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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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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3월 17일 11시 49분 등록

1. ‘저자에 대하여’
평범 속에 비범을 감추고 있는 그는 선험화의 대명사이다. 그는 대학에서 국사학을 전공했으나 대학원에서는 경영학을 전공한다. 얼핏 보면 평범한 이력일지 몰라도 그런 전공 선택을 하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또한 그는 누구나 함께 일하길 선망하는 IBM에서 이 십여 년간 일했으며, 스스로를 고용해 일인 기업의 불모지였던 우리나라에서 훌륭한 역할 모델이 되었다. 사무실 또한 이미 선진국에서 하고 있는 홈 오피스의 성격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또한 그는 매해 백 권의 책을 통해 백 명의 스승을 만나고, 그 공부를 재산으로 백 명의 제자와 노년의 '일상의 황홀'을 꿈꾸는 사람이다. 그는 제자들이 그 뒤를 따를 수밖에 없는 절대동기를 지니고 있다. 그 동기는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먼저 내딛고, 선험 하며 몸소 그 길의 풍경이 되어 보여 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는 선험화의 대명사이다.

어떤 이는 한명도 낳지 못하는 자녀를 그는 다산했으며 쓰지 않고 살 수 없는, 그는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가 출산한 자녀의 이름은 다음과 같다.
익숙한 것과의 결별, 낯선 곳에서의 아침, 월드클래스를 향하여, 떠남과 만남 그대스스로를 고용하라, 사자같이 젊은 놈들, 내가 직업이다, 나, 구본형의 변화경영이야기, 일상의 황홀, 오늘 눈부신 하루를 위하여, 마흔세 살에 다시 시작하다, 코리아니티, 사람에게서 구하라.

♣- 저자에 대한 기록과 개인적 평가
코리아니티의 저자 구본형.

그를 만나게 된 계기는 방송국의 모 프로, 진행자의 추천으로 인한 것이었다. 첫 만남은 그 당시 소규모 잡지사에 몸담고 있던 나의 요청으로 인터뷰어와 인터뷰이로 이루어졌고, 그 뒤 2006년도에는 이미 명사가 된 그에게 강연을 의뢰하기 위해서 만났다.

그를 만나기전에 막 시인을 만나고 온 직후였는데, 그는 시인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았다. 일인 기업가라거나 ‘변화’라는 말을 마치 시어를 말하듯 부드럽게 표현했다. 적어도 자기 계발가는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에너지를 공급해줄 수 있어야 하며, 따라서 얼마쯤은 동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던 나였다. 그의 어눌한 말씨는 지나치게 무던해 보였고 외양은 길거리 모퉁이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사십대 남성과 다르지 않았다.

일의 특성상 수 많은 명사를 만나왔던 내가 그를 인터뷰 하면서 받은 첫 이미지는 그가 내걸고 있는 주제 ‘변화’와 그의 이미지가 상반 된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개혁’이나 변화를 부르짖는 이의 특징은 목소리가 크고 적당히 권위를 무기 삼을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이 그때까지 나의 선입감이었다. 때문에 나의 예상은 얼마쯤 빗나가 있었다.

다만 한 가지 눈여겨 보게 된 것은 그의 태도였는데, 그의 태도에는 외국계 기업에서 오래 근무한 사람에게 나타나는 일정패턴이 느껴졌다. 그가 코리아니티에서 지적하고 있는 ‘미국의 보편성’에 부합하는, 절대로 타인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으나, 정도 이상의 친절을 타인에게 베풀지도 않는, 그러나 기분 좋을 만큼의 배려는 언제든 준비가 되어 있는 정도의 안전거리를 유지하는 태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당시의 인터뷰 기사를 찾아보니 이런 글이 실려 있다.
혹자는 변화하는 것보다 변화하지 않는 것이 더 어렵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는 기자의 말에 그는 “ 그러나 우리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변화할 수밖에 없습니다.”
라고 말했다. 그의 변화 경영 철학의 시작은 그 상황들을 능동적으로 받아들이자는 생각에서 출발한 것일지도 모른다. 어차피 시간이 상황을 불러 오고, 매일 새롭게 펼쳐지는 상황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 능동적 사고로 진보한 것이 변화경영 철학의 시작이 된 것. --- 중략----
인터뷰를 마치고 사진 촬영을 위해 건물을 나서자 제주도의 쪽빛바다를 연상시키는 바람이 불어왔다. 카메라를 위해 포즈를 취하는 변화경영연구소 구본형 연구소 소장을 바라보면서 기자는 문득 그가 부러워졌다. 그는 그가 바라던 것들을 불과 몇 년 만에 다 이뤄내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부럽다는 말은 그를 멀리 두었을 때 할 수 있는 말이다. ‘관계지향적인 한국인’인 나는 이제 가까이 가서 그에게 ‘배우고 싶다.’ 직장을 그만두며 식솔의 앞날이 걱정스러워 거액의 생명 보험을 들었던, 그는 이제 많은 이들이 그에게 배우고 싶을 만큼 본을 보이는 사람이고 무엇보다 독주가 아닌 더불어 삶을 완성하는 것에 우선가치를 두는 사람이다.

♣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

병학에게그대는 깊은 애정으로 내 책들을 가장 먼저 읽어주었다. 이 책도 다른 책들과 마찬가지로 고려대 연구실에서 그대가 읽어주기를 기다릴 것이다. 이 책이야말로 그대의 조언이 절실히 필요하다. 부디 쾌유하라. 그때처럼 다시 함께 설악을 넘고 싶구나.

(P.7) 정체성이란 우리가 지금 머무는 정신적 현재를 의미한다. 정체성은 과거로부터 오랫동안 흘러온 것이지만, 과거에 고착된 것은 아니다. 정체성 역시 물처럼 흐르는 것이다. 따라서 같은 문화적 강물 속에 잠겨 흐르는 사람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자연스럽게 기대하고 예측할 수 있는 감정적 공감대를 공유하게 되는 것이다. 한국인은 한국인들의 문화적 공감대를 가지고 있고, 미국인들은 미국인들의 문화적 공감대를 가지고 있고, 일본인들이나 중국인들 역시 그들의 문화적 공감대를 가지고 있다. 한국인들의 문화적 공감대를 나는 “코리아니티”라고 부른다.

(P.9) 나는 우리가 스스로를 폄하하는 것이 얼마나 부당한 것인지 알고 있다. 그것은 우리의 골수를 비게 하고, 마음이 무너져 내리게 하고, 결국 행동을 제약하고, 성과를 무디게 한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문화적 DNA이며, 공감대인 코리아니티를 적절하게 규정하고 활용함으로써 문화적 차별성을 바탕으로 하는 범세계적 경쟁력을 얻어내는 것이다.(P.11) 지금은 외환위기 이후 ‘잃어버린 8년’ 의 정체 속에 빠져 있다. 이것은 깊은 늪이다. 한국이 제2의 추격을 만들어냄으로써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제 제2의 추격은 없다. 한국은 추종자가 올 수 있는 마지막 자리에 와 있다. 한국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길은 추종자의 위치에서 벗어나 선도자의 자리로 옮겨가는 것뿐이다.(P.12) 코리아니티 경영은 한국인이 가진 문화적 차별성을 브랜드화 하여 문화적 프리미엄을 얻어내는 일이다. 그러려면 ‘한국적 특수성의 보편화’와 ‘세계적 보편성의 한국화’라는 두 물결의 합류를 통해 ‘세계적이면서 한국적’인 매력을 창조해내야 한다.

