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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월 13일 08시 03분 등록
동양화 구도론
왕백민 지음 / 강관식 옮김 / 미진사


앞으로 쓸 책에 대하여 관심분야에 책을 읽는 것을 하고 있다. 내가 선정한 책 목록을 보니 모두 이론서이다. 뭔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첫번째 책이 《동양화 읽은 법》두번째 책이 지금이 이 책《동양화 구도론》이다. 이론 서적 안에서 쓰는 것에 관한 것을 찾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러나 그림에 대한 궁금증은 많이 풀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그림을 그리고 싶은가, 그림을 분석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자꾸 하게 되었다. 이 책들을 선정했던 데는 제대로 그림을 보고 싶어서 였다. 모르고 보면 반쪽만을 보게 될 것 같아서이다. 생각했던 대로 그랬다. 《동양화 읽은 법》에서는 그것을 지적해 주었다. 그림의 주제와 그리는 이의 마음을 하나로 연결시키려면 독화법을 익혀야 했다. 이번이 책 《동양화 구도론》은 이전 책과는 다르다. 이것은 동양인이 생각하는 아름다움을 배치하는 것, 어쩌면 미학의 문제일 일 것이다. 어쩌면 연출의 문제일 수도 있다.

이 책들은 이론서들이다. 여기에서 설명하는 것을 이해하는 데는 더 많은 그림을 보아야 하고 더 많은 그림을 그려야 할 것이다.

화가는 보이는 것을 다 그리지는 않는다. 그와는 반대로 보이지 않는 것을 그리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어떻게 그릴 것인가라는 질문은 무엇을 그릴 것인가로 되돌린다.

Ⅰ. 저자에 대하여
저자 왕백민 교수는 상해미전의 황빈홍에게 수학했다. (책의 곳곳에서 황빈홍의 그림이 설명을 위한 자료로 등장한다.) 저자는 미술사론가로서 현재 중국 미술사학회이사, 항주시문연상임위원, 중국미협절강부회이사, 서냉인사이사, 항주화원원장, 절강미술학원교수로 있으며, 지금까지 《중국회화사》《중국판화사》《이백두보논화시산기》《산수화종횡담(山水畵縱橫談》《중국화적구도(中國畵的構圖)》《고초형인억석(古肖形印臆釋)》《산수기유(山水記遊)》《백민논화시(柏閩論畵詩)》등 30여종의 저술을 발표하였다.

그의 저서 목록이 시사해주듯이 그는 회화사, 화론, 편화, 인장, 시작(詩作)에 이르기까지 매우 폭넓은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중국회화사 연구에 있어서 현존하는 최고 권위자로 일컬어지고 있다. 이러한 명성은 1965년에 쓴 《중국회화사》에서 입증되었고, 최근 중국미술사 연구성과를 집대성한《중국미술통사》를 기획, 편집하고 아울러 회화부분에 많은 집필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저자 왕백민은 황빈홍에게 수학한 이래, 이론과 창작을 겸하는 다양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 결과 중국화의 조형언어와 조형요소에 대한 감각적이고 구조적인 인식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이러한 능력이 다시 회화사나 화론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결합되어 회화사·회화이론·회화창작이 삼위일체를 이룬 삼절의 안목을 지니고 있다.

Ⅱ. 가슴으로 읽는 글귀(인용)
1. 서설
[6] 구도는 형상을 화면 위에 조직하고 배치하며 예술적인 질서를 부가하는 것이다.

[6] 산이 위에 있고 계곡이 아래에 있는 것은 그림의 이치상 어길 수 없다. (山在上, 溪在下, 畫理不可悖)
* 고전적인 회화(산수화)의 구도 원리

[7] 높은 산 꼭대기 한 줄기 긴 강 있어
강물이 웃으면 산비탈을 흐르네.
어제는 그대의 발 밑을 지났지만
오늘은 그대의 머리 위를 흐르네.

