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북

연구원들이

  • 손지혜
  • 조회 수 3804
  • 댓글 수 1
  • 추천 수 0
2008년 3월 23일 21시 51분 등록


<노년의 샤르트르와 보부아르>


Ⅰ. 저자에 대하여

시몬느 드 보부아르

올해는 그녀의 탄생 100주기.
나는 그녀를 전혀 몰랐다. 그녀가 그 유명한 샤르트르와 계약결혼을 한 주인공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고 ”여자는 여자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여자로 만들어지는 것이다(제2의성)” 라는 어디서 들어본 듯 한 이 말도 그녀가 한 말임을 알게 되었다. 아.. 이 무지의 극치..
‘노년’을 읽으면서 점점 이 여자는 어떤 여자일까 궁금해 지고 그녀에 대한 자료를 검색하면서 시대를 앞서간 여인의 위대함은 물론 여성이 아닌 작가, 사상가로서 멋진 작품들과 인생을 살다 간 현재에도 통하는 멋진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멋지고, 씩씩하며, 지적이고 우아하다” 라고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은 그녀를 살펴보자.

그녀의 약력
- 프랑스 파리 부르주아 가정에서 탄생 (1908년 1월 9일)
- 소르본 대학교에서 문학과 철학 전공
- 1929년 21세의 나이로 프랑스에서 가장 나이 어린 철학 교사 자격 취득 (차석. 수석은 사르트르)
- 1929년 대학 졸업한 해에 사르트르와 계약 결혼
- 주요 수상: 「레 망다랭」으로 1954년 공쿠르상 수상 (공쿠르 상이란? 1903년에 창설된 상으로 프랑스의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으로 정평이 나 있음)
- 사망 (1986년)

그녀의 작품들
- 처녀작:「초대 받은 여자」(1943)로 큰 성공을 거두고 이를 계기로 본격적인 작가 생활에 들어감.
- 「피뤼스와 시네아」(1944), 「타인의 피」(1944), 「사람은 모두 죽는다」(1947)
- 「제2의 성」(2권, 1949) : 큰 반향을 일으킨 책으로 오늘날 여성학의 고전. 페미니즘(여성해방 혹은 여성주의) 운동의 이론적 지침서.
- 「레 망다랭」(1954): 공쿠르상 수상
- 자전적 작품:「처녀시대」(1958), 「여자의 한창때」(1960), 「어떤 전후」(1964)
- 만년의 저작:「아름다운 영상」(1966), 「위기의 여자」(1968), 「노년」(1969)
- 그 외 수많은 에세이와 기록문, 희곡「식충이」도 발표

그녀의 외모에 대해 한마디
‘노년’ 앞장에 일러스트로 그려진 그녀의 모습. 천으로 머리띠를 한 그녀.. 이런저런 자료 검색을 통해 찾아본 그녀 모습 또한 일러스트와 다르지 않다. 그녀의 사진들 자주 등장하는 천으로 머리띠를 한 우아한 모습. 약 50년이 지난 지금 보아도 결코 촌스럽지 않다. 되려 흑백사진 속에서 만나는 그녀는 굉장히 당당하고 세련된 느낌이다. ‘지성과 미모’라는 말이 바로 딱 그녀를 위한 표현처럼 느껴진다. 문득 나도 따라 해보고 싶어져 천 머리띠를 동여매고 이 글을 적는다.

그녀의 성장기
보부아르는 아버지가 변호사인 부르주아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이런 가정적이고 유복한 분위기가 그녀에게는 사춘기 시절부터 심한 저항감을 느끼게 했고 이런 체험들은 후에 그녀 작품 곳곳에 생생하게 재현됐다고 한다. 보통의 일반적인 아가씨라면 유복한 가정을 배경 삼아 그 생활에 만족해 하며 살았을 테지만 이런 상황을 다른 시각에서 받아들이는 그녀의 차별점은 위대한 작가와 사상가는 결코 그냥 만들어 지지 않는다는 생각을 품게 한다.

그녀의 삶
젊은 시절 그녀는 세계 대전등의 외부적 환경에 맞서 식민주의와 인종주의에 맞서 싸웠으며 베트남 전쟁을 반대하는 행동하는 지성이었다. 실존주의 철학자이기도 했던 그녀는 사르트르와 함께 무신론적 실존주의를 펼쳤는데 무신론적 실존주의란 “ ‘신은 죽었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긴 니체의 계보에 이어지며, 실존에 앞서서 본질을 설정함으로써 신을 부정하는 이 입장에서는, 신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인간은 완전히 자유로운 존재라고 생각하여 철저한 휴머니즘의 입장(두산 백과사전 참고)”을 말한다. 굉장히 매력적인 명제라고 느껴지는데 이러한 입장을 견지한 그녀의 저서들을 찾아서 하나씩 읽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그녀는 페미니즘을 이론화했다고 평가 받는 ‘제 2의 성’을 집필하는데 이 책은 그녀가 저술한 책 중 가장 유명하고 가장 많은 이슈를 불러일으켰던 작품이다. ‘포르노’ 라는 비판은 물론 교육자들은 청소년들이 이 책을 읽어서는 안 된다고 난리를 치며 반 보부아르를 외치기도 했다고.. 또한 그녀는 평생 동안 단 한번도 특정 정당을 지지하지 않는 등 항상 독립적 자세를 버리지 않았다고 한다. 그녀 나이 예순살 이후엔 책상 앞에 앉아 있기보다 오히려 여성 운동 실천가로서 더욱 많은 시간을 할애했는데 여성의 출산과 피임, 낙태의 자유를 위한 시위 대열등에 참가하고 전세계 여권 운동가들의 모임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계약결혼을 했다는 것에서 알 수 있을 정도로 그녀는 대단히 창조적이고 독립적이며 진취적이었다. 평생을 본인 스스로를 위한 본인만의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낸 그녀는 사상과 행동이 일치하도록 항상 노력했던 사람이었다. 자신을 가꾸며 이미지를 관리하는데도 엄격하기로 유명했다는 그녀는 시대를 초월한 매력적인 여성이자 사상가, 작가임이 분명하다.