(P.13) 코리아니티는 백남준의 정신과 육체에 녹아들어 특화된 차별성이 되었고, 비로소 경쟁의 공간을 넘어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는 독자적인 세계를 만들어 놓았다. 가장 훌륭한 전략은 싸우지 않고 번영하는 것이다. 남들이 감히 들어올 수 없는 특수성, 이 특수성의 보편 가치화가 바로 우리가 가야 할 ‘세계화’의 전략 방향이 되어야 한다.

(P.14) 문화 없는 상품은 삼류이며, 차용한 철학으로는 혼신의 경영이 불가능하다. 생활 속에 녹아있는 정서와 취향이 소거된 직원과 함께 즐거운 경영을 한다는 것은 어림없는 일이다. 또한 즐겁지 않은 일에서 성과를 내고 최고가 되기란 매우 괴롭고 어려운 일이다. 즐기지 못하면 최고가 될 수 없다. 최고가 아니라는 것, 적어도 선진 대열에 합류하지 못한다는 것, 그것이 현재 한국이 안고 있는 고뇌다.한나 트렌드가 지적한 대로 세계시민이란 어느 곳에도 없는 사람들이다. 사람과 물자, 사상과 지식이 끝없이 오가는 시대에서 독자적 특수성은 고립된 ‘섬’이 아니라 ‘십자교차로’에 의해 만들어진다. 서로 활용해야 하며, 갈등과 화해를 통해 서로를 완성해가야 한다.(P.15) 한국은 모방과 추종의 시간 압축적 추격에서 벗어나 한국적 세계성이라는 모순을 우리 안에서 조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리하여 모방 대신에 융합적 가치를 창조함으로써 선도의 자리로 나아가야 하고, 인류의 위대한 다양성에 기여하는 훌륭한 이웃이 되어야 한다.

(P.17) 타도 Korea, 건설 Corea! 아마도 이 거칠고 공격적인 문구가 이 책을 쓰고 있는 내 마음일 것이다.

(P. 22) "내가 누리고 있는 언어는 다른 사람들에게서 배운 것이다. 내가 쓰는 몸짓도 내가 창안한 것이 아니다. 내가 내세울 수 있는 능력, 기능, 재치 등은 무엇이든 사회적 유산에 의해 길러진 것이다. 심지어 나의 꿈조차 내가 만들지 않은 세계, 내가 완벽하게 차지할 수 없는 세계에 뿌리내리고 있다. "

(P. 27) 미국은 다양한 민족이 이질적인 문화를 들고 들어와서 함께 사는 나라다. 이런 나라에서 질서를 유지하는 유일한 길은 법을 엄격히 지키는 것이다.그러나 동양의 여러 나라, 특히 한국은 단일한 민족이 오랫동안 같은 문화적 관습 속에서 살아왔다. 그렇기에 법말고도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여러 기준과 준거가 존재한다.미국문화는 보편주의가 강하다. 그러나 동양인들에게는 특수주의가 강하게 작용한다. 그 사람과 나의 관계에 따라 법 적용의 정도와 수준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P. 30) 한국인들은 관계 지향적이다. 개인의 가치가 독립적으로 결정된다기보다는 다른 것들과의 관계 속에서 적절하게 규정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반면에 미국인들은 개인이 독립적이며 조직과 사회에서 분리되어 그 자체로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믿는다. 따라서 집단보다는 개인, 관계보다는 고유한 본질을 우선가치로 받아들인다.

(P.35)미국의 대중문화는 끊임없이 영웅을 만들어낸다. 개인은 위대하다. 그들은 외로운 독수리처럼 홀로 있는 사람들을 칭송한다.,미국인들에게 공동체에 대한 개인의 충성심이나, 개인의 공동체의 배려는 중요하지 않다. 이 같은 극단적인 개인주의는 공동체를 무시하는 상처를 남겼고 조직은 개인의 성공을 위한 도구로 이용되기에 이른다. 조직 역시 낙오한 직원을 쉽게 냉정하게 잘라내는데 익숙하다.

(P. 36)양조장 조인, 빵가게 주인, 정육점 주인이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것은 여러분, 곧 고객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서이다. 공급자는 단지 자신의 이익을 고려하며, 비록 자신의 의도는 아닐지라도 소비자인 여러분에게 봉사하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이끌린다. 공급자가 당신에게 봉사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 항상 해로운 것은 아니다. 공급자가 자신의 목표를 추구하는 것이 오히려 여러분에게 이익을 주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할 때보다 종종 더 나은 봉사를 낳기 때문이다. 고객을 위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그보다 나은 봉사를 하지 못한다. (P. 39)한국인들은 대개 ‘우리’와 ‘나’ 사이에 있다. ‘우리’라고 부르지만 늘 ‘나’를 생각하는 것이 한국인이다. ‘우리 마누라’라고 부르지만 그건 ‘내 마누라’를 뜻한다. 이것은 위선이나 양다리 걸치기가 아니다. 한국인들은 조직 속에 자신의 자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이름(名) 또는 격(格)이라고 불렀다. 말하자면 군주는 군주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한다.
(P.44) 일본인들에게 시간은 친구와 같다. -중략-일본인들은 시간을 동시성과 순환성을 가진 것으로 믿는다. 시간이 과거에서 미래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과거 현재 미래가 내 안에 공존하고 있다.

(P.48)반면 한국인의 시간 인식은 이중적이고 혼합적이다. 여유와 느림의 나라이기도 하고, 빨리빨리의 나라이기도 하다. 가마솥의 나라이기도 하고, 냄비의 나라이기도 하다. 모순을 버무리는 능력이 탁월한 한국인들은 시간 역시 이중적 모순의 조화로 이해했다.

(P.51) 프랑스는 모순과 대립을 즐기는 나라다. 프랑스인들은 서양인들 가운데 특이하게도 모순의 공존을 잘 견딜 뿐 아니라, 그것이 삶의 일상적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P.54) 한국인은 기질적으로 점진적 개선을 선호하지 않는다. 한국적인 멋은 기본적으로 데포르마시옹의 미의식이다. ‘허술하다’와 통하는 교묘한 변형인 것이다. 멋이란 평범하고 정상적인 것에서는 느껴지지 않는다.

(P.57) 미국인들은 먼저 표준을 만들고 그 다음에 통제한다. 잡다한 인종과 문화가 뒤섞인 미국에서는 그것들을 망라하고 포괄할 수 있는 커다란 바구니가 필요했다. 그리고 그것은 누구나 인정하고 따라야할 보편적 규칙이어야 했고 원칙은 오차 없이 지켜져야 했다.

(P.60)미국의 위대한 성공은 보편화로부터 시작했지만, 미국의 실패는 그 보편주의가 한계에 도달할 때 일어날 것이다. 보편주의자들은 전 세계가 단일화, 일반화, 법률화가 되기를 바란다. 반면에 그 대칭점에 서 있는 동양의 특수주의자들은 세상이 유일하고 예외적이며 서로 정신적으로 연계되기를 바란다.

(P.61) 경쟁과 파괴 사이에는 섬세한 구분이 있다. 중국인은 다른 사람의 밥그릇을 깨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일본인은 훌륭한 경쟁자가 파멸해서는 안 된다고 인식한다.

