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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월 17일 15시 14분 등록

1. 프롤로그

어제(08.1.17)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정부조직 개편안은 공무원 사회에 커다란 충격파를 주고 있다. 강력하면서도 작은 정부를 추구하면서 대대적인 조직개편과 부처의 업무조정안을 내놓았다. 정부개편안의 직접 당사자인 공무원들은 큰 혼란에 빠졌고, 일도 잡히지 않았다. 우연히 이번 주 도서로 읽고 있는 찰스 T 굿셀의 『공무원을 위한 변명』을 읽게 되었다. 시절이 시절인지라, 미국 공무원들이 겪는 정치권력과 행정간의 관계가 나와있엇다.

관료들은 견제는 받지만 구속받지는 않는다. 그들은 외부의 정치적 통제에 대응 적이며 정치적으로 나태하지 않다. 단순히 정적인 지시만이 아니라 변화하는 환경에 대해서도 반응한다. 정책을 집행할 뿐만 아니라 그것을 형상화하고 주창하기도 한다. 관료들은 새로운 정권에 충성하지만 반대할 때는 조용하게 있지 않는다. 선거결과를 받아들이며 그런 의미에서 우드로 윌슨의 정치행정 이원론을 고수한다. 동시에 노튼 롱이 말하는 ‘권력의 생혈’을 활용하여 그들이 평가하기에 정당한 생각들을 추진한다. (251p)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다는 말처럼 새로운 정권은 공약을 추진하기 위해서 불합리하고 비효율적인 부분은 개선되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부조직은 거대한 실험도구로 전락되고 만다. 부처가 폐지되는 것이 아니리 업무가 통합된다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업무의 연속성은 떨어지게 될 것이다. 완벽한 것은 없다고 본다. 단지 완벽을 향해 가는 것이 있을 뿐이다. 미국의 경우처럼 어느정도 견제는 있어도 구속은 점차 줄어들었으면 한다.

두 번째로 관심을 끌었던 부분은 미국 국민들이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는 점이었다. 60년대 초반부터 상승하기 시작한 정부에 대한 인기는 70년대 월남전을 기점으로 하향곡선을 그리다, 2001년 9.11 사태를 계기로 급상승하였다고 한다. 국민들을 위한 공무원들이 헌신적으로 보여준 행동이 인기 상승의 주요 원인이었다. 그렇다면 한국의 관료제도는 왜 이리 인기가 없을까? 전문적이고 독립적인 업무가 아닌 정치권력의 지배를 받아서 인가? 가장 큰 원인으로는 공공분야에 대한 태생부터가 다른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은 청교도로 새로운 이주민들이 세운 국가이다 보니 규정을 만들고 공공부분에 대한 필요성으로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 발전한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조선시대부터 조정의 기관들은 관리보다는 통제위주의 행정을 폈다. 한 고을의 수령이 모든 전권을 가지고 운영하다보니 수령 개인의 주관적 판단이 많이 개입되었을 것이다. 이후 일제 식민지 시대와 군사정권을 거치면서 관료조직은 독자적인 일 보다는 권력의 흐름에 따라 흘러왔다. 결국 각 정권은 국민으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한 정권 밑에 있는 정부가 인기가 올라갈리 있겠는가. 두 번째로는 인기 없는 이유는 행정부 본연의 업무를 수행하는 것보다 정치적인 공약을 수행하기 위하여 무리한 측면이다. 공공재의 서비스와 공약과의 관계가 복잡하게 얽힐 경우 공공부분의 개혁보다는 인기위주의 정책도 비판을 받는 이유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부러우면서도 아쉬윘던 부분은 책 전반에 걸쳐 인용된 행정학자들의 연구 결과였다. 관료제에 대한 비판론도 많았지만 찬성하는 이론도 많았다. 중요한 것은 비판론이나 찬성론이나 그들만의 실제적인 실험하고 연구한 근거를 토대로 한 사실들이었다. 옮긴이의 글에서 우리나라의 관료제에 대한 비판에 가장 근원적인 원인을 유추할 수 있었다.


행정학은 태생자체부터가 혁신적 실천을 중시하는 처방적 응용사회과학이다. 응용사회과학의 생명은 현장 적용성, 즉 실용성에 있다. 현장 적용성이 높은 지식과 이론을 창출해내려면, 행정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사건과 맥락들을 늘 정확히 그리고 소상히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런 현실 자료들을 비판적이고 창조적인 사유 과정 속에 끌어들여 그것들의 정당성 및 적합성 여부를 판단하고 새로운 실천대안들을 제시하는 이른바 처방적 연구를 사심 없이 수행할 수 있는 지적긴장상태(the state of intellectual tension)를 늘 유지해야 한다.


관료제를 비판함에 있어 현장을 떠나 이론적으로 접근을 하고, 특정 정책의 효과나 결실보다는 정치나 경제적인 측면으로 보는 것, 그리고 대안없는 관료 때리기 식의 비판은 다시 지양되어야 한다.

관료제에 대한 태생적 한계와 상충되는 업무를 처리하기 위한 몸부림, 그리고 민간기업에 비하여 더 효율적이라는 말을 듣고 가슴이 후련했지만, 현실을 돌아봄에 더욱 더 가슴이 답답해져 왔다. 하지만 우리가 가야할 길이 무엇인지, 어떻게 접근을 해야 하는 방향을 찾은 것만으로도 충분한 위안이 되었다.

