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북

연구원들이

  • 호정
  • 조회 수 3331
  • 댓글 수 3
  • 추천 수 0
2007년 12월 3일 02시 51분 등록

동양과 서양, 그리고 미학

장파(張法) / 푸른숲


1. 저자 소개

장파(張法) (1954~ ) 중국 미학자

한국에 번역 출간된 그의 저서는 본서인 <동양과 서양, 그리고 미학 (中西美学与文化精神>이 유일한 듯 하다. 철학 및 미학 학계에서는 모르겠으나 일반인에게는 그리 알려져 있지 않은 학자라 그런지, 국내에서의 그에 대한 자료는 미미했다.

그가 재직하고 있다는 중국인민대학 철학대학원 사이트를 방문해보았으나, 얼굴이 잘 안 보이는 사진 한 장에, 최근 갱신일이 2004년의 생각 밖에 간단한 소개 뿐이었다.

“장파(張法), 사천(四川)인, 1954년생, 철학학사. 현재 중국인민대학철학종교학 교수이며 박사과정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제4회 霍英东 연구기금 수상하였으며, 미국 하바드 대학에서 2년간 방문교수를 지냈다. 중국미학사, 미학이론, 중서비교미학, 서방미학사 등의 영역에서 깊이 있는 연구와 성과를 이루었다. 저서에 <동서문화와 예술정신>, <20세기서방미학>, <중국미학사>, <미학도론(導論)> 등이 있다. 이중 <동서문화와 예술정신>은 한국어로 번역되어 한국 내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현재 기독교 예술과 중국 예술사 연구를 진행중이다.”

한국어로 번역되었다는 <동서문화와 예술정신>은 본서와 제목이 약간 상이한데, 잘못 표기한 것인지 국내에서 번역된 다른 저서가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국내에 저자의 다른 책이 발간되었는지 찾아보았으나 찾지 못했다. 아마 오기(誤記)가 아닐까 한다.


저자가 속해 있는 학술 단체로 파악되는 ‘美學硏究’ (www.aesthetics.com.cn)와 교육 연구 조사 기관인 ‘China Education and Research Network’ (www.edu.cn)에서 추가 자료를 찾아 정리해 본다

장파(張法)
1954년 총칭(重慶)에서 출생하였으며, 1982년 7월 쓰촨(四川)대학 중문과 졸업, 문학학사를 취득하였다. 1984년 12월에는 북경대학 철학과 미학 전공으로 철학석사 학위를 받는다. 이후 장기간 중국인민대학 철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박사과정 대학원생을 지도중이다. 또한 쓰촨외국어대학 중외문화비교연구센터 주임으로 있다.

미국 하바드 대학 (1996-1997), 캐나다 토론토 대학 (2002-2003), 방문교수를 지냈다. 학술 겸직으로 중화미학학회상무이사회 (1998~), 중국비교문학학회이사 (1998~), <고등교육기관문과학술문집(高等学校文科学术文摘)> 학술위원 (2004~), <철학동태(哲學動態)> 편집위원을 맡고 있다.

14편의 저서(공저 3편 포함)과 100여편의 논문이 있다. 그의 논문은 9차례 걸쳐《新华文摘》에 전문 게재되었으며, 자료미학, 문예이론, 종교철학, 외국철학, 중국현당대문학연구로 분권(分券)되어 중국인민대학에서 다시 발간하였다. 또한 <중국사회과학문집(中国社会科学文摘)>,<고등교육기관문과학술문집(高校文科学术文摘)>,인민일보人民日报,광명일보光明日报 등의 매체에서 발췌 게재되었다.

제4회 霍英东 연구기금을 수상하였고(1994), 북경시 사회과학 백인공정 입선하였다(1995). <중국예술학>(1997)으로 제11회중국도서상을 수상하였으며 (1998),. 전국 사회과학기금 우수성과 2등을 수상하였다(1999). 장강학자 (长江学者 : Chang Jiang Scholars Program, 중국교육부와 홍콩기업인 리쟈청(李嘉誠)이 주관하는 학술 장려 프로그램) 특별초빙교수로도 선정되었다 (2006).

