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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월 21일 12시 53분 등록
1. 저자에 대하여

나탈리 골드버그(Natalie Goldberg)

작가이자 글쓰기 강사이다. 1948년 폴란드계 유태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나 롱아일랜드에서 자란 그녀는 약 24년 동안 선불교를 공부했다. 특히 미네소타 선禪 센터에서 12년 동안 카타기리 선사의 가르침을 집중적으로 받았다.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한 자신만의 독특한 글씨기 철학을 담은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를 출간하면서 미국인들의 글쓰기에 혁명적인 변화를 일으켰다. 이 책에서 그녀는 자신이 25년 간 이어온 선禪 체험과 글쓰기를 접목시킨 노하우를 보여준다. 그것은 단순한 작법론이 아니라, 진정한 창조가 무엇이며 우리가 어떻게 그것을 내면에서 발견할 수 있는지를 일깨우는 데까지 이른다. 그녀가 말하는 창의력의 비밀은 글을 첨가하는 것이 아닌 “덜어내기의 법칙”이다. 글쓰기에 대한 이런 독특한 관점은 오랜 명상체험을 통해 얻어진 것이다. 현재 뉴 멕시코 북부의 산타페에 살고 있으며, '뼛 속까지 내려가서 써라'에 기초해서 글쓰기 워크샵을 진행하고 있다. 그녀의 다른 저서로는 그녀의 또 다른 책으로는 'Wild Mind: Living the Writer's Life' (1990), 'Long Quiet Highway ' (1993), 'Banana Rose' (1995), 'Living Color' (1997), 'Thunder and Lightning' (2000), 'Top of My Lungs' (2002), 'The Great Failure ' (2004) 등이 있다.


2. 마음을 울리는 글귀

43-이처럼 당신이 자신의 마음에서 나온 것들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면, 앞으로 5년 동안 쓰레기 같은 글만 쓸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보다 더 많은 세월 동안 글쓰기를 멀리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스스로가 게으르며 불안정하고 자기혐오나 두려움에 쌓인 존재, 정말 말할 가치도 없는 존재라는 사실과 직면하는 순간을 경험할 필요가 있다. 그때 당신은 더 이상 어디로도 도망을 칠 수 없는 막다른 골목에 다다를 것이다. 이제 당신은 별수 없이 자신의 마음을 종이 위에 풀어 놓아야 하며, 그 가련한 목소리가 들려주는 말을 경청해야 한다. 이런 쓰레기와 퇴비에서 피어난 글쓰기만이 견고한 글이 된다. 당신은 어느 것으로부터 도망치지 않게 된다. 당신은 예술적 안정성을 지니게 된다. 안에서 울려나오는 목소리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바깥에서부터 쏟아지는 어떤 비평도 무섭지 않다. / 자신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아는 것도 좋은 일이다. 그저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훌륭하다. 이런 인식이 생긴 뒤에는 아름과 다정한 배려, 명료한 진실을 택할 수 있는 튼튼한 갑옷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이제는 두려움을 등에 진 채 무작정 아름다움을 좇아 거칠게 달려가지 않게 된다.

53-선기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말할 때는 오로지 말속으로 들어가라. 걸을 때는 그 자체가 되어라, 죽을 때는 죽음이 되어라.” 그러므로 글을 쓸 때는 쓰기만 하라. 열등감과 자책감으로 중무장한 채 자신을 학대하는 싸움은 하지 말라.

55-여러분도 자신에게 편리한 방법을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다. 우리는 글이 안 써질 때도 무조건 계속해서 글을 써야만 한다. 그리고 밑도 끝도 없는 죄의식과 두려움, 무력감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쓸데없는 시간 낭비다. 글을 쓸 수 있는 시간만 있다면, 어떤 글이든지 쓰겠다는 자세가 중요하다.

59-나는 수업 계획을 미리 세워 두지 않는다. 그보다는 그때그때 주어지는 상황에 겁먹지 않고, 항상 열린 마음으로 충실하려 애쓴다. 그리고 매번 이 방법이 옳았다는 것을 깨닫는다. 비결이 있다면, 마음을 계속 열어 두고 있는 것이다.

62-정보가 부족해서 자신이 쓴 글을 증명하지 못한다고 걱정하지 말라. 내가 엘크톤을 둘러싼 들판을 알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한 것은 그곳의 지리학적인 정보를 안다는 뜻이 아니라, 내 마음이 그 들판 속으로 영원히 산책하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안다는 뜻이었다.

