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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3월 16일 20시 44분 등록
● 저자에 대하여

샐러리맨을 선동한 책 한권

1998년 4월 서점에는 샐러리맨을 선동하는 책 한권이 자리를 차지했다. 본문의 첫 페이지에서 예로 든 것은, 책이 나오기 꼭 10년 전인 1988년 영국 북해유전에서 발생한 석유 시추선 폭발사고. 그 사고로 168명이 희생됐다. 그 곳에서 기적적으로 목숨을 구한 앤디 모칸의 얘기로 책은 시작한다. 배의 갑판은 화염에 휩싸였고 바다도 불바다이기는 마찬가지. 뛰어내린다고 해도 생존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앤디 모칸은 바다로 뛰어내렸고 목숨을 구했다. 그 때 불타는 갑판에 남아있던 사람들은 모두 목숨을 잃었다. 저자는 그것을 ‘확실한 죽음’으로부터 ‘죽을지도 모르는 가능한 삶’으로의 선택이었다고 썼다.
불타는 갑판에서의 선택을 놓고 갈등하는 샐러리맨들에게 저자는 과감히 바다로 뛰어들라고 부추겼다. 갑판에 남아 있어도, 바다로 뛰어들어도 어차피 죽을지 모른다면 생존확률이 더 높은 바다로 뛰어들라는 것이다.
실행여부를 떠나서 샐러리맨들의 가슴에 불을 지핀 그 책은 참 많이 팔렸다. 1997년 11월 발생한 IMF라는 초유의 사태에 세상은 온통 무언가 바꿔야 생존할 수 있을 것 같았고 사람들은 변화를 향해 안테나를 세웠다. 익숙한 것을 떠나 새로운 변화를 찾아 나서라고 했던 책 ‘익숙한 것과의 결별’은 그렇게 사람 속으로 파고들며 저자 구본형을 세상 속에 각인 시켰다.

저자는 어떻게 했나

그 책에서 샐러리맨들을 선동했던 책의 저자는 그 뒤 2권의 책을 더 내고 자신도 스스로 갑판에서 뛰어내린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그가 뛰어 내린 갑판은 불로 덮여있던 곳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 갑판은 오히려 안락하고 포근했지만 그는 차가운 바다 속으로 몸을 던졌다.
그가 서 있던 갑판은 한국IBM이라는 아주 괜찮은 곳이었다. 그는 그곳에서 1980년부터 2000년까지 20년이라는 기간 동안 근무했고, 그 중 16년을 경영혁신팀에서 일했다. 쉽게 말해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직장인으로 생활했다는 말이다.
흔하디 흔한 직장인 중의 한 사람이었던 그가 갑자기 사표를 던지고 나선 것은 무슨 까닭 이었을까. 그의 말에 의하면 이렇다. “직장에 계속 있는다고 했을 때 4~5년후의 내 모습이 이 속에서 어떻게 될까 생각했더니 별로 만족스럽지 못했어요. 그래서 나가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제 2의 인생을 살아보고 싶었어요.”
그렇게 마음 먹은 게 마흔 세 살 때였다. 마흔 세 살에 글을 쓰기 시작해 마흔 여섯에 그는 직장을 나온다. 그동안 ‘낯선 곳에서의 아침’과 ‘월드클래스를 향하여’ 2권의 책을 더 냈고, 그것으로 실험은 끝났으며 어느 정도 준비가 되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그는 어떻게 되었나

그는 지금 책을 쓰고 강연을 하고 후진 양성도 한다. 변화경영전문가 라는 직함을 갖고 있으며 컨설턴트로 분류되기도 한다. 변화경영에 있어서는 독보적 위치를 굳혔다. 책은 1년에 1권 출간 이라는 목표를 꾸준히 실행하며 시장의 호응을 얻고 있다.
그가 그 자리에 오기까지는 무척 수월했던 것으로 비쳐진다. 책은 첫 책을 내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게다가 전문가 100인이 선정한 90년대의 책 100선에 선정되기 까지 했다. 회사를 나오자마자 변화경영은 마치 그를 위해 준비된 자리인 듯 블루오션 이었다.
그러나 밖에서 보는 것처럼 삶이 어디 그리 녹녹한가. 남의 신발은 신어봐야 아는 것이다. 3년이라는 준비기간을 거친 그도 직장생활을 그만두고는 불안하고 막막함에 시달렸다고 한다. 그런 막막함에 필적할만한 것은 저자의 각오였다. 그는 새로운 출발이 카프카의 ‘돌연한 출발’의 주인공과 같다고 여긴다. 돌연한 여행을 가려는 주인에게 하인이 묻는다. 목표는 있느냐, 식량은 있느냐. 질문에 주인은 이렇게 답한다. 여행이 워낙 길 터이니 도중에 무엇을 얻지 못하면 나는 굶어죽을 것이다. 양식을 마련해 가봐야 양식이 몸을 구하지 못한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야말로 다시없는 굉장한 여행이라는 것이다.
새로운 출발에 선 저자의 각오는 차가운 바다 속에서 삶을 헤쳐 나가는 최선의 방책이자 무기였을 것이다.