그녀의 남자들
먼저 평생의 실질적인 동지였던 샤르트르와는 계약결혼을 죽을 때까지 유지했다. 이 둘은 서로를 자유로운 주체로 인정하고 ‘제 2의 성’에서의 주장처럼 “자유와 자유의 우애(友愛)의 관계여야 한다”는 주장을 그대로 실천하면서 평생을 지냈다. 계약결혼을 유지하면서도 그녀는 많은 남자들을 사귀었는데 이는 그녀가 문란하다는 비판을 받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인 남자를 사귀었을 때 그를 통해 알게 된 미국인 사진 작가가 찍은 그녀의 욕실 누드 사진이 최근 잡지 표지를 통해 공개되어 많은 이슈가 되기도 했다

샤르트르와 그녀를 추억할 수 있는 장소
평생 계약 결혼을 유지한 둘은 사상적 동지이자 연인으로 지냈는데 그 둘은 특히 집필 작업을 하면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 그 둘은 프랑스 파리에 있는 ‘카페 드 플로르’를 주거지로 삼아 작업을 했는데 그 둘은 오후면 항상 2층으로 자리를 옮겨 언제나 방대한 자료를 펼쳐놓고 쉴새 없이 글을 써나갔다고 한다. (카페 주인의 말) 샤르트르의 말에 따르면 그 둘은 “오전 9시부터 정오까지 원고를 쓰고 점심을 먹기 위해 나갔다가 2시에 돌아와서 4시까지 거기서 만나는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는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원고를 썼다.“ 둘은 이 장소에서 다양한 친구들과 교류를 했는데 그들은 대부분 글 쓰는 사람들, 화가, 예술가로 피카소, 드랭등과도 교분도 쌓았다.

여전히 남아 있다는 ‘카페 드 플로르’ 는 20세기 초 문학, 예술, 사상을 꽃피우는 대표적인 장소였다고 하는데 샤르트르와 멋진 그녀를 알게된 지금은 내가 파리를 여행할 기회가 생긴다면 반드시 그 둘의 흔적을 쫓아 들려보고 싶은 1순위 장소이다.

Ⅱ. 내 마음을 무찔러 든 글귀
서론
9P - 나는 수많은 거짓과 신화, 부르주아 문화의 상투적인 사고와 상투적인 문구들에 의해 왜곡되어 우리가 진상을 알 수 없게 된 것, 즉 노인들이 실제로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느끼는가를 말하고자 한다. / 노년기가 시작되는 순간은 명확히 정의되어 있지 않고, 시대와 장소에 따라 변화가 있다. 또한 이 새로운 지위의 확립을 기리는 ‘통과의식’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11P - 노인들의 사랑과 질투는 추하거나 우스꽝스럽고, 성행위는 혐오스러우며, 폭력은 가소로운 것으로 여겨진다. / 사람들이 노인에게 요구하는 그들 자신의 승화된 이미지, 그것은 백발의 후광에 싸인 경험이 풍부하고 존경할 만한 인간,인간 조건을 저 높은 곳에서 굽어보는 현자이다.
12P - 이러한 삶의 큰 변화를 앞당겨 사전에 직시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늙는다는 것보다 더 자명하게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없다.
14P - 미래에 우리가 어떤 인간일 것인가를 모른다면 우리는 지금 우리가 누구인가도 알지 못한다. “한 농부가 있었는데 그는 자기의 늙은 아버지를 가족과 격리시켜놓고 조그만 여물통 속에 음식을 담아 먹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자기의 어린 아들이 나무 판자를 짜 맞추고 있는 광경을 우연히 보게 된다. 어린 아들은 이렇게 말한다. “아빠, 이건 아빠가 늙었을 때 쓰려고 만드는 거야.” 그날로 할아버지는 가족 식탁에서 자기 자리를 되찾게 된다.”
15P - ‘늙고 가난한’ 이라는 표현은 이제 중복 표현에 불과하다.

머리말
19P - 타인의 노년은 앎의 대상이다. 반면 자기 자신의 노년은 자기의 상태에 대한 산 경험과 관련 있는 법이다.

제1부. 외부에서 본 노년
제1장. 노화와 생물학
37P - 미국에서는 시카고 대학이 1959년과 1960년에 개론서 세권을 출판했는데 그것은 개인적인, 그리고 사회적인 관점에서 미국과 서구에서 이루어져온 노화에 관한 진정한 결산이라 할 수 있다. 노인학은 생물학적, 심리적, 사회적인 세 차원에서 전개되었다.
38P - 릴케의 말처럼 “마치 과일이 그 씨를 품고 있듯이 우리들 각자가 내면에 품고 있는”죽은과 같이, 모든 신체 조직은 애초부터 그 완성의 피할 수 없는 경과로서 노화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45P - “시간의 척도는 어떤 사람에게는 더 빠를 수도 있고, 혹은 더 느릴 수도 있다”라고 프루스트는 주목한바 있다.
46P - 사람이 갑자기 늙는 것은 신체 기관들이 갑자기 손상되기 때문이 아니라, 그 신체 기관들의 불충분한 기능을 가리고 있던 구조가 무너지기 때문이다.
48P - 앞으로 노인 심리학을 연결시켜, 내가 말한 순환의 원칙에 따라 총체적인 조망 속에서 연구할 것이다.
50P - 제 것으로 잘 받아들인 지식이나, 어휘력, 단어와 숫자들에 대한 단기 기억력이나 장기 기억력은 거의 손상되지 않는다. / 대상자의 지적 수준이 높으면 높을수록 그 사람의 능력 감소가 더욱 약하고 완만해 진다는 사실
52P - 검사를 받은 브르타뉴 지방의 농부와 어부들은 모두 똑 같은 나이의 부유한 파리 노인들보다 건강이 훨씬 더 좋지 않았다.
53P - 경제적 요인들의 역할은 생물학적으로 개인의 노쇠를 정의하려고 하는 노인학의 한계성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 노화의 현실과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노인들에게 지정되는 자리는 어떤 것이며, 사람들이 어떤 노인상을 품고 있는가를 여러 다른 시대와 장소를 통해 조사해 보는 것이 불가피하다.

