 조건이다.
【제7권】
제18편 대광大匡 ; 군주를 보좌하는 방법(1)
(265) 사직과 종묘를 이끌어 가는 사람은 직무를 사양해서도 안 되고, 쉬려고 해서도 안 되네. 장차 나라를 맡은 사람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다네. 자네는 나아가야 해!”
(266) “신하로서 나 이오는 군명을 이어서 사직을 받들고 종묘를 지키는 데 있거늘, 어찌 한 사람인 규를 위해서 죽겠는가? 내가 죽을 상황은 사직이 무너지고, 종묘가 사라지고, 제사가 끊어지는 때니, 그 때가 오면 나 이오는 죽을 것이네. 이 세 가지가 아니라면, 나 이오는 살아야겠네. 내가 살아 있으면 제나라에 이로울 것이요, 죽으면 제나라에 이롭지 못할 것이네.”
(266-267) “신하가 군주에게 힘을 다하지 않으면 믿어주지 않을 것이고, 믿지 않으면 말을 들어주지 않을 것이며, 말을 들어주지 않으면 사직은 안정될 수 없을 것이네. 군주를 섬기는 사람은 두 가지 마음을 품어서는 안 된다네.”
(276) “소홀은 죽어서 산사람을 현명하게 만들었고, 관중은 살아서 죽은 사람을 현명하게 만들었다.”
(282) 포숙이 관중에게 말했다.
“예전에 환공은 그대에게 패업을 도모하라고 허락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나라가 더욱 어지러워졌습니다. 앞으로 어찌할 작정입니까?”
관중이 말했다.
“우리 군주는 성질이 급하므로 그 지혜를 더 많이 깨우쳐주어야 합니다. 좀 더 시간을 두고서 그가 깨우치도록 할 것입니다.”
포숙이 말했다.
“스스로 깨우칠 때까지 기다리고 나면 나라가 망하지 않겠습니까?”
관중이 말했다.
“아직은 괜찮습니다. 국내의 정치는 이오가 보이지 않게 손을 써놓았으니 이제는 기대할 만합니다. 밖에 있는 제후의 도움도 우리 두 사람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그러니 누가 감히 우리를 침범하겠습니가?”
(286-287) 환공은 돌아온 뒤로 정무에만 힘쓰고, 군대를 증강하지 않고, 다른 나라의 정무에는 간섭하지 않으며, 과격한 언행을 자제하고 군대를 쉬게 하였다.
(288) “제후국의 군주는 다른 나라의 땅을 탐내서는 안 됩니다. 땅을 탐내려면 반드시 군사에 힘써야 하는데, 군사에만 힘쓰다 보면 반드시 백성이 궁핍해지고, 백성이 궁핍해지면 백성을 자주 속여야만 합니다. 속이는 일을 그쳐야만 용병을 늦게 해도 승리할 수 있지, 속이면 백성의 믿음을 잃게 됩니다. 백성이 불신으로 가득 차면 난동이 일어나고, 안에서 난동이 일어나면 군주에게 위험이 닥치게 됩니다. 그러므로 옛날에 선왕의 도를 들은 사람은 군비 경쟁을 하지 않았습니다.”
【제8권】
제19편 중광中匡 ; 군주를 보좌하는 방법(2)
(307) “땅과 보물을 얻을 것만 계산하고 제후를 잃는 것은 생각하지 못하고, 재부와 저축만 계산하고 백성의 마음을 잃는 것은 생각하지 못하고, 친하게 여기는 것만 생각하고 버림받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위 세가지 가운데 하나만으로도 나라가 쇠약해지고, 세 가지 모두 그러하면 멸망합니다. 옛날에 나라를 무너뜨리고 사직을 무너지게 한 것은 (임금이) 고의로 그렇게 한 것이 아니라, 잠시 환락을 즐기다가 죄악에 빠지는 것을 깨닫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309) “신이 듣건대, 젊은이는 나태하지 않고 늙은이는 구차하게 안락을 탐하지 않아야 하늘의 도를 따라서 선종善終을 얻는다고 합니다. 하나라 걸왕, 은나라 주와, 주나라 유왕이 정권을 잃어버린 것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그러니 군주께서 어찌 안락함을 탐할 수 있겠습니까?”