그가 살아가는 방법은

그는 직장을 그만 둔 이후의 시간이 행복한 시기였다고 말한다.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의 생각대로 삶을 꾸려올 수 있었기 때문이리라.
그가 말하는 삶의 방법을 들어보면 변하지 않는 아름드리 나무처럼 커다란 기준이 근간을 이루고 그 속에서 조금씩 궤도를 바꿔가며 변화하고 있다.
1년에 책 1권 출간 이라는 목표는 변함없는 이루어지고 있고 오히려 그 이상의 책을 출간했다. 인문학과 경영학의 접목은 그가 스스로 선택했고, 언제까지나 끌어안고 함께 뒹굴어야 할 테마로 잡혀있다. 그는 그 테마에 천착해서 많은 시간을 보낼것이다.
개인대학으로 불리기도 하는 연구원 운영도 빼놓을 수 없는 그의 기쁨중 하나다. 매년 10여명씩 뽑아서 가르치고 함께 공부하고 2년차에는 책을 쓸 수 있게 도와주는 과정인데 그 성과에 만족하고 있다.
가장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것은 ‘우리는 어제보다 아름다워지려는 사람을 돕습니다’ 라는 슬로건이다. 아름답기까지 한 슬로건이 실제로도 아름다운 이유는 ‘변화경영연구소’를 운영하며 문구를 그대로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함께 걷고 함께 뛰며 한발이라도 더 나은 삶을 만들어가려는 사람들의 어깨를 부추겨주는 그의 마음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이유다.


● 마음에 들어 온 글귀

이제 제2의 추격은 없다. 한국은 추종자가 올 수 있는 마지막 자리에 와 있다. 한국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길은 추종자의 위치에서 벗어나 선도자의 자리로 옮겨가는 것 뿐이다. [11]

코리아니티 경영은 한국인이 가진 문화적 차별성을 브랜드화 하여 문화적 프리미엄을 얻어내는 일이다. 그러려면 ‘한국적 특수성의 보편화’와 ‘세계적 보편성의 한국화’라는 두 물결의 합류를 통해 ‘세계적이면서 한국적’인 매력을 창조해내야 한다. [12]

코리아니티는 백남준의 정신과 육체에 녹아들어 특화된 차별성이 되었고, 비로소 경쟁의 공간을 넘어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는 독자적인 세계를 만들어 놓았다. 가장 훌륭한 전략은 싸우지 않고 번영하는 것이다. 남들이 감히 들어올 수 없는 특수성, 이 특수성의 보편 가치화가 바로 우리가 가야 할 ‘세계화’의 전략 방향이 되어야 한다. [13]

또한 즐겁지 않은 일에서 성과를 내고 최고가 되기란 매우 괴롭고 어려운 일이다. 즐기지 못하면 최고가 될 수 없다. 최고가 아니라는 것, 적어도 선진 대열에 합류하지 못한다는 것, 그것이 현재 한국이 안고 있는 고뇌다. [14]

프랑스는 자신들의 삶의 방식을 수출한다. 그것은 화려한 문화전통, 포도주, 향수, 보석과 액세서리, 가죽제품, 의상, 코냑과 샴페인 등으로 상징된다. 이는 아름다움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산업이다. 이들 산업이 차지하는 규모는 프랑스 경제의 약 10펴센트에 이르고 있다. 프랑스의 경쟁력은 바로 ‘프랑스식 삶의 방식’에 있는 것이다. [25]

미국 문화는 보편주의가 강하다. 따라서 법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동양인들에게는 특수주의가 강하게 작용한다. 그 사람과 나의 ‘관계’에 따라 법 적용의 정도와 수준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27]

한국인들은 관계 지향적이다. 개인의 가치가 독립적으로 결정된다기보다는 다른 것들과의 관계 속에서 적절하게 규정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반면에 미국인들은 개인이 독립적이며 조직과 사회에서 분리되어 그 자체로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믿는다. 따라서 집단보다는 개인, 관계보다는 고유한 본질을 우선가치로 받아 들인다. [30]

한국인들은 대개 ‘우리’와 ‘나’ 사이에 있다. ‘우리’라고 부르지만 늘 ‘나’를 생각하는 것이 한국인이다. ‘우리 마누라’라고 부르지만 그건 ‘내 마누라’를 뜻한다. 이것은 위선이나 양다리 걸치기가 아니다. 한국인들은 조직속에 자신의 자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이름(名) 또는 격(格)이라고 불렀다. 말하자면 군주는 군주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한다. [39]

반면 한국인의 시간 인식은 이중적이고 혼합적이다. 여유와 느림의 나라이기도 하고, 빨리빨리의 나라이기도 하다. 가마솥의 나라이기도 하고, 냄비의 나라이기도 하다. 모순을 버무리는 능력이 탁월한 한국인들은 시간 역시 이중적 모순의 조화로 이해했다. [48]

일본인들은 팔리면 생산하고 안팔리면 생산을 중지하는 경영방식이 아니라, 안 팔리는 이유를 끊임없이 개선함으로써 더 좋은 제품을 만들어 낸다. 일본인들에게 과거란 ‘뒤집어 엎어야 할 것’이 아니라 ‘조금씩 고쳐 써야 할 것’이다. 일본인들에게 혁명과 이노베이션은 없다. 일본은 오랜 시간에 걸친 가이젠(개선)의 나라다. [51]

멋은 규제를 벗어나는 것이며 구속을 뛰어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방만함이 아니라 또 하나의 중심을 가지는 새로운 통일을 이룬다. 이것이 한국 문화의 상상력과 창의성을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힘이다. [55]

미국의 위대한 성공은 보편화로부터 시작했지만, 미국의 실패는 그 보편주의가 한계에 도달할 때 일어날 것이다. 보편주의자들은 전 세계가 단일화, 일반화, 법률화가 되기를 바란다. 반면에 그 대칭점에 서 있는 동양의 특수주의자들은 세상이 유일하고 예외적이며 서로 정신적으로 연계되기를 바란다. [60]

소니의 모리타 아키오는 미국과 일본의 공장체제를 ‘벽돌공과 석공’으로 비유했다. 미국인들은 미리 규격화되어 있는 벽돌을 이용해서 표준적이고 단일한 제품을 만들어 낸다. 모양 크기 기능이 서로 다른 규격화된 벽돌을 쌓아 올림으로써 집이라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반대로 일본인들은 다양한 모양의 돌을 다양한 목적과 필요에 따라 다듬에 서로 조화를 이루며 쌓아간다. [65]

