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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24일 08시 31분 등록
1. 프롤로그

목민심서를 읽으면서 그동안 어영부영했던 나의 공무원 생활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목민의 직위와는 상관없는 일을 하고 있지만 목민심서에는 공무원의 기본바탕과 덕목, 그리고 업무 수행방법을 자세히 적었다. 다산선생의 역작 중 목민관의 직책에 대해 쓴 글이 목민심서라는 시험에 나올 핵심사항만 줄줄 외웠던 교육 탓도 조금 있지만 결국 문제는 자신의 문제였다. 한 가지 핑계를 더 들자면 입사를 하면서 가장 듣기 싫은 말이 공무원이란 말이 맨 처음에 나오는 것이었다. “공무원이 그렇게 많은 재산이 있어야 되겠는가?” 라는 말, “공무원이 그래서야 쓰겠는가?” 라는 말 등등 공무원을 옥죄는 말이 너무나 많았다. 공무원이 당연히 국민의 공복으로 행동과 처신에 귀감이 되고 엄정한 업무처리와 청렴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지만 획일적으로 적용되는 것도 부담이 되었다. 입사 초기 직무교육 첫 시간에 들은 윤리교육에서 목민심서가 바로 공무원이 가장 먼저 보아야 할 책이라는 설명을 듣고 마음의 문을 닫아버렸다.

다시 19년이 지난 지금, 변경연 연구원을 통하여 본 목민심서는 그야말로 별천지였다. 180년 전, 다산의 눈에 비친 공무원들의 적나라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목민심서는 한 고을의 리더인 목민관이 백성들의 삶의 향상과 중간 관리들의 점검, 그리고 잘 사는 고을로 만드는 하나의 지침서였다. 책 속의 다양한 사례에 나오는 아전들의 수탈을 보면서, 공무원에 대한 깊은 불신과 반감의 뿌리도 알 수 있었다. 백성을 떠난 목민관이 있을 수 없듯이 국민들을 떠난 공무원은 의미가 없다. 목민할 마음은 있으나 할 수 없어 심서(心書)로 남긴다는 다산의 서문이 가슴을 아프게 한다. 1821년 다산이 목민심서를 완성한 후, 정식으로 책으로 발간된 것은 1902년이라고 한다. 필사본이 유행을 했다고는 하지만, 얼마나 많은 목민관들이 이 책을 보았을까? 책을 쓴지 180년이 지나서야 처음 읽어보는 19년차의 한심한 공무원도 있는데 하물며 옛날 사람을 따져서 무엇할까?


2. 저자에 대하여

한 사람의 인생이 담긴 마지막 말은 그 의미가 새롭다. 다산 선생은 18년 동안의 긴 유배생활을 마치고 고향인 마현 마을로 돌아온다. 회갑연에서 당신은 묘지명을 써놓으셨다.

자찬묘지명
네가 너의 착함을 기록했음이
여러 장이 되는구려
너의 감추어진 사실을 기록했기에
더 이상의 죄악은 없겠도다.

네가 말하기를
'나는 사서육경을 안다'라고 했으나
그 행할 것을 생각해 보면
어찌 부끄럽지 않으랴

너야 널리 널리 명예를 날리고 싶겠지만
찬양이야 할 것이 없다.
몸소 행하여 증명시켜 주어야만
널리 퍼지고 이름이 나게 된다.

너의 불운함을 거두어 들이고
너의 창광을 거두어 들여서
힘써 밝게 하늘을 섬긴다면
마침내 경사가 있으리라.


대략 다산 선생의 인생을 보면 18,19년 주기의 삶을 살다 가셨다. 전반기라고 할 수 있는 22세때 부터 39세까지는 벼슬살이로 득의의 시대였다. 영조의 사랑을 듬뿍 받으면서 유능한 관료로서 가능성이 보였다. 당시 직책으로는 암행어사, 참의, 좌우부승지 등을 거쳤으나 그를 시기하던 노론 벽파의 시기를 받아 금정철방, 곡산부사 등 외직으로 좌천되기도 하였다. 정조의 지극한 총애는 죽음과 때를 같이하여 사라지고, 이기경 등의 중심으로 신유교옥 사건이 터지면서 긴 유배생활이 시작된다. 그때 다산 선생의 나이는 39세였다. 유배 당시 혜장선사의 만남으로 불교의 기연을 맺기도 하였고, 목리 이학래의 도움으로 다산초당을 짓고 11년간의 학문적 유배생활을 할 수 있었다. 유배생활 도중, 간간히 해배의 소식이 있었으나, 경기도 암행어사 시절 연천군수인 서용보와의 악연으로 금제의 세월을 보냈다. 39세의 중년의 나이가 긴 유배생활에서 초로의 늙은이가 되어 고향으로 돌아온다. 58세부터 74세까지 마현 마을의 어유당이라는 시호에 맞게 유유자적한 삶을 살게 된다.