(310) 환공이 말했다.
“좋습니다. 청하여 묻건대, 믿음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좋습니까?”
관중이 대답했다.
“자기 몸을 다스리는 데서 시작하고, 그 다음은 나라를 다스리는 것이며, 천하를 다스리는 데서 완성됩니다.”
환공이 말했다.
“몸을 다스리는 것에 대해 묻습니다.”
관중이 대답했다.
“혈기를 잘 이끌어 오래 살기를 구하고, 사려가 심원하고, 덕택을 장구하게 하는 것이 몸을 다스리는 방법입니다.”
환공이 말했다.
“나라를 다스리는 것에 대해 묻습니다.”
관중이 대답했다.
“널리 현인을 등용하고, 백성을 자애롭게 보살피고, 멸망한 나라를 보존하고, 녹이 끊어진 세가를 다시 이어주고, 나라를 위해 죽은 사람의 자식을 채용하고, 세금을 가볍게 하고, 형벌을 가볍게 하니, 이것이 나라를 다스리는 큰 원칙입니다. 법령을 시행하되 가혹하지 않고, 형벌이 관대하되 함부로 사면하지 않고, 관리들이 너그럽되 법 집행을 어기지 않고, 어떤 곤경에 처해도 천하를 다스림에 법도를 잃지 않으면, (백성이 삶의 터전에 안주하여) 이곳 저곳으로 옮겨 다니지 않고 백성이 치세를 향유하니, 이것이 천하를 다스리는 방법입니다.”
제20편 소광小匡 ; 군주를 보좌하는 방법(3)
(312) 제가 관이오만 못한 것이 다섯 가지니, 관대하고 은혜를 베풀어 백성을 사랑하는 것이 그보다 못하고, 국가를 다스리는 데 기강을 잡는 것이 그보다 못하고, 충성과 신의로 제후와 동맹을 맺는 것이 그보다 못하고, 예의를 제정하여 사방에서 본받게 하는 것이 그보다 못하고, 투구를 쓰고 북채를 잡고 군문에 서서 백성들 모두 용맹하게 하는 것이 그보다 못합니다. 관중은 백성의 부모입니다. 장차 자식을 다스리고자 하면 부모를 버릴 수 없습니다.”
(321) “사농공상士農工商 네 부류는 나라의 기둥이 되는 백성이니, 이들이 섞여서 살게 하면 안 됩니다. 섞여서 살게 하면 말이 어지러워지고, 일이 어지러워집니다. 그러므로 성왕들은 선비는 한가하고 조용한 곳에 거처하게 하고, 농민들은 밭과 들판에 거처하게 하고, 장인들은 반드시 관청에 거처하게 하고, 상인들은 반드시 시장에 거처하게 했습니다.
(325) 공이 말했다.
“무엇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관자가 대답했다.
“백성을 사랑하는 데서 시작해야 합니다.”
(349) “인군人君께서 오직 우유부단하고 힘써 근면하지 않음이 안 될 일입니다. 우유부단하명 백성을 지킬 수 없고, 힘써 근면치 않으면 일을 이룰 수 없습니다.”
(351) 이 다섯 사람의 장점은 저로서는 한 가지도 그만한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저에게 그것을 하라고 하시면 저는 결코 하지 못할 것입니다. 군주께서 만약 나라를 다스리고 군대를 강하게 하고자 하시면 다섯 사람이 있고, 만약 패왕이 되고자 하시면 제가 여기에 있습니다.”
제21편 왕언王言(亡)
【제9권】
제22편 패형覇形 ;패도 정치의 규모와 형세
(355) “제나라의 백성은 공(桓公)의 근본입니다. 그런데 백성이 기아에 허덕이고 있는데 세금이 무겁고, 백성이 죽음을 매우 두려워하고 있는데 형벌이 혹독하고, 백성이 노역에 지쳐 있는데 위에서 수시로 부역에 동원하고 있습니다. 공께서 세금을 가볍게 하면 백성이 기아를 걱정하지 않을 것이고, 형벌을 느슨하게 하면 백성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고, 형벌을 느슨하게 하면 백성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고, 때에 맞춰 부역에 동원하면 백성이 지치지 않을 것입니다.”
