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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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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3월 23일 20시 18분 등록
Ⅰ. 저자에 대하여

2008년 3월 19일 늦은밤 9시. 장인 어른과 통화를 하고 있는 와중에 대화 한도막.
장인:그래 지금은 어딘가?
본인:사무실인데요.
장인:사무실? 그래 그럼 OO이는 집에 있는가?
본인:아뇨, 일 때문에 요새 계속 늦네요.
장인:시간이 몇시인데 아직까지 여자가 집에도 들어가지 않고 남편 밥도 안해놓고...
본인:논문도 남아있고 본인이 이루고 싶은 꿈도 있어서요.
장인:여자가 그정도 일을하면 되었지 않나. 이제는 집에 들어가 앉아 있어야지.

21세기의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위의 사건 하나를 계기로 마눌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는 와중에 떠올려지는 인물이 있었으니 그 이름이 바로 시몬 드 보부아르.
당시 프랑스의 자유로운 문화와 풍토속에서도 사생활이나 행동에 있어 기존 도덕이나 사회적 관습을 뛰어 넘었었던 그녀. 부르주아 가정에서 태어났었지만 결혼을 ‘치사한 부르주아적 제도’라고 몰아 붙이며 결국은 평생의 동지이기도한 그 유명한 실존적 철학자인 사르트르와의 계약 결혼에 돌입했던 그녀.
시몬 드 보부아르는 어릴때부터 그녀의 아버지가 두 딸 대신 아들을 얻고 싶어했다는 것을 무의식중에 인식하고 있었고, 덕분에 저항감과 그녀의 이런 배경을 통해 현대 페미니즘의 초석이된 <제2의 성>이 탄생이 될 수 있었다. 보부아르의 예가 굳이 아니더라도 신은 항상 긍정과 부정의 두가지의 속성을 공평하게 주시는것 같다. 물론 어떤 선택을 내리게 되느냐는 본인의 몫이겠지만.
이런 저항감과 함께 작가이자 사르트르와 맥을 같이하는 무신론적 실존주의자인 보부아르의 작품에서는 또한 타인에 대한 관계의 배경이 밑바탕에 깔려져 있다. 이번에 읽게된 <노년>이라는 작품에서도 그러하다. 우리 나이로 환갑이 넘은 나이에 노인의 증가에 따른 사회문제 및 역사성 나아가 그 영향들에 대해 언급함으로써 세상에 대한 본인의 역할 및 유대적인 관계성에 대해 강한 언급을 하고있다. 여성해방만을 부르짖었다고 생각했던 나에게 이 노년이란 작품은 작가 자신의 집요한 논리추구의 산물이라고 생각된다. 책의 부피부터가 장난이 아닌탓에 6일의 기한동안 완독의 목표(?)를 새삼 느끼게 해준 작품이었지만.

<노년> 작품에서 작가의 중심 이슈로 내걸었던 ‘노인의 지위’ 및 삶에 대한 피동성은 아마 어릴적 성장경험에 근거한 내역이 아닐까 한다. 변호사인 아버지덕에 부르주아 가정에서 자랐지만 반대로 끊임없는 성장통을 겪기도 하였고, 제1차 세계대전이후 뫼즈 은행의 은행장이자 그녀의 외할아버지의 파산으로 인해 지긋지긋한 가난에 빠지게도 되었었다. 그런 영향탓인지 그녀는 끊임없이 주체성에 대한 탐독을 하였고 자신의 위치와 입지를 상승시켜 나가기를 원하였고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낙담으로 빠지기도 하였다.
이처럼 피동성에 대한 역반응으로 저자는 항시 자유를 주장 하였고 그녀의 사상을 정신적 동지인 사르트르 이상으로 대중들에게 확대시켜 나가기를 원했다. 또한 그렇게 되기위해 치열하게 자신과의 싸움을 벌여 나갔고 그 자유로움을 위에서 언급한 계약결혼 등으로 이루었다. 아마 그런 그녀의 행동은 무의미로부터의 구원을 통한 변화에의 참여의 주장 이었으리라.

20세기의 한시대를 풍미했던 시몬 드 보부아르. 그의 사상은 우리나라 여성에게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쳤다. 여성의 지위와 역할에 대한 재인식 및 여성 상위시대 등의 용어가 낯설지가 않은 이시대에 말이다.



Ⅱ.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p7
붓다는 한 노인을 통해 그 속에서 자신의 운명을 보았다.
-->‘지금의 내 안에 이미 미래의 노인이 살고 있도다’.
p9
-.프랑스는 노인의 인구 분포율에서 세계 최고-전체 인구의 12%가 65세 이상-이다.
-.노인들의 목소리가 귀에 들려온다면, 그것이 인간의 목소리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노인들이 실제로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느끼는가를 말하고자 한다.
-.사춘기의 위치는 청소년과 성인 사이에 하나의 경계선을 그을 수 있게 해준다.
-.노년기가 시작되는 순간은 명확히 정의되어 있지 않고, 시대와 장소에 따라 변화가 있다.
p11
-.경제력이 전혀 없는 노인들은 그들의 권리를 부각시킬 수단이 없다.
-.노인들은 청년의 연장이며, 그렇기에 예전에 그가 가졌던 인간의 자질과 결점들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
p12
-.프루스트는 ‘모든 현실 중에서 순수하게 추상적인 개념을 가장 오랫동안 간직하는 현실은 아마 노년기일 것이다’라고 정확하게 평가한 바 있다.
-.사람들은 마치 자기는 절대로 늙지 않을 것처럼 행동한다. 종종 퇴직의 순간이 오면 갑자기 망연자실하는 노동자도 있다. 퇴직 날짜는 미리 정해져 있었고, 자신도 그것을 알고 있었으니 그것에 대비했어야 마당한 것이 아닐까.
p13
-.우리의 내면에 이미 미래의 노인이 살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한다.
-.20세, 40세에 노파가 된 나를 생각해본다는것. 그것은 ‘타인’으로서의 나를 생각하는 것이다.
-.남비크와라 인디언은 ‘젊고 아름답다’는 뜻을 단 한 단어로 표현하며, 또 ‘늙고 추하다’는 뜻도 단 한 단어로 표현한다고 한다.
p14
-.미래에 우리가 어떤 인간일 것인가를 모른다면 우리는 지금 우리가 누구인가도 알지 못한다. 이 늙은 남자, 이 늙은 여자, 이들 속에서 우리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자.
-.그림 형제의 동화
p16
한 사회를 뒤흔들어 동요시키려면 그 사회에서 가장 불행한 자들의 운명을 개선하는 데에 노력을 집중시켜야만 성공한다.
p17
-.늙는다는 것은 생물학적인 현상이다.
-.늙는다는 것에도 존재적인 차원이 있다. 늙는다는 것은 개인이 시간과 맺는 관계를 변경시킨다. 고로 늙는다는 것은 인간이 세계와, 그 자신의 역사와 맺는 관계도 변경시킨다.
-.문제를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이러한 여러 다른 관점들의 밀접한 상호 연관성이다.
p18
-.우리가 한 개인의 정신적인 삶이라고 부르는 것은 오로지 그 사람의 존재 상황에 비춰보아야만 이해할 수 있다.
-.한 사회 안에서 노년이 지니는 의미나 무의미는 그 사회 전체를 문제삼는다. 왜냐하면 노년을 통해서 이전의 전 생애의 의미 혹은 무의미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p19
-.모든 인간의 상황은 보는 관점에 따라 외면성과 내면성, 두 가지 관점에서 고찰될 수 있다.
-.타인의 노년은 앎의 대상이다.
-.이 책의 제1부에서 나는 첫 번째 관점을 채택하여 생물학, 인류학, 역사.사회학이 노년에 대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바를 검토할 것이다. 제2부에서는 인간이 나이를 많이 먹게 되면 자기의 육체와 어떤 식으로 관계를 맺는가, 그리고 시간과 타인과는 어떤 관계를 맺는가, 또 어떤 식으로 그것을 내면화하는가를 기술하고자 노력할 것이다.
-.역사의 흐름 속에서 한 인간이 노년을 맞게 되는 방식은 계층에 따라 다르다.
-.노년은 정태적인 사실이 아니다. 그것은 어떤 과정의 결말이며 연장이다.
p20
-.늙는다는 개념은 변화의 개념과 직결되어 있다.
-.변화야말로 삶의 법칙이다. 노화란 변화의 한 유형이다.
-.미국의 노인학 의사인 랜싱씨는 노화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노화란 보통 시간의 흐름과 관계가 깊으며, 성숙기 이후 뚜렷해져서 마침내는 확고부동하게 죽음에 이르는 불리한 변화의 점진적인 과정이다.
p23
-.사회라는 배경 안에서만 쇠퇴라는 말의 정확한 의미를 찾아낼 수 있다.
-.노년은 단지 생물학적인 현상이 아니라 문화적 현상이기도 한 것이다.