다산선생의 놀라운 명은 인생의 역경을 학문적인 경지로 풀었다는 점에 있다. 유교를 통치이념으로 받아들인 조선이었다. 수기치인(修己治人, 자기 몸을 닦고 사람을 다스린다)과 인(人)과 예(禮)가 중심인 유교가 결국 왕권과 집권세력간의 정권유치차원으로 밀려나게 된다.
유배생활의 힘들었던 것이 육체적인 고통이 아닌, 그 시대를 살았던 지식인의 고뇌였다. 결국 방대한 저술로 답답함을 풀었으며, 조선 후기 학문에 금자탑을 세우게 되었다. 총 500여권을 헤아리는 그의 《여유당전서 與猶堂全書》는 대체로 6경4서·1표2서·시문잡저 등 3부로 분류할 수 있다.

먼저 6경4서의 대강을 살펴보면, 첫째 시에는 《모시강의》 12권 외에 《시경강의보 詩經講義補》 3권이 있다. 시는 풍림(諷林)이라 하여 권선징악의 윤리적 기능을 중요시한다. 악사들로 하여금 조석으로 연주하게 하여 왕자가 그 선함을 듣고 감동하며, 그 악함을 듣고 깨우치게 하니 그 엄함이 춘추보다도 더하다고 하였다.
둘째, 서(書)에는 《매씨상서평 梅氏尙書平》 9권, 《상서고훈 尙書古訓》 6권, 《상서지원록 尙書知遠錄》 7권이 있다. 《매씨상서》는 위서(僞書)로서 《사기》 양한서(兩漢書) 등의 기록에 뚜렷이 나타나 있다.

《선기옥형 璿璣玉衡》은 상천(上天)의 의기(儀器)가 아니요 《홍범구주 洪範九疇》도 정전형(井田形)을 본뜬 정치이념일 따름이라고 하였다.

셋째, 예(禮)에는 《상례사전》 50권, 《상례외편》 12권, 《사례가식 四禮家式》 9권이 있다.
태로(太牢)·소로(少牢)·특생(特牲)·특돈(特豚)의 예에서 그의 변두(#변13豆)나 궤형(#궤19#형18)의 수에는 일정한 법도가 있다. 군왕·대부(大夫)·사(士)의 계급에 따라 차등이 있으므로 멋대로 증감해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넷째, 악(樂)에는 《악서고존 樂書孤存》 3권이 있다.5성(聲) 6률(律)은 본래 같은 것이 아니다.6률로써 제악(制樂)하므로 악가의 선천이요 5성으로써 분조(分調)하므로 악가의 후천이 되기 때문이다.
추연(鄒衍)·여불위(呂不韋)·유안(劉安) 등의 취률정성(吹律定聲)의 그릇된 학설을 따지는 한편 삼분손익(三分損益)·취처생자(娶妻生子)의 설이나 괘기월기(卦氣月氣)·정반변반(正半變半) 등의 설은 모두 받아드리지 않는다고 하였다.

다섯째, 역(易)에는 《주역사전 周易四箋》 24권, 《역학서언 易學緖言》 12권이 있다.역에는 4법이 있는데 추이(推移)·물상(物象)·효변(爻變)·호체(互體)로서 십이벽괘(十二#벽20卦)는 4시를 상징하고 중부(中孚)·소과(小過)두 괘는 오세재윤(五歲再閏)을 상징한다.

여섯째, 《춘추》에는 《춘추고징 春秋考徵》 12권이 있다. 좌씨(左氏)의 책서(策書)는 춘추의 전이 아니요 그의 경의(經義)의 해석도 한나라 학자들이 저지른 지나친 잘못이다. 체(#체24)는 오제(五帝)의 제사이다.

