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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월 10일 08시 50분 등록
동양화 읽는 법
조용진


동양화 그림은
왜 같은 구도의 같은 소재의 그림이 그렇게도 많은가?
왜 같은 시기에 피지 않는 꽃이 한 화폭에 그려질까?
이런 의문을 품게 한다.

이 책《동양화 읽는 법》은 그런 의문을 풀어준다. 그런 의문 뒤에는 동양의 문화, 조금 범위를 좁힌다면 지배층 혹은 선비들의 문화가 숨어있다. 동양 문화권에서는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중국의 글자인 한자는 모양을 본뜬 글자이다. 그러니, 글과 그림은 둘이 아니다. 이런 관점에서 시작한다면 ‘동양화를 본다’는 것은 ‘동양화를 읽는다’는 말로 쉽게 대치할 수 있다. 저자가 책에서 설명한 동양화 읽는 법은 그림을 편지글을 읽는 것처럼 보게 한다. 그림들, 특히 새나 풀, 물고기를 그린 그림에는 기원이 담겨있는 경우가 많고, 산수와 인물이 같이 배치된 것들에는 선비들이 추구하는 이념들이 담겨있다.

저자가 설명한 그림 읽는 법을 알게 된다면, 단지 그림 속에 담긴 아름다운 형상만을 쫒는 것이 아니라, 그림을 소유한 사람의 형편과, 그림을 그린 이의 마음까지 알게 될 것이다.

Ⅰ. 저자에 대하여
저자 조용진은 1950년 2월 19일 충청남도 서천에서 태어나, 홍익대학교와 대학원에서 한국화를 공부하고, 카톨릭대학교에서 7년간 미술해부학을 연구하였다. 일본의 동경예술대학에서 미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6년부터 홍익대학교, 충북대학, 국민대학 등 미술과에서 강의를 맡았으며, 군산대학교, 홍익대학교, 서울교육대학에서도 강의를 맡았다. 현재는 한남대학교 미술대학 교수로 있다.

저자는 의과대학에서 해부학을 공부하면서 해부학 연구 방법들을 미술학 연구에 적용할 수 없을까 고민하던 중 1976년 봄부터 동양화에 대한 소재를 틈틈이 정리하다가 거기에서 독화하는 법칙을 발견하였다. 그 법칙은 《동양화 읽는 법》의 머리말에서도 밝혔듯이 ‘화가가 나타내고자 하는 뜻을 문구로 미리 정하고 이 문구와 발음이 같은 사물을 택하여 그림으로 그리는 방식’이다. 저자는 자신의 궁금증을 해소한 것을 책으로 엮어 냈다.

최근 저자는 해부학 분야 중 얼굴 부분을 집중적으로 연구하여 얼굴관련 주제라면 빠지지 않는 전문가로 알려졌다.

《불상계측법》,《인체와 미술문화》,《동양화 읽는 법》,《서양화 읽는 법》,《채색화 기법》,《풀과 벌레를 즐겨 그린 신사임당》《얼굴, 한국인의 낯》이 있으며, 최근(2007년 10월)에는《미인》이란 책을 출간하였다.

Ⅱ. 가슴으로 읽는 글귀(인용)

[11] 동양화를 감상하면서 느꼈던 여러 가지 의문들이 있었다. 동양화에는.... 서로 피는 시가가 다른 꽃들이 한 화면에 활짝 핀 상태로 그려진다든지, 별로 멋있지도 예쁘지도 않은 소재가 자주 주제로 채택된다든지, 서양화에서처럼 동물화, 식물화 등으로 화목을 구분하지 않는다든지, 또 일정한 형식으로 수 백년 동안 같은 그림을 그린다든지 하는 것들이었다.

[12] 화가가 나타내고자 하는 뜻을 문구로 미리 정하고 이 문구와 발음이 같은 사물을 택하여 그림으로 그리는 방식이었다.

1. 동양화 감상에서 발견되는 의문들

[21] 동양화를 대할 때 갖는 의문점
1) 이치에 맞지 않는 일들의 그림이 그려졌다.
2) 실제 있지 않았던 일들이 마치 있었던 것처럼 가상적으로 그려졌다.
3) 고금을 통하여 동일한 형식의 그림이 계속 그려졌다.

[25] “자연을 보고 문든 아름다움을 느껴서 이를 표현해 보고자 하는 충동 때문에” 그림이 그려진다면 옛날 사람들은 메추리를 예쁜 새로 보았기 때문에 그렸단 말인가?
* 의문1에 대하여

[32] 본능적인 느낌도 이미 알고 있는 어떤 형태의 지식이든 이에 비추지 않고서는 형성도지 않는데, 하물며 극히 분화된 느낌에 속하는 예술적 감동이야말로 이미 “알고 있는 바”를 통하지 않고는 생길 수 없는 것이다.

[33] 우리가 우리 미술의 전통을 발견하고 이해하고자 한다면, 우선 그 시대, 그 예술을 만든 상태로 되돌아가 그들의 생각과 가치관, 즉 그 시대의 조명을 통하는 것이 순서이다.

[33] 이치에 맞지 않는 그림들을 그려온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 이유가 수천 년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리도 변화하지 않았던 것이고, 또 그 이유를 우리가 모르고 있기 때문에 우리 선조들의 그림에 대하여 여러 가지 오해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동양의 그림은 읽는 그림이었다.