제2장. 민족학적 자료들
58P - 부활의 신화와 의식은 고대인, 원시인, 그리고 그보다 훨씬 더 앞선 농경 사회들 등 반복되는 모든 사회 속에서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다.
59P - 많은 신화들은 인류에게 영속적인 힘이 있다고 가정한다. 그러나 그것은 어떤 순간 젊음을 다시 되돌려 받기 때문이다. 즉 예사 사람은 없어지고 새 사람이 생기는 것이다. / 밤바라인들은 삶은 노년에서 아이로 끝없이 반복되는 회귀라고 생각하였다…. 젋은이들은 그들의 체모를 깍고 그들을 때렷다. 그럼으로써 그들은 정신을 잃고 다시 일곱 살 아이가 되었던 것이다.
70P - 유목민뿐 아니라 18개의 정착 부족에서도 노인들에 대한 무관심과 유기가 일반적이었다고 지적한다.
74P - 나이가 많아 신체가 부자유해지면 가정에 따라 노인에 대한 대우가 크게 달라진다. / 노인들이 마법의 힘을 상실했다고 생각해서 더 이상 그들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다.
87P - 기술, 주술, 종교는 원시 사회* 문화의 본질을 이룬다.
95P - 지식과 능력을 소유하고 있을 때에만 노인들은 실제적인 영향력을 가진다.
107P - 그들은 때때로 조상이 자손 중 새로 태어나는 아기로 환생한다고 생각한다. 신세대가 구세대를 부활시키는 것이다.
114P - 기술이 마술과 분리된 사회에서 노인들의 권위는 상당히 상실된다.문자를 알고 있는 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116P - 가장 중요한 사실은 노인들의 지위는 스스로 ‘획득되지’ 않고 ‘부여된다’는 것이다.
118P - 인간은 자기 삶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자 한다. 노년의 의미와 가치를 정의하는 것은 바로 인간의 전체적인 가치 체계이다. 반대로 한 사회가 노인들에 대해 어떤 식으로 행동하는가를 보면 그 사회의 원칙과 목표에 대한 진실을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제3장. 역사 사회에서의 노년
119P - 노년의 이미지란 불확실하고, 선명하지 않으며, 모순적이기도 하다.
120P - 흑인의 문제는 백인들의 문제이며, 여성의 문제는 남성들의 문제라고 사람들은 말해왔다. 그렇지만 여자는 평등을 쟁취하기 위하여 투쟁하고, 흑인들은 억압에 대항해 싸운다. 한데 노인들은 아무런 무기도 가지고 있지 않다.
121P - 19세기까지 ‘늙고 가난한 자들’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 문학과 마찬가지로 역사도 노인들을 근본적으로 불문에 부친다.
122P -강력히 조직된 사회의 성인들은 나이 많은 사람들에게 기댈 것이라는 사실을 추측할 수 있다. 분열된 사회에서는, 그리고 혼란의 시기나 혁명의 시기에는 젊은이들이 우세할 것이다.