일곱째, 《논어》에는 《논어고금주 論語古今註》 40권이 있다. 《논어》는 다른 경전에 비하여 이의(異義)가 너무나도 많다. 총 520여장 중 170여장의 이의를 하나로 묶어서 《원의총괄 原義總括》이라 하였다.

여덟째, 《맹자》에는 《맹자요의 孟子要義》 9권이 있다. 성(性)이란 기호(嗜好)인데 형구(形軀)의 기호와 영지(靈知)의 기호가 있다고 한다. 본연지성(本然之性)은 본래 불가의 책에서 나왔으며 우리 유가의 천명지성(天命之性)과는 서로 빙탄(氷炭)과도 같아서 상호간에 비교할 길이 없다고 하였다.

아홉째, 《중용》에는 《중용자잠 中庸自箴》 3권, 《중용강의보 中庸講義補》 6권이 있다. 용(庸)이란 항상 끊임없이 오래감을 의미한다. 보이지 않는 것은 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요 들리지 않는 것은 내 귀에 들리지 않는 것이니 그것은 곧 하늘의 모습이요 하늘의 소리이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열째, 《대학》에는 《대학공의 大學公議》 3권, 《희정답대학강의》 1권, 《소학보전 小學補箋》 1권, 《심경밀험 心經密驗》 1권이 있다. 명덕이란 효·제·자(孝弟慈)삼덕으로서 사람의 영명(靈明)이 아니다. 격물(格物)의 물은 물유본말(物有本末)의 물이요 치지(致知)의 지는 지소선후(知所先後)의 지다. (저서에 대한 분류는 디지털 한국학 홈페이지 참고)

3. 가슴을 치는 구절

<『정선 목민심서』를 내며>

(5) 요컨대 목민심서는 자기 시대의 현실에 대한 저자 자신의 뼈저린 고뇌에서 우러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안타까워하고 괴로워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문제의 해법을 진정으로 강구한 것이다. 민(民)을 중심에 둔 사고의 방향에서 정치제도의 개혁과 지방행정의 개선을 도모한다.

(7) 다산은 자서(自序)에서 “‘심서(心書)’라 한 것은 무슨 까닭인가? 목민할 마음은 있으나 몸소 실행할 수 없기 때문에 ‘심서’라 이름한 것이다.” 고 끝을 맺었다. 그 자신이 정치현실로부터 소외되어 있었던 까닭에 붙인 말이다. 이 맺음말은 실로 비장하다. 오늘의 현실에서 다른 의미로 또 ‘심서’가 된 셈인데, 그 참 뜻이 살아나기를 고대한다.

<역주 목민심서를 마치면서>

(8) 『목민심서』는 요컨대 민(民)과 국가 관계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다산은 ‘민’의 주체성을 긍정하여, ‘민’의 자율적 참정과 의사의 반영으로 ㅔ제를 갖추는 것이 원래 합당한 것으로 보았다. 실로 지천의 상태에서 신음하던 ‘민’에 대한 연민과 인간적 신뢰에 ‘민’의 역사적 추진력에 대한 튼튼한 믿음을 일체화시켜, 그 바탕에서 ‘민’과 ‘국가’의 관계를 재정립하려고 하였던 것이다.


<자서(自序)>

(15) 성현의 가르침에는 원래 두 가지 길이 있다. 사도(司徒)는 만백성을 가르쳐 각기 수신(修身)케 하고, 태학에서는 왕족 및 공경대부의 자제들을 가르쳐 각기 수신하고 백성을 다스리게 했으니, 백성을 다스리는 것이 목민의 일이다. 그러므로 군자의 학문은 수신이 반이고, 나머지 반은 목민이다.

<제 1 부 - 부임(赴任) 6조>

(21) 다른 벼슬은 구해도 좋으나 목민의 벼슬은 구해서는 안 된다.

(24) 백성을 사랑하는 근본은 아껴 쓰는데 있고, 아껴 쓰는 것의 근본은 검소함에 있다. 검소해야 청렴할 수 있고, 청렴해야 자애로울 수 있으니, 검소함이야말로 목민하는데 있어서 가장 먼저 힘써야 할 일이다. 어리석은 자는 배우지 못하고 무식해서 산뜻한 옷에 좋은 갓을 쓰고 좋은 안장에 날랜 말을 타는 것으로 위풍을 떨치려 한다.

