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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월 31일 17시 32분 등록
(11장 후반)

이번 장의 첫 문장에서 바퀴가 굴러가기 위해 필요한 바퀴통의 구멍은 여러분이 삶을 해쳐나가는데 없어서는 안 되는 빔(無, void)에 비유될 수 있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중심에 비존재의 내적인 상태를 간직하고 있다. 그러므로 여러분의 존재가 달려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정수, 즉 여러분의 일부인 도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는 것, 즉 육체에 대해서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다음은 빔(無, void) 속에서 살아가는 삶의 개념에 대해 노자가 여러분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여러분의 중심이야말로 삶에 없어서는 안될 본질이다.

여러분의 근간인 이른바 무(無)에 주의를 기울이는 시간을 마련해보자. 그것이 여러분을 어디로 부추기는가? 모든 창조를 책임지는 눈에 보이지 않는 그것으로부터 공간은 시작된다. 그리고 여러분 내면의 자아에서 나온 생각들은 바로 순수한 사랑과 친절함이다.

여러분 내면의 비존재(nonbeingness)는 여러분에게서 구분된 별도의 부분이 아니다. 그러므로 그 신비로운 중심을 찾아서 탐험하라. 그 중심을 마치 육체적인 자아에 둘러 쌓인 공간처럼 생각해보라. 그 공간으로부터 여러분의 모든 생각과 지각이 세상으로 흘러나온다. 긍정적이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려고 억지로 노력하는 대신 단순히 여러분 존재의 정수에 섬세한 관심을 기울여라. 도의 길은 억지로 애쓰는 것이 아니라 저절로 흐르도록 내버려두는 것이다. 따라서 순수한 사랑의 본질적인 중심이 여러분만이 가진 고유한 가치를 활성화시키게 하라.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들이 여러분의 육체에 들어왔다가 다시 떠나도록 내버려두어라. 마치 들숨과 날숨처럼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놓아두어라. 그리고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없어서는 안될 여러분 본질의 놀라운 힘에 주의를 기울이는데 매일매일 조금씩의 시간을 쓰겠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하라.

매일 침묵의 힘을 실천하라.

이를 실천하는 데는 제각각 다른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예를 들어 명상은 도의 길을 경험하게 되는 장소인 여러분 내면의 빈 공간과 여러분을 연결해서 환희를 느끼게 도와주는 훌륭한 도구이다. 모든 생각이 흘러나오는 여러분 내면의 "자리가 없는 자리(placeless place)"를 더 많이 알아보겠노라고 맹세하라. 깨끗하고 순수한 그리고 사랑과 조화를 이룬 여러분 내면의 공간으로 들어가는 길을 찾아라.

성인과 나머지 우리들과의 차이는 성인들은 성실하고 순수한 믿음을 가지고 있고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는 점이 아니다; 그보다 성인들은 육체적인 존재를 통해 도의 길이 흐르는 그들의 본질로부터 오로지 맡은 바를 행한다. 이것이야말로 명상하거나 침묵하는 방법을 배우고 여러분의 존재가 스스로를 드러내게 인도하고 여러분이 빔(無) 속에서 살게 하는 중요한 목적이다.

지금 도를 행하라(Do the Tao Now)

오늘 하루, 적어도 15분 정도는 여러분 안에 자리한 빔(無) 속에서 살아보라. 여러분의 육체나 환경 따위는 무시해버려라. 이름이나 나이 그리고 직업과 같은 세속적인 신분과 위치도 잠시 잊어버려라. 여러분의 본질에 있어 절대적으로 중요한 빔(無), 그 공간 속에 머물러라. 없음(無)으로부터 세상을 내다보아라. 그리고 물질적인 존재로서의 여러분의 가치가 전적으로 이 빔(無)에 달려있음을 감사하게 여겨라. 오늘은 여러분 안의 이 없음(無)과 친해지도록 하라.






12장

다섯 가지 색은 사람의 눈을 멀게 하고,
다섯 가지 음은 사람의 귀를 멀게 하고,
다섯 가지 맛은 사람의 입을 버려 놓는다.
말 달리고 사냥을 하는 것은 사람의 마음을 미치게 만든다.

얻기 힘든 재물을 위해 애쓰는 것은
사람이 나아감을 방해할 뿐이다.

성인은 눈으로 세상을 보지만
마음에 따라 행동한다.
그는 사물이 오고 가도록 내버려둔다.
그는 눈에 보이는 것을 버리고 마음을 취한다.


내면의 신념에 따른 삶(Living with Inner Conviction)

도덕경의 이 장을 통해 노자는 우리가 내면의 비전을 희생하고 대신에 감각적인 즐거움과 경험에 너무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오로지 이런 감각적인 것에만 주의를 집중하는 것은 궁극적으로는 환상에 불과한 외형중심의 세상을 만들어낸다. 모든 것은 한번 오면 가기 마련이므로 물질이 중심인 세상은 기질적으로 일시적인 것에만 한정될 뿐이다. 우리가 사물의 표면에 드러난 색깔에만 집착하게 되면 결국 그 외형 세계 너머에 놓여있는 것은 볼 수 없게 된다. 피조물에만 온 신경을 기울이면 우리는 창조자에 대해서 아무 것도 알 수가 없다. 이와 같이 모든 창조 행위 너머의 것을 깨닫지 못하면 우리는 스스로의 창조성을 잃게 된다.