2.저자에 대하여

칼라마주대학을 거쳐 하버드대학교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마치고 버지니아 폴리테크닉 주립대학교와 푸에르토리코대학교, 남일리노이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그는 행정학과 더불어 라틴아메리카 문제와 공공건축 등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현재는 버지니아 폴리테크닉 주립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로 있다. 한국판 출간과 관련하여 저자가 요구한 것은 행정의 사례를 긍정적으로 보라는 말이었다. 행정의 성공사례에서 희망을 얻으라는 이야기, 그리고 공공부문이 하나의 사회적 자산으로 끌어올리라는 메시지를 보고 행정학의 본질이 무엇인지 알수 있었다.

저서로는 『공무원을 위한 변론(THE CASE FOR BUREAUCRACY)』이외에 『미국의 주의회 의사당(THE AMERICAN STATEHOUSE, 2001)』, 『예술에 조명 받고 영감 받는 행정(PUBLIC ADMINISTRATION ILLUMINATED AND INSPIRED BY THE ARTS, 1995)』, 『시민공간의 사회적 의미(THE SOCIAL MEANING OF CIVIC SPACE, 1988)』, 『공적인 만남(PUBLIC ENCOUNTER, 1981)』 등의 저서가 있다.

옮긴이들

<황성돈>
한국외국어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대통령비서관과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을 역임했다. ‘행정’은 여러 인재들과 자원, 기회와 꿈을 엮어 사회의 곳곳에서 높은 부가가치가 창출될 수 있게 하는 종합 과학이요, 기술이며, 예술이라는 지론을 갖고 있는 행정학계의 중견 학자다. 저서로 『전자정부의 이해』등이 있다.

<박수영>
대학 재학중이던 1985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기획예산위원회, 중앙인사위원회 등 격동의 행정현장에서 관료로서 일해 왔고 지금은 대통령 비서실에 근무하고 있다. 서울법대와 하버드에서 각각 학사와 석사학위를 받은 그는, 불혹의 나이에 다시 유학을 떠나 버지니아 폴리테크닉 주립대학교에서 행정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김동원>
경북대학교 조교수로 재직중이다. 버지니아 폴리테크닉 주립대학교에서 강의했으며 행정자치부 지방행정혁신 평가위원으로 활동했다.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향해 힘차게 달려가는 정부와 행정학의 뜨거운 열정에 매료된 그는〈행정학의 규범이론을 위한 포스트모더니즘의 인식론적 함의〉등의 논문을 저술했다.

3. 가슴을 치는 구절
<책을 시작하며>

(5) 이 책은 하나의 반론이다. 인신공격을 하지 않으며 증거를 가지고 내 입장의 정당성을 주장한다는 점에서 나는 이것을 예의를 갖춘 반론이라고 여긴다.

(6) 내가 관료제를 위한 변론을 하게 딘 것은 엉뚱하게 비난받는 존재를 방어해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모두에게 비교적 효과적이고 정직한 우리의 정부 행정이 지니고 있는 가치를 재 확증시켜주기 위해서이다. 간단히 말해서 내 주장의 요점은 우리의 민주정부가 제공해 줄 수 있는 서비스의 질은 신뢰해 볼 만한 것이다. 어쩌면 그것은 우리들을 서로 더욱 가깝게 묶어 주어 하나의 정치적 공동체를 이룩하게 하는 기초를 마련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어판 출간에 부쳐>

(10) 이 책을 읽는 한국의 독자들에게 바라는 것은, 한국인들이 한국에서 보고된 행정의 성공사례들에서 희망을 얻었으면 합니다. 동시에 한국 정부가 탁월함의 사례로 연구할 것이 별로 없다고 생각할 하등의 이유가 없음을 인식했으면 합니다. 더 나아가 제대로 기능할 만한 변화를 창의적으로 제안할 수 있는 기회를 공무원들에게 주셨으면 합니다. 요약하면 행정은 국가의 자산일 수도 있고 자산이어야만 합니다. 따라서 늘 향상을 거듭할 만한 값진 실체로서 소중히 다루어져야 합니다. 그리고 이는 각 국가 나름대로의 가치와 문화를 살리면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19)그러나 이 사람들의 보수는 그리 많지 않다. 그들의 일상적인 업무는 간혹 따분하고 어렵고 또는 위험하기까지 하다. 현재의 민간기업 중심 문화 속에서 그들은 정부의 일을 한다는 이유로 조소의 대상까지는 아니더라도 희화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 관료들과 이들의 직장인 관료제 기관들은 더 가깝게 다가가서 살펴보아야 할 가치를 지니고 있다

(20) 미국의 공공관료제는 전반적으로 보면, 또는 다른 대부분의 나라들이나 심지어 미국 내 민간분야와 비교해 보더라도 놀라울 정도로 업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

(22) 관료제에 대한 요란한 잡음들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관료제는 잘 작동하고 있다. 정말로 그것은 아주 잘 작동하고 있다. 그것은 수많은 부품들로 이루어지 대단한 복잡한 기계이다. 이것은 마치 완벽하게 또는 전적으로 신뢰할 수 없는 10년 된 중고자동차와 비슷하다. 시동이 꺼질 때 보다는 걸릴 때가 훨씬 더 많고, 거의 대부분 이 차를 타고 무사히 여행을 마친다.