(P.64)보편주의보다는 특수주의를 택함으로써 무수한 다양성을 인정하는 일본인들에게는 ‘조화’가 가장 중요하다. 그들은 ‘아니오’라는 말을 잘 하지 않는다. 사안보다는 관계를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공손한 겉모습 역시 관계 지향성을 보여주는 처세술이다.

(P.67) 나는 원칙이라는 단어에서 ‘완고함’이라는 함의를 제거하고 사용하기를 원한다. 원칙이란 유연한 것이고 모든 필요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이다. 상황의 변화는 그 상황에 의해 파생된 규칙을 바꿀 수 있다. 나는 이것을 상황의 법칙(the law of situation)이라고 부른다.

(P.70)선비정신은 스스로 ‘수치를 아는 것’이다. 수치를 아는 사람은 부패할 수 없고 타락을 묵인할 수 없다. 이것은 우리가 물려받은 가장 훌륭한 정신적 유산이다. 자부심 강한 호학의 선비들은 지금의 한국인들에게 훌륭한 역할모델이 될 수 있다.

(P.73) 프랑스 경영자들이 직원위에 군림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대부분 풍부한 감정의 소유자이며, 위계가 가지는 공식성을 밀접한 인간관계로 보완한다. 이것도 한국이나 일본의 경영자들이 가진 의식과 비슷하다. 인간은 ‘관계’속에서 행동하기 때문에 완전히 독립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또한 바람직하지도 않다.
프랑스는 가장 동양적인 유럽의 국가라고 말할 수 있다.

(P.77) 한국인들은 ‘얼굴이 있는 관계’를 가장하는 조직 속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그래서 코리아니티가 가지고 있는 반(反) 21세기적인 가치 가운데 대표적인 것 하나를 들라면 나는 ‘수직적 권위주의’를 꼽겠다.

(P.80)한국인들에게는 황인종 특유의 찡그린 인상이 없다. 찡그린 얼굴은 일본인들의 지나치게 예의바른 가식적 웃음과 중국인들의 잔인한 웃음 이면에 숨어 있는 본래 모습이었다. 그러나 한국인에게는 찡그린 얼굴이 없다. 한국인들은 긍정적이고 솔직하고 인간적인 면모가 돋보이는, 진정한 사람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자연인’이라는 이미지가 바탕을 이룬다.

(P.83) (스콧 버거슨) “한국인들은 세계에서 가장 잘 발달된 대중교통 체계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자가용을 몰고 교통정체에 갇혀 시간을 낭비하는 방법을 선택한다. 참 이상하다.”

(P.86) 우리 스스로의 내부를 탐색할 또 다른 센서를 아주 많이 그리고 아주 깊이 설치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가 세계화의 밑천으로 쓸 수 있는 것은 결국 한국적인 토속성이기 때문이다.‘한국적 특수성의 세계적 보편화’라는 과제가 바로 글로벌리제이션과 로컬리제이션이라는 모순을 화해시키며 번영할 수 있는 바람직한 접근법이라면, 한국인의 특수성은 무엇일까? 코리아니티, 그것이 무엇이든 우리는 그것을 받아들이고 계발하고 활용함으로써 세계적인 차별성으로 만들어내야 한다. 개인이 자신만의 강점을 활용해서 성공의 길을 열듯이, 한 사회는 문화적 특수성을 성장 엔진으로 활용해야 한다.

(P.90) 한국사회는 칭찬보다는 자신에게 주어진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중요시하는 관계 지향성을 문화적 특징으로 한다.

(P.91) 길을 가다가 좀 부딪쳐도 미안하다는 말을 잘 하지 않는다. 그것은 무례한 것이 아니라 거리에서 만난 그 수많은 사람들과 아무런 ‘관계’도 없기 때문에 지켜야 할 예의도 없는 것이다. 그냥 그렇게 조금씩 부딪히고 섞이며 걷는 장소가 길인 것이다.

(P.93) 미국인들은 사회구성원을 짓누르기보다는 낙오시키는 데 더 익숙하다. 따라서 상사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미국 남자들은 가정에서도 아내에게 버림을 받고 결국 삶의 의미를 잃은 채 사회의 구석으로 밀려난다. 결국 그들은 쾌락에 빠지거나 상처받은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성형수술을 하거나 다이어트와 운동에 몰두하는 자기애를 가장 위대한 사랑이라고 착각하는 지경에 이른다. 가정과 사회에서 낙오된 미국 사람들은 결국 인격장애를 겪는 것이다. 크리스토퍼 래슈는 이것을 ‘자기도취의 문화’라고 부른다.그러나 한국인은 다수에서 낙오되어 떨어져 나오기보다는 억압받지만 집단 속에 남아 있는 길을 택한다. 실제로 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약 60퍼센트, 한국 대학생의 70퍼센트가 자신에게 일어날 수 있는 가장 나쁜 일로 모든 관계에서 고립되는 것을 들었다. 따라서 한국인들은 분노를 표출해서 낙오되는 대신 차라리 분노를 참고 집단 속에 남는 길을 택하기 때문에 화병이 민족적 심리증후군으로 고착된 셈이다. 화병은 주변에 신경을 써야 할 사람들은 너무 많지만 진정한 관계는 아주 드문 상황에서 생기는 심리적 장애다.

(P. 95) 한국인들은 논쟁을 논리적 설득의 방법으로 사용하기보다는 일체감을 깨는 갈등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짙다. 논쟁을 하기 전에 이미 나와 그 사람은 적대적 관계로 인식되고 따라서 열 받을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다.한국인은 사물들을 전체 맥락 속에서 파악하고자 한다. 그래서 전체를 고려하지 않고 부분만 떼어내 이해하는 것을 매우 미숙한 사고방식으로 여긴다.

(P. 96) 관계 지향적인 한국인들은 공동체를 떠나서 살기 어렵다. 공동체에 대한 충성심도 대단히 높다. 따라서 미국인들에게 적합한 ‘떼어내기’, 예를 들어 해고나 스핀오프(spin off)가 한국인에게는 매우 치명적인 감정적 공황을 낳는다. 그래서 조직으로부터 직원을 떼어내는 프로세스는 매우 신중하게 진행되어야 하며, 적절한 보완 장치 없이 적용하면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켜 쓰지 않은 것만 못한 결과를 낳는다.

(P.97) 그가 느낀 한국 사회의 모습은 말로는 우리라고 부르지만 사실은 나 가 우선이 사회, 곧 공동체주의로 포장된 개인주의가 만연한 곳이다.

(P.98)한국을 위선적인 사회 또는 안팎이 다른 이중적인 사회로 인식하는 선입견과 왜곡만 떼어내면, 한국인들이 ‘우리 속에 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매우 정확한 관찰이다. 한국인들은 ‘우리’라는 집단 속에 자아를 심어두는 데 익숙한 문화적 DNA를 가지고 있다. 미국적 개인주의와 일본식 집단주의 사이에 한국인들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한국인들은 ‘우리’와 ‘나’, 공동체와 개인이라는 2가지 속성을 다 아우르고 있는 셈이다.