[8] 6법(6法) 남제의 사혁이 《고화품록》의 <서(序)>에서 제시한 회화 평론 6가지 기준, 즉 (1)기운생동(氣韻生動;기운이 생동함), (2)골법용필(骨法用筆; 골법으로 붓을 사용함), (3)응물상형(應物象形; 사물에 응하여 모습을 그림), (4)수류부채(隋類賦彩; 사물을 종류에 따라 채색함), (5)경영위치(經營位置; 제재와 화면의 위치를 경영함), (6)전이모사(傳移模寫;옛 그림을 옮겨서 베껴 그림).
온조동은 《중국 회화 비평사략》에서 이 6법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해석하였다.
(1)기운생동; 회화 창작에 있어서 주제가 명확하고 형상이 생동하며 표현이 진실한 것을 의미한다.
(2)골법용필; 회화 창작에서 형상을 묘사하는 데 있어서의 필치와 선조(線條)를 의미한다.
(3)응물상형; 회화 창작에 있어서 제재 선택의 적합합, 대상의 관찰과 묘사의 엄격함, 세밀함, 정확함을 의미한다.
(4)수류부채; 회화 창작에 있어서 반드시 구체적인 대상에 근거하여 정확하고 필요한 채색을 해야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5)경영위치; 회화 창작에 있어서 제재의 취하고 버림과 조직, 화면의 구상과 배치를 의미한다.
(6)전이모사; 회화 창작에 있어서 유산을 비판적으로 받아드링고 우수한 전통을 더욱 발전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8] 치진포세(置陳布勢). 동진의 고개지가 《위진승루화찬》에서 손무 그림을 평하는 가운데 제시한 용어이다. 직역하면 ‘진을 배치하고 세를 분포시킨다.’는 의미로서 ......
‘지친’은 외면적인 위치를 배치하는 것이고, ‘포세’는 화면에 있어서의 내재적인 역동감과 기세를 배치하는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2장 구도의 일반원리
1. 취함과 버림
[9] 취함(取)과 버림(舍)이란 중요한 것만 남기고 불필요한 것은 제거하는 것이다.
* 여기서 버림에 쓰인 한자 舍는 사(捨)를 대치한 듯 하다.

[9] 풍경을 마주 대하고 그림을 그릴 때는 버리다(舍)는 글자를 깨달아야 하고, 사물의 모습을 기억하여 그릴 때는 취한다(取)는 글자를 깨달아 알아야 한다. 버리는 것과 취하는 것이 사람에 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버리는 것과 취하는 것은 사람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
* 황빈홍(1864-1955)

[10] 눈에 띄는 사방 천만 그루 가지에서
마음에 드는 것은 단지 두서너 가지일 뿐.
* 청나라 화가 이방응(李方膺, 1965-1755)은 매화 그림에서 제(題)에 대하여 위와 같이 말하였다.

[12] 하나가 있어도 될 때는 둘이 있을 필요가 없고, 다섯이 있어야 될 때는 넷이 있어서는 아니 된다.
* 취함과 버림에는 엄격해야 한다는 의미

2. 주(主)와 객(客)의 위치

[14] 한 폭의 그림에는 하나의 주체가 있어야 한다.

[14] 주와 객은 또한 서로 호응해야 하며 각자 고립되어서는 아니된다.

[23] 점경(點景). 화면에 생동감을 주고 분위기를 위하여 첨가하는 약간의 경물(景物)을 가리킨다.

3. 형상의 원근(遠近)과 대소(大小)

[24] 주(主)와 객(客)이 정해지면 곧 투시 관계에 의해 나타나는 형상의 대소(大小)의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

4. 세(勢)의 파악과 묘사

[27] ‘세(勢)’라는 것은 ‘가고 오며 바로 서고 거꾸로 된 것(往來順逆)’이요, 일종의 형상의 운동감이다.

[29] 그림을 그릴 때는 마땅히 여러 종류의 기백을 갖추어야 한다.

[29] 중국 고대화론에서는 일찍이 ‘먼 곳에서 그 세를 취하고 가까이에서 그 질을 취한다(遠取其勢, 近取其質)’고 제시하였다.

[32] 문장은 높은 산과 같아서 평범한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문장을 쓸 때는 기복이 있어야 하는데, 그림을 그릴 때도 똑같이 기복(起伏)이 있어야 한다. 평범하면 곧 기복이 없고 리듬이 없다.

[33] 산수화를 새롭게 창작함에 있어서는 ‘세의 파악’과 ‘세부 묘사’를 더욱 중시해야 한다. 왜냐하면 중국의 대지에는 산천 자연의 기세 외에도 오늘날 새로 출현한 새 건물과 새롭게 개조된 강과 산이 있는데, 이는 시대를 획하는 새로운 기백과 새로운 기세가 매우 풍부한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러한 것에 대하여 그것이 마땅히 갖추어야만 하는 ‘기세’를 작품 속에 그려내지 못한다면 많은 사람들의 흉금을 울리는 효과를 이루어 낼 수 없을 것이다.