주요 저서는 다음과 같다. (1995년 이후 위주)

1、《중서미학과 문화정신(中西美学与文化精神)》
북경대학출판사1994年版, 1998년 대만版, 2000년 한국어版
2、《천년화하예술개관(艺海泛舟--千年华夏艺术一瞥)》해천출판사 1999년版
3、《미학도론(美学导论)》중국인민대학출판사1999년版
4、《불교 세계를 묻다?(询问佛境)》종교문화출판사2000년版
5、《중국미학사(中国美学史)》상해인민출판사2000년版
6、《별양감오(别样感悟)》사천인민출판사2001년版
7、《전지구화시대로 가는 문예이론(走向全球化时代的文艺理论)》안휘교육출판사2005년版

공저
1、《중국예술학(中国艺术学)》(5인공저, 제1저자)고등교육출판사1997년版
2、《예술철학(艺术哲学)》(3인공저, 제1저자)중국인민대학출판사1999년
3、《중국어 속의 서방미학(汉语语境中的西方美学)》(4인공저, 제2저자)안휘교육출판사2000년

그의 논문 중 《90년대 중국문예 세 제의(90年代中国文艺三题议)》는 한국에 수입되어 <중국신시기문학입문>(김양수 저 / 토마토출판사, 1995) 에 게재되었다.

국제강연으로 2000년 한국 나비예술센터에서 <동서방문화에서의 예술문제>을 강연하였다. 강연록이 한국에서 한국어 영어 대조로 발간되었다고 하나 찾기 어려웠다.


약 20년에 걸쳐 14편 정도의 저서와 100여편의 논문. 그리고 몇몇의 대외 활동으로 연구 활동의 활발함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잘 안 된다. 아마 비슷한 분야에서의 학도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번 도서인 <동양과 서양, 그리고 미학>을 보자면 깊이가 깊고 넓이가 방대할 진대, 이를 미루어 보면 아마 상당히 성실하고 활동적인 연구 활동을 펼치고 있을 것이라는 것이 감히 하는 짐작이다.

저서와 논문을 보면 저자의 전공인 미학 뿐 아니라 철학 종교학 예술학 문학 등을 넘나들고 있음을 알게 되는데, 저자는 여러 방면에 걸쳐 박학한 지식과 견해를 보유하고 있을 것이다. 사실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일지 모른다. 인문학의 경계는 칼로 무 자르듯 명확히 경계지어질 수 없으므로.

저자의 해외 활동을 보면 미국과 캐나다 각 2년의 연구 기간을 제외하면 해외 활동은 별로 없는 편이다. 그런데 그 가운데 한국어판 번역서가 있고 강연 경험도 있으니, 그에게 한국과의 인연은 아주 작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추측을 해본다.

유감스럽게도 이전에 알고 있는 중국의 학자는 거의 전무하였다. 이번 책을 통하여 장파(張法)라는 인물을 알게 되었음이 왠지 모를 뿌듯함으로 다가온다. 저자의 나이 53세이니 (저자의 개인 사정은 알 수 없지만) 아직 연구할 수 있는 시간이 앞으로 많이 남아 있으리라 여긴다. 앞으로 이번 책과 같은 또 다른 역작을 기대해 본다.

마지막으로, 저자 소개 중 사실과 다른 부분이 보이면 지적하기를 바란다.


2. 가슴으로 들어오는 구절

서론

23 학문의 고전적 의미. 1.과학의 기본 원리는 보편적으로 유효하며, 어디에 적용해도 정확하다. 2.추상적 개념 세계는 구체적 현실 세계와 근본적으로 상응한다.

24 동일한 현실이라도 상이한 패러다임으로 설명될 수 있다. 패러다임으로서의 이론은 현실에 대한 유일한 해석이 아니며, 그것의 정의 역시 보편 타당한 것은 아니다. 그것은 일정한 범위를 지니며, 그 범위를 넘어서면 타당성을 잃게 된다. 패러다임은 영원할 수 없으며, 변화와 전화의 가능성을 내포한다.