문화상대주의는 한 문화가 다른 문화의 활동에 대해 ‘저속하다’거나 ‘고상하다’고 판단할 절대적 기준이 없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각 문화는 자체의 활동에 대해서만큼은 그런 판단을 내릴수 있고, 또한 내려야한다. 왜냐하면 한 문화의 구성원은 그 문화 안에서 관찰자일 뿐 아니라 행위자이기 때문이다. [67]

프랑스인들은 법 자체보다는 법의 이면에 존재하는 정신을 존중한다. 몽테스키외는 ‘법의 정신’에서 전체 제도는 법률의 이면에 숨어 있는 ‘살아있는 원리’에 의해 지배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러한 정신은 기업경영에서도 그대로 살아 움직이고 있다. [67]

아이러니하게도 중범죄율은 미국이 프랑스보다 훨씬 더 높다. 한 자료에 따르면 인구 10만명당 중범죄 건수가 미국 225건, 프랑스 87건이다. 우리는 이 자료를 통해서 사회적 배려없이 법적 통제만으로는 범죄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는 추측을 할 수 있다. [69]

프랑스인들은 집단내에서 매우 권위적인 경영자의 지위를 만들어냈다. 이것은 자유와 평등을 혁명 이념으로 삼은 프랑스인들에게 잘 어울리지 않는 모순이다. 그러나 이런 모순은 그들의 생활 속에 상존하는 대립과 갈등이며 자연스러운 일상이다. [71]

인간은 관계속에서 행동하기 때문에 완전히 독립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또한 바람직하지도 않다. 인간은 서로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인간관계의 조화야말로 사회생활의 가장 중요한 목표이다. [73]

좋다 나쁘다, 옳다 그르다 대신 일본인들은 힘이 있다 없다라고 이야기 한다. 그들에게 힘과 영향력은 옳은 것이다. 일본 총리가 토니 블레어에게 “나는 부시 행정부를 향하여 꽁지가 빠져라 꼬리를 흔드는 강아지이다”라고 한 농담속에는 강한 진심이 담겨있는 것이다. [75]

한국인에게 가장 취약한 대목은 바로 힘이 작용하는 방향이 지나치게 수직적이라는 점이다. 한국의 산업화 과정에서 권위주의 리더십이 어느 정도 긍정적으로 작동했다는 점은 권위주의 청산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특히 일제 강점기와 군사독재시기는 한국인들의 수직적 경직성이 강화되는 결정적인 환경과 조건을 제공하였다. [76]

글로벌리제이션은 우리에게 세계로부터 정보와 지식을 수신할 수 있는 열린 안테나를 아주많이, 아주 높이 설치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글로벌리제이션이라는 동전의 뒷면에는 로컬리제이션이라는 다른 숙제가 기다리고 있다. [86]

이는 한국인이 왜 그토록 칭찬에 인색한지를 잘 설명해 준다. 유교 전통에 따르면 인간관계를 지배하는 원칙은 마땅히 지켜야 할 사회적 역할에 근거한다. [89]

길을 걷다가 좀 부딪쳐도 미안하다는 말을 잘 하지 않는다. 그것은 무례한 것이 아니라 거리에서 만난 그 수많은 사람들과 아무런 ‘관계’도 없기 때문에 지켜야 할 예의도 없는 것이다. 그냥 그렇게 조금씩 부딪히고 섞이며 걷는 장소가 길인 것이다. [91]

그러나 한국인의 다수는 낙오되어 떨어져 나오기보다는 억압받지만 집단 속에 남아있는 길을 택한다. 실제로 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약 60퍼센트, 한국 대학생의 70퍼센트가 자신에게 일어날 수 있는 가장 나쁜일로 모든 관계에서 고립되는 것을 들었다. 따라서 한국인들은 분노를 표출해서 낙오되는 대신 차라리 분노를 참고 집단 속에 남는 길을 택하기 때문에 화병이 민족적 심리증후군으로 고착된 셈이다. 화병은 주변에 신경을 써야 할 사람들은 너무 많지만 진정한 관계는 아주 드문 상황에서 생기는 심리적 장애다. [93]

한국인은 집단과 개인 사이에 머물려 그 둘 사이의 갈등 속에서 균형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것이 가장 적절한 표현이다. 이것은 위선이 아니라 현실적 고뇌의 모습이다. [100]

‘우리 속의 나’라는 코리아니티는 경우에 따라 치명적인 고질처럼 발현될 수 있다. 그것은 조직속에 분파가 생기면서 집단과 유파사이에 배타성과 폐쇄성이 강화되는 현상이다. 학연 지연, 혈연 자체가 폐단이라기 보다는 그렇게 구성된 내집단이 외부 세계에 대해 표시하는 적대감과 폐쇄성이 문제이다. 또한 수직적 관계망이 수평적 관계망보다 훨씬 강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권위주의적 일방통행 구조로 특화된 내집단이 아주 쉽게 만들어진다. 이런 현상은 창조성과 자율성이 질식된다는 점에서 치명적인 폐단이 아닐 수 없다. [101]

한국인에게 공동체는 자궁이다. 자신을 품어준 집단의 탯줄을 통해 배우고, 경험하고, 실험하면서 그 집단을 빛낼 또 하나의 전문가로 성장해간다. 그리하여 스스로 훌륭한 추종자를 보유하는 또 하나의 유파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105]

우리는 ‘이것 아니면 저것’, 곧 or의 문화권에 속해있지 않다. and문화의 핵심은 음양의 원리이며, 상극과 상생의 원리가 지배하는 가치체계이다. 음양은 ‘서로 반대이면서 동시에 서로를 완전하게 만드는 힘’, ‘서로의 존재 때문에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힘’의 관계이다. [107]

세상은 상생과 상극의 관계로 넘친다. 이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상극과 상생 모두를 훌륭한 변화의 원리로 활용할 수 있다. 이것이 동양사상의 원천이고, 음양오행의 원리이다. [109]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이 사바세계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극락도 지옥도 아니라는 거예요. 사바세계, 참고 견딜만한 세상, 여기에 삶의 묘미가 있습니다.” [113]