[40] 그림에 있어서의 ‘호응(呼應)’이란, 간단히 말하면, 그림 속이 형상이 젆, 좌우의 상호 연관성을 갖는 것이다.
*예) 변상벽, 묘작도(猫雀圖)

6. 큰 여백(大空)과 작은 여백(小功)

[52] 그림을 그릴 때는 실(實) 속에서 허(虛)를 구하고, 검을 가운데 흰 곳을 남겨 마치 한 줄기 빛이 방 전체를 모두 밝히는 것처럼 행 된다. - 황빈홍

[53] 예술의 표현에서 ‘여백(空)’을 그리는 것은 ‘실(實)’을 더욱 잘 표현하기 위한 것이다.

[56] 중국의 전통 희극(戱劇)에서도 이와 유사한 처리 기법이 있으니, 무대에 세트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그것이다. 배우는 오직 동작과 표정만으로도 충분히 연출해 낼 수 있으며, 관객들도 여전히 ‘배경이 없지만 배경이 잇고, 지척이 천리(無景而有景, 咫尺而千里)’임을 느낄 수 있다.

7. 흑(黑)과 백(白), 허(虛)와 실(實)

[65] 화면에서 흑(黑)은 실(實)이요, 백(白)은 허(虛)이다. 그러나 어떤 상황에서는 백이 실이 될 수도 있으니....

[65]‘단지 물고지만 그리고 물을 그리지 않았으나
이중에 또한 절로 파도가 있네.’- 이가염

[65] 긴 강에 먹 한점 없으나
사방으로 휘갈기 붓이 보이는 듯
* ‘필묵이 없는 곳에서도 필묵을 본다’

[67] 흑과 백은 상대적인 것이니, 흑이 있어야만 비로소 백이 있다.

8. 성김(疏)과 빽빽함(密), 이완(鬆)과 긴장(緊)

[75] 성긴 곳은 말을 달릴 수 있고, 빽빽한 곳은 바람이 통하지 않게 한다.
.... 구도를 처리함에 있어서 성긴 곳은 성기게 해야 하고, 빽빽한 곳은 빽빽하게 해야한다는 것을 요구한다.

[75] 강한 바람이 푸른 대나무에 불어 닥치면 가지와 잎이 한쪽으로 밀려서 쓰러지는데, 어떤 대나무 가지는 되돌아 가려고 버팅기지만 강한 바람이 계속 불어 되돌아 가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 그리하여 이를 보면 긴장되게 느껴진다. 따라서 붓을 사용하여 선을 그을 때도 자연히 굳세고 힘차며 긴장되게 해야한다.

9. 모임(聚)과 흩어짐(散)

[81] 모임과 흩어짐에 대하여 말할 경우 이는 수량상의 변화이며, 성김과 빽빽함은 면적의 대소와 유관한 변화인데, 이 두 가지 변화는 실(實)의 형식감이다.

10. 가벼움(輕)과 무거움(重), 큼(大)과 작음(小)

[83] 중국화에 있어서 가벼움과 무거움의 균형은 중국의 전통적인 저울의 균형을 취해야만 하며, 서양의 천평의 균형을 취하는 것은 좋지 않다. 왜냐하면 서양 천평의 균형은 한결같아 무미건조하기 때문이다. - 반천수

[86] ‘평온하기만 하며’ ‘평범하고 특이한 것이 없는 것’을 피해야 한다.‘평범한 가운데 특이한 것을 나타내고’ ‘바른 가운ㄷ 기이하고 험한 것을 집어 넣는 것’을 힘써 구해야만 한다.

[86] 분포시키는 것을 처음 배울 때는 다만 바른 것을 구해야만 하지만, 이미 바른 것을 능히 할 수 있게 되면 힘써 험절(險絶)한 것을 추구하고 다시 바른 것으로 돌아가야 한다. - 손과정 《서보(書譜)》

11. 감춤(藏)과 노출(露), 가림(隱)과 드러남(顯)

[87] ‘감춤’에는 또 다른 일종의 효과가 있으니, 화면의 ‘감춘’곳은 그 사이에 더욱 많은 물건이나 경치가 있음을 연상시키며, 이러한 효과에 능히 이를 수만 있다면 이러한 감춤은 또한 바로 드러남이기 때문이다.