[34] “시를 감상할 때는 그 시가 묘사한 정경을 볼 수 있어야 하고, 그림을 볼 때는 그 그림의 겉에 드러난 색깔이나 구도만 볼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시적인 정취도 간취해야 된다.” - 소동파

[35] 문관을 뽑는 과거에서처럼 화제(畵題)를 시제(時題)로 내걸었다. ..... 문학적 재능을 통하여 화원을 뽑았던 것으로 보아 그림은 읽는 것이라는 생각은 이때 이미 정착되어 있었을 것이다.

[37] 서화동원(書畵同源, 글씨가 그림에서부터 옴)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중국에서는 자연스럽게 같은 발음의 사물을 연상하게 되었고, 이것이 그림 그리는 데까지 적용된 것이다.

[40] 그림을 읽는 방법
1) 그려진 사물 이름을 동음이자(同音異字) 문구로 바꾸어 읽는 법
2) 그려진 사물이 갖고 있는 우화적(寓話的) 의미를 그대로 읽는 방법
3) 그려진 사물과 관련된 고전적(古典的) 문구를 상기하여 읽는 법

2. 동음이자(同音異字)로 읽는 법

[43] 일로연과도一路連科圖: 해오라기 1마리 + 연꽃 그림 : (한번에 잇달아서 과거(소과와 대과)에 급제하다)

[45] 민화의 까치와 표범 그림은 읽으면 비로소 뜻이 분명해진다. 소나무=新年, 표범= 報, 까치=喜 (새해를 맞아 기쁜 소식이 오다)
*정월의 소나무에 앉은 까치와 호랑이 그림(까치와 표범 그림)

[46] 호랑이는 백수의 왕이라 불릴 만큼 멋지고 뛰어난 동물이다. 그러므로 앞으로 뻗어 나가는 우리나라의 기상을 표상하는 동물로 부족함이 없다고 본다. 그러나, 만에 하나라도 표범이 바뀌어 호랑이가 된 것을 모르고 이 민화의 호랑이에서 힌트를 얻은 것이라면 몹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원리를 알면서도 바꾸었다면 이것은 훌륭한 일이다. 창의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잘 모르고 이렇게 하였다면 애석한 일이다.

[47] 읽은 소리가 같아서 같은 뜻으로 쓰인 예는 부지기수

[49] 소리가 같으면 고막에서 내측슬상체, 대뇌피질에 이르는 동안 같은 신경섬유를 통과함으로 일단 같은 뜻으로 해석하게 된다.

[49] 특히 한자는 표의문자(表意文字)이기 때문에 동음동성에서도 여러 자가 있어, 이런 일은 자주 일어날 수 있다.

[50] 잘 알려진 황진이의 <청산리 벽계수야...>도 이런 동음이자를 이용한 것으로 국문학에서는 중의법(重義法), 또는 희언법(戱言法)이라고 한다. 이것은 언어를 매개로 사고하는 사람의 특성일 뿐 아니라 다른 동물도 공유한 극히 원초적이고 본질적인 인식방법의 하나이다.

[51] 게를 갈대로 묶어 놓은 그림은 ‘전려(傳臚)’로 읽는다. ‘전시에 장원급제하여 임금이 내리는 음식을 받는다’는 뜻이다.
* 전로(傳蘆) = 전려(傳臚)

[52] 게 2마리가 갈대꽃을 물고 있으면 “이갑전려(二甲傳臚)”라고 읽는다.
“두 번의 과거에 모두 장원급제하여 임금이 내리는 음식을 받다”

[52] 옛날에는 이런 뜻이 있더라고 그림에 써 놓지 않았다. 왜냐하면, 우리 선조들은 그림과 글씨를 동일시 했기 때문이다.

[54] 흰색 사슴(白鹿)은 독음대로 “백록(白綠)”으로 읽는다.
사슴 백 마리가 그려 있어도 “백록(白綠)”으로 읽어 온갖 복록을 뜻한다.

[55] 목숨 수자를 16자 쓰면 회갑을 축하한다는 뜻이 된다. 그래서 “수(壽)”를 쓸 때는 1자만 쓰거나 16자 쓰거나, 아니면 100자를 쓴다.
향나무로 목숨 수자를 만들었으므로 백수(柏壽)=백수(百壽)로 읽는다.

[56] 왜 하필이면 16자를 쓰는가? 원래 16을 숫자 중에서 가장 음양이 조화된 수로 보기 때문이다. 1은 양수 중의 극양수요, 6은 음수 중의 극음수이므로 극음양이 조화된 수로 본 것이다. 그래서 16살을 청춘의 상징으로 삼았다.

[56] 죽석도
대나무와 바위를 함께 그리면 회갑축하의 뜻이 “축수(祝壽)”로 읽게 된다. 때로는 남천죽이 “축(祝)”을 대신하기도 한다.

[57] 바위는 수석(壽石)이므로 “수(壽)”로 읽는다.

[58] 패랭이꽃은 이름이 석죽화(石竹花)이므로 죽석(竹石)과 같이 축수(祝壽)의 뜻이다.

[59] 죽순과 대나무잎을 그리면 위축견손(爲祝見孫)으로 읽어서 손자 본 것을 축하한다는 말이다.

[60] 난초가 자손을 뜻하기도 한다. 난손(蘭蓀)=손(孫)이 되기 때문이다.

[61] 어느 모로 보아도 예쁜 곳이라고는 없는 박쥐가 경대 손잡이가 된 것은 복을 뜻하기 때문이다.

[62] 불수감은 모양이 박쥐 같아서 복을 뜻하므로 수를 뜻하는 복숭아와 함께 크게 그려 “대수다복(大壽多福)”이 된다.

[62] 박쥐가 복을 뜻하므로 무늬를 쓸 때는 반드시 다섯 마리를 넣는다.