만일 한국인에게 음풍농월하는 여유와 낭만이 없었다면 옛 선비들의 청빈낙도는 궁사에 가까웠을 것이며, 세사를 달관하는 초탈이 없었다면 유불선을 통합하여 풍류도라는 멋진 정신세계를 이루어내지도 못했을 것이다. 결국 모순을 껴안는 힘은 내면에서 그 모순을 회통시켜 새로운 조화와 균형을 창조해내는 한국의 에네지라고 할 수 있다. 이때 모순은 갈등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창조의 동인이다. [115]

그러나 한국인의 역동성과 생명력이 최근 들어 자연스러움을 잃고 다만 거침 그 자체로 남는 것을 종종 본다. 멋과 마음이 사라진 대강대강과 빨리빨리의 날림으로 흘렀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흥청거림이 물질적 낭비가 아니라, 함께 어울려 즐기는 정신적 여유와 흥이었다는 점 역시 간과되었다. 조금은 거친 듯하면서 대범하고 내면의 빛을 간직산 생기가 다시 한국의 고유의 매력이 될 수 있도록, 이 싱싱한 코리아니티를 더욱 발전시키고 진작시킬 일이다. [123]

윤리원칙을 지키는 경영, 지구가 견딜 수 있을 만큼 절제된 자원의 배분, 인간에 대한 애정이 담긴 경영철학, 공동체와 상생하는 개인, 현장에서 계속되는 평생학습, 기회주의에 편승하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묵묵함, 사회적 책임을 지는 기업정신, 세계와 자연에 마음을 여는 열린 자세 그리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낼 수 있는 지식은 건강한 기업경영에 절대적 도움을 준다. 바로 이것이 경영현장에서 만날 수 있는 현대의 선비정신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동안 여기서 너무 멀어져 있었다. [135]

그런 의미에서 한국인이 토끼인지 거북이인지는 불명확하다. 그래서 나는 ‘대강대강, 빨리빨리’를 별도의 코리아니티로 보는 대신, 때로 ‘느릿느릿, 멀리멀리’라는 모순을 통해 해결해야 할 상생과 조화의 문제로 인식했다. ‘모순을 껴안는 힘’이라는 코리아니티 안으로 편입시킨 것이다. 때로는 빨리 때로는 천천히 갈 수 있도록 경영의 모순과 갈등을 풀어가는 원숙함에 의존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138]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코리아니티는 21세기의 기업이 요구하는 핵심적 특성과 대단히 많은 공유 영역을 가지고 있다. 이 말은 미래기업이 요구하는 특성들이 이미 한국인의 정신적 일부가 되어 있다는 뜻이다. 21세기는 한국인들이 가장 잘 읽어낼 수 있는 시대이며, 일상 속에서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는 시대로 보인다. 이것이 이번 작업을 통해서 내가 발견한 큰 기쁨이다. [148]

20세기의 대량생산체제가 가진 가장 큰 문제점은 ‘인간의 참여와 기여’를 과소 평가 했다는 점이다. 그 대명사인 ‘컨베이어 라인 생산체제’는 제품을 중심으로 고안된 시스템이다. 여기서 인간은 단순하고 반복적인 기능을 수행할 뿐이다. [152]

소니가 실적 악화로 30대 직원들까지 명예퇴직 신청을 받기로 결정했을 때, 캐논의 미타라이 후지오 사장은 오히려 종신고용제를 재천명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그러나 그의 종신고용은 전통적인 일본 경영스타일을 우직하게 답습한 것이 아니다. 예를 들면 장기고용은 유지하되 연공서열의 보상제도는 완전히 바꿔버렸다. 학력, 연령, 성별에 관계없이 오직 실력을 바탕으로 한 인사와 보상제도를 정착시켜 연령과 근무기간에 따른 프리미엄을 배제한 것이다. [156]

자크 아탈리의 표현을 빌면, 휴대전화는 가장 대표적인 유목 물품가운데 하나다. 이동과 방랑의 민족인 핀의 후예이자 바이킹의 후손인 핀란드인들에게 휴대전화는 매우 익숙한 개념이고 필요였다. 따라서 그들은 이미 이 분야에 상당한 정서적, 기술적 바탕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161]

베르나르 아르노에게 중요한 것은 하나가 또 다른 하나를 파생시켜 나가는 일이다. 그는 전진과 확장이 아니면 퇴보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계속 증가시킨다는 목표는 LVMH의 직원들이 계속되는 도전속에서 살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 도전이 그들에게는 곧 일으 동기가 되었다. [168]

프랑스 사치산업의 성공은 프랑스적인 가치 창조에 있다. 가장 프랑스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기 때문에,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국제적 취향을 따르기보다는 자신의 고유한 것을 개발하는 것이 가장 잘 성공할 수 있는 길이다. [170]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문화를 상품화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그것이 상품화도는 순간 문화 자체의 비물질적 매력이 파괴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산사의 체험이 한국을 브랜드화하는 정신적 힘으로 활용될 수 있지만, 돈으로 타락한 종교는 누구에게도 감동을 줄 수 없다는 의미이다. 다라서 우리느 이 중요한 국면에서 문화적 가치관과 철학을 조화와 균형의 잣대로 사용해야만 한다. 가치와 원칙을 바탕으로 한 자기 성철과 절제없이는 그 어떤 수단도 제 힘을 발휘할 수 없는 것이다. [171]