[89] 회화 예술에 있어서의 감춤의 특징
(1)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연상할 수 있게 하여 ‘형상(形)’은 보이지 않으나 ‘뜻(意)’이 드러나게 한다.
(2) 숨기지 않은 곳이 더욱 두드러지고 더운 눈에 뜨게 한다.
(3) 유한한 것을 무한한 것으로 변화시킨다.
(4) 어떤 처리상의 모순을 완화시키거나 해결해 준다.

12. 삼첩양단(三疊兩斷)과 개합(開合)

[96] 한 폭의 그림을 그리는 것은 한 편의 시를 쓰는 것과 같아서 기승전합(起承轉合)이 있어야 한다.
‘기(起)는 문을 열고 산을 보니 산이 높이 솟아 험준한 듯해야 된다.
승(乘)은 풀 숲의 뱀과 먹줄이 붙지도 않고 떨어지지도 않는 것과 같아야 한다.
전(轉)은 한없이 넓은 물결에 반드시 높은 수원(水源)이 있는 것과 같아야 한다.
합(合)은 곧 바람이 돌고 기(氣)가 모이는 듯 깊고 깊어 함축하는 바가 있어야 한다.‘

[97] ‘천개의 바위와 만개의 계곡은 무릇 전체를 한꺼번에 다 볼 수 없지만, 그림을 그릴 때는 모름지기 하나의 큰 열림(開)와 함침(合)을 이루어내야 한다.’ - 심종건 《개주학화편(芥舟學畵編)》

13. 변각(邊角)의 처리

3장 여러 가지 화면형식의 구도법

1. 여러 가지 화면 형식

[108] 화선지의 길이와 폭은 , 가령 4자 화선지의 경우, 길이가 140cm이고 폭이 70cm로서, 5대 8의 ‘황금비율’을 취하고 있는 서양화의 화폭과는 다르다.

2. 선면(扇面)의 처리법

3. 장권과 화폭의 처리법

[118] 장권과 긴 횡폭은 고대로부터 전해내려 오는 것이 적지 않다. 예를 들면 <한희재의 밤찬지>, <강산 천 리>, <부춘산에 은거하여>, <양자강 만 리>, <매화도>, <봄 같은 4계절> 등이 그것이다.

[128] 장권(長券)에 그릴 때 가장 중요한 점은 리듬감이 풍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129] <위언의 방목도 임모>는 장대하고 광활한 목장을 그린 것인데, 작가는 천여 마리의 말을 마음껏 표현하였다. 그리하여 이 그림을 보면, 파도가 출렁거리고 무수한 계곡이 솟아오르는 것을 보는 것 같으며, 한 곡의 호방한 고전 교향곡을 듣는 것과 같다. 장권에 그릴 때는 평범하고 무미건조한 것을 절대로 피해야 한다. 만약 그림이 평범하면서 길면, 반드시 ‘몇 자 보고는 곧 손을 높게’ 되고 만다.

4장 산수화의 특수한 구도법

[144] 산점투지를 사용하면 산수에 대하여 ‘걸음걸음마다 새로운 경치가 나타나게’ 그릴 수 있고, 또한 ‘사람을 따라 경치가 변화되게’ 그릴 수 있으며, 조형 예술의 공간과 시간상의 제약을 초월 할 수 있다.

[145] 산점투시(散點透視)의 운용은 그 첫 번째 관건이 ‘취함(取)’에 있으며, 그 두 번째 관건이 ‘나타냄(現)’에 있다.

5장 화조화의 특수한 구도법

1. 삽입(穿揷)과 교차

[154] 비유를 들어 말하면, 삽입(穿揷)은 적군과 싸울 때 군대를 삽입시키는 것(즉, 군대를 침투시키거나 진입시미는 것)과 같으니, 군대를 침투시킬 때는 적군이 알지 못하도록 해야 되고 또한 그 지역 사람들에게 폐가 되지 않도록 해야 되는 것처럼, 교묘하게 삽입해야 된다.

2. 성김(疏疏)과 빽빽함(密密)

[155] 꽃의 가지를 그릴 때의 성김과 빽빽함은 그 관건이 교차(交錯)의 여부에 있다.