[62] 《서경(書經)》의 <홍범편(洪範篇)>에 기록된 오복은 오래 삶(壽), 부자가 됨(富), 안락하게 삶(康寧), 덕을 닦음(修好德), 제 명을 마침(考終命)으로 이것은 동양인에게는 가장 이상적인 행복관이었다.

[64] 기러기(雁)와 갈대(蘆)가 나란히 있거나 앞뒤로 있어도, 또는 물고 있어도 모두 노안도(老安圖)가 되기 때문이다. 이 둘 사이에는 주종관계가 없기 때문에 서양화의 동물화처럼 기러기가 주인공이고 갈대가 배경이라고 볼 수 없다. 둘은 화면에서 등격의 가치를 갖는다.

[66] 참새는 기쁨을, 고양이는 70세, 고희를 뜻하기 때문에 이 그림은 고희 축하용이다. 이런 뜻을 위해서는 참새와 고양이는 서로 무관심한 자세로 화면에 공존하고 있다.

[67] 변상벽의 이 그림에서 까치(작鵲)와 참새(작雀)가 동일시된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은 한자의 독음이 서로 같기 때문이다.

[68] 고양이(묘猫)는 70세, 나비(질翐)는 80세를 뜻하므로 이런 것을 <모질도耄耋圖>)라 한다.

[69] 고양이를 국화옆에 그리면 ..... “유유자석 은둔해 살면서 고희를 맞다(隱居享耄)”라는 뜻이 된다.

[71] 서양에서는 좁은 영지를 서로 나누어 가졌던 봉건영주시대의 역사 때문에 은둔자는 염세주의자이거나 추방당한 사람일 수밖에 없었지만, 동양에서는 원래 물산이 풍부하고 땅이 넓었으므로 유유자적하게 지내면서 학문과 사색에 힘쓰는 사람이었다. 이렇게 해서 인품과 덕을 갖춘 사람이 되면 《역경(易經)》에서의 표현대로, 군자가 되면 표범의 무늬와 같이 뚜렷이 겉으로 드러나서 감출래야 감출 수 없게 되므로 저절로 현자라는 것이 임금이게까지 알려져 부름을 받게 되고, 이때 그의 경륜과 이상을 펴서 민생을 이롭게 할 수 있게 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출세요 선비들의 이상이었다. 그래서 말조차 은둔해서 실력을 기르다가 세상에 나가 경륜을 편다는 뜻의 “출세”였던 것이다.

[72] 동양에서는 부엉이를 “고양이 얼굴을 지닌 매”라는 뜻의 묘두응(猫頭鷹)이라고 부르기 때문에 역시 고희를 축하는 내용이 되는 그림이다.

[72] 그려진 사물을 한자로 바꾸어 읽는 방식을 화가나 감상자가 서로 약속하고 있었으므로, 그림 읽는 법은 동양화 감사에서 필수요건이다.

[73] 목련이 일명 목필화(木筆花)이므로 발음이 같은 반드시 필(必)과 목숨의 수(壽)를 뜻하는 그 옆의 바위가 합해져 “반드시 장수하리라(필득기수(必得其壽)”의 뜻이 된다.

[74] 동양의 화가들이 이렇게 글자의 의미로 바꾸어 그리는 일은 언어나 문자에 주술적인 힘이 있다고 믿는 습성 때문이다.

[76] 현대의 우리의 생각에는 매우 비합리적으로 여겨지지만, 우리 선조들은 결코 그렇게 보지 않았으며 이런 사고가 500여 년을 관통하여 내려온 것을 생각하면 오히려 동양식 합리라고까지 인정하고 싶다.

[81] 오리 압(鴨)자를 파자하면 “갑(甲)”이 되므로 오리는 장원급제를 뜻한다.
* 오리 2마리는 부부를 묘사한 것이 아니다. 2번의 시험, 초시와 전시를 의미한다.

[82] 부부간의 금슬을 뜻하는 새는 오리가 아니라 날개가 한쪽씩 밖에 없다는 비익조(比翼鳥)이다.

[82] 동양에서는 부부금슬과 자식교육은 별도로 생각했다. 《시경》에 나오는 저구(雎鳩)는 자웅이 너무 사이가 좋아 멸종하고 말았다 한다.
* 한쪽이 죽으면 따라 죽는 습성?

3. 우의(寓意)로 읽는 법

[85]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는 원앙새가 부부 금슬을 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서 결혼 첫날밤에 원앙이 수놓여진 비단이불을 덮고 잔다고 한다. 그러나 중국에서 원앙새는 이익조와 구분하여 자식(귀자貴子)을 뜻한다. 금슬 좋은 궁합(宮合)의 부부 사이에서 영리(怜利)한 자식이 나온다하여 귀자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생각해 보면 시집가는 딸에게 이불을 꿰매 주는 친정 어머니 마음이야 부부간에 금슬 좋게 살라는 뜻이 간절하겠지만, 딸이 금슬 좋게 살려면 우선 똑똑한 사내자식(貴子)를 낳는 것이 선결조건이었으므로, 이 이불을 덮고 첫날밤을 치루어 곧 귀한 자식을 잉태하라는 뜻으로 원앙금침을 해주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더 타당하다.
그래서 원앙새가 연못에서 노니는 그림은 <연생귀자도(連生貴子圖)>가 된다.

