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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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해야 산다'
IMF 이후, 어디를 가도 이 구호가 들렸습니다. 이 책에서는 이런 현세의 흐름에 아랑곳 없이, 자기 삶을 올곳게 살아온 23인 이야기가 있습니다.
'변하면 죽는다'고 외쳐대는 그들의 실천에 마음이 편해지는 것은 왜일까요? 종류의 다양화만 생각했지, 깊이의 변화에 대해서는 무시했습니다. 피터드러커를 비롯 자기개발 전문가들은 '강점위에 구축하라'고 역설합니다. 문득, 사람이 역량을 발휘하는 범위는 그렇게 크지 않구나.라고 깨닫습니다. 면도 아니고, 선도 아니고, 점입니다. 강점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더 깊숙이 들어가는 것이 하늘이 제게 주신 일입니다. 가치 있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잘해야 하고, 잘 하기 위해서는 실력을 쌓아야 하는데, 주어진 시간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이것 저것 찾아다닐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 바로 눈 앞에 보이는 일이 제 일임을 책을 보며 느꼈습니다.
북세미나에서 '여자 야망사전'으로 세미나 있었습니다. 저자는 자기 역할을 잘 수행하면, 자아실현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고 하셨습니다. 이렇게 볼 때, 경력관리 전문가들이 말하는 경력 로드맵이라는 것이 현실성이 있을까요? 경력이라는 것이 제 마음대로 디자인할 수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습니다.
작가는 신문기자 출신으로 글도 잘 쓰고, 사진도 잘 찍습니다. 첫문장을 미끄럼 타듯이 내려오면 끝까지 갑니다. 이런 글을 쓰기 위해서 들인 정성이 느껴졌습니다. 기획의도 또한 개성있습니다. 조류 보다 자기에게 진실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소개합니다.
더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이 변화라는 측면에서 구본형 선생님 말씀과도 상통하는 면이 있습니다. 물론 책에서는 직접적으로 이렇게 까지 이야기 하지 않지만, 제 나름대로 행간에서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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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잡초라고 무시했던 많은 존재들이 이제 꽃과 열매를 만들어 세상에 귀한 가치를 보탠다는 사실을 세상은 깨닫게 되었다. 고단한 시대에 이들이 감내하고 만들어낸 삶은 사람들에게 긍정과 안식과 놀라움과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다.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까지 그들이 겪어왔을 가시밭길을 상상하니 도저히 따라해 볼 엄두가 나지 않고, 그 형극의 길을 헤치고 큰 울림과 함께 터뜨린 열매를 보니 경외와 존경의 마음이 일어나는 그런 묘한 긴장감이 우리들 의식 속에 있다. 10
인생의 소나기 먹구름 뒤에는 언제나 변함없는 태양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항상 그런 믿음으로 살아야 합니다. 22
문득 좌절하고 싶어질 때엔 도망치듯 새로운 일들을 벌이곤 했다. 일에 매달리고서도 절망감을 삭이지 못하면, 그때는 가족이 화를 당했다. 밥상을 위집어엎고, 술주정을 하고, 욕을 하고, 장롱 속 이불에 불 붙여서 자살하려 하는 걸 가족이 겨우 막은 적도 있었다. 22
쓰레기 인생 40년에 농부는 섭리를 절로 알게 되었다.
'두 번 사는 인생이면 대충 한번 살아보겠는데, 한 번밖에 없으니까 제대로 살아야죠' 농부 김광덕, 철학을 줍는다. 35
민식은 '하늘이 부르는 날까지 그저 제 할 일 하면서 살 것'이라고 했고 52
돈만 생기면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자료를 수집하고 전통 연 체계를 만드느라 고생만 실컷 하다 세월이 갔다. 가난도 가난이거니와 , 전통문화를 복원한다는 자부심을 알아주지 않는 세상이 속상했다. 한국의 전통 연 체계는 노유상이 다 만들었다. 지금 쓰는 얼래도 그가 복원했고, 연에 그려 넣는 문양, 연 기술, 제작 기술도 그가 다 체계화했다. '살아 있는역사'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이다. 75
'삽십 년 지나니까 면도기랑 가위 '날'이 뭔지 알겠던데, 지금은 그 연장 가는 법 좀 배운 거 같아요' 85
'고민 끝에 결론을 내렸어요. 안 변하는게 살 길이다. 완벽한 기술로 승부하자, 내 이발 기술이랑 서비스가 완벽하면 확장 이전 같은 거 없어도 된다, 뭐 그런 생각했죠' 86
'문득 60년 동안 한가지 일만 해온 아버지가 존경스러운 거에요. 돌아가시면 엿불림 가락도 끊길 거 같았고....제가 성악을 전공했거든요. 누가 전승을 해줬으면 싶었는데, 그게 알고 보니까 저였더라고요. 또 잘만 하면 돈도 벌 것 같기도 했고' 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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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줍는 농부, 이발사, 엿장수, 화상 입은 교육자, 연 제작자, 대장장이....
책을 읽으며, 제 스스로 교만하다는 반성을 했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도 제대로 못하면서, 다른 길을 살피는 내 모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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