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북

연구원들이

  • 소현
  • 조회 수 3214
  • 댓글 수 1
  • 추천 수 0
2008년 1월 14일 10시 58분 등록
1. 저자에 대하여

성균관대학교 가정관리학과와 이화여대 대학원 여성학과를 졸업했다. 여성신문사 기자, 여성문화예술기획 사무국장, 페미니스트 저널 <이프>편집장, 여자와닷컴 컨텐츠팀장, 이화리더십개발원 정치섹터 팀장 등으로 일하면서, 여성의 말하기와 글쓰기, 자기표현 등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해왔다고 한다. 특히 <이프> 편집장으로 여러 작가의 글을 기획하고 다듬으며 글이라는 매체의 생동감과 중요성을 절감하게 되었다. 이를 토대로 미술과 글쓰기 등의 매체를 이용해 집단상담 형식의 ‘여성의 경험읽기 모임’을 기획하고 주도했다.

저자는 여러 직업과 학문을 경험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 자신을 비쳐볼 수 있었다고 전한다. 내가 그녀를 처음 만났던 곳도 치유글쓰기의 현장에서였다. 그녀와 함께 12동안 치유글쓰기를 하며, 글을 통해 나인의 나와 만나는 작업들을 함께했다.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행복했던 관계만큼 고통스러운 관계도 축복이었음을 절감하였기에 지금 치유글쓰기 안내자이자 마음을 다루는 컬럼니스트로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고 이야기 해주었다.

2007년 현재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에서 심신통합치유학을 공부하고 있다. 그리고 <이프> 편집위원, YWCA 사회개발위원으로 활동하면서 한겨레신문에 <형경과 미라에게>라는 상담형식의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2. 마음에 스며드는 글귀

16-싸울 때, 직설적으로 분노를 표현하는 사람과 비꼬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은 천척관계입니다. 그들은 상대방의 방식에서 가장 큰 상처를 입습니다. 직설적인 사람은 비꼬는 태도에서 마음의 상처를 입고, 비꼬는 사람은 직설적인 사람을 누구보다 공포스러워 합니다. 그러니까 어떤 싸움 방식이 더 잘못됐는지 판단하는 일은 불가능하죠.

30-사람은 성장함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 발전하게 되어 있고, 그에 맞춰 인간관계도 조정이 필요하게 됩니다. 조정이 필요해졌다는 것은 사실 성장했다는 얘기이고, 축하받아야 할 일이지요.

33-무엇이든 끝까지 가보지 않으면 모호한 회한과 죄의식과 분노가 남게 마련입니다. 모호함은 변화의 가장 큰 걸림돌입니다. 모호하면 똑같은 일을 또 반복하게 되거나 비슷한 일만 만나도 지레 공포에 질려버리게 만드니까요. 충분히 노력하시고 그러고도 달라지는 게 없다면 그때 헤어지세요. 그런 이별은 변화만큼 축복입니다.

38-아들러도 경험했듯이 열등감은 인간관계 속의 감정이며, 더 정확히는 자신을 타인과 비교하는 데서 오는 것입니다. 세상은 사람들에게 자신과 타인을 비교하지 말라고 종종 충고합니다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자꾸 비교하는 마음이 생긴다면 차라리 과감하게, 아주 충분한 근거를 가지고 정밀하게 비교해보시라고 말씀드립니다. 인간의 마음이, 비교하지 말라고 해서 그대로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심리학이나 마음공보눈 타인에게 초점을 맞추기보다 자신의 내면 성찰을 강조하지요. 하지만 가끔은 살아가면서 타인에 대해 편견 없는 관심을 가질 필요도 있는 것 같습니다. 과감하게 나를 버리고 타인에 몰입하는 시간 말입니다.