5. 절지와 화면 밖의 관계

[162] 절지를 그릴 때는 가지가 세를 얻어야 하니, 비록 단지ㅣ 하나의 가지가 높고 낮고 서로 얽히더라도 기맥이 여전히 일관되게 통해야 한다.

6장 제관(題款)과 도장(圖章)

[173] 고대에서 가정 홍력(건륭황제) 같은 봉건 통치자는 그림에 제시하는 것을 좋아하여 화면의 빈 고을 보면 곧 붓을 대었는데, 어떤 것은 한사코 호면의 상부 정중앙에 써넣었다. 그리하여 그가 제발을 써 넣은 현존하는 적지 않은 명화들이 마치 ‘부처 머리에 똥칠을 한’ 것 같아 차마 볼 수 없는 지경이었다.

[173] ‘낙관’이 알맞게 되면 정취를 더하여 준다.

1. 관(款)의 의미

2. 제관의 내용

[179] 제관은 필연적으로 문자의 내용과 관련되게 된다. 만약 내용이 좋지 않으면 제관과 글씨가 아무리 좋더라도 전혀 쓸모가 없는 것이니, 내용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3. 제관과 글씨

[182] 선은 혹 일기도 하고 눕기도 하며 날아 춤추기도 하고, 점은 혹 돌이 떨어지는 것 같기도 하고 옥이 부서지는 것 같기도 하며, 또한 한 번 획을 긋고 한번 붓을 삐치며 한 번 붓을 구부리는 데도 모두 그 세가 있다. 그리하여 중국의 서예는 확실히 중국화와 자연스러운 배합을 이룰 수 있다. 때문에 ‘그림을 베우는 사람은 반드시 서예를 배워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4. 제관의 위치와 그 작용

[189] 요리에 양념을 넣는 것은 제관을 쓰고 도장을 찍는 것과 같은데, 양념을 넣지 않은 것보다 맛이 더하지 않은 때가 없다. 양념을 넣지 않아도 또한 훌륭한 요리이지만 양념을 넣으면 색, 향, 맛이 증가하는 데 무엇 때문에 양념을 넣지 않겠는가?

[189] 만약 화면이 제관을 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경우에는 제관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

[190] 제관과 도장을 중시하는 중국 회화 예술의 하나의 독특한 형식이다. 제관을 중시하는 작가들은 흔히 화고를 그리기 전에 미리 제관을 고려하여 그 위치를 남겨둔다. 나는 <그림을 논함>이라는 시에서 제관에 대하여 ‘글자 하나가 천 개의 꽃에 해당하네’라고 말하였는데, 이는 하나의 글자를 잘 제과하념 그림 속 천 개의 꽃에 못하지 않아 제관의 작용이 매우 큼을 의미하는 것이다.

[190] 주문(朱文;글씨가 붉게 찍히는 것)을 찍을 것인가 아니면 백문(白文;글씨가 희게 찍히는 것)을 찍을 것인가

부록 산수화가 ‘7가지 관찰방법(七觀法)’

[198] ‘7가지 관찰 방법’
(1) 걸음걸음마다 보는 방법(步步看)
(2) 여러면을 보는 방법(面面看)
(3) 집중적으로 보는 방법(專一看)
(4) 멀리 밀어서 보는 법(椎達看)
(5) 가까이 끌어당겨 보는 방법(拉近看)
(6) 시점을 옮겨서 보는 방법(取移視)
(7) 6원을 결합시켜 보는 방법(合六遠)

1.걸음마다 보는 방법

[208] 모든 민족은 그 자신의 민족적 특징을 갖고 있는데, 그것은 생활 가운데 나타날 뿐만 아니라 정신 상태와 문화 예술에도 반영된다.
‘민족은, 인간이 역사상 형성한 하나의 공동 언어, 공동 지역, 공동 경제 생활 및 공동 문화 위에 표현된 공동 심리 요소의 안정된 공동체이다.’- <마르크스주의와 민족문제>

[208] '비껴 보면 산마루 모로 보면 산봉우리
원근, 고저가 하나도 같지 않네.' - (<서림사 벽에 쓰다>)