제1부 외부에서 본 노년
제1장 노화와 생물학
p27
히포크라테스는 피타고라스가 내세운 혈액, 담, 황담즙, 흑담즙이라는 4체액설을 자기 것으로 받아들였다. 그리하여 질병이란 이 4체액의 균형이 파괴된 결과로 생겨나며 노화도 똑같은 원인으로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p30
현대 해부학의 창시자 레오나르도 다빈치
p33
-.노인병학이 실제로 존재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중반
p34
노인병학의 아버지로 간주되는 사람은 미국인 네이셔
p35
최근에는 노인병학 외에 오늘날 노인학이라고 부르는 학문이 발전했다. 노인학은 노화의 병리학을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노화과정 그 자체를 연구한다.
p36
미국에서는 1900년에서 1930년 사이에 노인인구가 두 배로 늘어났으며 1930년에서 1950년 사이에 다시 두 배로 늘어났다. 산업화가 노인 인구의 도시 집중을 초래했으며, 그 결과 심각한 문제들이 생겨났다. 그 해결책을 찾아내기 위하여 많은 조사가 이루어졌다.

제2장 민족학적 자료들
p54
동물의 노년에는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가를 한번 관찰해 보자. 수많은 종가운데-진화한 종일수록 더욱더- 나이가 많고 경험이 많은 동물들이 큰 위세를 누리는 것들이 있다. 즉 그들은 그들이 체험에서 얻은 지식을 다른 동물들에게 전수한다.
p75
민족학자들은 흔히 노인들은 그들에게 주어진 죽음에 쉽게 체념한다고 주장한다.
p78
그러나 나이가 너무 들면 나르트들은 ‘그들을 갓난아기처럼 요람에 잡아 묶어두고 그들을 잠재우기 위한 자장가를 불러주었다’고 서사시에 씌어 있다.
p108
-.원시 사회에서의 노인의 조건을 언급함에 있어 조심해야 할 것은, 너무 단순화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가난한 사회에서나 부유한 사회에서나, 혹은 정착민에게서나 유목민에게서나 노인은 더 이상 살 기회가 없다는 것이 명백한 사실이다. 정착민에게는 단지 부양의 문제가, 유목민에게는 그뿐 아니라 훨씬 더 어려운 이동의 문제가 제기된다. 유복함을 누린다 해도 유목민은 끊임없는 이동 때문에 노인들을 보호할 수 없다. 노인들이 집단을 따라갈 수가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들을 버리고 가는 것이다.
p109
음식, 보호, 애정이 충분하지 않은 아이는 원한과 공포, 그리고 심지어 증오 속에서 자란다. 이런 아이가 성인이 되면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공격적이 된다. 그는 부모가 늙어 무능해지고 자활할 수 없게 되면 부모를 소홀히 대할 것이다. 반대로 부모들이 잘 먹이고 애지중지 기른 자식들은 행복하고 개방적이며 친절한 사람이 되고, 또한 애타심도 발달한다.
p113~114
-.사제나 제식 집행자로서 노인에 대해서는 반대 감정이 양립하지 않는다. 이 경우 노인의 역할은 긍정적인 중요성을 지닌다. 이때도 노인이 자격을 얻는 것은 바로 기억력 덕분이다. 예배에 필요한 의식들, 제식, 춤, 노래들은 모두 노인을 통해서 전수된다. 노인은 다른 사람들에게 이것들을 가르쳐준다. 그리고 그가 보유한 이런 지식 때문에 의식을 집행하기에 적격인 사람으로 특별히 지명된다.
-.노인은 전통의 보유자, 초자연적 힘에 대한 중개자와 보호자로서 시간을 초월하여 현재 집단의 결속을 보장한다.
-.복잡한 정치 기구를 가지고 있는 사회의 경우 그 정치 제도가 잘 운용되도록 보장해주는 사람 또한 노인이다. 노인만이 족보를 기억하고 있어 그 사회속에서 각 개인이나 각 가정의 합당한 위치를 지정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전통에 대한 지식 덕분에 노인들이 할 수 있는 봉사는, 일반적으로 그들에게 존경 외에도 물질적인 번영을 가져다준다.
-.한 사회가 조화롭게 균형이 잘 잡혔을 때 그 사회는 노인들에게 그들의 힘에 부합되는 일들을 맡기면서 점잖은 자리를 보장해준다. 그러나 그들에게 더 이상의 특권은 주지 않는다.
p115
젖먹이들은 이제 막 혼돈 상태에서 벗어난 존재들이며 노인들은 얼마 안 가 다시 그 속에 파묻히게 될 사람들이다.
p116~118
-.나이 많은 사람들의 운명은 대부분 그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과 권위, 부에 달려 있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노인들의 지위는 스스로 ‘획득되지’않고 ‘부여된다’는 것이다.
-.노인들이 성인들과 맺고 있는 관계에서도 똑같은 지적을 할 수 있다. 그들의 권위는 두려움이나 그들이 불러일으키는 존경에 근거한다.
-.노인들로 인해 제기되는 문제들에 관해 원시인들이 채택한 실제적인 해결책들은 아주 다양하다. 즉 그들을 죽이거나, 굶어 죽도록 내버려두거나, 최소한의 생명만을 유지하도록 하거나, 안락한 종말을 맞도록 해주거나, 혹은 그들을 존경하거나 혹은 극진하게 대접한다. 우리는 소위 문명화된 국민들도 이와 똑같은 방식을 적용하고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단지 공공연한 살해만이 금지되어 있을 뿐이다.