49-‘사랑하게 된 바로 그 때문에 헤어지게 된다’고 많은 사람들은 말합니다. 아버지처럼 부성애가 강해서 좋았는데 일거수일투족 간섭하고 통제하려고 들어서 견딜 수 없게 됐다든지, 매사에 순종적이고 착해서 좋았는데 뭐 하나 독립적이고 추진력 있게 진행되지 못해서 답답하다드지 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50-남성이든, 여성이든 인간이라면 누구나 기본적인 자율성과 독립성을 가지고 있어야 현실을 살아갈 수 있답니다. 여리고 의존적인 여성이 아무리 매력적이라고 할지라도 평생을 전적으로 남편에게 의지하며 살 수는 없습니다.

51-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남성이든 여성이든 배우자 없이도 행복 할 수 있도록 자기 생활의 완결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57-상담을 해보면 남성들은 자신과 관계를 맺고 있는 상대의 입장을 잘 고려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객관적인 상황 설명은 잘 합니다. 만약 자신을 힘들게 하는 여자친구나 아내가 있다면 흥미진진할 정도로 그 과정을 묘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동안 어떤 사건이 있었는지, 그녀가 자신에게 얼마나 황당한 행동을 했는지, 지금 관계가 어떤 상태인지에 대한 것들입니다. 그런데 정작 당신의 여자친구가, 그리고 아내가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요. 하고 물으면 잘 대답하지 못합니다. 그녀가 왜 분노하는지, 왜 침묵하는지, 왜 이별을 통보했는지 깊이 상상해보지도, 또 그녀에게 물어보지도 못했구요. 반면에 여성들은 지나치게 상대의 입장을 고려하고 배려해서 문제가 됩니다. 자신의 생각과 자기 기준이 없이 상대의 생각과 입장에 몰입돼 노심초사하게 되는 것입니다.

58-상대를 이해해보겠다고 마음 먹을 때는 자기 중심에서 벗어나 전적으로 상대방 중심으로 생각을 열어보세요. 인간은 보통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타인에게 요구하는 경향이 있으니까요.

63-아버지와 남자 일반에 대한 거부감 또는 ‘설득’이나 ‘가르침’으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열병님은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아버지를 극복하는 일은 그녀 자신의 체험으로만, 생생한 체험을 통한 깨들음으로만 결국 가능할 것입니다. 우리가 경험하는 이런 시절의 가족관계는 대부분 몸으로 그리고 가슴으로 경험하는 것들입니다. 어린아이들은 이성적인 능력이 발달하지 않았으니까요. 그래서 성인이 되어 몸과 가슴에 각인된 어린 시절의 기억을 이성적으로 지우려면 아주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몇 년, 아니 평생이 걸릴지도 모릅니다. 그렇다고 해서 가족의 갈등과 상처를 풀어갈 심리학적인 노하우나 논리적인 해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가슴으로’ 용서하지 못한다면 논리적인 해법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기 때문에 아무리 대단한 해법이라도 쓸모가 없는 것입니다.

64-“자신이 주는 사랑보다 받는 사랑이 클 경우 죄책감이 들 수 있다. 지나치게 자신을 사랑하는 상대방이 오히려 더 싫어지거나 그에 대한 분노가 생길 수 있다. 지나치게 상대방에게 매달리는 사람들은, 사랑은 강요할 수 없는 것이라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

68-사랑에는 성공도 실패도 없답니다. 사랑이라는 아주 절실하고 절박한 체험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는 일만이 있을 뿐.

69-‘상대에게 어떤 모습으 보여줘야 하는 건지’ 고민하기 보다는 상대 앞에서 어떤 모습을 드러낼 때 가장 자기답다고 느끼는지 생각해보세요.

70-자신의 느낌과 감정을 상대에게 이해시키려고 애쓰는 여자들을 ‘이기적’이라거나 유치하다고 판단하는 하루 님의 마음속 편견을 몰아내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들은 자신이 경험하는 느낌과 감정을 가지고 상대와 협상을 하고 또 대화를 시도하는 중이랍니다. /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드러내고 투덜대고 머리 긁적이면서 하루 님의 순수를 마음껏 발휘하세요. ‘소심한 당신’을 더욱 자유롭고 당당하게 해줄 사랑을 찾아낼 수 있는, 당신만의 더듬이가 만들어질 때까지 말입니다.