(P.100) ‘우리라고 부르면서 실제로는 나를 앞세우는 위선적인 한국인’이라는 한 외국인의 소감은 한국에 대해 표피적인 이해에 불과하다. 그는 한국인들이 집단속의 자아와 개인적 자아를 모두 끌어안고 조화를 이루려 애쓴다는 사실을 미처 알지 못한 것이다.
이것은 위선이 아니라 현실적 고뇌의 모습이다.한국인들은 주로 상사와의 갈등이나 집단주의 조직문화, 비공식적 직장문화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P. 101) ‘우리 속의 나’라는 코리아니티는 경우에 따라 치명적인 고질처럼 발현될 수 있다. 그것은 조직속에 분파가 생기면서 집단과 유파사이에 배타성과 폐쇄성이 강화되는 현상이다. 학연 지연, 혈연 자체가 폐단이라기 보다는 그렇게 구성된 내집단이 외부 세계에 대해 표시하는 적대감과 폐쇄성이 문제이다. 또한 수직적 관계망이 수평적 관계망보다 훨씬 강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권위주의적 일방통행 구조로 특화된 내집단이 아주 쉽게 만들어진다. 이런 현상은 창조성과 자율성이 질식된다는 점에서 치명적인 폐단이 아닐 수 없다.

(P.102)'우리 속의 나‘라는 코리아니티가 강력한 긍정적 에너지로 특화될 수 있다. 바로 공동체의 논리와 집단성 속으로 개인이 매몰됨으로써 기계의 톱니바퀴와 나사로 전락하는 폐단을 막아주는 것이다. ’조직은 개인의 성장을 지원할 때만 의미를 갖는 현장‘ 이라는 미국식 개인주의가 아니라, ’공동체의 성장과 더불어 함께 나아가는 개인‘ 이라는 집단의식이 개인의 자아와 함께 발전해간다는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문화적 유산이 아닐 수 없다.

(P.104)예술은 표준과 획일을 가장한 과학이 아니다. 예술은 개별화를 속성으로 하는데, 정형을 거부한다는 점에서 판소리는 가장 예술적인 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P.106) 왜 한국인은 파격을 통해 새로운 조화에 이르는 멋을 문화적 특성으로 배양하게 되었을까? 나는 그것이 ‘모순을 껴안을 줄 아는 힘’에서 나온 것이라고 본다.

(P.111) 동양인들은 자신의 선택을 정당화해야 할 때, 명백한 원리에 의존하기보다는 절충점 혹은 중도적 입장을 추구한다. (P.112)난(蘭)을 치지 않은 것이 이미 스무 해우연히 천성 따라 그려져 나왔구나문을 닫고 깊이 찾아드니여기가 바로 유마의 불이선(不二禪)이구나완당 김정희의 글이다. 참으로 오랜만에 난초를 그렸는데 우연히 자연의 모습 그대로 잘 그려졌구나. 문을 닫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유마거사와 문수보살이 문답한 내용처럼 ‘둘이 하나구나’라는 뜻이다. ‘네가 아프니 나도 아프다’는 유마경의 진리는 ‘너는 나의 뿌리며, 나 또한 너의 뿌리’라는 화엄경의 연기론(緣起論)으로 이어진다. ‘둘이 하나’라는 불교의 진리를 유학을 오래 공부한 학자가 체득해 알게 되었으니, 그 깨달음이 유불을 넘나든다.
《보왕삼매경》10가지 삶의 원칙에 법정이 이런 주를 달아 놓았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이 사바세계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상기해 주시길 바랍니다. 극락도 지옥도 아니라는 거예요. 사바세계, 참고 견딜만한 세상, 여기에 삶의 묘미가 있습니다. 가끔 외우시면서 생활의 지혜로 삼기 바랍니다.”첫째,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말라. 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기 쉽다.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기를 “병고(病苦)로써 양약(良藥)을 삼으라” 하셨느니라.둘째, 세상살이에 곤란이 없기를 바라지 말라. 세상살이에 곤란이 없으면 제 잘난 체하는 마음과 사치한 마음이 일어난다.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기를 “근심과 곤란으로써 세상을 살아가라” 하셨느니라. 셋째, 공부하는 데 마음의 장애가 없기를 바라지 말라. 마음에 장애가 없으면 배우는 것이 넘치게 된다.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기를 “장애 속에서 해탈을 얻으라” 하셨느니라.넷째, 수행하는 데 마(魔)가 없기를 바라지 말라. 수행하는 데 마가 없으면 서원이 굳건해지지 못한다.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기를 “모든 마군으로써 수행을 도와주는 벗을 삼으라”하셨느니라. 다섯째, 일을 계획하되 쉽게 이루어지기를 바라지 말라. 일이 쉽게 풀리면 뜻이 경솔해지기 쉽다.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기를 “많은 세월을 두고 일을 성취하라” 하셨느니라.여섯째, 친구를 사귀되 나의 이로움을 바라지 말라. 내가 이롭고자 한다면 의리가 상한다.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기를 “순결로써 사귐을 깊게 하라” 하셨느니라.일곱째, 남이 내 뜻대로 순종해 주기를 바라지 말라. 남이 내 뜻대로 순종해 주면 마음이 교만해진다.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기를 “내 뜻에 맞지 않는 사람들로 무리를 이루라”하셨느니라.여덟째, 공덕을 베풀 때는 과보를 바라지 말라. 과보를 바라면 불순한 생각이 움튼다.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기를 “덕 베푼 것을 헌 신처럼 버려라.”하셨느니라.아홉째, 분에 넘치는 이익을 바라지 말라. 이익이 분에 넘치면 어리석은 마음이 생기기 쉽다.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기를 “적은 이익으로써 부자가 되라” 하셨느니라.열째, 억울함을 당할 지라도 굳이 변명하려고 하지 말라. 억울함을 변명하다 보면 원망하는 마음을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기를 “억울함을 당하는 것으로 수행의 문을 삼으라” 하셨느니라.

(P.115) 한국인에게 음풍농월하는 여유와 낭만이 없었다면 예 선비들의 청빈낙도는 궁상에 가까웠을 것이며, 세사를 달관하는 초탈이 없었다면 유불선을 통합하려 풍류도(風流徒)라는 멋진 정신세계를 이루어내지도 못했을 것이다. 결국 모순을 껴안는 힘은 내면에서 그 모순을 회통시켜 새로운 조화와 균형을 창조해내는 한국의 에너지라고 할 수 있다. 이때 모순은 갈등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창조의 동인(動因)이 된다.
(P.119) 한국인들은 커다란 전체를 본다. 뒷산의 둥근 모습을 보고 그 앞에 초가를 지어 어울리게 한다. 헐렁하고 엉성하지만 그 어울림이 자연스럽고 멋스럽다. 싱싱한 생명력으로 빛난다. (P.121) 바탕이 문체보다 승하면 거칠고, 문체가 바탕보다 승하면 사치스럽다. 형식과 내용이 고루 어울린 뒤라야 군자다.

(P.122) 만년의 완당은 서예의 진수를 얻었다. 그러나 그가 추구한 것은 한국인 특유의 미의식, 곧 ‘껍데기를 버리고 보이지 않는 마음을 좇으려는 것’이었다. 한국인들은 어린아이가 아리라, 원숙하되 다시 어린아이의 마음을 가진 대가의 모습을 이상으로 추구해 왔다.