제3장 역사 사회에서의 노년
p119
노년에 대해 품고 있는 어떤 이미지가 드러나는 것은 신화들이나 문학 작품, 초상화들에서이며, 그것은 시간이나 장소에 따라 가변적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얼마나 진실된 시각을 가지고 있는가?
그것은 말하기 어려운 일이다. 노년의 이미지란 불확실하고, 선명하지 않으며, 모순적이기 때문이다. 주목해야 할 중요한 사실은, 다양한 증거들을 통해 볼 때 노년이라는 단어에는 두 가지 아주 다른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첫째, 노년이란 어떤 사회적 범주를 가리키며, 그 범주는 상황에 따라 다소 가치가 인정된다. 둘째, 노년은 각 개인의 특이한 운명, 즉 자기 자신의 운명을 가리킨다. 첫 번째는 입법자들, 도덕가들의 관점이며, 두 번째는 시인들의 관점이다.
p120
-.노인에 관한 역사를 쓴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역사는 순환성을 내포한다.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는 원인은 다시 그 결과에 의해 수정된다.
-.인간의 모험 속에서 여성은 한 번도 주체인 적이 없었다. 그들은 구실이고 원동력이었다.
-.사회적 범주로서 노인은 한 번도 이 세상의 흐름에 개입하지 않았다.
-.여자는 사회에 필요한 존재이다. 그렇지만 노인은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존재이다. 그는 이제 교환 화폐도, 재생산자도, 생산자도 아니며, 단지 짐에 불과하다. 노인의 지위는 ‘주어지는’ 것임을 우리는 이미 보았다.
p121
-.노인들의 문제는 엄밀히 말해서 활동하고 있는 성인들의 문제이다.
-.·노인 문제는 권력의 문제이다.
p122
-.생물학이나 인류학은 나이 많은 사람들이 기억과 경험을 통해 긍정적으로 집단에 기여하는 것을 보여준다. 그들에게 부족한 것은 힘과 건강이다.
-.강력히 조직된 사회의 성인들은 나이 많은 사람들에게 기댈 것이라는 사실츨 추측.
혼란의 시기나 혁명의 시기에는 젊은이들이 우세할것
p124
공자는 노년을 지혜의 소유와 동일시함으로써 정신적으로 노인의 권위를 정당화
p125
신체적으로 노년은 명백히 쇠퇴이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쇠퇴로써 노년을 두려워했다.
p129
전도서는 인간의 모든 불행 중에 노년을 들고 있다.
p130
대부분의 신화들은 노년을 세대간의 갈등이라는 각도에서 다루고 있다,
p131
헤시오도스에 의하면, 태초에 카오스가 있었고 그 후 가이아와 에로스가 있었다.
p132
이러한 신화적 사건들의 변형은 수없이 많다. 흥미를 끄는 것은 이러한 이야기들 뒤에 숨어 있는 일반적인 생각이다. 말하자면 신들은 늙어가면서 점점 더 심술궂어지거나 타락하고, 혹은 신들의 폭군적인 심술이 점점 더 참을 수 없는 지경이 되면 마침내는 반항을 불러 페위된다는 것이다.
p134
의미론에 따르면 아주 먼 고대에는 명예라는 개념이 노년이라는 개념에 결부되어 있었던 것 같다. 노령을 가리키는 두 단어 ‘Gera', geron'은 나이가 가져다주는 이점, 고참의 권리, 대표라는 의미 또한 가지고 있다.
p164
바로 이러한 맥락 속에서 키케로의 <노년론>을 읽어야 한다.
p165
사람들은 노인은 아무것도 생산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것은 거짓이다. 가장 위대한 일들이 성취되는 것은 ‘충고와 권위와 현명한 성숙함에 의해서이다. 노년에는 이러한 자질들이 사라지기는커녕, 반대로 가장 풍부하게 갖추어진다.’
p173
고대 세계의 종말을 장식하는 것은 외적들의 침입과 기독교의 승리라는 두 가지 사실이다.
p189~190
그림 형제가 수집하여 옮겨 적은 한 동화는 인생의 여러 연령에 대해 재미있는 해석을 제시하고 있다.(참고)
p196
베르나르 드 샤르트르는 ‘우리는 거인들 어깨 위에 올라 서 있는 난쟁이들이다. 그러나 우리는 거인들보다 더 멀리 볼 수 있다’
p198
중세 말경의 삶은 불안정하고 장수는 매우 드물었다.
p200
14세기는 예수는 구원자의 모습으로 찬양되고 동시에 성모 마리아에 대한 헌신도 강화
p204
고대와 마찬가지로 중세에는 노년과 실명 사이에 신화적인 연관성이 존재했다.
p220
왜 16세기에는 그렇게 악착같이 노인들을 공격했을까? 아버지들은 로마 시대의 가장과 같은 권위를 전혀 갖고 있지 못했다. 그래서 가장이 우롱당한 것이다.
p224
몽테뉴는 사람들이 숨기려 애쓰는 현실을 그는 직접적이고 엄격한 시선으로 직시했다. 고대에는 노년을 찬양하면서도 노인들을 풍자적으로 묘사했다. 몽테뉴는 노년을 멸시하지도 찬양하지도 않는다. 그는 다만 노년의 진실을 밝히고자 한다.
p226
몽테뉴의 <수상록>이 그가 나이을 먹어감에 따라 더욱더 풍요롭고 내밀하며 독창적이고 심오해졌다는 점이다. 그는 노년에 대한 환상이 전혀 없이 신랄하게 써내려간 이 명문들을 30세 때는 쓸 수 없었을 것이다. 몽테뉴의 위대함은 그가 능력이 감소했다고 스스로 느끼는 순간 최고에 달한다.
p227
인생의 여러 연령층에 관한 주제는 많은 화가들에게 영감을 불러일으켰다.
p228
르네상스 시대의 그림들 중에는 노인들의 초상화가 많다. 그들은 상황에 따라 매우 다른 성격을 띠고 있다. 그 시대의 돈 많고 존경받는 노인들은 자신의 노년을 매우 자랑스러워 했다.
p231
-.고대 이집트에서 르네상스에 이르기까지 노년이라는 주제는 거의 언제나 상투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노년은 인생의 겨울이다.
-.노인은 인간 그 자체가 아니라 인간의 한계로 여겨진다.
-.노인은 인간으로 인정받지 못하며, 어떤 관찰자도 노인들에게서 자기와 같은 인간의 모습을 인정하지 않는다.
-.17세기 초반 놀라운 예외가 있었으니, 바로 세익스피어. 그는 리어왕을 쓰면서 노인을 통해 인간과 인간의 운명을 표헌하고자 했다.
p234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를 제외하고 노인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유일한 작품은 <리어왕>이다. 이 작품에서 노년은 인간 조건의 한계가 아닌 그 자체의 진실로 그려진다. 즉 인간과 지상에서의 인간의 모험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노년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p237~238
17세기에는 젊은이들이 실질적인 권력을 쥐고 있었고 노인들에게 매우 힘든 시기
p253
17세기 가난한 노인들은 고통받았다. 반대로 부르조아 계급에서는 노년에 가치를 부여했다.
p258
-.루소는 성인들에게 그들도 한때는 아이였다는 것을, 아이들에게서 자기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것을 호소했다.
-.성인들은 노인들에게서 앞으로의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노인은 가족의 통일성과 영구성을 상징하는 존재로 매우 중요하게 여겨졌다.
p270
괴테는 노년을 삶에 열의가 없는 추상적인 나이로 받아들이고 있다. 괴테가 <파우스트>를 집필하기 시작했을 때 그의 나이는 겨우 25세였다. 1807년 <파우스트>를 완성했을 때 그의 나이는 48세였다.
p271
19세기에 들어 유럽은 변모한다. 유럽에서 일어난 변화는 노인들의 조건과 사회가 노인에 대해 갖고 있는 인식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첫 번째로 주목해야 할 사실은 모든 나라에서 터무니없이 인구가 급증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구 증가로 인해 노인의 신화는 노인에 대한 진정한 인식으로 바뀌게 된다. 노인들의 수가 많아지자 이제는 문학에서도 그들을 묵과할 수 없게 되었다.
p281
노인들이 보증인처럼 보였던 것은 그 시대의 부르조아 사상이 노인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p282
가족의 변화는 손자와 조부모와의 관계를 변화시켰다. 그들 사이에는 적대 관계 대신 동맹 관계가 이루어졌다.
p287
빅토르 위고의 작품보다 노년이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높이 찬양된 작품은 없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위고 개인의 역사를 세부 사항까지 속속들이 알아야만 할 것이다.
p290
<할아버지가 되는 법>은 유년 시절보다는 노년에 대한 찬가이다. 위고는 자신의 모습을 통해서 노년을 찬양한다.
p292
-.전체적으로 볼 때 19세기의 문학은 훨씬 더 사실적으로 노년을 검토한다.
-.나는 이러한 소설가들이 제공한 풍부한 자료를 노인들의 개인적인 경험을 연구할 때 이용하고자 한다. 노년은 19세기의 몇몇 노작가들이 접근했던 문제였다.
p293
20세기에는 도시화가 이루어져 가부장적 가정의 소멸이 초래된다.
p295
경험이라는 개념이 실추됨에 따라 노인의 위세가 많이 축소되었다는것