(23) 많은 나라에서 관료들의 주된 목적은 국민들을 돕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일로 하루를 때우는 것이다. 전체 관료제의 목적은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아니라 현 정권을 지원하고 친구와 친척들에게 취업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24) 민간기업은 능률적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경쟁자들을 성과로 앞질러야 하고 비용을 통제해야 하며, 신기술을 채택해야 하고, 그리고 고객을 만족시켜서 이윤을 내고 생존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정부기관들은 의무적 세금으로 모아진 세입에서 내년 자금을 배정받고 해고될 수 없는 관료들로 충원된 합법적인 독점조직이다. 그런데 어떻게 능률적일 수 있으며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고, 국민들을 기쁘게 해주겠는가?

(25) 첫째 단수 용어로서의 관료제는 하나로 집적된 거대한 기관이 아니라 수천 개로 분리되어 있는 개별조직들을 의미한다는 점이다.(중략) 둘째 관료제 기관들은 국민들과 마찬가지로 정기적 선거와 대의적 정부, 분할되고 제한된 정부권력과 보장된 기본권들을 뒷받침 해주는 헌법 체계 하에서 운영된다.

(27) 관료제에 관한 연구자들이 사회과학자라기보다는 계층제적 조직에 대한 이념적 비판가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마치 조직에 장착되어 있는 일종의 원죄로 인해, 자동적으로 또는 영원히 관료제는 무능과 반민주적인 것으로 비난받는다.

(28) 내가 의견을 달리하는 것은 미국 공공행정이 본질적으로 관료적인지, 아닌지가 아니라 , 관료적인데 그것을 곧 병적 현상으로 보아야 하는지, 아닌지에 관한 것이다.

(35) 한편, 정부에 대한 신뢰도는 1996년에 상승하기 시작해 50~60%^대까지 이르렀다. 9.11 직후엔 78%까지 치솟았고 그 후엔 1996년 이전의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적이 없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미국이 어떤 면에서 성숙해진 것일는지 모른다. 국민들은 이제 자신들의 삶에서 차지하고 있는 정부의 역할을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 것이다. 이런 제도적 기관들이 사회에 부담을 주는 존재라기보다는 귀중한 자산이라는 점이 분명해진 것이다.

- 관료제에 대한 학문적 논쟁 - 반대론자들 -

(37) 시장 지향적 경제학자들은 민간시장에 대한 정부의 간섭을 경제적 효율에 치명적인 것으로 간주하며, 거의 개념 정의 그 자체로서 반대한다. (중략) 정부가 소유하는 것과 정부에 의한 독점, 그리고 이윤 극대화 동기 유발 유인 체계를 신뢰하지 않는다.


(38)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사회학자들의 생각은 관료제 기관들이 자기 파괴적으로 작동하도록 운명 지어져 있다는 것이다. 즉 ‘역기능(dysfunction)’이라는 것이다. 베버식 모형에 입각해 있는 조직들이 지닌 고유한 속성 때문에 관료제 기관들은 불가피하게 반 효과적인(countereffective) ‘병리적(pathological)행동양식’들을 갖는다고 주장한다. 이런 것들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규칙에 대한 광적인 집착인데, 이는 절차를 목적보다 우선시하는 이른바 ‘목표대치(goal displacement)’ 현상을 초래한다.

(39) 관료제에 대한 두 번째 비판의 맥락은 정치권력과의 관계이다. 정치권력의 관점에서 관료제를 비판한 최초 사람들 중 하나가 바로 막스 베버이다. 교과서들은 막스 베버를 관료제의 친구이자 예찬론자로 그리는 경향이 있지만, 당대 프로시아의 자유주의 활동가였던 그는 관료제를 의회 민주주의에 위협적인 존재로 여겼다.

(41) 한 논객은 관료제가 사람들을 한데 끌어 모으기보다는 사람들을 흩어지게 한다는 점에서 ‘반(反)중력적 힘’ 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는 정부기관들이 그들의 봉사대상이 되는 국민들 사이에 더 이상의 효과적이고 근본적인 정치권력이 남아있을 때까지 계속 권력을 축적하려 한다고 말한다. 또 다른 한 논객은 “간단히 말해서, 문제는 사회주의 대 자본주의가 아니라 관료제 대 민주주의이다.”라는 선언으로 상황을 정리한다.

(43) 관료제에 대한 학문적 비판의 세 번째이자 마지막 논점은 업무 수행능력이나 권력이 아니라 억압이다. 관료제는 가장 약하게는 아무런 감정 없이 냉랭하게 주관적으로는 으깨어 버리려는 듯이 사람을 다룬다는 식으로 이야기 된다.

(49) 스티브 밀러의 말을 빌면 “관료제는 현대 사회가 지닌 모든 나쁜 것들을 의미하는 약어(略語)가 되어 버렸다.

(52) 사회는 그것이 기대하는 것만큼의 공공 서비스를 받는다. 만일 사람들이 ‘정부는 실수를 잘하고 관료적이다.’라고 생각한다면, 바로 이것이 미래 정부의 모습이 될 것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만일 사람들이 공직을 품위 있는 소명으로 이해한다면, 결국 그들은 튼튼한 정부를 갖는다. 오늘날 튼튼한 정부를 갖게 될 것으로 확신할 수 있는 나라는 단 하나도 없다. 무릎을 툭 치면 저절로 다리가 튀어나가는 식으로 아무 생각 없이 즉각적으로 정부를 비난하는 것은 이제 중지할 때가 됐다.