25 법칙 공리 본질 정의 등이 보여주는 것은 순수한 객관 세계의 본질 자체가 아니라, 인간과 세계가 상호 작용한 기호의 체계이다. 그것은 자연의 한 측면이 현현한 것이지 결코 유일한 현현이 아니다.

26 현대 정신을 지닌 비교학은 기본적으로는 새로운 참조 체계를 도입한 연구이며, 새로운 참조 체계의 도입을 통해 이전의 참조 체계로는 드러낼 수 없었던 새로운 사물의 성질을 드러냄으로써 사물에 대한 인식을 심화시키는 것이다.

30 중국 문화의 문화 세력. 하나는 수천 년의 역사를 지닌 전통 문화. 다른 하나는 역시 수천 년의 역사를 가지고 먼저 현대화로 나아간 서구 문화, 마지막 하나는 마르크스 레닌 그리고 스탈린의 사상이 융합된 소련 문화

32 중서 비교에서 중국의 경우는 시대적 차이에도 유의하면서 유파의 차이에 더 주목해야 하고, 서구의 경우는 유파의 차이에 유의하면서도 시대적 차이를 더 중시해야 한다.

1 문화정신

35 문화 정신을 논함은 다음 두 가지를 의거한다. 1)보편성을 지닌다는 점. 문화성을 띤 사실적 기초가 있다는 것. 2)특수성을 지닌다는 점. 미학과 연결

36 “밖으로는 자연의 변화를 본받고, 안으로 마음의 근원을 체득해야 한다.(外師造花, 中得心原)”는 신조를 갖고 창작에 임한다.

37 형이상학에 대한 이성적 이해가 철학이고 초이성적 이해가 신학이다.

38 ‘道’는 구체적 사물이 아니지만, 도가 있기 때문에 모든 사물과 온 세상은 지금의 양상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氣는 ‘도’의 생성 운행 변화를 설명한다. 그리고 그 생성과 운행, 변화에는 법칙이 있는데, 그것이 ‘理’다.

46 결국 서구 문화는 실체의 차원에서 세계를 바라본 것이며, 언제나 실체의 세계를 그려 내려는 강박 관념 속에서 실체와 허공의 모델을 벗어나지 못했다.

47 중국의 無, 생성하고 변화하고 창조하는 작용으로 충만한 기를 뜻한다. 기는 떠돌아 흐르다가 만물을 파생시킨다. 기가 모이면 실체가 되고 실체의 기가 흩어지면 그 사물은 없어져 다시 우주의 기가 된다.

48 무 역시 기로서 유형의 사물의 시작이며 유형의 사물이 죽어 기가 흩어진 후 돌아가는 귀속처이다. 유와 무, 실체와 허공은 기의 두 가지 양상으로 이해되며 확연히 대립되지 않는다.

49 물체 중 가장 근본저일 것도 역시 기이다. 기는 본래 작용성을 지닌 힘이다. 그것은 관찰할 수는 있지만 그보다는 경험에 더 의지해야 하며, 분석할 수 있지만 몸으로 느껴 깨달아야 한다.

63 정체를 떠나 부분을 얘기할 수 없고, 정체 공능을 떠나 구조를 얘기할 수 없다. 정체 공능은 정체가 부분을 규정하는 것이지, 부분이 정체를 규정하는 것이 아니다.

64 중국의 정체 공능은 미지 부분의 정체 공능, 즉 기를 포함한다. 그 정체성의 현현은 정체적인 기가 각 부분으로 주입된 결과이며, 여기서 각 부분의 실체적 구조는 상대적으로 부차적인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체성이 주입된 실체적 구조 속에 담긴 기이다.

66 형식 원칙으로 말미암아 서구 문화의 형식이 부단히 변화. 발전했다면, 정체 공능으로 말미암아 중국 문화는 시대적 수준을 넘어서 앞서 나갈 수 있었고 또한 이 때문에 문화적 停滯를 겪어야 했다.