(P.123) 한국인의 역동성과 생명력이 최근 들어 자연스러움을 잃고 다만 거침 그 자체로 남는 것을 종종 본다. 멋과 마음이 사라진 대강대강과 빨리빨리의 날림으로 흘렀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흥청거림이 물질적 낭비가 아니라, 함께 어울려 즐기는 정신적 여유와 흥이었다는 점 역시 간과되었다. 조금은 거친 듯 하면서 대범하고 내면의 빛을 간직한 생기가 다시 한국의 고유의 매력이 될 수 있도록, 이 싱싱한 코리아니티를 더욱 발전시키고 진작시킬 일이다.
(P130-131)
《격몽요결》에는 선비가 되기 위한 처세훈인 ‘구용구사(九容九思)’가 있는데, 그 가운데 구사(九思)는 450년이 지난 지금도 권장할 만한 훌륭한 내용이다. 시사명(視思明) : 사물을 볼 때는 가려져 어두운 곳이 없도록 두루두루 생각하라. 청사총(廳思聰) : 들을 때는 편견을 가지지 말고 막힌 바가 없이 들어라. 색사온(色思溫) : 얼굴빛을 온화하고 부드럽게 하여 화를 내거나 거친 기색이 없게 하라. 모사공(貌思恭) : 모습을 공손하게 하며 태도를 단정하고 씩씩하게 하라. 언사충(言思忠) : 말을 충실하게 하고 반드시 말한 대로 행동하라. 사사경(事思敬) : 일을 처리할 때는 삼가는 마음으로 경솔치 않게하라. 의사문(疑思問) : 의심스럽고 모르는 것이 있으면 반드시 아는 이를 찾아 자세히 물어 배워두어라. 분사난(忿思難) : 분할 때는 참고 이치를 따져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 견득사의(見得思義) : 이익을 얻을 일이 있으면 반드시 그것이 옳은 일인지를 생각하라.

(P.135) 선비정신은 곧 평생학습의 정신이다. 선비는 학인(學人)이다. 그것도 평생 배우는 사람이다. 평생 배우는 자세를 가지지 않고 전문가가 될 수는 없다. 지금처럼 호학의 기풍이 필요한 때는 없다. (P.137) 한국인들은 때로 시간은 그렇게 사라져가는 것이 아니라 쌓여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때의 시간은 삶의 두께이다. 시간이 쌓일수록 경험도 늘고 삶의 지혜도 늘어난다.

(P.138)그런 의미에서 한국인이 토끼인지 거북이인지는 불명확하다. 그래서 나는 ‘대강대강, 빨리빨리’를 별도의 코리아니티로 보는 대신, 때로 ‘느릿느릿, 멀리멀리’라는 모순을 통해 해결해야 할 상생과 조화의 문제로 인식했다. ‘모순을 껴안는 힘’이라는 코리아니티 안으로 편입시킨 것이다. 때로는 빨리 때로는 천천히 갈 수 있도록 경영의 모순과 갈등을 풀어가는 원숙함에 의존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P.142) 세계화 시대에 성공하는 조직이 되려면 지구적 감수성에 따른 범세계적 동질성을 수용하고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시야와 인식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동시에 지역 분화적 차이가 존중되는 이질성을 차별적 가치로 전략화 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경영자는 ‘세계적이면서 지역적이어야 하는 모순과 역설’의 과제를 풀어내지 않으면 안 된다. 한국은 모순과 역설을 견디고 껴안는 데 능숙한 문화적 DNA를 가지고 있다. 이제 경영은 모순을 다루어 균형과 조화를 만들어내는 기술 및 지혜라 할 수 있다.

(P.144) 속도는 정확한 사고와 정교한 검증 대신, 혁신과 위험을 안을 수 있는 사고방식으로 변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P.145) 한국은 사람 말고는 별다른 자원을 가지지 못한 나라다. 우리가 고등교육의 지식 전달방식과 내용을 혁명적으로 바꾸고, 대학에 들어가기만 하면 일제히 소멸되던 배움의 자세를 평생학습으로 전환시킬 수 있다면 한국은 수많은 세계적 인재를 양산하는 새로운 메카가 될 것이다.

(P.148)코리아니티는 21세기의 기업이 요구하는 핵심적 특성과 대단히 많은 공유 영역을 가지고 있다. 이 말은 미래기업이 요구하는 특성들이 이미 한국인의 정신적 일부가 되어 있다는 뜻이다. 21세기는 한국인들이 가장 잘 읽어낼 수 있는 시대이며, 일상 속에서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는 시대로 보인다. 이것이 이번 작업을 통해서 내가 발견한 큰 기쁨이다.

(P.170) 프랑스 사치산업의 성공은 프랑스적인 가치 창조에 있다. 가장 프랑스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기 때문에,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국제적 취향을 따르기보다는 자신의 고유한 것을 개발하는 것이 가장 잘 성공할 수 있는 길이다. (콜베르위원회 대표 블랑케르의 말)(P.176)기업이 사회적 안전망을 늘리도록 위임받은 역할이 있는데 그 책임을 도외시하고 경제적인 성과만을 추구한다면, 기업 자체에게는 단기적인 이익이 될지 모르지만 사회 전체를 봐서는 남의 것을 빼앗는 일이 된다. 이건 가치 창조의 경영이 아니다. 그 대신 유한킴벌리는 사람을 통해, 인력유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새롭고 강력한 효율성에 주목했다.
(P.178) 유한킴벌리의 4조 2교대제는 감원을 통한 비용절감이라는 서구적 해법이 아니다. 위기의 순간에 고통을 분담하고 전체의 파이를 키워 함께 나누자는 한국적 공동체 정서의 표현이다. 문국현 사장은 인간을 비용이 아닌 자산으로 이해하는 자신의 견해를 이렇게 표현했다. “저는 인간존중 경영은 바로 사람을 통한 경쟁력의 제고를 실행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조직에서 발생하는 많은 문제들이 근본적으로 사람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잘 해결하는 것은 조직을 지탱하고 발전시키는 데 매우 중요한 관건이라고 생각합니다.”
(P.179) 문국현은 조직에서 인간존중의 경영을 구현하려면 개인의 목표와 조직의 목표가 상호균형을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P.185)뉴웨이 경영혁신은 미국식으로 유휴인력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재충전시켜 기업혁신의 주력으로 만든, 한국적 가치관과 문화에 입각한 경영모델이다. 이러한 코리아니티 경영모델이 아시아적 보편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P.210) 일반 은행은 ‘돈’을 보고 ‘결과’를 관리하는 데 집중하지만, 그라민 은행은 ‘사람’을 보고 ‘과정’을 관리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P.211) 성공이란 늘 어느 날의 실험이 우리의 기대에 딱 부합할 때 만들어지는 것이다. 성공이 새로운 실험의 결과라는 것을 아는 것, 이 깨달음이 바로 성공한 자들이 터득한 지혜이다.

(P.220) 아이디어는 오리지널리티가 중요하지 않다. 그것을 가장 잘 활용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든 사람의 것이다. 그 점에서 아이디어는 범세계적이다. 그러나 아이디어의 실천에는 국경이 있다. 이 점에서 아이디어는 또한 국가와 문화의 자식이라고 할 수 있다.

(P.221) 전략도 아이디어와 마찬가지로 그 자체로는 국경이 없으나 실천에는 국경이 있다는 점이다. 전략은 소수 창의적 엘리트들의 작품이지만, 그 실천은 구성원 다수의 문화적 특성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이다.

(P.223)코리아니티는 특히 이 중위권 70퍼센트에 속하는 다수의 사람들이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공유의식이며, 정서적 공감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한국인 다수의 마음, 다수의 정신적 자세, 이것이 코리아니티다. 모든 문화에는 ‘침묵의 영역’이 있다. 그것은 그 문화를 이루는 구성원들이 너무도 당연히 여겨서 평소에는 의식하지 못하는, 잠재의식 속에 살아 있는 신념과 정서다.