(62) 레너드 화이트 교수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학문적 중요성을 잃지 않고 있는 자신의 조사결과를 요약하면서 대다수의 공무원들이 실제로 잘못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공무원들은 잘못할 것이라고 믿고 있을 뿐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70) 즉 정부라는 추상적인 명칭보다는 특정 정부기관에 대한 응답자들의 평가가 일관되게 높게 나온다는 것이다. 또 하나 주목할 만 한 점은 공무원들의 태도가 속도나 규제 정도에 관계없이 긍정적으로 비쳤다는 것이다. 즉 응답자들은 처리속도가 느리든지 처리절차가 복잡하다고 느끼는 경우에도 여전히 공무원들이 친절하다고 보는 것이다.

(77) 사람들은 그냥 정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볼 때보다 특정한 행정기관에 대한 구체적인 경험을 물어볼 때 훨씬 더 호의적인 반응을 보인다.(중략) 추상적인 정부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는 정부가 늘 잘못하고 있다는 신화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88)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작해서 미국인들의 삶의 질이 중요하고 놀랄 만큼 좋아지고 있다는 통계가 점점 더 많아지기 시작했다. 주목 할 만 한 것은 이러한 개선에 관한 데이터들이 ① 여러 가지 범주의 문제분야와 관련이 있고, ② 정부가 해봐야 소용이 없다는 냉소적인 생각에 반하여 ③ 이런 변화가 20세기 후반과 21세기 초반이라는 좁은 시간의 틀 속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89) 관료들이 하는 이런 일들은 선거로 뽑힌 정치인들과는 달리 극적이지도 않고, 늘 진행되고 있지만, 잘 드러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직·간접적으로 미국 사회의 많은 일들이 관료를 통해서 진행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관료들이 없었으면 최근 미국 사회의 광범위한 성취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93) 여기에서 오해에는
① 관료제 기관은 전부 똑같다는 암묵적인 가정
② 관료제 기관은 소수집단과 가난한 사람에 대해 편견을 가진 중산층 기구라는 의심
③ 앞에서 논의한 것처럼 민간부문이 공공부문보다 더 효율적이라는 관념
④ 관료제 기관은 혁신적이지 못하고 변화에 저항한다는 생각 등이다.

(105) 전체적으로 볼 때 관료들은 타당한 논리에 바탕을 두고 의사결정을 할 때는 전문가적인 기준을 따랐다. 관료는 과거의 유산 그리고 현재의 수요패턴에 의해 조건 지어진 한계 속에서 활동했다. 그 결과는 이상적일 만큼 완벽하지는 않았다. 관료들이 사회개혁자가 아닌 것은 분명하지만, 또한 관료들이 엘리트주의자어거나 가난한 사람을 차별하는 집단도 아니었다.

(107) 이러한 ‘민간 기업이 더 낫다’는 가정은 공공부문에서 발견되는 법률적 권위와 정치적 개입의 효과와도 연관되어 있다. 정부의 관리자와 직원들에게는 너무 많은 외부적 규제와 책임경로가 지워져 있다고들 한다. 그 결과 관료는 기업가들에 비해 자율성, 유연성, 그리고 동기가 부족하다고 한다. 정부에는 분명하고 지속적이며 계량화할 수 있는 목표가 없기 때문에 높은 성과를 담보할 수 있는 이유나 기회가 적다는 것이다.

(108) 마지막 논점은 두 부분을 비교하는 것은 어쩔 수 없이 ‘사과와 오렌지’의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는 것이다. 기업의 목표는 이익과 성장인데 반하여 정부는 여러 가지 때로는 서로 상충되는, 법적으로 부여된 목표를 갖고 있다. 정부는 법원이 정한 적법절차를 따라야 하고, 선거결과에 따라 정책방향을 바꿔야 하기도 한다. 시민들의 참여와 관여를 촉진해야 하며, 정의와 형평이라는 두 목표를 추구하기도 한다. 열려있고, 봉사하는 조직의 상징으로 남아야 하며, 국가로서의 위신을 유지해야 한다. 이것은 매우 어려운 명령이다.

(115) 한마디로 말해서 서로 상충되는 여러 가지 증거가 존재하고 있다. 민간이 정부보다 항상 더 낫다는 가설은 성립되지 않는다. 제 2장에서 밝혀낸 것처럼 조지아 주 주민들이 지불하는 비용이 민간에서나 정부에 대해서 거의 같다는 사실, 연방정부의 고객만족지수가 국가경제 전체와 거의 비슷하다는 사실, 수 년 동안 연방정부의 생산성이 민간과 거의 비슷하게 변화해 왔다는 사실, 그리고 사회보장청이 노드스트롬 사나 엘엘빈 사보다 전화를 더 잘 받는다는 사실 등은 그 가설에 더 많은 의문점을 던지고 있다. 이러한 연구들을 종합해 볼 때, 민간이 항상 더 낫다는 주문의 토대는 사라진다.

(116) 관료문화는 몇 가지 이유에서 소심하고 보수적이라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반대자에 대항해 수비적이어야 할 필요, 권력자들이 등을 돌릴까봐 하는 걱정, 전문화된 단위기구 때문에 생기는 고립, 고객이나 경쟁자로부터 제기되는 압력이 없는 독점적인 상황 등이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형성된 문화의 핵심적인 속성은 책임을 지기보다는 남 탓하기, 실수할까 걱정하기, 창의적으로 탁월해지기보다는 조용히 평범함을 받아들이기, 변화에 적응하기보다는 저항하기와 같은 것이다.