70 인간은 자신의 힘만으로는 세계를 명로하게, 확정적으로 그리고 이성적으로 인식할 수 없고, 도구에 의지해야만 한다. 세계와 자신에 대한 인간의 인식은 도구에 의거해서 이루어진 것이다. 인간의 이성도 사실은 도구를 척도로 삼는 것이고, 따라서 도구의 제약을 받는다. 이렇듯, 도구의 한계는 바로 인간 이성의 한계이다.

74 명료성은 그 자체로 모순을 내포하고 있다. 명료성은 사방을 밝혀 주지만 그 빛이 미치지 못하는 곳은 더 어둡게 만드는 등불과도 같다.

77 우러러볼수록 더 높아지고, 뚫을수록 더 단단해지고, 앞에 있어 쳐다보면 어느덧 뒤에 가 있는 그런 느낌이다.

80 중국인이 도달하려는 것은 도구에 대한 인식이 아니라 사물 자체에 대한 인식이며, 다만 그것은 도구를 매개로 해서만이 가능함을 깨달았던 것이다.

83 정체 공능의 모호성으로 말미암아 중국 문화는 이성적 직관을 중시했고, 도구의 중개를 초월했으며, 우주 전체의 법칙을 직접적으로 체득할 수 있었다.

84 기 음양 오행의 우주는 순수 자연적 우주가 아니라 문화적 우주이다. 그런데 중국인은 표층을 초월했기 때문에, 스스로가 우주의 본심과 마주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2 미학의 총체적 비교

87 손가락이 가리키는 것은 달이므로 달을 보면 손가락의 존재를 잊어야 하듯이, 말은 의미 전달이 목적이므로 의미를 파악하면 말 자체는 잊어버려야 하는 것이다.

87 배움에 있어서도 스승의 마음을 파악해야지 스승의 흔적을 좇아서는 안 된다.

미학의 첫 번째 기초 본질론, 두 번째 기초 주체 심리의 분류. 세 번째 분류 예술의 통일성.

88 고대 중국인은 주체 심리를 서구의 기하학 분류처럼 지성 감성 의지로 명확히 구분하지 않았다. 오히려 인간의 심리를 하나의 정체로 파악하고 그 정체 공능을 파악하고자 하였다.

89 정체 공능의 차원에서 보면, 한 사물에 대한 상이한 개념들은 모두 그 사물의 구체적인 표현 양상에 대한 묘사이다.

91 중국에는 미가 하나의 학문을 형성할 수 있는 세 가지 기초 중 한 가지도 없었기 때문에, 중국 미학에 미적 논의만 있고 학문은 없는 존재 양상을 드러낸 것은 필연적이다.

105 중국 미학의 이론 체계는 세 방면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1)중국 문화의 근본 성질인 도-음양-와 오행의 우주, 그리고 그것의 운행, 2)구체적인 연구 대상의 발생, 발전, 즉 시공간적 서열, 3)정체 속의 개체를 개괄하는 두 가지 방식, 즉 정련된 문구 사용 방식과 유사성에 의거한 방식이 그것이다.

110 우리가 어떤 정의나 해석을 통해 예술적 언어를 추측하는 것이 아니라, 언어를 통해 의미를 파악하게 하고 언어를 통해 경계에 들어가, 그 경계 속에서 직접 느끼고 체험하며 깨닫게 하는 것이다.

111 무엇인가 말하긴 했지만 아무것도 말하지 않은 것이며,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지만 생생한 풍경을 통해 깊숙한 곳에 숨겨진 비밀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3 문화의 이상적 표현 : 和諧

120 음악 바람.

126 음악의 화해와 자연의 기가 상호 연관되어 우주적 화해의 기초를 이룬다면, 음식의 화하와 인체의 기의 연관 관계는 사회적 화해의 기초가 된다 하겠다. 이 두 가지 화해의 특색은 1)정치와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고, 2)기.바람처럼 모호한 공능성이 전달 매체가 되었다는 것이다.

128 우주적 정체적 화해는 중국적 화해의 중심이지 기초이다. 중국 문화의 화해 관념의 특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모든 존재를 포용하는 화해관이다. 2)시간을 공간화한 화해관이다. 3)대립하지만 서로 겨루지 않는 화해관이다.

