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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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 메이어, 세팅 더 테이블, 해냄 2007
‘행복학’에 대해 읽으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 나는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행복한 사람을 직접 보고 접하며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성공학’에 대해 읽으면 성공할 수 있을까? 나는 성공하는 법도 성공한 사람들을 보고 접하며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행복이나 성공의 영역은 ‘지식’과 ‘이해’의 영역이 아니라, ‘각성’을 해서 질적 변환이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행복한 사람, 성공한 사람과 어울리는 것이 여의치 않으면, 그들이 쓴 책을 보라. 연구실에서 추출된 이론이나 선언적 원칙들보다 훨씬 감동적이고 힘을 받게 된다. 자기 자신을 실험하며, 스스로 믿는 가치를 구현해낸 사람들의 이야기는 설득력이 강하다.
요즘 자기계발서를 많이 읽다보니, 대동소이한 내용들 때문에 멀미가 날 지경이다. 그 많은 성공학과 성공의 원칙이라니! 그러던 중 발견한 이 책은 군계일학이다. 뉴욕의 레스토랑 경영의 귀재가 쓴 책이지만, 모든 사업에 적용해도 좋을 원칙으로 빛난다. 직관, 배려, 맥락, 탁월성, 공동체... 그의 키워드는 매력적이다.
저자 대니 메이어는 1985년 스물일곱의 나이로 처음 레스토랑을 개업하여, 현재 11개의 레스토랑을 거느리는 CEO이다. 그의 레스토랑들은 뉴욕에서도 최고급이다. 두 번째 식당 그래머시 태번을 설계하고 건축하고 꾸미는 비용에 300만 달러가 들었다거나, 어느 식당인가는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의 배경이 되어 유명해졌다거나 하는 에피소드가 있다. ‘미슐랭가이드’에서 별 한 개를 받기도 하고, 뉴욕현대미술관 안에서도 레스토랑을 운영한다. 그의 식당들은 나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규모이지만, 그의 경영철학은 모두 알아들을 수 있다!
저자는 타고난 사업가이다. 부모님은 물론 할아버지, 외할아버지가 모두 뛰어난 사업가였다. 음식에 대한 저자의 감각역시 타고난 것 같다. 저자는 아주 오래 전부터 오감을 동원해서 음식을 먹었다. 네 살 때 이미 마이애미 해변의 라군 레스토랑에서 먹는 스톤크랩의 맛에 홀딱 빠져, 들어주는 사람만 있으면 아무나 붙잡고 스톤크랩에 대해 끊임없이 떠들어댔다고 한다.
캠프에서 최고의 요리사로 선정되고 친구들을 위해 즐겨 요리를 하던 10대, 로마의 전통요리에 탐닉한 대학시절, 식도락을 즐기던 3년간의 세일즈맨 생활 내내 음식은 그의 주된 주제였다. 무언가 평생 할 일을 찾고자 했을 때, 그의 선택은 자명했다. 사람들에게 자신이 열망하는 두 가지, 맛있는 음식과 따뜻한 배려를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그는 모든 체험을 사업전략으로 발전시켰다. 개인적인 기억의 창고에서 가장 큰 영감을 이끌어낸다고 한다. 고향 야구팀의 경기를 볼 때, 경기장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한정되었던 기억을 사업화하는 식이다. 야구경기와 훌륭한 음식을 둘 다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질문을 던진다. 새로운 주방장과 친해지기 위해서, 둘이 함께 그의 뿌리로 돌아가는 음식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그의 눈과 미각을 통해 그의 고향을 알게 되는 특별한 체험! ‘침대와 책’을 쓴 정혜윤이, 한 사람이 읽은 책을 중심으로 자서전을 꾸며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듯이, 한 사람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음식탐사도 참 재미있을 것 같다. 이는 저자가 자신의 성장기에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기억하고 있기에 가능한 착안이 아닐까. 그는 요리사들에게 주문한다. 맨 처음 초콜릿칩 쿠키를 성공적으로 만들었던 때를 기억하라고, 만일 그 때 느꼈던 성취감을 되살릴 수 있다면 틀림없이 근사한 요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저자는 아주 독창적인 최상주의자이다. 그는 자신이 열정을 갖고 있는 것들을 서로 조합해서, 기존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기쁨에 몸을 맡겼다. 나는 그가 ‘뭔가 새로운 것’을 추구하기 위해 질문하는 방식에 매혹되었다. 그가 질문할 때마다 새로운 형식의 레스토랑이 하나씩 생겨났다. 그는 길을 만들며 간다. 문화의 창조주이다.