74-“제발 나르시시즘에서 벗어나 자신의 애인을 낯설게 바라보라”고 말입니다.

82-사랑을 선택하는 기준은 우리 자신에게 있기 때문에 우리의 내면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귀 기울여야 합니다. 어떤 이들은 상대를 만나 편안한 감정을 느낄 때 지극한 행복을 느끼고, 또 어떤 이들은 이성적인 매력이 물씬 풍기는 연인과 있을 때 살아 있음을 느낍니다. 그것이 어떤 사랑이든 지금 나를 가장 행복하게 하고, 내가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그런 상대를 선택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88-인간이 태어나 자신의 보호자에게서 느끼는 가장 근원적인 감정이 바로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입니다.

90-그 하루의 즐거움과 행복을 잊어버리고 사랑이 영원하기를, 내 인생을 책임져주기를, 내 고통과 괴로움을 대신 저주기를 바라면서 우리는 전전긍긍하게 됩니다. 전전긍긍하는 사람에게 현재의 행복은 존재하지 않지요.

95-사랑은 본질적으로 타인이 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자신에게 허락하는 것인가 봅니다. 내 자신이 사랑받을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타인이 주는 사랑을 충분히 음미하고 즐길 수 있으니까요. 충분히 음미하는 사람에게는 많은 양의 사랑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사랑중독증 전문가인 마사 비레다 박사는 사랑중독증이 현실보다는 ‘환상’에 뿌리를 둔 관계이기 때문에 ‘지금 여기’에 있지 않다고 말합니다. 여인들은 ‘서로의 관계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 것인가’에 관심을 둔다는 말이지요.

96-사랑에 집작하는 사람들에게는 가족과 사회로부터 진정한 사랑을 받을 수 없었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합니다. 그래서 자신을 무가치하거나 사랑받을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게 되고 그때부터 타인의 사랑을 찾아 헤메게 됩니다. 타인의 사랑으로 자기 존중감을 지탱하고 사는 사람들의 사랑 욕구를 채워줄 연인은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늘 외롭고 갈증이 난 상태입니다.

101-자신에게 다가오는 사랑이 늘 비슷한 패턴을 가지고 있다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합니다. 그것은 자신의 내면에 뭔가 해결하고 극복할 것이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내면이 그 문제의 해결을 위해 반복해서 비슷한 유형의 사람을 좋아하게 만들고, 또 비슷한 과정을 겪게 하는 것입니다.

109-아기의 성정 과정을 지켜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게 되는 것이 있습니다. 인간은 독립적인 존재가 되고자 하는 본능적인 옥구를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제 손으로 만져서 확인하기를 원하고, 저 혼자 서서 걷기를 원합니다. 혼자 해야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보이기도 하지만 아이들은 독립적으로 무엇인가를 이루어냈을 때 커다른 기쁨을 느끼지요. 그리고보면 독립이 어려운 쪽은 아이가 아니라 부모입니다. 자식 걱정이 지나쳐 그것을 정체성으로 삼아버린 부모님들이 한국 사회엔 너무 많습니다. 자신의 존재 이유를 ‘자식 걱정하는 부모 역할’에서 찾으려는 것입니다.

110-자신감이 없고, 의존적이며, 자신을 미숙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그런 자신의 문제를숨기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자식이나 가까운 사람들을 미숙하다고 판단하고 걱정하는 것과 같은 심리입니다. 심리학적으로는 ‘투사’라고 하지요.

113-그 주문에서 풀려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무엇보다 자신에게 너그러워질 필요가 있습니다. 미숙하든 아니든, 나이가 들었든 젊었든 인간은 누구나 실수도 하고 때로는 자신감을 잃기도 하지요, 그리고 더욱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면, 실수와 좌절 없이는 성장할 수 없습니다. 실수나 잘못, 좌절 등의 ‘위험한 경험’은 언젠가 반드시 겪어야 하는 일들입니다. 문제는 그 위험한 경험을 부모님들이 대신 해주고 있거나 또는 반드시 피해야 하는 ‘나쁜 것’이라고 오해하는 데서 생깁니다.