130 상반상생

131 고대인은 사회적 화해의 규범인 禮를 우주의 정체적 화해 속으로 끌어들였다.

136 중국적 정체의 화해에서 중요한 원칙은 대립적인 요소를 조합하여 대립물이 충돌하지 않고, 상반상성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특징이 집중적으로 구현된 것은 음양의 화해와 오행의 화해라는 이론적 도식이다.

143 서구적 화해는 발전을 중시하며 대립물의 투쟁을 강조한다. 중국적 화해는 보존과 안정을 중시하며, 대립하되 서로 겨루지 않음을 강조한다. 대립물의 투쟁을 중시하는 서구적 화해에서는 개체의 힘이 부각된다. 대립은 일시적인 합의에 이르고 상대적 힘의 변화는 또다시 합의를 갱신한다. 중국적 화해는 정체적 협력을 강조한다.

150 건축, 서구 건축은 개별 건축의 아름다운 선과 비례로 화해를 구현하며, 개별 건축의 수적 화해로 화해를 구현한다. 중국 건축이 추구하는 것은 허와 실의 화해이며(태극도 모델), 서구 건축이 추구하는 것은 실체 사이의 화해인 것이다.(기하학적 모델)

152 중국 문화의 이상 추구는 순환적이며, 서구 문화의 이상 추구는 직선적이다.

153 천인 합일이 좌절되게 되었을 때 사대부들의 심리상태.
1) 도가의 길로 들어서 인간과 자연을 직접 화해시키는 것이다.
2) 군신의 길에서 버림받거나 혹 끝까지 들어가지 못하면서도 그 길로 나아가길 집착하며 꿈꾸는 것이다.
3) 개인적 화해의 실현에 대해서는 절망했을지라도 문화적 화해, 천도의 법칙은 여전히 깊이 신뢰하는 경우이다.

4. 문화적 곤경의 표현 : 悲劇

160 문명 발생시 도전과 응전은 인간과 자연 사이에서 일어나지만, 문명 성장시 도전과 응전은 인간과 자연 사이뿐만 아니라 인간과 인간, 계급과 계급, 사회와 사회, 민족과 민족, 문명과 문명 사이에서 일어난다는 데 있다.

160 비극 의식은 현실의 비극성을 정확히 인식하고, 도전이 비이성임과 응전이 초이성임을 정확히 감지하고 파악함으로써 형성된다.

165 서구. 부정을 통해 발전하는 문화에서는 비극만이 철학과 종교의 부족을 메울 수 있고, 인간으로 하여금 멸망을 인정하고 멸망에 대해 물으면서 끊임없이 발전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166 중국. 이런 보존형 문화가 보존되도록 하기 위해, 중국의 비극 의식은 유연하며 내면적이고 정감적이게 되었고, 여기서 비가가 나왔다.

169 서구. 부정의 부정을 통해 전진하는 문화는 멸망을 통해 더 높은 차원에서 새로 태어나는 것이다. 파괴.이상.초월

175 중국. 현실에 반항하고 현실을 넘어서려는 추구자의 감정에 추구하는 목표와의 거리감이 더해지면서, 목표인 님은 현실을 넘어선 이상적 존재가 되고, 이상의 상징이 되는 것이다......추구자는 그 순환 속에서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고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고, 이것은 안타까운 비애로 나타나게 된다. ‘정에서 시작되어 예의에서 그치는’반응양식.

182 우리는 중국인이 진퇴양난의 모순 속에서 개인의 욕망을 천지 법칙에 의거한 ‘예’에 복속시킴으로써 분쟁을 없애고 안정 국면으로 나갔음을 알 수 있다.

184 중국의 비극 인물들은 감정으로 인해 자신을 파멸시킴으로써 예의 편면성을 폭로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마음의 한 구석에 묶어 둠으로써 예가 유지되게끔 한다. 이러한 감정이 슬픔으로 변하여 눈물이 될 때, 이는 문화적 예의 완정성과 신성함을 손상시키지 않는다.

198 서구 비극에서 진리 추구의 파멸 과정은 대부분이 지와 무지의 고통이 변증법적으로 전환되는 과정이다.