(116) 제럴드 게티든은 관료제란 ‘타성’에 젖게 마련이라고 보았다. 이것은 관료들이 게을러서가 아니고 다음과 같은 관료의 병폐 때문이라는 것이다.
현상유지에의 집착,
지체,
변화를 두려워함,
질질 끌기,
제안에 둔감함,
학습능력 부재,
우유부단,
유연성 부족,
상상력 빈곤,
꾸물거리기,
경직성,
정체,
핑계대기,
기득권

(121) 변화는 위기에 대응한 것이 아니라 위기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었다. 관료가 주도한 혁신의 특징은 내부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을 이용하는 것이다. 그와 대조적으로 정치인들이 선도한 혁신은 위기에 의해 촉발된 것이었고, 기관장들이 주도한 혁신은 임기와 함께 시작된 것이었다.

(123) 존 도나휴는 어떤 경우 이 프로젝트들이 예산감축, NPR같은 외부적 압력에 의해 촉발되었지만 프로젝트 성공의 주된 요인은 관료들의 전문성에 대한 자부심 덕이었음을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이 책에서 칭송하고 있는 어떤 혁신도 관료들의 적극적인 관여가 없었다면 불가능 했을 것이다.”




(124) 운영의 차원에서도 관료제는 성공하기 어렵게 만들어져 있다. 자주 변하고 서로 상충하며, 따라서 서로 양립할 수 없는 임무를 관료에게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125) 제임스 윌슨에 의하면 이민·귀화국은 불법이민자가 입국할 수 없도록 막는 동시에 필요한 농업근로자는 입국할 수 있도록 하고, 미국에 입국하려는 외국인을 꼼꼼히 검색하되, 외국관광객의 입국편의를 도모하며, 불법 체류자를 색출해 추방해지만 가정을 붕괴시키는 고통을 주거나 인권을 침해하거나, 기업의 저임금 노동자를 쫓아내지는 않도록 해야 한다.

(127) 관료제 기관이 만나는 또 다른 모순은 불분명한 임무 이상의 것으로 서로 다른 기대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이중의 때로는 삼중의 잣대에 직면해서 관료제 기관들을 마치 옛 속담처럼, 해도 욕먹고 안 해도 욕먹게 되어 있다. 예를 들어 시민들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라고 요구하면서 또 동시에 예산을 절약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132) 관료제를 비난하는 사람들은 공무원이 각각 특유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개별 민원인을 그저 ‘한 건’으로 처리하는 것에 낙담한다. 구체적인 사람을 추상적인 범주에 속하는 한 건으로 처리하려는 생각은 많은 미국인들에게는 혐오스러운 것이다. 더욱이 한 범주에 속한 사람들에게 똑같은 처분이 엄격히 적용되어야 한다면 전체주의 국가의 이미지가 나타나게 된다.

(133) 마이클 힐은 “친절하고 동정심이 많지만 작의적으로 상황을 해석하는 커다란 권력을 가진 공무원과 불친절하고 융통성은 없지만 자격이 된다면 규정대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무원 중 어느 쪽이 더 좋은가? 라고 묻고 있다.

(136) 미국의 관료제 기관이 성공한다면 그것은 개별조직 내부의 유능한 업무추진 뿐만 아니라 관료제 기관들 간의 유능한 상호작용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164) 문제란 무엇인가? 이것은 우리가 싫어하는 것이다. 고통, 어려움, 부정, 불운, 결점, 차이, 당혹, 비극, 불편, 스캔들, 재난처럼 말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런 것들이 주관적으로 정의된다는 것이다. 문제점이란 주어진 조건에 대한 사람들의 감정에서 나오는 것이지 조건 그 자체는 아니다.

(166) 중요한 점은 아무리 정치적 수사를 통해 과장되고 언론이 기대치를 높여 놓아도 관료제 기관의 임무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훌륭한 진보를 만들어 내는 일이다. 대부분의 경우에 있어 이 개념은 문제를 끝내는 것이 아니라 전진해 나가는 것으로 재정의 할 수 있다.

(167) 이런 시스템 하에서 훌륭한 진보를 이룩하려면 파트너, 협력자, 도식업 간 공통의 이해관계는 물론이고 기업의 자기 이익과 사회 활동가들의 주관적인 대의명분이 만들어 내는 거대한 압력을 이겨 낼 수 있는 강력한 관료제가 필요하다.



(170) 다시 말해 관료들이 어떤 사람들이고 무엇을 하는지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은 대부분 잘못된 것이다. 존 워버는 대중들이 공무원에 대한 인상을 떠올릴 때 실제 오늘날 공무원의 모습이 아니라, 별로 관계가 없어 보이는 그 공무원의 유아시절을 연상하는 것처럼 시대가 지나버린 사진을 연상한다고 말한다.

(176) 정부 관료들은 공포에 시달리지만 거만하고, 무능하지만 전능하며, 겁이 많지만 교활하고 부정적인 존재로 묘사되곤 한다. 실제로 주요 공적 이슈와 사적이슈에서는 관료들과 여타 국민들의 태도가 놀랍도록 흡사하다.

(186) 요약해보면 미국 관료들은 절대 폐쇄적인 엘리트 구성원이 아니다. 연방 공무원들은 대부분의 미국인들보다 어느 정도 소득 및 교육 수준이 높지만 그 차이는 제한적이다. 관료들은 정치적 신념에 있어서도 위계적 서열별로, 국토의 구역별로, 조직의 형태별로 차이는 있지만, 그리 급진적이지 않은 수준에서 다른 미국인들보다 어느 정도 자유주의적이다. 또한 관료들은 다른 미국인들보다 선거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고 기한 내에 세금을 낼 가능성도 높으며 소수계층의 권익과 사회평등의 원칙을 지지할 가능성도 높다.