“고급요리는 턱시도를 입은 웨이터들이 서브를 하고 숨이 막힐 듯이 조용하고 경직된 분위기에서 먹어야만 한다는 법이 세상에 어디 있는가?
우리가 단지 편안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할 수 있다는 이유로, 훌륭한 음식과 다양한 고급 프랑스 와인을 즐기지 못하라는 법이 세상에 어디 있는가?
핫도그 수레처럼 평범한 사업으로 탁월성과 접대의 범위를 넓히면 안 된다는 법이 세상에 어디 있는가? 핫도그 수레 이상의 뭔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전통적인 공공시설인 미술관의 따뜻하고 호의적인 분위기에서 우아하고 친밀한 식사 경험을 즐기지 못하라는 법이 세상에 어디 있는가?”
레스토랑 운영에 이만한 창의성과 혁신이 숨어있다니, 정말 흥미진진한 일이다. 사업을 통해 이렇게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니 경탄스럽다. 나도 그처럼 전혀 다른 것들을 연결하여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고 싶다. 홍대앞에 카페와 병원을 접목시킨 곳도 있던데, 카페와 학습을 연결시키면 어떨까.
누구나 사람이 그리울 때 스스럼없이 나올 수 있는 열화살롱이요, 사회봉사와 체험활동을 연결하는 센터가 될 수는 없을까? 일상적인 생활을 풍요롭게 해 줄 공부와 사색을 리드하는 연구소요, 내 안의 어린아이를 끄집어내는 놀이터가 될 수는 없을까? 질좋고 저렴한 식사와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이 연결되면 안된다는 법이 세상에 어디 있는가? 음식장사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지만, 저자도 초기에는 ‘맹인이 맹인을 인도하는 격’이었다고 하지 않는가. 더구나 음식에 대한 이렇게 멋있는 정의도 있는데!
나에게 있어서 음식과 안정과 사랑에 대한 세 가지 기본적 욕구는 서로 얽히고 설켜 있기 때문에 한 가지를 나머지 두 가지와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허기에 대해 글을 쓸 때 실제로 사랑과 그 사랑에 대한 허기에 대해, 따뜻함과 그 따뜻함에 대한 허기에 대해, 그리고 허기가 채워졌을 때의 따뜻함과 만족과 아름다운 세상에 대해 쓰게 된다. 그 모든 것은 하나다.
-- 메리 프란시스 케네디 피셔, ‘나는 식도락가’ 중에서 --
IP *.209.51.147
‘행복학’에 대해 읽으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 나는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행복한 사람을 직접 보고 접하며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성공학’에 대해 읽으면 성공할 수 있을까? 나는 성공하는 법도 성공한 사람들을 보고 접하며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행복이나 성공의 영역은 ‘지식’과 ‘이해’의 영역이 아니라, ‘각성’을 해서 질적 변환이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행복한 사람, 성공한 사람과 어울리는 것이 여의치 않으면, 그들이 쓴 책을 보라. 연구실에서 추출된 이론이나 선언적 원칙들보다 훨씬 감동적이고 힘을 받게 된다. 자기 자신을 실험하며, 스스로 믿는 가치를 구현해낸 사람들의 이야기는 설득력이 강하다.
요즘 자기계발서를 많이 읽다보니, 대동소이한 내용들 때문에 멀미가 날 지경이다. 그 많은 성공학과 성공의 원칙이라니! 그러던 중 발견한 이 책은 군계일학이다. 뉴욕의 레스토랑 경영의 귀재가 쓴 책이지만, 모든 사업에 적용해도 좋을 원칙으로 빛난다. 직관, 배려, 맥락, 탁월성, 공동체... 그의 키워드는 매력적이다.
저자 대니 메이어는 1985년 스물일곱의 나이로 처음 레스토랑을 개업하여, 현재 11개의 레스토랑을 거느리는 CEO이다. 그의 레스토랑들은 뉴욕에서도 최고급이다. 두 번째 식당 그래머시 태번을 설계하고 건축하고 꾸미는 비용에 300만 달러가 들었다거나, 어느 식당인가는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의 배경이 되어 유명해졌다거나 하는 에피소드가 있다. ‘미슐랭가이드’에서 별 한 개를 받기도 하고, 뉴욕현대미술관 안에서도 레스토랑을 운영한다. 그의 식당들은 나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규모이지만, 그의 경영철학은 모두 알아들을 수 있다!
저자는 타고난 사업가이다. 부모님은 물론 할아버지, 외할아버지가 모두 뛰어난 사업가였다. 음식에 대한 저자의 감각역시 타고난 것 같다. 저자는 아주 오래 전부터 오감을 동원해서 음식을 먹었다. 네 살 때 이미 마이애미 해변의 라군 레스토랑에서 먹는 스톤크랩의 맛에 홀딱 빠져, 들어주는 사람만 있으면 아무나 붙잡고 스톤크랩에 대해 끊임없이 떠들어댔다고 한다.