제4장 현대 사회에서의 노년
p303
-.오늘날에도 노인들의 삶의 조건이 끔찍할 정도라는 사실은 누구나 다알고 있다.
-.각 집단 구성원들은 노인의 운명은 곧 자신의 미래의 문제라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나이 많은 사람들에게 지위를 부여하는 것은 지배 계급이다.
p305
우리는 여러 원시 집단에서 노인과 아이들이 같은 연령층에 속해 있으며, 역사의 흐름 속에서 노인들에 대한, 그이고 아이들에 대한 성인들의 태도가 일반적으로 비슷하다는 것을 보았다.
p312
인구의 노화는 자본주의 민주 국가들에게 새로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를 ‘현대 사회의 문제들 중 에베레스트 산’이라고 영국 보건성 장광인 이안 맥 레오드는 말했다.
p314
1928년 4월 5일의 법률은 노쇠한 노동자들에게 퇴직 연금을 보장하기 위한 최초의 진지한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것은 자본화와 분배가 혼합된 제도이다.
p325
모든 설문 조사들과 스칸디나비아의 실례는 다음과 같은 것을 증명한다. 즉 노인들에게 강요된 무죄 상태는 숙명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선택의 결과라는 것이다.
p348
런던 서쪽 베스널 그린에서 1957년 타운센드가 실시한 설문 조사
:노인들증 5%는 ‘아주 외롭다’고 말했고, 25%는 ‘가끔 외롭다’고 말했으며, 70%는 ‘외롭지 않다’고 말했다.
p349
노인에게 중요한 사람은 오로지 배우자와 아이들. 또한 배우자와 함께라면 둘이서 견디어낼 수 있을것
p352
-.성공적인 케이스인 샌 안토니오에 있는 빅토리아 플라자
:그들은 여가가 있고, 여가를 보낼 방법을 많이 갖게 된 것을 기뻐했다. 그들은 자진해서 단체 활동에 등록하여 새로운 우정을 맺었다. 그러면서도 옛 친구들과 우정을 계속 유지하고 또 가족과도 자주 전화를 주고받았다. 예전의 초라한 집에 그대로 살고 있는 동년배들은 자신들이 초로에 들어섰다든가 혹은 늙었다고 말하는 반면 그들은 이전보다 더 건강이 좋아졌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자신을 ‘중년’이라고 평했다. 그들의 육체와 감정의 생명들이 다시 활짝 피었으며 거의 모든 사람들이 스스로가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주거 조건이 노인들의 전반적인 상태에 미치는 영향은 이런 경험과 몇몇의 다른 경험을 통하여 볼 때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그러므로 대부분의 노인들이 매우 가난하다는 사실은 애석한 일이다.
오늘날 가장 논란의 여지가 많은 문제는 노인들끼리만 함께 사는 것이 그들에게 좋은지 나쁜지에 대한 것이다. 빅토리아 플라자의 성공은 그곳이 도시의 한가운데에 자리잡고 있으며, 그래서 가족들과 단절되지 않았다는 사실에서 오는 것이다.
p353
오늘날 사람들이 권장하는 것은 브루게의 수도원과 유사한 베긴 교단의 수녀원들이 만든 형태이다. 이것은 도시 한복판에 위치한 독립된 작은 집들로서 노인들이 자녀들과 가까이 살 수 있게 되어 있다.
p358
페키뇨 박사의 구제원에 수용된 건강한 노인들 대상 통계표
-->노인들의 절반 이상이 입원한지 1년 이내에 죽음. 노인들에게 있어서 어떠한 이주든 이주는 죽음을 초래. 슬퍼해야 할 것은 오히려 남아있는 사람들의 운명
-->우선 연금자는 자기가 받게 되는 여러 제약들을 고통스러워한다. 또 흔히 유니폼을 입게되면 노인은 모든 개성을 상실해 이제 하나의 숮자에 불과하게 된다.
p366~367
-.남자의 인생에서 퇴직은 뿌리 깊은 단절을 가져온다. 그것은 과거와의 단절이다.
-.헤밍웨이: ‘어떤 사람에게 있어 최악의 죽음은 자기 삶의 중심, 진실로 그를 현재의 그로 만들어주는 것을 상실하는 것이다. 퇴직이란 말은 모든 말 중에서 가장 혐오스러운 단어’
-.헤밍웨이:그는 자신이 글을 계속해서 쓸 수 없다고 느낀 순간 죽음을 선택했다.
-.일이란 예속이며 피곤인 동시에 관심의 원천이며 균형의 요인이고, 우리를 사회에 통합시켜주는 요인이다.
-.생리적 나이가 연대적인 나이와 전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보았다. 피곤하고 건강에 이상이 있어 은퇴하는 노동자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원기 왕성할 때 은퇴하는 사람에게 있어 퇴직에 대한 반응은 같을 수 없다.
p372
-.남자는 자신의 일과 봉급으로 자기 신분을 정의한다. 그러므로 그는 퇴직과 더불어 자기 신분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발자크의 소설 <소시민>
:‘퇴직자들 중, 이제 그만둔 일을 다른 기능으로 대치할 줄 모르거나, 대치할 수 없는 사람들은 이상하게 변한다. 어떤 사람들은 죽고, 또 어떤 사람들은 낚시에 몰두한다. 낚시라는 오락의 공허함이 사무실 내에서의 그들의 일과 가깝기 때문이다.’
p376
퇴직 후 첫 일 년 동안의 사망률은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
p377
-.모든 차원에서 해가 되는 무기력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서는 노인이 자기 활동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어떤 성격이든 그것은 전체적으로 그의 기능들을 좋아지게 한다.
-.나이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 할 일을 찾는다는 것은 매우 중요
p378
-.지적 수준이 올라가면 갈수록 노인의 활동은 더욱 풍부하고 다양해진다.
-.무위는 모든 활동에 대한 욕망을 죽이는 무감각 상태를 초래한다. 카렐은 무절제한 여유는 젊은이들보다 노인들에게 더 위협하다고 말했다. 무절제한 여유 시간을 많이 가지면 가질수록 노인들은 점점 더 그 시간을 능동적으로 사용할 수 없게 된다.
p382
-.점진적 퇴직은 분명 ‘감원식 정년 퇴직’보다 덜 고통스러울 것이다. 봉급자에게도 단계적인 퇴직 제도를 실시할 것이 제안
-.나이가 많아짐에 따라 노동시간을 감축시킨다는 이러한 해결책은, 신체가 많이 부자유한 노인들과 병자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을 만족시킬 것이다. 퇴직자들이 참기 어려운 것은 그것이 완전한 비활동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 해결책에 따르는 유일한 문제는 여기에는 사회의 근본적인 변화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p384
노동자는 나이가 들면 이 지상에서 자신의 자리를 잃어버린다. 실제로 그에게 자리가 주어진 적은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p385
'살아가는 고문‘을 당하느니 차라리 죽음을 선택하는 노인들도 어느 정도 있다.