(39) 여론을 수집하기는 쉬우나 개혁은 어려운 일이다. 고칠만한 것은 고치고, 고칠 수 없는 일은 그대로 둘 수밖에 없다. 오늘에 들떠서 날뛰지 말며 다음에 실망하지도 말 것이다. 면리(面里)의 사사로운 폐단을 혹시 사심을 품고 헛되이 과장하고 그 실상을 감추거나 뜬소문을 꾸미는 사람이 있으면, 결국에는 죄를 받게 될 것이니 조심하라.

<제2부 - 율기(律己) 6조>

(46) 치현결에서는 “벼슬살이의 가장 중요한 점은 ‘두려워할 외(畏)’ 한 자 뿐이다. 의를 두려워하고 법을 두려워하며 상관을 두려워하고 백성을 두려워하여 마음에 언제나 두려움을 간진하면, 혹시라도 방자하게 되지는 않을 것이니, 이로써 허물을 적게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하였다

(47) 정요에서는 “벼슬살이에는 석자의 오묘한 비결이 있으니, 첫째는 청(淸, 맑음)이고, 둘째는 신(愼,삼가함)이며, 셋째는 근(勤, 부지런함)이다”라고 하였다.

(51) 송나라 매지가 소주를 맡아 다스릴 때에 벼슬살이의 고질병에 관한 글을 지어 말하였다. “벼슬살이에는 다섯 가지의 병통이 있다. 급히 재촉하고 합부로 거두어들여 아랫사람한테 긁어다가 위에 갖다 바치는 것은 조세의 병통이요. 엄한 법조문을 함부로 둘러대어 선악을 명백히 가리지 못하는 것은 형옥의 병통이요, 밤낮 술잔치에 빠져 나랏일을 등한시 하는 것은 음식의 병통이요, 백성의 이익을 침해하여 시사로이 자기 주머니를 채우는 것은 재물의 병통이요, 많은 계집을 골라 노래와 여색을 즐기는 것은 음란의 병통이다. 이 가운데 하나만 있어도 백성이 원망하고 신이 노할 것이니, 편안하던 자는 반드시 병들고 병든 자는 반드시 죽을 것이다.

(56) 청렴은 천하의 큰 장사이다. 욕심이 큰 사람은 반드시 청렴하려 한다. 사람이 청렴하지 못한 것은 그 지혜가 짧기 때문이다.

(57) 송나라 농부가 밭갈이를 하다가 옥을 주워서 자한에게 바쳤으나, 자한은 받지 않았다. 농부가 “이것은 농부들의 보배입니다. 바라옵건대 상공께서는 받아주시옵소서”라고 거듭 청하니, 자한이 “그대는 옥을 보배로 삼고, 나는 받지 않는 것을 보배로 삼으니, 만일 내가 그것을 받는다면 그대와 내가 모두 보배를 잃은 셈이네.”라고 답하였다.

(73) 대개 사람을 접대하는 것은 글을 짓는 것과 같다. 좋은 재목을 가지고 잘 짓는 것은 잘한다고 일컬을 게 없으며, 반드시 어려운 제목으로 묵묵히 생각하여 남달리 문장에 운율을 주고, 번쩍 빛이 나게 하며, 쨍그랑 소리가 나게 하는 것이 고수(高手)이다.

(74) 수령노릇을 잘하려는 자는 반드시 자애로워야 하고, 자애로워지려는 자는 반드시 청렴해야 하고, 청렴하려는 자는 반드시 검약해야 한다. 씀씀이를 절약하는 것은 수령의 으뜸가는 임무이다.

<제3부 봉공(奉公) 6조>

(91) 주자는 이렇게 말하였다. “정사를 하되 큰 이해관계가 없으면 반드시 뜯어고치기를 의논할 것은 없다. 뜯어고치기를 의논하면, 고치는 일이 이루어지기도 전에 반드시 시끄럽게 소요가 일어나 끝내 그치지 아니할 것이다.”