116-모성도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마들어지는 것이다.

117-특히 인간의 폭력성과 분노는 자기보다 약한 존재에게 향하기 쉬우니 남성에게 여성이, 어른에게는 아이가 표적이 되는 것이 너무도 당연한 것입니다. 많은 어머니들이 가슴을 치면서 이렇게 털어놓습니다. “왜 아이 앞에서는 내가 짐승처럼 돌변해서 밑바닥을 다 드러내는지 모르겠어요.” / 세상의 많은 딸들이 “엄마가 지겹다”고 입버릇처럼 되뇌지만, 사실 그렇게 말하는 딸일수록 어머니와 거리두기에 성공한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어머니와의 거리두기란 어머니를 ‘나의 분신’으로 보지 않고, 낯선 ‘타인’으로 볼 수 있는 것을 말합니다. / 우리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사랑이라고 변명하면서 서로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입히고 사는지 모릅니다.

118-자존감이 낮기 때문에 동성의 자식인 딸도 자신을 대하듯 함부로 대하는 것이지요. 그 밖에도 딸에 대한 질투나 혐오가 있을 수 있고, 딸에게 죄의식을 심어줌으로써 자신의 울타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려는 무의식적인 의도가 숨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어떤 이유에서든 그런 식으로 딸을 대하는 것은 부당합니다. 어머니는 자신의 아픈 내면을 위로해달라고 부탁할 수는 있지만 딸을 함부로 할 권리는 없습니다. / 완전한 모성은 없답니다. 인간은 누구나 기본적으로 이기적이며 자기 상처와 자기 경험에 충실한 존재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셨으면 합니다.

124-실제로 지금 어머니는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고 있는 ‘어린아이’와 격렬하게 싸우고 계실 것입니다. 딸의 선택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왠지 모를 억울함이나 배신감, 외로움, 분노 등에 휩싸여 그야말로 ‘내 마음 나도 어쩔 수 없는’ 심정일 것입니다. 우리 모두에게 그런 순간들이 존재합니다. 나잇값을 할 수 없게 완고히 버티는 내면의 아이 때문에 말이지요.

130-세상은 사람들에게 ‘공동체정신’ 혹은 ‘함께하기’를 충고하지만 적어도 한국 사회의 가족 관계에선 우선 해결되어야 하는 문제는 개개인의 독립이라고 생각됩니다. ‘개인의 독립’ 없는 일체화는 미분화된 조직체에 불과할 테니까요.

132-자식이 부모에게 주는 기쁨과 사랑은 부모의 사랑을 넘어섭니다. 부모가 실수하거나 미숙해도 언제나 용서하고 무조건적인 사랑을 보이면서 부모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도리어 자식 쪽이라는 것입니다.

136-‘착한 사람’들의 가장 큰 맹점은, 타인에게는 착하게 굴면서 자기 자신에게는 착하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자신과 타인을 공평하게 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들은 나쁩니다. 자기 몸의 안전장치가 단단해야 타인을 구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상식이 되었습니다. 그 어떤 것이라도 자신에 대한 투자 업슨 헌신과 희생은 눈물 없이는 볼 수없는 비극에 지나지 않습니다.

156-상처가 완전히 치유된 것과 상처의 고통에 무뎌진 것을 혼동하지 마세요.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지 않았어도 그 기억에 대해서는 무뎌질 수 있답니다. 그때의 고통이 너무 생생하거나 또는 그 상황에 처했던 자신이 수치스럽게 느껴질 때 우리는 하루빨리 그 고통에 둔감해지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또 상대가 미워할 수만은 없는 존재일 때도 어떻게든 감정을 빨리 종결시키려고 하게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오랫동안 복잡하고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거든요.