64-자신의 바깥에서는 어떤 배움의 길도 없다. 당신이 훌륭한 대가를 열 사람이나 만난다 하더라도 그것으로는 글쓰기를 배우지 못한다. 비만으로 고민하던 내 남자 친구 중 하나가 드디어 운동을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필요한 정보를 충족시킬 책을 구하러 서점을 찾았다. 하지만 운동법이 적힌 책을 읽는 것 가지고는 절대 살을 뺄 수 없는 법이다. 체중을 줄이기 위해서는 실제로 운동을 해야한다.

65-우리가 실존하고 있다는 생각, 그것은 착각이다. 우리는 우리가 쓰는 글이 견고하며 영구불변한 구조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은 진실이 아니다. 우리가 쓰는 글은 순간이 만들어 낸 작품이다.

67-스스로 속지 않도록 경계하라. 시시각각 우리는 변한다. 그리고 매 순간마다 변한다는 사실, 이것처럼 좋은 기회도 없다.

75-바로 이것이다. 누구나 저마다의 경험과 추억, 감정들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들을 오븐에서 막 꺼낸 피자처럼 종이위에 옮겨 놓을 수 있는 사람은 아주 드물다. 그러므로 글을 쓸 때는 모든 것을 풀어 주라. 아주 쉬운 말로 단순하게 시작하고, 당신 속에 깃들여 있는 것을 그대로 표현하도록 애써라. 처음에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서투르고 꼴사나운 자신을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여라. 당신은 지금 스스로 자신을 발가벗기고 있는 것이다.

87-케이크를 구우려면 설탕, 밀가루, 버터, 베이킹소다, 계란 우유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 재료들을 그릇에 넣어 고르게 섞는 다고 해서 케이크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것은 어디까지 반죽일 뿐이다. 하나의 케이크를 탄생시키려면 반죽을 오븐 속에 집어 넣고 열을 주어야 한다. 이때 만들어진 케이크는 원래의 재료 성분과는 전혀 다른 것으로 변해 있다. 우유와 계란이 케이크에게 “넌 우리 것이 아니야”라고 말한다. 60대 부모가 자신들의 히피 자식에게 “너는 우리가 낳은 자식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것과 똑같다. 그렇다. 케이크는 계란도 아니고 우유도 아니다. 이것이 케이크의 연금술이다.

99-듣는것은 곧 받아들이는 것이다. 당신이 더 깊이 들으려 하면 할수록 더 좋은 글을 쓰게 될 것이다. 아무런 편견 없이 사물이 가는 길을 받아들일 때 그 사물에 대한 진실한 글이 태어난다. 만약 당신이 사물의 이치를 잡아낼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글을 쓰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얻은 셈이다.

145-70년대 초반, 여성의 언어에 대한 논문 하나가 발표되었다. 그 논문은 나에게 생각할 여지를 많이 남겼고, 결과적으로 글쓰기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 그 내용 중 하나는 여성들이 자신이 했던 말에 인증이나 확인을 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사실이었다. 예를 들면 “베트남 전쟁은 끔찍해. 그렇지 않아?”라거나 “난 이게 좋은데, 넌 싫으니? 이런 말 속에는 항상 다른 사람의 감정과 의견을 강요하는 느낌이 들어 있다. 또 다른 특징으로 지적된 것은 ‘어쩌면, 아마도, 아무튼’ 같은 부정형의 수식어를 자주 사용한다는 점이었다. ‘그래, 갈께’와 ‘어쩌면 갈지도 몰라’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선명한가?

147-또 하나. 스스로 경계할 부분은 바로 질문이다. 자신이 만들어낸 질문에는 스스로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글을 쓰고 있는 동안 질문 하나를 만들 수 있다면 아주 잘된 일이다. 하지만 즉시 더 깊은 단계로 내려가 바로 그 다음 줄에서 그 질문에 답을 해주어야 한다.

155-선승들은 ‘작가의 방은 곧 그 작가의 마음 상태를 반영한’고 말한다.

156-반대로 완벽하게 꾸며 놓은 작업실에 갈 때 마다, 나는 어김없이 그 곳의 주인은 자신의 마음을 두려워하기 땜누에 내적 조절력의 필요성을 외적 환경으로 강요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158-글쓰기는 발견의 기록이다. 당신은 자신이 쓰고자 하는 화제에 대한 사전적 정의가 아니라, 당신과 그 화제와의 관계를 발견하기를 원한다. / 카타기리 선사는 부부에 대해서 ‘그들은 마주보고 걷는 사이가 아니라 나란히 옆에 서서 걸어가는 사이다’라는 정의를 내렸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주제를 향해 접근해야 하는 방식이다. 머리를 바싹 쳐든 공격적인 태도가 아니라 비스듬히 서서 춤을 추는 것이어야 한다. 성애의 감정을 간직한 채 지금 먹고 있는 멜론의 느낌을 표현한다면, 성애와 연관된 단어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고서도 독자에게 성적인 것을 느끼게 해 줄 수 있다.