(P.226) 인적자원에 대한 연구로 노벨상을 받은 경제학자 게리 베커는 지금의 자본주의를 ‘인적 자본주의’라고 불렀다. 그는 교육 훈련 기술 건강 등의 총합이 현대 국부의 75퍼센트를 차지한다고 주장한다. 사람이 자산이고 경쟁력의 핵심이 된 것이다. 실제로 이런 현상을 기업의 성과와 자산에 대한 평가에 반영하려는 움직임이 점점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P.230) 그들은 한결같이 “새로운 인재를 채용하고, 직위에 적합한 인물을 선별하고, 젊은 인재를 훈련하고, 글로벌 관리자를 육성하고, 성과 미달자들의 문제를 처리하며, 전체 인력창고를 검토하는 등 사람에게 시간의 절반 정도를 쓴다”고 대답했다.

(P.232) 재능(talent)은 지식(knowledge)이나 기술(skill)과는 다른 개념이다. 가장 중요한 차이는 기술이나 지식은 가르칠 수 있지만 재능은 가르칠 수 없다는 점이다. (P.236) 그때 우리는 질문한다. 나는 이 일, 이 회사에서 어울리는 사람인가? 불행이 우리에게 질문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것이 불행의 위대한 점이다. 적절하고 절실한 질문만이 어둡고 힘든 세월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도록 우리를 인도하기 때문이다.나는 유능함이란 어울림이라고 생각한다. 일과 자신과의 어울림, 회사의 기대와 자신의 기대 사이의 어울림, 세상의 기준과 자신의 기준 사이의 화해 같은 것을 유능함의 기준이라고 말하고 싶다. 따라서 두 사람을 놓고 누가 더 유능한가 하는 질문은 위험하다.

(P.241) 사람을 평가할 때 그 사람과 나눈 이야기의 내용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 몇 초 사이에 받은 인상이 평가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더욱 뚜렷해졌다. 그리고 그 몇 초의 인상은 이후에 어떤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잘 바뀌지 않는다. 결국 면접관은 대상자가 의자에 앉는 순간 마음을 결정한다. 따라서 인터뷰 중의 대화는 형식적인 것이 되고 만다. 그저 이성적인 걸러내기 과정을 거쳤다는 것을 서로에게 확인시키는 기만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람에 대한 인상은 단 2초 만에 결정된다.

(P.242) 분명한 것은 그들이 과거에 무엇을 했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핵심역량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5년 뒤, 10년 뒤에 기업을 이끌어갈 인재를 원하는 것이다. 그래서 특정 직무능력보다는 일반적인 문제해결력과 상상력, 창의력을 가려내는 것이 중요한 추세가 되고 있다.

(P.245) 성공은 유능함을 떠나서는 얻어질 수 없다. 따라서 개인은 반드시 자신의 유능한 점을 먼저 인식하고 그것을 꽃피울 수 있는 직장과 일을 선택해야 한다. 훗날 이것이 가장 훌륭한 선택임을 알게 될 것이다. 일반적 기준이 아니라 자신의 기준을 설정하고, 그에 충실한 용기와 꿋꿋함이 반드시 필요하다.

(P.246)맹자’에는 좌우명으로 삼을 만한 경구가 많다. 그 가운데 ‘불영과불행(不盈科不行)’ 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물이 흐르다 구덩이를 만나면 그 ‘구덩이를 다 채운 다음에야 앞으로 흘러가는 것’을 뜻한다. 지름길에 연연하지 않고 정도를 걸으며 우직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고집이 바로 훌륭한 전문가에 이르는 비결이다. 당연히 경영자들도 이런 학습방식을 권장하고, 또한 이런 사람을 크게 쓸 수 있어야 한다.

(P.247) 한국 문화의 바탕인 공동체주의는 따뜻하고 역동적이며 관계 중심적이다. 이 점에서 새로운 인재경영이라는 전략적 변곡점은 한국의 경영자들에게 매우 유리한 문화적 기회를 제공한다. 서구가 배워야 할 것을 우리는 이미 정신적 근육 속에 문화적 DNA로 체화해 놓고 있는 것이다.

(P.248) 지천태괘(地天泰卦) “능력이 뛰어나지 않은 멀리 있는 사람도 포용하고, 맨발로 황하를 건너온 과단성 있는 사람도 포용하고, 남아 있는 사람 곧 주변의 비주류도 멀리하지 말고, 붕당을 만들지 않고 중용을 행하면 태평하다”

(P.258) 코리아니티의 가장 큰 특징이 ‘우리’라는 공동체 속에 뿌리를 내리고 있으면서도 ‘나’를 실현해가는 여정이며, 좀 거칠어 보일 만큼 강한 생명력과 역동성이다.

(P.260)노력은 많이 하지만 부가가치가 적다는 것은 쓸데없는 일에 소요하는 시간이 많다는 뜻이다. 바쁘면서도 효과는 떨어지고 노동이 낭비되는 모델을 경계해야 한다.

(P.261)의욕이 떨어지고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직원들을 고무하고 지원하고 능력을 찾아 키워주면, 훨씬 더 수준 높은 업무의 질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지점이 바로 인재경영 혁명이 대단한 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부분이다.
(P.262) 1인 기업가는 적어도 다음과 같은 일을 해야 한다.첫째, 약속한 영역에서 언제나 균질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이는 서비스 수준이 언제나 일정한 품질을 유지해야 한다는 뜻이다.둘째, 끊임없이 서비스의 품질 향상을 도모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모든 경영자가 힘쓰는 대목이다.
(P.264) 첫째는 ‘이 사람이 잘하는 것은 무엇인가’이고, 둘째는 ‘그것들을 어떤 방식으로 향상시킬 수 있나’였다. 그는 ‘강점’과 ‘계발’에 초점을 두었던 것이다.
(P.265) “ 내가 한 해 동안 새로 배운 것들을 정확하게 설명할 것.” “ 나의 자질이 지난해보다 얼마나 더 향상되었는지를 정확하게 설명할 것”

(P.274)후원자를 찾아 밀라노에 온 그는 스포르차 공작에서 그 유명한 “다빈치의 자기추천장”을 제출했다. 그는 자신에 대한 소개를 아홉 항목에 걸쳐 자세히 열거한 뒤, 마지막에 비로소 “그림도 누구보다 잘 그릴 수 있다”고 한마디 덧붙였다.자기 추천장이라는 말에 주목해 보자우리는 그 한두 가지의 전문성 때문에 먹고 살 수 있고 세상에 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
-내가 이력서에 써야 할 가장 잘하는 일은 무엇일까? 나는 직장인들 가운데 이 한두 가지를 적을 수 있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많은 직장인들을 괴롭히는 큰 이유라는 것도 알고 있다. 한두 가지 일에서 인정을 받아 이름을 얻으면, 우리는 그 명성을 브랜드 파워라고 부른다. 각 개인은 자기 경력을 현명하게 관리하는 관리자가 되어야 한다. 동시에 기업은 모든 직원을 훌륭한 전문가로 키워낼 수 있어야 한다.