(189) 관련된 주장에서 찰스피터스는 공무원 신분의 보호가 확신·능력·추진력·용기가 부족한 사람들을 유인하며, 그 결과 관료적 소심증이 전염된다고 주장한다.
“승진하면서 행정의 사다리를 오르기 시작하면 지배적인 성격유형이 등장하게 되는데(혹은 공무원들의 성격 중에서 특정한 부분만이 지배하게 되는 현상일 것이다.) 극도의 조심성이 바로 그것이다. 공무원들은 신분보장을 획득할 필요도 없이 그것을 기대하도록 학습 받아온 엄마의 어린 아들, 아빠의 어린 딸인 경우가 너무 많다.

(192) 좀 더 폭넓게 바라보면 관료제의 문제는 현대성 그 자체의 문제이다. 관료제는 문명세계의 가장 중요한 현대화된 동력으로서 현대성으로 말미암은 비인간적 산물들을 전면으로 이끌어내는 데 핵심으로 여겨진다.

(197) 흥미롭게도 오래 재직할수록, 고위직일수록, 나이가 많은 관료일수록 근무연수가 짧고 하위직에 있는 젊은 동료들보다 더 낙관적이었다.

(207) 존 브렘과 스코트 게이츠의 핵심적인 결론은 관료들이고 주로 자신들 본연의 모습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들의 본연의 모습대로라면 회피와 거부가 아니라 양심껏 헌신적으로 목표를 추구한다.

(209) 데이비드 휴스턴의 최근 연구는 1991년, 1993년, 1994년의 일반 사회통계 데이터를 도출하여 다변량 통계분석을 통해 직장에서 동기부여의 민관 비교를 실시했다. 그 결과 공무원은 민간 부문의 직원들보다 높은 보수에 대해서 중요성을 더 적에 부여하고, 업무의 완수에 더 많은 가치를 두다는 이전의 발견을 확인했다. 성취감 같은 내면적 동기부여 요인은 높은 보수와 짧은 근무시간과 같은 외부적 동기부여 요인보다 중요하다.

(210) 그러나 관료들을 진정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것은 소속기관의 임무가 가지는 본질적인 가치, 전문직업가적 환경이 미치는 사회적인 강화효과, 그리고 공공서비스의 개념이 존재한다는 신념이다. 예산 극대화 및 주인-대리인 이론은 시장경제학자들의 편집증적인 의혹으로 인해, 행정학에서는 사용 불가능한 모형이므로 쓰레기 매립장으로 안전하게 운반되어야 한다.



(228) 안소니 다운스는 “모드 조직들은 팽창하려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 정부의 관청이 다른 것과 구분되는 점은 그것이 팽창에 대해 그리 많이 제한을 받지 않으며, 그 제한이 자동적으로 기능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라고 주장했다.

(229) 따라서 관청은 처음 목표하였던 방향으로 천천히, 그리고 유연하지 않게 삐거덕거리며 돌아가는 거대한 기계가 된다. 그것은 정말로 압도적인 양과 질을 갖춘 산출물을 여전히 만들어 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운영되는 속도와 유연성은 계속해서 감소한다.

(232) 이러한 가정에 대한 경제학적 버전은 관료제 기관들이 경쟁시장이라는 죄를 씻고 고행에서 침례하지 않음으로써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는 논리이다. 생물학적 시나리오도 노화의 왜곡현상이 필연적으로 나타나게 되는 인간의 생애주기를 의인화 한다. 그러나 인간의 노화와는 달리 그 결과가 최후의 사망이 아니라 영원히 부풀어 있는 상태이다. 브론토사우러스는 계속 더 거대해지고 더 육중해지면서 영생한다.

(244) 사실 어떤 경우에는 더 큰 관료제 조직들이 작은 것들보다 일을 더 잘해 나가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소멸한다는 가정도 우리가 많은 예를 통해 믿을 만큼 보편적이거나 필연적이지 않다. 역시 관료제 기관들이 외부 개입 없이도 자신을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에 직면하게 되면 관료제 기관들이 소멸한다는 상식은 현실성이 없어진다.

(245) 나의 동료였던 노튼 롱은 이러한 사실을 참조하여 ‘행정의 생혈(生血)은 권력’이라는 고전적인 말을 남겼다.

(251) 요약해 보면 관료들은 견제는 받지만 구속받지는 않는다. 그들은 외부의 정치적 통제에 대응 적이며 정치적으로 나태하지 않다. 단순히 정적인 지시만이 아니라 변화하는 환경에 대해서도 반응한다. 정책을 집행할 뿐만 아니라 그것을 형상화하고 주창하기도 한다. 관료들은 새로운 정권에 충성하지만 반대할 때는 조용하게 있지 않는다. 선거결과를 받아들이며 그런 의미에서 우드로 윌슨의 정치행정 이원론을 고수한다. 동시에 노튼 롱이 말하는 ‘권력의 생혈’을 활용하여 그들이 평가하기에 정당한 생각들을 추진한다.

(253) 이에 반하여 나는 더 나은 유추로서 관료제는 바다 위의 배이며, 그 배는 바람, 조류, 그리고 해변에서 전해오는 무선명령 등에 다양하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지만 여전히 자신이 스스로 경로를 설정한다고 이어 나갔다. 이렇게 해야만 관료제라는 배는 해변에 안전하게 닿아서 효과적인 정책이라는 짐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260) 폴라이트는 1,000명의 역사학자와 정치학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20세기 후반 500년 동안 이룬 연방정부 최대의 업적을 꼽아보라고 요청했다. 그들은 인권이 신장된 것, 전염병이 줄어든 것. 식품 및 식수의 안전을 확보한 것. 주(州)간 고속도로를 건설한 것, 이라고 대답했다. 관료제는 이러한 모든 업적의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했고, 오랫동안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임무의 수행이 없었다면 아무것도 가능하지 않을 수도 있다.