199 진리 추구에서 진리는 미지로 나아가는 역정으로, 자아 부정을 통해서만 도달할 수 있다. 그러나 예의 수호에서 ‘예’는 이미 결정된 원칙으로, 확고한 믿음만 있으면 목숨을 걸고 지킬 수 있다. 따라서 중국의 정치 비극에서 주인공은 절대로 자아를 부정하지 않는다.


3. 저자되기 및 감상

종종 우려하는 바이지만, 중국 사상 혹 정신이 동양의 그것으로 바로 동질화되어버리는, 즉 ‘중국 사상 = 동양 사상’ 이라는 등식 관계가 섣불리 지워지는 성급함을 또 보게 된다. 이 책의 원제가 <中西美學與文化精神>(중서미학과 문화정신) 인데 번역 제목은 왜 <동양과 서양, 그리고 미학>일까? 어떤 북리뷰에서는 ‘동.서 문화의 차이에 따른 미의식의 차이를 비교 문화철학적 방법을 통해 드러내 준 역작이다’ 하였는데 왜 동.서 문화인가? 중국 사상 문화가 동양에서는 대표격이라는 데에는 이의를 달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나, 이런 일반화에 앞서 모종의 이해와 양해를 구해야 하지 않을까. 더군다나 같은 동양인 한국에서는 말이다.

이에 또 하나 연결되어 우려 혹 염려되는 바는 중화주의(中華主義)이다. 이는 일종의 자국 우월주의로, 중국 주변국들이 자각하고 있어야 하는 바라고 여긴다. 유중하 교수가 중화중의를 염려하여 던진 질문에, 저자는 고대의 상하(上下)모델은 평화주의인 조공(朝貢)의 체계였으며 이런 전통은 패권주의로 변화할 수 없다는 것, 그러므로 중국이 강대해진다면 그것은 동아시아에 복음이 될 것이라고 답한다. 그런데 나는 여기서 역시 중화중의가 느껴지니 이는 억지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중국과 서양의 정신과 미학 관련 도서를 추천하라 하면 이 책을 집어들 것이다.

너무나 아쉽게도, 나는 이 책을 다 읽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 책 전체 내용을 아우르는 서술을 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이 책은 초반 ‘학문’과 ‘문화정신’ 의 개념부터 나의 기존 상념들을 박살내기에 충분했다.

대부분의 경우 객관적 세계가 있다 여기고, 명확함을 좋아하는 나는 서구 기준에 단단히 물들어 있는 듯 했다. 소위 진리로 여겨지는 법칙 정의 공리 등은 인간과 세계가 작용한 기호 쳬계일 뿐 결코 유일한 현현이 아니라는 것, 인간의 의식은 도구에 의거하며, 따라서 도구에 의지하며 제약을 받는 다는 것, 명료성은 그것이 미치지 못하는 곳은 더 어둡게 만든다는 명료성의 모순 등은 나에게 새로운 시각이었다.

서구의 Being 은 고정된 실체(substance) 개념으로 無와는 분리되는데 반해, 중국에서의 無는 생성하고 변화하고 창조하는 작용으로 충만한 氣를 뜻한다. 기는 떠돌아 흐르다가 만물을 파생시키니 이것이 有이며 유와 무, 실체와 허공은 기의 두 가지 양상으로 이해되며 확연히 대립되지 않는다. 이쯤 되니 道와 氣와 理의 관계도 나오게 된다.

‘‘道’는 구체적 사물이 아니지만, 도가 있기 때문에 모든 사물과 온 세상은 지금의 양상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氣는 ‘도’의 생성 운행 변화를 설명한다. 그리고 그 생성과 운행, 변화에는 법칙이 있는데, 그것이 ‘理’다.‘

또한 서구에서는 명료함을 추구하지만 중국에서는 혼돈을 그냥 두며 그 안에서 조화를 추구한다.

미학을 논함에 있어 서구와 중국은 당연히 이런 의식이 녹아 있음을 주지할 수 밖에 없고, 저자는 화해, 비극, 숭고, 부조리와 소요 등의 다양한 테마들로 미의식을 풀어낸다. 그리고 창작과 감상의 방식으로도 서술하였다.