제2부 세계 속의 존재
p390
노인은 자신의 상황을 내면화하고, 그 상황에 반응하는 주체이기도 하다.
제5장 노년의 발견과 수락 : 육체의 산 경험
p392
노년은 운명이다. 노년은 우리 자신의 삶을 휘어잡고 때로는 우리를 당황하게 만든다. 우주의 시간 흐름이 개인에게 변화를 주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를 당혹시킨다.
p393
-.어떤 내부적인 감각도 우리에게 노화로 인한 쇠퇴 현상을 드러내주지 않는다. 바로 이 점이 질병과 노화를 구별지어주는 특성 중의 하나 이다.
-.노화는 당사자에게보다 남에게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노화는 생리적 균형의 새로운 생태이다.
p394
우리의 몸은 나이에 따른 변화를 언제나 내면적으로 인식시켜주지는 않는다.
p398
우리가 살아가는 것은 하루하루이다. 오늘은 어제와 비슷하고, 내일은 오늘과 거의 다름이 없다. 그래서 우리는 변화를 느끼지 못하고 살아간다. 이것이 내가 그토록 사랑하는 신의 섭리에 의한 기정 중 하나이다.
p399
우리는 늙어가는 자를 우리 존재 속에 있는 타자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타인들을 통해서 우리 자신의 나이를 알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우리는 우리 나이에 기꺼이 동의하지 못한다.
p405~406
-.노인은 심각한 변화를 겪지 않고 남들을 통해서 자신이 늙었음을 느낀다.
-.정신분석학자 마르탱 그로티앙이 강조하듯, 우리의 무의식은 노년을 모르며, 젊음은 영원할 것이라는 환상을 품고 있다. 그 환상이 깨질 때 당사자들에게는 병적인 나르시시즘 증세가 생기고, 이것은 또다시 우울증적 정신 이상을 낳는다.
-.의식적으로 무의식적으로 우리가 받아들이기를 가장 꺼려하는 것, 그것은 바로 자기 나이를 인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로 우리는 노인들이 자신의 상황에 대해 어리둥절해하는 태도들을 이해할 수 있다.
p442
‘아름다운 노년’은 결코 자명한 것이 아니다. 아름다운 노년, 이것은 끊임없는 승리, 극복된 실패를 말해주는 것이다.
p443~444
-.성욕은 존재의 일반적인 충동과 일치
-.유아의 성욕은 스스로를 모색하는 과정이지만, 노인의 성욕은 성인의 성욕에 대한 추억을간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유년기와 노년기의 사회적 요인들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p448
남자는 일생 내내 자신의 성기를 통해서 자기 자신을 확인하는것
p490
성욕과 창의력과의 관계는 놀라울 만큼 깊은 연관성이 있다. 이 관계는 위고, 피카소, 그리고 다른 많은 사람들의 경우 명백이 드러난다. 창조하기 위해서는 플로베르가 ‘일종의 열성’ 이라고 부르는 어떤 공격적 성격이 필요하며, 그것은 생물학적으로 리비도에 근거를 둔다.