164-그래도 또 노트를 꺼내, 다른 만년필을 잡고 쓰라. 그냥 쓰고, 또 쓰라, 세상의 한복판으로 긍정의 발걸음을 다시 한 번 떼어 놓아라. 혼돈에 바진 인생의 한복판에 분명한 행동 하나를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 그냥 쓰라. “그래! 좋아!”라고 외치고, 정신을 흔들어 깨우라. 살아 있으라. 쓰라. 그냥 쓰라. 그냥 쓰기만 하라.

169-나는 결국 혼자 있어야 할 필요를 절감한다. 산책을 한 다음 글을 쓰고 싶은 것이다. 모든 사람에게는 인생에 대한 커다란 두려움이 하나씩 있다. 나의 두려움은 고독이다. 우리에게 두려움이 중요한 이유는 자신의 꿈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이 두려움을 극복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171-나는 외로움이라는 들판 속을 헤매며 그것을 즐기는 법을 배울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외로움이 나를 물어뜯으려고 덤빈다 해도, 두려움에 갇혀 버리거나 존재론적 무의미로 회피하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는다. 다만 지도를 꺼내 내가 가야할 길을 확인 할 뿐이다. “왜 나는 작가가 되어야만 하는가?” 모든 것을 향해 이 질문을 던지며, 나는 나 자신을 심연 속으로 밀어 넣는다.

182-샌프란시스코 선원의 베이커 선승은 “왜”라는 것은 좋은 질문이 아닙니다“라고 말했다. 사물은 그냥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헤밍웨이도 “왜”가 아니라 “무엇이”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니 ‘왜’라는 질문은 심리학자들에게나 떠넘기라. 진짜 삶의 세부적인 정보를 구하라. 당신이 글을 쓰기 원한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하다. 그러니 계속 쓰라.

183-우리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글쓰기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시간을 통해, 그 동안 수없이 느껴 왔던 감정을 인정하고, 그 감정을 빛을 주고 색을 입혀 이야기 구조를 덧붙이는 좋은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분노를 붉은 튤립으로 변형시키고, 슬픔을 회색빛 낙엽으로 가득 찬 오래된 골목으로 옮겨 놓아야 한다.

188-그렇다. 우리의 목표는 고장난 기계를 수리하는 것이 아니라 너와 내가 인간관계를 맺는 것이다. 명심해야 할 것이 또 있다. 당신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지금 당신이 하고 있는 일 그 자체가 아니라, 당신이 어떻게 그 일을 하고 있는가, 어떤 방법으로 그 일에 접근해 나가는가 그리고 그 일에서 어떤 가치를 얻는가 하는 점이다. / 우리는 모두 전체의 한 부분이다. 이것을 이해하면, 우리가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우리를 통해서 글로 쓰여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192-카타기리는 말한다. “우리의 목표는 매순간 모든 존재에 대해서 상식적으로 대하고 친절한 마음을 갖는 것입니다.” / 우리가 글을 쓰는 이유는 세상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우리 마음속에 있는 가장 깊은 비밀이다.

211-우리는 규칙을 지켜야 한다고 배울 뿐, 규칙이 왜 그리고 얼마나 가치 있는지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214-자신의 규칙대로 미리 단정하지 말라. 만약 옥수수 밭에 철조망이 있었다면, 나는 그 철조망의 의미를 분명하게 읽었을 것이다. 법에 얽매이기보다는 살아 있는 존재와 친구가 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법규란 남을 다치게 하거나 해를 끼치지 않게 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일 뿐이다. 사려 깊은 사람은 굳이 법규를 들먹이지 않아도 항상 경우에 맞는 일을 하는 법이다. 모범생이 되기 위한 모범생은 되지 말라. 규칙에 얽매이면 글쓰기에 필요한 ‘진짜 현실’이라는 반석을 얻지 못한다. 그냥 옥수수 밭으로 들어가라. 심장 전체로 글을 쓰라. “난 매일 글을 쓰겠어” 따위의 규칙으로 자신을 마비시키는 짓은 하지 말라.