(97) 사대부의 벼슬살이 하는 법은 언제라도 벼슬을 버린다는 의미로 ‘버릴 기(棄)’ 한자를 벽에 써 붙이고 아침저녁으로 눈여겨보아야 한다. 행동에 장애가 있거나, 마음에 거슬리는 일이 있거나, 상관이 무례하거나, 내 뜻이 행해지지 않으면 벼슬을 버려야 한다. 감사가 내가 언제든지 벼슬을 가볍게 버릴 수 있는 사람이며 쉽게 건드릴 수 없는 사람임을 알고 난후에라야 비로소 수령노릇을 할 수 있다. 그렇지 않고 부들부들 떨면서 자리를 잃을까 저어하여 황송하고 두려워하는 말씨와 표정이 드러나면, 상관이 나를 업신여겨 계속 독촉만 하게 될 것이니 오히려 그 자리에 오래 있을 수 없게 된다.

(106) 위엄은 청렴함에서 생기고 정사는 부지런함에서 이루어진다.

<제4부 애민(愛民) 6조>

(129) 백성의 수령이 된 자가 임금의 뜻을 체득하여 이를 실행한다면 그 직분을 다했다고 할 수 있다. 얽히고 설켜 잘 풀리지 않는 세상일 가운데 남녀가 혼기를 놓치는 일보다 딱한 일은 없을 것이다.


<제5부 - 이전(吏典) 6조>

(141) 백성은 토지로 논밭을 삼지만, 아전들은 백성을 논밭으로 삼는다. 백성의 껍질을 벗기고 골수를 긁어내는 것을 농사일로 여기고, 머릿수를 모으고 마구 거두어들이는 것을 수확으로 삼는다. 이것이 습성이 되어 당연한 짓으로 여기게 되었으니, 아전을 단속하지 않고서 백성을 다스릴 자 없다.

(143) 지성으로 대하여 알거든 안다고 하고 모르거든 모른다고 하며, 죄가 있으면 죄를 벌주고 죄가 없으면 용서하여 한결같이 떳떳한 이치를 좆고 술수를 부리지 말아야 그들의 마음을 복종시킬 수 있다.

(144) 주자가 말하였다. “벼슬살이 한때는 모름지기 스스로는 항상 한가하고 아전들은 항상 바쁘도록 해야만 한다. 만약 스스로 문서 속에 파묻혀서 정신을 차릴 수 없으면 아전들이 곧 폐를 끼칠 것이다.”

(149) 군자가 마음가지기를 공평히 하여 모든 일에 먼저 자신의 견해를 세워 바깥의 사물에 흔들리지 아니하고 노여움을 다른 데로 옮겨 풀지 않아야 아전이 농간을 피울 수 없게 된다.

(151) 수령의 소행이 맑고 밝아 잘못이 없다면 향리나 저리가 이런 짓을 하지 않을 것이고, 만약 수령의 소행이 불법해 간교한 아전에게 아첨해 빌붙어 자신의 불법을 덮고자 한다면 한 구멍을 겨우 막아도 다른 구멍이 또 터질 것이다. 오직 스스로 닦는다는 ‘자수(自修)’ 두 글자가 오히려 해악을 멀리할 수 있는 좋은 계책이다.

<153) 관속들을 통솔하는 방법은 위엄과 믿음뿐이다. 위엄은 청렴함에서 생겨나고 믿음은 성실함에서 나오는 것이니, 성실하면서 또한 청렴해야 뭇사람들을 복종시킬 수 있다.

(155) 매번 들으면 이웃 고을에서 노래와 춤으로 행락을 하면서 수천 냥의 돈을 기생에게 주고, 기생은 그 돈 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데, 그 돈의 반을 수급비들에게 베풀면 이들은 뼈에 사무치는 은혜를 평생토록 잊지 않을 것이다. 다른 수령은 더러운 소리를 퍼뜨리는데 나는 어진 소문이 나게 되니, 그 이해가 어떠하겠는가? 교체되어 돌아오는 날 성의 남문 밖에서 기생은 좋아라 웃고, 수급비는 눈물을 울리며 울어야 현명한 수령이라고 할 수 있다.

(162) 무릇 천하를 다스리는 데는 큰 원칙이 네 가지가 있다. 첫째는 친족을 친애하는 것이며, 둘째는 어른을 어른 대접하는 것이며, 셋째는 귀한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것이며, 넷째는 어진 이를 어진이로 대하는 것이다.