130P - 대부분의 신화들은 노년을 세대간의 갈등이라는 각도에서 다루고 있다.
136P - 많은 고대 도시들에서 노년은 하나의 자격이었다. 그러나 개인적인 변모로서 노년은 사랑 받지 못했다. 시인들은 그것을 증거하고 있다.
142P - “노인들은 언제나 죽음을 간절히 바란다지요. 나이가 그들을 짓누른다고, 너무 오래 살았다고 합니다. 그건 말뿐이지요! 죽음이 가까워지는 대가 오면 기꺼이 인생을 떠나려 하는 이는 아무도 없습니다. 나이의 무게가 문득 무겁게 느껴지지 않게 되는가 봅니다.”
/ 메난드로스 또한 노인을 극단적 인물로 과장. 그러나 고령이라도 어진 마음과 지혜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은 기본적으로노년을 찬사. 가르침을 얻는다는 주장.
152P - 아리스토 텔레스는 영혼은 육체의 형태며, 육체에 감염되는 병들은 그 인간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노년이 행복할라면 육체가 온전히 보호되어야 한다고.
152P - 아리스토텔레스는 어느 정도 나이에 달해야만 ‘프레노시스’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프레노시스란 정당하게 행동할 수 있게 하는 신중한 지혜.
153P - 선험적인 명제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 아니라 통찰력 있는 폭 넓은 관찰에 의한 것인 이러한 아리스토텔레스의 노인 묘사 속에서 특히 흥미로운 것은 경험이 진보의 요인이 아니라 쇠퇴의 요인이라는 생각이다.
154P - 노인이란 길고 긴 인생 내내 잘못 생각하며 살아온 사람이다. 그러므로 노년은 아직 그가 저지른 만큼 많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은 젊은 사람들보다 우월하지 못하다. /그는 노인을 쇠퇴한 인간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156P - 노인의 조건과 사회의 안정 사이에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 거의 모든 사회에서 그러하듯이 고대 로마에서도 엘리트에 속하는 노인들의 운명과 대중에 속하는 노인들의 운명 사이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었던 것 같다.
166P - 건강이 나쁜 젊은이들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사람들이 속되게 제2의 유아기라고 부르는 노년의 저능성은 모든 노인에게서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라 천성적으로 빈약한 정신의 소유자들에게서만 나타나는 것이다.”
173P - 도덕가들은 노인을 옹호한다. 그러나 그것은 정치적인 이유에서이다. 노인들과 이해관계가 걸려 있지 않았던 아리스토텔레스는 노인들을 어둡게 그려놓았다.
188P - 12세기와 13세기의 문학은 노년에 대해 우리에게 무엇을 가르쳐 주는가? 아주 적은 것을 알려준다. 그전 세기들에서와 마찬가지로 문학은 노인들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는다.
191P - 고대와 마찬가지로 중세 또한 노쇠의 정복에 대한 꿈을 품었다. 중세에는 회춘에 대한 생각이 한시도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199P - 1400년부터 독일에는 이러한 저서들이 아주 많아졌다.
205P - 인간은 유예 상태의 죽은 자이며, 아름다움은 겉모양일 뿐이다.
208P - 노년은 우리의 운명이다. 비용의 시가 특별히 우리의 마음을 울리는 것은 그 시인이 노년을 우리의 운명으로 자각했기 때문이다.
209P - 이전 세기들과 마찬가지로 르네상스 시대에도 문학은 노년을 애정 어린 시각으로 다루고 있지 않다. 중세는 노년을 인간 누더기로 경멸하고, 나이든 사람들의 노쇠 현상을 특히 혐오스러운 것으로 여겼다. 르네상스 시대는 인간 육신의 아름다움을 찬양한다. 특히 여성의 육체는 격찬된다. 그렇기에 노인들의 추함은 더욱 더 가증스러운 것일 수밖에 없다.
214P - 사과는 주름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욱 달콤하다.
219P - 누군가가 잘못되기를 바라는가? 그렇다면 이렇게 말하라. 당신이 늙어버렸으면 좋겠다고.
220P - 왜 16세기에는 그렇게 악착같이 노인들을 공격했을까? 아버지들은 로마 시대의 가정과 같은 권위를 전혀 갖고 있지 못했다. 그래서 가장이 우롱당한 것이다. / 이 시대나 그전 시대나 하층 계급의 노인들은 문학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224P - 고대에는 노년을 찬양하면서도 노인들을 풍자적으로 묘사했다
225P - 지금 나의 이성은 가장 방탕했던 나이에 내가 갖고 있던 이성과 똑 같은 것 같다. 그만큼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내 이성은 약해지고 악화된 거이다.
230P - 매우 위대한 예술가들은 시대를 증언하기보다는 자기 시대를 만들어 나간다.
231P - 문학은 노인을 드러내지 않고 숨긴다. 노인은 청춘기와 성인기를 돋보이게 하는 장치에 불과하다. 즉 노인은 인간 그 자체가 아니라 인간의 한계로 여겨진다. / 17세기 초반에 놀라운 예외가 있었으니, 바로 셰익스피어이다. 그는 리어왕을 쓰면서 노인을 통해 인간과 인간의 운명을 표현하고자 했다.
234P - 15세기의 설교사들은 노년을 인간 조건에 포함시켰지만, 그것은 노년을 격하하기 위해서였을 뿐 결코 노인을 주제로 삼은 것은 아니었다.
284P - 죽음을 받아들이도록 도와주는 노쇠는 유익한 현상이다. 90세 이후부터는 병으로 죽기보다는 흔히 저절로 숨이 꺼진다.
291P - 18세기에 발견된 아이는 19세기의 문학과 예술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다.
296P - 시간이 흐르면서 사회적, 심리학적, 생물학적인 차원에서 노년의 개념은 풍부해졌다.
300P - 철학자들과 수필가들은 노인의 개념을 도덕의 개념과 연결시켰고, 노년이 이루어온 경험을 찬양했다. 노년은 이중적 의미에서 삶의 완성이라는 것이다.

제4장. 현대 사회에서의 노년
303P - 각 집단 구성원들은 노인의 운명은 곧 자신의 미래의 문제라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306P - 성인들이 노인을 대하는 실제 태도에는 이중적인 특성이 있다. 그들은 어느 정도까지 공식적인 윤리에 순응한다.
307P - 자신에게 종속되어 있는 노인을 성인은 은밀하고 엉큼한 방법으로 학대한다. / 사람들은 노인들이 사회가 노인들에게 품고 있는 이미지에 복종하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노인은 특정한 방식으로 옷을 입고, 단정하게 예의를 갖추며, 외모에 주의하도록 강요 받는다. 특히 성적인 면에는 더욱 억압이 가해진다.
308P - 오늘날 성인들은 다른 방식으로 노인들에게 관심을 갖는다. 노인들은 개발의 대상이 된 것이다.
325P - 노인들에게 강요된 무위 상태는 숙명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선택의 결과라는 것이다.
344P - 풍족한 사회조차 노인들에게는 그 풍부함을 거절한다.
371P - 단두대식 퇴직
377P - 나이 많은 사람들에게 할 일을 찾는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378P - 지적 수준이 올라가면 갈수록 노인들의 활동은 더욱 풍부하고 다양해진다.
381P - 여가 시간의 과잉으로 고통스러워하기보다는, 돈이 없어 그 여가 시간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음과 자신의 경제적 실추 때문에 더 괴로워한다.
386P - 노인의 자살을 설명해 주는 것은 신체적, 정신적 쇠약, 고독, 무위, 적응 불능,치료 불능의 질병 등 사회적,심리적 요소들이다.