시각, 청각, 후각, 촉각 그리고 미각은 감각의 서로 다른 영역들이다. 만약 여러분이 감각적인 만족을 추구하는 것이 인생의 초점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면 여러분의 삶은 노자가 "말 달리며 사냥을 하는 것"이라고 말한 그것으로 인해 황폐해질 것이다. 이렇게 돈과 권력을 숭배하고 추구하는 것은 힘과 정력의 낭비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결코 충분하다고 느껴질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여러분은 더 많이 갖기 위해 하루하루를 살게 된다. 여러분의 존재가 충분히 갖지 못했다는 생각에 동기 부여되어서는 결코 내면의 평화와 만족에 이를 수 없다. 노자는 이런 무모한 추구가 사람을 끝내 미치게 만든다고 말한다.

도의 길에 따라서 사는 사람은 세상을 바라보되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하지 않는 현명한 존재, 즉 성인(聖人 )이나 현인(賢人)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세상 속에 살면서 그와 동시에 이 세상의 비존재(無)를 이해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성인은 물질적인 유혹을 넘어 내면의 신념을 통해 세상을 깊이 이해한다. 오감을 현혹하는 것들을 멀리하고 삶을 이어갈 수 있는 최소한의 것만 가지고도 고요히 즐길 줄 안다. 내면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아무것도 더 필요하지 않다. 성인은 자신의 무한한 본질을 깨닫고 지금 살고 있는 것이 물질적인 외양의 덧없는 세상임을 잘 알고 있다. 그저 잠시 거쳤다 떠나게 되는 우리의 육신도 이런 세상의 일부일 뿐이다. 성인은 또한 겉모양을 쫓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를 알기에 부와 명성이라는 유혹적인 미끼에 넘어가지 않는다.

나는 우리의 친구이자 스승인 노자가 이 12장을 통해 이렇게 간결한 진실들을 우리에게 전달해주고 싶어했다고 생각한다.

눈에 보이는 것을 넘어 시야를 확장하라.

여러분 내면의 신념은 장미가 기분 좋은 향기와 벨벳처럼 부드러운 꽃잎을 갖고 있기에 그저 한 송이의 꽃 이상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러한 깨달음을 통해 'nowhere'를 'now here'로 변화시키는 것처럼 꽃을 피우는 놀라운 기적을 불러일으키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그 창조적인 힘을 느껴보자. 아주 작은 씨앗에서 아름다운 꽃이라는 걸작을 피워 올리는 창조자의 정수를 경험해보라. 우리가 그저 형태가 없는 비존재 혹은 영혼의 세계라고밖에는 말할 수 없는 곳에서 그 씨앗이 비롯되었다는 것을 명심하라. 꽃의 색과, 향 그리고 몸체에 생명을 불어넣는 그 영혼을 보라. 초자연적인 시선으로 모든 생명을 바라보라. 여러분은 물질적인 성취를 추구하는 쳇바퀴 속의 삶에서 빠져 나와 여러분의 진정한 근간이 겉으로 드러난 이 세상에 속한 것이 아니라는 내면의 신념을 가지고 살게 될 것이다.

끊임없이 더 많이 축적하도록 자신을 억누르는 압박에서 벗어나라.

물질적인 성취를 쫓기로 선택한 사람들은 그 길에서 지치도록 내버려두어라. 대신 여러분은 그 길에서 한 걸음 물러나 마음을 평온히 하는 방법을 배워라. 외부로 초점을 옮기는 대신 그것이 안쪽을 향하게 하라. 더 많이 바라고 축적하고자 하는 외부의 기준 대신에 경외와 감사의 마음을 내면의 시금석으로 간직하라. 아름다운 풍광을 보거나 매혹적인 음악을 들을 때 혹은 맛있는 음식을 맛볼 때에는 이러한 감각적인 즐거움 안에 자리한 (꽃을 피우는 것과도 같은) 기적을 생각하라. "눈에 보이는 것을 버리고 마음을 취하는" 성인처럼 행하라. 출발과 도착이 교차하는 덧없는 세상의 우선순위에서 벗어나 모든 일이 순리대로 흐르게 하라.

지금 도를 행하라(Do the Tao Now)

씨앗 하나를 심고 가꾸어 보자. 그리고 그 성장과정을 통해 내면의 섭리를 관찰해보자. 꽃봉오리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기록하고, 어느 날 꽃으로 피어날 그 씨앗 안에 무엇이 있는지 경외하는 마음으로 바라보자. 그리고 그 경외의 마음을 여러분 자신과 여러분을 품고 있는 그 씨앗에게로 확장시켜라. 이 경험을 통해 도가 작용하고 있는 여러분 내면의 자아를 일깨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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