(358) “이는 신이 슬픔으로 여기는 바이지 즐거워하는 바가 아닙니다. 신이 듣건대, 옛날 종경 속에서 즐기던 군주는 이렇지 않았습니다. 말이 입에서 나오면 명령이 천하에 시행되고, 종경 속에서 노는데도 사방에서 전쟁의 우환이 없었습니다. 지금 대왕의 경우는 말이 입에서 나왔는데도 명령이 천하에 시행되지 않고, 종경 속에 있는데도 사방에서 전쟁의 우환이 일고 있으니, 이는 신이 슬픔으로 여기는 바이지 즐거워하는 바가 아닙니다.
(364) 환공이 제자리로 돌아와 패업을 이루고 나서 다시 종경을 매달고 연회를 열자, 관자가 말했다.
“이것이 신이 말하는 참된 즐거움입니다.”
제23편 패언覇言 ; 패업과 왕도의 형세
(367) 무릇 천하를 다투는 사람은 반드시 백성 얻는 것을 먼저 다툰다. 큰 계략에 밝은 사람은 백성을 얻고, 작은 계략을 살피는 사람은 백성을 잃는다. 천하의 대중을 얻은 사람은 왕업을 이룰 수 있고, 그 반을 얻은 사람은 패업을 이룰 수 있다.
(368) 현명한 군주가 가볍게 여기는 것은 준마와 주옥이요, 그가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정권과 군권이다. 나라를 잃는 군주는 그렇지 않으니, 다른 사람에게 정권 주기를 가볍게 여기고, 다른 사람에게 준마 주기를 중요하게 여긴다. 다른 사람에게 군권 주기를 가볍게 여기고, 다른 사람에게 주옥 주기를 중요하게 여긴다. 궁궐의 문을 수리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고, 사방의 국경을 지키는 것을 가볍게 여기니, (이러한 것들이) 나라가 쇠약해지는 원인이다.
(369) 권력은 신성神性이 의지하는 바다. 홀로 밝은 식견을 갖는 것은 천하의 이기利器다. 홀로 결단할 수 있는 것은 견고한 요새와 같다. 이 두 가지는 성인이 법칙으로 삼은 바다. 성인은 기미를 두려워하고, 어리석은 사람은 발께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하니, 성인이 증오하는 것은 안에 있고, 어리석은 사람이 증오하는 것은 밖에 있다. 성인은 장차 행동하려 할 때 반드시 미리 알고, 어리석은 사람은 위험이 닥쳐도 피하지 않는다. 성인은 때를 살펴서 때를 어기지 않는다. 지혜로운 사람은 잘 도모하나 때를 알아서 행동하는 것보다 못하다. 때를 잘 살피는 사람은 짧은 시간이라도 공이 많다.
(372) 무릇 땅이 없으면서 부유하고자 하는 사람은 우환이 있고, 덕이 없으면서 왕업을 이루고자 하는 사람은 위태롭고, 조금 베풀면서 많이 얻고자 하는 사람은 고립된다. 윗사람의 권력은 작은데 아랫사람의 권력은 크고, 나라는 작은데 도읍을 크게 하면 죽임을 당한다. 군주가 존귀하고 신하가 늦으며, 윗사람이 위엄 있고 아랫사람이 공경하며, 명령이 시행되어 백성이 복종하는 것은 다스림의 지극함이다.
(373) 패업과 왕업이 시작되는 곳은 사람을 근본으로 한다. 근본이 다스려지면 나라가 굳건하고, 근본이 어지러우면 나라가 위태롭다.
(373) 패업과 왕업의 형세는 덕과 의리가 남보다 뛰어나고, 지혜와 계책이 남보다 뛰어나고, 용병 전략이 남보다 뛰어나고, 지형 지세에 남보다 뛰어나고, 동작이 남보다 뛰어나면, 천하를 다스릴 수 있다.
(377) 견실한 곳을 피하고 허점이 있는 곳을 공격하며, 견고한 곳을 피하고 취약한 곳을 공격하며, 어려운 곳을 피하고 쉬운 곳을 공격한다.