제2부 세계 속의 존재
제5장. 노년의 발견과 수락: 육체의 산 경험
393P - 병은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주위 사람들보다 아픈 당사자에게 더욱 명백하게 존재한다. 반면 노화는 당사자에게보다 남에게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397P - 신의 섭리는 어질게도 우리가 살면서 거의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인생의 모든 다른 시간 속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인생의 흐름, 그 경사는 매우 완만하여 눈에 띄지 않는다. 마치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 시계 바늘과도 같다. 만일 사람들이 우리가 스무 살 때에, 예순 살에 갖게 될 가정에서의 우월성을 주고, 거울에 얼굴을 비추면서 비교해보라고 한다면, 우리는 놀라 자빠질 것이며, 그 얼굴에 두려움을 갖게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살아가는 것은 하루하루이다. 오늘은 어제와 비슷하고, 내일은 오늘과 거의 다름이 없다. 그래서 우리는 변화를 느끼지 못하고 살아간다. 이것이 내가 그토록 사랑하는 신의 섭리에 의한 기적 중 하나이다.
399P - 우리는 늙어가는 자를 우리 존재 속에 있는 타자라고 생각한다.
401P - 가장 끔찍한 것, 그것은 알고 지냈던 사람들을 5,6년 동안 보지 못하다가 – 매일 보면 늙어가는 모습이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단번에 5,6년 늙어버린 그를 다시 만나게 되는 일이다. 그건 참 볼만한 구경거리이다. 게다가 자기 자신까지 구경거리로 내놓지 않으면 안된다.!
405P - 우리의 무의식은 노년을 모르며, 젊음은 영원할 것이라는 환상을 품고 있다.
413P - 나는 문학 작품 속에서나 일상생활에서, 자기 노년을 만족스럽게 생각하는 여자들을단 한 명도 본 적이 없다.
440P - 톨스토이는 “인류의 정신적인 진보는 노인들 덕분에 이루어졌다. 노인들은 보다 선량하고 보다 지혜롭다.”
477P - 레오토는 “ 지금의 성숙함과 지식들을 가진 채 나이만 50세가 되었으면 좋겠다. 체념하고 만족하는 것, 저주받은 노년, 이 두 단어 속에 그것이 전부 들어 있다.”
491P - 노년은 일반적으로 욕구 불만의 시기이다.

제6장. 시간, 활동, 역사
505P - 인간에게 있어서 현실 속에 존재한다는 것은 스스로를 시간화하는 것이다.
506P - “과거가 살아 잇는 것인지 아니면 죽은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미래이다”라고 사르트르는 지적한다. 진보하고자 계획하는 사람은 과거에서 벗어난다. 그는 자신이 옛 자아는 이제 더 이상 자신의 자아가 아니라고 정의하고, 분리하여 생각한다.
510P - “과거는 짐작된다”라고 앙리 푸앵카레는 말했다.
524P - 시간의 길이를 그 안에 담긴 풍부한 내용으로 평가한다면 어린 시절의 시간은-익숙함에 우리를 메마르게 만든 시기들보다 – 더욱 길게 느껴지는 것이다. / 여행을 하면서 보내는 한들은 집에서 지내는 넉 달보다 더 길게 느껴진다.
528P - 노인은 자신의 삶은 이제 다 완성되었으며 삶을 다시 고쳐 살 수는 없다는 것을 안다. 미래는 더 이상 약속으로 부풀어 있지 않다.
531P - “노년이 다가왔을 때, 가장 고통스러웠던 일은 여가의 의미를 완전히 잃어버렸다는 것이었다.” 하물며 계속 당신을 고무시키는 목표들에 도달할 수 없다는 것은 더더욱 고통스러운 일이다.
553P - 철학자는 주체로서 제기된 인간과 우주와의 관계를 설명하고자 한다. 과학자는 과학이 누구에 의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인간은 누구에 의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하는 것을 문제시하지 않는다. 철학자는 바로 인간, 그 존재를 문제로 삼는 자이다.
565P - 미래를 향한 비약이 꺾일 때, 상상의 주인공에게 미래를 향한 열정을 재창조해주기란 어려운 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572P - 노년이란 시기에 있어서 진보란 실망스러운 것이다. 앞으로 나아가기는 한다. 그러나 그것은 제자리 걸음인 것이다. 최상의 경우에도 노인은 그가 이미 도달했던 지점을 더 넘어서지 못할 것이다. / 사실 작품은 그 자신과 조화를 이룰 때에만 풍요로워지며, 계속 존재할 수 있다.
573P - 곧 죽음으로 막을 내리게 될 진보에서 기쁨을 찾아내는 것도 영웅적인 행위로 볼 수 있으며, 계속해서 자신의 유한성을 받아들이면서도 자기 스스로를 초월하고자 원하는 데서 기쁨을 찾는 것 또한 영웅적 행위이다.
607P - 니농 드 랑클로는, 오래 사는 사람들은 “새로운 세대에 홀로 남아 있다는 슬픈 특권”을 누린다고 우울하게 기록했다.
619P - 나의 경우에 있어 죽음에 대한 생각은 예전보다 괴롭다. 거기에는 약간 다른 이유가 한가지 있다. 죽음은 세상에서의 부재이며, 내가 받아들 일 수 없었던 것은 이 부재였다.
621P - 노인들은 노년과 질병 사이의 모호함을 즐긴다.
623P - 사실 많은 노인들이 살아야 하는 모든 이유들을 상실한 이후에 삶에 집착한다.
626P - 최악의 증상은 노년의 삶에 대한 앎이다. 이것은 우리로 하여금 열광하는 것을 막고 아무것도 아닌 일에 미친 듯이 행동하는 것을 방해한다.
629P - 젋었을 때 세계는 의미와 약속으로 무한히 풍요롭다. 예를 들어 하찮은 사건이 무한한 하모니를 일깨운다. 후일, 우리의 미래가 짧아지면 세계는 점점 줄어들고 그 세계 속에서 메아리의 진동도 점점 꺼져간다.
642P - 노인이 자신의 시간을 어떤 식으로든 활용하지 않는다면, 그는 자신을 우울증에서 벗어나게 해줄 그 무엇도 발견하지 못한다. 그러나 설사 노인이 자기 주위의 것에 주의를 기울인다 해도, 목표의 부재는 그의 삶을 어둡게 만든다. / “절름거리는 나날들보다 기나긴 것은 아무것도 없다. 눈 많은 계절, 무거운 눈송이 아래서 음울한 무관심의 열매인 권태는 불멸의 삶과 같은 규모로 번진다.”
644P - 더 이상 목표에 헌신하지 않는 것, 더 이상 절박한 욕망을 발견하지 못한다는 것이 노인들을 어쩔 수 없이 권태롭게 한다.
652P - 노인에게 있어 습관의 역할은 기계적인 동작과 틀에 박힌 일이라는 이중적인 형태로, 심리적인 생활이 저하되면 될수록 더욱 중요해진다.
655P - 습관은 노인에게 있어서 일종의 존재론적인 안정을 보장한다. / 습관은 내일이 오늘을 되풀이할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시킴으로써 노인들을 산만한 근심에서 보호한다.
656P - “내 소유물의정체는 내 존재의 총체를 반영한다.”
678P - 우리는 노년이 평온함을 가져다 준다는 편견을 철저히 배격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제8장. 노년의 실례들
689P - 노인의 가장 중요한 행운은 역시 양호한 건강 상태보다는 그에게 있어 세계가 아직도 목표들로 가득 차 있는 것이다.