[89] 대개 포도나 호리병박 같이 주렁주렁 열매가 달린 모양을 그린 것은 다자(多子)와 통한다. 이런 그림에서는 반드시 덩굴에 매달린 채로 그리게 마련인데, 이렇게 해야만 “자손이 영원히 끊이지 않다(子孫萬代)”라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90] 호리병박 덩굴이 자손만대이므로 거기에 “꼬끼요~” 우는 장닭이 그려지면 “만대까지 공명을 누리다(功名萬代)”가 된다.

[66] 모란꽃 그림은 “부귀”
모란꽃은 꽃 중의 왕이라고 일컫는 만큼 모양이 훌륭해서 富貴花라고도 불린다.

[95] 모란꽃에 고양이를 그릴 때는 나비를 함께 그린다. 이렇게 하면 “부귀모질”로 읽을 수 있다.

[98] 병(甁)은 평(平)과 소리가 같기 때문에.....
모란꽃과 병을 그리면 富貴平安의 뜻을 지닌 그림이다.

[100] 소나무, 대나무, 백두조(白頭鳥)는 “頌祝白頭”로 읽는다.

[101] 모란꽃에 매화를 같이 그리면, “눈썹이 하얗게 세는 나이가 되도록 부귀하다”의 뜻을 나타낸다. 모란이 매화와 같이 필 리가 없지만 “부귀미수(富貴眉壽)”라는 뜻을 위해서 이렇게 이치에 맞지 않는 그림이 그려졌다.

[102] 매화 가지에 달이 걸리면, “장수한 위에 즐거움까지 떠나지 않다(眉壽上樂)”로 된다.

[103] 학을 그린 그림은 <천수도(千壽圖)>이다. 그러나 대나무와 같이 그리면 <축수도(祝壽圖)>가 된다.

[104] 소나무를 그린 그림은 소나무의 생태가 향나무 같이 장수하므로 <백령도(百齡圖)>가 된다.

[105] 학이 파도치는 바닷가에 있으면 일품당조(一品當朝 : 당대의 조정에서 벼슬이 일품이 오르다)로 읽혀진다.

[107] 소나무와 불로초(不老草, 靈芝)를 함께 그리면 松=新年, 不老草=如意가 되어 신년여의, 즉 “새해를 맞아 생각한 대로 된다.”가 된다.

[108] 감과 물고기(魚)를 그린 것은 “일마다 남음이 있다(事事有餘)”가 된다.

[108] “뜻 같이 순조롭다”는 뜻으로 새우 그림이 있다.
*갑옷을 입었지만 몸놀림이 자유롭다는 의미에서 ‘뜻 같이 순조롭다’의 뜻으로 쓰인다.

[110] 기명절지도의 대부분은 현세구복적 뜻

[111] 서양의 정물화는 자기가 소유했던 것, 또는 먹어 봤던 것의 기념사진과 같은 용도라서 식탁 풍경이 주종을 이루고, 또한 정물대의 높이가 당시 북구의 식탁이 기준인 것에 반하여, 이런 <기명절지도>는 화가가 기억하고 있는 사물들 중 의미있는 것만 골라서 그린 것이다.

[111] 장미꽃 그림은 월수화(月秀花), 장춘화(長春花)라고 부른다. 그래서 청춘을 상징하므로 “長春”으로 읽는다.

[111] “청춘을 오래 간직하다(長春)”의 뜻으로 육체적 가치를 지향하는 것이므로 선조들의 정신적 가치 추구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113] 색비름(안래홍(雁來紅))은 항상 붉은 색을 끼고 있기 때문에 “영원히 늙지 않음”을 뜻한다.

[114] 색비름은 날 때부터 빨강색이어서 홍안(紅顔), 즉 젊음을 뜻하지만, 반대로 색깔이 끝까지 초록색(碧)이라서 젊음을 뜻하는 것도 있다.
* 천도복숭아(碧桃)

[116] 수를 뜻하는 천도를 받쳐들고 있으므로 이런 그림은 <공수도(供壽圖)>가 된다. 동박삭을 백발노인으로 그린 것과는 달리 사실대로, 장년의 모습으로 김홍도가 그렸다.

[117] 제백석은 1월을 뜻하는 폭죽과 함께 복숭아 3개를 그려놓고 “다수(多壽)”라고 하였다.

[118] 여러 명의 신선들이 모여 있는 그림도 <공수도(供壽圖)> 또는 <헌수도(獻壽圖)>가 된다.

[119] <은자동아, 금자동아, 세상천지 으뜸동아, 부모에게 효자동아, 나라에 충신동아...>로 시작되는 우리 민요의 자장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또 오불효(五不孝)에서도 명시하는 바와 같이 부모가 자식에게 기대하는 것은 도척도 공자도 아니고, 우선 효도를 아는 자식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효도는 충(忠)보다 우선하는 동양인의 절대가치였다. 효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겼으면 가르칠 교(敎)를 풀면 손으로 때려서(支) 효도를 가르친다는 뜻이 되었겠는가?

[119] 팔가조(八哥鳥, 발발조, 寒皐, 까마귀의 일종)와 목련꽃, 해당화를 함께 그리면 木蓮=玉蘭에서 옥, 海棠의 棠=堂, 우는 새가 합해져서 玉堂啼鳥로 읽는다. 옥당이 원래 중국의 한림원, 조선시대의 홍문관을 뜻하는 말이지만, 남의 집을 높여 부를 때는 “아름다운 집”을 뜻하기도 하므로, 귀댁에 효도를 아는 새가 운다는 말은 귀댁 자식들의 효행이 높아서 그 행적이 밖으로까지 드러나는 모법적인 가정이 되라는 뜻이 된다.