(378) 강성함을 다투는 나라는 반드시 먼저 전략과 형세와 권력을 다툰다. 군주를 한 번 기쁘게 하고, 한 번 노여워하게 하는 것은 전략이다. 나라의 지위를 한 번 낮추고, 한 번 높이는 것은 형세다. 병사들을 한 번 나아가게 하고, 한 번 물러나게 하는 것은 권력이다. 그러므로 전략에 철저하면 군주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어서 명령을 시행할 수 있다. 형세에 철저하면 큰 나라의 땅을 뺏고 강한 나라의 군대를 막을 수 있다. 권력에 철저하면 천하의 병사를 물리칠 수 있고 각국의 제후들이 조회하게 할 수 있다.
제24편 문問 ; 궁정 자문의 원칙과 내용
제25편 모실謀失(亡)
【제10권】
제26편 계戒 ;정치에서 경계할 사항
(393) “날개가 없으나 날 수 있는 것은 말소리며, 뿌리가 없으나 확고한 것은 감정이며, 지위가 없으나 존귀한 것으 바로 덕성입니다. 공께서도 감정이 넘치지 않도록 하시고 말을 삼가 하시면, 엄격한 위엄이 유지되어 덕성이 존중될 것입니다. 이를 도가 빛난다고 하는 것입니다.”
(393) “음식을 먹고 숨을 쉬는 것은 생명을 기르는 것이고, 좋아하고 싫어하고 기뻐하고 노여워하고 슬퍼하고 즐거워하는 것은 삶의 변화며, 사물을 지혜롭게 판단하는 것은 삶의덕행입니다. 그래서 성인은음식을 적당하게 조절하고, 일하고 쉬는 것을 때에 맞추어 행하여서 육기의 변화를 조절하고 성색의 음탕함에 빠지지 않도록 스스로를 단속했습니다. 사악한 행위가 자기 몸에서 발생하지 않도록 조심하고, 어그러진 말이 입에서 나올 수 없도록 삼가며, 고요한 마음가짐으로 심성의 안정을 이루어야 드디어 성인이 될 수 있습니다.
인仁은 마음 속에서 나온 것이고, 의義는 밖에서 만들어져 온 것입니다. 인하면 천하를 이익의 대상으로 삼지 않고, 의로우면 자기의 명성을 위해 천하를 이용하지 않습니다. 인하면 자기가 천하를 대신하여 왕이 되려 하지 않고, 의로우면 70세가 되면 정치에서 물러납니다.
(400) “포숙은 군자입니다. 천승의 나라라도 도에 어긋나면 받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직접 정치를 담당할 수 없습니다. 그의 사람됨은 선을 좋아하고 악을 미워함이 심하기 때문에 한 가지 악한 일을 보면 죽을 때까지 잊지 않습니다.”
(400-401) “습붕이 좋습니다. 그의 사람됨은 많이 알면서도 아랫사람에게 묻기를 좋아합니다. 신은 사람에게 덕을 베푸는 것을 어질다 하고, 사람에게 재산을 베푸는 것을 선량하다 한다고 들었습니다. 선으로 남을 이기는 사람은 사람을 복종시킬 수 없고, 선으로 남을 기르는 사람에게는 복종하지 않는 사람이 없습니다. 나라에는 알지 못하는 정무가 있고, 가정에는 알지 못하는 가사가 있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일을 반드시 해낼 사람은 습붕입니다!
제27편 지도地圖 ; 징형과 용병술
(407) 사람의 많고 적음, 무사의 뛰어남과 모자람, 군사 장비의 좋음과 나쁨을 모두 알아야 하니, 이것이 겉모습을 파악하는 ‘지형知形’이다. 지형은 능력을 파악하는 ‘지능知能’만 못하고, 지능은 속뜻을 파악하는 ‘지의知義’만 못하다. 그러므로 군대를 관장하는 사람은 다음 세 가지를 갖추어야 한다. 군주의 영명·재상의 총명·장수의 능력을 일컬어 세 가지 갖춤이라 한다.
제28편 참환參患 ; 내우외환에 대한 경계와 군대 운용
(409) 군주가 흉포하고 잔인하면 다른 나라의 침략을 받고, 나약하면 시해를 당한다. 흉포하고 잔인함은 어떤 것인가? 사람을 주살하기를 가벼이 여기는 것을 흉포하고 잔인하다고 한다. 나약함은 어떤 것인가? 사람을 주살하기를 어렵게 처리하는 것을 나약하다고 한다. 이러한 것들은 모두 그릇됨이 있다.