(266) 관료제가 정치적으로 기여하는 마지막 대상은 시민이 민주주의에 참여하게 하는 일이다. 다양한 방법으로 관료제는 마을 조직과 정치과정에 시민의 참여를 독려한다. 누군가 부르듯이 ‘사회적 자본’에 보탬이 되어 사람들 간의 결속을 형성한다.

(269) 요약하여 이장에서 우리가 알아 낸 것은 관료제의 거대함과 사악함에 대한 보편적인 인식이 너무 과장되어 있다는 점이다. 추가로 우리가 인지하게 된 것은 이러한 관료적 사악함 대신 기대하지 못했던 어떤 선량함이 빈자리를 채워주고 있다는 점이다. 그 선량함이란 관료제가 업무수행을 한다는 직접적인 의미가 아니라, 우리의 민주주의를 풍요롭게 하는 좀더 폭넓은 의미의 것을 말한다.



(273) 민간부문이 자동적으로 우세하다는 것은 틀닌 가정이다. 똑같은 경우가 민간조직들은 정부 기관들 보다 더 혁신적이라는 보편적 가정에도 적용되다. 사례연구들은 반대의 입장에 있고 관리 및 정책혁신을 위한 공로를 인정받아 관료들이 수상한 사례도 많이 있다.

(285) 로스 프리지아는 공기업 매각이든 외부위탁이든 최근 세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민영화에 관한 경험적 연구 12개의 결과를 요약했다. 그는 민영화가 정부의 문제를 해결하는 만병통치약으로 작용하는 것과는 달리, 공동체의 인간적·사회적·생태적 국면에 이로움보다는 해를 더 줄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비용까지 더 들게 될 수 있다고 보고한다.

(293) 시장개념을 국정운영에 적용하는 것은 정치이론의 토대위에서 도전을 받아왔다. 린다 드레온과 로버트덴하트는 시장과정에는 공통적인 공동체적 이상은 없고 사적으로 이득이 되는 거래밖에는 없다는 점에서 필연적으로 무정부적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의사소통을 위해 사용되는 언어, 즉 ‘가격’에는 뉘앙스가 들어간 이해 혹은 감정적인 교감이 부족하기 이를 데가 없다고 진술한다.

(297) 사실 신 공공 관리론자인 로버트 벤조차도 성공적인 기업가 정신에 보탬이 되는 거만하고 번지르르한 스타일과 언론 및 일반 국민과 잘 어울릴 수 있는 좀 더 온건한 호소력 있는 태도를 한 공직자가 동시에 가지기는 어렵다고 주장한다.


(300) 우리가 정부 성과를 향상시키기 위한 길은 단거리가 아니라, 도달하기 위해서 여라기 도구를 필요로 하면서, 다양한 종류의 지형을 달려가는 끝없는 마라톤이라고 그는 말한다.

(303) 첫 번째, 관료제의 근원 성격은 좋은 관료제가 자유사회, 민주적 정치형태, 자보주의 경제에는 필수불가결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밤에 거리를 배회할 수 있는 자유는 법의 집행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는지에 달렸다.

(303) 우리는 이러한 자명한 이치를 전달하기 위해서 우리는 관료제를 나무의 몸통에 비유할 수 있다. 이 우뚝 선 나무는 나뭇잎, 열매, 꽃으로 이루어진 꽃부리를 지지한다. 그 꽃부리는 사회의 시민적·정치적·경제적 삶을 대표한다. 꽃부리보다 분명히 덜 화려하지만 나무 몸통 아래 잘 보이는 부분에서는 태양에너지를 흡수하고 번식하며 먹을 것과 그림자를 선택한다. 몸통은 법률과 대표성을 띠는 정부라고 할 수 있는 토지 위에 나무를 고정하고 부름켜는 꽃부리로 공공기관의 역량이라고 할 수 있는 영양분과 수분을 전달한다.

(305) 변화와 관련하여 우리가 나무 몸통의 필연성을 값지게 생각하고 정원사 나름대로의 행동접근 방법을 받아들이기를 촉구한다. 우리는 나무 몸통을 환상박피하거나 톱질하는 급진적인 파괴 후 대체 조치를 해서는 안 된다. 대신 특정 기관에 기존 자산의 가치를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여, 지속적인 향상에 대한 나름대로의 정원 가꾸기 방법을 조심스럽게 따라야 한다.

(307) 그런 냉소주의가 이해는 갈지언정 필연적으로 관료제를 해칠 위험성이 있다. 무엇보다도 똑똑하고 꿈이 알찬 사람들이 정부 업무를 일생의 천직으로 생각하지 않게 한다. 현직의 공무원들이 민간부문으로 이직하거나 조기에 퇴직하게 만들 수도 있다. 정부에 대한 공공의 이미지라는 거시적 측면에서는 언론으로 하여금 세금을 조달받는 기관들이란 어떤 공공문제에서는 실패한다는 설득력을 갖추게 만들어 결국 언론의 식욕만 충족시키게 된다.