[120] 금붕어를 여러 마리 그린 것은 “金玉滿堂”이 된다.
* 금은보화가 집안에 가득한 부자가 되라는 뜻

[121] 연꽃 그림은 근검 절약의 생활에 힘쓰라는 뜻
연만을 그린 그림은 불교와의 관련보다는 “본고지영(本固枝榮, 뿌리가 굳으면 가지가 번성한다)”으로 읽게된다.

[121] 연뿌리만 그린 그림은 형제애를 뜻하는 “우단사련(藕斷絲連)”으로 읽혀진다.

[122] 연뿌리가 겉에서 보기에는 잘룩잘룩 끊어져 있으나 그 속에 잇는 구멍은 계속 관통되어 있다. 이것과 같은 형제는 비록 다른 몸으로 되어 있으나 그 사이에는 끊을 수 없는 정이 흐르고 있다(우단사련(藕斷絲連))는 뜻이 된다.

[122] 우리가 연뿌리라고 부르는 부분은 사실은 연의 땅속줄기에 해당하고, 잘록한 부분에 난 털 같은 것이 실제 뿌리이다. 그러나 이런 과학적 사실이전에 거기서 의미를 발견하여 이를 음미해가며 살던 선조들의 진지한 생활에 새삼 감동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굴러다니는 돌멩이 하나, 이름없는 풀 한포기에 대해서도 격(格)을 부여하고 의미를 구하는 태도는, 목전의 이익에만 급급한 우리들이 꼭 다시 찾아 간직해야 될 귀중한 유산 중의 하나라 할 수 있다.

[123] 국화 그림은 장수를 뜻하기도
[124] 장수를 뜻하는 국화꽃이 층층이 높게 걸려 있으므로 “고수(高壽)”라 읽는다.
[124] 장수를 뜻하는 국화가 역시 장수를 뜻하는 바위에 얹혀 있으므로 “익수(益壽)”가 된다.

[125] 원추리는 안채의 뒤꼍 그늘에서도 잘 자라서 “원당”하면 어머니를 뜻하기도 하고, 꽃봉오리가 사내아이의 고추같이 생겼다 하여 옛날부터 부인들이 이 꽃을 머리에 꽂아 사내아이를 낳기를 비는 습속도 있었다. .... 그래서 원추리를 사내아이를 많이 낳은 부인의 꽃이라는 뜻으로 의남초(宜男草)라고도 한다.

[126] 원래 사물은 의미를 가지고 있지 않다. 의미가 있다면 스스로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고 이를 본 사람이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본래는 있지도 않은 의미를 사물에서 발견하는 것은 사람이라는 동물이 가진 사고특성의 하나이다.

[127] 사물의 의미를 발견하는 것은 인간만의 특성이고 이것은 미술작품에도 잘 나타난다. 따라서 미술 작품을 통하여 사람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는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127] 비파는 “사시지기(四時之氣)”를 뜻한다.

[129] 독화법이 그림의 표현을 제한하기도.....

[130] 마름풀 + 파라미 + 잉어 + 여뀌
어렸을 때를 나타내는 피라미와 타향살이를 뜻하는 마름풀로 “어릴 때 타향살이의 고생에도 불구하고 기운찬 잉어처럼 성공하다”의 뜻이 되는데, 어떻게 해서 성공했는지를 나타내는 것이 바로 이 여뀌이기 때문에 빼 놓을 수 없었던 것이다.

[130] 잉어 두 마리가 그려진 그림은 .... 소과에 대과에 급제함을 뜻한다.

4. 고전적 명구(名句)나 일화(逸話)를 상기하여 읽는 법

[135] 주제가 변하면 이어서 소재가 변하고 따라서 도구나 재료도 변화함으로써 양식상의 변화가 오지만, 앞에서 말한 기복적 주제가 계속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림 또한 변하지 않았던 것이다.

[136] 동양에서는 수천 년 동안 사서삼경에서 제시하는 내용이 일관된 가치관으로 이어져 내려왔다. 따라서 동양에서 추구하는 정신적 가치와 관련되어 있는 여러 고전적 명구와 일화가 그림의 주제로 다루어지는 일이 많았다.

[136] 동양에서 고전이라면 우선 사서사경을 들 수 있고 이외에 여러 책이 오래동안 모든 학문하는 사람의 교과서였다. 동양에서는 아이나 어른을 막론하고 몇가지 정해진 책만을 가지고 공부한 일이 일찍이 없었다.
그 결과 서로 같은 지식을 갖게 되었고 사상이 통일되었기 때문에 사회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정신적인 면에서는 안정되어 있었다.

[137]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친구 중에는 이로운 친구가 셋이 있고, 새로운 친구 셋이 있다. 성품이 강직한 친구, 이해심이 많아 아량이 넓은 친구, 견문이 넓어 박식한 친구는 모두 이로운 친구요, 성격이 편협하여 넓게 생각하지 못하거나 보지 못하는 친구, 남의 비위 맞추기나 좋아하는 친구, 사람이 너무 좋기만 하여 줏대가 없는 친구는 모두 손해를 보기 쉬운, 본받을 것 없는 친구다”라고 하였다.

[136] 소나무, 대나무, 그리고 매화를 함께 그린 것은 <세한삼우도(歲寒三友圖)>라고 한다.

[139] 꽃은 향기를 간접표현하기 위해 그려진 것이다. 향기는 눈에 보이지 않으므로 꽃을 그려서 향기를 나타냈던 것이다.
원래 향기는 “군자의 인품”을 뜻한다.