캠프에서 최고의 요리사로 선정되고 친구들을 위해 즐겨 요리를 하던 10대, 로마의 전통요리에 탐닉한 대학시절, 식도락을 즐기던 3년간의 세일즈맨 생활 내내 음식은 그의 주된 주제였다. 무언가 평생 할 일을 찾고자 했을 때, 그의 선택은 자명했다. 사람들에게 자신이 열망하는 두 가지, 맛있는 음식과 따뜻한 배려를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그는 모든 체험을 사업전략으로 발전시켰다. 개인적인 기억의 창고에서 가장 큰 영감을 이끌어낸다고 한다. 고향 야구팀의 경기를 볼 때, 경기장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한정되었던 기억을 사업화하는 식이다. 야구경기와 훌륭한 음식을 둘 다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질문을 던진다. 새로운 주방장과 친해지기 위해서, 둘이 함께 그의 뿌리로 돌아가는 음식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그의 눈과 미각을 통해 그의 고향을 알게 되는 특별한 체험! ‘침대와 책’을 쓴 정혜윤이, 한 사람이 읽은 책을 중심으로 자서전을 꾸며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듯이, 한 사람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음식탐사도 참 재미있을 것 같다. 이는 저자가 자신의 성장기에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기억하고 있기에 가능한 착안이 아닐까. 그는 요리사들에게 주문한다. 맨 처음 초콜릿칩 쿠키를 성공적으로 만들었던 때를 기억하라고, 만일 그 때 느꼈던 성취감을 되살릴 수 있다면 틀림없이 근사한 요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저자는 아주 독창적인 최상주의자이다. 그는 자신이 열정을 갖고 있는 것들을 서로 조합해서, 기존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기쁨에 몸을 맡겼다. 나는 그가 ‘뭔가 새로운 것’을 추구하기 위해 질문하는 방식에 매혹되었다. 그가 질문할 때마다 새로운 형식의 레스토랑이 하나씩 생겨났다. 그는 길을 만들며 간다. 문화의 창조주이다.
“고급요리는 턱시도를 입은 웨이터들이 서브를 하고 숨이 막힐 듯이 조용하고 경직된 분위기에서 먹어야만 한다는 법이 세상에 어디 있는가?
우리가 단지 편안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할 수 있다는 이유로, 훌륭한 음식과 다양한 고급 프랑스 와인을 즐기지 못하라는 법이 세상에 어디 있는가?
핫도그 수레처럼 평범한 사업으로 탁월성과 접대의 범위를 넓히면 안 된다는 법이 세상에 어디 있는가? 핫도그 수레 이상의 뭔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전통적인 공공시설인 미술관의 따뜻하고 호의적인 분위기에서 우아하고 친밀한 식사 경험을 즐기지 못하라는 법이 세상에 어디 있는가?”
레스토랑 운영에 이만한 창의성과 혁신이 숨어있다니, 정말 흥미진진한 일이다. 사업을 통해 이렇게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니 경탄스럽다. 나도 그처럼 전혀 다른 것들을 연결하여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고 싶다. 홍대앞에 카페와 병원을 접목시킨 곳도 있던데, 카페와 학습을 연결시키면 어떨까.
누구나 사람이 그리울 때 스스럼없이 나올 수 있는 열화살롱이요, 사회봉사와 체험활동을 연결하는 센터가 될 수는 없을까? 일상적인 생활을 풍요롭게 해 줄 공부와 사색을 리드하는 연구소요, 내 안의 어린아이를 끄집어내는 놀이터가 될 수는 없을까? 질좋고 저렴한 식사와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이 연결되면 안된다는 법이 세상에 어디 있는가? 음식장사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지만, 저자도 초기에는 ‘맹인이 맹인을 인도하는 격’이었다고 하지 않는가. 더구나 음식에 대한 이렇게 멋있는 정의도 있는데!
나에게 있어서 음식과 안정과 사랑에 대한 세 가지 기본적 욕구는 서로 얽히고 설켜 있기 때문에 한 가지를 나머지 두 가지와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허기에 대해 글을 쓸 때 실제로 사랑과 그 사랑에 대한 허기에 대해, 따뜻함과 그 따뜻함에 대한 허기에 대해, 그리고 허기가 채워졌을 때의 따뜻함과 만족과 아름다운 세상에 대해 쓰게 된다. 그 모든 것은 하나다.
-- 메리 프란시스 케네디 피셔, ‘나는 식도락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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