[209] '산은 가까이에서 보면 이와 같고, 멀리 몇 리 밖에서 보면 또 이와 같으며, 멀리 수십 리 밖에서 보면 또 이와 같아 매번 멀어질수록 매번 다르니, 소위 산의 모습이 걸음걸음마다 바뀐다는 것이다.' -《임천고치(林泉高致)》

[209] '구름과 아지랑이도 가리지 못하나니
두 눈으로 천 개의 산을 빼앗노라'

[210] ‘걸음걸음마다 보는’ 관찰 방법은 정지적인 것이 아니라 활동적인 것이니, 중국산수화 가운데에 반영되어 있는 저 산이 돌고 길이 구부러진 것, 구름과 안개의 출몰, 나무와 숲의 명멸 등이 곧 이것이다. 어떤 것은 심지어 화면 위의 공간적인 제한을 초월하여 그림 중의 유한한 산천에 ‘끝없는(無盡)’ 예술적 표현 효과가 생기기 해주기도 한다.

2. 여러 면을 보는 방법

[215] ‘여러 면을 보는 것’에서 요구하면 그것을 곧 ‘볼 수 있으며’ 또한 그려낼 수도 있다. 앞서 이야기한 ‘다방면’이 가리키는 것은 곧 그러한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 것’으로 그린 많은 면이다.

[216] 예술 표현이 성립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보이지 않는’면이 객관실제적으로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217] 공령(空靈). 모호하고 몽롱하여 잘 포착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말로 중국 회화 또는 문인화(文人畵) 풍격(風格)의 한 중요 특징으로 일컬어진다. 이는 대상 세계와 어느 정도 거리를 둔 상태에서 작가의 감정과 뜻을 실어 전체적으로 몽롱하고 황홀하며 변화무쌍한 어떤 신비적인 것, 즉 허(虛)에 감정을 기탁한 것이라 한다.

[217] 여백은 단수히 빈 곳이 아니라 사물 또는 공간을 표현하는 것으로 작용될 수 있도록 교묘히 운용해야 된다.

3. 집중적으로 보는 방법

[223] 그림을 그릴 때는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리는 것이 요구되는데, 산수를 볼 때도 취함과 버림이 요구된다. ..... 그림을 그리는 데 있어서의 취하는 것과 버리는 것은, 취하는 것에 이르기 위해서는 반드시 버리는 것을 잘 해야만 한다.

[223] 생활 가운데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가령 정원의 꽃은 꽃술이 빽빽하기도 하고 성기기도 하며 시냇가의 버드나무는 가지가 길기도 하고 짧기도 한 것처럼, 언제나 번잡하다. 화가는 그 사이에서 생활하면서 반드시 ‘빽빽하기도 하고 성기기도 하며’ ‘길기도 하고 짧기도 한’ 가운데서 ‘마음에 들 ’수 있는 ‘두서나 가지’, 즉 전형성(典型性)을 띤 것을 식별해야 한다.

[224] ‘천개의 산이 대개 그림에 들 수 있으나 단지 하나의 청봉(靑峰)을 취할 뿐이다.’

4. 멀리 멀리서 보는 방법

[226] ‘멀리 밀어서 보는 것’은 투시를 처리하는 하나의 수단이며, 또한 그림에서 세를 취하는 데 필요한 방법이다.

[226] ‘절정에 올라
한 번 보면 뭇 산이 작으리라.' - 두보의 시, 태산에 올라

[227] ‘깍아낸 듯 치솟은 바위’, ‘강에 매달리고 바다에 걸려있다’ ‘구름 속에 천 개의 산이 춤춘다’

[233] 사람을 스승으로 삼는 것보다 물(物)을 스승으로 삼는 것이 낫고, 물을 스승으로 삼는 것보다는 조화의 마음을 스승으로 삼는 것이 낫다 - 범관

5. 가까이 끌어당겨 보는 방법

[234] 자연계의 경물은 그 형태와 위치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것이요 고정된 것이며, 사람들은 단지 그것을 인식할 수 있을 뿐이다.

[234] 경물이 변화되는 일정한 규율을 파악하기만 하면 자유자재로 ‘밀어내고’ ‘끌어당길’ 수 있다.

6. 시점을 옮겨서 보는 방법

7. 육원(六遠)을 결합시켜 보는 방법

[242] 우리들이 산수 그리는 것을 천직으로 삼을 때, 그 일은 광대함을 구하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요점을 제어하는 것에 있는 것이요, 번다한 것을 힘쓰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간이한 본질을 포착하는 것에 있는 것이다.