[139] 《주역》에 군자(인격을 완성한 사람)는 그 변화가 뚜렷해서 마치 표범무늬와 같으나, 소인은 단지 얼굴 표정만 그럴 듯하게 만든다는 말이 있다. 이렇게 군자는 마치 심산유곡의 난초가 비록 보이지는 않더라고 향기로써 난초가 피었음을 알게 하는 것처럼, 그 인품이 주위에 감화를 주어 군자의 이상을 실현케 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시군방(四時群芳) 그림의 의미는) 학문을 하는 사람은 남으로부터 인정받고자 애쓰거나 얼굴 표정만 바꾸는 정도의 얕은 행동을 하지 말고 꾸준히 정진하여 마치 표범의 무늬처럼 뚜렷하게 부각되도록 해야한다는 가르침이다.

[141] 도사가 발을 닦고 있는 그림은 “네 스스로 처신하기 달렸다(자취(自取))”는 공자의 말을 뜻한다.

[148] 물고기 세 마리를 그린 그림은 “삼여(三餘)”라고 읽는다. 이 말은 《위지》 <왕숙전>에 있는 말이다.
여기서 삼여(三餘)란, 밤, 겨울 흐리거나 비 오는 날이다. 밤은 하루의 나머지 시간이고 겨울은 일 년의 나머지, 흐리거나 비 오는 날은 말게 갠 날이 나머지가 된다. 밤과 겨울, 흐린날은 농사짓는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여유가 있을 수밖에 없는 시간이고 이 세 가지 여유있는 시간만 활용하더라도 학문하는 데는 충분하다는 말이다.
* 세 마리 물고기 그림은 서재에 둔다.

[150] 물고기 아홉 마리를 그리면 ......
구여란 《시경》중 천보(千保)의 시에서 유래한 말로 축송의 뜻으로 쓰인 말이다.
‘하늘이 당신을 안정시키사(天保定爾)
매우 굳건히 하셨네.
당신을 크게 두텁게 하사 모든 복을 갖추게 하셨으며....
높은 산과도 같고 큰 땅덩이 같으며(如山如阜),
높은 산등성이 같고 높은 언덕과도 같으며(如缶如陵)
강물이 흘러오듯하고(如川之方至)....
달이 밝아지는 듯하며(如月之桓),
해가 뜨는 듯 하며(如日之升)
남산이 무궁함 같으며(如南山之壽)
소나무·잣나무가 무성하듯이(如松柏之茂)
당신의 일은 끊임없이 이어지네.

[152] 원래 이 시는 신하가 임금에게 보답하는 뜻으로 노래한 것으로, 이 시에 나오는 산과 언덕, 해와 달, 그리고 송백 모두를 그린 그림은<천보구여도(天保九如圖)>가 된다.

[154] 메추리 아홉 마리가 국화와 함께 그려지면 <구세안거도(九世安居圖)>가 된다. 이때도 메추리는 모두 암컷이 원칙이다.
당나라 장공예는 9대의 친족이 한 집에 살았다 하여 대가족 위주의 가부장사회인 동양의 부러움을 샀던 사람이다. 따라서 이런 그림은 보통 가정의 화목함을 의미하므로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과 같은 효과를 갖는다.

[155] 물고기 여러마리기 노는 것을 그리면.... 《사기》 중 <노자전>을 상기시키는 그림이다.
어유(魚遊)는 《사기》 <노자전(老子傳)>에 나오는 말로서, 공자가 주나라에 갔을 때에 예에 대하여 노자와 대화를 나눈 뒤에 돌아가서 제자들에게 말하기를,
“새는 날고, 물고기는 헤엄치고, 짐승은 달리는 것이라는 것은 나도 잘 알고 있다. 달리는 것은 그물을 쳐서 잡고, 헤엄치는 것은 낚시를 드리워 잡고, 나는 활을 쏘아 떨어뜨릴 수 있으나, 용(龍)은 바람과 구름을 타고 하늘에 오른다 하니 나는 용의 실체를 알 수가 없다. 내가 오늘 노자를 만났는데 요과 같이 전혀 잡히는 것이 없었다.”
* 노장 사상을 상기시키는 그림

[157] 해오라기 아옵마리를 그리면.....
모름지기 군자가 생각해야 하는 것에는 아홉가지가 있다.
볼 때는 밝기를 생각하고, 들을 때는 총명을 생각하고, 안색은 온화하고자 생각하며, 태도는 공손하고자 생각하고, 말은 성실히 하고자 생각하며, 일을 할 때는 신중히 성실하고자 생각하고, 으심스러울 때는 물어서 밝히고자 생각하며, 화날 때는 잘못하여 환난이 주위에 미치지 않을까 생각하고, 이득이 있는 것을 대할 때는 의로운가를 생각한다(孔子曰 君子有九思하니 視思明하며 聽思聰하며 色思溫하며 貌思恭하며言思忠하며 事思敬하며 疑思問하며 忿思難하며 見得思義니라)
* 구사(九思)란 《논어》의 계시편에 나오는 구절

[159] 송하문동자
소나무 아래 동자에게 물으니, 스승은 약캐러 갔다 한다.
지금 이 산중에 있으련만, 골마다 구름 깊어 알 길이 없구나

소나무 아래에서 동자가 구름 깊은 산을 가리키고 있는 그림은 가도의 유명한 시를 이미 알고 그린 것이다. 《고문진보》에 수록되어 있다.

[117] 도화유수(桃花(流水) 많은 선비들이 즐겨 암송하던 이백의 <山中答俗人>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므로 이 시로 읽는다.