(P.280) 오랫동안 길들여진 직무에서 해방되어 매너리즘을 벗고, 제2의 인생을 걸고 새로 배우고 익혀야 하는 긴장 속으로 즐겁게 투입할 수 있다는 것만큼 좋은 동기부여는 없다. 좋아서 하는 일, 잘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몰입도가 높고 스스로 일을 즐긴다는 점이다. 자신의 일을 즐길 수 있을 때 성과 또한 빛나게 마련이다. 이는 회사를 위해서나 개인을 위해서나 축하할 일이 아닐 수 없다.
(P.293) 한국인들이 조화와 균형이라고 부르는 것들을 서양인들은 ‘선택’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P.296) 선택을 통해 하나를 고르는 방법은 분명히 문제를 해결하는 한 방법이다. 그러나 그것은 조화와 균형에 이르는 방법은 아니다. 오히려 조화와 균형에 다가서야 할 고민의 진원지를 싹둑 잘라버림으로써 문제를 해결한 셈이다.
(P.301) 첫째, 스스로 유능하다고 느껴야 한다. 둘째, 일을 즐긴다고 느껴야 한다. 셋째, 업무와 자신의 도덕적 가치가 일치된다고 느껴야 한다.

(P.323)중요한 것은 ‘희생당했다고 여기고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고통을 호소할 수 있는 적절한 채널이 마련되고, 그것을 받아들이고 잘 돌볼 수 있는 조정 장치를 가지고 있다면’ 우리는 공존하고 함께 번영할 수 있다는 점이다.
(P.338)인류 역사는 더욱 수평적인 사회를 향해 흘러왔다. 이제 법적으로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소유인 경우는 거의 사라졌고, 인류의 대부분은 자유인이다. 조직 내에서도 더 많은 평등과 자유를 원하고 있고, 실제로 수직적이던 조직이 수평적 구도로 바뀌어가고 있다. 그러나 돈의 힘은 점점 커지고 있다. 돈이 차별을 만들어내며, 빈부의 차이는 더 심화되고 있다. 화폐는 생겨날 때부터 ‘모든 것을 같은 단위로 재어 균등화하는 하나의 척도’ 라는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이제 돈은 지위를 제치고 모든 것을 평가하는 유일한 잣대가 되어가고 있다. 돈의 논리에 따르면, 가난은 싼 것이다. 따라서 가난한 자는 싸구려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이다. 부우함은 비싼 것이다. 따라서 부자는 귀한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이다. 돈이 산 것과 비싼 것을 판단하고, 천박함과 고귀함의 기준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것이 돈이 만들어낸 차별이다. 그리고 이 차별은 더 심화될 전망이다.
(P.340) 성경은 부의 추구를 경제적 행위로 보는 것이 아니라, 상당한 대가를 치르고서야 얻을 수 있는 개인적 귀결로 보았다. 이것은 부를 추구하는 활동을 경제학이 아니라 윤리학으로 인식하고 있었음을 뜻한다. 그리고 아주 오랜 세월이 지난 뒤에 자본주의 경제사상의 원조쯤 되는 애덤 스미스도 ‘국부론’을 쓰기 전에 ‘도덕 감성론’이라는 베스트셀러를 쓴 윤리학자였음을 감안하면, 돈을 경제 이전에 윤리학의 대상으로 인식해 온 오랜 전통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막스 베버 역시 자본주의를 프로테스탄트의 윤리와 연결했다. 돈, 곧 이익은 윤리의 대상이다. 윤리 없는 돈, 그것은 죄악이다. (P.343) 신뢰를 생산할 수 있는 모임과 활동이 없는 사회에서는 아무런 사회적 신뢰를 만들어갈 수 없었던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자본주의 돈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회적 신뢰라는 토양 위에서만 꽃 필 수 있는 나무였다.

(P.346) 한국의 상황은 미국보다 나쁘다. 아니, 훨씬 더 나쁘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우리는 부정과 추악한 커넥션에 신물이 났다. 그러나 한국의 경영은 바로 이런 점에서 훨씬 더 가능성이 있다. 기업 자체적인 정화와 개혁을 통해 가장 투명한 세계적 기업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면 오히려 윤리경영을 통한 차별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기업의 투명성과 공개성, 공정성과 사회에 대한 기여는 결국 강력한 윤리적 프리미엄인 투자자의 신뢰와 애정 그리고 국민의 자부심으로 나타날 것이다.

(P.351) 어진 상술이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다.맹자는 나아가 어떤 일을 직업으로 삼으면 밤낮없이 그 일을 생각하며 살아야 하니, 사람을 살리고 도울 수 있는 사회적으로 훌륭한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한다.
(P.358) 중국의 학자 이탁오는 이를 이렇게 표현했다. “친구가 될 수 없다면 진정한 스승이 아니고, 스승이 될 수 없다면 진정한 친구가 아니다”(P.361) 우리는 이 두 가지 배움과 학습을 효과적으로 직장 안에 끌어들일 수 있다. 왜냐하면 그것은 코리아니티의 하나인 스승과 제자라는 관계를 정착시키고, 배움에 대한 역동성을 자극함으로써 우리속의 나라는 공동체주의 속의 개인주의를 십분 발휘할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P.391) 두려움이 없이는 진정한 용기도 없다. 두렵지만 무릎을 꿇지 않는 자들이 용기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도전하고 실험하고 모색하고 혁신한다. 그리고 성공한다.

(P.392) 한국의 자산은 한국인밖에 없다. 다행스러운 것은 21세기가 사람의, 사람에 의한, 사람을 위한 세기라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역사의 어느 순간보다 유리한 지점에 서 있다. 가장 훌륭한 전략은 싸우지 않고 번영하는 것이다. 특화된 차별성은 경쟁의 공간을 넘어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는 독점적 세계를 창조한다.

(P.393) 결국 성공의 축은 두 가지이다. 세계를 향해 항상 열려있어야 하며 세계적 수준의 배움에 늘 배고파해야 한다는 점이다. 곧 ‘세계적 보편성의 한국화’가 하나의 날개이다. 또 다른 성공은 축은 그 반대편에 있다. ‘우리’라고 하는 수수께끼를 풀어냄으로써 자신이 가진 차별적 강점을 활용하는 것이다. 우리를 개조하고 성형하여 그들이 되는 것이 아니라, 개성을 살리고 특화하여 우리의 매력을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곧 ‘한국적 특수성의 보편화’가 또 하나의 날개이다. 이 두개의 날개를 통해 한국은 세계적 보편가치로 인정받을 수 있는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이것이 코리아니티 경영이 필요한 이유다.


3. ‘내가 저자라면’ -
나는 코리아니티가 젊은이들에게 코리아니티를 전도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훌륭한 전도서라고 보았다. 책을 읽는 동안 코리아니티를 실천하는데 나 또한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사명감이 고취되는 것을 느꼈다. 이 책은 독자로 하여금 코리아니티안에서의 자기 역할을 생각해 보게 하는 동기를 부여한다. 나 같은 소시민이 그렇게 느꼈다면 이 책의 장래는 낙관적이 아닐까?