163-아이를 양육자인 엄마로부터 격리할 수 있는 ‘아기구덕’을 가지고 있지 않은 문화권은 전 세계에서 제주도를 제외한 한반도뿐이라고 합니다. “이처럼 격리 육아가 발달하지 않은 이유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한 집에 더불어 살면서 조부모가 손자를 보살펴주는 삼세동당 때문”이라고 이규태 씨는 말했습니다. 긴밀하게 묶여 있던 가족구조 때문에 지금의 저출산과 노인문제가 생겼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한시도 떨어질 새 없이 의무와 책임으로 밀접하게 결합돼 있던 가족원들이 느꼈을 숨 막히는 갈등을 생각해본다면 말입니다.

170-분노와 죄의식은 그렇게 빛과 그림자처럼 한 짝을 이루어 동행합니다. 평소엔 분노가 활개를 치지만 문제가 발생하거나 불행이 닥치면 죄의식이 짙게 드리웁니다.

185-실제로 인간은 100퍼센트 일관된 가치관을 가지고 살 수는 없습니다. 자기 안에 보수와 진보, 개방, 자유, 소속감 등이 상존하고 있을 것입니다.

188-인간의 근본적인 행복은 남자친구나 남편이나 자식이 만들어주지 못합니다. 그것은 죄의식이나 자기검열 없이 자유롭고 당당한 자기 자신이 만드는 것입니다.

190-한 가족 내에서 시어머니와 며느리는 다른 가족원에 비해 성도 다르고 지위도 다릅니다. 시아버지를 비롯해 그 자식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자연스럽게 가족원이 되지만 시어머니와 며느리는 어찌 보면 이식된 존재이며, 며느리 혹은 아내와 어머니로서의 역할을 다해야 비로소 가족원으로 인정받게 됩니다. 이때 시아버지를 비롯해 부계가족이 갖는 지위를 귀속지위라고 하고,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지위를 성취지위라고 부릅니다. 말 그대로 ‘귀속지위’란 태어날 때부터 당연히 갖게 되는 지위이며, ‘성취지위’는 노력해야 얻을 수 있는 지위인 것입니다. 존재 자체로 사랑 받을 수 있는 존재로서의 남성들과 달리 노력해야만 인정받는 존재라니, 인간이 실존적 불안감의 극치를 경험하게 되는 것이 바로 이런 존재감을 느낄 때입니다. 그러니 결혼한 여성들이 시집에만 가면 왜 그렇게 긴장하게 되는지 이해가 되시지요?

233-상대 여성을 성적으로 흥분시키지 못한다는 것은 남성들에게 최대의 모욕이 됩니다. 자신의 남성성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말이 되니까요. 그 사실을 감지한 여성은 불감증을 느낌으로써 마음속으로나마 상대에게 복수합니다. ‘나에게 당신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 알아?’하는 심정이 되는 것이지요.

234-약자에게 분노는 고통일 뿐이니까요. 자신의 분노를 상대가 이해하지 못할 때, 분노를 해소하기 위해 의사소통을 시도해보지만 늘 외면당할 때 고통은 부메랑처럼 나에게 돌아옵니다. 결국은 육아에 대한 고통, 남편의 몰이해 모두 냉장고 님 혼자서 삭여야 하는 일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분노를 느끼느니 차라리 죄의식을 선택하게 되는 것입니다.

238-그래서 저는 결혼한 여성들에게 “경제적인 독립”과 “심리적인 독립”을 이야기합니다. 배우자가 없어도 살아갈 수 있는 물질적, 정신적 독립성은 이제 사랑이나 믿음만큼 결혼 생활의 불가결한 요소입니다.

244-이혼 과정에서 남성과 여성은 아주 다른 셈법을 가지고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여성들은 대부분 ‘관계’에 치중합니다. 상대에 대한 배신감과 서운함, 혼자 살아갈 것에 대한 두려움, 내면의 고통 등이 그것입니다. 그러나 남성들은 그때부터 ‘계산’을 하기 시작합니다.