* 어째서 푸른 산에 사느냐고 내게 묻기에
다만 웃음으로 대답하니 마음 절로 한가하다.
복숭아꽃 흘러 흘러 아득히 가는 곳
거기 다른 세상 있는지.

[162] 백발 노인이 낚시를 하고 있으면 강태공을 그린 것이며 중년의 남자라면 엄광을 그린 것이다.
* 강태공에 얽힌 일화 / 광무제와 엄광에 얽힌 일화

[164] 산수화에서 다루어지는 <부춘산도>도 광의 빼어난 행적을 기리는 그림이다.

[164] 빼어난 일 여덟 가지를 모아서 그림으로 그린 것을 <팔일도>라 하는 데 이것이 산수 인물도의 주요한 소재가 된다.
팔일(八逸)이란 영천세이(穎川洗耳), 동강수조(桐江垂釣), 상산위기(商山圍碁), 강동괘범(江東掛帆), 율리의송(栗里倚松), 임해지홍(臨薢指鴻), 여산망폭(廬山望瀑), 패교기려(霸橋騎驢)로서 동양선비들이 흠모해 마지 않던 일화들이다.
* 영천세이 : 소에게 물먹이는 사람과 물에 귀를 씻는 사람 (허유와 소부의 일화)
상산위기 : 네 명의 노인이 바둑 두는 그림(동원공, 황공, 녹리선생, 기리계의 거리낌없는 처신을 흠모하는 선비들의 염원을 담은 것)
강동괘범 : 가을 풍경에 돛단배(장한이 제왕의 그릇을 크지 못함을 보고 가을 바람이 일자 낙향한 이야기)
율리의송 : 소나무 등걸에 기대어 남산을 바라보다 (도연명이 평택 현령 자리를 내 놓고 집(율리)으로 돌아와 아침에 동쪽 울타리 밑에 심은 국화꽃의 이슬을 받아 먹을 갈고, 소나무 등걸을 어루만지면서, 유유자적 남산을 바라보며 살았던 이야기, 도연명의 귀거래사)
임해지홍 : 나는 기러기를 가르키며 자기의 마음을 전하는 곽우의 이야기(“저 새를 어떻게 새장에 가둘 수 있겠는가?”)
여산망폭 : 떨어지는 폭포를 감상하는 그림
‘뉘라서 하늘의 띠를 반공에 걸었던고,
위는 은하수인 듯 하래는 무지개인 듯,
이백이 여기서 장시를 읊조린다면,
만장의 광염, 누가 나은지 겨루어 보리’
패교기려 : 눈보라가 휘날리는 날, 나귀를 타고 다리를 건너는 모습(당나라 때 시인 정계에 얽힌 일화로 요즈음 지은 시 중에 좋은 것이 있는가 하고 묻자, “시사는 눈보라가 휘날리는 날, 패교의 당나귀 등 위에서나 떠오르는 것”이라고 답하였다.)

[173] 동양문화의 한가지 중요한 특징은 사서삼경에서 나타난 본원적인 사상들이 기원전 수 세기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오랜 역사를 거치는 동안 기본적인 변형없이 한 가지 방향으로 집약되어 연면히 계승되어 왔다는 점이다. 더욱이 이런 경향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면에서 넓게 적용된다는 점에서도 특이하다.
수천 년 동안 이렇게 일관된 가치가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동양인들이 추구하던 바가 “크고 옳은 길”이었기 때문이라고 보아도 될 것이다. 그것은 결국 “인(仁)”으로서 사람을 사람 대접하는 길이요, 인격완성을 통하여 사물 모두에게 이롭게 하려는 생각이었다.

[174] 학문하는 방법에서도 공자의 사과(四科)에서처럼 인격완성이라는 요원한 곳에 두고 하나씩 하나씩 물로 웅덩이를 채워나가는 방법, 즉 덕행(德行) 후 언어(言語), 문학(文學), 정사(政事)로 넘어가는 절차를 절대시하였으며, 학문하는 사람 모두가 인격완성이라는 동일한 목적 아래 동일한 경로를 밟아 정진하고자 했던 것이다.
이런 사회는 우열을 논하기 쉽다. 기준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즉 누가 더 높이 올라갔느냐로 가려진다. 그러나 일찍부터 다른 방향의 전공으로 나뉘어진 서구사회는 다양성과 다극성을 수 수밖에 없기 때문에 종국에는 가치혼란을 필연적으로 맞게 될 것이다. 이는 평가할 기준이 모호해지기 때문이다.

[174] 동양그림에서 볼 수 있는 소재의 정형성이나, 독화법이 수천 년 계속되는 동안 전혀 백안시되지 않았던 점도 이런 중국문화형의 커다란 흐름 속에서 이해를 구하여야 하며 동기창에 의한 전형주의나 기운생동, 골법용칠 등 고차원적 숙달을 요구하는 화풍도 이런 특성을 떠나서는 이해할 수 없게 된다.

5. 한국화의 당면문제와 진로모색

[185] 가까운 데에 있는 원인을 가지고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발견할 수 없으며, 가까운 데 있는 문제의 해결로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 없이는 큰 문제가 시원하게 풀릴 수 없다.

[185] 우리는 그동안 동양화 또는 한국화 문제를 생각할 때 그것이 정신적인 예술이라는 이유로 인하여, 재로와 도구와 소재에 대하여는 너무도 소홀하게 취급해 왔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비록 시각성을 중시하지는 않았지만 동양화도 재료와 도구를 동원하여 시각이라는 지각(知覺)에 소호하는 예술형식인데, 그 차지하는 비중에 비하여 소외된 듯 하다.