(164) 향통이란 자기병이나 죽통의 아가리를 굳게 봉하고 비벼 꼰 종이 토막을 겨우 집어넣을 수 있으나 도로 꺼내지는 못하게 작은 구멍 하나만을 낸 것이다. 향통은 작은 면은 한두 개, 큰 면에는 서너 개 정도를 보내어 모든 마을에 전해 돌리게 하되, 한 마을마다 2,3일 정도 두었다가 거두어들인다.

(172) 무릇 사람을 부리는 법은 오로지 권할 권(勸)과 징계할 징(徵) 두 글자에 있다. 공이 있는데 상이 없으면 백성들에게 열심히 하라고 권할 수 없고, 죄가 있는데 상이 없으면 백성들을 징계할 수 없다. 열심히 하도록 권하지도 않고 징계하지도 않으면 백성이 해이해지고 모든 일이 무너지게 되니, 모든 관리와 아전도 다를 바 없다. 지금은 죄에는 벌이 있지만 공에는 상이 없다. 이 때문에 아전들의 습속이 더욱 간약해지는 것이다.

<제6부 호전(戶典) 6조>

(195) 목민(牧民) 하는 길은 ‘고를 균(均)’ 한 자가 있을 뿐이다. 늘 보면 현령은 읍의 창고만 살피고 외창은 불문에 붙이는데, 이는 소만 보고 양을 잊은 것이고 닭은 잡고 오리는 놓친 것이니, 그 고르지 못함이 심하다. 만약 혜택을 고루 나눠주지 못하면 차라리 고통도 골고루 받게 할 것이지, 어찌 유독 읍의 창고만 살피는 것인가?

(209) 율곡은 평생 쇠고기를 먹지 않으면서 ‘소의 힘으로 지은 곡식을 먹으면서, 쇠고기를 먹는 것이 옳겠는가? 라고 했으니, 참으로 당연한 이치아디

<제7부- 예전(禮典) 6조>

(221) 배움이란 스승에게 배우는 것이다. 스승이 있어야 배움이 있는 것이니, 학덕이 높은 사람을 초빙하여 선생으로 삼은 다음에야 학규(學規)를 논할 수 있다.

(224) 족에는 귀천이 있으니 마땅히 그 등급을 구별해야 하고, 세력에는 강약이 있으니 마땅히 그 형편을 살펴야 한다. 이 두 가지는 어느 하나도 없앨 수 없는 것이다.

<제9부 형전(刑典) 6조)

(253) 송사를 심리하는 것과 아예 쟁송이 없게 하는 것은 그 차이가 실로 크다. 송사를 심리하는 것은 말과 표정으로 백성을 교화하는 일이요. 쟁송이 없게 한다는 것은 “밝은 덕(德)은 말과 표정으로 크게 나타나지 않음을 생각한다.”는 뜻이다. 성인은 언제나 마음가짐과 행동을 참되게 하고 성의를 간직하여 몸을 닦음을 생각하므로, 자연히 백성들이 우러러 보고 두려워하여 감히 사실이 아닌 말을 진술하지 못하는 것이니, 이는 백성을 교화하는 지극한 효험이다.

(276) 도적이 생기는 이유는 세 가지가있다. 위에서 위의를 바르게 가지지 아니하고, 중간에서 명령을 받들지 아니하며, 아래에서 법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으로, 이것이 고쳐지지 않으면 아무리 도적을 없애려고 해도 없어지지 않는다.

<제10부 공전(公典) 6조>

(287) 이익(李瀷)은 “천하에 가장 아까운 것은 유용한 것을 무용한 것으로 돌려버리는 것”이라고 말하였다. 사방의 들은 마르고 시드는데, 냇물을 공연히 바다로 흘려보내니 어찌 애석하지 않은가?

<제 11부 - 진황(賑荒) 6조>

(323) 백성을 도와주고 편안히 모여 살게 하는 방법은, 첫째 양식을 돕는 것이며, 둘째 소를 돕는 것이며, 셋째 조세를 가볍게 하는 것이며, 넷째 빚을 탕감해주는 것이다. 수령이 때때로 마을과 돌을 돌아다니면서 질병과 고통을 살펴보고, 하고자 하는 것을 물어서 그 뜻을 이루게 해주며, 근본을 북돋아주고 흔들리지 않으면 이것이 큰 병을 고치는 것이다.