제6장 시간, 활동, 역사
p505
인간에게 있어서 현실 속에 존재한다는 것은 스스로를 시간화하는 것이다.
p507~508
들레 교수는 기억을 정확하게 세 가지 형태로 구분
첫째, 감각 운동의 기억 둘째, 무의식적 활동 법칙에 지배받는 자페적인 기억
셋째, 사회적인 기억
p513
사랑하는 어떤 이의 죽음은 과거와의 갑작스러운 결별을 가져온다.
가까운 사람의 죽음이나 친구의 죽음은 우리에게 현재만을 앗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와 함께 보냈던 우리 인생의 한 부분을 통째로 앗아간다. 우리보다 나이 많은 사람들, 그들은
그들의 죽음과 더불어 우리 자신의 과거를 앗아간다.
p517
사실상 우리를 지탱하고 있는 것은 과거이다. 우리가 과거를 인식하는 것은 과거가 우리를어떻게 만들었나 하는 것을 통해서이다.
p521
-.왜 노인들이 그렇게 쉽사리 어린 시절로 향하게 되는가? 이유는 노인은 어린 시절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노인은 자신의 출생, 또는 적어도 자신의 어린 시절을 다시 자기 것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자기 존재의 기반을 다지려고 시도한다.
-.나이든 사람은 자신의 과거를 이미지, 환상, 감정적인 태도 등과 같은 형태로 내면화시킨다
p531
70세에 베린슨은 이렇게 썼다. ‘노년이 다가왔을 때, 가장 고통스러웠던 일은 여가의 의미를 완전히 잃어버렸다는 것이었다.‘
p541
지적 노동자들은 다른 노동자들보다 신체적 쇠퇴의 장애를 덜 받는다. 창작가들은 사회와의 관계 속에서 특별한 자유를 향유한다. p552-553
-.철학자의 선택은 과학자의 선택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과학자가 우주를 외재성으로 설명한다면, 철학자는 과학을 만드는 사람의 관점을 고려한다.
-.철학자는 바로 인간, 그 존재를 문제로 삼는 자이다.
p559
글을 쓴다는 것은 복합적인 활동이며 상상의 세계를 선호함과 동시에 의사 전달을 하고자 하는 것이다.
p560
글을 쓴다는 것은, 인간이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한 기부와 인간들에 대한 눈물의 호소 사이의 긴장을 내포한다.
p566
확실한 것은 노년에 들어선 바흐의 작품들은 그의 가장 아름다운 작품들로 꼽힌다는 것이며, 베토벤은 마지막 4중주로 그 이전의 자기 자신을 초월했다는 것이다.
p572
우리가 노년에 대해 일반적으로 말했던 것, 다시 말해 노년은 우리에게 우리의 이중적 유한성을 드러내준다는 사실을 우리는 분명한 사례들, 지식인들과 예술가들을 통해서 보았다.
p581
노인은 자신이 그 흐름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에는 자신에게 시간이 충분하지 않음을 알고 있다.
p589
클레망소의 개인적인 역사 속에서 이 순간은 그가, 내가 앞에서 언급했던, 과거의 태도를 고집하는 노인은 현실에 의해 자리를 빼앗기고 만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순간이다.
p613
사회적 상황은 죽음과 노인의 관계에 영향을 미친다.
p614~615
-.성인은 자기 활동에 몰두하기 때문에 자기 죽음을 자주 생각하지는 않는다.
-.노인에게 죽음은 더 이상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운명이 아니다. 죽음은 이제 임박한 것, 개인적인 사건이다.
-.죽음은 사르트르가 ‘실현 불가능한 것들’이라고 부르는 범주에 속한다. 우리는 노년을 이 범주에 넣었었다.
p617
-.사실 죽음이 가까이 온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죽음은 가까이도 멀리도 있지 않다. 죽음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 지상에서 사리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것은 죽음의 충동이 아니라 육체적 고통이다.
p622
-.'죽을 때를 알 필요는 없다‘라는 답변은 의미심장하다.
-.루소는 <참회록>에서 이렇게 섰다. ‘모든 노인들은 어린이들보다도 더 삶에 집착하며, 더욱이 마지못해 삶을 떠난다.
p623
-.그러나 사실 많은 노인들은 살아야 하는 모든 이유들을 상실한 이후에 삶에 집착한다.
-.많은 노인들은 두려움을 느낀다. 두려움을 갖는다는 것, 그것은 신체적으로 죽는다는 것에 대한 거부를 현실화시키는 것이다.

제7장 노년과 일상생활
p624
-.노인은 노동에서 면제되고 더 이상 미래를 향하여 팽팽히 당겨진 긴장된 삶을 살지 않아도 된다.
-.80세의 클로텔은 그의 <일기>에서 다음과 같이 쓴다. ‘어제, 하고 어떤 이는 한숨을 쉰다. 또 어떤 이는 내일은, 하고 한숨을 쉰다. 그렇지만 오늘이라는 말의 절대적이며 부인할 수 없고,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그 찬란한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노년에 도달해야 한다. 그때가 되면 어떤 이들은 단지 살아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을 느낀다.
p625
-.노년은 젊은 시절보다도 훨씬 더 카르페 디엠의 시기이다.
-.현대 사회는 노인들에게서 여가를 즐길 물질적인 수단을 빼앗음과 동시에 여가를 제공한다.
p633
더 이상 세계에 대한 영향력이 없고, 그래서 더 이상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는 노인은 자기 자신을 드러내기를 원한다. 자신의 이미지를 상실한 노인은 자기 밖에서 그것을 되찾으려 한다.
p642~643
-.만약 노인이 자신의 시간을 어떤 식으로든 활용하지 않는다면, 그는 자신을 우울증에서 벗어나게 해줄 그 무엇도 발견하지 못한다.
-.일을 계속하는 노인들은 흔히 그들이 자신의 한계를 인식했다는 사실에서 오는 환멸의 바탕 위에서 일을 계속한다. 우리는 몇몇 예술가들이 말년에 스스로의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p644
더 이상 목표에 헌신하지 않는 것, 더 이상 절박한 욕망을 발견하지 못한다는 것이 노인들을 어쩔 수 없이 권태롭게 한다.
p655
노인은 변화를 두려워한다. 왜냐하면 변화에 자신을 적응시키지 못할까 봐 두려워하는 노인은 변화에서 어떤 출구를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단절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p658
-.많은 노인들에게서 불신은 의사소통의 단절을 야기시킨다.
-.그들은 감정에서 ‘벗어난다’ 다시말해서 그들은 타인과의 감정적인 관계들을 끊는다고 미국 노인학자인 커밍스는 말한다.
-.노인들은 아이들과 유사하다. 노인들은 변덕이 심하고, 정서를 과도하게 드러내며 쉽게 눈물을 흘린다.
p661
노인들의 정서적인 안정은 특히 자녀들과의 관계에 달려 있다. 노인과 자식간의 관계는 흔히 힘든 관계이다.
p681
-.노인의 실추가 풍요와 해방을 수반하는 경우도 있다. 버나드쇼는 60세 이후에 ‘두 번째 유년기’가 시작되었다고 말했다.
-.존 쿠퍼 포위스는 <노년에 대해>라는 얇은 책에서 노년을 찬미한다.
:노인에게는 무위의 권리가 있다. 마침내 의무가 없어진 것이다! 드디어 평화를 누리게 된 것이다! 사람들은 법 밖으로 사라진다. 아이들처럼 노인들은 도덕과 무관하고, 이러한 도덕의 부재는 신기한 안정, 내적인 영감을 가져온다.
p682
노인들의 몇가지 특권
:인류의 영역 밖으로 밀려나는 것, 그것은 인간의 몫인 구속, 소외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노인들 대부분은 이러한 기회를 이용하지 못한다. 그거나 그 기회는 몇몇 사람들에게 제공되며 그중 몇사람은 그 기회를 포착한다.
p690
-.노년은 ‘정상적인 비정상’ 상태이므로 정상적으로 노화에 수반되는 생리적 장애와 병리학적 특성을 지닌 심리적 장애 사이에 경계선을 긋기란 대개 어려운 일이다.
-.‘사람이 신경쇠약 환자가 되는 것은 자기 자신과의 동일화 속에서 티안과의 좋은 관계, 그리고 만족스러운 내적 안정감을 찾을 수 없을 때’이다.
-.나이 많은 사람들의 어쩔 수 없는 주요 어려움 중의 하나가 바로 자기 동일성에 대한 느낌을 간직하는 것이다. 자신이 늙었다는 것을 안다는 사실 그 자체가 그를 다른 사람으로 변하게 한다. 그러나 그는 결코 이 또다른 자의 존재를 대자로 실현시키지 못한다.
p691~692
노인들에게서 가장 흔히 발견될 수 있는 신경증들은 다음과 같다.
① 편집광적 유형의 성격을 띤 신경증들
② 불안의 신경증들
③ 히스테리성 우울증적 신경증들
p693
-.노인들에게서 가장 보편적인 정신병은 바로 ‘퇴행성 우울증’이다.-특히 여성들 많이 발병
-.우울이란 ‘정신적 고통, 감정과 더불어 체험되는 그리고 심리적인 정신 운동의 기능 약화와 억제로 특정지어지는 격심한 의기소침 상태 이다.
p699
가장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는 노인들의 정신 질환은 바로 노망이다.
노망은 특히 여자들에게 많이 나타난다. 노망은 사회적으로 상당한 수에 달하며, 가족 제도가 무너지고 핵가족화됨에 따라 노망이 든 노인들을 입원시키게 되기 때문에 어려운 문제들을 제기한다. 삶의 조건은 정신 이상의 발생과 발전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
p704
신경증들은 때로 정신분석에 영감을 받은 치료로 성공적으로 치유된다. 노인들은 자발적으로 그 치료에 응한다. 그들은 그들의 과거 속에 잠기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가장 젊은 사람들보다 추억에 대한 저항력이 약하다. 고통스러운 사실이라 할지라도 그들은 보다 쉽게 받아들인다. 그때까지 피해왔던 현실을 이제는 받아들이는 것이다.