제29편 제분制分 ; 명분과 등급의 제정
(415) 견고한 것을 공격하면 좌절당하나, 빈틈을 타서 공격하면 신묘한 공과를 얻는다. 견고한 것을 공격하면 빈틈도 견실해지고, 빈틈을 공격하면 견실한 것도 빈틈이 생긴다. 그러므로 견고한 것은 견고한 대로 두고 그 빈틈을 공략해야 한다.
제30편 군신君臣 상上 ; 군주와 신하의 도리(1)
(422) 군주에게 말보다 귀한 것이 없고, 신하에게 역량보다 중요한 것이 없다.
(422-423) 그러므로 도가 있는 군주는 그 덕행을 단정히 하여 백성에 임할 뿐 지능과 총명을 강구하지 않는다. 지능과 총명은 신하가 갖추어야 한다. 지능과 총명을 활용하는 것이 군주의 도다. 군주는 그 도를 밝히고 신하는 그 직분을 지키면, 군주와 신하의 일이 서로 같지 않지만 다시 합하여 하나가 된다.
(424) 현명한 군주란 책무를 완수할 신하를 살필 줄 아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군주의 도가 시행되면 현명하고 재능 있는 사람이 등용되고 백성이 다스려지니, 다스림과 혼란함은 군주에게 달려 있을 뿐이다”고 한다.
(424) “군주의 몸은 바른 덕의 근본이며, 관리를 다스리는 일은 이목을 제어함과 같다.”
(424) 군주가 아래의 일까지 살피는 것을 거슬림이라 하고, 아래의 신하가 군주의 일까지 관여하는 것을 넘침이라 한다. 윗사람이 거슬리는 것은 어긋남이고, 아랫사람이 넘치는 것은 거역이다.
(425) 도와 덕이 정해지면 백성에게는 법도가 있다. 도가 있는 군주란 법을 분명하게 설정하여 사사로이 가로막지 않는 군주고, 도가 없는 군주란 법을 설정하고도 법을 버려두고 사사로이 행동하는 군주다.
(428) 도란 참으로 인간의 본성이다. 도가 아닌 것은 사람에게 책임이 있다. 성스러운 왕과 현명한 군주는 이를 잘 알아서 이끄는 사람이다. 이 때문에 백성을 다스리는 데는 변함없는 도가 있고, 재물을 생산하는 데는 변함없는 법칙이 있다. 도란 만물의 요체다. 군주가 요체를 가지고 때를 기다리면 아래에 간악하고 거짓을 일삼는 마음을 지닌 사람이 있어도 감히 죽이려 들지 못한다.
도란 무형으로 설정되어 있어 적합한 사람이 있으면 통하지만 적합한 사람이 없으면 막힌다. 도가 아니면 사람을 다스릴 수 없고, 도가 아니면 재물을 생산할 수 없다. 백성을 다스리고 재물을 생산하는 그 복은 군주에게 돌아간다. 여기에서 현명한 군주는 도와 법을 중시하고 나라를 가벼이 여김을 알 수 있다.
(431) 현명한 군주라도 백 보 밖은 들으려고 해도 들을 수 없고, 담 너머는 보려고 해도 볼 수 없다. 그럼에도 현명한 군주라고 부르는 것은 그가 신하를 잘 등용하여 신하가 충성을 다 바치기 때문이다. 믿음으로 믿음을 잇고, 선함으로 선함을 전하므로 천하가 다스려진다.
【제11권】
제31편 군신君臣 하下 ; 군주와 신하의 도리(2)
(435) 천하의 모든 일은 정도를 행하면 모이고, 정도를 행하지 않으면 모이지 않는다. 물결도 이와 같아서 물결이 솟구치면 최고로 높아졌다가 다시 아래로 내려가는데, 이것이 자연현상 아니겠는가?
(439) 이 때문에 도가 있는 군주는 반드시 그 근본을 붙잡고, 재상은 그 요점을 붙잡고, 대부는 법을 붙잡아서 신하들을 다스리면 신하들은 지혜와 힘을 다하여 그 군주를 위해서 일할 것이다.