256-희망과 욕구를 너무 많이 거세당하면 우울이 깊어진다는 것은 사실이다. 자주 좌절당한 사람이 분노를 느끼고, 그 분노를 해소할 길조차 없을 때 우울증에 빠진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기도 합니다. / 기왕에 우울의 늪으로 들어갔으니 자신이 지금 거기 빠져 있다는 것을 자각한 상태로 좀더 즐기세요. 우울의 늪 속에 있다고 걱정하거나 자학하지 마세요. 어서 거기서 벗어나야 한다고 다그치지 마세요. 더 완벽하게 살았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회한에 젖지 마세요. 자학하는 감정이 일거든 그건 나중에 생각해볼 문제라고 인단 저만치 미뤄놓으세요. 지금은 느리게 걷고 있지만 그건 미래의 빠른 걸음을 위한 준비운동일 거라고 편안하게 받아들여주세요. 누구나 저마다의 걸음걸이가 있으며, 그 어떤 걸음걸이와도 비교할 수 없다고 생각하신다면 더 좋겠지요.

263-어쨋든 운명이 우리의 인생을 방해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오히려 지금까지의 삶의 방식을 벗어버리고 더 행복하게 살도록 돕는 것이 목적이랍니다.

267-그 사인들은 외치고 있습니다. “제발 나를 외면하지 말고, 짜증 내지 말고, 주의 깊게 바라봐주세요. 당신은 지금 내가 보내는 사인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알아차려야 합니다. 문제를 해결하고 그 문제에서 벗어나야 할 때입니다.”

268-중독은 또한 우울증의 한 증상이며, 우울증은 욕망의 좌절이 주요한 뿌리가 됩니다. 인간이 가진 욕구와 기대와 욕망이 이런저런 이유로 번번이 좌절되고 억압되면 우울해질 수 밖에 없을 것이고, 좌절된 욕망은 어느 한 대상에 집착하는 것으로 위안을 삼게 됩니다.

270-불이 꺼진 줄 알고
재를 뒤적이다가, 그만
손가락을 데었네 -안토니오마차도-

274-도대체 왜 여성들은 누군가가 조금이라도 관심을 보이면 마음이 약해지는 걸까요?

270-페미니스트들이 커피 심부름이나 차 심부름 등을 거부하는 이유는 그것이 자존심 상하는 일이거나 단지 귀찮아서가 아니다. 바로 그 잡다한 일들이 주요 업무에 몰두하는 걸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직장에 들어온 이상 남성과 여성 모두 성공하고 싶어하겠지만 무조건 열심히 일하면 되겠지, 하고 잡은 여성들의 동아줄은 대부분 썩어 있게 마련입니다. 남성들은 줄을 잘 골라 잡는 데 선수입니다. 회사에 들어오면 먼저 어떤 줄이 성공으로 이어진 황금줄인지부터 파악할 것입니다.

280-저는 젊은 여성들이 조직 내에 존재하는 힘의 관계를 보는 안목을 기르셨으면 합니다. 어느 조직이든 그 조직을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는 힘의 관계가 존재합니다. 힘 있는 자 뒤에 줄을 서라고 충고하는 게 아닙니다. 힘의 관계를 잘 파악한다면 적어도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나아간다든지 너무 치명적인 충돌을 해서 힘을 소진하는 일은 피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다음에 어떻게 유리하게 처세할 것인가 배우셔야 합니다. 무조건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 내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고 거기에 접근하는 법을 배우셔야 하는 것이지요. 힘에 부치는 갈등을 피하면서도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도 터득하시기 바랍니다.

283-물론 그들도 자기 나름대로 사랑을 실천하며 나름의 희생을 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단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안 할 뿐이라는 것이지요. 그러고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가 원하는 방식대로만 사랑을 베풀려고 합니다. 자신을 바꾸어 상대가 원하는 사랑을 주려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특히 사회의 강자일수록 자기 방식대로 사랑을 주는데 고집스럽습니다. 남자, 지배층, 권위자, 어른, 부모 등이 그들입니다. 상대를 고려하지 않아도 처벌받지 않으니 상대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는 것일까요.