유한킴벌리의 4조 2교대제는 감원을 통한 비용절감이라는 서구적 해법이 아니다. 위기의 순간에 고통을 분담하고 전체의 파이를 키워 함께 나누자는 한국적 공동체 정서의 표현이다. 문국현 사장은 인간을 비용이 아닌 자산으로 이해하는 자신의 견해를 이렇게 표현했다. “저는 인간존중 경영은 바로 사람을 통한 경쟁력의 제고를 실행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조직에서 발생하는 많은 문제들이 근본적으로 사람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잘 해결하는 것은 조직을 지탱하고 발전시키는 데 매우 중요한 관건이라고 생각합니다.” [178]

뉴웨이 경영혁신은 미국식으로 유휴인력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재충전시켜 기업혁신의 주력으로 만든, 한국적 가치관과 문화에 입각한 경영모델이다. 이러한 코리아니티 경영모델이 아시아적 보편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185]

나는 강단에서 학생들에게 모든 문제에 대한 해답을 제공하는 경제학 이론을 가르치면서 보였던 열성을 기억한다. 나는 이론이 가진 아름다움이며 조화에 감탄하곤 했다. 그러나 이 모든 이론에 환멸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길바닥에선 사람들이 굶어 죽고 있는데, 도대체 경제학 이론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190]

방글라데시의 기업가나 부자들은 정치인들과 손을 잡거나 법을 교묘히 빠져나감으로써 빌린 돈을 갚지 않는다. 그래서 산업개발은해의 원금회수율이 10퍼센트에 불과한 것이다. 이에 반해 가난한 사람들은 이미 아무도 자기에게 돈을 빌려주지 않는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라민은행으로부터 빌린 돈이 가난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절박함을 가지고 있다. [203]

내가 이 사례를 특히 좋아하는 이유는, 모든 기업이 하는 것과 반대로 경영하면서 성공한 기업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여기서 조건과 환경에 따라 얼마나 많은 해결의 묘법을 가질 수 있는지를 배운다. 이것이 바로 실험정신이다. 그리고 성공이란 늘 어느 날의 실험이 우리의 기대에 딱 부합할 때 만들어지는 것이다. 성공이 새로운 실험의 결과라는 것을 아는 것, 이 깨달음이 바로 성공한 자들이 터득한 지혜다. [211]

기업의 성공은 부드러운 무형의 가치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 미래의 비즈니스 성공에 필수적인 것은 무엇일까 하는 질문의 답은 이제 분명해졌다. 그것은 사람이다. 두뇌와 가슴이다. 의문의 여지가 없다. 이제 우리는 당장의 재무적 성과를 내다보며 조직을 경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기업 조직의 구조와 운영 원칙은 ‘앞으로 5년, 10년, 15년 뒤의 사업 목표를 겨냥하여 설계’되어야 한다. [218]

아이디어는 오리지널리티가 중요하지 않다. 그것을 가장 잘 활용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든 사람의 것이다. 그 점에서 아이디어는 범세계적이다. 그러나 아이디어의 실천에는 국경이 있다. 이 점에서 아이디어는 또한 국가와 문화의 자식이라고 할 수 있다. [220]

코리아니티는 특히 이 중위권 70퍼센트에 속하는 다수의 사람들이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공유의식이며, 정서적 공감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한국인 다수의 마음, 다수의 정신적 자세, 이것이 코리아니티다. 모든 문화에는 ‘침묵의 영역’이 있다. 그것은 그 문화를 이루는 구성원들이 너무도 당연히 여겨서 평소에는 의식하지 못하는, 잠재의식 속에 살아 있는 신념과 정서다. [223

인적자원에 대한 연구로 노벨상을 받은 경제학자 게리 베커는 지금의 자본주의를 ‘인적 자본주의’라고 불렀다. 그는 교육 훈련 기술 건강 등의 총합이 현대 국부의 75퍼센트를 차지한다고 주장한다. 사람이 자산이고 경쟁력의 핵심이 된 것이다. 실제로 이런 현상을 기업의 성과와 자산에 대한 평가에 반영하려는 움직임이 점점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226]

인재경영의 신념은 누구나 분명히 인식할 수 있는 원칙과 전략, 제도로 가시화해야 한다. 은밀한 인맥과 정치가 승진과 발탁을 결정지어서는 안 된다. 이렇게 되면 정치가 비즈니스를 지배하게 된다. 비즈니스가 주가 되지 못하는 기업은 내부의 권력 다툼으로 모든 힘이 고갈되고 만다. 비즈니스는 없고 정치만 남으면 비즈니스에는 도움이 되는 진짜 인재는 조직 속에서 견디기 어렵다. 이때 중요한 것이 투명성이다. 투명성이란 제약이 아니다. 투명성은 오히려 장점의 부각으로 전환될 수 있다. [233]

사람을 평가할 때 그 사람과 나눈 이야기의 내용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 몇 초 사이에 받은 인상이 평가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더욱 뚜렷해졌다. 그리고 그 몇 초의 인상은 이후에 어떤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잘 바뀌지 않는다. 결국 면접관은 대상자가 의자에 앉는 순간 마음을 결정한다. 따라서 인터뷰 중의 대화는 형식적인 것이 되고 만다. 그저 이성적인 걸러내기 과정을 거쳤다는 것을 서로에게 확인시키는 기만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람에 대한 인상은 단 2초만에 결정된다. [241]

‘맹자’에는 좌우명으로 삼을 만한 경구가 많다. 그 가운데 ‘불영과불행(不盈科不行)’ 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물이 흐르다 구덩이를 만나면 그 ‘구덩이를 다 채운 다음에야 앞으로 흘러가는 것’을 뜻한다. 지름길에 연연하지 않고 정도를 걸으며 우직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고집이 바로 훌륭한 전문가에 이르는 비결이다. 당연히 경영자들도 이런 학습방식을 권장하고, 또한 이런 사람을 크게 쓸 수 있어야 한다. [246]