(440) "담벼락에 귀가 있다"는 것은 비밀스런 모의가 밖으로 누설된다는 말이다. "도적이 자기 곁에 숨어 있다"는 것은 은밀하게 참월하는 무리가 백성을 사로잡으려 한다는 말이다. 비밀스럽게 모의한 것이 누설된다는 것은 간사한 첩들이 군주의 동향에 관한 정보를 취하여 슬며시 사악한 무리에게 알려준다는 것이다. 참월하고자 하는 무리가 백성의 마음을 사로잡으려 한다는 것은 전에는 군주의 총애를 얻어 높은 자리에 있다가 나중에는 밀려나서 실각한 무리들이 나라에 해를 끼치고 화를 불러일으키도록 민심을 이끌어 간다는 것이다.
(441) 중앙의 좌우 대신들은 느슨한 명령인데도 아래로 하달할 때는 급한 것으로 만들어 서두르기도 하고, 급한 것을 이용하여 자기들의 권위를 세우기도 한다. 또 아주 급한 명령인데도 급하지 않은 것으로 마음대로 바꾸어 놓고, 백성에게 느슨하게 해주는 체하며 그들에게 대가를 받기도 한다. 이와 같이 권력이 아래로 이동하면 군주는 위태로워진다.
(442) 신성한 사람은 마땅히 제왕이 되고, 어질고 지혜로운 사람은 마땅히 군주가 되고, 무용이 뛰어나고 용감한 사람은 마땅히 장군이 되는 것이 하늘의 도요, 사람의 정情이다. 천도와 사람의 정을 꿰뚫는 사람은 군주가 되고, 그의 사랑을 받는 사람은 대신이 되는데, 이 모든 것이 운수에 달려 있다.
이 때문에 기획 총괄하는 사람은 그 일에 명령만 내릴 뿐 일처리에 직접 참여할 필요가 없고, 일에 참여하여 직접 노력하는 사람은 그 일이 되어가는 원리를 살필 필요가 없다. 그러므로 군주는 기획 총괄만 하고 노력하지 않아도 되고, 백성은 노력만 하고 기획에는 신경 쓸 필요가 없다.
(443) 군주가 나라의 서울에 있는 것은 심령이 신체 안에서 고심苦心하는 것과 같다.
(445) 트이면 행하고, 막히면 그친다. 모름지기 현명한 군주라야 터놓을 수 있고, 또 막을 수 있다. 트이면 군자는 예를 행하고, 막히면 소인들은 농사에 힘쓴다.
제32편 소칭小秤 ; 수신修身의 방법과 중요성
(451) "자기가 착하지 않은 것을 걱정하지, 다른 사람이 자기를 알아주지 않음을 걱정하지 말라. 丹靑단청은 산 속에 묻혀 있어도 사람이 알고서 캐내려 들고, 아름다운 구슬은 깊은 물 속에 있어도 사람이 알고서 캐내려 든다.
(452) 사람의 몸에서 가장 예민한 것은 무엇인가? 신기神氣와 눈이 가장 예민하다. 성인은 예민한 것을 얻어서 의존하기 때문에 백성이 존중하고 명성이 따른다. 나도 또한 그것에 의존한다. 성인이 의존하는 것은 좋을 수 있고, 내가 의존하는 것은 나쁠 수 있다. 내가 의존하는 것은 나쁜데 아름다운 명성을 또 얻을 수 있겠는가? 내가 의존하는 것이 나쁜데 아름다운 명성이 나를 따르게 할 수 없다.
(453) 현명한 군주는 잘못이 있으면 자신의 책임으로 돌리고, 좋은 일이 있으면 백성에게 돌린다. 자신에게 잘못을 돌리면 나를 두려워하고, 백성에게 좋은 일을 돌리면 백성이 기뻐한다. 기쁨을 백성에게 돌리고, 두려워함을 나에게 끌어옴, 이것은 현명한 군주가 백성을 다스리는 방법이다.