결론
755P - 노년은 인간의 삶의 필요 불가결한 결론이 아니다./ 거의 대부분의 인간들은 노년을 슬프게 혹은 반항적으로 맞아들인다.
756P - 사실 우리가 삶에 대립시켜야 하는 것은 죽음보다 차라리 노년이다.
757P - 노년이 우리의 이전 삶의 우스꽝스러운 하찮은 모방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한 해결책은 단 하나밖에 없다. 그것은 우리의 삶에 의미를 주는 목표들을 계속하여 추구하는 것이다.
758P - 사람들은 종종 노년을 ‘준비’하라고 충고한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돈을 저축하고, 은퇴 생활을 할 곳을 정하고, 취미를 만드는 것에 그칠 뿐이다. 그날이 와도 우리는 거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모든 환상들이 사라지고 생명의 열기가 식었다 하더라도, 계속 삶에 밀착하기 위해서는 차라리 노년에 대해 너무 생각하지 말고, 정당하고 참여적인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낫다.
760P - 한 인간이 노년에도 인간으로 남아 있기 위해서 사회는 어떤 사회가 되어야 하는 것일까? 대답은 간단하다. 인간이 항상 인간으로 대우받는 사회여야 한다.
761P - 사회는 개인의 생산성을 가지는 한에 있어서만 그에 대해 염려한다. / 사회에서 밀려난, 이제 지치고 헐벗은 노인에게 남은 것은 눈물 밖에 없다. 이 둘 사이에서 기계는 돌아간다. 그 기계는 인간을 빻고, 사람들은 그 속에서 으깨지는 대로 가만히 있다.
762P - 요구는 근본적인 것이 될 수밖에 없다. 그것은 바로 삶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Ⅲ. 내가 저자라면
먼저 이렇게 방대한 자료를 수집한 그녀의 노고와 열정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녀 나이 예순 하나에 나온 이 책은 분명 오랜 기간 동안의 자료 수집과 꾸준한 글쓰기의 결과물일 것이다. 더군다나 지금처럼 인터넷이 발달하지 못한 시대에 이렇게 방대한 자료를 찾고 정리한 열정과 부지런함은 게으른 젊은이의 하나로써 새삼 부끄럽기도 하다. 이 책은 그녀의 박식함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어 저자와의 첫 만남을 굉장히 인상적으로 만들어 준다. 고대 원시시대부터 17~20세기까지를 연구자료 및 문학작품, 작가, 예술가, 정치가를 통해 외적, 내적으로 갖는 노년의 위치와 의미, 가치를 정리한 이 책은 들고 다니기 벅찰 정도로 두껍다. 특히 유명한 문인들과 예술가, 정치가들을 통해 노년이라는 범주 내에서 그들의 사상을 엿볼 수 있어서 더욱 반갑고 흥미로웠다.
일단 책의 구성에 대해서 정리해 보자.

이 책은 1부는 과학적, 역사적, 사회적 인 관점으로 외적인 시선으로서 대상인 노인에 대해 고찰하고 있고 2부는 말년에 접어든 한 인간이 가지는 자기 스스로에 대한 자각, 시간의 의미, 타인과의 관계등을 보여주고 있다.