224-“아니요. 고독은 익숙해질 수 없습니다. 나는 매일 아침 냉수 샤워를 합니다. 그때도 물의 차가운 기운에 펄쩍 놀랍니다. 하지만 나는 물줄기를 피하지 않고 계속 서 있습니다. 고독은 언제나 우리를 물어뜯습니다. 우리는 익숙해서가 아니라 그 속에 서 있을 수 있는 법을 배우기 위해 고독을 받아들이는 겁니다.”

225-고독을 이용하라. 고독의 아픔은 당신에게 세상과 소통하고 싶다는 강한 욕망을 만들어 줄 것이다. 고독의 아픔을 받아들이고 그 고독을, 당신의 더 깊은 곳을 탐사하는 내시경으로 이용하라.

228-만약 당신이 완전한 작품을 쓰고 싶다면, 당신이 처음 있었던 곳으로 돌아가야 한다.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서, 또 자신의 더 깊은 곳을 들여다보기 위해서 돌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근원을 명예롭게 여기고 그것을 껴안기 위해서, 아니면 적어도 인정하기 위해서라도.

229-“당연합니다. 당신이 내면 깊이 들어갈수록 당신은 점점 더 당신 자신이 되기 때문입니다.”

231-뿌리로 돌아가는 것을 좋은 일이지만 그 뿌리에 고착되어서는 안 된다. 뿌리 위에는 가지와 잎사귀와 꽃이 있다. 이것들은 무한한 하늘을 향해 뻗어간다. 그렇게 되어야 한다.

247-자신의 인생이 무엇인지 알고 그 가치를 올바로 이해하기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바깥에서 보여지는 모습으로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 휠씬 쉽다. 하지만 우리가 자신이 좋은 글을 썼음을 인정하게 될 때, 우리는 우리 속에 들어 있는 진정한 재능과 그것을 바라볼 수 있는 능력 사이를 가로막던 장애물을 치워버릴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지금 우리가 하는 이 작업이 아름답고 창의적인 인간의 작업이라는 사실을 끌어안아야만 한다.

248-“나는 좋은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에게는 좋은 글을 막는 벽을 뚫고 나가 그 글이 바로 나 자신임을 주장할 능력이 있다.”라고 말하라. 이것이 우리가 맨 먼저 떼어 놓아야 할 첫 걸음이다. 이것이 우리가 채워 나가야 할 내용이다.

267-“이 책을 완성하는 데 1년 6개월이 걸렸어요. 적어도 절반은 처음 썼을 때 나온 것들이죠. 가장 힘든 싸움ㅇ느 글 쓰는 행위가 아니었어요. 내가 과연 괜찮은 것을 쓸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과 싸우는 게 제일 힘들었죠.”

268-“만약 그쪽에서 당신 책을 출판하겠다고 하면 아주 잘된 일이지만, 그것에 너무 신경쓰지 마십시오. 당신에게는 그냥 지나가는 일입니다. 계속해서 글을 쓰는 데만 정진하십시오.”

3. 내가 저자라면

심하게 내성적이었던 나에게, 글쓰기는 나의 감정을 해소하고 하소연하는 탈출구였다. 그때는 그저 탈출구였기에 그 글이 쓰레기 같은 글인지 아닌지, 논리에 맞는지 안 맞는지 중요할 이유가 전무했다. 그러한 날들을 뒤로하고 연구원에서 글쓰기를 시작한지 10개월이 넘어간다. 참으로 낯선 여행이었다. 이미 낯선 곳임을 알고 떠난 여행이었음에도 그 경험은 생각과 달랐다. 이곳에서의 글쓰기는 나의 게으름과 불안정함, 자기혐오나 두려움에 쌓인 존재, 정말 말할 가치도 없는 존재라는 사실과 직면하게 했다. 그럼에도 나는 매주 글을 써야만 했다. 그래서 몇 번이고 이곳에서 왜 글을 써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이 떠나질 않았었다.

이러한 물음 앞에서 찾아온 책은 단순하게 답만을 나열하는 책이 아니었다. 나같이 평범한 글쟁이들을 위한 위로서 같았다. 단순하게 테크닉을 알려주는 다른 책들과 다르게 저자는 우리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다. 참 따뜻하게 다가온 책이다.

“자신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아는 것도 좋은 일이다. 그저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훌륭하다. 이런 인식이 생긴 뒤에는 아름과 다정한 배려, 명료한 진실을 택할 수 있는 튼튼한 갑옷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이제는 두려움을 등에 진 채 무작정 아름다움을 좇아 거칠게 달려가지 않게 된다.”