이것은 회사와 회사 사이의 거래와 계약의 형식이다. 회사가 직원을 피고용자로 가정한 것이 아니라, 계약관계를 체결한 ‘아주 작은 1인 기업’으로 가정한 것이다. 이로써 회사는 ‘복리후생 서비스’를 제공할 ‘1인 기업’과 서비스 계약을 맺은 것이다. 여기서 개인은 더 이상 과거의 직원이 아니다. 개인 기업을 경영하는 1인 기업가가 되는 것이다. 이 정신적 가정, 곧 패러다임의 차이가 엄청난 성과의 차이를 만들어낸다. [262]

내가 이력서에 써야 할 가장 잘하는 일은 무엇일까? 나는 직장인들 가운데 이 한두 가지를 적을 수 있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많은 직장인들을 괴롭히는 큰 이유라는 것도 알고 있다. 한두 가지 일에서 인정을 받아 이름을 얻으면, 우리는 그 명성을 브랜드 파워라고 부른다. 각 개인은 자기 경력을 현명하게 관리하는 관리자가 되어야 한다. 동시에 기업은 모든 직원을 훌륭한 전문가로 키워낼 수 있어야 한다. [274]

오랫동안 길들여진 직무에서 해방되어 매너리즘을 벗고, 제2의 인생을 걸고 새로 배우고 익혀야 하는 긴장 속으로 즐겁게 투입할 수 있다는 것만큼 좋은 동기부여는 없다. 좋아서 하는 일, 잘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몰입도가 높고 스스로 일을 즐긴다는 점이다. 자신의 일을 즐길 수 있을 때 성과 또한 빛나게 마련이다. 이는 회사를 위해서나 개인을 위해서나 축하할 일이 아닐 수 없다. [280]

훌륭한 경영의 역설은 밖에 나가서 아주 잘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지금 이 회사안에서 훌륭한 기업을 차려보라고 권장하는 것이다. 잭 웰치의 말을 잊지말자. “내가 아주 오랫동안 공들여 하고 싶었던 것은 커다란 회사 안에 아주 작은 창조적 기업들을 수없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회사내에서 성공하고 말겠다는 집착에 빠져 주어진 일에만 죽어라 매달리는 관리자가 되지 말자. 오직 사다리를 타고 오르기 위해 정해지 길만 달려가는 조직인간으로는 충분치 않다. 이 폐쇄적 경직성이 결국 다른 훌륭한 가능성을 매몰시킬 것이고, 팀원들의 사기를 꺾을 것이며, 그들의 창의력과 상상력을 죽일 것이다. [288]

피터 드러커는 “어떤 조직도 완전한 조직은 아니며, 그 조직은 결국 모든 것을 파괴한다는 점을 전제하라”고 강조한다. 훌륭한 경영자는 솔선해서 기존 조직을 끊임없이 해체해가는 사람이어야 한다. 이 대목에서 가장 그럴듯한 구호는 도요타의 “타도! 도요타”이다 어제의 도요타를 타도함으로써 늘 새로운 도요타가 되겠다는 뜻이다. 이것이 혁신 기업의 공통된 모습이다. [291]

구조조정이라는 말은 쓰이는 지역에 따라 의미가 다르다. 구조조정이라는 서구의 경영기법은 사업영역의 개편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목적이다. 한국에서 이 말은 인원감축의 의미를 강하게 풍기고, 일본에서는 기업의 체질개선이라는 의미가 강하다. 이러한 인식은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으로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에 대한 겨로가론적인 평가에서 나온 것이다. [305]

따라서 우리시대의 새로운 인재상은 장르를 넘나드는 관심을 가진 전문가로서의 멀티태스커, 다양한 문화적 특성을 수용할 수 있는 다문화주의자 또는 다문화경험자, 기존의 직업에 기질과 재능을 결합해 자신만의 특화된 틈새를 만들어내 사람들이다. 지금은 전문 분야와 전문분야를 융합하고, 직업과 자신의 내면적 역량을 결합하여 자신만의 차별성을 만들어 낸 사람들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311]

새로운 인재상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아주 조금만 노력하면 지금보다 훨씬 더 자유로운 직업인으로 생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주변부에 속한 지극히 평범한 개인들이라도 자신의 강점을 재발견하고 계발한다면 세상의 중심으로 진입할 수 있는 시대가 바로 지금이다. 이것이 이 시대의 메시지다. 세상이 만들어 주는 대로 살지 않는 사람들, 스스로 만들어가는 세상에 참여한 사람들, 그 주역이 바로 한때 평범했던 우리라는 인식의 전환이 중요하다. 어제의 나에 갇히지 말자. 한국을 넘어선 한국인이 되자. 연결하고 특화하여 새로운 직업적 변종을 만들자. 이것이 스스로를 고용하는 원CLR이며, 자신의 강점을 활용하는 최상의 전략이다. [313]

“지배란 동산이든 부동산이든 재산을 말하는 것”이며, “국왕은 국민에게 명령하고, 이해(利害)는 국왕에게 명령한다”는 마키아벨리의 지적은 강한 설득력이 있다 이익은 한 개인과 집단, 국가에게 강렬한 동기가 된다. 지상에서 벌어지는 일상은 결핍으로부터 저주받고 있는 것이 아니라 풍요로부터 축복받고 있는 것이다. 부는 만인이 열망하는 대상이다. 노동과 노고는 빈곤의 속성이 아니라 부의 원천으로 해석된다. 이익은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다. 이익은 인간의 역사를 이해하는 단순하고도 강력한 해석의 실마리이다. 마땅함을 따르는 대신 이익을 따른 사람들의 성공과 좌절의 이야기가 인류의 역사를 점철하고 있다. 볼테르나 로마사가인 기본이 역사를 ‘인류의 범죄와 어리석음의 기록’이라고 부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330]