1부에서는 시대적, 민족적 분류에 따른 다양한 사회에서의 노년에 대한 위치와 이미지를 해 논문 및 연구 자료등을 통해 사실적으로 전한다. 많은 사례들을 종합하면 결국 수 천년의 역사의 다양한 사회 속에서 일반적으로 노년은 대개 두 가지 포지션을 갖는다고 저자는 말한다. 경험과 연륜, 신비한 힘을 지닌 존경 받는 존재로서의 위치이거나 무시되고 사라져야 할 전혀 반대 포지션의 노년. 후자의 경우 노인은 보통 죽여지거나 버려지며 심지어 잡아 먹히기도 한다. 저자는 주로 서양의 예시를 들었지만 후자에 대한 케이스는 우리나라 고려장에서도 볼 수 있는 부분일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노인은 인간이 아닌 특이한 존재로서 취급을 받아왔을까? 저자는 생산력으로서의 가치 저하를 꼽고 있다. 생산력이 없는 노인은 먹고 살기 힘들 때 가장 먼저 제거되는 일 순위일 뿐이다. 하지만 예외가 있는데 이는 생산력, 즉 부를 가진 노인은 노인의 위치가 형편없을 때에도 위력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부를 가진 노인의 위치는 현대 사회인 지금의 모습과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과거 국가에서 재산을 일찍 나누어주지 말자라는 얘기를 공공연하게 해왔는데 이는 지금 우리 사회의 노인 분들이 하시는 말과 똑같음을 알 수 있다. 노년을 가장 인간답게 지켜나갈 수 있는 외적으로 발휘될 수 있는 그나마 현재로선 최선의 전략인 것 같아 씁쓸하다.

2부는 철학가, 사상가, 화가, 작가, 음악가, 정치가등 구체적인 인물을 들어 각 개인의 노년에 대한 의미와 태도를 풀이해 나가고 있다. 저명한 인사들의 노년을 내면적으로 찬찬히 들여다 볼 수 있기 때문에 좀 더 개인적인 의미에서 내가 맞게 될 노년이 더욱 구체적이고 다양해 진다. 이번 장은 너무나 위대하다고 알고 있는 유명인들의 성적, 심리적 이면을 들여다 볼 수 있기 때문에 가쉽면에서도 쉽게 읽힐 수 있는 장이었다. 이번 장에서는 노년이 되면 성인기와는 다른 시간의 체감의 차이, 성적, 신체적, 욕망적 하락을 경험한다고 설명한다. 지적욕구, 창작능력, 성적능력, 목표 달성 능력등은 그들에게 곧 닥치게 될 죽음과 맞물려 그들에게 아무 의미가 될 수 없는 게 일반적이라는 설명이다. 물론 예외적도 있지만 말이다. 흔히 자아 발견, 꿈 찾기등과 관련된 강의들을 들으면 흔히 나오는 것들이 내가 1년 밖에 살수 없다면 무엇을 할 것 인가이다. 절박한 상황을 주고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가를 고민해 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일텐데 노년은 비로소 항상 그런 시기를 맞닥뜨리고 사는 시기라는 것이다. 즉 평소 우리는 미래가 오늘보다는 더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으로, 힘들어도 참고 견디지만 노년에서는 더 이상 없을 미래. 거기에 노년이 갖는 절박함과 제한성, 고독, 우울함이 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노년에 대해 개인으로서는 목표를 정하고 계속적으로 추구하는 삶, 정당하고 참여적인 삶을 주문하다. 또한 사회적으로는 인간이 인간으로서 항상 대우받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함을 이야기 한다. 결국 개인적으로는 은퇴자금이니 얼마를 모아서 축적해야 한다느니 하는 식의 방법론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 노년을 의식하지 않는 지속적이고 참여적인 삶을 살아나가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 어찌 보면 뻔한 결론일 수도 있는 저자의 이 모범적인 답변이 바로 근본적이고도 최선일 수 있는 답변이지 않을까. 그러고 보니 여성평등, 장애인 평등은 수도 없이 들었지만, 노인 평등은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표어화 된다고 그게 현실이 되는 것은 늘상 아니었지만 그런 식의 고려라도 해 보았더냔 말이다. 우리 사회에서도 지하철, 버스 좌석 배치, 요금 감면 정도로 배려랍시고 우쭐해 하지나 않았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문득 내 주변의 나이 드신 분들. 부모님을 비롯한 많은 분들이 각자의 내면에 공포와 불안을 안고 살고 있겠다는 생각이 새삼 든다. 이전까지 노년은 나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부모님과 주변 친지 분들만을 떠올리는 것이었다고 하는 게 정확할 것이다. 보부아르의 말처럼 그것은 성인의 편리한 환상이었는지 모른다.

각 시기에 대한 나의 상상은 즐겁게 달성 될 성장에 따른 자연스런 모습에 대한 상상뿐이었다. ‘내가 대학생이 될까? 연애라는걸 하게 될까? 직장을 다니게 될까? 결혼을 하게 될까?’ 같은 생각들 말이다. 결혼을 한 지금 단계에서는 ‘내가 아이를 갖게 될까? 아이들과 친구처럼 지낼 수 있을까?’ 정도이다. 즉 이런 상상들은 달성 된다면 신기하고 재미날 수 있는 인생 단계들에 생각들이다. 하지만 노년과 관련된 구체적인 상황에 대한 상상은 한번도 구체적으로 떠올려 본적은 없는 듯 하다. 마음 속에 노년에 대한 별다른 기대심리나 표상화된 모습이 없기에 때문일 것이리라.

어쨌든 나에게도 노년이 다가 올 것이고 ‘노년’에 대한 책을 미리 읽어둔 나는 무엇으로 나의 노년을 대비할 수 있을까? 저자가 추천하는 개인적인 방법 외에 나만의 대비법도 필요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나만의 노년식은 어떨까. 특정한 날을 정해두고(이건 곰곰히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첫손자가 생기는 날? 드디어 밖에서 할머니라고 불리는 날? 등등) 그날이 되면 여행이든 자신을 위한 선물이든, 글을 쓰든 나만의 경건한 의식을 행하는 것이다. 육순,칠순 잔치처럼 남들과 즐기는 잔칫날은 있어도 오롯이 나만을 생각해볼 수 있는 노년의 날은 없지 않은가. 성인식도 제대로 치루지 못한 나는 노년식이라도 잘 치뤄야겠다는 욕심이 생기기도 한다. 노년의 단계에 대한 긍정적 상황이 하나 꽃피우려는 건가. 또 하나 빅토르 위고처럼 늙음이라는 게 결함이 아닌 하나의 또 다른 멋진 모습이 될 수 있음을 항상 품고 있는 것은 어떨까? 노년이 되어서 그 동안 새겨뒀던 그 이미지로 본인을 이해할 수 있도록 말이다. 이 책의 저자 보부아르처럼 멋지고 당당하게 늙은 지정적인 노년의 모습을 가슴에 새겨도 좋지 않을까.