마음을 무장해제 시킨 후 그녀는 자신의 글쓰기 노하우를 깊게 각인시켜 나가기 시작했다. 그녀에게서 읽은 핵심은 그러했다. 지금 여기에서 글을 쓰라. 과거도 미래도 아닌, 오로지 지금 여기서 말이다. 지금 여기의 세계에는 행동하는 것이 글쓰기요, 곧 명상인 것이다.

“말할 때는 오로지 말속으로 들어가라. 걸을 때는 그 자체가 되어라, 죽을 때는 죽음이 되어라.” 그러므로 글을 쓸 때는 쓰기만 하라. 열등감과 자책감으로 중무장한 채 자신을 학대하는 싸움은 하지 말라.

따뜻했던 마음이 어느새 두근거림으로 바뀌어 갔다. 그녀의 메시지는 아주 단순했다. 글쓰기 자체가 되는 것. 무조건 쓰라. 그녀는 에고로 글을 쓰는 것이 아닌, 모두 비워진 상태, 영혼의 힘으로 글을 쓰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그 안에서 자신만의 방법, 자신만의 영혼의 노래를 만들어내야 함을 강조하였다.

이 책은 글을 쓰는 실제적인 방법을 가르쳐 주는 책이라기보다는, 글쓰기 행위에 접근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즉, 문장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좋은 표현법은 이런 것이라고 말해주는 대신에, 글을 쓰기 위해 어떠한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며, 어떻게 처음 글쓰기에 접근하면 되는가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여러분도 자신에게 편리한 방법을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다. 우리는 글이 안 써질 때도 무조건 계속해서 글을 써야만 한다. 그리고 밑도 끝도 없는 죄의식과 두려움, 무력감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쓸데없는 시간 낭비다. 글을 쓸 수 있는 시간만 있다면, 어떤 글이든지 쓰겠다는 자세가 중요하다.”

이토록 쉽고 적절한 언어로, 강요하는 느낌 없이 편안하게 마음 깊이 다가오는 책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저자의 경험과 함께 자연스럽게 던져주는 그녀의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가 따스한 엄마 품 같다. 그녀는 두 손을 활짝 펼쳐 모든 사람들을 감싸 안는다. 그 품안에서 누가 글을 쓰고 싶은 충동을 느끼지 않을 수 있을까. 우리를 품안에 안은 채, 자신의 심장소리를 들려주며 마지막으로 그녀는 속삭인다.

“글쓰기는 삶의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저 너머에 있는 광할한 인생을 바라보라. 자신의 느낌을 믿어라! 자신이 경험한 인생을 신뢰하라! 뼛속까지 내려가서 본질적인 외침을 적어라! 영혼을 만나 영혼의 노래를 들어라. 그리고 무조건 쓰라”



IP *.73.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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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명수
2008.01.21 13:32:12 *.57.36.34
소현씨가 누구인지 잘 기억이 나질 않는군요

지난날 남해바다에서 보고는 처음 글을 적으니 쑥쓰럽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한 해를 넘기면서 여기까지 글쓰기를 위해 달려왔다니 대단합니다.

아마 이 과정을 마치면 자신이 나아갈 길이 무엇인지 명확히 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 뼈속깊이 내려가는 글쓰기 몰입이 시작되겠지요.

글쓰기의 마음자세를 심도깊게 다룬 좋은 책입니다만
글쓰기의 핵심은 즐거움입니다. 즐겁지 않으면 쓸 수 없습니다.
나의 손끝에서 팅겨나오는 글은 마음과 육체 모두에게 기쁨을 준다는
생각이 진정한 글쓰기의 왕도라는 것이지요.

그런 날이 소현님의 가슴에 가득 담겨지길 빌면서..

빛고을 광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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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현
2008.01.22 18:58:21 *.236.47.54
안녕하세요. 도명수님.
전 도명수님의 얼굴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답니다.^^

그녀가 말하고자 했던 핵심은 그러한 것이었을 꺼에요.
선의 차원에서 보자면 즐거움조차도 사라지는 순간을 말하려고 했던 것이겠지요. 상대세계를 뛰어넘는 자세를 가져보라고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런 관점이 그녀가 가진 차별적인 빛깔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명수님의 말처럼.. 그런 생각을 품고 사는것은 매우 중요할거 같아요.
즐거운 사고로 나를 열어야 깊이있게 글을 쓸 수 있을것입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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