(456) “신이 원하건대, 역아易牙와 수조豎刁와 당무堂巫와 위衛공자 개방開方을 멀리 하십시오. 역아는 요리로 공을 모셨습니다. 공이 ‘아기(兒子) 삶은 것은 먹어 보지 못했다’고 하니, 그는 제 자식을 죽여 삶아서 공에게 바쳤습니다. 사람의 정은 자기 자식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데, 자식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어떻게 공을 진정으로 아끼겠습니까? 공께서 여색을 좋아하시고 다른 남자를 꺼리니, 수조는 스스로 환관이 되어 공을 위해 궁녀를 다스렸습니다. 사람의 정은 자기 몸을 아끼지 않음이 없는데, 자기 몸도 아끼지 않는 사람이 어떻게 공을 진정으로 아끼겠습니까? 공자 개방은 공을 섬기느라 15년이나 자기 부모를 보지 못했는데, 제나라와 위나라는 며칠밖에 걸리지 않는 거리입니다. 자기 어버이를 사랑하지 않는데, 어찌 공을 섬길 수 있겠습니까?
신은 꾸밈이 오래가지 못하고, 은폐된 거짓은 오래가지 못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들은 평생 착한 일을 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 죽음 또한 반드시 좋지 않을 것입니다.”
(459) "공께서는 거나라에 도망가 계실 때를 잊지 마시고, 관중은 노나라에 붙잡혀 있을 때를 잊지 마시며, 영척은 수레 아래에서 소 먹이던 일을 잊지 마십시오."
(462) 채색으로 채색을 꾸미면, 내가 어찌 그것의 아름다움을 알겠습니까? 흰 색으로 흰 색을 꾸미면, 내가 어찌 그것의 좋음을 알겠습니까? 중보께서 나에게 선한 것을 말하고 악한 것을 말하지 않으면, 내가 어찌 선한 것이 선한지 알겠습니까?"
제33편 사칭四稱 ; 정치 지도자의 네 가지 모습
제34편 정언正言(亡)
【제12권】
제35편 치미侈靡 ; 경기 부양의 조건
(473) 교화 같은 것은 표연히 먼 가을 구름 같아서 사람의 몸에 미치고, 그윽하게 고요한 밝은 달 같아서 사람의 뜻을 움직여서 원망하게 하고, 탕탕히 흐르는 물 같아서 사람이 생각하게 하니, 사람에게 돌아갈 마음이 생기게 합니다. 교화하기 시작할 때 스스로 반드시 준비하는데, 비유하면 가을 구름이 보이기 시작한 것 같으니, 현명한 사람이 어리석은 사람을 교화합니다. 경敬으로 그들을 대하고 사랑으로 그들을 부리는데, 마치 신산에 울타리를 치고 제사지내는 것과 같으니, 현명한 사람은 적고 어리석은 사람은 많아도 현명한 사람이 어리석은 사람을 어떻게 교화하지 못하겠습니까?
(474) "너무 부유한 사람은 부릴 수 없고, 너무 가난한 사람은 부끄러움을 알지 못합니다. 물은 평평하면 흐르지 않고, 근원이 없으면 빨리 마릅니다. 구름은 평평하면 많은 비가 내리지 않고, 짙은 구름이 없으면 비가 와도 빨리 그칩니다. 정령은 화평하되 위엄이 없으면 행해지지 않습니다. 사랑하되 친함이 없으면 아무렇게나 흐르고, 친근한 신화가 쓰여야지 쓰이지 않으면, 비유하건데 서로 피하며 원망하는 것과 같습니다. 단점이 있는 이를 윗자리에 두고 장점이 많은 이를 아래 자리에 두어서, 헤아림 없이 쓰면 근본을 위태롭게 합니다."
(476) 그러므로 해와 달의 밝음은 (때에 따라) 비바람에 응하여 나타나니, 하늘을 덮는 바와 땅이 싣는 바는 이 백성의 기쁨입니다. 업적이 있지 않는데 천지에 짝함은 천자의 일이 아닙니다. 백성은 변하는데 (천자가) 변할 수 없으면, 나무 막대기에 가죽을 싼 것이요, 백성은 변혁하는데 천자가 변혁할 수 없으면, 복종시킬 수 없습니다. 백성은 진부한 법을 믿다가 죽고, 제후는 무너지고 변한 것을 끊지 않다가 죽습니다."