[186] 먹의 세계란 서양화에서는 볼 수 없는 동양 특유의 종합적 축약미(縮約美)의 세계이며, 화선지의 침윤성, 모필의 변화무궁한 점 등이 동양화의 특장으로 비판없이 극도로 미화되어서 어떤 때는 합목적적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186] 아름다움은 탐구의 대상이지 신앙이 아니다.

[188] 6법 중 기운생동(氣韻生動)과 골법용필(骨法用筆)이 서양미술론에는 없는 개념이라고 해서 이것이 곧, 우리 미술의 이상이나 논리가 훌륭하다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들과 논리가 달랐기 때문에 외곬수의 미술사가 전개되었으며 국제무대에서 종의 격리가 일어나서 잡종강세에 의한 형질의 개선을 가져오지 못한 채, 표본적 의미의 순수성만을 고집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는 점을 반성해야 된다.

[190] 소재의 변화가 없었다는 것은 곧 화파의 변화가 없었다는 것을 뜻한다. .... 당 태종때나 지금이나 변화가 없었던 것이다. 그 이유는 소재구성상의 기복성(祈福性) 때문이었으나 , 모둔 화가의 재료가 같고, 도구가 같으며, 소재 또한 같다는 점은 그림을 조형적 입장에서 구도, 색채, 형태, 기법에 의하여 품평하려 하지 않고 숙련과 경륜, 그리고 이로 인한 격으로 우열을 가리고 나아가 화법의 정형성을 용인하는 회화관을 오늘날까지도 지속시키게 한 원인이 되었다.

[194] 서양은 르네상스라는 완성된 형식의 수간(樹幹)에서 제각기 다른 방향으로 뻗어나가서 마치 나뭇가지와 같은 모양으로 미술사가 진행되어 왔으며-그래서 지금은 극히 다극화되었지만-동양은 그 환경적 정황이 마치 문인화의 세계를 꽃피우고자 존재했던 것처럼 이어져 일 년생 초본화류(草本花類)의 도식으로 이해할 수 있다.

Ⅲ. 내가 저자라면
저자는 동양화를 공부하면서, 수많은 동양화를 보고 그리면서 ‘왜?’라는 의문들을 가졌다. 그 의문들을 풀어낸 책이다.

저자는 ‘1장 동양화 감상에서 발견되는 의문들’로 정리했고, 책의 내용들은 그 의문들을 풀어 해석하는 것이다. 동양화를 읽는다는 것은 한문 문화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어려운 일인 듯하다. 1장, 2장, 3장에서 제시한 것들은 한자의 독음과 관계가 깊다. 1장과 2장의 한자의 독음과 관련된 것으로 그림을 읽는 것을 1차방정식을 풀어내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면, 3장‘우의로 읽는 법’은 먼저 독음을 해석하는 방정식을 풀고서, 그림에 그려진 사물(동물,식물)의 특성을 고려하여 읽어야 하는 좀더 복잡한 방정식을 푸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그러나, 동양 문화를 이해한다면 3장 역시 2장의 연속이다. 이 책의 4장은 ‘고전적 명구나 일화를 상기하여 읽는 법’이다. 여기에 나오는 그림은 대부분이 산수인물화이다. 선비들에게 잘 알여진 이야기의 어느 장면을 포착하여 그린 그림들이다. 저자의 말대로, 그러니 일화를 모르면 그림을 반밖에 보지 못할 수가 있다. 이런 그림은 대개 선비들이(선조들이) 추구하는 어떤 이념과 관련이 있다. 그러니, 그림에 담긴 뜻을 이해하는 것은 더욱 중요해진다.

이렇게 동양화는 어떤 그림인가를 설명한 후에 이것을 비판하여 동양화, 한국화가 나아갈 방향을 5장에서 제시한다. 5장은 1장~4장까지와는 기술방법이 조금 달리 느껴진다. 1~4장은 설명이라면, 5장은 주장이다. 처음에는 왜 이런 5장이 이 책에 들어가서 책 제목과는 다른 뭔가를 형성하게 했나를 의문을 갖게 했다. 그 의문은 단지 저자의 동양화에 대한 애정이라고 추측할 뿐이다라는 심정으로 묻어둔다.

이 책은 현학적이게 느껴진다. 필요하지 않는 것을 일부러 알려준 것을 아닐까 하는 안타까움도 있다. 그것은 저자가 자신이 아는 것을 일부러 필요하지도 않은 사람들에게 알려주고자 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저자가 지적한 동양화가 몇 백년 동안 소재나, 형식, 구도, 주제가 변하지 않았다는 안타까움에 같은 입장에 서서 이야기하는 것이다. 지금의 상황에서 누가 이렇게 그림을 읽을까, 과연 그런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림을 제대로 보고 싶어하는 사람에서, 그리는 사람으로 전환된다면 나는 이 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나는 선조들이 의도하고 그렸던 것처럼 나도 그림을 그렇게 그려야할까하는 고민이 남는다.

Ⅳ. 기타
나는 시계라는 아이템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그것은 작으면서도 정교하기 때문이고, 또한 변화무쌍한 디자인 때문이기도 하고, 그리고, 언제나 몸에 지닐 수 있는 악세사리 때문이기도 하다.

이 시계의 디자인에 대하여 '동양화 읽는 법'으로 말한다면 뭐라고 할 수 있까?



* 三餘 : 세가지 여유(밤, 흐린날 비오는 날, 겨울)
삼여가 거론된 배경으로 따라 들어가, 물고기 3마리가 의미하는 속뜻은 삼여를 이용하여 공부할 수 있다정도 일 것이다.
IP *.72.15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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