(311) 각 관료제 기관에 시민 자신들이 들어가 보고 국민이 하는 일에는 관료들 개인이 참여해 보도록 청하는 것. 이것이 중요한 것이다. 이렇게 하는 것이 바로 행정이라는 정원 가꾸기를 가장 잘 하는 길이다. 관료제라는 몸통이 손상되지 않게 보호하고 날로 새로워지는 나이테가 증식하도록 만드는 길이다.

<옮긴이의 후기>

(356) 어느덧 행정학은 연구대상의 가치를 부정하거나, 아니면 개혁과 혁신을 외쳐야 그 존재가치가 인정되는 우울한 학문이 되고 말았다. 희망과 기쁨을 주는 학문, 열정과 헌신의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밝은 학문’이라기보다는 암울함과 우려스러움, 좌절과 회피, 파괴와 단절을 가르치는 ‘어두운 학문’이 되고 말았다. 행정의 현장이 그처럼 문제투성이라고 강의하면서도, 학생들에겐 그 곳에 들어가 인생을 걸어보라고 추천하는 이율배반성이 행정학계의 상도(常道)로 버젓이 자리 잡아 왔다.

(357) 행정학 논문의 효시라 불리는 우드로 윌슨의 1887년 논문. <공공행정의 연구(The Study of Public Administration)에서 보듯이, 행정학은 태생자체부터가 혁신적 실천을 중시하는 처방적 응용사회과학이다. 응용사회과학의 생명은 현장 적용성, 즉 실용성에 있다. 현장 적용성이 높은 지식과 이론을 창출해내려면, 행정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사건과 맥락들을 늘 정확히 그리고 소상히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런 현실 자료들을 비판적이고 창조적인 사유 과정 속에 끌어들여 그것들의 정당성 및 적합성 여부를 판단하고 새로운 실천대안들을 제시하는 이른바 처방적 연구를 사심 없이 수행할 수 있는 지적긴장상태(the state of intellectual tension)를 늘 유지해야 한다.

(358) 애증의 세 번째는 정치학과도 구분되는 것은 물론이고, 경영학과도 구분되고, 경제학과도 구분되는 행정학만의 독특한 정부혁신방안과 방법론이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는 학문적 정체성에 대한 해묵은 위기감이다. 공익과 민주성을 추구해야 한다는 점에서, 또 독점성과 비대체성, 규모의 초거대성과 초복잡성을 본질로 한다는 점에서 정부 행정은 민간기업의 경영이나 상행위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이 거의 모든 행정학 입문 교과서에 등장한다. 하지만 정부행정기관들을 운영하는 방안과 방법론에 관해서는 그런 사익 추구 행위에 관한 학문들(경영학, 경제학)이나 정치과정에 관한 학문(정치학)과 구별되는 행정학다운 처방이 등장하질 못했다.


4. 내가 저자라면

공무원의 조직적인 뼈대인 관료주의에 대한 다양한 이론과 실제를 알 수 있었다. 권위적이고 수동적인 공무원 사회를 가장 단적으로 표현하는 관료제 라는단어를 다시 살펴보는 계기가 되었다. 관료제와 공무원 개개인은 엄연히 다른 개념이다. 특정한 행동양식을 가지고 있고, 시대적 상황에 따라 변하는것이 관료제도의 특징이다. 공무원인 나 자신도 관료라는 기존 가지고 있던 굴레속에서 약간 벗어나서 다른 생각을 해보았다. 저자의 말대로 관료주의는 공무원 사회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규모가 커질수록, 업무다 다양해지고 현대화가 고도화 될수록 더 관료화가 발전될 수 있다.

미국의 공무원들이 일반국민으로부터 어느정도 인기를 얻고 소신있게 업무를 처리하는 것은 관료제도를 잘 발달시키는 부분도 있지만 리더들의 역할도 클 것이다. 개인적인 경험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정부기관은 기관장들의 역할이 너무 편중되어 있다. 기관의 고유한 사명보다도 기관장의 의지가 앞설때가 있다. 기관장이 추진하던 업무에 대하여 직원들이 반대할 경우도 있다. 기관장의 추진의지가 확고할 때에는 더이상 막을 직원들이 없었다. 책 중간의 사례에서 보듯이 대부분 기관장이나 담당 국장들의 사명감과 의무를 잘 실행하였다. 기관장의 의지보다는 기관의 사명을 위해 모두 합심하였다.

관료주의에 대한 기존의 개념을 깨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너무 이론에 치중됐다는 점이다. 학자들간 이론적 논쟁에는 반박하는 논리가 명쾌해야 되지만, 중간 중간에 수치보다는 공무원들의 생생한 경험과 사례가 있었더라면 더 이해가 쉬웠을 것이다. 아직도 여전히 의문점으로 남는 것은 민간 부문과 공공부문과의 효율성과 생산성 부분이다. 저자의 말대로 아직 우리는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을 구분하는 것도 제대로 되어 있지 못하면서 비판적 이론이나 한가지 사례를 보고 전체를 평가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두 부문간에 비교를 한다는 논리가 성립되지 않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행정이라는 것을 나무의 몸통으로 빗대어 명쾌한 설명을 하였다. 또한 관료는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으로 참여를 늘리는 방법도 관료를 이해하는데 좋은 방법이라고 본다.,


각 관료제 기관에 시민 자신들이 들어가 보고 국민이 하는 일에는 관료들 개인이 참여해 보도록 청하는 것. 이것이 중요한 것이다. 이렇게 하는 것이 바로 행정이라는 정원 가꾸기를 가장 잘 하는 길이다. 관료제라는 몸통이 손상되지 않게 보호하고 날로 새로워지는 나이테가 증식하도록 만드는 길이다.(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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