거시적 측면으로 보자면 코리아니티의 핵심주제는 대한민국 국민의 미래 방향제시서이다. 그런 이유로 이 책은 우선 널리 읽혀 회자화 되고 논의 되어야 한다. 나는 책에도 각기 운명이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많이 읽혀졌다고 좋은 책이라고 할 수는 없다. 즉 베스트셀러가 꼭 양서라고 할 수 없다는 말과 같다. 그런데 이 책은 양서다. 현시대의 화두를 다루고 있는 이 책은 널리 읽혀야만 이 땅에 나온 사명을 완수한다.
미시적으로 보자면 취업주기가 짧아지고, 많은 공기업이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는 현실에서 많은 이들이 일인 기업을 꿈꾼다. 또한 이직률이 늘어나면서 빠르게 변화하는 다양성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대한민국전체가 나이를 불문하고 ‘계속 교육’ 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개인이 어떤 출발을 하든지 코리아니티를 베이스로 읽고 시작을 한다면 가장 좋은 입문서를 선택한 것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읽힐 수 있을 것인가? 저자는 그 부분을 더 고민해야 했다. 코리아니티 경영에서 코리아니티로 개작할 때 그 부분을 고민하고 돌아봤겠으나 그도 인식하고 있는 것처럼 그 고민은 아직 해소 되지 않았다.

♣ 아쉬운 점 1.
나는 다음의 네 가지 조건을 갖춘 신간을 만났을 때 돈을 지불하고 책을 집으로 들인다.
1. 새로운가?
2, 저자의 신뢰성이 보이는가?
3. 저자의 신명이 독자에게 공명을 만들어 주는가?
4. 저자는 그 방면의 전문가인가?
신간의 장점이 위의 네 가지 조건이라면 코리아니티는 이중 세 가지를 갖춘 양서이다.
그러나 첫 번째, 조건에는 다소 물음표가 붙는다. 거시적 주제를 담고 있고, 충분히 논할만한 가치가 있지만 그 주제를 말하는 소도구들을 적절히 사용 하였나 하는 물음에는 아쉬움이 있는 것이다. 주제는 새로운데 소재는 익숙한, 그래서 주제의 밀도까지 떨어지는 느낌. 그런 느낌은 무엇 때문인가 하고 살펴보았더니 일단 많은 부분이 중복된 뜻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처음 그 뜻을 접했을 때는 충분히 공명이 되지만 문장은 다르나 뜻이 같은 유사어들이 종종 등장하면서 이 책의 긴장미가 떨어지고 사변적이 된다. 수많은 인용문과 예시들은 이 책의 훌륭한 점이자 단점이다. 저자의 해박함을 알려 주기에 충분하지만 적재적소에 참신한 사례와 최상의 인용문을 쓰고 있는 지에는 일말의 아쉬움이 남는다.

♣ 아쉬운 점 2.
내가 저자라면 1부 코리아니티 문화경영 편을 따로 떼어 200P 정도의 단행본으로 만들었을 것이다. 1부에 코리아니티에 대한 전반적인 저자의 생각이 충분히 담겨 있다고 보는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이 다 읽어야할 사명서는 좀 더 간결하고 명확하게 내용을 축약해야 한다. 울림이 지속되어 강렬한 인상을 남겨야 실천이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짧되 강하게 울림을 주는 것, 그것이 이 책의 소명을 펼칠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다.
이 책을 덮으며 일정부분이 저자의 숙제로 남아 있다는 저자의 고민을 알 수 있었다. 제자들과 같이 고민을 나누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백 명의 제자가 일인 기업가가 되어 각자 자신의 색깔대로 일을 하면서도 연합의 매개체가 되어 줄 수 있는 저서도 바로 코리아니티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무엇보다 이 책은 대한민국국민 이라면 한 번은 꼭 필독해야할 가치를 지닌 사명서의 운명을 띠고 태어났기에, 많은 이들과 고민을 나누어 보완해서 오래 읽혀야 하기에 말이다.

♣특히 감동적이었던 장절.

(P. 101) ‘우리 속의 나’라는 코리아니티는 경우에 따라 치명적인 고질처럼 발현될 수 있다. 그것은 조직속에 분파가 생기면서 집단과 유파사이에 배타성과 폐쇄성이 강화되는 현상이다. 학연, 지연, 혈연 자체가 폐단이라기보다는 그렇게 구성된 내집단이 외부 세계에 대해 표시하는 적대감과 폐쇄성이 문제이다. 또한 수직적 관계망이 수평적 관계망보다 훨씬 강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권위주의적 일방통행 구조로 특화된 내집단이 아주 쉽게 만들어진다. 이런 현상은 창조성과 자율성이 질식된다는 점에서 치명적인 폐단이 아닐 수 없다.

(P.148) 코리아니티는 21세기의 기업이 요구하는 핵심적 특성과 대단히 많은 공유 영역을 가지고 있다. 이 말은 미래기업이 요구하는 특성들이 이미 한국인의 정신적 일부가 되어 있다는 뜻이다. 21세기는 한국인들이 가장 잘 읽어낼 수 있는 시대이며, 일상 속에서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는 시대로 보인다. 이것이 이번 작업을 통해서 내가 발견한 큰 기쁨이다.

(P.338) 누가 누구에게 등을 돌렸건, 우리가 ‘사람들 사이의 마땅한 신뢰관계’를 의미하는 윤리를 생각할 때 그 사이에 아주 간단한 방정식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돈이라는 경제적 힘과 지위라는 정치적 힘이 사람 사이의 관계라는 사회적 힘의 크기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돈이 사람 사이의 관계를 주도하면 타락한다.

(P.351) 어진 상술이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다. 맹자는 나아가 어떤 일을 직업으로 삼으면 밤낮없이 그 일을 생각하며 살아야 하니, 사람을 살리고 도울 수 있는 사회적으로 훌륭한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한다.

(P.361) 우리는 이 두 가지 배움과 학습을 효과적으로 직장 안에 끌어들일 수 있다. 왜냐하면 그것은 코리아니티의 하나인 스승과 제자라는 관계를 정착시키고, 배움에 대한 역동성을 자극함으로써 우리속의 나라는 공동체주의 속의 개인주의를 십분 발휘할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P.391) 두려움이 없이는 진정한 용기도 없다. 두렵지만 무릎을 꿇지 않는 자들이 용기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도전하고 실험하고 모색하고 혁신한다. 그리고 성공한다.

(P.392) 한국의 자산은 한국인밖에 없다. 다행스러운 것은 21세기가 사람의, 사람에 의한, 사람을 위한 세기라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역사의 어느 순간보다 유리한 지점에 서 있다. 가장 훌륭한 전략은 싸우지 않고 번영하는 것이다. 특화된 차별성은 경쟁의 공간을 넘어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는 독점적 세계를 창조한다.

(P.393) 결국 성공의 축은 두 가지이다. 세계를 향해 항상 열려있어야 하며 세계적 수준의 배움에 늘 배고파해야 한다는 점이다. 곧 ‘세계적 보편성의 한국화’가 하나의 날개이다. 또 다른 성공의 축은 그 반대편에 있다. ‘우리’라고 하는 수수께끼를 풀어냄으로써 자신이 가진 차별적 강점을 활용하는 것이다. 우리를 개조하고 성형하여 그들이 되는 것이 아니라, 개성을 살리고 특화하여 우리의 매력을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곧 ‘한국적 특수성의 보편화’가 또 하나의 날개이다. 이 두개의 날개를 통해 한국은 세계적 보편가치로 인정받을 수 있는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이것이 코리아니티 경영이 필요한 이유다.

이밖에도 많은 부분에 공감하고 밑줄을 그었다. 책을 쓴다는 것, 그책을 출산하는 산고를 같이 느끼며 읽었던 몇 안되는 책중의 하나로 남게 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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