284-개인적으로 저는 남자들의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를 보면서 역설적이게도 ‘자기사랑’을 배웠습니다. 그토록 철저하게 자신이 원하는 일만 하려는 남자들에게서 배우자는 것입니다.

286-여성들이 나쁜여자의 모범을 보이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나쁜 여자의 개인주의에 자극 받아서 또 다른 여성이 자기 사랑을 생각할 수 있게 된다면 잠시 동안의 불쾌감이 그리 나쁜 일은 아닐 것입니다. 착한여자와 헌신적인 모범이 다른 여성들에게 독이 될 수도 있듯이 말입니다. / 알아서 해주는 것은 여자들의 역할이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날카로운 비난이나 처벌이 따랐기 때문에 여성들은 즐거운 마음이 아니라 불안한 마음으로 알아서 하게 됩니다.

293-자신감이 넘쳐도 건방지다는 소리를 듣지 않으면서 얼마든지 상대와 대등한 대화를 할 수 있습니다.

294-자신을 드러내는데 당당하지만 상대의 말도 귀 기울여 들을 자세가 되어 있다면, 자신의 생각이 틀렸을 때조차 감추려 하거나 당황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309-피해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극복하지 못할 절망적이고 치명적인 경험도 아닙니다. 어떤 과정을 거치느냐에 따라 더 성숙해지고 한층 강해질 수도 있답니다.

314-이런 기쁨은 어떨까요? 우리가 여성으로 산다는 것, 성적 소수자로 살아간다는 것을 자각하는 순간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던 수많은 모습과 목소리들을 목격하게 됩니다. 나와 조금씩 다른, 혹은 나보다 더 심각한 고통을 안고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말입니다. 그 순간 우리의 사고와 의식은 폭발적으로 확장됩니다. 소위 ‘정상’ 혹은 ‘다수’라고 하는 것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비정상으로 취급하고, 얼마나 많은 사람을 그늘 속에 가둔 뒤에나 가능했던지 깨닫게 되는 것이지요.

319-죽음의 고통을 피해갈 비법은 따로 없습니다. 오히려 당신이 지금 그 고통의 한가운데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받아들이십시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가까이서 지켜본 사람들은 압니다. 오늘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인간관계에서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육체적인 고통에 비하면 우리가 늘상 하소연하는 정신적인 고통이라고 하는 것이 얼마나 호사스러운 아픔인지 그야말로 머리가 아닌 온몸으로 알게 됩니다. 그런 깨달음이야말로 죽음이 우리에게 선사한 훌륭한 선물입니다.


3. 내가 저자라면

2008년 1월, 상담소의 메일 상담이 16년 동안의 활동을 접고 문을 닫게 된다. 나는 3년이라는 시간동안 온라인을 통해서 피해자들을 만나고 상담을 해왔다. 성폭력이라는 이슈로 그녀들을 만났지만, 어쩌면 성폭력은 하나의 불씨일 뿐 피해자들이 안고 있는 삶에 대한 고민과 상처들은 전반적인 삶과 연결되어져 있었다. 단지 그 연결성을 보지 못할 뿐이다. 그녀들의 솔직 담백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되면서 내가 발견한 것은, 우리의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자기불신이었다.

우리 안에 숨어 있는 불신은 그녀들을 초라하고 위축시켰다. 원인이 분명하지 않은, 혹은 이사회가 만들어낸 자책감과 죄의식이 얼마나 수많은 여성들의 삶에 잠식하여, 우리가 약해져 있을 때마다 고개를 내밀어 삶을 움츠러들게 했는가. 내 잘못일지도 몰라, 내 탓일 거야, 내가 뭘 모르고 있는 것 같아, 이렇게 해도 괜찮을 걸까?, 나는 왜 잘하는게 없는가, 나는 쓸모없는 존재인가봐, 내가 자초한 불행이야, 내가 한심해, 사랑받지 못할꺼야, 버림받을지도 몰라.