역사를 통해 아주 많은 사람들이 문명의 편에 섰다. 그러나 수없이 많은 다른 사람들은 또한 야만의 편에 섰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우리 모두는 거의 매일 문명과 야만 사이에 한 발씩을 걸치고 살아가고 있다. 야만과 문명은 인류의 두 얼굴이다. 이러한 양면성을 폭로하고 대낮의 환한 햇빛 아래로 끌어낸 낯 두꺼운 인물 가운데 대표적인 사람이 마키아벨리이다. 그는 인류의 수치이기도 하고, 정직한 사제이기도 하다. [334]

인류 역사는 더욱 수평적인 사회를 향해 흘러왔다. 이제 법적으로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소유인 경우는 거의 사라졌고, 인류의 대부분은 자유인이다. 조직 내에서도 더 많은 평등과 자유를 원하고 있고, 실제로 수직적이던 조직이 수평적 구도로 바뀌어가고 있다. 그러나 돈의 힘은 점점 커지고 있다. 돈이 차별을 만들어내며, 빈부의 차이는 더 심화되고 있다. 화폐는 생겨날 때부터 ‘모든 것을 같은 단위로 재어 균등화하는 하나의 척도’ 라는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이제 돈은 지위를 제치고 모든 것을 평가하는 유일한 잣대가 되어가고 있다. 돈의 논리에 따르면, 가난은 싼 것이다. 따라서 가난한 자는 싸구려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이다. 부우함은 비싼 것이다. 따라서 부자는 귀한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이다. 돈이 산 것과 비싼 것을 판단하고, 천박함과 고귀함의 기준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것이 돈이 만들어낸 차별이다. 그리고 이 차별은 더 심화될 전망이다. [338]

성경은 부의 추구를 경제적 행위로 보는 것이 아니라, 상당한 대가를 치르고서야 얻을 수 있는 개인적 귀결로 보았다. 이것은 부를 추구하는 활동을 경제학이 아니라 윤리학으로 인식하고 있었음을 뜻한다. 그리고 아주 오랜 세월이 지난 뒤에 자본주의 경제사상의 원조쯤 되는 애덤 스미스도 ‘국부론’을 쓰기 전에 ‘도덕 감성론’이라는 베스트셀러를 쓴 윤리학자였음을 감안하면, 돈을 경제 이전에 윤리학의 대상으로 인식해 온 오랜 전통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막스 베버 역시 자본주의를 프로테스탄트의 윤리와 연결했다. 돈, 곧 이익은 윤리의 대상이다. 윤리 없는 돈, 그것은 죄악이다. [340]

역설적이게도 자본주의는 돈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회적 신뢰라는 토양 위에서만 꽃필 수 있는 나무였다. 돈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사회는 아마도 정치가 모든 것을 결정하던 체제가 몰락하듯, 스스로를 지탱해 주는 신뢰의 땅을 황폐화함으로써 몰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엔론과 월드컴의 파산은 이것을 증명하는 작은 경고에 지나지 않는다. [343]

멀리 공자나 맹자까지 갈 필요도 없다. 한국인들에게 과거의 유산 가운데 가장 자랑스러운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청빈과 기개의 선비정신을 가장 많이 꼽는다. 문제는 그동안 우리가 선비정신에서 멀어졌다는 점이다. 그러나 선비정신은 사라진 것이 아니며, 사라지게 놓아두어서도 안 된다. 윤리의식이 없는 돈벌이는 재앙이다. 부와 청빈은 같이 가야 하는 덕목이며, 이익과 정의는 함께 다루어져야 하는 ‘조화로운 갈등’ 관계에 있다. 선비정신은 청빈과 기개라는 한국적 윤리성의 정신적 뿌리이다. [352]

격려하는 사람이 마음을 실어주지 않으면 받는 사람은 그것이 껍데기라는 것을 안다. 이러면 둘의 관계는 형식이 지배하게 된다. 형식적인 관계 속에서는 어떤 열정적 작품도 만들 수 없다. 신뢰, 인간적 애정, 팀워크, 시너지, 뛰어난 성과, 새로운 모색같이 조직이 진정으로 갈망하는 것들은 결코 생겨나지 않는다. [374]

누군가를 칭찬할 때 성과를 칭찬해서는 안 된다. 성과를 칭찬받는다면 그 사람은 인형으로 쉽게 전락하고 만다. 정말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의 피와 열정과 영혼을 얻어내는 것이다. 그것은 성과를 칭찬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존재를 인정해 줄때 비로소 가능하다. 존재를 인정받을 때, 우리는 열정을 가진 창조자가 된다. 또한 하나의 인격체로 인정받을 때, 우리는 비로소 자존심과 명예를 보존할 수 있다. [377]

두려움이 없이는 진정한 용기도 없다. 두렵지만 무릎을 꿇지 않는 자들이 용기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도전하고 실험하고 모색하고 혁신한다. 그리고 성공한다. [391]

가장 훌륭한 전략은 싸우지 않고 번영하는 것이다. 특화된 차별성은 경재의 공간을 넘어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는 독점적 세계를 창조한다. 다른 사람들이 감히 들어올 수 없는 특수성, 이 특수성의 보편적 가치화가 바로 우리가 가야 할 세계화의 전략적 방향이 되어야 한다. [392]

결국 성공의 축은 두가지이다. 세계를 향해 항상 열려있어야 하며 세계적 수준의 배움에 늘 배고파해야 한다는 점이다. 곧 ‘세계적 보편성의 한국화’가 하나의 날개이다. 또 다른 성공은 축은 그 반대편에 있다. ‘우리’라고 하는 수수께끼를 풀어냄으로써 자신이 가진 차별적 강점을 활용하는 것이다. 우리를 개조하고 성형하여 그들이 되는 것이 아니라, 개성을 살리고 특화하여 우리의 매력을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곧 ‘한국적 특수성의 보편화’가 또 하나의 날개이다. 이 두개의 날개를 통해 한국은 세계적 보편가치로 인정받을 수 있는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이것이 코리아니티 경영이 필요한 이유다. [393]