<제12부 - 해관(解官)>

(327) 수령직은 반드시 교체가 있기 마련이다. 교체되어도 놀라지 않고 벼슬을 잃어도 연연해 하지 않으면 백성들이 존경할 것이다. 속담에 “벼슬살이 머슴살이”라고 했으니, 아침에 승진했다가 저녁에 쫓겨날 수 있을 만큼 믿을 수 없음을 이른 말이다.

(328) 그러므로 옛날의 현명한 수령은 관아를 여관으로 여겨 이른 아침에 떠나갈 듯이 늘 문서와 장부를 깨끗이 해두고, 항상 행장을 꾸려놓아, 마치 가을 새가 가지에 앉아있다 훌쩍 날아갈듯이 하고, 한 점의 속된 애착도 마음에 품지 않는다. 교체한다는 공문이 오면 즉시 떠나고, 활달한 마음가짐으로 미련을 갖지 않았으니, 이것이 맑은 선비의 행실이다.

(331) 정선은 말하였다. “의롭지 못한 재물을 많이 얻으면서 생긴 원한의 빚을 자손에게 갚도록 하는 것은 복이 아니다. 조상의 사당을 세우고 종족들을 넉넉하게 해주며, 궁한 친척들을 구제하는 것은 진실로 아름다운 일이다. 그러나 성급하게 다 좋게 하려는 마음이 있으면 부정하게 받아들이기를 반드시 심하게 할 것이다. 어찌 덕을 쌓고 상서로운 기운이 서리도록 해서 벼슬이 오래감에 따라 스스로 윤택하여 오랫동안 누리는 것만 같겠는가?”

< b>4. 내가 저자라면

목민심서를 읽으면서 느긋하고 나태했던 나의 공무원 생활을 다시 바라보게 되었고, 책을 덮은 후에는 공무원 작가로서의 용기가 생각났다. 글 하나가 사문난적으로 몰려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던 서슬퍼런 시기에 학자로서의 용기와 지식인으로서의 깊은 고뇌를 느낄수 있었다. "너라면 그렇게 살 수 있겠느냐?" 너라면 그렇게 쓸 수 있겠는냐? 고 물어오는 것 같았다. 한참을 망설이고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책을 쓴다는 핑계로 책을 읽는 것도 글을 쓰는 것도 마음이 너무 무거워졌다. 마음속의 책으로 남긴 조상들의 용기에, 나의 좁은 마음이 다시 마음에 걸렸다. 나는 다시 책을 열심히 읽을 것이고, 글을 다시 쓸것이다.
다시 책을 써야만 하고 책을 쓸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끈것은 바로 간결한 서문이었다. 1821년에 쓴 자서(自書)는 책을 쓰고자 하는 목적, 책의 전반적인 구성, 그리도 후대에 대한 당부사항까지 깔끔하게 씌여졌다. 아름다운 서문이었다. 책의 구성또한 간결하면서도 목민에 대한 시간적 흐름과 업무처리에 대한 이중구조로 되어 있어 이해가 용이하였다. 1부에서 4부까지 부임과 애민으로 기본적인 목민관의 시작부분에 해당된다. 마지막 11부와 12부는 진황과 해관으로 직분이 끝나고 돌아가는 장이다. 책 중간에 5부에서 10부까지는 육전(六典, 이,호,예,병,형,공)에 관한 사항으로
목민의 분야별 업무처리에 대한 업무 매뉴얼 성격의 글이었다. 중간에 나오는 사례도 중국의 고사에서부터 고려, 조선의 사례까지 다양하였다. 주제어와 그에 대한 설명, 그리고 사례 3단계로 이루어져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고, 요점을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

아직 나의 첫 책 서문에서 해매고 있다. 다산 선생께서는 심서(心書)라 명하여 자기가 목민할 마음은 있으나 몸소 실행할 수 없기 때문에 심서라 이름하였다.다산 선생의 책에 대한 애착과 용기를 다시 한번 느낄수 있었다. 작가가 되기 위한 몇 개의 산을 넘어야 한다. 목민심서를 산을 넘을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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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균
2008.02.25 10:27:52 *.120.97.115
영훈형,
예전보다 한결 잘 읽힙니다.
부드럽고 명료합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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