제8장 노년의 실례들
p706
인간 혐오자였던 스위프트와 삶을 사랑했던 휘트먼은 각각 매우 다른 방식으로 반응했다. 스위프트의 분노는 그의 불행을 악화시켰으며, 휘트먼의 낙천주의는 그로 하여금 시련을 극복하는 것을 도왔다.
p707
빅토르 위고는 아직 젊었을 때에도 그의 작품 속에서 노인들에게 영예로운 위치를 주었다, 위고의 예는, 우리는 의식적으로돈 혹은 무의식적으로든 인생의 초기부터 어떤 노년을 준비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
p712
노인을 그 어느 때보다도 더욱 육신의 노예로 만드는 것은 신체적 쇠약이다. 위고는 신체적 쇠약을, 신체적인 것으로부터 그를 해방시켜줄 수 있는 광물화 작용으로 바꾼 것이다.


결론
p755
노년은 죽음 자체보다 더 큰 혐오감을 불러일으킨다.
p756
사실 우리가 삶에 대립시켜야 하는 것은 죽음보다 차라리 노년이다.
어느 면에서 죽음은 삶에 절대의 차원을 부여함으로써 삶을 구원한다.
p757
나이를 먹는다는 것, 그것은 우리의 계획에 들지 않는다. 성장하고, 성숙하고, 늙고, 죽는다는 이러한 시간의 흐름은 숙명일 뿐이다.
-.노년이 우리의 이전 삶의 우스꽝스러운 하찮은 모방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한 해결책은 단 하나밖에 없다. 그것은 우리의 삶에 의미를 주는 목표들을 계속하여 추구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다른 사람들이든, 집단이든, 대의명분이든, 사회적 혹은 정치적 일이든, 지적.창조적 일이든, 그 무엇에 헌신하는 길밖에 없다.
p758
-.우리는 나이가 상당히 들어서까지도 강렬한 열정들을 오래 보존하기를 바라야 한다. 그 열정들은 우리가 자신에게로 되돌아오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차라리 노년에 대해 너무 생각하지 말고, 정당하고 참여적인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낫다.
-.노쇠가 시작되는 나이는 언제나 그 사람이 속해 있는 계급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우리는 보았다.
p759
건강과 명석한 이성을 보존한다 해도 은퇴한 사람은 권태라는 끔찍한 재앙에 시달리게 된다. 세상에 대한 영향력을 박탈당한 은퇴자는 다른 어떤 영향력도 회복할 수 없다. 자기 일이 없는 여가란 자주성이 상실된 것이기 때문이다.
p760
-.온당한 양로원을 짓는다 해도, 그들에게 문화와 흥미, 그들의 삶에 의미를 줄 책임감을 만들어줄 수는 없다.
-.한 인간이 노년에도 인간으로 남아 있기 위해서 사회는 어떤 사회가 되어야 하는 것일까? 대답은 간단하다. 인간이 항상 인간으로 대우받는 사회여야 한다. 사회가 비활동 인구에게 지정해주는 운명을 통해서, 그 사회의 이면의 베일은 벗겨진다. 사회는 항상 그들에게 상품 취급을 해왔던 것이다.
p762
체제 전체가 이 문제에 맞물려 걸려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요구는 근본적인 것이 될 수 밖에 없다. 그것은 바로 삶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해설
p764
보부아르의 수많은 작품 속에서 우리는 그녀에게 있어서 두가지의 중요한 삶의 방식을 읽어낼 수 있다. 첫째는 ‘일을 통하여 독자성을 쟁취’하고자 함이요, 둘째는 ‘관습과 정신 구조의 분석을 통하여 변화의 의지를 불러일으키려’ 함이다. 첫 번째가 그녀 자신의 삶을 위한 방향이라면, 두 번째는 자신의 일을 통하여 개인을 초월하여 사회에 ’참여‘하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이다.
p765
-.그녀는 ‘무엇보다도, 특히 자유 그 자체를 원한다.’
-.보마르셰는 보부아르의 소설을 이렇게 정의
-->‘그녀의 소설은 우선 ’존재에 이르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다. 그리고 발언권을 얻기 위한, 이어 타인의 자유에 호소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다. 그녀의 이러한 계획 속에는 열렬한 권유가 있다. 작가는 자신을 구원하고자 하는 만큼이나 타인들, ’살고자 하는 기도‘ 속에 뛰어든 자기와 같은 인간들을 구원하고자 한다.
p766
-.보부아르는 <제2의 성>, <노년>과 같은 사회학적 연구시론에서 여성과 노인이라는 사회에서 소외된 계층에 대해 신화의 분석과 다각적인 사실들의 연구를 토대로 확실한 결론을 제시하고, 또 그것을 단호하게 주장하여 독자들의 의식을 변화시키고, 사회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준다.
-.<제2의 성>에서 ‘여성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여성으로 만들어지는것이다’라고 주장했던 그녀는 <노년>에서 ‘노인의 지위는 결코 자신이 정복해 쟁취하는 것이 아니라 그에게 주어지는 것’이라고 지적
p767
보부아르는 <노년>이 이러한 ‘침묵의 공모’를 깨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p768~769
-.보부아르는 노년이 사회의 성격과 개인이 그 사회속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치에 밀접하게 종속되어 있음을 지적
-.보부아르가 주장하는 노인의 조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노인의 지위는 결코 자신이 정복해 취득하는 것이 아니라 그에게 주어지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p770
노인의 상황에서 가장 절망적인 것은, 노인들 자신이 능동적으로 그 상황을 수정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p771
-.새로운 세계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의 부재는 그들을 무기력 상태에 빠뜨린다.
-.세상에 대한 영향력을 상실하고, 자기 이미지마저 상실하여 더 이상 자기가 누구인지 모르는 노인들은 자연히 바깥에서 자신의 이미지를 찾고자 한다. 노인들의 헛된 명예욕은 바로 이러한 심리에서 생기는 것이다.
-.사실 우리가 삶에 대립시켜야 하는 것은 죽음보다 차라리 노년이다. 노년은 죽음의 풍자적 모방이다. 죽음은 삶을 운명으로 변화시킨다.