● 내가 저자라면

책에 대하여

세계가 주목할 만큼 성장가도를 달려온 한국. 그 한국은 지금 정체의 깊은 늪에 빠져있다.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이제 한국은 선진발전의 모델을 따라했던 추격과 모방이라는 옛 방식을 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은 추종자가 올 수 있는 마지막 자리에 와 있고, 추종자의 위치가 아니라 선도자의 위치로 자리를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만이 한국의 지속 성장을 가능케 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렇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저자가 구한 답은 ‘코리아니티 경영’이다. 코리아니티를 경영에 접목한 것을 말한다. ‘코리아니티’는 무엇이고 ‘코리아니티 경영’은 또 무엇인가. 책의 저자는 ‘코리아니티’를 한국인들의 문화적 공감대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코리아니티 경영’은 한국인이 가진 문화적 차별성을 브랜드화 하여 문화적 프리미엄을 얻어내는 일이라고 말한다. 참 막연하다. 도대체 그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궁금증에 대한 모든 것은 책의 본문에 올올이 풀려있다. 저자는 동양과 서양, 그리고 지구촌에서 대표적인 이미지를 이미 갖고 있는 나라들을 불러와 비교한다. 비교의 내용은 각국의 사람들이 지니고 있는 문화와 정서, 기질, 사회구조, 가치관, 사상 등이다. 즉 그들 나라에서 영위 되어 왔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이어져 나갈 삶의 형태를 둘러싼 모든 환경을 말한다. 예상처럼 당연히 다르고 너무 다르다. 그것이 그들이 서로 갖고 있는 특질이다. 그중에 한국인이 갖고 있는 특질의 줄기들을 모아놓은 문화적 공감대를 ‘코리아니티’라고 부른다.
‘코리아니티’는 저자도 말했듯이 한국인들이 전통적으로 이어온 고유의 문화적 공감대이자 특질이다. 일본인과 미국인과 프랑스인과 전혀 다른 한국인만의 차별적 특성인 것이다. 관계에의 치중, ‘우리’와 ‘나’ 사이의 넘나듦, 느림과 속도가 섞인 시간 인식, 일탈이 허용되는 멋, 모순을 껴안는 힘 등이 그것이다. 저자는 책의 1부에서 ‘코리아니티’에 대하여 길게 설명을 이어간다. 누구도 말하지 않은 개념을 찬찬히 설명하고 알려주는 것이다. 왜 코리아니티인가 라고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답변을 이어가는 방식은 독자들에게 저자의 생각을 인식시키기에 참 좋은 방식으로 보인다. 이어서 저자는 코리아니티의 핵심을 다섯가지로 내세우며 독자에게 그 개념을 각인시킨다.
이어지는 2부의 ‘코리아니티 인재경영’은 실제로 코리아니티를 경영에 접목시키는 방법을 적고 있다. 코리아니티를 찾아냈으니 이제는 글로벌 경영을 위한 전략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한국인 고유의 정서적 문화적 코드를 한줄기로 묶어내는 시도가 1부에서의 힘이라면, 2부에서는 실제 현장에서 그 코드를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에 대하여 세세히 적시한 것이 힘이다. 단순히 이론적인 문제 제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바로 기업의 경영에 대입시킬 수 있는 실무적이고 실용적인 분석이 돋보인다.
‘규정집을 던져 버려라’ ‘직원을 1인기업가로 만들어라’ ‘원하는 현장을 선물하라’ 같은 전략적 조언도 눈길을 끌지만, 한 관리자의 구체적 현장 사례, 노드스트롬 백화점의 채용 프로세스, NUMMI의 경영사례 등은 하나하나가 현장을 직접 보는듯한 생생함으로 다가온다.
무엇보다 이 책을 돋보이게 하는 것은 ‘사람에게 공들여라, 그것이 핵심이다’로 표현되는 사람에 대한, 직원에 대한 따뜻한 배려의 시선이다. 누구나 무한경쟁시대라고 말하고, 노동자 조차도 구조조정을 당연시 하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기업이 사람을 길러야 한다고 외치는 저자의 목소리가 아름답다.

이런 의견도…

* 코리아니티가 무엇인가에 대한 명확한 답을 먼저 내놓았으면 책에 몰입되기가 더 쉬웠을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코리아니티에 대하여 충분하게 설명하고 있지만 굵은 선을 긋듯이 임팩트 있는 설명은 없어 보인다. 강렬한 하나의 전제를 던져놓고 풀어나갔으면 쉽게 끌려 갔을 것 같다.

* ‘한국인에게 법은 만인을 위한 보편기준이 아니다’ ‘한국인이 길위의 생활을 즐기기 때문에 휴대전화가 필수품이 될 운명이었다’ ‘한국처럼 다이내믹한 시장에서 직장을 유지하려면 다른 나라보다 좀더 노력하지 않으면 안된다’ 같은 내용들은 생각에 따라서 수긍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저자는 자신의 연구와 사유의 결과로 이러한 결론을 내렸겠지만 설득력 있는 논거를 더 제시하는게 좋았을 것으로 보인다.

* ‘코리아니티’와 ‘코리아니티 경영’의 연결 고리를 찾기가 어려웠다. 코리아니티가 이러하므로 이러이러한 방법으로 코리아니티 경영을 해야 글로벌 전략 수립에 도움이 된다는 매끄러운 연결고리를 만들어 주었을면 좋았을 것이다. 책은 코리아니티라는 개념을 새로 도입하면서 코리아니티 경영을 제안했는데, 책에서 제시한 여러 전략들은 코리아니티를 활용한 고유의 경영전략이라는 인식을 선뜻 수용하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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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8.03.16 21:09:26 *.36.210.80
비평이 돋보이는 군요. 10년 간 100명의 연구원 가운데 핵심적 위치에서 우리의 COREANITY를 따로 또 같이 구현해 봄이 좋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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