(477) 마음이 상한 사람은 힘을 다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지극한 즐거움을 누리고, 알에 치장한 뒤 삶아 먹고, 땔감에 조각한 뒤 불을 때게 합니다.
(479) “성인은 음양을 다스리기 때문에 겉은 평정하고, 마음속은 고요합니다. 감정을 따르는 사람은 정신을 상하고, 바탕을 아름답게 하는 사람은 문채를 상합니다. 아름다운 것을 변화시키는 사람은 명분에 응하고, 아름다운 것을 변혁하는 사람은 때에 응합니다. 그 단서를 예견하지 못하는 사람은 재앙이 미칩니다. 그러므로 땅의 이로움을 원인으로 하여 하늘이 가리키는 것을 받들어 좇아야 합니다.
(481) “뿌리가 깊은 나무는 베지 말고, 굳어진 일에는 들어가지 말고, 깊이 관찰한 일은 가리지 말고, 착하지 않은 행실은 돕지 말고, 빛나고 밝은 일은 없애지 말고, (야심이) 생겨서 번성하는 것을 제지하려면 때를 잃지 마십시오.
(483) "군주가 정치를 하면서 사대부를 (자기보다) 우선시하면, 이는 스스로를 범하는 것이고, 백성을 뒤로 돌려서 소홀히 하는 것은 스스로를 약하게 하는 것입니다.
(486) "분묘를 크게 하는 것은 빈민을 고용하는 방법입니다. 분묘를 아름답게 꾸미는 것은 조각하는 사람을 고용하는 방법입니다. 관곽을 크게 하는 것은 목공을 고용한느 방법입니다. 옷과 이불을 많이 장만하는 것은 여공을 고용하는 방법입니다. … 이렇게 하여 서로 먹고 산 뒤에야 백성이 서로 이롭고, 전쟁을 수행하는 대비에 합당할 것입니다."
(488) “지극히 살피면 군주가 스스로 현명해집니다. 그러므로 군신이 함께 일을 관장합니다. 군신이 함께 일을 관장하면 군신의 지위가 균등하여, 이로써 군주가 스스로 현명하다고 자신하면 이익이 없어서 망하게 된다는 것을 압니다. 군주가 현명하다고 자신하면 패망하고, 현명한 신하를 등용하면 창성합니다.
(491) 힘이 비슷하면 싸우고, 지키면 공격합니다.
(494) “군자란 신민을 바로잡으려 힘쓰는 사람이지, 바로잡히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가벼운 사람은 가볍게 대하고, 무거운 사람은 무겁게 대해야 앞뒤가 어지럽지 않습니다. 무릇 가벼운 사람은 녹봉을 조종하여 가벼이 하면 부릴 수 있고, 중한 사람은 가벼이 움직이게 할 수 없으미, 경중에는 분별이 있습니다. 무거운 사람은 나라를 다스리게 하고, 가벼운 사람은 군주를 위하여 죽게 합니다. 녹봉을 너무 많이 주지 말아야 하니, (그러지 않으면) 나라가 가난해져 쓰임이 부족해집니다. 상을 지나치게 주지 말아야 하니, (그러지 않으면) 은택을 좋아하여 항상 얻는 바가 없으면 싫어하게 됩니다.”
(497) “이익을 폐지할 수 없기 때문에 백성이 유통합니다. 신을 폐지할 수 없기 때문에 그것을 섬깁니다. 천지는 머무를 수 없기 때문에 움직이고 변화하며, 그러므로 새로움을 따르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천도를 얻은 사람은 높은 자리에 있어도 무너지지 않고, 사람의 마음을 얻은 사람은 낮은 자리에 있어도 이길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성인이 이를 중시하고, 군주가 이를 중시한 것입니다.
(497) 천지는 신神의 움직임과 같으니 변화란 천지의 지극함(極)입니다. 변화에 순응하여 일어나면 왕노릇하고, 운용하면 상도常道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500) "정확하지 않은 정령으로 나라를 다스릴 수 없고, 뜻을 왜곡하여 교묘하게 꾸미는 말은 도가 될 수 없습니다. 때에 맞게 정사를 하면 때에 순응하게 될 것입니다. 억지로 하지 않음을 도로 삼고, 자연에 맡김을 행위로 삼으니, 세상을 피하는 방법을 취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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