역자 후기

[248] 구도란 ‘형상을 화면 위에 조직하고 배치하며 예술적인 질서를 부가하는 것’이다. 조형예술은 본질적으로 현실의 공간과의 다른 예술적 공간을 구성해 내야만 하며, 그럼으로써 자연과는 다른 독자적인 자율적 세계로 존재하게 되는데, 구도는 바로 회화에 있어서의 화면구성의 문제, 즉 여러 형상들의 배치, 원근법, 명암, 색상 등을 고려하여 화면에 밀도와 긴장감이 있는 통일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Ⅲ. 내가 저자라면

이 책 《중국화의 구도》에서는 저자의 회화창작·회화이론·회화사에 대한 다년간의 연구가 유감없이 드러난다. 저자는 동양화의 구도에 대해여 화론과 시를 인용하면서 자유자재로 펼쳐낸다. 때로는 명화들의 아름다움을 이론으로 설명하고 감상자로서 말하기도 한다. 필요하다면 자신이 명화의 주요 부분을 모사하거나, 이론과는 어긋나는 그림을 그려서 실체로 어떻게 느껴지는지 보여준다. 동양화 구도에 대한 설명은 이론으로 그치지 않고, 직접 감상하게 하므로써 느끼게 한다. 정확한 문구로 정의된 이론과 더불어 그림이 연상되게 하므로서 구도를 공부하는 사람에게 좋은 지침서가 된다.

이 책의 역자는 중국의 그림들과 더불어서 조선시대의 그림들을 많이 담았는데, 특히 정선의 그림이 많다. 정선의 금강산 그림과 통천문 그림을 구도 설명과 함께 볼 수 있어 좋았다. 또한 같은 절경을 보고 그리는 이마다 다르게 표현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책에는 <총석정>을 그린 그림이 여럿 나오는 데, 김홍도 작품이 2점, 정선의 작품 2점, 이방운의 것이 1점, 이인문의 것이 1점이 있는데 모두 조금씩 구도가 다르다. 가까운 봉우리의 위치, 절벽의 높이, 나무가 조금씩 다르다. 총석정의 누각의 방향도 다르다. 보고 그리고, 느끼고 그리기 때문인가 보다 하고 짐작을 한다. 묘사력이 뛰어난 이들이기에 보이는 데로 그린다면 이러지 않았을 것이다.

중국의 산수화 구도는 가까이 끌어당겨보고, 멀리 밀어서 보고, 자세히 보고, 시점을 바꿔가면서 본 구도라고 한다. 그림들을 보면 이 그림을 그리려면 헬리콥터라도 타고 가면서 산을 보았어야 했겠다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고대의 화가들을 실제로는 보지 못했을 절경(구도)을 그림에 담았다. 화가는 자연 앞에서 그곳에 선 붙박이가 아니라, 그 속에서 노는 짐승이 되고, 그 위를 날아다니는 새가 되고, 절벽에 핀 꽃이 되기고 하고, 산으로 내리는 비가 되나 보다. 자신을 한껏 자연 속에 뛰어 놀게 하고서는 그 풍광을 그림에 담아낸다.

끝으로, 이 책에 예로 든 그림들은 너무나 아름답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글과 그림이 조화를 이루어서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이 많다. 그리고, 대작들이 특히 많이 실렸는데, 그 그림들은 실제로 보고 싶다. 그림속 전경은 자연을 그대로 한켠 뚝 베어다가 놓은 듯 해서 산에 올라 세상을 보는 듯하고, 강가에 배를 띄워 놀고 있는 듯하다. 중국을 여행하고 싶게 만든다. 지금 중국을 여행한다면 그림 속 그런 풍경을 제대로 볼 수 없을 것이다. 저자 왕백민이 말처럼 그림은 그 시대를 반영하여 변화하는 풍물을 그려야 한다고 했다. 지금의 중국은 그림 속 세상과는 달리 많이 바뀌었을 것이다. 최근의 산수화도 보고 싶다. 그림 속으로 여행을 하고 싶다. 실제로도 여행을 하고 싶다. 장택단의 <청명의 변경 풍물>은 영화를 보는 듯 하다. 사람들의 표정이 살이있고, 수레, 가옥, 배, 다리, 동물들의 묘사가 뛰어나다. 이 그림에 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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