Ⅲ. '내가 저자라면'

2002년도 12월경 한 영화가 조용히 개봉이 되었다. 일부의 관심을 끌기는 했었지만 다수의 대중이 좋아할만한 주제는 아니었던지 흥행에는 실패를 하였다. 박진표 감독의 ‘죽어도 좋아’라는 영화가 그것이다. 제목도 조금은 야릇한(?)내용 이었지만 그중 사람들의 관심을 끈것은 노인들이 주인공 이라는것 나아가 노년의 性을 영화의 주제로 다룬 것이어서 화제가 되었었다. 노인들이 출연배우로 등장하는 것도 낯설지만 거기다 性적인 요소를 다루었다니. 젊은 사람들은 그들의 시각대로 당연히 이해를 못하였고 어떤 사람들은 저런 요소까지 영화로 다루어야 하나라고 혀를 끌끌차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 ‘죽어도 좋아’라는 영화 덕분에 노년들의 性에 대한 이야기가 사람들의 입에 회자가 되었었고 그들의 性을 이해하는 요소의 단서가 되었다. 즉, 그들도 하나의 인격체인 인간으로 대우받게 하는 촉매제가 되었다고나 할까. 보부아르의 <노년>의 책에서도 이런 얘기를 했었다. ‘한 인간이 노년에도 인간으로 남아 있기 위해서 사회는 어떤 사회가 되어야 하는 것일까? 대답은 간단하다. 인간이 항상 인간으로 대우받는 사회여야 한다’고.

1960년대 41세의 나이에 <제2의 성>이란 작품을 통해 또다른 세상의 시각을 부르짖던 시몬 드 보부아르가 62세에 이르러 노인 문제에 관심을 갖고 쓴 <노년>. 시간과 세월의 흐름에 따른 작가의 세상에 대한 관심과 호소에 의해 나오게된 작품 이리라. 작가는 이책에서 노인 문제, 노년의 문제에 대해 내적으로 그리고 외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그녀는 이책을 단순한 평론이 아닌 사회학적 연구의 방법론으로, 외부에서 본 노년과 내면에서 본 노년의 2개의 큰첵터로 나누어 자료를 찾고 고찰 및 저술을 통해 대중들에게 본인의 주장을 알리고 나아가 변화를 촉구하고자 하였다.
모든 작가가 책의 내용을 통해 얘기하는 것들은 본인 스스로의 생각과 사상들이 잠재적으로 농축되어 있다고 본다. 보부아르도 그렇듯이 그녀는 ‘우리의 삶에 의미를 주는 목표들을 계속하여 추구’하여 나아가자고 설파한다. 다수의 철학자들이 언급했듯이 우리는 사람과의 관계 즉, 속함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을 한다. 여기에 중요한 메타포어로 등장하는 것이 이 ‘의미성’이다. 사물이든 타인이든 공동체든 나아가 추구하는 일에서든 모든 사람들은 이 의미를 부여하기를 원하고, 부여된 그것에 만족하며 살아나가기를 원한다. 설사 우리 자신의 현주소가 알베르 까뮈의 ‘시지프스의 신화’처럼 끊임없이 돌을 목표점으로 굴러 올리다가 떨어져서 다시 올리는 것처럼 반복되는 삶이지만 계속적인 의미성을 찾아 나가듯이 말이다.

하지만 그런 그녀 자신도 <제2의 성>에서 ‘여성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여성으로 만들어지지는 것이다’라고 주장하더니 <노년>에서는 ‘노인의 지위는 결코 자신이 정복해 쟁취하는 것이 아니라 그에게 주어지는 것’이라는 주체적이 아닌 피동적이며 수동적인 형태의 사람을 주장한다. 더군다나 삶의 ‘변화’를 주장하고 부르짖었던 그녀가 말이다.

직장관계로 10여년전 서울에 처음 올라와 지하철을 탔을 때 보았던 노인분의 모습이 나에게는 각인이 되어있다. 흰색 정장에 백구두에 귀에는 커다란 헤드폰을 끼고 흥얼거리시던 모습은 지방에서 상경한 나자신에게는 무척이나 생소한 모습으로 보였었다. 혹시 노망이 들지 않았나 할정도로.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나도 이런 모습들이 조금은 익숙해 졌다. 올림픽 공원 앞에서 야한 티셔츠에 빨간색 팬티를 입고 인라이트 스케이트를 질주하는 70대 할아버지, 수십번의 불합격끝에 결국은 일흔살이 되어서야 자동차 운전면허를 따서 매채에 소개된 할머니, 노년에도 불구하고 많은 연습을 통해 스타킹이란 TV 프로에 나와 젊은이들의 랩송을 즐겁게 흥얼거렸던 할머니... 나에게는 이런 모습들이 참으로 아름답고 열정적으로 느껴졌다. 나도 나이가 들어서는 저렇게 아름답게 건강하게 노년의 삶을 살아야지라는 목표와 함께.
물론 이와는 다르게 보부아르가 주장하듯이 여러 사회적 여건과 환경에 의해 어쩔 수밖에 없는 주어진 삶을 사는 노년도 있다. 사업이 부도가 나서 집에를 들어가지 못해 추운 겨울철에도 서울역 역사내에서 신문지를 깔고 자는 중년, 소일거리가 없어 탑골공원에 나가 하루종일 벤치에 않아 세월을 낚는 할아버지, 서울의 산중턱 달동네에 살면서 연탄살 돈이 없어 추운 냉방에서 취침을 하는 할머니...

나자신에게도 노년이라는 삶이 조금은 피부로 다가오는 지금. 보부아르가 얘기하는 주어지는 삶이든 내가 주체가 되어 개척하는 삶이든 그몫의 1차적인 책임은 우리 자신에게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나아가 그것이 바로 저자가 말하는 세상의 ‘변화’를 위해서의 당면과제가 아닐까하는 생각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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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8.03.23 21:14:32 *.36.210.80
노년에 대해 관심이 많으신 것 같네요. 노모님 생각도 남달리 하시구요. 막내'티'를 내서 그럴까요? 막내들이 정이 많으니까요. 그동안 힘드셨지요? 애 많이 쓰셨어요. 노년에 대해 좋은 변화의 꿈도 꾸시면서 오늘은 편히 쉬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좋은 결과를 기대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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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호
2008.03.24 11:29:10 *.107.35.44
매번 댓글을 달아 주시고 관심을 기울여 주셔서 감사를 드립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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