그녀들의 깊이 있는 내면에 귀를 기울일수록 상담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특히 눈과 눈을 마주하고 대화를 통해 상담을 하는 것이 아닌,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상담은 단순한 언어를 통해서 일방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어렵고 조심스러운 부분들도 많았다. 또한 상담소의 고민은 우리의 여성주의 가치, 혹은 여성들의 전반적인 이슈가 단지 개인의 차원이 아닌 사회구조와 맞물려 있는지를 어떻게 나눌 수 있는가였다. 대부분의 상담이론은 모든 문제를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 치부해 버리기 때문이다. 이것이 상담소의 차별화된 상담이었고, 전략이었다. 하지만 상담소는 여성주의 가치를 기반으로 사회구조에 초점을 맞추면서, 성폭력이라는 이슈를 개인의 성찰의 계기로 삼을 수 있는 상담을 치부하기 시작 했다. 사회적 차원과 개인적 차원의 균형. 이것이 나의 고민의 지점이었다. 그리고 그 두 가지를 아우를 수 있는 가이드북을 만들어 보고 싶은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이러한 시점에서 만난 책이 저자의 ‘천만번 괜찮아’이다.

이 책은 ‘형경과 미라’에게 라는 상담 인터넷게시판을 통해 접수된 내용들을 중심으로 그녀가 직접 상담한 내용을 담고 있다. 언어적으로 소통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넘어서 따뜻하게 어루만지면서도 날카롭게 문제를 파고드는 그녀의 상담은 나의 관심을 끌어당기기에 충분했다. 또한 20년의 페미니스트로서의 활동이 대변하듯이, 그녀의 상담은 단지 심리적인 개인 문제 뿐만아니라, 사회적인 문제까지도 함께 아우루는 균형 잡힌 상담을 시도하고 있었다. 죄의식을 강요하고, 처벌이 난무하며, 선악의 경쟁구도를 좋아하는 틀에 박힌 세상에서 벗어나 전혀 다른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함을 강조하였다. 즉, 자신의 마음에 집중하면서도 외부의 시각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남을 탓하거나 책임을 남에게 돌리는 것이 아니라, 자기위로와 자기용서의 시각으로만 활용해야 함을 잊지 않았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메일 상담을 정리하는 의미로, 성폭력이슈를 중심으로 상담사례집을 내보자고 제안해 보고 싶어졌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피해자 유발론이 팽배하다. 그렇기에 어디에도 말하지 못한 채, 가슴앓이를 하는 수많은 피해자들이 많다. 그녀들에게 자신을 어떻게 다시 만나고 화해하며, 세상 밖으로 나와야 하는지, 다른 피해자들의 경험과 상담을 보면서 자신의 힘을 찾아나갈 수 있는 책이 될 수 있다면 정말 멋진 일이 될 것이다. 이러한 책의 장점은 자신의 비추어볼 수 있는 거울을 내담자의 수만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니 말이다.

피해자를 막론하고 46명의 거울을 통해 또 다른 나와 만나고 나니, 내면의 아이가 많이 성장한 느낌이 든다. 저자의 말처럼 잘못한 일이 있을까 불안에 떨고 있는 내면의 나에게 천만번이고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 순간에도 다시 한 번 내 스스로에게 그리고 나와 다른 누군가에게, 피해자들에게 이 말을 해주고 싶다. “괜찮아, 네 탓이 아니야, 설사 네 탓이라고 해도 괜찮아. 그래도 너를 미워하지 않을꺼야. 정말 괜찮아. 천만번이라도 괜찮아.”


IP *.236.47.54

프로필 이미지
한정화
2008.01.21 23:20:53 *.72.153.12
재밌네.
엄마랑 여동생이랑, 그리고 남동생이랑, 아버지랑 같이 이야기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