번역은 대체로 잘 된 것으로 여겨진다. 번역 시 원문에만 깊이 빠져있다 보면, 특히 형이상학적인 글에서는 자기만 아는 서술을 하기 쉬운데, 본서는 일반 독자 입장에서 배려를 많이 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책 내용이 관념적 추상적인 부분이 많아 더욱 돋보인다. 번역자들의 노고가 곳곳에 묻어난다.

이 책은 여유를 갖고 정독하며 음미가 필요한 책으로 보여진다. 사실 본인도 그 부분이 부족했으며, 이번에 읽은 그 많지 않은 부분에서도 알듯 말듯 한 부분이 여럿이다. 그래도 이 책이 서구를 참조 체계로 비교하여 중국의 미의식을 보여주려는 시도를 하고 심도 있게 서술하였음은 새로운 호기심과 흥미를 자아낸다.
IP *.120.66.213

프로필 이미지
호정
2007.12.03 07:46:09 *.244.218.10
음... 다시 보니... 역시 고치고 싶은 부분이 보이는군요.
프로필 이미지
부지깽이
2007.12.04 14:02:38 *.128.229.81
글은 좋아 졌으나 읽기를 게을리하는구나. 읽기를 게을리하면 어두워지는것이냐 아니면 위태로워 지는 것이냐 ? 오늘 보지 못하면 다시 보지 못할 수 있다. 글귀도 사람과 같아 그때 만나지 못하면 10년을 기다려야 할 지모른다. 그래도 다시 만나면 운이 좋은 것이다. 책이 몇 권남지 않았는데, 너는 게으른 모양이구나. 길어서 그러냐 , 민선아 ?
프로필 이미지
호정
2007.12.05 12:30:22 *.244.218.10
읽기는 學이면서 思이니 어두워지는 것과 위태로워지는 것 둘 다 해당되겠네요...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212 [번역002] 제 1장 Living the Mystery [3] [2] 香山 신종윤 2007.12.14 2169
1211 [국화와 칼] 서양과 다른 동양, 한국과 다른 일본 여해 송창용 2007.12.14 7067
1210 (34) 국화와 칼 - 루스 베네딕트 [3] 時田 김도윤 2007.12.16 2407
1209 [36] 국화와 칼 /루스 베네딕트(수정) [1] 한정화 2007.12.14 2233
1208 국화와 칼(菊と刀) / 루스 베네딕트 [3] [2] 香仁 이은남 2007.12.19 2301
1207 [36] 국화와 칼/ 루스 베네딕트 [1] 써니 2007.12.12 2349
1206 국화와 칼 - 루스베네딕트 [2] [4] 우제 2007.12.12 2341
1205 국화와 칼 / 루스 베네딕트 file [1] 호정 2007.12.11 4463
1204 (35) 동양과 서양 그리고 미학 : 장파 박승오 2007.12.10 2359
1203 국화와 칼 : 루스 베네딕트 소현 2007.12.10 2319
1202 시간을 정복한 남자, 류비셰프 [2] 자로 2007.12.09 6003
1201 아름다운 경영 [8] 한명석 2007.12.09 2314
1200 [독서35]동양과서양,그리고 미학/장파 素田 최영훈 2007.12.07 2718
1199 [35] 동양과 서양, 그리고 미학/장파 校瀞 한정화 2007.12.10 2861
1198 동양과 서양, 그리고 미학 / 장파(張法) 香仁 이은남 2007.12.06 4644
1197 [번역001] 서문 - Change Your Thoughts...... [2] 香山 신종윤 2007.12.06 2158
1196 (33) 동양과 서양, 그리고 미학 - 장파 file 時田 김도윤 2007.12.06 2651
1195 [35] 동양과 서양, 그리고 미학/ 장파 써니 2007.12.03 3150
1194 마르코폴로의 -동방견문록 우제 2007.12.04 2564
» 동양과 서양, 그리고 미학 (中西美學與文化精神) / 장파(張法) (1) file [3] 호정 2007.12.03 3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