문득 노년에 대한 책자가 얼마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독일과 같은 나라에는 노년에 대한 길잡이에 관한 책들이 오래 전부터 나오기 시작했다는데 과연 우리나라는 어떨까. 대략 찾아보니 우리나라에서 노년과 관련된 책은 학문서적을 제외하고는 30권 정도이다. 아직 그다지 노년에 대한 관심이 많다고는 할 수 없는 적다면 적은 수 일수 것이다. 어린아이들 대상의 책자로는 ‘너희들도 늙는단다’ 라는 책도 있었는데 좋은 시도라 생각된다. 노인에 대한 사회의 평등적인 시각이 자연스럽게 인지 될 수 있도록 어린아이 때부터 이러한 작업들이 지속적이고 다양하게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 영어, 수학 잘하는 것이 최고가 아닌 진정한 전인교육 말이다.

아쉬운 점
책의 꼭지 및 이하의 내용들이 주제를 따라 내용이 딱딱 맞아 떨어지게 잘 구성되어 있어 만족스럽다. 하지만 너무 많은 자료가 장점이자 단점이 되어버렸다. 너무 많은 자료가 읽다가 지치게 만들기 때문이다. 많은 자료를 통해 본인이 전하려는 바를 세뇌 수준으로 전할 수 있는 효과를 보이기도 하지만 세뇌가 되기도 전에 책을 놓아버리게끔 만드는 부작용도 갖게 된 쓰기 방식이었다. 독자를 조금만 더 배려해 주었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혹시 그녀는 ‘이정도 는 써줘야지..만족하지 않겠어?’ 라며 독자들을 그녀의 수준만큼 과대평가한 것은 아닐까? 더불어 수많은 예시와 자료 인용과는 달리 약간은 빈약하달 수 있는 결론 부분이 아쉽다. 물론 책 앞부분 전반에 걸쳐 그녀의 설명과 주장이 곁들여져 있지만 결론이라는 장을 따로 마련했다면 좀 더 종합적이고 다양한 결론을 제시해 주는 게 좋지 않았을까 싶다.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저의 생각과 이야기를 이렇게 많이 적어본 것은 제 생애 처음인 것 같습니다. 뛰어나신 많은 분들 때문에 기죽고 소심해지기도 수십번이었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고 꼭꼭 되씹어 볼 수 있는 이런 시간들은 너무나 소중하고 달콤한 경험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기회 주신 것 감사 드리면서, 항상 빼놓지 않고 댓글로 응원해 주신 ‘써니’님께도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IP *.34.17.132

프로필 이미지
써니
2008.03.23 23:28:24 *.36.210.80
재미있게 공부했다는 느낌이 드네요? 어떠셨나요? 할 만 하신가요?
아마도 올해에는 더 재미나게 이끌어 주실 것 같아요. 좋은 수업 방법들이 있다면 함께 논의해 볼 수도 있겠지요. 만만치 않았을 텐데 끝까지 열심히 마치신 것에 대해 축하와 찬사를 보냅니다. 좋은 결과 있으시길 바랍니다. 아자!!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52 미래생활사전 (생각의 정원) [11] [2] 써니 2007.04.22 3777
851 46.블루오션전략, 김위찬 외 file [1] 철학하는 인사쟁이 2012.03.13 3783
850 오만과 편견 - 제인 오스틴 file 타오 한정화 2014.10.27 3786
849 한국인의 미의식.. 김미영 2005.05.25 3789
848 꿀벌과 게릴라 효인 2010.03.27 3789
847 [013]『난중일기』를 읽고 file [5] 현운 이희석 2007.06.13 3793
846 (10) '가자, 아메리카로!'를 읽고 [7] 時田 김도윤 2007.05.14 3794
845 (No.38) 헤르만 헤세 [수레바퀴 아래서] 더클래식 - 서은경 file 서은경 2014.02.17 3796
844 철학이야기, 두번읽기 – 윌듀란트 file 미나 2011.08.01 3799
843 북No.11-카를 융 '기억 꿈 사상' file 유재경 2011.06.13 3800
842 [독서26]짐콜린스의 경영전략 [2] [2] 素田최영훈 2007.10.01 3801
» [노년-시몬느 드 보부아르] Review [1] 손지혜 2008.03.23 3804
840 제가 읽은 책 목록과 추천내용입니다 [2] 서태동 2005.11.23 3808
839 [리뷰] <깊은 인생>_ 구본형 file [2] 양경수 2011.10.25 3808
838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2 - 박경철 [3] 書元 2010.01.24 3810
837 오래된 미래- 라다크로부터 배운다. [1] 우제 2008.01.28 3811
836 열정과 기질(3)-화면 보이질 않아 첨부자료로 재등재 file [1] 서원 이승호 2009.05.25 3812
835 [38] <처음읽는 우파니샤드> - 인용문 수희향 2010.01.11 3812
834 #12_신곡(두번읽기) 지옥,연옥,천국편 길수 2012.06.25 3813
833 [36] 일의 발견 - 조안 B 시울라 거암 2009.01.19 3814